불안한 재계 '8월 괴담'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7.10 14: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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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불 안 가릴 잔혹한 칼바람 '카운트다운'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재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가뜩이나 유럽발 경제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와중에 사정라인의 움직임까지 심상치 않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미 살벌한 으름장으로 선전포고까지 했다. 곧 '살생부'실체가 드러날 전망. 빠르면 이달 말이나 늦어도 8월까지 그 윤곽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대기업 총수들의 재판과 판결도 8월에 몰려있다 보니 요즘 재계는 '8월 괴담'으로 흉흉하다.

2007년 12월28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승리 열흘 만에 가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주의)'정책을 선언했다. 당선인 신분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경제정책을 추진해 성장 중심 정책을 펼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와 감세를 약속했다.

집권중반 분위기 반전
임기 말 끝까지 압박
 
재계는 술렁거렸다. 앞서 10여 년간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역시 CEO 출신 대통령" "이제는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재계에선 MB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화답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로부터 4년6개월이 흐른 지금,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자취를 감췄다. 당초 화기애애했던 분위기는 온데간데없다. MB정부가 '친기업'에서 '민생'으로 경제 정책의 초점을 바꾸면서다. 이 대통령은 임기 중반부터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면서 재계에 대한 비판의 수위를 높여왔다. 대기업들이 일자리와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화를 자초했다는 분석이다.

검찰 등 사정라인이 노골적으로 '재벌 군기잡기'에 나선 것도 이때부터다. 당시 정부와 재계 사이에 드리운 암운은 지금까지 걷히지 않고 있다.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던 MB정부가 과거 정권과 달리 끝까지 압박의 끈을 놓지 않고 있는 형국이다.

이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재계에 '사정 태풍'이 몰아칠 조짐이다. 검찰, 국세청, 공정위, 금감원 등 '대기업 저승사자'들이 총출동해 여기저기에 묻은 '먼지'를 털어낼 태세. 국내 내로라하는 그룹들이 '살생부'에 오르내리고 있다.

먼저 국세청이 칼을 빼 들었다. 지난해 부당한 세습과의 전쟁을 선포한 국세청은 이미 '대기업 손보기'에 나섰다. 대기업 계열사들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 현재 국세청은 삼성·현대차·LG·SK 등 4대 그룹 주요 계열사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칼 빼든 사정라인 대협공 "서열순으로 친다"
'가뜩이나 어려운데…' 정권 말 대기업 손보기

그 신호탄은 LG전자였다. 서울지방국세청 조사1국은 지난 4월 조사요원들을 서울 여의도 LG전자 본사에 투입,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은 SK건설도 털기 시작했다. SK건설의 경우 심층(특별) 세무조사를 전담하는 조사 4국이 맡았다. 요원이 무려 100여명이나 투입됐다. 1999년 한진그룹에 대한 특별 세무조사에 200여명을 투입한 이후 최대 규모다.

삼성엔지니어링·삼성SDI 등 삼성 계열사와 기아차·현대다이모스 등 현대기아차 계열사도 세무조사를 받고 있다. 국세청은 4대 그룹 외에 포스코컴텍, 피죤, 삼표, 화승, 스타벅스, 국제약품, 유한양행 등도 도마 위에 올려놓은 상태다.

뿐만 아니다. 국세청은 재산의 변칙·편법적인 상속·증여가 의심되는 대기업 오너일가를 뒤지고 있다. 이를 위해 최근 법인세 신고 자료를 토대로 50대 그룹 오너일가의 주식 변동 및 지분 매입 자금 출처에 대한 집중 분석 작업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몇년 사이 지분변동이 잦았던 그룹은 삼성, 현대기아차, LG, SK, 롯데, 한화 등이 꼽힌다. 실제 조사 대상엔 국내 주요 재벌그룹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세청의 대기업 압박과 맞물려 공정위와 금감원 분위기도 예사롭지 않다. 두 기관은 대기업의 불공정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조사를 본격화할 준비를 서두르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 2일 대기업들에 대한 감시의 고삐를 죄는 '하반기 공정거래정책 방향'을 발표했다. 우선 신세계·홈플러스·롯데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중소 납품업체의 수수료를 인하하는 대신 부당한 요구를 했는지, 판촉행사 비용을 과다전가 했는지 등을 중점 조사한다. 공정거래협약을 체결한 롯데쇼핑·홈플러스·이마트·신세계·현대백화점 등 10개 유통업체에 대해선 현장 확인을 실시한다.

