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29)운명

고구려의 정신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렇게 처신하면 의미가 없지.”

“하면 달리 방도가 있습니까?”

“이 사람아, 이왕에 항복하는 거면 뭔가 그럴 듯한 명분이 있어야 할 거 아닌가. 이대로 나가서 항복하면 목숨은 구하겠지만 우리는 그저 일개 포로에 지나지 않네.”

신성이 묘한 표정을 짓자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섰다.

“요묘, 자네가 수고 좀 해주게.”


“수고라니요?”

내통하다

“오늘 밤을 틈타 당나라 장수인 글필하력에게 우리의 뜻을 타진해보게.”

“소장이오?”

“저들과 날을 맞추어 우리가 북문을 열겠다고 전하란 말일세. 그들이 무사히 성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요묘가 그제야 신성의 말을 새겨들었는지 표정을 밝게 했다. 그 모습을 살피며 신성이 즉각 자리를 떠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병사들에게 일기당천의 각오로 결사항전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사와 요묘 역시 신성과 마찬가지로 수하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장군, 어떠하오?”

“이제 좀 견딜 만합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막 깔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당나라 군사와 신라군의 합치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틈을 타 남건이 부상을 치료받고 있는 검모잠을 찾았다.

언제 왔는지 소형(小兄, 중급 관리)인 다식이 곁에서 간호 중이었다.

“정말이오?”

“평생 전쟁터만 돌던 무골이라 그런지 그 짧은 시간에도 몸 상태가 급속하게 호전되고 있습니다.”

다식이 대신 대답하자 남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차후야 어찌되었든 그만하길 다행입니다.”

“그저 막리지께, 그리고 돌아가신 연개소문 대감께 면목 없습니다.”

“면목이라니요, 우리의 운명인 게지요.”

“운명이라 하였습니까?”


“그렇소. 아버지께서 생전에 주셨던 말씀이라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우리 민족의 뿌리를 반드시 찾고자 하셨으나, 이 시점 저들의 강성한 기운과 서로 마찰을 일으키고……. 그러니 운명으로 돌려야지요.”

검모잠이 운명을 되뇌며 시선을 돌렸다.

“막리지 대감, 운명도 운명이지만 작고하신 대감의 비중이 이렇게 클 줄 몰랐소.”

“그러게 말이오. 아버지 생전에는 몰랐는데 돌아가시고 나니까 바로 붕괴되니. 나름 자신을 가지고 있었으나 저는 아버지의 그림자도 쫓을 수 없는 존재임을 알았소.”


“아니오. 연개소문 대감께서는 그 역시 운명으로 생각하실 겝니다. 그런 연유로 기꺼이 당나라로의 여행을 떠나셨고. 그래서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셨고요.”  

“그럴까요?”

“당연하지요. 막리지 대감과 형제 분들과의 운명이 다르듯이. 여하튼 연개소문 대감께서 막리지 대감의 모습에 저승에서라도 흡족해하실 것입니다.”

“고맙소, 장군.”

남건이 검모잠의 손을 잡고 잠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중에 황급하게 수하 병사가 달려왔다.

“대감,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라니!”

신성·오묘, 당나라에 북문을 열어주다
당나라의 야욕…신라까지도 집어삼키려

남건이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북문이 열리고 당나라와 신라 군사들이 물밀듯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뭐라, 북문이라면 신성이 방어하는 곳이 아니던가.”

“북문을 방어하던 신성은 물론 그의 부장인 오사와 요묘의 행방 역시 묘연합니다.”

“그렇다면 이놈들이!”

말을 하다 말고 남건이 검모잠을 주시했다.

“장군, 이제 길지 않은 삶에 작별을 고해야겠소.”

“아니오, 같이 갈 일입니다.”

검모잠이 급하게 갑옷을 챙기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아니오. 장군은 헛되이 죽음을 맞이할 수 없소.”

“그게 무슨 말씀이오?”

