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30)결심(완결)

아버지와 딸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이에 즈음하여 당 고종은 말갈군과 함께 대규모 군단을 파견하기에 이른다.

이에 신라는 장군 의춘과 춘장 등으로 대방(帶方, 황해도 봉산 일대) 들판에서 적을 맞아 싸우게 했으나 대패하고 말았다. 

그 전투에 원술은 비장으로 출전했는데 패전 책임을 지고 죽기로 싸우고자 했으나, 주변에서 후일을 기약하자며 한사코 말리는 통에 죽지 못하고 살아 돌아왔다.

원술의 패퇴

“어쩌시려고 일어나시는지요.”


“아니 될 일이야.”

“정신 차리세요, 대장군!”

흡사 실성한 듯 중얼거리는 유신의 모습을 보며 덜컥 겁이 났는지 지소부인의 목소리가 순간적으로 올라갔다.

이어 문이 열리면서 유신의 첫 부인인 영모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영광이 방으로 들어섰다.  

영광의 남편이었던 화랑 반굴이 황산벌 전투에서 전사하자, 조정의 배려로 궁궐 가까운 곳에 거처를 마련해 거주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에 배다른 동생 원술의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친정을 찾아, 지소부인에게 소식을 전했던 터였다.

“아버지!”


영광이 방으로 들어서면서 온몸을 떨고 있는 유신의 모습을 살피며 급히 다른 한쪽을 부축했다.

“가자꾸나.”

“가시다니요.”

“궁궐로 가자꾸나.”

“궁궐이오?”

“그래, 궁궐로.”

영광이 지소부인의 눈치를 살폈다.

“이 몸으로 궁이라니요?”

“가서 석고대죄해야지.”

석고대죄를 언급하며 유신이 힘들게 팔을 들어 영광의 어깨를 감쌌다. 지소부인이 유신과 영광을 번갈아 살피며 유신의 마음을 헤아리는 모양으로 잠시 침묵을 지켰다가는 밖을 향해 차비하라 일렀다.

이어 영광과 함께 유신의 의관을 바로하게 하고 천천히 방을 나섰다. 

밖으로 나서자 하인들이 신속하게 가마를 준비해놓고 있었다.


“아버지, 가마에 오르시지요?”

영광이 하인들에게 신호를 주자 급히 유신 곁에 가마를 대령했다.

“죄인인 내가 무슨 염치로 가마에 오른다는 말이냐.”

“대장군!”

지소부인이 유신의 마음을 읽었는지 순간 오열을 터트렸다. 유신이 그를 모른 체하고 천천히 걸음을 옮기자 지소부인과 영광이 함께 걸음을 놓기 시작했다.

“부인은 예 있으시오. 내 혼자 다녀오리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지요. 어찌 대장군 혼자만 죄인이랍니까. 어미인 저는 별개라는 말씀입니까?”

“부인이 무슨 죄가 있다고. 이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오.”

지소부인이 막 뭐라 하려다가 입을 닫았다. 그 모습을 유신이 애틋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어머니는 아버지 말씀대로 집에 계시지요. 제가 모시고 다녀오도록 하겠습니다.”

얼추 나이가 비슷해 보이는 영광이 다소곳하게 말을 이었다.

지소부인이 유신과 영광의 얼굴을 번갈아 바라보다 힘없이 유신을 잡은 팔을 놓았다. 

“얘야.”

김유신, 힘든 몸을 이끌고 궁궐로
영광과 함께하며 옛일을 상기하다

“말씀하세요, 아버지.”

힘들게 길을 가는 중에 유신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부축하고 있는 영광을 바라보았다. 

“네 서방 일 말이다. 이 아비를 이해할 수 있겠느냐?”

영광이 답에 앞서서 잠시 저 멀리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 시선을 유신도 따라갔다.

“처음에는 아버지를 이해하기 힘들었어요.”

“그랬겠지.”

영광의 남편인 반굴이 황산벌 전투에서 처절하게 죽임을 당했다.

그것도 자신의 의사에 의해서가 아니라 반강제적으로. 그러니 당시 어린 나의의 영광으로서는 남편을 죽음으로 몰고 간 시아버지며 작은 아버지인 흠춘과 아버지 김유신을 이해하기 힘들었다.

