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116)천운

후세를 위한 약속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인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왜 그러시오, 대감.”

“허허, 저 역시 예순여덟이건만. 이거 어째 세상살이가 불공평합니다. 아직도 한창때인 듯 보입니다.”

말을 마친 연개소문이 술을 마저 따르자 이번에는 유신이 연개소문의 얼굴을 찬찬히 주시하며 술을 따랐다.

진솔한 대화

“대감께서 소장을 놀리십니다.” 


“놀리다니요?”

“그렇게 정력적으로 사셨는데도 불구하고 대감께서 오히려 한창때로 보입니다.”

“그렇게 보아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두 사람이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며 호탕하게 웃어 젖혔다.

“그런데 무슨 의미로 이리 방문해주셨는지요?”

웃음이 끝나자 유신이 정색하고 말문을 열었다. 

“글쎄요,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그저 대장군 한번 만나보고 싶은 생각에 무모한 짓을 한 듯하오.”


“소장 역시 대감을 흠모하고 있었소.”

유신이 말을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살핀 연개소문이 잔 들 것을 종용하자 두 사람이 단번에 잔을 비웠다.

“대장군, 제 입장을 먼저 말씀드리렵니다.”

유신이 연개소문을 주시하며 잔을 채우자 연개소문 역시 유신의 잔을 채웠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당나라를 도모하려 무진 애를 썼습니다. 그러나 천운이 제 편에 서지 않습디다.”

“천운이라면?”

“당나라의 기운 역시 승하는 입장이었지요. 그러니 아무리 애를 써도 일시적인 효과는 보지만 궁극으로는 그들을 멸할 수 없었습니다.”

유신이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당나라를 그리도 도모하려 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시오?”

연개소문이 말을 마치고는 천천히 잔을 비워 그 잔을 유신에게 넘기고 술을 따랐다. 

“소장, 그 부분 의아하게 생각했소이다. 대감 역시 삼국통일을 지향하고 있건만 신라와 백제가 아닌 당나라 공략에 오로지 하는 인상을 받았습니다.”

“절차상 문제입니다. 삼국통일이 먼저냐 아니면 통일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당나라 정벌이 먼저냐의 문제이지요. 아울러 제 경우 당나라를 점령하고 나면 우리 민족은 자연스럽게 하나로 결합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니고 있었습니다. 비록 그간 우여곡절은 있었으나 하나의 민족이니 말입니다.”


유신이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왜 그러시는지요?”

“소장의 생각이 너무 짧았습니다.”

“그 말씀은?”

“소장은 대감과 반대의 생각을 지니고 살아왔습니다. 우리 민족의 통합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고뇌의 찬 표정을 지으며 유신이 잔을 비워내고 연개소문에게 넘기고 술을 따랐다.


“우리 신라는 그저 방해꾼으로만 작용했습니다.”

유신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아닙니다, 대장군. 바로 운명, 즉 천운이 그리 흘러가고 있는 겝니다.”

“그러면 대감의 뜻을 이루기 힘들다는 말씀이십니까?”

“지금으로선…… 인력만으로는 어렵다는 의미지요.”

유신이 인력을 되뇌었다.

“언제인가는 반드시 이루어야지요. 그렇지 않으면 먼 훗날 우리 후손들이 다시 이런 상황에 직면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유신이 잔을 들어 천천히 비워냈다.

“대감, 참으로 송구합니다.”

“그보다도, 내 대장군에게 부탁 하나 하려 하오.”

“말씀하시지요.”

“우리 둘 중에 누구라도 훗날 우리 후손들이 우리처럼 싸우지 않도록 일을 도모하도록 합시다.”

“그 말씀은?”

“비록 영토를 회복하지는 못하더라도 반드시 민족의 통일을 이루자는 이야기입니다.”

유신이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불가능합니까?”

“불가능을 떠나서 그 주역을 대감께서 하셔야 할 듯해서 그러합니다.”

“대장군, 이미 말하지 않았소. 인력만으로는 안 된다고.”

유신이 힘주어 말하는 연개소문의 얼굴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대감, 소장이 하나 여쭈어도 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오래전에 무열왕이 고구려에 갔을 때 왜 곱게 돌려보내주셨는지요?”

연개소문이 당시를 회상하는지 그저 미소만 지었다.

