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추락한 항공재벌 조양호·박삼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4.01 09:47:51
  • 호수 1212호
  • 댓글 0개

쫓겨나고, 밀려나고…땅을 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항공재벌 대한항공과 금호아시아나의 총수들이 경영 일선서 전격 물러났다. 한 명은 경영권이 박탈됐고, 한 명은 자진사퇴했다. 국내 항공업계의 양대 축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직서 내려오게 됐다. 국내서 최초로 주주권 행사에 따라 오너 총수가 물러났으며, 오너리스크에 따른 경영권 약화가 현실화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파란의 주총
결국 물러나

대한항공은 지난 27일 오전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안건으로 올렸다. 

이 중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표 대결서 찬성 64.1%로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0년 만에 대표직서 물러나게 됐다.

앞서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조 회장의 연임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대한항공의 지분을 11.56%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33.35%)에 이은 2대 주주다. 예상대로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고 뜻을 이뤘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는 전날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수탁위는 조 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기업가치의 훼손과 주주권의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 회장은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에 대한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수탁위에서는 조 회장의 부인과 세 자녀에 대해서도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물컵 갑질’ ‘대학 부정 편입학’ ‘폭행 및 폭언’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국내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등이 이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를 권고했고, 국민연금도 이 같은 기류에 동참했다.

결국 참석 주주들의 의향도 조 회장의 연임 반대로 기울면서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사내이사로 남아 있지만, 대한항공에 대한 오너 일가의 영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진그룹은 한진칼→대한항공·한진(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조 회장의 경영권 박탈에 주요 외신도 주목했다. 재벌 중심의 한국 재계에 경종을 가하는 이정표적인 사건이라는 점은 물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보도 의미 있는 대목으로 꼽았다. 국민연금은 뉴욕 월스트리트서도 큰손으로 꼽힌다.

경영권 박탈, 자진 사퇴…2세 시대 저물어
날개 꺾인 대한·아시아나항공 ‘어디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7일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총수 일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문화서 이정표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어 재벌 총수 일가는 상대적으로 작은 지분으로 기업 경영에 과도한 경영권을 행사해왔다고 덧붙였다. ‘행동주의 투자’의 승리라는 의미에도 초점을 맞췄다. 

대한항공은 지난 20년 동안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조 회장은 1999년 부친 고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대한항공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물려받은 뒤 줄곧 경영 일선에 있었다. 

그동안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한항공 이사회가 경영진 감시·견제라는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고, 이전보다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할 권한과 실력을 갖추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조 회장은 1949년 3월8일 인천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조 회장은 경복고등학교와 인하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한진정보통신의 사장을 거쳐 1992년 대한항공 사장이 됐다. 1996년에는 한진그룹 부회장, 1999년에는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거쳐 2003년에는 한진그룹 2대 회장을 지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이 조 회장의 작은아버지,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지낸 이태희 대한항공 법률고문이 자형이다.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동생이다. 동생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은 지병으로 고인이 됐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제수다. 

조 회장은 이재철 전 교통부 차관의 장녀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결혼해 1남2녀를 뒀다.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서울대 미대 출신으로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이사에 올라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장녀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장남,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차녀다.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남편은 서울대 의대를 나온 성형외과 전문의 박종주씨로 현재는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조원태 사장은 김재춘 전 중앙정보부장의 손녀인 김미연씨와 결혼했다.

복귀는 언제?
다음 카드는?

현재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갑질 횡포와 비리 의혹으로 사정당국의 전면적 압박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5월14일 해외 재산 은닉과 세금 포탈 등을 뿌리 뽑기 위해 국세청, 관세청, 검찰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해외범죄수익환수 합동조사단을 설치해 추적 조사와 처벌, 수익 환수까지 공조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돌았다. 검찰은 2018년 5월10일경부터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등 배임·횡령 혐의와 상속세 500억원 포탈 혐의 등을 놓고 수사에 들어갔다. 조 회장은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걷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3년부터 2018년 5월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와 기내 면세품을 사들이며 ‘트리온무역’ 등의 명의로 196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챙겨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쳤다. 

