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욕하고 욕먹는 한선교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5.14 16:36:38
  • 호수 1218호
  • 댓글 0개

쌍욕에 손찌검…조폭 같은 의원님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자유한국당 한선교 사무총장(제20대 국회의원)이 또다시 막말로 구설에 올랐다. 이번에는 당직자들에게 인격 말살에 가까운 욕설을 퍼부었다. 한 의원은 사과했지만 논란은 여전하다. 그동안 여러 부적절한 언행으로 국민의 공분을 샀기 때문이다. 당직자들조차 한 의원의 언행에 대해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고 말하고 있다.  

▲ 최근 구설수에 휘말린 한선교 자유한국당 사무총장

사건은 지난 7일,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사무처 노동조합이 한국당 사무총장인 한선교 의원에게 공개 사과와 거취 표명을 요구하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알려졌다. 사무처 노조는 “오늘(7일) 오전 10시 국회 본관 사무총장실 회의서 한선교 총장이 당직자들에게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차마 입에 담기도 힘든 욕설을 하고, 참석자들을 쫓아냈다”고 주장했다. 이에 노조는 ▲한 사무총장의 진정성 있는 사과 ▲한 사무총장 당 윤리위 회부 ▲한 사무총장 스스로의 거취 표명을 요구했다.  

경찰관도 
내부자도 

그러면서 “이런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정상적인 당무 수행이 어려워질 것을 경고하며, 앞으로도 사무처 노조는 이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당시 사무총장실 회의에는 추경호 전략부총장, 원영섭 조직부총장, 사무처 당직자 7명이 참석했다. 

한 의원은 이날 회의서 당 대표 소속 당직자 A 팀장에게 “야 이 시X새X야” “X 같은 XX야” “꺼져” 등의 욕설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욕설을 들은 사무처 당직자는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이 당직자는 외부와 연락을 끊은 상태다.  

한 의원이 당직자인 A 팀장에게 인격 말살에 가까운 욕설을 쏟아낸 이유는 무엇일까. 한 의원은 이날 회의서 황교안 대표의 ‘민생투쟁 대장정’ 세부 일정이 자신에게 보고되지 않은 채 추진된 점을 문제 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생투쟁 대장정 일정으로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은 황 대표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자, 이 때문에 화가 난 한 사무총장은 욕설을 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로 이날 황 대표는 대장정 첫 일정으로 부산 자갈치시장을 찾았으나 당일 자갈치시장은 휴무일이었다.  

한편에서는 대표실 등 일부 당직자들과 한 사무총장 간의 갈등이 쌓여 이번 일이 터진 것이라 보고 있다.

한국당 당직자들에 따르면, 당 운영의 주요 전략이 세워지면 대표실·기획조정국·총무국 등이 실무적으로 협조해 황 대표의 일정 등을 짠다. 그런데 당 대표실서 급하게 20일간의 장외집회를 추진하다 보니 사무총장의 의견을 반영할 수 없었고, 황 대표의 허락을 먼저 받은 뒤 한 사무총장에게 사후보고를 하려다 사달이 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이 과정서 한 사무총장이 황 대표의 일정을 제때 공유받지 못하는 일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내 살림의 책임자인 한 사무총장이 이 같은 이유로 일부 당직자에게 불만을 갖고 있었고, 이날 표면화됐다는 것이다. 일부 당직자 입장서도 자신들을 향한 한 사무총장의 평소 태도를 모르지 않기에 이번 일을 즉각 공론화시키는 등 불쾌감을 강하게 드러낸 것으로 파악된다. 

또다시 막말로 구설
당직자에 폭언·욕설 

일각에선 당 사무처의 고위당직자가 한 사무총장의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비례대표를 맡아놓은 고위당직자가 후배를 시켜 성명서를 쓰게 했다는 등 ‘음모론’도 고개를 들고 있다. 

