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그루밍족의 여름나기’ 백태

  • 구동환 기자 9dong@ilyosisa.co.kr
  • 등록 2019.07.15 10:23:05
  • 호수 12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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털을 뽑았다 밀었다 몸에 지웠다 그렸다

[일요시사 취재1팀] 구동환 기자 = 그루밍족의 계절인 여름이 다가왔다. 과거에는 머리 스타일과 패션으로 개성을 표현했다면, 요즘은 색다른 방법으로 자신만의 멋을 내고 있다. <일요시사>가 왁싱, 타투 등 다양한 그루밍에 대해 알아봤다. 
 

▲ 해나문신

 

많은 사람들이 ‘타투’를 통해 자신의 개성을 표현하고 있다. 이제 하나의 패션으로 자리매김하게 된 타투는 방송이나 광고 등을 통해 전파를 타면서 대중화됐다. 

문양을 
내 몸에

노출이 많은 여름철, 개성을 표현하는 아이템으로 타투가 선호되고 있다. 타투에 매료된 남성들도 많을 뿐 아니라, 요즘 20대들은 타투를 피어싱과 같은 액세서리 정도로 여기고 있다. 강렬한 인상을 주기 위해 용이나 호랑이 등 위협적인 동물을 새기는 시대는 지났다. 최근에는 타투의 디자인과 크기가 세분화되면서 다양한 무늬를 고를 수 있다. 

과거에 문신은 팔뚝이나 등을 휘감아 새기는 것으로 인식했지만, 최근에는 10㎝ 안팎의 타투를 선호하는 분위기다. 목선을 타고 셔츠 안쪽으로 이어진 한 줄의 레터링(짧은 문구를 새겨넣은 타투)은 구릿빛 팔에 불거진 힘줄 못지않게 섹시한 인상을 풍긴다.

손등의 나침반, 아킬레스건 아래 화사하게 펼쳐진 꽃잎 등 문신의 형태와 콘셉트는 무궁무진하다. 타투의 종류도 다양하다. 파스텔 톤의 감성적 타투, 반려묘나 반려견을 캐릭터화한 일러스트 타투, 재기발랄한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블랙워크 등 다양한 장르의 타투가 있다. 


자기만족으로 타투를 새기는 인구가 늘어남에 따라 디자인보다 상징성이 있는 무늬나 문구를 담기도 한다. 돌아가신 부모님의 성함이나 자신의 좌우명 등을 새기는 경우도 많고, 자신이 존경하는 인물이나 명언을 새기기도 한다. 시대의 아픔을 기억하겠다는 의미로 세월호 리본을 새겨넣기도 한다. 

작은 문양과 짧은 글귀로 표현하는 타투는 개인의 의지와 신념을 담아낼 수 있을 뿐 아니라, 취향과 성격도 가늠케 한다. 타투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일본의 전통문신’이라 불리는 이레즈미 장르는 가슴부터 긴 팔을 한 번에 결제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싼 편이다.

위치·크기 따라 타투 가격 천차만별
평균 10만∼12만원…4∼6주마다 시술

위치에 따라 가격은 230만원부터 300만원까지 치솟는다. 경기도와 강서구에선 200만원 초중반대이지만, 강남과 홍대 등에서는 300만원대다. 팔에 수채화 느낌의 장미를 새기고 싶다면 50만원가량이 든다. 

보통 반팔을 입었을 때 타투가 살짝 비치는 것을 염두에 두고 새기는 타투인데 강남서 50만원, 홍대와 그 외 지역서 40만원 정도가 든다. 여름철엔 왁싱에 대한 관심도 높다. 옷차림이 가벼워지고 노출이 많아지는 만큼 제모에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때 제모는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제모하는 남성들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제모의 부위도 다양하다. 턱수염과 콧수염, 다리털부터 전신 제모를 하는 ‘브라질리언 왁싱’도 있다.

전문가들은 털이 제거된 몸을 사회가 요구하면서 제모를 많이하게 됐다고 말한다. 사회에선 털이 있는 것은 동물이나 짐승에 가까운 상태로 간주하기 때문에 동물과 구분하기 위해 털이 많지 않은 것을 미덕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왁싱의 종류에는 세 가지가 있다. 소프트왁싱은 약 70도서 90도 이상의 고온서 녹인 왁스를 얇게 도포하고 천이나 부직포 등을 붙인 다음, 털의 반대 방향으로 제거하는 방법이다.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 부위의 체모를 효과적으로 제거를 할 수 있고 신체의 모든 부위에 사용이 가능하다. 

