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28)항복

남건의 결심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당나라가 신성을 점령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에 본격적으로 고구려 침공을 개시했다.

당 고종은 이세적을 요동도 행군대총관 겸 안무대사로 삼고 남생을 길잡이로 해서 전군을 출정시켰다. 

소식을 접한 남건은 두방루, 검모잠, 뇌음신 등 장수들과 군사 5만명을 부여성(지린 성 눙안)으로 보내 당나라군의 침입을 저지토록 했다. 

그러나 기세 좋게 달려나갔던 고구려군은 이세적이 이끄는 당군에 패하고 많은 희생자를 내며 대행성(大行城, 압록강 연안)으로 후퇴하였고, 역시 그곳도 함락되자 압록수를 기점으로 최후의 방어선을 펼쳤다. 

최후의 방어선


그러나 그곳에서도 고구려군이 패하고 이어 욕이성(辱夷城, 평양 서북 영유현)까지 함락되면서 평양성이 당나라 군사들에게 포위되기에 이르렀다.

상황이 긴박하게 돌아가자 남건이 급히 동생을 데리고 보장왕을 찾았다.

“전하, 부디 옥체 보전하소서.”

“그게 무슨 말이오?”

“이미 대세는 기울었습니다. 하오니 전하께서는 신하들과 당에 항복을 청하십시오.” 

보장왕이 항복을 되뇌며 허탈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남산이 네가 먼저 당의 장수인 이세적을 만나 항복을 타진하거라.”


“그게 무슨 말입니까, 형님.”

“여러 소리 말고 시키는 대로 하거라.”

“그러면 형님은?”

“아직도 아버지의 뜻을 모르는 게냐?”

“그러면 형님은 결국 죽음으로써 끝까지…….”

남건의 제의에 따라 보장왕이 남산과 함께 나이 든 장군 등을 비롯하여 수령 98명으로 하여금 흰 기를 들고 이세적을 찾아 항복을 타진하도록 했다.

이세적이 남건의 예상대로 보장왕의 항복을 흔쾌히 수용하고 예로써 접대하였다. 

또한 성에 잔류하고 있는 병사들의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소식을 접하자 글필하력 등 수하 장수들에게 뒤를 부탁하고 보장왕과 왕자들, 그리고 대신과 고구려 백성들을 이끌고 당나라로 돌아갔다.

그를 확인한 남건이 병사들을 소집했다.

“고구려 병사들이여!”

남건의 외침에 병사들이 잠시 머뭇거리다 작은 소리로 답했다.

그 소리를 의식하며 다시 크게 외쳐대자 답하는 소리가 올라갔다.


“나, 고구려의 막리지 남건은 평양성과 함께 마무리하고자 한다. 지금 남아 있는 병사들 중에서 혹여나 당나라 군사들에게 항복하고자 하는 자들이 있다면 곧바로 성을 나가 당의 진으로 가라.”

잠시 말을 멈춘 남건이 병사들을 살펴보았다. 누구 하나 선뜻 행동을 결정하지 못하고 서로의 눈치를 살폈다.

“귀하들의 목숨은 귀하들이 판단하도록 하라. 나와 함께 평양성과 운명을 같이할 병사들만 남고 여의치 않은 병사들은 지금 당장 성을 나서도록 하라. 잠시 후 평양성의 성문은 굳게 닫힐 것이다.”

“막리지 대감!”

남건이 다시 병사들의 모습을 살피는 중에 성주인 술탈이 앞으로 나섰다.

“말해보시오!”


“저희는 오로지 막리지 대감과, 그리고 평양성과 운명을 함께할 것입니다.”

“그러하옵니다, 막리지 대감.” 

수인 신성과 소장(小將)인 오사와 요묘가 술탈의 뒤를 이었고 이어 모든 병사들이 창과 칼을 들어 올리며 결사항전의 의지를 밝혔다.

“고맙다, 고구려 병사들이여.”

말을 마친 남건이 병사들 속으로 들어가 일일이 손을 잡아주었다.

그러기를 잠시 후 성문을 닫으려는 중에 검모잠이 온몸에 상처를 입은 채 다가오고 있었다. 남건이 급하게 검모잠에게 다가가 부축했다. 