“장군의 현상태로 전투 참여는 불가하오. 그러니 잠시 몸을 피하였다가 후일 다시 한 번 고구려의 정신을 살려주시오.”

“무슨 말씀인지.”

“장군께서 그 어려운 전투에서 살아남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아울러 고구려가 이리 허무하게 무너질 수 없음을 입증시켜달라는 부탁입니다. 후일 여차하면 신라의 김유신 장군에게 도움을 청하시오.”

검모잠이 가볍게 신음을 내뱉었다.

“부탁드립니다, 장군.”

남건이 자세를 바로하며 고개를 숙이고는 다식에게 검모잠을 성 밖으로 호위하라는 명을 내리고 급하게 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서자 어둠 속에서 불시에 감행한 기습공격에 고구려 군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고구려 병사들이여, 우리는 고구려인이다. 최후의 일각까지 반드시 오랑캐 놈들을 무찌르도록 하라!”

남건이 목청껏 외쳐대며 급하게 앞으로 나서자 우왕좌왕하던 고구려 병사들이 고개를 돌려 모든 힘을 다해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선두에서 밀려들어오는 당나라와 신라의 연합군을 맞아 혈투를 전개하는 순간 저만치 성루에서 바람에 휘청거리는 삼족오기가 달빛에 어스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그를 살핀 남건이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적군에게 칼을 휘두르며 성루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뼈가 가루가 될지언정 삼족오기, 아버지의 혼이며 고구려 정신만은 쓰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대장군, 이를 어쩌면 좋아요.”

유신은 풍병으로 운신이 편치 않아 자리보전 중이었다.

지소부인이 약탕기를 들여와서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무슨 일인데 그러오.”

“우리 아들 원술이…….”

“원술이 뭐요!”

“전장에서 패하고 돌아…….”

“뭐라. 원술이!”  

외마디 외침과 동시에 유신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했다.

“대장군!”

지소부인이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꼿꼿하게 앉아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유신에게 바짝 다가앉았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소?”

유신이 어금니를 깨물고 힘들게 입을 열었다.

“지금 궁에서 석고대죄 중이라 합니다.”

석고대죄

석고대죄를 되뇌던 유신이 힘들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를 살피던 지소부인이 즉각 유신의 한쪽 겨드랑이를 파고들었다. 