소프트왁싱의 장점은 0.1m의 작은 솜털까지도 왁싱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단점은 반대 방향으로 제거하기 때문에 털이 끊기거나 피부가 약할 경우 홍반이나 피부 탈락에 의한 염증이 생길 수 있다. 

위생과 멋 
왁싱의 세계

슈가왁싱은 고대시대 상처부위나 화상부위가 생겼을 때 감염 예방과 치료를 위해 사용하던 방식으로 설탕을 녹여서 사용한다. 우연히 털도 같이 제거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금의 미용 시술로 발전됐다. 

슈가왁싱은 인체 온도와 동일한 36.5도로 왁스를 녹이기 때문에 화상의 위험이 극히 적다는 장점이 있다. 주성분이 흑설탕과 레몬즙, 물이기 때문에 인체에 무해하다. 또 털의 방향으로 제모를 하면서 모근의 윤활작용을 도와 털의 끊김 없이 제거가 가능하다. 

하드왁싱은 왁스를 시술 부위에 바른 후 굳어졌을 때 왁스를 떼는 방식이다. 피부에 자극이 거의 없어 동일 부위에 여러 번 왁스를 적용할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이 방법은 주로 얼굴과 겨드랑이 또는 비키니 라인과 같이 예민하면서도 약한 부위를 왁싱할 때 사용된다. 두꺼운 털을 제거하기가 쉽고 화상 위험도 적다. 

더운 여름은 왁싱숍을 찾는 손님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브라질리언 왁싱은 세미누드와 올누드가 있다. 세미누드는 회음부에 난 체모를 없애고 음모는 남겨둔다. 올누드는 음모까지 모두 제모해서 가격이 2만원 정도 비싸다. 가격은 평균 10만∼12만원으로 보통 4∼6주마다 한다.

왁싱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체모 양에 따라 다를 수 있다. 털이 너무 촘촘하게 나거나 잘 안 빠지는 사람은 조금 더 오래 걸린다. 예를 들어 브라질리언 왁싱은 30∼40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예민한 사람의 경우 40∼45분가량이 걸리기도 한다.
 

여름하면 태닝도 빼놓을 수 없다. 태닝이란 피부를 햇볕에 노출시켜 구릿빛으로 태우는 것을 말한다. 과거 한국에는 하얀 피부에 대한 집착이 컸다. 최근에는 까무잡잡한 피부의 모델과 연예인 등이 인기를 얻으면서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 

태닝의 원리는 자외선을 이용해 피부 속 멜라닌 색소를 자극하고, 피부톤을 어둡게 만드는 것이다. 피부가 자외선에 노출되면 멜라노사이트가 자극돼 색소가 침착되면서 피부색이 어둡게 변하기 때문이다. 

야외 태닝은 실제 자외선을 이용하는 것이라 피부를 좀 더 강하게 태울 수 있다. 다크 브라운빛의 피부톤을 원하는 이들에게 적합한 태닝 방법이지만, 일광화상 등의 피부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기계 태닝은 기계의 인공 자외선을 이용해 피부를 태닝하는 것으로, 야외 태닝보다 안정적인 환경서 고르게 태닝을 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태닝을 하는 사람들은 다리가 너무 하얘서 평소 짧은 치마나 반바지 입는 것을 꺼리는 사람, 근력 운동의 심미 효과를 높이고 싶은 사람, 좀 더 탄탄한 보디라인을 원하는 사람들이다. 


흰 피부를 골드 브라운빛의 고른 태닝 피부로 만들기 위해선 10회 정도의 기계 태닝이 필요하다. 태닝숍의 패키지 프로그램이 대부분 10회 구성인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태닝을 할 때는 처음 3∼4회는 이틀 간격으로 약한 출력의 태닝 기계를 5∼7분 미만으로 쏘며 피부 트러블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태닝 색을 끌어올리기 위한 기초 베이스 작업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다음 피부톤을 보면서 태닝 시간과 기계의 강도를 점차 높이며 주 1회씩 5∼6회 정도, 발부터 겨드랑이 안쪽까지 고르게 태우면 매끈한 골드 브라운빛 피부를 만들 수 있다. 

