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여자컬링 파문 팀킴의 피눈물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1.20 09:02:41
  • 호수 11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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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창신화 알고 보니 잔혹동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2018 평창동계올림픽대회 때 ‘컬링 신드롬’을 일으킨 팀킴. 컬링 최초로 은메달을 따내면서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다. 그런데 팀킴이 공개적으로 컬링팀 지도자들을 비판하고 나섰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 기자회견 갖는 여자컬링 선수들

팀킴은 김은정, 김영미, 김경애, 김선영, 김초희 선수로 이루어졌다. 대부분 자매·친구 사이로, 경북 의성서 방과 후 활동으로 컬링을 시작해 올림픽 무대까지 올랐다는 동화 같은 이야기로 주목을 받았다. 올림픽 직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우리 고장에 컬링장을 지어달라’는 요청이 빗발치기도 했다. 여자컬링 은메달을 계기로 컬링이 본격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커졌다. 그러나 컬링은 제대로 꽃을 피우지 못하고 진흙탕 싸움에 빠져들었다.

‘영미’ 신드롬
 그리고 불화

팀킴은 지난 6일 대한체육회에 호소문을 보내 지도자로부터 폭언과 함께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고 주장했다.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그의 딸인 김민정 감독, 사위인 장반석 감독에게 부당한 처우를 받았다며 최근 대한체육회에 A4용지 13장 분량의 호소문을 보냈다.

팀킴은 호소문을 통해 “평창올림픽 이후 훈련과 대회에 출전하고 싶었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이를 저지당하고 있다. 컬링팀 발전과는 상관없이, 대한컬링연맹과 사적인 불화 속에서 우리를 이용하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경북체육회 여자 컬링팀과 컬링훈련장은 한 사람과 그 일가의 소유물이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은 김 전 부회장이 사적인 이익을 위해 선수들을 이용하고 폭언을 하는가 하면 2015년부터는 국제대회서 받은 상금조차 제대로 받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호소문에 따르면 김 전 부회장은 지난해 국가대표 1차 선발전 당시 김초희 선수가 부상을 당하자 팀에서 제외시키고, 대신 김 감독(김 부회장의 딸)을 선수로 넣으려고 하는 등 팀 사유화를 시도했다.


또 올림픽서 은메달을 딴 후 언론사들과 가진 인터뷰에선 김 전 부회장 및 김 감독의 공적에 대해서만 언급할 것을 지시했다. 선수들은 “올림픽 이후 김 전 부회장과 감독단이 성과로 이뤄냈다는 발언만을 할 것을 강요받았다”며 “선수 개인들의 이야기나 의성군에 이득이 되는 인터뷰는 언급을 막았다”고 주장했다.

선수들은 호소문서 김 감독의 자질 및 불투명한 회계 문제도 지적했다. 김 감독은 2016년 팀이 여자국가대표팀이 된 후 대한체육회로부터 근무태도 관련돼 경고를 받았다. 이들은 대표팀 훈련 일정에 맞춰 출근하는 모습은 보였지만 훈련에는 참여하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지도자 가족 갑질 호소문
폭언에 부당한 처우 주장

지난 10월 김초희 선수가 김 감독의 훈련 불참을 문제로 지적하자, 김 전 부회장은 “X발, 지가 뭔데, X 뭐 같은X”이라는 욕설을 퍼붓는 등 그동안 선수들의 인격을 모독하는 폭언과 욕설이 빈번했다고 했다. 

이 밖에도 2015년부터 여러 국제대회에 출전하고 평창올림픽 이후 각종 행사에 참석해 받은 상금도 지금껏 선수들에게 단 한 번도 배분된 적이 없다고 했다.

팀킴은 “2015년 6000만원 이상의 상금을 획득했고, 그 이후로도 여러 차례 상금을 획득했으나, 제대로 상금을 배분한 적이 없다”며 금전 부문서도 문제가 있었음을 제기했다. 그러나 김 전 부회장 측이 선수들의 사인이 들어간 공동명의의 통장 등을 공개하며 내부 갈등은 진실공방으로 번졌다.   

반면 컬링 행정을 총괄하는 대한컬링경기연맹은 팀킴 사태를 적극적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회장 부정선거가 드러난 영향으로 대한체육회 관리단체로 지정, 자체 행정 능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연맹은 경북체육회와 갈등 관계에 있기도 하다. 
 