고구려가 당나라와 신라의 연합군에 의해 멸망당하자 당나라는 기어코 검은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구려와 백제뿐만 아니라 신라까지도 집어삼키려는 야욕을 드러냈고 급기야 신라는 고구려의 유민과 함께 백제의 옛 땅을 점령하여 세력을 확장시켜나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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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또 빅텐트 타령 국민의힘, 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이 당심 반영 비율을 늘린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이어 장동혁 대표를 필두로 지방선거 전략으로 ‘반명 빅텐트론’을 지난 대선에 이어 또 거론했다. 국민의힘이 6년째 내리 실패한 전략을 또 끌고 오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민의힘이 지난달 25일 지방선거 경선 규칙을 발표했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 대변인을 맡은 조지연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진행된 기획단 회의 후 “내년 지방선거 경선에서 당원투표 비중을 기존 50%에서 70%로 늘리기로 했다”고 밝혔다. 민심보다 당심으로?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은 당원투표 70%와 국민 여론조사 결과 30%가 혼합돼 결정된다. 만 44세 이하 청년은 가점을 부여받고, 여성 신인은 만 45세 이상이어도 가산점이 부여된다. 광역의원 비례대표 후보자는 청년 인재 오디션을 거쳐 선출해 최우선 순위로 당선권에 배치할 예정이다.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국민의힘 대표였던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시행했던 공직 후보자 기초 자격 평가는 기초자치단체장·기초의원 후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국민의힘 지방선거 총괄기획단장은 5선 나경원 의원이 맡고 있다. 나 의원은 서울시장 출마 후보군 중 1명으로 거론된다. 현 시점에선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로 오세훈 서울시장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일각에선 “나 의원이 사심 때문에 경선 규칙을 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한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당내 기반은 약하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되는 의심이다. 새로 정한 경선 규칙에 대해선 당내에서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았던 김용태 의원은 지난 2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를 시작으로 실질적인 수권 전략을 실현하려면, 공직선거 후보자 선출 규칙은 국민경선 100% 제도를 채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윤상현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비판했다. 윤 의원은 “민심이 곧 천심이고, 민심보다 앞서는 당심은 없다”며 “민의를 줄이고 당원 비율을 높이는 것은 민심과 거꾸로 가는 길이고, 폐쇄적 정당으로 비칠 수 있는 위험한 처방”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최근 사법부 압박 논란과 대장동 항소 포기 문제까지 있었는데도 우리 당 지지율은 떨어지고 여당 지지율이 오르는 이유는 무엇이겠느냐”며 “여당이 잘해서가 아니라 진정성 있는 성찰과 혁신 없이 표류하는 야당에 대한 국민적 실망이 더 크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라고 강조했다. 한국갤럽이 지난 18일부터 20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정당 지지도 여론조사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43%였고,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4%였다. 지난 7월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만 18세 이상 1003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전화 면접 여론조사 당시 국민의힘 지지율이 19%를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높지만, 두드러진다고 보긴 어렵다. 내부 비판 이어지는데 당심 비중↑ 비상계엄 사과 두고도 ‘옥신각신’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당분간 크게 오르긴 어렵다”는 일각의 예측도 있다. 다음 달 3일은 비상계엄 1주년이라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재임 중 실정과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 표결 불참 ▲윤 전 대통령 체포 저지 시도 ▲심야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지난 1년 동안 국민의힘이 여론으로부터 비난을 받았던 행보들이 다시 주목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 일부 소장파 의원들은 비상계엄 사과 등을 통한 윤 전 대통령과의 확실한 절연을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지난 24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좀 더 명확한 메시지를 낼 필요가 있다는 얘기가 당내에서도 나온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역사와 국민 앞에 누군가 사과해야 할 상황이고, 국민의힘이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예측할 수 없었던 돌발적인 계엄이 있었고, 탄핵에 이어 정권을 잃은 후 국정의 주도권을 넘겨줬다”고 강조했다. 