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추락한 항공재벌 조양호·박삼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9.04.01 09:47:51
  • 호수 121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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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겨나고, 밀려나고…땅을 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항공재벌 대한항공과 금호아시아나의 총수들이 경영 일선서 전격 물러났다. 한 명은 경영권이 박탈됐고, 한 명은 자진사퇴했다. 국내 항공업계의 양대 축인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에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20년 만에 대한항공의 대표이사직서 내려오게 됐다. 국내서 최초로 주주권 행사에 따라 오너 총수가 물러났으며, 오너리스크에 따른 경영권 약화가 현실화된 사례로 평가받는다. 

파란의 주총
결국 물러나

대한항공은 지난 27일 오전 제57기 정기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재무제표 및 연결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등을 안건으로 올렸다. 

이 중 조 회장의 대한항공 사내이사 연임 안건은 표 대결서 찬성 64.1%로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해 결국 부결됐다. 이에 따라 조 회장은 지난 1999년 4월 대한항공 최고경영자(CEO)가 된 지 20년 만에 대표직서 물러나게 됐다.

앞서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건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히며, 조 회장의 연임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다. 대한항공의 지분을 11.56% 갖고 있는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을 포함한 특수관계인(33.35%)에 이은 2대 주주다. 예상대로 국민연금은 조양호 회장의 연임을 반대했고 뜻을 이뤘다. 


국민연금기금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이하 수탁위)는 전날 수탁자책임 전문위원회를 열고 이같이 결정했다. 수탁위는 조 회장 사내이사 선임 건에 대해 기업가치의 훼손과 주주권의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조 회장은 총수 일가가 지배한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해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기내 면세품에 대한 중개수수료 196억원을 받은 혐의(특경법상 배임)로 기소되는 등 270억원 규모의 횡령·배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상태다.

수탁위에서는 조 회장의 부인과 세 자녀에 대해서도 2015년 ‘땅콩 회항’ 사건을 비롯해 ‘물컵 갑질’ ‘대학 부정 편입학’ ‘폭행 및 폭언’ 등 각종 사건에 연루되면서 주가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봤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 ISS와 국내 자문사 서스틴베스트 등이 이미 조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 반대를 권고했고, 국민연금도 이 같은 기류에 동참했다.

결국 참석 주주들의 의향도 조 회장의 연임 반대로 기울면서 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배력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조 회장의 아들인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사내이사로 남아 있지만, 대한항공에 대한 오너 일가의 영향력은 약해질 수밖에 없다. 한진그룹은 한진칼→대한항공·한진(자회사)→손자회사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다.

조 회장의 경영권 박탈에 주요 외신도 주목했다. 재벌 중심의 한국 재계에 경종을 가하는 이정표적인 사건이라는 점은 물론, 국민연금의 스튜어드십 코드 행보도 의미 있는 대목으로 꼽았다. 국민연금은 뉴욕 월스트리트서도 큰손으로 꼽힌다.

경영권 박탈, 자진 사퇴…2세 시대 저물어
날개 꺾인 대한·아시아나항공 ‘어디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7일 기업지배구조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총수 일가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재벌의 기업지배구조 문화서 이정표를 세웠다”고 보도했다. 이어 재벌 총수 일가는 상대적으로 작은 지분으로 기업 경영에 과도한 경영권을 행사해왔다고 덧붙였다. ‘행동주의 투자’의 승리라는 의미에도 초점을 맞췄다. 


대한항공은 지난 20년 동안 ‘가보지 않은 길’을 걷게 됐다. 조 회장은 1999년 부친 고 조중훈 회장으로부터 대한항공 최고경영자의 자리를 물려받은 뒤 줄곧 경영 일선에 있었다. 

그동안 ‘거수기로 전락했다’는 비판을 받아온 대한항공 이사회가 경영진 감시·견제라는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고, 이전보다 독립적인 의사 결정을 할 권한과 실력을 갖추게 될지에 관심이 쏠린다.