약한 출력의 레이저로 짧은 시간 동안 태닝을 한다면 예민한 피부도 기계 태닝을 할 수 있다. 단, 남들보다 피부가 민감하거나 햇빛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 아토피 피부염이 있는 사람, 기미 등의 색소 침착으로 고민하는 사람은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한 후 태닝을 진행해야 한다.

자외선을 반복적으로 피부에 쐬는 것이므로 어느 정도 피부 노화가 된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그래서 최근에는 태닝을 할 때 얼굴은 태닝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태닝으로 인한 피부 손상과 노화를 막으려면 무엇보다 태닝 전후의 보습과 진정 관리를 꼼꼼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질이 과도하게 많은 경우 태닝을 하면 피부가 얼룩덜룩해질 수 있다. 하지만 적당량의 각질은 피부를 보호하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만약 각질을 제거해야 하는 경우라면 태닝 3∼4일 전, 곡물가루를 함유한 저자극 스크럽제나 화학적 각질제거제를 이용해 가볍게 제거하는 것을 추천한다. 보습 로션을 듬뿍 발라 촉촉한 피부 상태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돈 주고 
구릿빗 피부


10회 태닝 기준 컬러 유지 기간은 한두 달 정도다. 태닝을 멈춘 시점부터 한두 달 후에는 본래의 자기 피부색으로 돌아간다. 만약 태닝을 하고는 싶은데 까만 피부가 너무 오래 지속될까 걱정이라면, 고민할 필요가 없다.

태닝을 한 번 한다고 피부가 금세 까매지지도 않을뿐더러, 그 컬러가 평생 지속될 가능성은 적다. 태닝 컬러를 좀 더 오래 유지하고 싶다면 태닝 후 피부 보습 관리를 철저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반영구 눈썹문신은 남자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시술이 됐다. 눈썹만 어느 정도 정리해도 인상이 한층 깔끔해진다. 반영구 눈썹문신은 영구적이지 않다. 짧게는 6개월서 1년 넘게 지속력을 갖는다. 눈썹문신이라고 하지만 ‘반영구 눈썹 화장’이 올바른 표현이다. 
 

▲ 눈썹 문신한 홍준표 전 자유한국당 대표

시술 전 문신 잉크나 색소, 약품에 알레르기 반응 여부를 확인 후 시술을 진행한다. 1차 시술을 마치면 2차 리터치 시술을 하고 마무리한다. 일반적인 문신의 경우 진피층에 적용하지만, 반영구는 표피와 진피 사이에 적용하기 때문에 1차 시술 후 2∼4주 후에 리터치 시술을 해야 원하는 모양으로 자리가 잡힌다.

2차 감염을 막기 위해서 항생제 복용은 필수다. 상처 부위가 빠르게 회복될 수 있도록 재생 크림을 꾸준히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자외선 차단제는 상처가 있는 동안에는 절대 사용해서는 안 된다. 1주일 뒤 어느 정도 피부가 아문 다음 사용해야 한다.

현행법상 문신은 마취크림 등 전문의약품 및 의료기기 사용해야 하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의료행위로 의료기관서 시술을 받는 것이 맞다. 부적격 장소서 시술할 경우 2차 감염, 색소 침착, 피부 괴사 등 다양한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저렴한 곳을 찾기보다는 합법적이고 전문적인 의료 장비와 경험을 갖춘 의료진이 시술하는 곳을 선택하는 곳이 우선이다.

전문가와 충분히 상담 후 태닝 
눈썹문신 6개월∼1년 넘게 유지

시술 전 전문의와 상의 후 부작용 검사를 철저히 하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혹시 발생할 수 있는 응급상황서도 의료 시술이 갖춰진 곳이라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의료인들이 미용 목적의 문신을 맡아서 하는 경우는 드물고, 이 때문에 암암리에 불법 문신 시술이 이뤄지는 것도 사실이다. 

1992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반영구 화장은 의료행위로 분류돼 병원서 의료인만 시술할 수 있다. 피부에 상처를 내고 염료를 주입하는 과정서 감염 등 여러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모씨는 눈썹문신이 붉게 변색하는 부작용으로 고생하고 있다. 유씨는 “병원서도 쉽게 지울 수 없다더라”며 좌절했다.

