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령 1200호 특집> ‘다시 뛰는’ 10대 그룹 위기극복 비책

“올해도 어렵다…그래도 해보자!”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2019 기해년이 밝았다. 쉽지 않은 경제 여건 때문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재계도 마찬가지다. 업종 불문하고 타개책을 모색하고 있다. 10대 그룹들은 위기극복을 위한 다양한 해법을 내놨다. 그들의 비책을 확인했다.
 

 

지난해 재계는 녹록지 않은 한 해를 보냈다. 대내외 경제 여건이 우호적이지 않은 상황 속에서 고군분투했지만 올해 역시 만만치 않은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계의 맏형 격인 삼성그룹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한 행보를 이미 시작했다.

위기 속 기회
도약의 계기

삼성그룹의 핵심계열사 삼성전자의 김기남 부회장은 현 경제상황을 위기로 보고 ‘혁신기술’로 극복할 것을 당부했다.

지난 2일, 김 부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9년은 삼성전자가 창립 50주년을 맞이하는 뜻깊은 해”라며 “10년 전에 글로벌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적인 정보기술(IT) 기업으로 도약한 것처럼, 올해는 초일류·초격차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는 계기를 마련하자”고 당부했다.

특히 김 부회장은 ‘옛 것을 토대로 두되 그것을 변화시킬 줄 알아야 하고, 새것을 만들어가되 근본은 잃지 않아야 한다’는 ‘법고창신(法古創新)’이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했다. 그는 개발·공급·고객 관리 등 전체적인 프로세스 점검을 통해 기존 사업의 기반을 더욱 견고히 할 것을 강조했다.


아울러 “100년 기업을 향한 여정이 시작됐다”며 “지난 50년간 삼성전자가 IT산업 역사의 한 부분이었다면 다가올 50년은 중심이 되자”고 당부했다.
 

현대차그룹은 차세대리더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도 같은 날, 시무식을 주재했다. 정 부회장이 시무식을 주재한 것은 처음으로 그동안은 정몽구 회장이 시무식을 주재했었다.

정 부회장은 이날 신년회서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그는 “지금까지의 성장 방식서 벗어나 경영과제를 신속히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을 도모해야 할 때”라며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서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상서부터 열린 마음으로 다름의 가치를 존중하고 새로운 시도와 이질적인 것과의 융합을 즐겨야 한다”며 “실패를 인정하고 실패로부터 얻은 교훈을 성장의 동력으로 삼는 문화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녹록찮은 2019년 대책 마련 분주
경제 위기감 고조…해결책 모색

정 부회장은 “글로벌 자동차산업과 대한민국 경제의 발전을 이끈 정몽구 회장님의 의지와 ‘품질경영’ ‘현장경영’의 경영철학을 계승하고,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시장의 판도를 주도해나가는 게임체인저로서 고객으로부터 사랑과 신뢰를 받는 그룹으로 거듭나겠다”며 정 회장의 정신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도 함께 밝혔다.  


SK는 그동안 다져온 기반을 통해 ‘한 단계 더 도약’을 다짐했다.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19년은 글로벌 일류기업이라는 원대한 비전을 향해 본격적으로 돛을 올리는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지난해 SK매직과 AJ렌터카 인수에 과감히 투자하며 공유경제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의 진화 기반을 마련했다”며 “이제 이 사업들이 성과 창출을 통해 회사의 성장을 견인해줄 때”라고 언급했다.

이어 “2019년은 그간 다져온 기반을 바탕으로 본격 성장을 시작하는 해”라며 ‘근고지영’이란 말처럼 고객·주주·사회·구성원에 대한 가치혁신이라는 든든한 뿌리를 기반으로 미래 성장을 이뤄가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장동현 SK 사장은 “우리 그룹은 작년 사회적 가치 창출을 통해 지속적인 생존과 성장을 추구하는 ‘뉴 SK의 원년’을 선언하고 사회적 가치 창출에 대한 평가를 실시했다”며 “올해는 사회적 가치 추구가 새로운 BM 혁신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딥 체인지(Deep Change)’ 실행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독려했다.

기본 지키고
새로움 흡수

LG그룹은 올해 처음으로 구광모 회장이 주재하는 시무식을 가졌다. 구 회장은 위기극복을 위한 키워드로 ‘고객’을 꼽았다. 10여분의 신년사를 통해 구 회장은 ‘고객’이라는 단어를 총 30여번 언급했다.