반면 같은 당 김재원 최고의원은 같은 달 26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일회성 사과로 과거의 잘못을 끊어내고 새로 출발할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잘못”이라며 “사과를 자꾸 하는 것은 오히려 현 상황을 악화시킬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은 역사적 공과를 안고 가면서 어떤 정치를 할 것인지 고민하는 게 필요하다”며 “사과하는 것보단 앞으로 국민에게 믿음을 드리는 게 더 낫다”고 역설했다. 장 대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히고 있다. 그는 같은 달 25일, 경북 구미 박정희 전 대통령 생가를 방문한 후 “사과 메시지를 내는 것은 지금 말씀드릴 단계는 아닌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지금 싸워야 할 대상은 무도한 이재명정권과 의회 폭거를 이어가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구미역 광장에서 진행된 민생 회복·법치 수호 경북 국민대회에 참석해 “저들이 똘똘 뭉쳐 우리를 공격하고 손가락질할 때, 우리가 우리를 향해 손가락질·비판하는 게 부끄럽다”고 목소리 높였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과 자녀 세대를 위해 소리치는 우리가 아스팔트 세력이라고 손가락질당하는 게 부끄러운 게 아니라, 나라가 쓰러져가는데도 한마디도 못하는 게 부끄러운 것”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발언은 “사과해야 한다”는 일부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풀이된다. 돌발적인 계엄이다? 이재명 대통령·민주당에 대한 투쟁을 강조하는 장 대표의 주장은 빅텐트론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나 의원도 지난 1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과 민주당을 비판하면서 “국민의힘은 네 탓 공방을 벌이면서 분열에 빠져 있다”며 “정당의 뿌리를 흔드는 내부는 경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하나로 뭉쳐 민주당의 독재 완성 계략에 단호히 맞서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힘에선 각종 선거와 정국에 대응할 때마다 빅텐트론이 거론됐다. 시작은 황교안 당시 자유한국당 대표가 재임했던 지난 2019년이다. 이듬해엔 “각 정당·정파가 참여하는 통합추진위원회를 구성해 모든 자유민주 세력과 손을 맞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대표는 “통합 없이는 절대 이길 수 없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며 “이 나라를 망치려는 사람들은 통합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황 전 대표가 주장했던 빅텐트론은 “자유민주주의·시장경제란 헌법 가치를 공유한다면, 태극기 세력부터 중도 보수 인사까지 아우른다”는 것이었다. 그의 주장을 토대로 자유한국당은 미래통합당으로 바뀌었다. 황 전 대표는 제21대 총선 패배 후 물러났다. 이 대표는 빅텐트론에 일관적으로 반대하면서 세대 포위론을 토대로 지난 2022년 대선을 지휘했다. 지난 6월 대선에 출마했던 이 대표는 국민의힘 등 보수 각계로부터 후보 단일화 요구를 받았다. 이 대표는 당시에도 국민의힘 등에서 주장했던 ‘반명 빅텐트론’을 강하게 비판하면서 대선을 완주했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의 빅텐트론을 놓고 “혁신 요구가 나올 때마다 제기되는 주장”이라고 비판한다. 빅텐트론의 핵심은 통합이다. 통합은 정치권에서 반대 계파·의견을 억압하는 수사로 활용되는 예가 잦다. 빅텐트의 핵심은 조정 능력이다. 여기엔 다양한 계파·의견을 조율해 갈등을 최소화하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장 대표는 지난달 16일 유튜브 채널 ‘이영풍 TV’에 출연해 “체제 전쟁 깃발 아래 모일 수 있는 모든 우파가 함께 모여서 이재명정권이 사회주의 독재체제로 가려는 걸 막기 위해 연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체제 전쟁’의 근거는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 ▲민주당의 배임죄 폐지·대법관 증원 시도 등이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국민의힘과 관계없는 황 전 대표가 지난 12일 내란 선동 혐의를 받아 내란 특검에 의해 체포되자 “우리가 황교안이다”라는 구호를 외쳤다. 이어지는 재탕 삼탕 이어 “국민의힘만으로 이재명정부·민주당과 싸우긴 어렵다”며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주도하는 자유통일당 ▲고영주 전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주도하는 자유민주당 ▲새누리당 조원진 전 의원이 주도하는 우리공화당 ▲황 전 대표가 주도하는 자유와혁신 등을 연대 대상으로 지목했다. 이들은 모두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그에 반해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강하게 비판한다. 장 대표가 주장하는 빅텐트론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등이 주장했던 빅텐트론과 큰 차이가 없다. 당시 김 전 후보는 “민주당 이재명 후보를 이기기 위해선 어떤 경우든 힘을 합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덕수 전 총리 ▲황 전 대표 ▲이낙연 전 총리 ▲이 대표 등을 통합 대상으로 지명했다. 