“장군, 살아있었소!”

“면목 없소, 막리지 대감.”

보장왕, 흰 기 들고 당나라에 항복
남건의 결사항전…따르는 고구려군

“두방루 장군과 뇌음신 장군은!”

검모잠이 힘없이 고개를 떨어트렸다.

“결국.”

남건이 허탈함을 감추기라도 하듯 검모잠의 어깨를 껴안자 검모잠의 몸이 흔들렸다.

“돌아가신 연개소문 대감께 정말…….”

“장군이라도 살아있어 주어 다행으로 생각하실 게요.”

어렵게 말을 마친 남건이 즉시 수하들로 하여금 검모잠을 치료하라 지시하고 성루로 올라가 삼족오기를 걸고 그곳에 자리 잡았다. 

성루에서 당나라 진영의 움직임을 살피며 병사들의 사기를 돋우며 돌고 있는 중에 저만치에서 신라의 증원군이 다가오고 있는 모습이 시선에 들어왔다.

남건이 신라의 증원군을, 아니 그들의 앞에 펄럭이는 깃발을 찬찬히 바라보았다.

아무리 자세하게 살펴도 김유신의 깃발은 보이지 않았다.

그를 확인하고 김유신의 모습을 잠시 떠올리다 가벼이 한숨을 내쉬고 다시 군사들을 독려하기 시작했다. 

이미 평양성을 포위한 당나라 군사에 신라군이 합류하자 그 위용이 자못 볼 만했다. 그를 바라보는 고구려 병사들의 얼굴에 수심이 들어차기 시작했다. 

“막리지 대감, 이 순간을 맞이하니 대감의 아버님이 생각나는군요.”

병사들의 근심을 달래주며 독려하는 남건에게 성주인 술탈이 다가섰다.

“그리 말씀해주시니 고맙소.”

“그런데 형제분들이나 숙부는 모두 저 살려고 항복했는데 막리지 대감께서는…….”

“비록 한배에서 태어났다고 해도 그 속은 모르는 거 아니겠소.”

남건이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말을 받았다.

“만약에 막리지께서도 항복했었더라면 연개소문 대감 명성에 누가 되었을 거라 생각합니다만 그나마 막리지 대감의 충성이 있어 다행입니다.”

“아버지를 그리 생각해주시니 진정 고마울 따름입니다.”

“여하튼 대감과 함께 생사를 나눌 수 있어 다행입니다.”

남건이 고개를 돌리자 술탈 역시 서둘러 입을 닫았다.

“진정 고마울 뿐이오. 이렇게 부족한 저에게. 여하튼 성주와 함께하는 나도 영광입니다.”

두 사람이 의기투합되어 병사들을 독려하는 중에 성의 북문 수비 임무를 맡은 신성과 오사, 요묘가 성루에서 세 사람만의 모임을 가지고 있었다. 

“장군, 저들의 세를 보니 이거 정말 죽고 말겠습니다.”

얼굴 전체에 근심이 가득 찬 요묘가 떨리는 소리로 말을 건넸다.   

“그러게 말이야. 임금도 항복하고 당나라의 주력이 돌아가서 저들이 소극적으로 대처할 줄 알고 한번…….”

“저도 그리 생각하고 그저 객기를 부려보았는데 이러다가 정말 개죽음을 당하겠습니다.”

신성이 한숨을 내쉬자 오사 역시 거들고 나섰다.

“장군, 왕도 항복하고 말았는데 우리가 뭐라고. 특히 남건의 경우 저 혼자만 남고 가족들은 전부 항복하여 목숨을 보전하지 않았습니까?”

“그러게 말이오. 그런데 우리가 뭐라고 개죽음을 맞이해야 합니까?”

살길을 찾아

요묘와 오사가 다시 간절하게 자신들의 심정을 토로하자 신성이 저만치에 있는 당나라 깃발을 바라보았다.

“장군들의 생각이 그러하니 우리 방법을 모색해보세.”

“어떻게 말입니까?”

신성의 항복을 수용하겠다는 제안에 요묘의 얼굴에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곧바로 항복할 수는 없고.”

“왜요, 오늘 해가 지면 어둠을 틈타 곧바로 당나라 진영으로 가면 될 거 아닙니까?”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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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