한 사무총장은 논란이 불거지자 부적절한 언행에 대해 사과했다.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회의를 주도해야 하는 사무총장으로서 부적절한 언행이었음을 인정한다”며 사과했다. 이어 “회의에 참석한 분들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하며, 이후 회의 진행에 좀 더 진지하게 임하겠다”면서 “사무처 당직자들에게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했다.


당 안팎에서는 한 사무총장에 대한 질타가 쏟아졌다. 한 사무총장은 외부 일정을 모두 중단한 상태다. 한국당은 매일 오후에 공지하는 당직자 일정서도 한 사무총장을 모든 일정서 제외했다. 황 대표는 한 사무총장의 욕설 논란에 대해 “피해자와 연락이 닿지 않는다. 정확한 내용을 파악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한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논평을 냈다. 민주당 이경 상근부대변인은 “가족과 같은 당직자들에게도 거부당한 한선교 사무총장은 사퇴하는 게 옳다. 한국당의 무리수가 결국 당을 위해 헌신한 당직자들의 ‘인격 말살’ 결과를 낳은 셈”이라며 “가족과 다름없는 당직자들을 쓰고 버리는 도구쯤으로 여긴 듯하다”고 말했다.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도 한 사무총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바미당 노영관 상근부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당의 살림을 화합으로 이끌어가며 당직자들을 포용하고, 당을 통솔해야 할 사무총장이 막말과 욕설로 당내 분란을 일으키며 무능 부패를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말은 곧 그 사람의 인격이다. 인격을 갖추지 못한 자가 당을 통솔하려니 내분은 계속되고, 분열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 자존심을 훼손한 한 사무총장은 자중하고 속죄함으로 스스로 물러나길 촉구한다”고 덧붙였다. 

한 사무총장의 욕설 파문에 당직자들과 한국당 보좌진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반응 일색이다. 한 사무총장이 과거에도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고 부적절한 언행으로 수차례 구설에 올랐던 점을 지적한다. 

멱살잡이 
인격 말살

한 사무총장은 2016년 10월13일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민주당 유은혜 의원(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게 한 발언으로 ‘성희롱 논란’을 빚은 바 있다. 그는 이날 오전 유 의원을 향해 “왜 웃어요? 내가 그렇게 좋아?”라고 말했다. 이에 유 의원은 사과하라며 거세게 항의했다. 한 사무총장은 “선배로서 좋아하냐고 물은 것”이라며 “동료 의원이 저를 보고 비웃 듯 웃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있겠냐”고 맞받았다. 

이 발언이 성희롱이라는 질타가 이어지자, 한 사무총장은 “저로 인해 교문위 회의서 또 다른 문제를 만드는 것을 원치 않는다”며 “개인적으로 유 의원이 학교 후배라 긴장감을 놓친 것 같다”고 변명했다. 그는 “아까 발언은 남녀 문제가 아니라 고개를 돌리며 (무심코)했던 얘기”라며 “제 말은 그런(성희롱) 쪽이 아니었다. 유 의원이 받아들이기에 불쾌하면 정중히 사과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최근 한 사무총장이 한국당 배현진 송파을 당협위원장을 ‘예쁜 아나운서’라고 지칭한 것을 두고도 성희롱 발언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달 27일 서울 광화문광장서 열린 ‘문재인정부 규탄 집회’서 배 위원장이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내자, 한 사무총장은 “우리 배현진이 이러지 않았다. 늘 예쁜 아나운서였다”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측에서 문제를 제기하자 배 위원장은 “오지랖은 사절한다. 기분 안 나쁘다”는 반응을 보였다.

한 사무총장은 이날 ‘마귀들과 싸울지라’로 알려진 찬송가를 개사한 문재인 대통령 비판 노래를 불러 또 한 번 구설에 올랐다. 

또 한 사무총장은 잦은 멱살잡이와 폭력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는데 2016년 9월 국회의장 경호 경찰관의 멱살을 잡아 논란이 됐다. 당시 정세균 국회의장의 정기국회 개회사에 반발하며 국회의장실을 점거하는가 하면, 이 과정서 출입을 막아서는 경찰관의 멱살을 잡았다. 이에 경찰관 353명은 한 사무총장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고발하는 등 강력 대응했다. 


