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28)항복

남건의 결심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당나라가 신성을 점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본격적으로 고구려 침공을 개시했다.

당 고종은 이세적을 요동도 행군대총관 겸 안무대사로 삼고 남생을 길잡이로 해서 전군을 출정시켰다. 

소식을 접한 남건은 두방루, 검모잠, 뇌음신 등 장수들과 군사 5만명을 부여성(지린 성 눙안)으로 보내 당나라군의 침입을 저지토록 했다. 

그러나 기세 좋게 달려나갔던 고구려군은 이세적이 이끄는 당군에 패하고 많은 희생자를 내며 대행성(大行城, 압록강 연안)으로 후퇴하였고, 역시 그곳도 함락되자 압록수를 기점으로 최후의 방어선을 펼쳤다. 

최후의 방어선


그러나 그곳에서도 고구려군이 패하고 이어 욕이성(辱夷城, 평양 서북 영유현)까지 함락되면서 평양성이 당나라 군사들에게 포위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남건이 급히 동생을 데리고 보장왕을 찾았다.

“전하, 부디 옥체 보전하소서.”

“그게 무슨 말이오?”

“이미 대세는 기울었습니다. 하오니 전하께서는 신하들과 당에 항복을 청하십시오.” 

보장왕이 항복을 되뇌며 허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산이 네가 먼저 당의 장수인 이세적을 만나 항복을 타진하거라.”


“그게 무슨 말입니까, 형님.”

“여러 소리 말고 시키는 대로 하거라.”

“그러면 형님은?”

“아직도 아버지의 뜻을 모르는 게냐?”

“그러면 형님은 결국 죽음으로써 끝까지…….”

남건의 제의에 따라 보장왕이 남산과 함께 나이 든 장군 등을 비롯하여 수령 98명으로 하여금 흰 기를 들고 이세적을 찾아 항복을 타진하도록 했다.

이세적이 남건의 예상대로 보장왕의 항복을 흔쾌히 수용하고 예로써 접대하였다. 

또한 성에 잔류하고 있는 병사들의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하자 글필하력 등 수하 장수들에게 뒤를 부탁하고 보장왕과 왕자들, 그리고 대신과 고구려 백성들을 이끌고 당나라로 돌아갔다.

그를 확인한 남건이 병사들을 소집했다.

“고구려 병사들이여!”

남건의 외침에 병사들이 잠시 머뭇거리다 작은 소리로 답했다.

그 소리를 의식하며 다시 크게 외쳐대자 답하는 소리가 올라갔다.


“나, 고구려의 막리지 남건은 평양성과 함께 마무리하고자 한다. 지금 남아 있는 병사들 중에서 혹여나 당나라 군사들에게 항복하고자 하는 자들이 있다면 곧바로 성을 나가 당의 진으로 가라.”

잠시 말을 멈춘 남건이 병사들을 살펴보았다. 누구 하나 선뜻 행동을 결정하지 못하고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귀하들의 목숨은 귀하들이 판단하도록 하라. 나와 함께 평양성과 운명을 같이할 병사들만 남고 여의치 않은 병사들은 지금 당장 성을 나서도록 하라. 잠시 후 평양성의 성문은 굳게 닫힐 것이다.”

“막리지 대감!”

남건이 다시 병사들의 모습을 살피는 중에 성주인 술탈이 앞으로 나섰다.

“말해보시오!”


“저희는 오로지 막리지 대감과, 그리고 평양성과 운명을 함께할 것입니다.”

“그러하옵니다, 막리지 대감.” 

수인 신성과 소장(小將)인 오사와 요묘가 술탈의 뒤를 이었고 이어 모든 병사들이 창과 칼을 들어 올리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혔다.

“고맙다, 고구려 병사들이여.”

말을 마친 남건이 병사들 속으로 들어가 일일이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기를 잠시 후 성문을 닫으려는 중에 검모잠이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다가오고 있었다. 남건이 급하게 검모잠에게 다가가 부축했다. 