구 회장은 “1990년대 제2의 혁신을 기치로 내건 이래 럭키금성은 LG로 사명을 바꾸고 세계 속의 ‘초우량 LG’를 목표로 새로운 도약을 선언했다. 그 결과 선진 기업들과 견줄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고, 사업 영역을 국내서 세계로 넓혔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성과의 기반이 LG가 추구해왔던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모두가 소비자라는 호칭에 익숙하던 시기에 가장 먼저 고객이란 개념을 도입했다”고 말했다.

이어 “(시장의 주도권이 고객에게 있는)현실 속에서 LG가 나아갈 방향을 수없이 고민해보았지만 결국 그 답은 고객에 있다”며 “고객을 위한 가치 창조의 기본 정신을 다시 깨우고 더욱 발전시킬 때”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고객을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그 과정서 고객으로부터의 배움을 더 나은 가치로 만들어 고객과 함께 성장해가자”고 당부했다.

롯데그룹은 ‘비즈니스 혁신’을 강조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일, 2019년 신년사를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비즈니스 전환을 이뤄내자”며 “우리 그룹의 생존은 이러한 혁신의 성공적인 실행 여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도록 현재 우리의 전략을 재검토하고, 새로운 전략과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세워야 한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전략 수립과 실행계획의 구체화가 이뤄져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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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회장은 “사업 전반에 걸쳐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에 기반한 비즈니스 혁신을 이뤄내야 한다”며 “기존 사업은 전체적인 틀과 업무 프로세스가 디지털 환경에 적합한지 재점검하고 혁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새로운 영역에 대한 도전을 해나가야 한다”며 “성공보다는 빠른 실패를 독려하는 조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비록 실패하더라도 남들이 하지 않은 일을 먼저 직접 경험해보는 것 자체가 큰 경쟁력이 된다”며 “롯데 임직원 모두 누구보다도 빠른 실패를 경험해 나가시기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포스코는 선택과 집중에 방점을 찍었다.

김영상 포스코대우 사장은 2일 “선택과 집중을 통해 핵심사업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 사장은 이날 신년사를 통해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글로벌 Top 종합사업회사로의 끊임없는 전진을 위해 ‘트레이딩 사업모델 혁신을 통한 2030년 영업이익 1조 기반 구축’이라는 경영방침 아래 사업군별 차별화 실행 전략을 여러분과 함께 실천해나가고자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에너지사업 분야에서는 기존 가스전의 안정적인 수익창출에 주력함과 동시에 2단계 개발을 적기 수행하고 액화천연가스(LNG) 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고 힘줬다. 

식량사업 분야에서는 터미널서의 안정적인 물량확대를 통해 흑해산 조달기반을 구축하고, 팜오일 공장(CPO MILL), 제2미곡종합처리장(RPC2) 완공 및 판매극대화 등 생산법인 운영에 안정화를 도모하고자 했다.

아울러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분발할 것을 주문하기도 했다.

김 사장은 ‘유리함에 취해 방심하면 반드시 진다’라는 의미인 바둑격언 ‘선작 오십가자 필패(先作五十家者必敗·50집을 먼저 짓는 사람이 진다)’라는 말을 인용하며 “올 한 해도 그동안의 성과에 안주하거나 자만하지 말고, 이를 발판으로 더 큰 목표를 향해 모두가 힘을 모아 함께 나아가자”고 전했다.

GS는 어려운 경제여건 속에서 새로운 관점과 방법으로 해결책을 모색하자고 했다.

허창수 GS 회장도 이날 “혁신과 투자로 국가 경제성장에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 회장은 이날 서울 강남구 논현로 GS타워서 계열사 CEO를 비롯한 경영진 15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9년 GS신년모임’을 개최하고 “올해 세운 목표를 향해 힘차게 나아가자”며 이같이 강조했다. 
 

