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29)운명

고구려의 정신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그렇게 처신하면 의미가 없지.”

“하면 달리 방도가 있습니까?”

“이 사람아, 이왕에 항복하는 거면 뭔가 그럴 듯한 명분이 있어야 할 거 아닌가. 이대로 나가서 항복하면 목숨은 구하겠지만 우리는 그저 일개 포로에 지나지 않네.”

신성이 묘한 표정을 짓자 두 사람이 가까이 다가섰다.

“요묘, 자네가 수고 좀 해주게.”

“수고라니요?”

내통하다

“오늘 밤을 틈타 당나라 장수인 글필하력에게 우리의 뜻을 타진해보게.”

“소장이오?”

“저들과 날을 맞추어 우리가 북문을 열겠다고 전하란 말일세. 그들이 무사히 성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요묘가 그제야 신성의 말을 새겨들었는지 표정을 밝게 했다. 그 모습을 살피며 신성이 즉각 자리를 떠서 두려움에 사로잡혀 있는 병사들에게 일기당천의 각오로 결사항전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오사와 요묘 역시 신성과 마찬가지로 수하 병사들에게 다가갔다.

“장군, 어떠하오?”

“이제 좀 견딜 만합니다.”

해가 지고 어둠이 막 깔리기 시작할 무렵이었다.

당나라 군사와 신라군의 합치로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는 틈을 타 남건이 부상을 치료받고 있는 검모잠을 찾았다.

언제 왔는지 소형(小兄, 중급 관리)인 다식이 곁에서 간호 중이었다.

“정말이오?”

“평생 전쟁터만 돌던 무골이라 그런지 그 짧은 시간에도 몸 상태가 급속하게 호전되고 있습니다.”

다식이 대신 대답하자 남건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차후야 어찌되었든 그만하길 다행입니다.”

“그저 막리지께, 그리고 돌아가신 연개소문 대감께 면목 없습니다.”

“면목이라니요, 우리의 운명인 게지요.”

“운명이라 하였습니까?”

“그렇소. 아버지께서 생전에 주셨던 말씀이라오.”

“그런 일이 있었습니까?”  

“우리 민족의 뿌리를 반드시 찾고자 하셨으나, 이 시점 저들의 강성한 기운과 서로 마찰을 일으키고……. 그러니 운명으로 돌려야지요.”

검모잠이 운명을 되뇌며 시선을 돌렸다.

“막리지 대감, 운명도 운명이지만 작고하신 대감의 비중이 이렇게 클 줄 몰랐소.”

“그러게 말이오. 아버지 생전에는 몰랐는데 돌아가시고 나니까 바로 붕괴되니. 나름 자신을 가지고 있었으나 저는 아버지의 그림자도 쫓을 수 없는 존재임을 알았소.”

“아니오. 연개소문 대감께서는 그 역시 운명으로 생각하실 겝니다. 그런 연유로 기꺼이 당나라로의 여행을 떠나셨고. 그래서 그곳에서 생을 마감하셨고요.”  

“그럴까요?”

“당연하지요. 막리지 대감과 형제 분들과의 운명이 다르듯이. 여하튼 연개소문 대감께서 막리지 대감의 모습에 저승에서라도 흡족해하실 것입니다.”

“고맙소, 장군.”

남건이 검모잠의 손을 잡고 잠시 눈시울을 붉히고 있는 중에 황급하게 수하 병사가 달려왔다.

“대감, 큰일 났습니다!”

“큰일이라니!”

신성·오묘, 당나라에 북문을 열어주다
당나라의 야욕…신라까지도 집어삼키려

남건이 본능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북문이 열리고 당나라와 신라 군사들이 물밀듯이 쳐들어오고 있습니다.”  

“뭐라, 북문이라면 신성이 방어하는 곳이 아니던가.”

“북문을 방어하던 신성은 물론 그의 부장인 오사와 요묘의 행방 역시 묘연합니다.”

“그렇다면 이놈들이!”

말을 하다 말고 남건이 검모잠을 주시했다.

“장군, 이제 길지 않은 삶에 작별을 고해야겠소.”

“아니오, 같이 갈 일입니다.”