조 회장은 1949년 3월8일 인천서 조중훈 한진그룹 창업주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조 회장은 경복고등학교와 인하대학교 산업공학과를 졸업했으며,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9년 한진정보통신의 사장을 거쳐 1992년 대한항공 사장이 됐다. 1996년에는 한진그룹 부회장, 1999년에는 대한항공 대표이사를 거쳐 2003년에는 한진그룹 2대 회장을 지냈다.
 

▲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조중건 전 대한항공 부회장이 조 회장의 작은아버지, 서울지방법원 판사를 지낸 이태희 대한항공 법률고문이 자형이다. 조남호 한진중공업홀딩스 회장과 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이 동생이다. 동생인 조수호 전 한진해운 회장은 지병으로 고인이 됐다.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이 제수다. 

조 회장은 이재철 전 교통부 차관의 장녀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과 결혼해 1남2녀를 뒀다.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서울대 미대 출신으로 한진그룹 계열사인 정석기업의 이사에 올라 있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장녀고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장남,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차녀다. 장녀 조현아 전 부사장의 남편은 서울대 의대를 나온 성형외과 전문의 박종주씨로 현재는 이혼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조원태 사장은 김재춘 전 중앙정보부장의 손녀인 김미연씨와 결혼했다.

복귀는 언제?
다음 카드는?

현재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는 갑질 횡포와 비리 의혹으로 사정당국의 전면적 압박을 받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8년 5월14일 해외 재산 은닉과 세금 포탈 등을 뿌리 뽑기 위해 국세청, 관세청, 검찰 등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해외범죄수익환수 합동조사단을 설치해 추적 조사와 처벌, 수익 환수까지 공조하는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재계에서는 문 대통령이 한진그룹 오너 일가를 겨냥했다는 해석이 나돌았다. 검찰은 2018년 5월10일경부터 조 회장 등 한진그룹 오너 일가의 비자금 조성 등 배임·횡령 혐의와 상속세 500억원 포탈 혐의 등을 놓고 수사에 들어갔다. 조 회장은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통행세’를 걷어 부당이득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검찰에 따르면 조 회장은 2013년부터 2018년 5월까지 대한항공 납품업체들로부터 항공기 장비와 기내 면세품을 사들이며 ‘트리온무역’ 등의 명의로 196억원 상당의 중개수수료를 챙겨 대한항공에 손해를 끼쳤다. 

검찰조사에서 드러난 조 회장의 횡령과 배임 혐의 규모는 모두 270억원가량이다. 2010년 10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인천 중구 인하대학교 병원 근처서 고용 약사 명의로 약국을 운영하고, 건강보험공단 등에서 1522억원 상당의 요양급여와 의료급여를 부정 수급한 혐의도 받고 있다. 현행 약사법에 따르면 조 회장은 약사 면허가 없기 때문에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

이 외에도 조 회장 일가는 여러 가지 사건으로 조사를 받고 있다. 2014년 12월에는 장녀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이 대한항공 KE086편을 램프리턴(항공기를 탑승게이트로 되돌리는 일)하도록 지시하고 사무장을 강제로 여객기서 내리게 한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됐다. 조 회장이 직접 사과를 하기도 했다. 조현아 전 부사장은 2015년 5월 항소심서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고 석방됐다.


지난해에는 조 회장의 차녀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물컵 갑질 논란이 일었다. 조 전 전무가 던졌다는 물컵은 검찰서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사내외에 쌓여 있던 한진 오너 일가에 분노가 폭발하는 기폭제가 됐다. 

조 회장 부인 이명희 이사장도 가사도우미와 운전기사 갑질 횡포 의혹 등으로 조사를 받았다. 이 이사장은 지난해 두 차례 소환 조사를 받았다. 경찰은 지난해 7월10일 이 이사장 사건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겼다. 