검찰조사에서 드러난 조 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 규모는 모두 270억원가량이다. 2010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인천 중구 인하대학교 병원 근처서 고용 약사 명의로 약국을 운영하고,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1522억원 상당의 요양급여와 의료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조 회장은 약사 면허가 없기 때문에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이 외에도 조 회장 일가는 여러 가지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2014년 12월에는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한항공 KE086편을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일)하도록 지시하고 사무장을 강제로 여객기서 내리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조 회장이 직접 사과를 하기도 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5년 5월 항소심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지난해에는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이 일었다. 조 전 전무가 던졌다는 물컵은 검찰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사내외에 쌓여 있던 한진 오너 일가에 분노가 폭발하는 기폭제가 됐다.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이사장도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 갑질 횡포 의혹 등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해 7월10일 이 이사장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조 회장은 2016년 11월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압박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서 물러났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조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2016년 5월 조직위원장서 물러나던 시기에 일어난 각종 상황의 사실관계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리스크
예견된 결과

조 회장은 그해 5월 위원장 자리서 돌연 물러나며 한진해운의 정상화에 힘쓰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조 회장이 2년 넘게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힘을 쏟아왔던 만큼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최씨와 연관된 평창동계올림픽 관련한 각종 이권사업을 거부해 위원장 자리서 밀려난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조 회장에 이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그룹 경영서 완전히 손을 뗀다. 전격적인 용퇴다. 지난 28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감사보고서 문제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에 책임을 지고 퇴진을 결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이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박 회장이 대주주로서 그동안 야기됐던 혼란에 대해 평소의 지론과 같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차원서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물론, 대주주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그룹은 일단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비상위에는 각 계열사 사장단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그룹의 비상 경영을 이끌게 된 이원태 부회장은 지난 1972년 금호그룹에 입사해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금호고속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거쳤다. 특히 1993년부터 금호아시아나의 중국사업 전진기지인 북경 대표처서 근무하며 그룹의 중국 진출을 이끈 ‘중국통’으로 알려졌다. 

그룹은 빠른 시일 내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회장 후보군에 대한 윤곽은 공식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으며,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는 점에서 전문경영인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진다. 

박 회장은 이번 결정에 따라 대한항공의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조 회장과 마찬가지로 항공 계열사의 경영 일선서 물러나게 됐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직 상실은 주주들의 결정에 의해 이뤄졌지만, 박 회장은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의 주총을 앞두고 이 같은 결심을 내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고, 그에 따른 주주들과 여론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자진 퇴진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오너 비리·갑질 주주들 제동
남아있는 두 아들 역할에 주목

지난 25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감사 의견 한정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회사와 대주주가 보다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성의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 점도 박 회장의 자진 퇴진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오너 박 회장이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에 대한 여론 악화 등과 같은 재계의 상황도 박 회장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으리란 분석이 나온다. 박 회장도 지난해 이른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논란’에 휘말리며 비난을 받았다. 

한편 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은 사퇴 발표 전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협조를 요청했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서 물러나기 전 이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1945년 3월19일 광주서 태어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한국합성고무 창업회장인 박인천 명예회장과 한국부인회 광주전남지부 이사장인 이순정씨의 5남3녀 가운데 삼남이다. 위로 두 명의 형과 두 명의 누나가 있다. 박성용 2대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경애씨, 박정구 3대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강자 금호미술관 관장이 그들이다.

아래로 남동생 둘, 여동생 하나가 있는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 박종구 초당대학교 총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다. 배영환 삼화고속 회장이 자형,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매제다.

박 회장은 이정환 전 재무부장관의 차녀 이경렬씨와 결혼했으며, 자녀로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 1남 1녀를 두고 있다. 장인인 이정환 전 장관은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지내며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광주제일고를 거쳐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고려대학교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금호타이어에 입사해 전무이사, 부사장을 거쳐 금호실업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위기냐
기회냐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지냈다. 대우건설 등을 무리하게 인수하는 바람에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그룹 경영에 시련을 겪었다.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에게 배임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금호산업을 되찾는 데 성공하고 박 회장도 소송을 취하하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완전한 재건을 향해 나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인 금호타이어 인수서 자금력 부족으로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기내식 대란과 성추행 의혹 등에 휩싸이기도 했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