검모잠이 급하게 갑옷을 챙기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아니오. 장군은 헛되이 죽음을 맞이할 수 없소.”

“그게 무슨 말씀이오?”

“장군의 현상태로 전투 참여는 불가하오. 그러니 잠시 몸을 피하였다가 후일 다시 한 번 고구려의 정신을 살려주시오.”

“무슨 말씀인지.”

“장군께서 그 어려운 전투에서 살아남은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아울러 고구려가 이리 허무하게 무너질 수 없음을 입증시켜달라는 부탁입니다. 후일 여차하면 신라의 김유신 장군에게 도움을 청하시오.”

검모잠이 가볍게 신음을 내뱉었다.

“부탁드립니다, 장군.”

남건이 자세를 바로하며 고개를 숙이고는 다식에게 검모잠을 성 밖으로 호위하라는 명을 내리고 급하게 밖으로 나섰다. 

밖으로 나서자 어둠 속에서 불시에 감행한 기습공격에 고구려 군사들이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있었다.

“고구려 병사들이여, 우리는 고구려인이다. 최후의 일각까지 반드시 오랑캐 놈들을 무찌르도록 하라!”

남건이 목청껏 외쳐대며 급하게 앞으로 나서자 우왕좌왕하던 고구려 병사들이 고개를 돌려 모든 힘을 다해 그의 뒤를 따르기 시작했다. 

선두에서 밀려들어오는 당나라와 신라의 연합군을 맞아 혈투를 전개하는 순간 저만치 성루에서 바람에 휘청거리는 삼족오기가 달빛에 어스름하게 모습을 드러냈다. 

잠시 그를 살핀 남건이 젖 먹던 힘까지 다하여 적군에게 칼을 휘두르며 성루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뼈가 가루가 될지언정 삼족오기, 아버지의 혼이며 고구려 정신만은 쓰러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일념으로.  

“대장군, 이를 어쩌면 좋아요.”

유신은 풍병으로 운신이 편치 않아 자리보전 중이었다.

지소부인이 약탕기를 들여와서는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조심스럽게 운을 뗐다. 

“무슨 일인데 그러오.”

“우리 아들 원술이…….”

“원술이 뭐요!”

“전장에서 패하고 돌아…….”

“뭐라. 원술이!”  

외마디 외침과 동시에 유신이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켜 자세를 바로했다.

“대장군!”

지소부인이 상태는 아랑곳하지 않고 꼿꼿하게 앉아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유신에게 바짝 다가앉았다.

“그래서 어떻게 되었소?”

유신이 어금니를 깨물고 힘들게 입을 열었다.

“지금 궁에서 석고대죄 중이라 합니다.”

석고대죄

석고대죄를 되뇌던 유신이 힘들게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를 살피던 지소부인이 즉각 유신의 한쪽 겨드랑이를 파고들었다. 