조 회장은 2016년 11월 비선 실세 최순실씨의 압박으로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서 물러났다는 의혹으로 검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검찰은 당시 조 회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2016년 5월 조직위원장서 물러나던 시기에 일어난 각종 상황의 사실관계를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너리스크
예견된 결과

조 회장은 그해 5월 위원장 자리서 돌연 물러나며 한진해운의 정상화에 힘쓰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러나 당시 조 회장이 2년 넘게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힘을 쏟아왔던 만큼 의외라는 반응이 나왔다. 최씨와 연관된 평창동계올림픽 관련한 각종 이권사업을 거부해 위원장 자리서 밀려난 게 아니냐는 것이었다. 

조 회장에 이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도 그룹 경영서 완전히 손을 뗀다. 전격적인 용퇴다. 지난 28일 그룹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이 감사보고서 문제로 시장에 혼란을 초래한 것에 책임을 지고 퇴진을 결정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 회장이 현 사태에 책임을 지고 그룹 경영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직과 아시아나항공, 금호산업 2개 계열사의 대표이사직과 등기이사직을 내려놓는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측은 “박 회장이 대주주로서 그동안 야기됐던 혼란에 대해 평소의 지론과 같이 책임을 회피하지 않는 차원서 사퇴를 결심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물론, 대주주는 어떤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그룹은 일단 이원태 부회장을 중심으로 그룹 비상 경영위원회 체제로 운영될 예정이다. 비상위에는 각 계열사 사장단이 포함될 것으로 알려졌다. 당분간 그룹의 비상 경영을 이끌게 된 이원태 부회장은 지난 1972년 금호그룹에 입사해 금호타이어, 아시아나항공, 금호고속 등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거쳤다. 특히 1993년부터 금호아시아나의 중국사업 전진기지인 북경 대표처서 근무하며 그룹의 중국 진출을 이끈 ‘중국통’으로 알려졌다. 

그룹은 빠른 시일 내 외부 인사를 그룹 회장으로 영입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회장 후보군에 대한 윤곽은 공식적으로는 드러나지 않았으며, 외부 인사를 영입한다는 점에서 전문경영인을 검토할 것이란 관측이 이어진다. 

박 회장은 이번 결정에 따라 대한항공의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한 조 회장과 마찬가지로 항공 계열사의 경영 일선서 물러나게 됐다.

조 회장의 대한항공 대표직 상실은 주주들의 결정에 의해 이뤄졌지만, 박 회장은 금호산업·아시아나항공의 주총을 앞두고 이 같은 결심을 내렸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유동성 위기가 심각한 상황에 이르렀고, 그에 따른 주주들과 여론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자 자진 퇴진이라는 강수를 둔 것으로 보인다. 

오너 비리·갑질 주주들 제동
남아있는 두 아들 역할에 주목

지난 25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아시아나항공의 감사 의견 한정 사태와 관련해 “근본적으로 회사와 대주주가 보다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성의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 점도 박 회장의 자진 퇴진의 배경으로 작용했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언급은 오너 박 회장이 이번 사태의 해결을 위해 보다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됐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에 대한 여론 악화 등과 같은 재계의 상황도 박 회장의 결정에 영향을 미쳤으리란 분석이 나온다. 박 회장도 지난해 이른바 ‘아시아나항공 기내식 대란 논란’에 휘말리며 비난을 받았다. 

한편 그룹에 따르면 박 회장은 사퇴 발표 전날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금융시장 조기 신뢰 회복을 위해 협조를 요청했다. 박 회장은 그룹 회장서 물러나기 전 이 산업은행 회장을 만나 아시아나항공의 조기 경영 정상화를 위한 진정성에 대해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박 회장은 1945년 3월19일 광주서 태어났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한국합성고무 창업회장인 박인천 명예회장과 한국부인회 광주전남지부 이사장인 이순정씨의 5남3녀 가운데 삼남이다. 위로 두 명의 형과 두 명의 누나가 있다. 박성용 2대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경애씨, 박정구 3대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 박강자 금호미술관 관장이 그들이다.

아래로 남동생 둘, 여동생 하나가 있는데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 박현주 대상홀딩스 부회장, 박종구 초당대학교 총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차관)이다. 배영환 삼화고속 회장이 자형,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이 매제다.