그러나 후일 시간이 흘러 남편의 죽음이 신라군의 승리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음을 인지하게 되자, 그를 자랑스럽게 여기게 되었다.

아울러 당시에 두 사람의 고뇌 역시 심도 깊게 헤아리게 됐다.

“한편 생각하면 이 아비가 네게 너무나 커다란 죄를 지었다는 생각이 들어.”

“아니에요, 아버지. 당시 아버지 마음은 어떠했겠어요.”

답을 하는 영광의 목소리가 가느다랗게 떨렸다.

“네가 이 못난 아비의 마음을 헤아렸었구나.”

“그런 말씀 마세요. 아버지는 신라의 영웅이신 걸요.”

영웅이라는 소리에 유신이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진심이냐?”

“당연하지요. 아버지께서 계시지 않았더라면 오늘의 신라가 가당키나 하겠어요?”

“오늘의 신라라! 얘야.”

막상 영광을 불러놓고 유신은 고개를 들어 저 멀리 북녘 하늘을 바라보았다. 영광 역시 답을 하지 않고 아버지의 시선을 따라갔다.

“이 아비는 말이야. 이 아비는 생전에 우리 민족의 통일을 보고 싶었구나. 오늘의 신라가 아닌, 내일의 우리 민족을 위해서.” 

영광이 무슨 말인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유신의 얼굴을 주시했다.

“얘야.”

“말씀하세요, 아버지.”

“이 아비가 너무 오래 살았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갑작스런 질문에 영광의 눈이 동그랗게 변해갔다.

“이 아비가 생각해도 너무 살았어. 이미 아비와 함께했던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했는데 아직 살아있으니. 그러나 지내놓고 보니 그저 한순간에 지나지 않는구나.”

“오래 사셔서 반드시 민족의 통일을 보셔야지요.”

“그래야 하는데, 암 반드시 그리되어야 하는데.”

답을 하는 유신이 일순간 영광에게 기울었다.

순간 유신을 잡고 있는 영광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이어 유신의 이마에서 희미하게 땀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가마를 대령하도록 할까요?”

“왜, 힘이 부치는 게냐?”

“힘에 부치다니요, 아버지인데.”

“말만 들어도 고맙고 힘이 나는구나.”

“그런데 아버지.”

“말해보거라.”

“왜 어머니를 제치고 저와 함께 이 길을 가시는지요.”

유신이 가던 길을 멈추고 가만히 영광의 얼굴을 주시했다. 영문을 알 리 없는 영광이 눈을 깜박였다.

“네 모습을 바라보니 당당하게 전장으로 향하던 내 사위며 조카인 반굴의 모습이 그려지는구나.”

“그래서…….”

뒤돌아보다

“그런데 네 동생 원술은…….”

“단순히 원술의 잘못은 아니잖아요.” 

“이 아비는 우리 민족이 아닌, 당나라 군사에 패하고 목숨을 부지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용납하기 힘들구나.”

힘들게 말을 마친 유신이 고개를 들어 다시 저 멀리 북녘 하늘을 바라보았다.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구름이 마치 연개소문이 오지 말라 손을 젓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끝>


