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중폭 개각’ 서두르는 이유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9.07.15 10:21:46
  • 호수 122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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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만나기 전에…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개각 시계가 빨라졌다. 당초 8월 초로 예상됐던 개각이 7월 중순까지 앞당겨졌다. 총선을 앞두고 이루어지는 개각인 만큼 정치권의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빠른 개각이 예상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 기자회견서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는 문재인 대통령 ⓒ청와대

8월 초 개각이 유력했다. 대상은 내년에 열리는 21대 총선 출마가 유력한 인사들이다. 개중에는 현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자리를 지킨 ‘원년멤버’들도 있다. 청와대 안팎에서는 개각이 유력한 인사들의 이름까지 거론됐다.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진선미 여성가족부장관,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유영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과 원년 멤버인 박상기 법무부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장관 등이 그들이다.

최소 9곳

이외에도 최종구 금융위원장과 피우진 국가보훈처장, 공석인 공정거래위원장의 인선이 예상된다. 이들을 포함하면 이달 중 9명 안팎의 장관급 인선이 예상되고 있는 것. 청와대는 개각을 위해 9개 안팎의 부처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개각이 준비되고 있는 점을 인정했다.

국회 대정부질문서 그는 ‘개각을 언제 하느냐’는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의 질의에 “날짜를 정해놓고 준비하는 것은 아니지만, 준비가 진행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또 “선거에 출마할 분들은 선거 준비를 하도록 보내드리는 것이 옳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점 또한 개각의 대상이 정치인 출신의 장관임을 예상케 한다. 


개각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7월 말 개각이 힘을 받고 있다. 총선을 고려한 시간표다. 8월 내 인사청문회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7월 말까지는 개각이 발표돼야 한다. 오는 9월에는 정기국회가 예정돼있다. 일각에서는 7월 중순 개각에 무게를 싣기도 한다. 대통령의 여름휴가 기간이 통상 7월 마지막 주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이 개각을 발표한 후 여름휴가를 떠나는 그림이다.

총선 시간표 외에도 개각의 시계를 빨라지게 한 원인으로 지목되는 요소들이 있다. 바로 외교·안보 라인의 쇄신이다.

야당은 문정부 외교·안보 라인의 교체를 요구하고 있다. 북한 목선 ‘해상 노크 귀순’ 사건이 시발점이었다. 정경두 국방부장관은 북한 목선이 아무런 제지 없이 동해 삼척항까지 진입한 사건에 대해 사죄한 바 있다. 이 총리 역시 대정부질문서 “결과만 놓고 보면 이 경계는 실패한 것”이라고 정부 책임을 공개적으로 인정했다.

청와대 역시 실책을 인정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일 이 사건과 관련해 김유근 청와대 국가안보실 1차장에게 책임이 있다고 판단, 그에게 엄중경고 조치를 내렸다. 대통령이 국방부와 함께 청와대 안보실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빨라진 시계, 장관 여의도행 임박
‘8월 초→7월 중순’ 당겨진 까닭은?

정 장관의 정부 내 입지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정 장관 역시 최근 주변에 “장관직을 할 만큼 한 것 같다”는 취지의 말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정 장관은 국회 대정부질문에 참석했을 때 야당 의원들이 사퇴를 요구하자 “자리에 연연하지 않는다”며 “인사권자인 대통령이 판단하고 조치하실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 개각이 외교·안보 라인으로 확대될 가능성을 암시하는 발언이 나왔다. 자유한국당 윤상현 의원이 “외교·안보 라인의 전면 쇄신을 대통령에게 건의할 생각이 있느냐”고 질문하자 이 총리는 “의원님들의 의견을 청와대와 상의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답변하는 이낙연 국무총리

민주평화당 박지원 의원이 “북한 목선 사태에 대해 안보 라인이 책임져야 하는 것 아니냐”고 물은 데 대해서도 이 총리는 “의원님들의 의견을 (청와대에)전하겠다”고 했다. 이 총리가 외교·국방 장관의 교체를 문 대통령에게 직접 건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질의를 한 박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이 총리가 굉장히 신중하게 말씀하시는 분인데, 대답하는 뉘앙스가 상당히 (외교·안보 라인을) 교체해야 된다는 방향으로 들렸다”고 주장했다.

북미 대화도 외교·안보 라인 쇄신과 관련이 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판문점 회동서 교착상태인 북미 대화를 재개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대정부질문서 이 총리는 “지금 국면서 북한의 비핵화에 접근하는 데 가장 시급한 문제는 북미대화 재개였다”며 “그런데 판문점서 북미 정상이 만나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고, 문 대통령은 하노이 이후 교착상태에 빠졌던 대화를 재개하게 하고 한 발짝 뒤로 (물러선)아름다운 역할이었다”고 강조했다.

북미 대화의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지난 9일 유럽으로 출발해 지난 12일(현지시각)까지 독일에 머물렀다.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 특별대표와 만나 북한 비핵화 전략을 논의하고 북미대화 진전에 따른 유럽의 대북 강경 노선을 조율하기 위함이었다.

대상은?

정치권에선 개각의 시계가 빨라졌다는 것은 북미 대화가 곧 성사될 것을 암시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문정부가 외교·안보 라인 교체를 북미대화가 일단락되는 시점으로 잡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판문점 남북미 회동의 모멘텀을 이어가는 것이 문정부의 최우선 과제인 만큼 성과가 나오기 이전에 외교·안보 라인을 전면 교체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일각에선 한일 무역전쟁의 발발으로 외교·안보 라인 교체가 8월 중순으로 밀릴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청와대에 ‘농민들’ 모인 이유

전국농민회총연맹 친환경농업인단체연합회 등 9개 농민단체가 지난 10일 청와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개호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림부)장관이 개각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농정개혁을 주도할 인사가 새로운 장관으로 와야 한다는 입장을 내기 위함이었다.

청와대 분수대 앞에 모인 이들 단체는 현 정부의 농정 정책에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박근혜정부 때보다 농산물 값이 폭락하고 농업예산 비중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정부 들어 농민단체의 불만은 높아지고 있다. 문 대통령이 공약한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는 지난 4월에서야 출범했다.

김영록 전 농림부장관은 지방선거에 출마하기 위해 9개월 만에 해당 장관직을 사퇴했다. 이후 문 대통령은 농림부 장관직을 5개월간 공석으로 놔뒀다.


이개호 장관 역시 내년 총선을 이유로 사퇴 의사를 밝혔다.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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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