“결국 같은 민족의 일이니…… 그리하셨군요.”

“인생이란 게 뭡니까? 생(生)이 있으면 반드시 사(死)가 있고, 아니 사 역시 생의 한 방편 아니겠소. 그러니 항상 길게 살펴야지요.”   

인생의 황혼에 접어 든 두 노인의 대화가 개인적인 일로 이어지기를 잠시, 연개소문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가시렵니까?”

속내 확인한 김유신과 연개소문
부여 풍 사이 두고 드러나는 마각

“제가 아니라 대장군이 가셔야지요.”

연개소문이 미소를 보였다.

“그렇군요. 여하튼 대감께 목숨 한 번 빚졌습니다.”

“대장군의 목숨도 그러하지만 제 목 역시 우리 민족의 소유입니다. 그러니 함부로 취할 수 없습니다.” 

부여 풍이 왜국에서 지원군과 함께 돌아오자 주류성의 세가 배가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복신과 도침이 부여 풍을 사이에 두고 서서히 마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른바 권력을 잡기 위한 소리 없는 전쟁이 진행되었고, 그 과정에서 두 사람의 하인 간에 싸움이 벌어지는 일이 발생했다.

그 싸움에서 복신의 하인, 남색을 밝히는 복신의 연인인 수경이 일방적으로 폭행당했다.

“장군, 너무 억울하옵니다.”

연인의 얼굴이 뭉개지고 피로 물든 모습을 바라보는 복신이 억장이 무너지는지 이를 갈며 한숨을 내쉬었다.

“자초지종을 말해보거라.”

“장군이 이 성의 실질적인 성주라 이야기하자 다짜고짜 때리기 시작하였사옵니다.”

“뭐라?”

“이 성의 실세는 자신이 모시는 도침이라며.”

말을 하다 말고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복신이 수경을 가만히 껴안았다.

“그리고?”

“차마 제 입으로는 말씀드릴 수 없사옵니다.”

“괜찮으니 서슴지 말거라.”

껴안은 팔에 힘을 주자 수경의 손이 복신의 목을 감쌌다.

자멸의 조짐

“장군과 저의 관계를.” 

“우리 관계가 어떻다고!”

“남자와 남자가 차마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한다며, 개새끼만도 못한 놈들이라 하였습니다.”

“이 놈이!”