박 회장은 이정환 전 재무부장관의 차녀 이경렬씨와 결혼했으며, 자녀로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사장, 박세진 금호리조트 상무 1남 1녀를 두고 있다. 장인인 이정환 전 장관은 금호석유화학 회장을 지내며 금호아시아나그룹 경영에 참여하기도 했다.

박 회장은 광주제일고를 거쳐 연세대학교 경제학과와 고려대학교 컴퓨터과학기술대학원을 졸업했다. 금호타이어에 입사해 전무이사, 부사장을 거쳐 금호실업의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위기냐
기회냐

아시아나항공 대표이사 부회장을 역임했으며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을 지냈다. 대우건설 등을 무리하게 인수하는 바람에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그룹 경영에 시련을 겪었다. 동생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그룹 회장에게 배임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다.

금호산업을 되찾는 데 성공하고 박 회장도 소송을 취하하는 등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완전한 재건을 향해 나아가는 듯 보였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인 금호타이어 인수서 자금력 부족으로 문턱을 넘어서지 못했다. 기내식 대란과 성추행 의혹 등에 휩싸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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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국민의힘 해산’ 민주당 딜레마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이 위태위태하다. 끝나지 않는 내부 총질에 “이럴 바엔 해산하라”는 날 선 비판까지 나온다. 이 모습을 바라보는 더불어민주당은 만감이 교차한다.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자니 보수 결집이, 그대로 놔두자니 개혁에 걸림돌이 되는 딜레마의 연속이다. 이번 국민의힘 전당대회는 ‘윤 어게인(Again)’과 전한길씨의 싸움으로 자리 잡았다. 누가 대표가 되더라도 ‘내란 정당’이라는 꼬리표를 떼기에는 역부족이다. 이에 발맞춰 국민의힘 해산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내란 수괴와 45명의 적 국민의힘 해산 요구는 지난 6·3 조기 대선 정국서부터 불거졌다. 서부지검 폭동 사태와 헤어 나오지 못한 탄핵의 강 등 내란 사태가 지속되자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정당해산 가능성을 언급한 것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탈당하기 전 당시 민주당 박찬대 원내대표는 “국민의힘은 윤석열을 비호하고 내란에 동조하며 국가적 위기와 사회적 혼란을 키운 씻을 수 없는 큰 책임이 있다”며 제명을 촉구했다. 윤 전 대통령을 수호한 45명의 의원을 ‘인간 방패’라고 꼬집으며 제명을 요구했다. 민주당이 호명한 45명은 국민의힘 ▲강대식 ▲강명구 ▲강민국 ▲강선영 ▲강승규 ▲구자근 ▲권영진 ▲김기현 ▲김민전 ▲김석기 ▲김선교 ▲김승수 ▲김위상 ▲김은혜 ▲김장겸 ▲김정재 ▲김종양 ▲나경원 ▲박대출 ▲박성민 ▲박성훈 ▲박준태 ▲박충권 ▲서일준 ▲서천호 ▲송언석 ▲엄태영 ▲유상범 ▲윤상현 ▲이달희 ▲이상휘 ▲이만희 ▲이인선 ▲이종욱 ▲이철규 ▲임이자 ▲임종득 ▲장동혁 ▲조배숙 ▲조은희 ▲조지연 ▲정동만 ▲정점식 ▲최수진 ▲최은석 의원이며 이들이 내란 정당의 주축이라고 봤다. 대선후보 마감을 앞두고 국민의힘이 새벽을 틈타 ‘후보 바꿔치기’를 시도하던 때에는 보수 진영에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당원이 뽑은 김문수 후보의 선출을 취소하고 전 국무총리던 한덕수 무소속 예비후보를 입당시켜 당의 대선후보로 등록한 것이다. 