정치권 사퇴 
요구 쏟아져

한 사무총장은 당시 피해 경찰관을 찾아 고개 숙여 사과했으나, 경찰에 출석해 조사를 받아야 했다. 당시 그는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경호원의 멱살을 잡은 것은 어떤 이유서든 매우 잘못된 행동이었음을 말씀드린다”고 사과했다. 

지난 2009년 3월에는 미디어법 처리 과정서 민주당 이종걸 의원의 멱살을 잡아 논란이 일었다. 2007년에는 박근혜 캠프 대변인을 맡으며 기자들의 멱살을 잡은 일화도 있다. 또 당시 경쟁자였던 이명박 후보와 함께 해외출장을 다녀온 기자를 향해 모욕적인 발언을 해 출입기자들이 캠프에 항의하기도 했다.  

한 사무총장은 대한민국의 아나운서 출신 정치인으로 대표적인 원조 친박(친 박근혜)계로 꼽힌다. 1984년 MBC에 입사해 아나운서로 근무하며 1992년에는 MBC 50일 파업에 동참하기도 했다. 1995년 5월 MBC를 퇴사하고 프리랜서로 전향한 후 2004년 1월까지 SBS <한선교 정은아의 좋은아침>의 진행을 맡았다. 
 

2004년 제17대 국회의원 선거서 한나라당 후보로 경기도 용인시 을 선거구에 출마해 당선됐고, 이후 한나라당 대변인을 역임했다. 2007년 제17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치러진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선출 전당대회서 친박계인 그는 후보였던 박근혜 전 대통령을 지지했다.

한 사무총장은 2008년 제18대 국회의원 선거서 이명박 대통령과 친이(친 이명박)계 수뇌부에 의한 친박계 국회의원들의 한나라당 공천 숙청에 반발하며 한나라당을 탈당한 이력도 있다.


같은 해 친박 무소속을 표방하면서 경기도 용인시 수지구 선거구에 무소속으로 출마해 한나라당 윤건영 후보를 누르고 당선된 후 한나라당에 복당했다.

2011년 6월에는 한 사무총장이 민주당을 도청했다는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KBS 국회출입 기자가 2011년 6월 비공개로 이루어진 민주당의 ‘수신료 대책’ 관련 최고위 회의를 도청했고, 이 녹취록을 한 사무총장에게 건네줬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당시 한 사무총장은  ‘KBS 수신료 인상 관련 민주당 비공개 회의록’을 폭로했다. 

“당 윤리위 회부하고 거취 표명해야”
과거 성추행 발언·폭력 행보 재조명

당시 민주당은 해당 사건을 고발했지만, 사건은 결국 유야무야 끝났다.

당시 경찰은 수사 착수 열흘 뒤에야 KBS 기자의 자택을 압수수색했으며, 국회 회기 중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 사무총장을 소환조사를 하지 않았다.

결국 경찰은 KBS 기자의 노트북과 휴대전화를 분실, 노트북·녹음기 등 직접적인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고, 한 사무총장과 KBS 기자는 증거 불충분에 따른 무혐의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됐고, 수사는 의혹만 남긴 채 종료됐다. 

그 후 한 사무총장은 2012년 제19대 국회의원 선거서 새누리당 후보로 경기도 용인시 병 선거구에 출마해 3선에 성공했다. 같은 해부터 2014년까지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2013년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서 개칭) 위원장을 맡았다. 

2016년 4월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자신의 지역구인 용인시 병 후보로 공천됐고, 선거 결과 5만4836표(42.2%)를 얻어 용인시의회 의장이었던 민주당 이우현 후보를 꺾고 4선 고지를 밟았다. 

