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200호 특집> ‘다시 뛰는’ 10대 그룹 위기극복 비책

“올해도 어렵다…그래도 해보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2019 기해년이 밝았다. 쉽지 않은 경제 여건 때문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계도 마찬가지다. 업종 불문하고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10대 그룹들은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내놨다. 그들의 비책을 확인했다.
 

 

지난해 재계는 녹록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했지만 올해 역시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맏형 격인 삼성그룹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행보를 이미 시작했다.

위기 속 기회
도약의 계기

삼성그룹의 핵심계열사 삼성전자의 김기남 부회장은 현 경제상황을 위기로 보고 ‘혁신기술’로 극복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2일, 김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9년은 삼성전자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라며 “10년 전에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도약한 것처럼, 올해는 초일류·초격차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자”고 당부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옛 것을 토대로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아야 하고, 새것을 만들어가되 근본은 잃지 않아야 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그는 개발·공급·고객 관리 등 전체적인 프로세스 점검을 통해 기존 사업의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할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100년 기업을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며 “지난 50년간 삼성전자가 IT산업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면 다가올 50년은 중심이 되자”고 당부했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리더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도 같은 날, 시무식을 주재했다. 정 부회장이 시무식을 주재한 것은 처음으로 그동안은 정몽구 회장이 시무식을 주재했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신년회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서 벗어나 경영과제를 신속히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라며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상서부터 열린 마음으로 다름의 가치를 존중하고 새로운 시도와 이질적인 것과의 융합을 즐겨야 한다”며 “실패를 인정하고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녹록찮은 2019년 대책 마련 분주
경제 위기감 고조…해결책 모색

정 부회장은 “글로벌 자동차산업과 대한민국 경제의 발전을 이끈 정몽구 회장님의 의지와 ‘품질경영’ ‘현장경영’의 경영철학을 계승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나가는 게임체인저로서 고객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그룹으로 거듭나겠다”며 정 회장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밝혔다.  


SK는 그동안 다져온 기반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을 다짐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9년은 글로벌 일류기업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향해 본격적으로 돛을 올리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매직과 AJ렌터카 인수에 과감히 투자하며 공유경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의 진화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제 이 사업들이 성과 창출을 통해 회사의 성장을 견인해줄 때”라고 언급했다.

이어 “2019년은 그간 다져온 기반을 바탕으로 본격 성장을 시작하는 해”라며 ‘근고지영’이란 말처럼 고객·주주·사회·구성원에 대한 가치혁신이라는 든든한 뿌리를 기반으로 미래 성장을 이뤄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장동현 SK 사장은 “우리 그룹은 작년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추구하는 ‘뉴 SK의 원년’을 선언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며 “올해는 사회적 가치 추구가 새로운 BM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딥 체인지(Deep Change)’ 실행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기본 지키고
새로움 흡수

LG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구광모 회장이 주재하는 시무식을 가졌다. 구 회장은 위기극복을 위한 키워드로 ‘고객’을 꼽았다. 10여분의 신년사를 통해 구 회장은 ‘고객’이라는 단어를 총 30여번 언급했다.

구 회장은 “1990년대 제2의 혁신을 기치로 내건 이래 럭키금성은 LG로 사명을 바꾸고 세계 속의 ‘초우량 LG’를 목표로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그 결과 선진 기업들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사업 영역을 국내서 세계로 넓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성과의 기반이 LG가 추구해왔던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소비자라는 호칭에 익숙하던 시기에 가장 먼저 고객이란 개념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주도권이 고객에게 있는)현실 속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보았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다”며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의 기본 정신을 다시 깨우고 더욱 발전시킬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 과정서 고객으로부터의 배움을 더 나은 가치로 만들어 고객과 함께 성장해가자”고 당부했다.

롯데그룹은 ‘비즈니스 혁신’을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일, 2019년 신년사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비즈니스 전환을 이뤄내자”며 “우리 그룹의 생존은 이러한 혁신의 성공적인 실행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현재 우리의 전략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 수립과 실행계획의 구체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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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은 “사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기반한 비즈니스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기존 사업은 전체적인 틀과 업무 프로세스가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지 재점검하고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해나가야 한다”며 “성공보다는 빠른 실패를 독려하는 조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비록 실패하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먼저 직접 경험해보는 것 자체가 큰 경쟁력이 된다”며 “롯데 임직원 모두 누구보다도 빠른 실패를 경험해 나가시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선택과 집중에 방점을 찍었다.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은 2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사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Top 종합사업회사로의 끊임없는 전진을 위해 ‘트레이딩 사업모델 혁신을 통한 2030년 영업이익 1조 기반 구축’이라는 경영방침 아래 사업군별 차별화 실행 전략을 여러분과 함께 실천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에너지사업 분야에서는 기존 가스전의 안정적인 수익창출에 주력함과 동시에 2단계 개발을 적기 수행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힘줬다. 