밤사이 일어난 촌극에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니들이 저지른 후보 강제 교체 사건은 직무 강요죄로 반민주 행위고 정당해산 사유도 될 수 있다”며 “기소되면 정계(에서) 강제 퇴출된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자기들이 저지른 죄가 얼마나 무거운지도 모르고 윤통(윤석열 전 대통령)과 합작해 그런 짓을 했나”라며 “그 짓에 가담한 니들과 한덕수 추대 그룹은 모두 처벌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 전 시장은 지난달 자신의 온라인 소통 플랫폼 ‘청년의 꿈’에서 한 지지자가 국민의힘 복당 등에 대해 질문하자 “해산될 정당에 다시 들어갈 일은 없을 것”이라며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민주당은 통합진보당(이하 통진당)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에 의해 위헌정당해산심판으로 해체된 사례를 예로 들며 해산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2014년 12월 헌재는 통진당이 “북한식 사회주의 혁명 노선을 추종하며 자유민주적 기본 질서를 위협한다”며 재판관 8대 1의 의견으로 정당해산을 결정한 바 있다. 정당해산의 주요 원인은 이석기 전 의원의 내란 음모 사건이었이다. 알면서 잡은 썩은 동아줄…속내 복잡 남은 건 ‘내란 정당해산’ 심판대뿐 당시 황교안 법무부 장관은 해산 청구 이유에 대해 “통진당의 강령 목적이 우리 헌법의 자유민주주의적 기본 질서에 반하는 북한식 사회주의를 추구하고, 핵심 세력인 RO(지하 혁명 조직)의 내란 음모 등 그 활동도 북한의 대남 혁명 전략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며 헌법의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민주당은 실행되지 않은 예비 음모 혐의와 내란 선동만으로 통진당이 해산됐는데, 내란을 실행한 자를 옹호한 국민의힘의 죄는 통진당보다 더 크다고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기까지, 국민의힘은 내란에 동조했을 뿐더러 극우 단체와 함께 저항권 행사를 선동했다고도 주장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의원이던 당시 국회에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구권을 부여하는 내용의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그는 민주당 최전방에서 국민의힘 해체를 요구했던 만큼 이제는 당 대표 직권으로 개정안을 밀어붙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헌법재판소법 제55조에 따르면 “정당의 목적이나 활동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위배될 때에는 헌법재판소에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며 주체는 ‘정부’로 명시하고 있다. 정 대표가 발의한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정당해산심판 청구 요건에 ‘국회 본회의 의결이 있을 때’라는 요건이 추가돼 해산심판 주체가 ‘국회’를 포함하게 된다. 당시 정 대표는 한 라디오를 통해 “국민의힘이 제1야당이라 법무부가 직접 나서기엔 부담이 있을 수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국회가 의결을 통해 정당해산 청구를 국무회의 심의 안건으로 올리는 방식이 현실적”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사면으로 정치권에 복귀한 조국혁신당 조국 전 대표도 국민의힘 정당해산을 주장하고 나섰다. 조 전 대표는 “윤석열 파면과 대선 패배 이후에도 여전히 친윤(친 윤석열)계가 당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여전히 계엄과 내란에 대해서 옹호하는 정당”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정 대표가 정당해산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정당해산을 하려면 12·3 내란과 관련해 국민의힘 지도부가 조직적으로 관여했음이 확인돼야 한다. 적어도 1심 판결까지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뼈아픈 공포탄? 개헌 저지선인 100석을 겨우 넘긴 국민의힘이지만 민주당발 정당해산만큼은 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거센 풍파를 겪었던 보수가 재건할 새도 없이 또다시 무너진다면 그야말로 회생 불가능한 상태에 빠질 것이란 우려에서다. 