“장군, 살아있었소!”

“면목 없소, 막리지 대감.”

보장왕, 흰 기 들고 당나라에 항복
남건의 결사항전…따르는 고구려군

“두방루 장군과 뇌음신 장군은!”

검모잠이 힘없이 고개를 떨어트렸다.

“결국.”

남건이 허탈함을 감추기라도 하듯 검모잠의 어깨를 껴안자 검모잠의 몸이 흔들렸다.

“돌아가신 연개소문 대감께 정말…….”

“장군이라도 살아있어 주어 다행으로 생각하실 게요.”

어렵게 말을 마친 남건이 즉시 수하들로 하여금 검모잠을 치료하라 지시하고 성루로 올라가 삼족오기를 걸고 그곳에 자리 잡았다. 

성루에서 당나라 진영의 움직임을 살피며 병사들의 사기를 돋우며 돌고 있는 중에 저만치에서 신라의 증원군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남건이 신라의 증원군을, 아니 그들의 앞에 펄럭이는 깃발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아무리 자세하게 살펴도 김유신의 깃발은 보이지 않았다.

그를 확인하고 김유신의 모습을 잠시 떠올리다 가벼이 한숨을 내쉬고 다시 군사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이미 평양성을 포위한 당나라 군사에 신라군이 합류하자 그 위용이 자못 볼 만했다. 그를 바라보는 고구려 병사들의 얼굴에 수심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막리지 대감, 이 순간을 맞이하니 대감의 아버님이 생각나는군요.”

병사들의 근심을 달래주며 독려하는 남건에게 성주인 술탈이 다가섰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고맙소.”

“그런데 형제분들이나 숙부는 모두 저 살려고 항복했는데 막리지 대감께서는…….”

“비록 한배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그 속은 모르는 거 아니겠소.”

남건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받았다.

“만약에 막리지께서도 항복했었더라면 연개소문 대감 명성에 누가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나마 막리지 대감의 충성이 있어 다행입니다.”

“아버지를 그리 생각해주시니 진정 고마울 따름입니다.”

“여하튼 대감과 함께 생사를 나눌 수 있어 다행입니다.”

남건이 고개를 돌리자 술탈 역시 서둘러 입을 닫았다.

“진정 고마울 뿐이오. 이렇게 부족한 저에게. 여하튼 성주와 함께하는 나도 영광입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되어 병사들을 독려하는 중에 성의 북문 수비 임무를 맡은 신성과 오사, 요묘가 성루에서 세 사람만의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장군, 저들의 세를 보니 이거 정말 죽고 말겠습니다.”

얼굴 전체에 근심이 가득 찬 요묘가 떨리는 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러게 말이야. 임금도 항복하고 당나라의 주력이 돌아가서 저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할 줄 알고 한번…….”

“저도 그리 생각하고 그저 객기를 부려보았는데 이러다가 정말 개죽음을 당하겠습니다.”

신성이 한숨을 내쉬자 오사 역시 거들고 나섰다.

“장군, 왕도 항복하고 말았는데 우리가 뭐라고. 특히 남건의 경우 저 혼자만 남고 가족들은 전부 항복하여 목숨을 보전하지 않았습니까?”

“그러게 말이오. 그런데 우리가 뭐라고 개죽음을 맞이해야 합니까?”

살길을 찾아

요묘와 오사가 다시 간절하게 자신들의 심정을 토로하자 신성이 저만치에 있는 당나라 깃발을 바라보았다.

“장군들의 생각이 그러하니 우리 방법을 모색해보세.”

“어떻게 말입니까?”

신성의 항복을 수용하겠다는 제안에 요묘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곧바로 항복할 수는 없고.”

“왜요, 오늘 해가 지면 어둠을 틈타 곧바로 당나라 진영으로 가면 될 거 아닙니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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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