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구영신 특집> 2019년 더 기대되는 슈퍼루키7

“기해년 주인공은 나야 나∼”

[일요시사 취재1팀] 박호민 기자 = 2018년 무술년도 저물고 있다. 올해도 각계각층 수많은 별들이 뜨고 진 가운데 슈퍼루키들이 등장했다. 이제 막 전성기가 시작된 그들의 행보에 눈길이 쏠린다. 2019년 주목해야 할 슈퍼루키를 확인했다. 
 

▲ (사진 왼쪽부터)배우 남주혁·김다미, 프로기사 신진서

한 분야의 거장에게도 신인 시절이 있었다. 일찍이 그들을 주목해 성장을 지켜보는 것은 하나의 즐거움이자 행운이다. 올해 대한민국을 흔든 슈퍼루키는 누가 있을까. 2019년에도 이들의 활약은 이어질 것이다.

슛돌이
이강인

TV 예능프로 <날아라 슛돌이>가 처음 방영됐을 때는 그저 재밌는 프로그램 정도였다. 간접적으로 축구 발전에 도움이 되리라는 기대감은 있었지만 방송에 출연한 아이가 축구계의 슈퍼루키로 성장할 줄은 아무도 몰랐다. 축구선수 이강인(발렌시아 CF 메스타야)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2001년생인 이강인의 나이는 만 17세다. 하지만 그가 걷고 있는 길은 결코 범상치 않다. 이강인은 2007년 <날아라 슛돌이>에 출연해 감각적인 축구 센스로 주목받았다. 그의 활약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지만 프로그램이 끝나면서 이강인에 대한 관심도 옅어져 갔다. 

하지만 이강인은 묵묵히 축구선수로서의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었다. 2011년 스페인 발렌시아 유소년팀에 입단해 축구 유학길에 오른 이강인은 연령별 팀을 거치면서 기량이 향상됐다. 2013년 재계약 성공에 이어 지난 7월 다시 한 번 4년 재계약이 성사됐다. 눈길을 끄는 것은 재계약 조건이다.


발렌시아는 재계약 내용에 8000만유로(한화 1035억원) 바이아웃 조항을 삽입했다. 발렌시아가 이강인을 아끼는 마음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다. 

지난 10월 꿈에 그리던 1군 무대에도 데뷔했다. 이강인은 발렌시아의 스페인 국왕컵 경기에 선발로 출전해 존재감을 과시했다.이 경기로 이강인은 국내 선수 가운데 최연소(17세 253일)로 유럽 리그에 데뷔를 한 선수가 됐다. 기존 기록은 남태희의 18세 36일이었다. 발렌시아서 아시아 선수가 1군 데뷔를 한 경우는 최초다. 이날 경기서 이강인은 83분간 그라운드를 누비며 골대를 맞추는 등의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17세인 이강인의 전성기는 이제 막 시작됐다.

차세대 아이돌
아이즈원

올 한 해에도 수많은 아이돌 그룹이 나왔다. K-POP의 높은 관심에 비례한 결과다. <프로듀스101 > 시리즈는 이 같은 열풍 속에 탄생했다. <프로듀스101> 시리즈는 아이돌 그룹을 꿈꾸는 아이들이 출연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콘셉트다. 데뷔권 순위에 오른 참가자는 아이돌 그룹 멤버에 합류해 데뷔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시즌 1, 2를 통해 ‘아이오아이’와 ‘워너원’이 탄생해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는 <프로듀스48>이라는 프로그램명으로 시즌3가 시작됐다. 이번에는 한국의 <프로듀스> 시스템과 일본 AKB48 ‘만나러 갈 수 있는 아이돌’ 콘셉트를 결합했다. 한일 합작 걸그룹 론칭을 목표로 만들어졌다. 한국과 일본의 지원자가 1000명에 가까이 몰렸다. 전작의 성공을 이어갈지 여부에 관심이 쏠렸는데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준비된 신인의 화려한 날갯짓
열풍의 주역 떠오르는 신예들

지난 6월 첫 방영 이후 꾸준히 시청률이 상승해 최고 시청률 3.1%로 프로그램을 마무리했다. 한일 연습생 96명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12명의 데뷔 멤버를 가렸다. 그 결과 장원영, 미야와키 사쿠라, 조유리, 최예나, 안유진, 야부키 나코, 권은비, 강혜원, 혼다 히토미, 김채원, 김민주, 이채연 12인이 아이즈원이란 그룹명으로 데뷔했다.