황 대표는 지난 2월28일 신임 대표로 당선된 이후 ‘통합’을 내세우며, 한 사무총장을 사무총장직에 임명했다. 전당대회 과정서 불거진 극우 논쟁과 탄핵 정당성 논란을 당 대표가 나서 적극 수습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됐다. 황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서 친박계, 중립 성향 의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이 때문에 황 대표 당선 이후, 친박계와 중립 성향 의원들이 주류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다. 

사과했지만…
파문은 계속 

원조 친박인 한 의원이 당의 핵심 요직인 사무총장에 전격 내정된 것도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사무총장은 당직자 인사와 재정권을 갖는 것은 물론 내년 총선 공천 과정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한다. 한 사무총장은 당직을 맡은 이후 즐기던 술까지 끊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또다시 막말 논란으로 구설에 올라 스스로의 발목을 잡게 됐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마계 캄보디아’ 정부 뒷북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 대학생 피살 사건에 대한 정부의 뒷북 대응에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인들을 대상으로 한 범죄가 급증했음에도 침묵한 것이다. <일요시사>가 최초 보도했던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탈옥 사건에 이어 주무부처의 소극 행정이 지속되고 있는 셈이다. 정부는 급히 대책을 마련 중이지만 ‘코리안데스크’가 능사는 아니라는 분석이 나온다. 캄보디아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은 수백명이다. 스캠(사기) 산업에 연루된 수만 1000여명으로 추산된다. 일부는 불법행위라는 걸 알면서도 발을 들였다. 문제는 구금 시설에서 빠져나오려다가 인신매매를 당하거나 살해당하는 일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정부는 여러 사건을 인지했음에도 그저 피해자들에게 “기다리라”고만 했다. 감금 한국인 그들은 왜?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 15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인 대상 범죄 피해가 확산하는 캄보디아 문제에 대해 언급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월부터 8월까지 현지 공관에 접수된 감금 관련 신고는 약 330건, 외교부 공관 신고를 포함하면 약 550건인 것으로 파악했다. 대다수 사안이 처리된 가운데 현재 처리 중인 신고 건은 70여건이라고 위 실장은 설명했다. 위 실장은 “정부 차원에서 여러 대처를 하고 있지만, 캄보디아 내에서 범죄 대응은 본질적으로 캄보디아 주권 사안이기 때문에 우리가 대응하는 데 일정한 한계가 있다”며 “우리 국민 중 불법행위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발적으로 발을 들인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다. 최근 현지에서 고문당해 숨진 대학생의 시신 운구가 지연된 상황과 관련해서는 “유가족과 소통하는 과정에서 공동 부검을 요구한 것과 관련이 있다”며 “캄보디아 측에서는 공동 부검이 흔치 않기 때문에 소화하려면 내부 절차가 있고, 내부 절차가 진행되는 데 시간이 소요됐다”고 부연했다. 위 실장은 현지 당국에 구금된 한국인 60명 송환 계획과 관련해서는 “빠른 시일 내 그분들을 서둘러서 데려오려는 입장”이라며 “항공편도 다 준비됐다”고 말했다. 돈이 급한 한국인들은 ‘큰돈을 벌 수 있다’는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글을 보고 동남아로 향한다. 태국이나 라오스 및 캄보디아 국경지대서 피싱 조직에 납치당하면 빠져나오기 쉽지 않다. 현지 당국에 신고한다고 해도 오히려 살해 협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캄보디아는 필리핀처럼 현지 수사기관 및 공무원들과 범죄조직 사이의 비리가 만연하다. 