하지만 불법임을 모르고 받는 사람이 대다수고, 알면서도 병원 시술을 꺼리는 사람도 있다. 안전보다 예쁜 디자인 등 미용적 측면을 먼저 고려하기 때문이다. 고모씨는 “반영구 화장에도 유행이 있어 의료 지식보단 미적 감각이 뛰어난 시술자를 찾게 된다”며 “소문난 곳은 위생이나 안전도 신경 쓸 거라 생각한다”고 했다. 
 

▲ 본 사진은 특정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병원이 미덥지 않다는 의견도 있다. 취업준비생 윤모씨는 “일부러 유명 의원에 찾아갔지만 의사는 주의사항만 안내하고 시술은 다른 직원이 했다”며 “병원 안이나 밖이나 인력 풀은 동일한 것 아니냐”고 푸념했다.

지방자치단체서 매년 1~2차례 집중 단속을 벌이지만 불법 눈썹문신 시술을 근절하기엔 역부족이다. 서울시가 올 3분기까지 공중위생관리법 위반 등으로 행정처분을 내린 유사 의료행위는 점 빼기, 문신, 반영구 시술을 포함해 단 7건에 불과하다. 

서울민생사법경찰단 관계자는 “제보나 인터넷 검색에 기대 수사를 하고 있는데 보통 오피스텔 등지서 은밀하게 영업하다 보니 적발이 힘들다”고 털어놨다. 불법 시술을 일망타진할 수 없다면 차라리 양성화해달라는 게 업계의 요구. 송강섭 한국타투협회장은 “외국처럼 시술 주체를 자격화하고 이용기기, 색소 등을 규제해 안전하고 합법적으로 시술할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작용 속출
불법도 기승 

의료계는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주현 대한의사협회 대변인은 “서양인과 동양인은 피부 두께가 다르고, 부작용 양상서도 차이를 보인다”며 “외국서 합법이니 따라가자는 주장에는 동의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9dong@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시술 안 되고 교육은 된다?

현행 의료법은 의료인이 아니면 의료행위를 할 수 없다. 우리나라 대법원은 문신 시술이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는 판례를 유지하고 있다. 수사기관과 지방자치단체는 비의료인들의 문신 시술을 단속하고 있다.

성형외과나 피부과 등 병원서 시술하는 문신사도 있다. 병원이 고용한 이들이다. 하지만 병원서 문신 시술을 하더라도, 의사가 아닌 문신사가 시술하는 것은 불법이다. 

지난해 중순부터 강남구 논현동의 한 성형외과서 일하고 있는 문신사는 “의대까지 나와서 주사 놓고 수술하는 사람들이 뭐하러 손기술 익혀서 문신 시술을 하겠느냐”며 “강남에 있는 성형외과서 하는 반영구 문신 시술은 거의 100% 문신사가 하는 거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의사가 아닌 사람이 문신 시술을 하는 건 불법이지만 문신 시술을 가르치거나 배우는 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래서 미용학원에서는 네일, 헤어, 메이크업 관련 수업과 함께 문신 시술 수업을 진행하는 곳도 많다.

고용노동부가 2015년 발표한 ‘신직업 추진 현황 및 육성계획’을 보면 17개 신직업 중에는 ‘타투이스트’(문신사)가 포함되기도 했다.  

대구의 한 미용학원에서는 한 달에 20명이 넘는 수강생들이 ‘반영구 문신술’ 수업을 듣는다.