새해 경영계획과 당부의 말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와 지속적이고 성장 가능한 사업 포트폴리오 구축, 새로운 시도를 장려하는 조직문화와 조직구조 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허 회장은 “올 한 해도 미·중 무역분쟁, 신흥국 금융불안 등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유가·금리·환율 등 거시 경제지표의 변동성도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대내적으로도 경제 성장률이 둔화되는 가운데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어 올해의 경영 여건이 결코 녹록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경쟁력을 위해서는 “지금 일하는 방식이나 관행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 말고 새로운 관점과 방법으로 접근해봐야 한다”며 “우리의 제품과 서비스가 다가올 미래에도 차별화된 가치를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을지 냉철하게 바라봐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열린 시각과 열린 마음으로 세상의 변화를 부단히 학습하고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자유로이 소통될 수 있는 개방적이고 유연한 조직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며 “시시각각 변해가는 환경에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자율적인 조직구조를 구축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고객 가치 실현
우수 인재 육성

한화는 ‘정도경영’을 강조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도 이날 “앞으로의 10년은 어느 때보다 혁명적인 변화의 시기가 될 것”이라며 “‘무한기업’ 한화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다는 절박함으로 지금 이 순간을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날 여의도 63빌딩서 시무식을 열고 신년사를 공유했다. 그는 “경영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진단하며 “각 사업부문별로 경쟁력 있는 글로벌 사업을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2007년 태국서 글로벌 전략회의를 열어 해외시장 개척을 강력히 촉구한 후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는 성과도 있었지만, 전사적으로 보면 아직 기대에 못 미치는 게 사실”이라며 “과거의 실패를 교훈삼아 각 사의 글로벌 사업역량을 강화하고, 철저한 사전분석과 준비를 거쳐 해외사업의 경쟁력을 높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미래 신사업을 선도할 인재 영입과 정도경영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과감하게 외부 핵심인력을 영입해 각 사가 더 큰 사업기회와 성장의 돌파구를 열어가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내부인재 또한 더욱 체계적으로 육성해 외부 인력과 조화된 협업체제를 구축함으로써 인적 융합의 에너지를 극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협은 미래성장을 위한 ‘체질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김광수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31일 올해 경영화두로 “체질 개선과 변화로 미래성장 기반을 구축해나가야 한다”고 제시했다.  

김 회장은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제 하강 국면, 가계부채 뇌관과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4차 산업혁명과 산업구조 재편, 글로벌 자본 규제와 금융소비자보호 강화 추세 등 올해 경영 여건이 유래없이 혹독하리라 예견된다”며 이같이 밝혔다.

사자성어 법고창신 정신부터
선작 오십가자 필패 정신까지

그는 농협금융 내부상황에 대해서도 “재무, 자본구조, 경영 효율성 측면서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고 미래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것이 현실”이라며 “지난해 1조원 달성이라는 좋은 성과를 냈지만 이는 2007년 이후 11년 만에 이전 수준의 손익회복에 그쳤다는 데 방점을 둬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2021년 농협금융 출범 10주년이자 범농협 창립 60주년을 맞아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해로 만들 것을 내세우며 ▲사업 라인별 육성전략 차별화 및 자원배분 최적화 ▲지속가능 경영 기반 구축 ▲고객 가치와 인재 중심 사업구조·조직문화 개편 ▲신사업·신시장 개척 ▲사회적 책임 이행 등 5개 전략을 강조했다.  

신년 사자성어로는 신중히 생각하고 명확히 변별해 성실하게 실행하라는 뜻의 ‘사변독행(思辯篤行)’을 제시하며 “다 같이 고민하고 방향을 정해 실천한다면 이루지 못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위기에 빚나는 저력과 열정, 응집된 추진력을 믿는다”고 독려했다.

현대중공업은 ‘낡은 관행 탈피’를 주문했다.

한영석·가삼현 현대중공업 공동대표이사 사장은 지난달 31일 신년사를 통해 다가올 2019년에는 낡은 관행서 벗어나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정신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이어 “돌이켜보면 올 한 해 현대중공업 가족들은 헌신적인 노고를 통해 다수의 의미있는 성과를 거뒀다”며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시황에도 당초 계획했던 선박 수주목표를 달성했다”고 밝혔다.
 

한영석·가삼현 사장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대비해 차세대 스마트십 건조에 착수했다”며 “생산현장도 첨단 정보통신기술을 접목해 스마트 팩토리를 구축, 새로운 야드 구현에 첫발을 내디뎠다”고 설명했다.

이어 “2018년 여러 성과에도 불구하고 아직 우리에게는 해양공장 일감 확보와 선박 건조 손익개선 등 많은 과제가 놓여있다”며 “다시 한 번 우리의 자긍심을 되살려 변화와 혁신에 박차를 가해 재도약의 기반을 다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안팎의 변화
경쟁력 제고

재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외 안팎의 변화로 기업들의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각 그룹마다 다양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과정에서 국가 경쟁력이 제고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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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