식량사업 분야에서는 터미널서의 안정적인 물량확대를 통해 흑해산 조달기반을 구축하고, 팜오일 공장(CPO MILL), 제2미곡종합처리장(RPC2) 완공 및 판매극대화 등 생산법인 운영에 안정화를 도모하고자 했다.

아울러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분발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유리함에 취해 방심하면 반드시 진다’라는 의미인 바둑격언 ‘선작 오십가자 필패(先作五十家者必敗·50집을 먼저 짓는 사람이 진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올 한 해도 그동안의 성과에 안주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이를 발판으로 더 큰 목표를 향해 모두가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가자”고 전했다.

GS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새로운 관점과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자고 했다.

허창수 GS 회장도 이날 “혁신과 투자로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로 GS타워서 계열사 CEO를 비롯한 경영진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9년 GS신년모임’을 개최하고 “올해 세운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며 이같이 강조했다. 
 

새해 경영계획과 당부의 말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와 지속적이고 성장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조직문화와 조직구조 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허 회장은 “올 한 해도 미·중 무역분쟁, 신흥국 금융불안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유가·금리·환율 등 거시 경제지표의 변동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내적으로도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올해의 경영 여건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경쟁력을 위해서는 “지금 일하는 방식이나 관행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고 새로운 관점과 방법으로 접근해봐야 한다”며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가 다가올 미래에도 차별화된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열린 시각과 열린 마음으로 세상의 변화를 부단히 학습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자유로이 소통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환경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율적인 조직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객 가치 실현
우수 인재 육성

한화는 ‘정도경영’을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이날 “앞으로의 10년은 어느 때보다 혁명적인 변화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무한기업’ 한화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지금 이 순간을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여의도 63빌딩서 시무식을 열고 신년사를 공유했다. 그는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하며 “각 사업부문별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2007년 태국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해외시장 개척을 강력히 촉구한 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성과도 있었지만, 전사적으로 보면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며 “과거의 실패를 교훈삼아 각 사의 글로벌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철저한 사전분석과 준비를 거쳐 해외사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신사업을 선도할 인재 영입과 정도경영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과감하게 외부 핵심인력을 영입해 각 사가 더 큰 사업기회와 성장의 돌파구를 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내부인재 또한 더욱 체계적으로 육성해 외부 인력과 조화된 협업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인적 융합의 에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협은 미래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31일 올해 경영화두로 “체질 개선과 변화로 미래성장 기반을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제 하강 국면, 가계부채 뇌관과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4차 산업혁명과 산업구조 재편, 글로벌 자본 규제와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추세 등 올해 경영 여건이 유래없이 혹독하리라 예견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자성어 법고창신 정신부터
선작 오십가자 필패 정신까지

그는 농협금융 내부상황에 대해서도 “재무, 자본구조, 경영 효율성 측면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고 미래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라며 “지난해 1조원 달성이라는 좋은 성과를 냈지만 이는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이전 수준의 손익회복에 그쳤다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21년 농협금융 출범 10주년이자 범농협 창립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해로 만들 것을 내세우며 ▲사업 라인별 육성전략 차별화 및 자원배분 최적화 ▲지속가능 경영 기반 구축 ▲고객 가치와 인재 중심 사업구조·조직문화 개편 ▲신사업·신시장 개척 ▲사회적 책임 이행 등 5개 전략을 강조했다.  

신년 사자성어로는 신중히 생각하고 명확히 변별해 성실하게 실행하라는 뜻의 ‘사변독행(思辯篤行)’을 제시하며 “다 같이 고민하고 방향을 정해 실천한다면 이루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위기에 빚나는 저력과 열정, 응집된 추진력을 믿는다”고 독려했다.

현대중공업은 ‘낡은 관행 탈피’를 주문했다.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31일 신년사를 통해 다가올 2019년에는 낡은 관행서 벗어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올 한 해 현대중공업 가족들은 헌신적인 노고를 통해 다수의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시황에도 당초 계획했던 선박 수주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영석·가삼현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차세대 스마트십 건조에 착수했다”며 “생산현장도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 새로운 야드 구현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8년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에게는 해양공장 일감 확보와 선박 건조 손익개선 등 많은 과제가 놓여있다”며 “다시 한 번 우리의 자긍심을 되살려 변화와 혁신에 박차를 가해 재도약의 기반을 다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안팎의 변화
경쟁력 제고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안팎의 변화로 기업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각 그룹마다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국가 경쟁력이 제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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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