범죄조직 아지트를 당국이 확인해도 눈감아주는 경우가 다반사다. 현지 코리안데스크 있으나마나 똑같다? 유족·피해자에 “기다려라” 황당 대응 한 경찰 관계자는 “수감 중인 한국인이 다른 조직에 팔려가 인신매매가 벌어지거나 탈출을 시도하면 살해당하는 경우도 있다”고 전했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은 대부분 중국계 갱단인 ‘흑사회’로 구성돼있다. 이들은 캄보디아 고위 공무원들에게 우리나라 돈 수억원을 상납한다. 매수된 공무원은 구속된 조직원을 빼주는 것은 물론, 경찰 급습 시점을 사전에 알려주기도 한다. 캄보디아 피싱 조직이 드러나기 시작한 건 필리핀과 태국에 주둔했던 흑사회 간부들이 캄보디아에 자리 잡기 시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피싱 조직에 몸담았던 한 관계자는 “필리핀과 태국은 자본주의 국가다. 아무리 부패와 비리가 심해도 공산주의와 독재 국가 체제인 캄보디아보다 심하지 않다”며 “중국 갱단은 원래 필리핀에 자리 잡았다. 마약, 도박 범죄 등으로 여러 번 언급되자 4~5년 전부터 캄보디아에 모여들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캄보디아는 필리핀보다 공무원을 매수하는 비용이 싸다. 경찰관 한 명을 매수해 자신의 인터폴 수배 여부를 확인하는 등 수사 정보를 알기 위한 비용이 한국 돈으로 100만원이면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는 한국인 대상 범죄 급증에 대한 대책으로 캄보디아 ‘코리안데스크(한인 사건 전담반)’ 설치를 추진 중이다. 지난 10일 조현 외교부 장관이 쿠언폰러타낙 주한 캄보디아 대사를 외교부 청사로 불러 항의했다. 영사협의회에서도 코리안데스크 설치 협력을 요청하기도 했다. 경찰청도 최근 캄보디아와의 양자 협의에서 이를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코리안데스크는 경찰 협력관과 달리 대사관 등 외교 채널을 거치지 않고 현지 경찰과 소통할 수 있어 합동 수사에 용이하다. 국외도피사범을 추적하거나 한국인 범죄 피해를 파악할 때 교민 사회 등에서 관련 내용을 수집해 현지 경찰관에게 정보를 제공하고 수사를 돕는다. 실종, 살해… 뒤늦게 논의 현지 경찰관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어 국제형사사법공조나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 등을 통한 공식 요청보다 빠르게 현지 수사가 가능하다. 필리핀에서 코리안데스크는 한국인을 상대로 자행된 청부살인 등 강력 사건 해결에 큰 역할을 했다. 캄보디아 공권력을 신뢰하기 어렵고 현지 치안이 열악한 점 등을 고려해볼 때 최우선 해결책으로 꼽히는 이유다. 국제 앰네스티는 지난 6월 보고서에서 캄보디아 내 범죄 산업이 성행한 원인이 “조직범죄와 부패한 공권력의 결합 구조”에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나 정보·수사기관 안팎에서는 무의미한 조치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캄보디아 당국이 국제 공조에 소극적이기도 하지만 코리안데스크는 수사 권한이 없다는 게 핵심이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최근까지 캄보디아 당국에 20건의 국제 공조를 요청했으나 절반도 되지 않는 답변을 받았다. 특히 캄보디아 당국이 코리안데스크 설치를 세 차례 거부하기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코리안데스크 출신 한 경찰은 “필리핀은 우리나라 정부가 집요하게 압박해 코리안데스크를 설치한 이후 현지 경찰과의 협조가 가능해졌다. 협조가 된다고 해도 범죄자 송환이나 사건 조사가 이뤄지는 경우는 절반도 안 된다. 캄보디아는 더 힘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경찰 파견 무의미? 이 경찰은 “정부 차원에서 강하게 압박을 넣어야 한다. 외교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받아들이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는 식의 각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코리안데스크 설치가 불발될 경우의 수가 존재하는 만큼 경찰관 직무 파견 확대가 현실적 대안으로 거론된다. 