이 학원 운영자는 “문신 시술을 가르치고 배우는 건 의사가 아니어도 합법이고 시술은 불법이라 수강생들한테 편법을 알려줄 수밖에 없다”며 “메이크업 자격증을 따서 가게를 차려 미용업으로 신고한 뒤 ‘숍인숍’(Shop In Shop·매장 안에 매장을 여는 것) 형태로 반영구 문신 시술 영업을 하라고 얘기한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이 되니 ‘문신사법’을 만들어 비의료인의 문신 시술을 합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달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문신사법 제정을 촉구하는 집회가 열렸다. 대한문신사중앙회 회원 등 500여명이 집회에 참여했다. <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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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박 터질’ 2025 국감 관전 포인트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추석 연휴 직후 진행될 국정감사에선 여야가 수많은 현안을 놓고 공방을 진행할 예정이다. 현안을 밀어붙이려는 더불어민주당과 자기 앞가림도 어려운 국민의힘이 이번에도 맹탕 국감을 진행하는 데 머무를지 많은 국민이 지켜볼 예정이다. 2025년 국정감사는 13일부터 오는 31일까지 진행된다. 첫날인 13일엔 국방위·정무위·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이하 과방위)·국토교통위·법제사법위(이하 법사위)·행정안전위(이하 행안위)·기획재정위(이하 기재위)의 국정감사가 시작된다. 누가 또… 회피성 출장 정치적인 주목을 가장 많이 받는 곳은 국회 운영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운영위는 대통령비서실 등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다. 지난달 24일 전체회의서 증인·참고인 명단을 확정할 때, 당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김현지 제1부속실장 출석 여부는 큰 논란이 됐다. 이번 증인·참고인 명단에 김 실장은 명단에 포함되지 않자 운영위 국민의힘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김 비서관은 절대 불러선 안 되는 존엄한 존재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라고 평가받는 김 비서관을 국회에 보내지 않으면, 뭔가 숨기는 게 있기 때문이란 비난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에 따르면, 지난 1992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통령실 총무비서관이었던 11명은 한 해도 빠짐없이 국감에 출석했다. 그러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간사인 문진석 의원은 “정부 출범 후 6개월 동안은 정부에 협조적 태도를 보이는 게 관례”라고 주장했다. 같은 당 박상혁 의원도 “대통령비서실 최종 책임자는 강훈식 실장”이라며 “비서실장이 증인으로 채택된 것으로 충분하다”고 주장했다. 대통령비서실은 여야의 논쟁이 이어지던 지난달 29일 돌연 김 실장을 제1부속실장으로 발령냈다. 김남준 당시 제1부속실장은 대통령실 대변인으로 자리를 옮겼다. 제1부속실장은 국정감사에 출석할 의무가 없다. 김 실장에 대해선 구체적으로 알려진 것이 없다. 이 대통령과의 인연을 맺은 시기는 지난 1998년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정의당 박원석 전 의원이 이 대통령에게 소개한 것을 계기로 당시 이 대통령이 설립했던 성남시민모임에 합류했다. 장성철 공감과정책 소장은 지난 8월 “김 실장이 실세라는 소문은 자자했지만 누구도 만나지 않고, 로비도 안 통한다고 알려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실장의 남편은 세무사인데, 사람이 너무 몰려 견디지 못한 남편은 얼마 못 가 개업한 세무사 사무소를 폐업했다”고 설명했다. 신상 정보가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채 ‘대통령의 집사’로 통하는 총무비서관으로 임명됐던 인물 사례로는 박근혜정부 당시 이재만 전 총무비서관이 있다. 이 전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문고리 3인방’ 중 1명으로 거론됐다. 이런 전례가 있어서 야당도 김 실장에 대한 공세를 준비하려고 했다. 김현지 증인 거론되자 급하게 보직 변경 사이버 레커 피해자 쯔양도 참고인 출석 대통령실은 보직 이동으로 이를 피했고, 이는 상당히 오랫동안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 정치적 구설수로 연결됐다. 김 실장이 대장동 소재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야권의 공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김 실장이 국회에 직접 출석해 야당의 공세를 받는 일은 피했지만, 여야 간 공방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선 오는 14일 국민의힘 김장겸 의원의 신청으로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할 예정이다. 쯔양 측도 “국회 출석에 부담이 있었지만, 고민 끝에 사이버 레커 관련 추가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결정했다”면서 출석 의사를 밝혔다. 쯔양은 구제역·카라큘라·주작감별사·크로커다일 등 온라인견인차 공제회에 소속된 유튜버들로부터 “과거사를 폭로하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익금 수십억원을 갈취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중 구제역은 항소심에서까지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한 경제지의 법조 전문 기자로 근무하면서 이들이 쯔양을 협박하도록 배후에서 활동한 것으로 알려진 최우석 변호사는 제1심에서 법정 구속됐다가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감형됐다. 