권성동 당시 원내대표는 김 전 후보·한 전 총리의 단일화를 지지하면서, 당시 당내 주류와 불화했던 국민의힘 김상욱 당시 의원(현 민주당 의원)에게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라”고 요구했다. 이는 장 대표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당원 게시판 의혹 관련 압박을 가한 것과 비슷하다. 당시 권 전 원내대표는 “당원 대부분은 민주당 이 후보에게 대항하기 위해선 반명 빅텐트가 필요하단 의견을 갖고 있다”며 “지도부는 당원들의 의견을 존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부정선거론을 주장하는 원외 강경 보수 4당과의 연대를 주장하면서, 개혁신당과의 연대설도 공개적으로 부정하진 않는다. 일각에선 “오 시장이 장 대표·이 대표의 가교 역할을 한다”고 관측하고 있다. 오 시장은 지난 9월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말한 이후 꾸준히 개혁신당과의 연대를 주장하고 있다. 이후 정치권 일각에선 “오 시장이 서울시장으로 다시 출마하고, 이 대표가 경기도지사 야권 단일 후보로 출마하면 수도권에서 보수 진영이 선전할 수 있다”는 기대를 하고 있다. <미디어토마토>가 지난달 28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특별시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무선·ARS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오 시장은 보수 진영에서 민심 27.5%·당심 50.3%의 지지를 얻어 서울시장 후보 중 가장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민주당이 서울시장 후보를 선출한 후 ‘여당 프리미엄’을 앞세워 오 시장에 대한 공세를 이어간다면, 재선을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국민의힘이 중도층의 민심을 끝내 얻지 못하면, 오 시장으로선 힘겨운 선거가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체제 전쟁” 명분으로 사과 거부 홍 “국힘은 보수 참칭 사이비 레밍” 당내에서도 나 의원 등 막강한 경쟁자가 있어 본선행을 확실하게 장담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지난달 23일 “국민의힘 내부에서 변화·쇄신 목소리가 전혀 안 나온다”며 “연대를 함께할 가능성은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국민의힘은 지난 대선에 이어 1990년대식 ‘뭉치면 이긴다’ 구호만 내세운다”며 “그 전략으로 패배한 사람은 황 전 대표였는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건 이해가 안 간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도 연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민의힘 지도부에서 강경 보수의 주장을 가장 강하게 내세우는 김민수 최고위원은 같은 달 25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서 “이 대표는 당내 많은 분쟁을 가져온 사람이라서 화합을 해칠 가능성이 있다”며 “개혁신당과의 연대는 득보다 실이 더 많을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주장은 오 시장의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해석되고 있다. 김 최고위원은 “개혁신당은 보수 정당인지, 진보 정당인지 모르겠고, 그 사이에 있다고 생각한다”며 “저는 최고위원이 되기 전부터 우측으로의 연대를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대선은 기동전·총력전 성격이 강한 반면, 지방선거는 진지전 성격이 강하다. 선거의 성격이 다르지만, 국민의힘에선 똑같이 ‘반명 빅텐트’라는 구호를 거론하고 있다. 역사엔 위기 상황에서 변화를 거부했다가 돌이킬 수 없는 위기를 맞이한 사례가 다수 기록돼있다. 변화를 거부하는 세력이 그 집단을 주도할 때, 이 사례는 더욱 빈번하게 재현된다. 중국 청나라에선 수구파를 이끌던 서태후가 변법자강운동을 주도하던 광서제에게 반대해 정변을 일으켜 성공한 후 광서제를 유폐했다. 중국 정부가 지난 2008년 광서제의 능을 공식 발굴 조사한 결과, 광서제는 급성 비소 중독으로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어 3세 나이로 즉위한 청나라 황제는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 감독의 영화 <마지막 황제>의 주인공인 선통제다. 선통제는 영화 제목 그대로 마지막 황제였다. 광서제의 개혁 시도는 청나라의 마지막 몸부림이었다. 자신에게 유리한 정보만 취사 선택해 그 정보를 근거로 자신의 주장을 전개하고, 불리한 정보는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성향을 확증편향이라고 한다. 국민의힘에 대해선 “지역구 관리에만 능하고, 기득권·이익 추구에만 관심을 두는 의원들이 당을 주도하고 있다”는 의미에서 ‘언더 찐윤’이란 집단이 거론된다. 확증편향 소탐대실 일각에선 국민의힘이 변화·혁신에 거부감을 느끼면서 같은 선택을 반복하는 핵심 이유로 언더 찐윤을 거론한다.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지난 6월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은 이념도 없는, 보수를 참칭한 사이비 레밍 집단”이라고 주장했다. 이미 여러 번 선거에서 패배한 전략임에도 확증편향·소탐대실을 근거로 같은 선택을 고집한다면, 무리 지어 절벽에서 떨어지는 레밍과 비교되는 수모를 또 겪을 수도 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선 또 빅텐트론이 반복되고 있다. 빅텐트는 국민의힘 주변을 배회하는 유령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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