고구려가 당나라와 신라의 연합군에 의해 멸망당하자 당나라는 기어코 검은 속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고구려와 백제뿐만 아니라 신라까지도 집어삼키려는 야욕을 드러냈고 급기야 신라는 고구려의 유민과 함께 백제의 옛 땅을 점령하여 세력을 확장시켜나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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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강성 정청래’ 험지 공략법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행보는 거침이 없다. 한 달에도 몇 번씩 험지를 찾아 선거 유세에 힘을 싣고 있다. 그런 그는 진보 진영에서조차 ‘강성 중 강성’으로 꼽힌다. 차가운 보수의 심장을 녹일 정 대표의 험지 공략법은 무엇일까? 6·3 지방선거가 채 50일도 남지 않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선거가 100일도 더 남은 시점부터 선거 전략을 고심해 온 것으로 전해진다. 정 대표는 지난 3월 시·도당 비례대표후보자추천관리위원장 연석회의에서 “당 대표가 된 순간부터 6월3일 출구조사 발표 날을 상상했다”며 “실무자들에게 새벽 5시 일정을 좀 잡으라고 했다. 새벽 시장에 가겠다. 그리고 동서남북 가리지 않고 종횡무진 다니겠다고 이야기했다”고 밝혔다. 후보들 앞으로 이어 “‘대표부터 우리 후보, 당원들, 선거운동원들까지 지극 정성을 다하면 결국 하늘도 움직이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며 “이번 선거에서 승리하는 것이 이재명정부를 가장 든든하게 뒷받침하는 길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험지인 지역에는 각각 ▲전재수 부산시장 ▲김부겸 대구시장 ▲오중기 경북도지사 ▲김상욱 울산시장 등이 후보로 나선다. 정 대표는 이곳에 도전한 후보를 소개할 때마다 “승리를 위한 필승카드”라며 자신감을 북돋웠다. 지난 18일 16개 광역단체장 후보 공천 작업을 마무리한 민주당은 재보궐선거 준비에 박차를 가했다. 먼저 울산 남부갑에 전태진 변호사를 공천했다고 밝혔다. 민주당 황희 공관위원장은 “울산 남구갑은 이번 재보궐 선거구 중 민주당 험지에 해당하는 곳”이라면서 “인재 영입 1호 인물을 울산 남구갑에 배치하는 전략공관위 결정은, 가장 험지에 가장 참신하고 뛰어난 후보를 배치한다는 상징성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낮은 자세’와 ‘주민 스킨십’을 투트랙으로 험지 표심 사냥에 나섰다. 정 대표는 험지에 출마한 후보의 손을 잡고 재래시장 등 바닥 민심을 훑으며 주민과의 스킨십을 늘려가고 있다. 지난 8일 정 대표는 대구를 찾았다. 정 대표는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를 치켜세우며 “대구 선거에서 이길 유일한 필승 카드라고 생각한다. 지방선거 때마다 대구·경북 그러면 그늘진 생각부터 들었는데 이번에는 그렇지 않다. 김 후보께서 대구에 밝은 희망의 빛을 쏘아 올려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18일에는 울산을 찾아 김상욱 울산시장 후보와 울산 남부갑에 출마하는 전태진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이날 정 대표는 남구 신정시장에서 시민들과 만난 뒤 “울산은 민주당이 어려운 지역이라고 많이 말씀한다”면서도 “오늘 와서 보니까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한 상인이 귓속말로 ‘제가 지금은 빨간 옷을 입고 있는데 마음은 파랗다’고 전했다”며 “울산에도 조심스럽게 파란 바람이 일렁이고 있다. 최선으로 울산 시민을 섬기겠다”고 강조했다. 후보 손잡고 적진으로 정면 돌파 “막상 오니 파란 물결” 자신감도 충남 보령에서는 “이곳 보령을 누가 민주당에 어려운 지역이라고 말하느냐”며 “오늘 와서 보니까 단 한 명도 웃지 않은 분이 없었다. 다들 웃어주고 엄지척 해주고 우리 민주당 잘하고 있으니 더 잘해주면 좋겠다고 말씀하셔서 어깨에 무거운 역사적 책임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지난 22일에는 약 한 달 만에 경남을 다시 찾았다. 이날 정 대표는 욕지도 앞바다에서 선상 현장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고 “육지 중심적인 사고에서 잠시 벗어나 섬마을 주민들의 삶의 애환을 듣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최고위에는 김경수 경남도지사 후보와 허성무 경남도당위원장 등이 함께했다. 정 대표는 최근 약 한 달 사이에 경남만 세 차례를 방문했다. 지난달 18일 하동·진주를 찾은 데 이어 23일에는 김해 봉하마을·양산으로 향했다. 정 대표는 현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남 선거를 분석해 봤을 때 대체로 민주당이 약간 우세한 정도인 것 같다”며 “그래서 부산과 울산, 경남 중에서 민주당이 가장 집중해야 할 지역으로 경남을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남은 무당층이 다른 지역보다 좀 많은 것으로 제가 파악하고 있다”며 “경남 통영시 욕지도에서부터 파란 바람을 불러일으키려고 오늘 섬에 왔다. 