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자유한국당 세월호 막말 종결자들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4.22 10:16:34
  • 호수 12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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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체장사’부터 ‘징글징글’까지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의 ‘5·18 망언’에 이어 ‘세월호 막말’로 파문이 일고 있다. 세월호 참사 5주년을 추념하는 분위기 속에서 자유한국당 정치인들의 막말은 국민들을 공분케 했다. 자유한국당의 세월호 참사 막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동안 국민들을 공분케한 자유한국당의 세월호 막말을 총정리했다. 
 

▲ 차명진 전 자유한국당 의원과 정진석 자유한국당 의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황교안 대표가 한국당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의 세월호 유가족 비난 발언을 사과한 데 이어 당윤리위원회를 소집해 징계 문제를 논의하기로 했다. 

차 전 의원은 세월호 5주년을 앞둔 지난 14일 자신의 SNS에 “세월호 유가족들은 자식의 죽음에 대한 세간의 동병상련을 회 쳐먹고, 찜 쪄먹고, 그것도 모자라 뼈까지 발라 먹고 진짜 징하게 해처먹는다”는 글을 올렸다. 정 의원도 “세월호 좀 그만 우려먹으라, 이제 징글징글하다”는 글을 인용했다. 

폄하에 모독
유가족 상처

두 정치인은 세월호에 대해 ‘막말을 했다’며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차 전 의원은 자신의 글이 인터넷서 논란이 되자 ‘세월호 유가족들’을 ‘세월호 유가족 중 일부 인사들’로 고쳤다. 그래도 비난이 커지자 결국 글을 삭제했다. 차 전 의원은 유족들에게 사죄했고 정 의원도 논란이 확대되자 글을 삭제 처리했다. 

당 안팎서도 거센 비판이 일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강병원 대변인은 “한국당은 ‘황교안을 지키자’고 유가족과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세월호와 함께 저린 심장을 안고 살아온 국민은 한국당에 묻고 있다. ‘당신들도 뜨거운 심장이 있습니까?’”라고 말했다. 


민주평화당 홍성문 대변인은 논평서 “세월호 참사를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정쟁의 도구로 사용한 반사회성 인격장애 ‘소시오패스’의 전형적 모습”이라며 “황교안 대표도 당 내부서 이 같은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 국민 앞에 사과하고 차 전 의원을 제명하라”고 비판했다. 

정의당 김동균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차 전 의원은 그따위 참혹한 막말을 내뱉고도 대명천지를 무사히 거닐 수 있는 대한민국이 문명국가임에 항상 감사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여론의 비난이 거세지자 한국당은 급히 진화에 나섰다. 황 대표는 지난 15일 입장문을 내고 “한국당 소속 차명진 전 의원과 정진석 의원의 세월호와 관련된 부적절하며 국민 정서에 어긋난 의견 표명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세월호 참사 5주년 전후 또다시 망언
한국당 전현직 의원들에 질타 쏟아져

한국당은 차 전 의원과 정 의원을 징계위에 회부하기로 했다. 당 중앙윤리위원회는 세월호 관련 발언에 대한 징계를 논의하기 위해 중앙윤리위원회를 소집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윤리위는 조만간 소집되는 대로 정 의원과 차 전 의원이 세월호 참사나 유족을 모욕하는 부적절한 글을 올린 목적과 경위 등을 확인한 뒤 징계 수위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세월호 유가족들은 차 전 의원을 고소할 방침이다. 세월호 유족과 시민들로 구성된 시민단체 ‘4월16일의약속국민연대’의 배서영 사무처장은 지난 1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차 전 의원에 대한 고발 계획을 전했다. 

배 사무처장은 “지금 세월호 가족협의회와 4·16연대가 함께 고소, 고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가족들에게 오늘은 자식이 돌아오지 못한 날”이라며 “지난 토요일 가수 이승환씨가 한 말로 대처하자면 ‘못나고 못됐고 추악하기 그지없다’는 말로 대신해야 할 것 같다”고 첨언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세월호 막말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직후부터 박근혜정부의 책임을 회피하고 진상규명을 방해한 새누리당의 후신이 한국당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당시 새누리당은 세월호를 ‘교통사고’ 정도로 치부하고 ‘수억원의 보험금’ 운운하며 유족을 모독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그동안 국회의원들이 뱉은 세월호 막말을 모았다.

당대표가 
사과 해도…

▲한국당 민경욱 의원= 2014년 5월24일 청와대 대변인이었던 민경욱 의원은 비공식석상서 기자들에게 세월호 침몰사고 현장의 민간 잠수사들에 대해 ‘시신 수습 시 500만원’을 운운해 물의를 빚었다. 민 의원은 “민간잠수사가 일당 100만원, 시신 1구 수습 시 500만원을 받는 조건으로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확산되자 발언에 대해 사과했다. 

▲한국당 이완영 의원= 2014년 6월30일 이완영 의원은 세월호 국정조사 기관 보고 과정서 지지부진한 진행에 분통을 터뜨리는 유족을 불청객 취급했다. 이 의원은 “내가 당신(세월호 유족)에게 말했냐. 경비는 뭐 하나”라고도 했다. 또 2014년 7월2일 세월호 국정조사에서는 해양경찰청으로부터 보고받던 중 “가족이 전문지식이 있습니까, 이성이 있습니까?”라며 유가족을 비하하기도 했다.
 