그외 유튜버들은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이들이 쯔양을 공갈한 사실이 알려진 후 “기성 언론사와 비교해 사이버 레커에 대한 법적 규제가 너무 약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잇따랐다. 이어 ▲수익 창출 정지 ▲처벌법 신설 ▲전담 규제 기관 신설 등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방위 국감에선 쯔양의 피해 증언을 토대로 그동안 제시됐던 관련 대책이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가장 많은 논점이 제기돼 여야 간 격론이 가장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교육위원회(이하 교육위)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윤석열정부를 겨냥해 리박스쿨 관련 공세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학교’의 약자로 알려졌다. 리박스쿨은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해 우호적인 관점을 유지하면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부정선거론에도 긍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일각에선 “극우 성향 아니냐”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리박스쿨에 대해선 지난 대선서 일명 ‘자손군(자유 손가락 군대)’로 알려진 댓글 조작팀을 운영했단 의혹이 제기됐다. 자손군은 국민의힘 김문수 당시 대선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달면서, 이 대통령과 개혁신당 이준석 대선후보를 비방하는 댓글을 함께 달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뜨거울 교육위 리박스쿨은 불과 하루 동안 진행되는 교육을 이수한 이들에게 늘봄학교 강사 자격증을 발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자격증 발급과 초등학교 방과후 강사 알선을 미끼로 댓글 작성을 제안했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수강생과 교육 이수자를 상대로 김 후보에게 우호적인 댓글을 작성하도록 지시했다”는 의혹도 있다. 일각에선 “윤석열정부가 리박스쿨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리박스쿨은 서울교대와의 협약을 토대로 서울 소재 10개 학교서 늘봄학교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전직 우체국장이었던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가 교육부의 교육정책 자문위원 직함을 가졌던 것도 그동안 제기됐던 특혜 의혹의 일부분이다. 민주당에선 신문규 전 대통령실 교육비서관을 증인으로 부를 예정이다. 윤 전 대통령의 부인 김건희씨의 박사 과정 논문 관련 논란도 재점화될 예정이다. 김씨는 국민대 대학원에서 지난 2007년부터 2년 동안 3편의 논문을 작성했다. 이 중엔 ‘회원 유지’를 영문 ‘Member Yuji’로 표기한 논문도 있어 윤 전 대통령의 대선후보 시절부터 큰 논란이 돼왔다. 아울러 역술인의 홈페이지와 사주팔자 관련 블로그에 게재된 내용을 출처 표기 없이 무단 전재한 논문도 있었다. 논란이 불거진 후 국민대는 소극적으로 대응했다. 국민대는 지난 2021년 “만 5년이 지나 접수된 제보는 처리하지 않는다는 규정에 따라 검증 시효가 지나 본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혀 적잖은 비판을 받았다. 여론의 비판을 이기지 못해 재조사에 착수했지만, 윤 전 대통령 당선 이후 “연구 부정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학회의 검증 기준을 알 수 없어 검증할 수 없다”는 취지로 의혹을 무마하려고 했다. 김씨의 논문은 지난 2022년 교육위 국감에서도 큰 화제였다. 김지용 국민대 이사장과 임홍재 총장은 해외 일정을 이유로 국감에 출석하지 않았다. 국민대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몰락하고,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지난 7월이 돼서야 김 여사의 박사학위를 최종 취소했다. 이에 대해선 “정치 상황 변화에 따른 대응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국감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김 이사장은 이번 국감서도 증인으로 채택됐다. 물론 범여권도 논란의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은 조국혁신당 조국 비상대책위원장이 문재인정부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시절, 그의 일가에 대한 수사를 진행하려다가 정치적으로 주목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은 지난해 12월 대법원으로부터 징역 2년 형을 확정받았다가, 지난 8월 광복절 특사로 석방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딸 조민씨에게도 논문 관련 논란이 있다. 조씨는 한영외고 1학년이었던 지난 2009년 대한병리학회지에 게재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됐고, 이를 고려대학교 수시전형 자기소개서에 기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종원 대표 증인으로? 조씨는 단국대 의대 의과학연구소에서 2주 동안 인턴으로 활동한 후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논문은 연구부정행위가 인정돼 게재가 철회됐다. 