경남을 파란 바람으로 물들일 때까지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험지에서 ‘이곳은 예전처럼 보수 지지세가 강하지 않다’는 여론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민심이 과거와 다르게 흐른다는 점을 부각시키면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기 위한 밑 작업으로 풀이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정 대표가 험지를 방문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이 우세했다. 김부겸 대구시장 후보 역시 출마 선언 당시 ‘민주당’ ‘이재명’ ‘내란’ 등 보수 지지자에게 반감을 살 만한 내용은 제외하고, “경제 도시 대구를 만들 사람”이라는 실용주의 가치를 내세웠다. 따라서 민주당 지도부가 보수의 심장인 TK를 찾는다면 오히려 대구 표심이 돌아설 것이란 관측도 제시됐다. 그러나 정 대표가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에는 이미 험지에서조차 표 계산이 끝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유 있는 자신감 한 민주당 관계자는 “강성 이미지에 묻혀서 그렇지 정 대표는 이기고 지는 싸움에 있어서 굉장히 예리하게 분석하는 능력을 갖췄다. 어느 지역에서 어떻게 행동하고 무슨 단어를 써야 민심에 먹히는지 전략을 굉장히 잘 세우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여담이지만 일머리가 좋고 힘쓰는 일도 무척 잘한다고 한다”며 “시장에서 딸기를 상자째 나르고 농촌에서 밭을 갈아엎는 노동 현장에 특화된 인물”이라고 부연하기도 했다. 여권 프리미엄도 무시할 수 없다. 보수 지지세가 강한 지역에서는 오히려 여권 프리미엄이 핸디캡이 될 것으로 우려했지만 코스피 상승과 이재명 대통령의 외교 성과 등이 맞물려 지금의 여론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이 텃밭을 비운 사이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경쟁하면 험지도 겨뤄볼 만하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신인규 정당바로세우기 대표 역시 <일요시사>를 통해 “예산 배정과 정책 입법 등은 정부에서 하지만 국회의 역할도 크다. 지금 이 대통령이 정치를 잘하고 있고 보수를 지지했던 사람들도 이 대통의 실용주의에 공감하는 분위기”라며 “그 기조와 맞물려 집권 여당 대표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신 대표는 “국민의힘이 완전히 망가진 상황인 만큼 민주당 지도부의 행동이 더 눈에 띌 수밖에 없다”며 보수 결집력이 느슨해진 점 역시 민주당에 우호적인 여론을 가져왔다고 봤다. 지난 20일 이 대통령은 취임 이후 역대 지지율을 기록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19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 평가는 65.5%로 나타났다. 부정 평가는 30.0%, ‘잘 모름’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4.5%다. 리얼미터는 “중동 위기 속 원유 대량 확보 및 코스피 6200선 회복 등 경제·에너지 안보 성과가 지지율 상승을 견인했다”며 “이스라엘에 대한 강경 인권 발언, 현직 대통령 최초 세월호 12주기 참석 등으로 중도층과 청년층의 지지를 확대했다”고 분석했다. 압승 어게인? 민주당도 정당 지지율 50%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6~17일 전국 18세 이상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정당 지지도 조사에서는 민주당은 50.5%, 국민의힘은 31.4%를 각각 기록해 19.1%p 격차를 벌렸다. 두 조사는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으로 이뤄졌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0%p, 응답률은 5.4%다. 정당 지지도 조사 응답률은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응답률은 3.9%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민주당은 2018년에 치러진 제7회 지방선거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해당 지방선거는 2017년 문재인정부가 출범한 지 1년여 만에 실시된 첫 전국 단위 선거로, 민주당은 17곳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14곳에서 승리해 중앙 권력에 이어 지방 권력까지 쥐게 됐다. 당시 민주당은 처음으로 서울·인천·경기 등 수도권 3곳에 모두 승기를 꽂았다.