(그 동안 <삼국비사>를 애독해주신 독자 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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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쥐고 흔드는’ 민주당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1일 이재명정부의 첫 정기 국회가 열리면서 100일 대장정이 시작됐다. 늘 그렇듯 각종 입법과 개혁, 예산안 등을 두고 여야가 거세게 충돌할 것으로 예상된다. 개회 첫날부터 기싸움이 만연한 가운데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고삐를 틀어쥐면서 주도권 잡기에 나섰다. 9월에 접어듦과 동시에 빽빽한 일정이 여야를 기다리고 있다. 9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과 오는 10일, 국민의힘의 교섭단체 대표연설이 진행되고, 15~18일 나흘 동안 정부를 상대로 ▲정치▲외교 ▲통일·안보 ▲사회 ▲교육 ▲경제 등 대정부질문이 예정됐다. 벌써부터 국정감사 제보센터를 개설하는 의원실도 눈에 띄었다. 사면초가 국민의힘 민주당은 이번 정기국회에서 민생과 성장, 개혁 안전 등 4대 핵심 과제를 골자로 한 224개 법안을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검찰개혁, 금융위원회 등 정부조직법 개정을 포함해 언론개혁, 대법원 개혁 등 공약으로 내걸었던 법안도 지체 없이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계획을 ‘입법 폭주’라고 비판하며 ‘경제·민생·신뢰 바로 세우기’를 기조로 하는 100대 입법 과제를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미래 첨단산업 육성을 비롯한 경제 활성화 및 민생경제 회복, 청년 희망 및 취약계층 돌봄 등을 통해 국민신뢰를 회복하겠다는 계획이다. 큰 틀에서 봤을 때 이번 정기국회는 인사청문회와 대정부질문을 둘러싼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특히 인사청문회서 국민의힘은 최교진·주병기 후보를 정조준하면서 이정부의 ‘인사 실패’ 프레임을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을 내세웠다. 먼저 국민의힘은 최 후보의 과거 음주 운전 전력과 천안함 폭침 관련 음모론을 제기한 것을 문제 삼았다. 당내 교육위원회 간사인 조정훈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최 후보는 인사청문회에서 음주 운전, 학생 체벌, 막말, 천안함 음모론 제기, 부산·대구 폄하 발언, 입시 비리 조국 사태 옹호 등 셀 수 없는 범죄와 논란에 고개 숙여 사과했다”며 “그 사과가 진심이라면 자진 사퇴하라. 이재명정부는 후보를 즉각 지명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주 후보에 대해선 세금 ‘상습 체납’ 이력 등을 파고들었다. 국민의힘 강민국 의원실에 따르면 주 후보와 배우자가 공동 소유한 아파트에는 압류 등기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밖에도 주 후보는 종합소득세 납부기한도 여러 차례 어겼으며 2023년(406만원)과 2024년(183만원) 종합소득세도 올해 6월에야 낸 것으로 전해진다. 반면 민주당은 통일교 측으로부터 불법 정치자금을 받은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 체포동의요구서에 대한 국회 표결을 벼르고 있다. 앞서 지난 1일 권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이 국회에 제출된 만큼 국회의장은 요구서가 접수된 후 다음 본회의인 오는 9일에 국회 보고를 거쳐 72시간 이내에 표결 절차에 들어가야 한다. 다만 국민의힘 교섭단체 연설일인 10일에 체포동의안을 처리하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의견이 있어 이날을 제외한 11일 또는 12일 처리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정부 첫 정기국회 100일 대장정 권성동 체포동의안 변수도 ‘주목’ 체포동의안은 무기명 투표로 진행돼 국회 의석 과반을 차지한 민주당의 주도하에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권 의원은 혐의를 부인하며 체포동의안 처리와는 관계없이 구속 적부심사를 받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난달 31일 자신의 SNS를 통해 “민주당은 야당 교섭단체 대표연설 일정에 저의 체포동의안 표결을 집어넣으려 한다”며 “이는 야당 대표 연설을 덮으려는, 국회를 정치 공작 무대로 삼으려는 행태”라고 주장했다. 이어 “우원식 국회의장은 민주당과 정치적 일정 거래에 저의 체포동의안을 이용하지 말라”고 밝혔다. 국회 문이 열리기도 전부터 살얼음판을 걷는 분위기였던 만큼 결국 개원 첫날부터 여야가 격돌했다. 우 의장은 “차이보다 공통점을 통해 함께할 수 있는 일이 많다는 것을 보여주는 화합의 메시지”를 예로 들며 개회식에서 한복 착용을 권유했지만, 국민의힘은 “국회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이재명정권의 독재정치에 맞서자는 심기일전의 취지”라며 검정 양복과 검정 넥타이, 근조 리본을 맨 상복 차림으로 참석했다. 