수경을 껴안은 복신의 몸이 급격하게 떨기 시작했고 그 떨림에 수경의 울음소리 역시 높아갔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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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채 상병 특검’ 공수처 불편한 속내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채 상병 특검’ 목소리가 커지기 시작했다. 야권의 4·10 총선 압승으로 더불어민주당의 움직임에도 속도가 붙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난감하기만 하다. 부족한 인력으로 인해 수사의 첫 단추도 끼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발 빠른 수사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공수처 안팎에서는 정치권의 책임 떠넘기기에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조직이 와해되기 직전인데 수사에 속도가 어떻게 나겠느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의 말이다. 요즘 공수처의 분위기는 참혹하다. 해병대 ‘채 상병 사건’으로 반전을 꾀하고 싶어도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특별검사(이하 특검) 목소리가 거세지면서 ‘비교 대상’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통령실 압수수색? 채 상병 사건 특검법 추진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공수처의 분위기는 암흑 상태다. 검찰 제도를 보완해 ‘상설특검’ 명목으로 출범했음에도 ‘늑장·부실’ 수사 논란 속에 결국 사건 기록을 특검에 넘겨줘야 하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오는 5월2일, 임시국회를 열어 법안을 표결하자는 분위기다. 법안 통과를 위해서는 국회의장과 여당의 협조가 필요한데, 총선 이후 여당 일각서도 채 상병 특검에 동의하는 분위기가 표출되고 있다. 채 상병 특검 법안은 지난해 10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뒤 180일의 숙려 기간을 거쳐 본회의 표결만 하면 언제든 통과할 수 있는 상황이다. 채 상병 사건 수사 갈래는 크게 두 가지다. 무리한 수색 지시 등 책임자를 가리는 본안 수사가 경북지방경찰청서 진행 중이고, 해병대 수사단의 초동 조사에 국방부와 대통령실 관계자가 개입했다는 외압 의혹은 공수처가 맡고 있다. 외압 핵심 피의자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주호주대사로 임명돼 부임 후 사퇴하는 과정서 대통령과 법무·외교부 장관의 직권남용 의혹도 공수처에 추가로 고발됐다. 야권이 특검을 통해 밝히려는 사안의 실체는 수사 외압에 집중돼있다. 특검이 통과되면 공수처가 내려던 실적이 특검으로 넘어가는 건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민주당은 이 대사 임명 과정서의 추가 의혹도 특검법안을 수정 발의해 포함할 계획이다. 공수처는 수사의 무게를 일부 덜겠지만, 6개월 넘게 진행해온 사건 기록을 외부에 넘긴다는 건 또 다른 비판의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다. 특검 추진 본격화…수사팀 의욕 잃어 “이럴 거면 왜 강조하나” 불만 증폭 공수처 출신 한 변호사는 “인력난 때문에 고전하는 상황이다. 내부 얘기를 들어보면 ‘죽을 맛’이란다. 채 상병 사건 수사는 최선을 다하려 했는데 특검이 언급되면서 수사팀의 의욕이 상실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수처법상 수사 범위와 인원 범위가 지나치게 제한돼있어 실질적인 수사 기능을 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설명이다. 공수처법은 공수처의 수사 범위를 현직 공직자와 그 가족, 퇴임 3년 이내 전직 고위공직자로 한정하고 있다. 공수처 검사와 수사관의 인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현재 공수처법이 규정하고 있는 검사와 수사관의 규모는 처·차장 포함 검사 25명, 수사관 40명이다. 공수처법을 추진할 당시 규모는 검사 30~50인, 수사관 50~70인이 제안됐지만 법무부와 국회의 논의를 거치면서 현재 정원으로 대폭 감소했다. 공수처 관계자는 “총선과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인원 확대와 관련해 국회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며 “검사의 신분보장을 위한 임기에 대해서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앞서 공수처는 최소한의 행정인력이라도 확보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현행법상 행정인원 정원은 20명인데 지난 2022년 공수처는 행정직원 중 국·과장과 직제 파견자 등 7명을 제외하면 실제 가용인원이 13명에 불과해 수사관을 행정인력에 투입해야 할 상황에 놓인 바 있다. 공수처가 제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수적이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이유다. 특히 공수처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일치시켜 수사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수처는 ‘공수처법상 기소권 없는 사건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연구용역’을 발주하는 등 수사 대상과 기소 대상의 불일치로 발생하는 구속영장 논란을 정리하기 위한 연구에 착수하기도 했다. 인력난 가중화 지금까지 공수처가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한 상황을 보면 초기 단계에 불과하다. 지난해 12월 이 전 장관 등을 출국금지했고, 한 달 후인 지난 1월 압수수색에 착수했다. 이후 포렌식과 참고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전 장관을 비롯한 국방부 지휘부와 해병대 수뇌부 등에 대한 조사는 특검의 몫이 될 가능성도 있다. 