아이즈원은 데뷔와 동시에 역대 걸그룹 초동 음반 판매량 1위를 기록했다. 역대 아이돌 데뷔곡 유튜브 공식 뮤직비디오 조회수 가운데 가장 많은 클릭수를 기록했다. 데뷔 11일 만에 케이블 음악방송서 1위를 차지하면서 데뷔와 동시에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지난달 28일 제3회 아시아 아티스트 어워즈서 ‘가수 부문 AAA 신인상’의 결실을 맺기도 했다.

골프 혜성
최혜진

골프선수 최혜진은 혜성처럼 등장했다. 2018시즌부터 한국여자골프 프로로 전향한 최혜진은 2018 시즌 첫 대회부터 존재감을 과시했다. 2018시즌 개막전인 효성 챔피언십서 정상에 오르며 자신의 이름을 알린 최혜진은 KLPGA(한국 여자프로 골프) 사상 개막전 신인 최초로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이후 기복 없이 상위 랭커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LPGA 투어 ISPS 한다 위민스 호주 오픈 2위, KLPGA 투어 제40회 CreaS F&C KLPGA 챔피언십 2위, KLPGA 투어 비씨카드 한경 레이디스컵 우승, KLPGA 투어 MY 문영 퀸즈파크 챔피언십 2위, KLPGA 투어 제주 삼다수 마스터스 2위, KLPGA 투어 하이원리조트 여자오픈 3위, KLPGA 투어 올포유 챔피언십 3위, KLPGA 투어 중도해지OK정기예금 박세리 INVITATIONAL 3위 등이 최혜진이 올해 걸어온 길이다.
 

▲ (사진 왼쪽부터)이강인, 최혜진, 강백호 &lt;사진=대한축구협회, KLPGA&gt;

최혜진은 떡잎부터 달랐다. 전년 시즌 아마추어 신분으로 참가한 KLPGA 투어서 2승을 기록하며 슈퍼루키로서 이름을 알렸다.

특히 2017년 미국여자프로골프(LPGA)에 참가한 최혜진은 준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당시 해당경기를 관람한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US여자오픈 현장에 와 있다. 아마추어 선수가 몇십년 만에 공동 선두를 달리고 있다는 게 무척 흥미롭다”고 글을 남겨 최혜진의 이름이 해외에도 알려지게 됐다.

기복 없는 꾸준한 성적이 그의 장점이다. 내년에도 그의 활약이 기대된다. 

괴물 신인
강백호

강백호란 이름을 들으면 누가 떠오르는가. 이 신인선수의 등장 전까지 만화 <슬램덩크>의 주인공이 떠오르는 것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프로야구단 KT 위즈 소속 강백호의 등장으로 이제 야구 선수 강백호를 떠올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

강백호는 올해 데뷔와 동시에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그는 2018년 한국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서 KT위즈에 2차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지명을 받고 KT 위즈 유니폼을 입었다. 2018년 3월24일 KIA 타이거즈와의 개막전서 데뷔해 4타수1안타(1홈런)를 기록하며 팬들에게 화려한 신고식을 했다. 고졸 신인 첫 타석 홈런은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두 번째다.