민주당 한준호 최고위원은 “정부와 여당에 항의하는 차원의 퍼포먼스라고 들었지만 정작 애도해야 할 대상은 국민의힘 자당”이라고 비판했다. 민주당 황명선 최고위원 역시 “국민이 국회에 바라는 것은 희망과 미래지, 장례식이 아니”라고 일침을 가했다. 국회 상임위에서도 크고 작은 해프닝이 발생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서 추미애 법사위원장이 ‘검찰개혁 공청회 계획서 채택의 건’을 표결하려 하자 국민의힘 의원이 위원장석 앞으로 몰려가 항의했고, 초선인 민주당 이성윤 의원이 자리에서 일어나 “들어가시라”고 목소리를 높이자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이 “초선은 가만히 앉아 있어” “아무것도 모르면서, 앉아 있어”라고 반말로 말한 것이 문제가 됐다. 굽히지 않는 강대강 매치 이를 두고 범여권에서는 나 의원을 향한 질타가 쏟아졌고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초선 의원은 의정활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냐”며 “5선 의원이 가만히 있으라면 무조건 따라야 하냐. 초선 의원이 가마니인가”라고 직격했다. 정 대표는 “초선 의원이 무엇을 모른다는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나 의원은 일단 예의를 모르는 것 같다”고 공개적으로 저격했다. 검찰개혁 관련 공청회에서도 설전이 오갔다. 오는 25일 본회의에서 처리할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담길 검찰개혁안의 핵심은 검찰청 폐지와 수사·기소권 분리 및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공소청 신설인데, 국민의힘이 이를 두고 “검찰해체법을 통해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이라고 반발하면서 제동을 건 것이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태도를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은 검찰개혁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높다는 점을 들어 추석 전에 개혁을 완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이에 오는 25일 민주당은 국회 본회의에서 검찰개혁안을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 3대 특별검사(내란·김건희·순직해병)의 수사 인력과 기한을 확대하고 재판 중계를 가능하게 하는 내용을 담은 ‘더 센 특검법(특검법 개정안)’도 민주당 주도로 상정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특검 수사 기간은 기존 한 차례 30일 연장에서 두 차례, 최대 60일까지 연장할 수 있게 된다. ‘3대 특검(내란·김건희·순직해병)’ 재판의 녹화 방송 중계도 가능해진다. 재판 내용이 공개돼야 윤석열 전 대통령의 친위 쿠데타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란 교훈을 후손에 남겨야 한다는 게 민주당의 주장이다. 마찬가지로 민주당 주도로 통과된 노란봉투법도 쟁점이다. 국민의힘이 ‘사용자’와 ‘노동쟁의 대상’ 범위를 제한하는 보완 입법으로 맞불을 놓으면서 여야의 입법 주도권 싸움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파업 시 대체 근로 허용, 사업장 점거 금지, 형사처벌 규정 개선, 최소한의 방어권 보장도 필요하다”고 주장하며 오는 12월까지인 정기국회에서 추진하겠다는 계획이다. 민주당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정 대표는 소상공인연합회를 찾아 중소기업계의 의견을 청취하는 등 기업 달래기에 나서면서 경제 행보를 넓히고 있다. 저항해도 질질∼ 국민의힘은 매일같이 보이콧과 논평을 쏟아내지만 무용지물이다. 의석수로 민주당을 이길 수 없을 뿐더러, 특검의 대대적 압수수색 등 당 내부도 시끄러운 만큼 민주당이 휘두르는 대로 속절없이 끌려다니는 형국이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겨냥해 ‘야당 탄압’ ‘야당 말살’ 프레임 씌우기에 나섰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정치 특검이 연이틀 국민의힘 심장부에 쳐들어왔다”며 “법사위에서는 특검 기간을 연장하고, 특별재판부도 설치하고, 재판까지 검열하겠다는 무도한 법들이 통과될 예정”이라고 소리 높였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민주당을 향해 “요즘 정부여당을 보면 폭주 기관차를 떠올리게 된다”며 “역사적 전례를 보면 폭주 기관차는 반드시 궤도를 이탈해 전복된다”고 꼬집었다. 