'살생부' 실체 8월 드러날 듯
총수 재판·판결 8월에 몰려

특히 공정위는 대기업들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등의 감시를 위해 내부거래 공시의무 이행 현황을 수시로 점검한다. 그중에서도 시스템통합(SI)부문과 베이커리 업종에 대해 집중 감시·제재할 방침이다. 또 계열사가 단순히 거래단계만 추가하고 수수료를 받는 관행(통행세)을 근절하기 위한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하는가 하면 K-컨슈머리포트의 대상 품목도 커피, 세제, TV, 유모차, 청소기 등으로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중소기업 영역 침투, 일감 몰아주기 등 대기업의 불공정한 행태 개선에 국민적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하반기에 담합 등 기업의 핵심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와 경쟁질서 확립에 주력하면서 국민적 수요가 많은 소비자 정책 분야 등에 역량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금감원도 이미 선전포고를 했다. 표적은 재벌그룹들의 보험사다.

금감원은 지난해 12월 삼성화재·동부화재·메리츠화재 등 대기업 계열 손해보험사들의 계열사 부당지원에 대한 테마 검사를 벌였다. 이 결과는 8월 중 발표될 예정이다. 금감원은 일부 손보사의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 사업비 부당 회계 처리 등의 혐의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감원은 적발 사안에 대해 강력하게 제재할 방침이다.

금감원은 최근 대형 생명보험사에 대해서도 부문검사에 착수했다. 계열사들의 부당지원과 불법적인 주주배당 여부를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조사 대상에 오른 곳은 삼성생명·대한생명·미래에셋생명·동양생명·교보생명·신한생명·ING생명·IBK연금보험 등 8개 생보사다.

"까불면 죽는다"
오싹한 선전포고

이번 검사는 ▲계열사 일감몰아주기 ▲국제회계기준(K-IFRS) 도입 이후 최초 공시되는 결산회계 ▲배당 결정과정 ▲공시이율 결정방법의 적정여부 ▲내부통제 장치 작동 여부 등이 주요 점검사항이다. 금감원은 "생보사 8곳에 대한 부문 검사가 끝나면 부당 내부 거래 혐의가 있는 또 다른 생보사에 대해서도 검사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가장 관심이 모아지는 쪽은 검찰이다. 검찰도 8월부터 ‘재계 군기잡기’에 나설 것이란 게 법조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검찰은 태광그룹, C&그룹, 오리온그룹, 한화그룹, SK그룹 등 수사 와중에도 꾸준히 대기업 내사를 벌여왔다. 검찰 안팎에선 전국 각 지검 특수부 등이 주축으로 기업들의 비자금 조성,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 각종 비리 정보를 싹싹 긁어 모아놨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그중에서도 재벌 오너의 '검은돈'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조만간 대기업 관련 비리 수사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비자금 조성, 횡령, 재산 국외도피 등이 수사 대상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중수부가 정조준한 타깃은 5개 그룹 정도로 압축된다. 법조계 안팎에서 거론되는 '임기 말 제물'로 유력한 대기업은 A그룹이다. 검찰엔 '오너가 거액을 횡령했다' '정치권에 비자금을 제공했다' '수상한 돈이 해외로 흘러나갔다'등 A그룹의 비리 첩보와 제보가 수북이 쌓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가 탈루로 마련한 자금을 차명으로 관리하고 있다' '옛 임원이 창업한 하청업체와 부당한 거래 중이다'란 의혹이 있는 B그룹도 검찰이 잔뜩 벼르고 있다는 후문이다. C그룹은 해외법인을 이용한 역외 탈세, 오너의 지분확대 비리, 친인척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방식으로 비자금 조성 등의 혐의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D그룹은 하청업체 등을 통해 단가후려치기, 공사비 부풀리기, 리베이트 등으로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을, E그룹은 불법 해외부동산 투자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내부 인사를 앞두고 있다. 늦어도 이달 중순 단행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헐값 매입, 민간인 불법사찰, 저축은행 비리 등 대형 사건들을 잇달아 매듭지은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딸 정연씨가 연루된 외화 밀반출 사건과 BBK 가짜편지 사건도 인사 이전에 결론이 내려질 전망이다.