조 비대위원장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대법원으로부터 최종 유죄 판결을 받았다. 조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비판은 그가 석방된 이후 곧바로 정치 행보에 들어가고 비대위원장까지 맡으며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김동원 고려대 총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지난 6월 학생 3명이 사망한 부산 브니엘예고 사태도 국감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사망한 학생들은 전임 강사와 심각한 마찰을 빚다가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학부모들은 전임 강사의 수업 중 태도를 문제 삼아 고소를 준비하고 있었다. 학교 측에 “부실하게 운영돼 각종 민원이 이어졌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아울러 “교장이 특정 학원과 연결돼 해당 학원에 다녀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선·후배 간 군기도 과도해 폭력적”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현임숙 브니엘고 교장은 증인으로서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금융위원회를 소관 기관으로 두고 있는 국회 정무위에선 롯데카드 개인정보 유출 사태와 연이은 홈플러스 지점 폐쇄가 쟁점으로 두드러진다. 롯데카드에선 지난 8월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약 222만명의 결제 정보가 유출됐고, 47만명의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롯데카드는 지난달 1일 해킹 및 개인정보 유출 사실을 신고했다. 홈플러스는 회생 절차에 돌입한 이후 임대료가 조정되지 않는 점포를 중심으로 총 15개의 점포를 폐쇄했다. MBK 파트너스는 지난 2015년 홈플러스를 인수하면서 금융권에서 7조2000억원을 차입했다. 담보는 홈플러스 주식이었다. 이 때문에 홈플러스는 5조원대 부채를 떠안았고, 8년 동안 부담한 이자만 약 3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홈플러스는 지난 3월 기업회생을 신청했다. 이후 지점 폐쇄에 대해선 “알짜 부동산을 매각해 차입금을 상환하려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롯데카드와 홈플러스의 최대주주는 MBK 파트너스다. 정무위는 김병주 MBK 파트너스 회장을 증인으로 부른다. 현안 많은 교육위, 여야 불꽃 공방 예상 롯데카드·홈플 논란에 김병주도 국회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에선 하이볼 원산지 표기 논란을 놓고,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국감에 출석할 예정이다. 앞서 백 대표는 매출·수익률 허위 과장 논란이 불거진 연돈볼카츠 사태와 관련해 국감 증인 출석 여부가 거론됐던 적이 있다. 백 대표는 지난 2월 돼지고기 함량 및 가격 논란에 휘말린 빽햄 사태가 불거진 이후 지속해서 그가 운영하는 프랜차이즈와 관련해 광범위한 위법 논란의 중심에 서 있다. 법사위에선 최근 정치권 최대의 이슈로 거론되는 ▲대법관 증원 ▲검찰 해체 ▲조희대 대법원장 논란 등이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시도하는 대법관 증원과 검찰 해체 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 설치에 대한 비판 공세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망 이후 최대 숙원이었던 검찰 해체를 달성했기 때문에 쉽게 물러서지 않으리라고 예상된다. 민주당은 이미 지난달 30일 조 대법원장의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를 진행했다. 조 대법원장은 출석을 거부했고, 민주당은 고발 조치와 국정감사 증인 소환을 압박 카드로 제시했다. 대법관 증원은 대법원에서 매우 꺼리는 이슈였기 때문에, 이번 법사위 국감은 민주당과 국민의힘·사법부의 대결로 채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도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선 ▲대왕고래 프로젝트 실패 ▲기후에너지환경부 신설 등에 대한 정치적 공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대왕고래 프로젝트에 대해선 “윤석열정부가 정부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반전하기 위해 성급하게 발표했다”는 논란이 이어졌다. 이정부의 정부 조직 개편으로 신설되는 기후에너지환경부의 경우 “환경부가 재생에너지·원자력 발전을 맡고, 기존 화석연료 정책은 산업부에 남는 등 이원화한다”는 데 따른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보건복지위원회에선 건강보험공단에 대한 국정감사 중 건강보험 재정 등 이슈가 여야 간 공방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의사·간호사 증원 문제도 다시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방위에선 ▲해병 대원 특검법 ▲비상계엄 사태 ▲합참 이전 비용 등 이슈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된다. 환경노동위원회에선 영풍 석포제련소의 환경오염시설법 위반 논란과 관련해 장형진 영풍 고문이 증인으로 채택됐다. 우려되는 맹탕 국감 이번 국감은 이정부 출범 후 처음 진행되는 국감이다. 민주당 등 범여권이 다수의 의석을 앞세워 각종 현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장외 투쟁 ▲중도 공략 ▲특검법 방어 등 당내 현안을 제대로 정리하지 못해 혼란을 거듭하고 있다. 많은 현안 앞에서 이전처럼 존재감 부각 목적의 쇼 위주로 진행되는 맹탕 국감으로 끝나진 않을지, 국민의 시선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