경우에 따라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등으로 특검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공수처와 경찰은 특검법 처리 여부를 주시하며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총선 국면서 논란의 중심에 선 공수처는 수사를 신속하게 진행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이다. 공수처 지휘부 공백 상태가 영향을 줄 여지도 있다. 주요 피의자 소환 및 신병처리 등 주요 의사결정을 처장 대행인 부장검사가 결정하기 부담스러울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다. 만약 국회서 여야가 특검법 처리에 합의하는 수순을 밟으면 공수처도 새로 출범할 특검에 기록을 인계하기 위한 작업에 중점을 둘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본회의에 회부된 안은 민주당이 지난해 9월 발의한 법안이다. 민주당이 지난 3월, 이 전 장관이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경위를 수사해야 한다는 별도의 특검안도 국회에 제출했기 때문에 이 두 법안이 병합되는 안도 거론된다. 본회의 회부 안건은 수사기간을 최장 100일로 정하고 있는데, 잔여 수사를 검찰에 이첩하도록 명시됐다. 경찰과 공수처가 시작한 수사가 특검을 거쳐 검찰 손에 넘어가는 것은 부자연스럽다는 말도 나온다. 민주당이 3월 발의한 안은 잔여수사 이첩 대상을 검찰과 공수처로 정했다. 단추도 못 끼워 민주당이 특검법 조항 일부를 양보하고 국민의힘이 수사 대상 확대에 동의하는 시나리오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나온다. 이런 과정서 본회의 회부 안이 조정될 수도 있다. 이 가운데 이 전 장관은 최근 변호인을 통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 전 장관 측이 공수처에 소환조사를 요청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이 전 장관 측 김재훈 변호사는 최근 공수처에 소환 촉구 의견서를 내고 “이 전 장관은 호주 대사직서도 물러났으나 공수처는 지금까지도 아무런 연락이 없다”며 “공수처의 이런 수사 방기 탓인지 정치권에서는 특검 필요성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에 보낸 의견서에서 “이첩 보류 지시는 직권남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국방부 장관은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사건 이첩에 대한 최종 승인권자이므로 인사권자가 인사안 결재 후 이를 취소·변경할 수 있듯이 그 승인을 변경할 수 있다”며 “해병대 수사단장에게 수사 권한이 있다느니, 수사단장에게 민간 수사기관으로의 이첩 권한이 있다느니 하는 것은 법 규정의 몰이해로부터 비롯된 억지”라고 주장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장관이 보고서를 회수하라고 지시하기 전에 대통령실 내선번호로 전화를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전 장관 측은 “이 전 장관은 대통령으로부터 (사단장을 빼라는)지시를 받은 사실이 없다”며 “당시 장관이 군사보좌관과 논의하는 과정서 ‘(초급 간부들까지 처벌 대상에 포함한다면)초급 간부들이 힘들어할 것 같다’는 의견을 나눴고 법무관리관실의 법리 검토를 거쳐야 한다고 판단해 이첩 보류를 지시했다”고 강조했다. 수사 인원 범위 제한적 법 개정 안되면 도루묵 이어 “재검토한 결과 8월24일 직접적인 혐의가 있는 2명을 경찰에 이첩했고, 해병대수사단 조사기록 원안도 그대로 전달했다”고 밝혔다. 이 전 장관 측은 민주당이 추진하는 ‘채 상병 특검’도 비판했다. 이 전 장관 측은 “공수처의 1차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인데 무엇이 미흡하고 국민적 의혹이 남아 해소되고 있지 않다는 것이냐”며 “특검 논란을 잠재울 수 있는 유일한 해법은 공수처의 신속한 수사와 결정”이라고 주장했다. 공수처 수장이 석 달째 공석인 점은 제도 지속 가능성에 의문을 더한다. 윤석열 대통령은 최종 후보자 지명을 두 달 가까이 미루고 있다. 앞서 국회 공수처장후보추천위원회는 지난 2월29일 판사 출신 오동운(사법연수원 27기) 변호사와 검사 출신 이명순(연수원 22기) 변호사를 후보로 추천했다. 김진욱 전 처장과 여운국 전 차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해 공수처가 ‘대행 체제’에 들어간 건 지난 1월 말부터다. 김선규 수사1부장이 처장 대행을 맡고 있지만, 지난달 제출한 사직서가 수리되지 않아 임시로 대행직을 수행 중이다. 최근 인사위원회서 연임이 불발된 수사1부 소속 김송경 검사(사법연수원 40기) 임기도 만료됐다. 김 대행이 이끄는 수사1부는 공기광 검사만 남게 된다. 별도 조직개편 계획도 없어 수사 부서 1개가 사실상 사라질 위기다. 윤 대통령이 공수처장 후보자를 지명해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통과해야 임명이 가능하다. 21대 국회 임기는 내달 29일까지다. 22대 국회가 개원해도 원구성에 시일이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신속한 공수처장 공백 해소를 위해선 이달 안으로 후보 지명을 마쳐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수장 공백 장기화 우려 법조계에서는 특검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공수처법에 따르면, 공수처는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권은 있지만 기소 권한이 없다. 수사를 마친 뒤 검찰에 사건을 넘기고 검찰이 기소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구조다. 공수처 출범 당시 수사·기소권을 모두 줄 경우 일각에선 ‘무소불위 공수처’가 될 거란 우려가 제기되면서 공수처는 법관, 검사, 고위 경찰공무원에 대해서만 제한적 기소권을 갖게 됐다. 문제는 검찰이 채 상병 사건 기소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검찰을 관할하는 법무부는 지난달 8일, 공수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사건 처리의 중립성 논란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특검을 통해 채 상병 사건을 수사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