특검이 국민의힘 압수수색을 시도하고 민주당이 내란특별법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 “지금처럼 과도한 행태를 계속 보이면 국민의 냉엄한 견제가 시작될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오 시장은 “지금 국민의힘은 정권을 잃어버리고 이제 겨우 전열을 재정비하는 중”이라며 “그런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과도한 정치 공세로 야당을 뒤흔드는 폭주 기관차의 모습에서 저는 정말 전복이 멀지 않았구나 하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송언석 원내대표도 “(이번 특검은) 이재명정부의 앞잡이를 자처하고 있는 조은석 정치특검”이라며 “국회의 권위와 헌정 질서를 파괴하려는 이재명정권과 특검의 야당 탄압에 맞서 끝까지 싸우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역풍 기우제” 오히려 똘똘 뭉쳤다 윤석열·김건희 지지율 올리는 주역 오히려 민주당은 단일대오로 뭉치면서 “역풍 기우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민주당이 야당이던 당시 개혁을 앞세워 조금이라도 앞서 나가려고 하면 역풍 타령이 이어졌다”며 “이는 개혁에 걸림돌이 된다. 지금이 개혁 적기다. 순풍이 부는데 이를 자꾸 역풍이라 하는 건 민주당이 돛을 펼치는 걸 막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이재명 대통령을 당선시킨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목소리가 당원 전체의 목소리로 인식돼 당분간은 이들이 주도권을 쥘 것이라는 게 정치권 관계자의 중론이다. 정치 효능감을 느낀 강성 지지층이 당 분위기는 물론 방향까지 주도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하기 위한 민주당 의원들의 강경한 태도가 요구된다는 설명이다. 날이 갈수록 민주당 의원들의 혀가 독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게다가 강성 지지층에게 있어 지금은 ‘이재명과 개혁의 시간’이다. 아직 국민의힘이 ‘내란 동조범’이라는 꼬리를 떼지 못한 만큼 여야 협치에서 국민의힘은 논외 대상으로 여겨진다. 범여권 의석수를 합하면 180석이 넘는 만큼 입법 과정에서도 국민의힘 눈치를 보거나 숙일 필요가 없다. 정부여당 지지율이 소폭 하락하더라도 다시 솟아날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윤 전 대통령과 김건희씨가 수사에 비협조적일수록 민주당을 향한 여론이 다시 우호적으로 변하는 상황을 노리는 것이다. 그 예시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의 구치소 CCTV 사건이다. 윤 전 대통령이 체포영장 집행을 거부하며 속옷만 입고 있었다는 민주당 의원들의 증언이 이어지면서 국민의 관심이 다시 전 정권으로 쏠렸다. 국회 법사위원장인 추미애 의원은 자신의 SNS에 “체포영장을 모면하려 한참 나이 차이가 나는 젊은 교도관들을 상대로 온갖 술수와 겁박을 늘어놓는 궁색하고 옹졸한 모습뿐이었다”고 비판했다. 추 의원에 따르면 윤 전 대통령은 “한때 대통령이셨던 분 아닌가, 옷을 입어달라”는 말에 “나 검사 27년 했다” “내 몸에 손대지 마라” “이거 따르면 앞길이 구만리인 여러분 어떻게 할 거냐” 등 극구 반발했다. 추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내란의 밤에 불법 명령을 내리고, 사령관들에게 따르라고 거듭 재촉해 군 간부들의 신세를 망쳐 놨다”며 “재판 거부와 수사 방해, 회피로 책임지기를 거부하면서 자다가 봉창 두드리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갈수록 첩첩산중 여기에 국정감사까지 줄지어 있어 민주당의 강경한 태도가 더욱 강해질 것이란 해석이다. 국정감사는 흔히 야당의 시간으로 여겨지지만, 국민의힘은 여전히 탄핵의 강에서 헤어나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제 막 정기국회가 시작된 만큼 국민의힘은 갈 길이 멀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악재가 동시다발적으로 사방에서 터지니 빠르게 수습해도 세월이 걸릴 것 같다”고 푸념했다. 이어 “걱정인 건 국민의 신뢰를 잃었다는 점이다. 수사가 끝나고 상황이 일단락돼도 속은 여전히 곪아 있을 것”이라며 “(민주당은) 계속해서 밀고 들어올 텐데 여기에 대응할 현실적인 방법이 아직은 없어 보인다. 언제까지나 민주당의 실책에 기댈 수만은 없는 노릇”이라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민주당 또 다른 솟아날 구멍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띄우기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오는 22일부터 지급되는 정부의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언급하며 “지난번 1차 소비쿠폰이 마중물이었다면, 이번에는 좀 더 물이 콸콸 나오는, 경제계에 활기가 넘치도록 하는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재명정부가 출범한 것만으로 재계엔 긍정의 시그널을 줬다”며 “주가도 3200을 오르락내리락하고 있고 시총이 700조원 늘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 역시 “이정부 출범 이후 실행한 민생소비쿠폰 효과가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22일부터 발급되는 2차 소비쿠폰은 내수와 소비 회복을 더욱 앞당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같은 여당 의원들의 평가로 미뤄볼 때, 민주당은 정기 국회에 돌입하면서 정쟁으로 치우친 국회를 벗어나 민생과 경제로 시선을 돌리며 다시 한번 지지율 견인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