국세청, 전방위 세무조사
공정위, 대기업 감시 고삐
금감원, 대형 보험사 타깃
검찰, 오너비리 털기 시동

현 정권의 마지막 검찰 인사는 12월 대선 등을 앞둔 탓에 소폭에 그칠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검사장급 이상 고위급도 마찬가지다. 서울중앙지검장을 비롯해 대검 중수부장, 대검 공안부장, 법무부 검찰국장 등 '빅4'는 유임 또는 순환보직 인사가 점쳐진다. 다만 지난 2월 정기인사 때 자리이동이 별로 없었고 분위기 쇄신 차원에서 깜짝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 수사는 내부 인사가 있는 이달 이후인 8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대검 중수부 등은 새 수사팀을 구성하는 대로 주로 대기업 비자금이나 정치인 뇌물 사건을 다루는 특수수사 방향과 대상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사정라인의 동향이 심상치 않아 자체 정보망을 확대하고 있다"며 "폭풍을 머금은 '칼바람'이 언제 어디로 몰아칠지 모르는 상황에서 희생양이 되지 않기 위해 철저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기업 한 임원은 "유럽발 경제위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기업들이 비상경영의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며 "비용 절감, 인력 감축, 자산 매각 등 대책 마련에 분주한 와중에 외풍까지 덮친다면 국제경쟁력 약화 등 정상적인 기업 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 와중에 총수들이 재판을 받고 있는 대기업의 경우 긴장감이 극도로 높아지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형 사건에 연루된 오너들의 재판과 판결이 8월에 몰려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는 사정 칼바람과 함께 재계에 '8월 괴담'이 도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동안 '질질'끌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횡령·배임 사건은 다음달 마무리될 전망이다. 두달 전 재판부는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오는 8월16일 선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검찰은 지난 2월 김 회장에게 징역 9년에 벌금 1500억원을 구형했었다. 이후 재판부의 인사이동으로 선고가 미뤄졌다. 역시 횡령·배임 혐의를 받고 있는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그의 동생 최재원 SK그룹 부회장에 대한 재판도 이르면 8월 중 1심 판결이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과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도 판결을 앞두고 있다. 담 회장은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지난해 6월 구속,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을 선고받은데 이어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의 항소에 따라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1400억원대 회사자산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된 이 전 회장은 지난 2월 1심에서 징역 4년6월에 벌금 20억원을 선고받고 2심 중이다.

7월 중 검찰 인사
재편 후 드라이브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씁쓸한' 오너일가 재판도 8월 속도를 낸다. 상속 재산을 놓고 혈투를 벌이고 있는 삼성가 이맹희-이건희 형제의 공방전이 더욱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형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과 분쟁 중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공판도 진행되고 있다. 박 회장은 300억원 가량을 횡령하고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100억원의 손실을 회피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기업들은 유럽발 경제위기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여기에 사정라인의 움직임까지 심상치 않아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서초동'에 발이 묶인 기업들은 더욱 그렇다. 돌아가는 정황상 재벌그룹에게 2012년 8월은 '잔혹한 달'로 기억될 것으로 예고되는 가운데 각 기업들은 '8월 괴담'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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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