파견 경찰관을 선발한 뒤 1년 단위로 재발령을 거쳐 최대 2~3년간 현지에서 근무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단기간에 경찰 주재관을 늘리는 게 쉽지 않은 게 이유다. 2021년 11월 가나 해군은 한국인이 승선한 어선을 위해 안전조치를 하고 있다. 선례도 있다. 앞서 정부는 러시아, 아르헨티나 등에 경찰 인력을 직무 파견했다. 2020년엔 가나 대사관에 해양경찰관을 직무 파견했다. 서아프리카 해역에 해적이 출몰하면서 한국인 선원 13명이 납치된 데 따른 조치였다. 정부는 외교 채널을 통해 가나 부처에 공식적으로 도움을 청하는 동시에 파견 경찰은 물밑에서 움직였다. 현지 해군, 경찰 관계자를 지속해 접촉하며 설득을 이어갔고, 가나에 주재하는 타국 외교 사절과도 교류하며 정보를 공유했다. 또 가나가 필요로 하는 컴퓨터 등 기자재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방식으로 호감을 얻으며 협의를 이어갔다고 한다. 이는 결국 가나 해군이 투입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했다. 소극 행정을 일삼는 우리 정부도 문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이 외교부와 행정안전부 등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행안부는 지난해 주캄보디아 대사관 경찰 주재관을 증원해달라는 외교부의 요청을 불승인했다. ‘해외 도주’ 황하나 프놈펜 잠적 단독 확인 인터폴·경찰 수배 피하려 피싱조직 연루설도 당시 행안부는 외교부 증원 요청을 불승인한 이유에 대해 “사건 발생 등 업무량 증가가 인력 증원 필요 수준에 못 미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캄보디아에서 발생한 한인 범죄 피해는 2022년 81건에서 2023년 134건, 지난해 348건으로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까지 확인된 범죄 피해는 303건에 달한다. 현재 주캄보디아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 중인 경찰은 주재관 1명과 협력관 2명 등 총 3명이다. 그나마 이렇게 늘어난 인력도 애초 경찰 주재관 1명만 있다가 지난해 10월과 지난달 직무 파견 형태로 협력관을 1명씩 추가 투입한 데 따른 것이다. 위 의원은 “캄보디아에서 우리 국민이 잇따라 납치·감금 피해를 당하고 있음에도 당시 윤석열정부가 경찰 주재관 증원을 외면한 것은 명백한 잘못”이라며 “국민 안전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거부한 이유를 이번 국정감사에서 반드시 따져 묻겠다”고 강조했다. 캄보디아는 범죄자들에게 천국이다. 필리핀에서 송환되지 않거나 자유롭게 탈옥해 붙잡히지 않은 텔레그램 ‘마약왕 전세계’ 박왕열과 보이스피싱 원조 김미영 팀장 박정훈 등이 그렇다. 국내에서 수차례 마약 사건의 중심에 섰던 황하나씨도 이들의 수법을 활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일요시사>는 지난해부터 황씨가 인터폴 수배 대상에 오르자 태국과 필리핀, 캄보디아 등을 오간 사실을 확인하고 취재해 왔다. 실제로 황씨는 지난해 3월 <일요시사>와 전화 통화에서 “지금 태국에 있는데, 아파서 병원에 왔다. 나중에 연락하겠다”고 말했다. 황씨는 수년 전부터 화류계에 몸담거나 연예계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재벌가에 연결하는 일종의 브로커를 담당했다. 그로 인해 마약을 강제로 투약당하거나 피해 본 인물이 있을 정도다. 국내에서의 생활이 어려워진 황씨가 캄보디아에서 브로커 역할을 이어가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범죄자 천국 악당 은신처 인터폴에 체포되지 않으려 캄보디아 피싱 조직에 한국인 여성들을 공급한다는 것이다. 실제 캄보디아 공항에 도착한 한국인 20~30대 여성들은 납치된 이후 여권과 휴대전화를 빼앗겨 범죄 단지 ‘웬치’에 감금된다. 이 여성들은 대부분 유흥업소로 끌려간 것으로 알려졌다. ‘웬치’에는 현재 한국인 1000명 이상이 거주 중이다. 다만 이들의 범죄 연루 여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지 않은 상황이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