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국민의힘 전신)은 대구와 경북 단 2곳의 광역단체 수성에 그쳐 ‘보수 침몰’ 직전까지 내몰렸다. 최대 승부처였던 부울경(부산·울산·경남)에서도 ▲부산 오거돈(55.2%) ▲울산 송철호(52.9%) ▲경남 김경수(52.8%) 후보 등이 과반을 넘겨 당선됐다. 민주 계열 정당이 부·울·경 광역단체에서 승리한 사례는 처음인 만큼 정치권에서도 ‘성공한 동진 전략’으로 평가했다. 국회의원 재보선도 사실상 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서울 송파을 ▲부산 해운대을 ▲울산 북구 ▲경남 김해을에서 당선을 확정 지었다. 기초단체장 선거 역시 총 226곳 가운데 민주당이 151곳, 한국당이 53곳에 승기를 꽂았다. 서울시 25개 구청장 선거도 서울 서초구를 제외하고는 24개 모두 민주당이 차지했다. 다시 한번 기대하는 ‘2018 지선 압승’ 지지율 업고 싹쓸이…이번에도 통할까? 당시 민주당의 당대표는 추미애 의원이었다. 선거 기간 동안 추미애 대표는 특유의 ‘추다르크’ 성격을 앞세워 험지를 찾았고, 투표 전날에는 마지막 유세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이어지는 경부선 라인을 따라 움직였다. 추 대표는 “영남지역은 저희가 조직을 갖추지 못했는데, 한 분 한 분 눈빛을 지켜보니 과거와 다르다는 게 느껴졌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8년 전 추 대표가 문정부 국정 기조에 맞춰 ‘한반도 평화’를 슬로건으로 내걸었다면, 지금 정 대표는 ‘강력한 개혁’과 ‘일하는 정부’를 강조하고 있다. 선거 유세 역시 추 대표는 연설로 표심을 공략한 반면 정 대표는 선상 최고위 회의 등 입체적인 퍼포먼스에 공을 들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역대 선거와 마찬가지로 2018년 지방선거 역시 ‘보수 막판 결집’이 최대 분수령이었다. 한국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로 목소리를 낮춘 ‘샤이 보수’에게 희망을 걸었지만, 끝내 그들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 채 초라한 성적표를 받아들어야 했다. 결국 샤이 보수의 반란은 없었다는 게 당시 정치권 관계자들의 공통된 설명이다. 한국당을 비롯한 야권은 선거 마지막 날까지 ‘문정부 심판론’을 밀어 붙였지만 민심은 집권여당 쪽으로 기울었다. 과거 사례를 이정표 삼기에 앞서 민주당이 마지막까지 자세를 낮추고 겸손함을 유지해야 한다는 조언도 나온다. 정 대표 역시 “대통령 지지율도 고공행진이고 민주당 지지율이 상당히 높다 보니 일부 후보나 당에서 마치 선거가 쉬운 것처럼, 다 이길 것처럼 생각하는 경향이 없지 않다”며 “쉬운 선거는 없다. 모든 선거는 다 어렵다”며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한다”고 경계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지방선거가 2018년 지방선거와 같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확정해서는 안 된다”고 전했다. 방심했다 ‘훅’갈라 이 관계자는 “지금 각종 여론조사 수치는 샤이 보수가 포함되지 않은 결과”라며 “최근 현장 사진을 보면 험지를 찾은 민주당과 그들을 반기는 시민이 한 컷에 담기는데 이는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연스레 모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민주당 유세 현장에 나타나지 않는 사람은 물론 샤이보수 성향 때문에 자신의 의견을 드러내지 않는 유권자가 변수”라며 “보수 결집력이 민주당 험지 선거를 판가름할 하나의 척도”라고 전망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집 나갔다 돌아오니 ‘싸늘’ 아직도 시달리는 대표님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지도부가 뚜벅뚜벅 험지로 향하는 사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여전히 방미 논란에 발목이 잡혔다. 장 대표는 “지방선거를 위해 방미했다”고 밝혔으나 뚜렷한 성과 없이 귀국했다는 점에서 비판을 받았다. 서울시당위원장인 배현진 의원은 당무가 지연된 점을 언급하며 “열흘이나 집을 비운 가장이 언제 와서 정리하려나 실소만 터져나온다”고 지적했다. 당내에서조차 날 선 목소리가 나오자 장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고 ‘맹탕 방미’ 논란을 반박했다. 장 대표는 “미국 정부와 의회, 조야를 아울러 많은 분을 만나 우리 입장을 충실히 전달했다”며 “미국 공화당 핵심 인사들과 실질적인 핫라인을 구축해 한미 동맹을 지탱할 신뢰 토대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접촉 인사를 묻는 질문에는 “외교 관례상 공개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편 당 지지율 하락에 따른 사퇴 압박에는 “저는 당원들이 선택한 대표”라며 “필요한 거취는 제가 결정할 것”이라며 사퇴에 선을 그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