최근 전 정부와 국민의힘을 옥죄는 특검이 동시다발적으로 이어지자 정당해산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최근 통일교와 자당 간의 연결고리를 좇는 특검 수사를 언급하며 “국민의힘과 특정 종교를 억지로 결부시켜 정당해산의 빌미를 인위적으로 조작하려고 하는 정치 보복일 뿐”이라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최은석 수석 대변인 역시 “여당 대표가 정당해산을 입에 올리자 (특검이) 곧장 달려든 모습은 수사기관이 아니라 정권의 ‘행동대장’ ‘'친위부대’로 전락한 모습”이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은 전당대회 기간 동안 “우리도 자칫 통합진보당 꼴이 될 수 있다”며 우려를 내비쳤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불법 계엄은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는, 헌정사 최악의 법치 유린”이라며 “그것을 옹호하거나 침묵하는 사람이 대표가 된다면, 그 즉시 우리 당은 ‘내란 정당’으로 낙인 찍히고 해산의 길로 내몰릴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연일 공세 수위를 높이고 있지만 공포탄이 실탄으로 바뀔지는 미지수다. 내란 정당인 국민의힘은 10번 100번도 해산해야 한다지만 막상 야당에 칼을 겨누자니 여당으로서의 현실적인 고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정당해산심판이 이뤄진다면 오히려 국민의힘이 똘똘 뭉치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다. 특검이 국민의힘을 포위하자 전당대회를 앞두고 사분오열 흩어졌던 보수가 잠깐이나마 하나가 돼 단체 농성에 나서는 등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당해산은 이 대통령이 강조하는 통합 정치와도 거리가 멀다.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뿌리 뽑기 위함이라고 주장하지만, 대화는커녕 당 대표끼리 악수조차 못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해산 청구를 했다가는 여당이 의석수로 야당을 찍어 누르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질 것이란 분석이다. 서로 실책에 기대는 반사이익 구조도 문제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최근 정부여당 지지율이 떨어지긴 했어도 국민의힘이 저런 식으로 행동하는 한 국민은 이들을 야당이 아닌 내란 세력의 현재 진행형으로 볼 것”이라며 “고질적인 문제지만 한국 정치는 반사이익 구조를 벗어날 수 없다. 정당해산으로 국민의힘이 사라진다면 과연 민주당에 득이겠느냐”라고 의아해했다. 뿔뿔이 흩어질까 이어 “지금 민주당의 모든 정책, 개혁은 내란 세력 척결이라는 원포인트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며 “내란 세력이 사라지면 민주당의 날카로움이 돋보이지 않는, 오히려 개혁의 동력이 떨어지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기 보다 구심점을 잃고 자중지란을 겪고 있는 야당을 그대로 두는 게 더 낫다는 설명이다. 정당해산이 말로만 그쳐도 문제다. 지난 민주당 전당대회서 강성 당원들은 시원하게 개혁을 외치고 날카롭게 국민의힘을 찌른 정 대표를 당의 수장으로 세웠다. 정당해산을 소리 높여 주장하는 정 대표가 막상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다면 그 실책은 고스란히 민주당이 떠안게 된다. 국민의힘 스스로 분열의 길에 접어들면서 또 다른 선택지가 주어졌다. 친윤·친한(친 한동훈), 찬탄(탄핵 찬성)·반탄(탄핵 반대)으로 단단하게 굳어 심리적 분당 상태에 빠진 국민의힘이 자진해서 해체하는 방법이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국민의힘의 분열을 기회로 보고 있다. 편 가르기의 결과로 당이 쪼개져 자진 해산한다면 민주당은 정당 해체 심판을 청구하는 수고로움을 덜 수 있다. 혹시 모를 지지율 역풍과 보수 결집 등의 고민도 해결된다. 장동혁 당시 대표 후보가 정당해산 프레임을 같은 편에 덧씌우면서 공세 수위를 높인 것이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탄핵 찬성파인 안철수·조경태 후보를 겨냥한 듯 “소신이라는 이유로 사사건건 당론을 어기고 급기야 탄핵까지 찬성했던 분들이 대표가 된다면 정청래(민주당 대표)와 짬짜미해서 당을 해산시킬지 우려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짜 해산돼야 할 위헌 정당은 국민의힘이 아니라, 온갖 방법으로 헌법 질서를 파괴하고 일당 독재를 하는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를 앞두고 탄핵에 찬성한 이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한 강력한 한 수를 던진 셈이다. 