▲ 자유한국당 소속의 이른바 세월호 막말 종결자들

▲한국당 심재철 의원= 2014년 7월20일 심재철 의원은 카카오톡으로 세월호 참사 비하 메시지를 당직자와 지인들에게 보냈다. 심 의원은 “학교 수학여행을 가다가 희생된 사건을 특별법을 만들어 보상해달라는 것은 이치에 어긋난다” “세월호 사망자들이 수억원의 보험금을 받는다” “안전사고로 죽은 사망자들을 국가유공자들보다 몇 배 더 좋은 대우를 해달라는 것이 세월호 특별법”이라는 메시지를 작성했다. 

▲한국당 주호영 의원= 2014년 7월24일 주호영 의원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서 세월호 참사를 교통사고에 비유했다. 주 의원은 “(세월호 참사에 대한)저희의 기본 입장은 교통사고다. 그래서 선주나 선박회사를 상대로 소송해서 판결받으면 그것으로 강제집행을 해야 한다”며 “많은 사람이 희생되고 특수한 케이스니까 재판 절차를 간소화하고, 국가가 일단 전액 대납해주고 나중에 절차를 거쳐 받자는 설계다. 이것도 이전 사고에 비해 상당한 특례”라고 말했다. 

싸늘한 여론 
고소·고발로

▲한국당 김태흠 의원= 2014년 8월1일 김태흠 의원은 국회 본청 앞에서 19일째 단식농성 중인 세월호 유족을 노숙자 취급해 논란을 빚었다. 김 의원은 “(본청 앞에)줄 치고 옷(빨래) 걸어놓고, 그게 모양새가 뭐냐. 그 모습이 노숙자들이 하는 것 같은 느낌”이라며 “정의화 국회의장이 (유족들의)농성을 허가해줘서 그런 거다. 무슨 일이 있으면 억울할 때마다 (국회에)와서 그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당 김순례 의원= 2015년 대한약사회 부회장이었던 김순례 의원은 세월호 유족들이 사망자 전원을 의사자로 지정해줄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해 ‘시체장사를 한다’고 모욕했다. 김 의원은 SNS를 통해 ‘국가유공자 연금액의 240배나 되는 보상금을 요구한다’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기도 했다. 또 ‘거지근성’ 등의 원색적 표현을 써가며 세월호 유가족과 세월호 특별법을 비하하는 메시지를 지인들에게 보냈다. 대한약사회는 당시 부회장이었던 김순례 약사에게 직무정지 3개월의 징계를 내렸다.

▲새누리당 김종태 전 의원= 2015년 10월24일 김종태 전 의원은 국회 농림해양수산부 예산심사소위서 세월호 청문회를 ‘분탕질’에 비유했다. 김 전 의원은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이하 세월호특조위)가 제출한 청문회(5개 조사 파트가 각 4회씩 총 20회)용 예산 1억6000만원을 두고 “청문회를 20회 하면 많은 것 아니냐. 청문회를 통해 사고 조사되는 것 아니다”라며 “청문회 20회 해서 신문에 나고 하면 또 분탕질난다”고 발언했다. 

어떻게 저런 말을 쉽게… 
무슨 생각으로 내뱉나?

▲한국당 원유철 의원= 2015년 11월19일 원유철 의원은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의서 세월호특조위의 대통령 행적 조사를 ‘정치공세’라고 비난했다. 원 의원은 “특조위가 안전한 대한민국 만들기라는 본연의 임무는 내팽개치고 정치 공세만 하려는 것은 유감”이라며 “대통령에 대한 조사 착수는 정치적 중립성 의무에 위반되는 것으로 특조위 이탈과 월권이 도를 넘어서고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2015년 12월2일 김용남 전 의원은 라디오 인터뷰서 세월호특조위를 ‘세금 낭비’라고 폄훼했다. 김 전 의원은 “활동기한 내내 사실상 하는 일이 아무 일도 없이 국민 세금만 낭비하고 있는 세월호특조위 관련 예산을 점검해야 되는 것이 시급하다”며 “특조위가 사실상 과거 소위 운동권 경력이 있거나 그쪽 활동을 하는 사람들로 120명을 거의 다 채워놓고 엉뚱하게 세월호 침몰 당일의 대통령 7시간 행적을 조사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한국당 정유섭 의원= 2016년 12월5일 정유섭 의원은 국회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위에서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은 ‘놀아도 된다’고 두둔했다. 정 의원은 “세월호 7시간 동안이 중요한 게 아니다. 전두환정권 때 경제가 왜 잘됐나. 대통령이 관심 없어서 잘된 것”이라며 “현장 책임자만 잘 임명했으면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7시간 동안 놀아도 된다. 대통령에 충체적인 책임은 있지만 직접적인 책임은 없다”고 발언했다. 

역대급 
망발 보니…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2017년 3월24일 홍준표 전 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서 세월호 참사를 ‘좌파가 이용했다’고 발언했다. 홍 전 대표는 “(오히려 박근혜정권이)이용을 당했다”고도 말했다. 이틀 뒤인 26일엔 한국당 대선 후보 경선 TV 토론회서 “좌파들이 해난사고를 정치에 이용한 지 3년이 지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당 이철우 의원= 2017년 11월 이철우 의원은 최순실 국정 농단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조기 퇴진과 개헌을 주장하며, 세월호를 비유해 논란이 됐다. 이 의원은 “대통령이 조기 퇴진하되 탄핵 대신 개헌을 추진해야 한다”며 “이대로 있으면 세월호 학생들처럼 다 빠져 죽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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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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