장타력을 바탕으로 데뷔 첫해 자신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켰다. 올해 득점 6위, 홈런 12위(29개), 타점 공동 22위 등 데뷔 첫해인 선수로서는 더할 나위 없는 활약을 펼쳤다. 그의 연봉이 2700만원인 점을 감안하면 가성비 최고의 선수란 평가가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당연히 그의 연봉인상에 대한 얘기도 오가고 있다. 억대 연봉을 받을 것이란 전망도 솔솔 피어나고 있다. 그의 활약이 내년까지 이어질지 팬들의 눈길이 쏠리고 있다.


변신 성공
남주혁

모델 출신 배우 남주혁이 이제 배우로서 확실히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남주혁은 지난달 23일 열린 제39회 청룡영화상 시상식서 <안시성>으로 신인남우상을 수상했다. <안시성>은 그를 배우로 만든 작품이다. 이 영화서 남주혁은 고구려 진영의 사물 역을 맡아 화려한 액션과 변화무쌍한 표정 연기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그는 청룡영화상 신인상 외에도 아시아스타어워즈, 더서울어워즈, 영화평론가협회상 등에서 신인상을 수상하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남주혁은 처음 모델로서 이름을 알렸다. 잡지 <로피시엘 옴므> <아레나> <GQ> <Geek> <더 셀러브리티> <유룩플라이> 등의 모델로 인지도를 쌓았다. 이후 드라마를 통해 배우로서 활동 무대를 넓혔다. 

앞으로 행보에 모두 기대만발
향후 주목할 예비스타 누구?

영화는 첫 도전이지만 드라마에 꾸준히 출연하면서 시청자들에게 다가갔다. 2014년 <잉여공주>를 시작으로 <후아유-학교> <화려한 유혹> <치즈인더트랩> <달의 연인-보보경심 려> <역도요정 김복주> <하백의 신부 2017> 등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았다.


충무로 기대주
김다미

배우 김다미 역시 2019년이 기대되는 여배우다. 지난해 영화 <2017 동명이인 프로젝트>로 데뷔한 2년 차 신인은 거침없이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3번째 작품인 영화 <마녀>에 주연으로 출연해 인상적인 연기를 펼치며 충무로서 가장 핫한 신인으로 통하고 있다. <마녀>는 관객 319만명을 동원하면서 흥행과 연기력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김다미는 <마녀> 주인공 오디션 당시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주연을 맡아 화제가 되기도 했다.
 

▲ 신인 걸그룹 아이즈원

그는 <마녀>를 통해 다수의 상을 수상했다. 제39회 청룡영화상 신인여우상, 제2회 더 서울어워즈 영화 여우신인상, 제55회 대종상 영화제 신인여우상, 제27회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 판타지아 국제영화제 슈발누와르 부문 최고여배우상 등이다.

수상 내역만 봐도 충무로가 그에게 거는 기대를 알 수 있다. 내년에도 스크린을 통해 그녀를 만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신성
신진서

바둑기사 신진서 9단을 슈퍼루키로 보기엔 이미 그의 커리어가 너무 화려하다. 2000년 3월생인 신진서 9단은 2012년 입단했다. 2014년 바둑대상 최우수신인상을 거머쥔 신진서는 바둑계서 입지를 넓혀가는 듯하더니 마침내 바둑계를 접수했다.

그는 올해 국내 랭킹 1위 박정환 9단의 아성을 넘어섰다. 박정환 9단은 60개월이나 장기집권한 바 있다. 새로운 랭킹 1위의 탄생이었다. 그의 나이가 18세인 점을 감안하면 내년이 더 기대된다.

2000년 3월생인 신진서 9단은 18세8개월의 나이로 1위에 올라 최연소 랭킹 1위 기록을 갈아치웠다. 종전 기록은 박정환 9단이 2012년 6월에 세운 19세5개월이다. 지금까지 랭킹 1위에 오른 기사는 2003년 랭킹제도가 도입된 이래 4명(이창호·이세돌·최철한·박정환)뿐이었다. 이번에 신진서 9단이 1위에 오르면서 5번째 선수가 됐다. 신진서 9단은 10월 1위에 오른 뒤 현재까지 1위 자리를 수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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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