이 과정을 지켜보던 민주당은 “분당이나 정당해산을 피하려면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하라”고 지적했다. 상처만 남은 전대 이대로 알아서 해산? 민주당 전현희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은 전당대회를 분당대회로 이름을 바꿔라”라며 “윤석열 재입당 공약과 전한길의 선동 사태는 친길(친 전한길)파와 반길(반 전한길)파의 분당 예고편 같다. 진정 분당과 정당해산을 피하고 싶다면 이제라도 전한길과 윤 어게인 세력과 결별 하길 권고드린다”고 말했다. 이들의 내부 총질은 전당대회를 앞둔 마지막 토론회서 화룡점정을 찍었다. ‘반탄파(탄핵 반대)’인 김문수·장동혁 후보와 ‘찬탄파(탄핵 찬성)’인 안철수·조경태 후보 간의 살벌한 대치가 이어지면서 정당해산 카드를 꺼내기도 전 스스로 분당 수순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1, 2차 토론회와 마찬가지로 김 후보와 조 후보는 비상계엄 문제를 놓고 대립했다. 김 후보는 “비상계엄은 잘못됐고 헌법재판소에서 탄핵이 될 만큼의 불법성이 있다”면서도 “헌재 판결은 받아들이지만 그 자체가 모든 면에서 완전하다고 받아들일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조 후보는 “강성 지지층인 윤 어게인을 의식한 발언”이나며 “우리나라는 민주주의 국가이지 ‘윤주주의’ 국가가 아니지 않는가”라고 받아쳤다. 그러자 김 후보는 “민주당 조경태 의원이 말하는 것은 그렇다고 할 수 있지만, 조 후보는 국민의힘 의원”이라며 사퇴를 촉구하기도 했다. 토론 단골 주제인 유튜버 전한길씨도 화두에 올랐다. 장 후보는 내년 치러질 재보궐선거에 만일 공천을 한다면 한동훈 전 대표와 전씨 중 누구를 택하겠냐는 진행자의 질문에 “열심히 싸우고 있는 분에 대해서는 공천을 줄 수 있다”며 전씨를 택했다. 반면 조 후보는 “오늘 토론회를 보면서 상당히 마음이 아픈 게 장 후보가 재보궐선거에 공천할 후보로 전씨를 선택한 것”이라며 “전씨는 윤 어게인을 주창하는 분이고 그분이야말로 내란 동조 세력”이라고 마지막까지 비판했다. 당 대표 선출서 갈등이 최고조에 올랐던 만큼 선거가 끝난 이후에도 쉽사리 봉합되지 않고 있다. 특히 내년 지방선거라는 대목을 앞두고 치열한 계파 싸움이 예고되면서 당의 앞날이 불안정하다는 평이다. 여의도 안팎의 이야기를 종합하면 민주당은 특검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정당해산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란 수사가 진행되는 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향해 언제든지 정당해산이라는 카드를 쥐고 흔들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어느 쪽도 진퇴양난 한 야권 관계자는 “국민의힘은 정당해산에 대해 가능성 없는, 반민주적 행위라고 주장하지만 내심 불안해하는 것 같다며 “국민의힘이 빈말이라도 ‘할 테면 해 봐라’라는 식의 이야기를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처럼 당 간판만 갈아 치워서는 국민의 마음을 돌릴 수 없다는 걸 본인들이 가장 잘 알 것”이라며 “‘먹히는 개혁안’을 찾아야 한다. 같은 편끼리 지지고 볶다 자진 해산하나, 민주당 손에 이끌려 강제 해산하나 불명예스럽긴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것’으로 뭉친 국힘 서로를 거칠게 비판하던 국민의힘이 당원 명부를 놓고 결집했다. 김건희 특검팀이 ‘2022년 통일교 입당 의혹’과 관련해 국민의힘 중앙당사 압수수색을 시도하자 하나로 뭉쳐 이를 저지한 것이다. 국민의힘은 “국민의 정치적 활동과 일상생활을 감시하겠다 것”이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들은 조를 편성해 24시간 중앙당사에서 비상 체제를 유지했고 결국 특검팀은 국민의힘과 절충점을 찾지 못해 압수수색은 불발됐다. 국민의힘은 특검팀의 압수수색 시도를 “야당 탄압” “정치 보복”으로 규정하고 농성을 이어갈 예정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