▲ ▲김경두 전 대한컬링경기연맹 부회장과 그의 딸인 김민정 감독

김 전 부회장과 김 감독 등은 국가대표 지도자 시절 연맹이 제대로 훈련 지원을 못 해주고 있다며 공개적으로 날선 비판을 해왔다. 연맹과 김 전 부회장은 소송까지 벌이고 있다. 김 전 부회장은 연맹 회장 직무대행을 맡았을 때, 2개월 안에 회장 선거를 시행하지 않아 1년6개월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김 전 부회장은 이 징계가 부당하다고 연맹과 법적 싸움을 진행 중이다. 

팀킴 선수들은 연맹과 경북체육회 지도자들의 갈등 관계가 자신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호소문서 “컬링팀 발전과는 상관없이, 대한컬링연맹과 사적인 불화 속에서 우리를 이용하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반면 지도자들은 팀킴의 주장을 반박했다. 장 감독은 지난 9일, 통장을 투명하게 관리했다고 해명했다. 2015년 선수들 동의 하에 ‘김경두(경북체육회)' 명의로 통장을 개설했으며, 상금은 대회 참가비·팀 장비 구입비·외국인 코치 코치비· 항공비 등으로만 사용했다고 반박했다. 

“공적 띄워라”
인터뷰 지시?

어린이집 행사 강제 동원은 개인적인 부탁을 한 것이며, 평창동계패럴림픽 개막식 최종 성화봉송 주자 제안을 거절한 것은 일정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장 감독은 김 전 부회장과 대한컬링경기연맹과의 사적인 불화 때문에 선수들이 이용당했다는 주장에 대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기 위한 것이었다”며 등 팀킴의 주장을 전면 반박했다.

결국 팀킴이 입을 열었다. 지난 15일 올림픽파크텔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부회장 가족의 부당한 대우에 대해 다시 한 번 설명했다. 김은정은 “참아온 부분이 많다. 올림픽 이후에도 우리를 힘들게 한 부분을 참아왔다. 기다리면 변하지 않을까 생각했고, 다시 우리를 이해해주지 않을까 고민도 하면서 시간이 늦어졌다”며 “올림픽 후에도 전혀 바뀌지 않았다. 운동하기에 힘들어서 호소문을 냈다”고 말했다.

팀킴은 호소문을 통해 장 감독의 반박을 다시 반박했다. 김 전 부회장 가족들을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김영미는 “이런 사태가 계속 반복되는 이유는 아무래도 한 명, 한 가족이 독식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김은정도 “올림픽이 지나면서 가족끼리 한다는 답을 찾았다”며 “확실해진 것은 선수들이 성장하고, 커 가는 것을 바라지 않는 다는 것이다. 원하는 만큼 성장하면 그 이후 성장은 방해한다. 조직보다 선수들이 더 커지는 것을 원하지 않아 그런 행동을 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한국 컬링의 발전이 아닌 김 전 부회장 가족의 권력이 우선이었다는 주장이다.

김은정은 “교수님 가족들은 우리나라 컬링에 큰 역할을 하고 싶어했다. 자신들 뜻대로 컬링이 돌아가게 하고 싶어했다”며 “선수들을 이용했다. 선수들의 정상을 막는 이유는 그 한 가지다. 모든 것이 욕심 때문이다. 컬링 인기가 올라갔으면 좋겠다고 하더니 막상 인기가 올라가니 ‘결국 컬링을 이끌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말을 하고 싶은 것 같다”고 말했다.

선수들 이용
사유화 의혹도


이어 “많은 고민 끝에 선수 생활을 걸고 용기를 냈다. 부조리가 밝혀져서 컬링이 바뀌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컬링계 관계자들도 팀킴의 폭로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날 선수들은 올림픽서 자신들을 도와준 피터 코치가 전한 입장문도 공개했다.

선수들에 따르면, 피터 코치는 평창올림픽 은메달 획득의 공신이었다. 선수들은 “훈련은 대부분 피터 코치와 함께했다. 김 감독은 언론 통제 등 경기 외적인 일들만 했다”며 “오히려 피터 코치와 교류가 많았다”고 고백했다. 
 

▲ ▲김경두 전 한국컬링경기연맹 부회장

피터 갤런트 코치는 우선 “지난 2016년 팀킴의 코치로 합류했다. 팀킴과 함께 일한 것은 좋은 경험이었다”며 “팀킴은 매우 헌신적인 선수들이었다. 그들이 팀으로서 올림픽 메달을 따낸 것이 매우 뿌듯하다”고 인연을 소개했다. 이어 감독진과 선수들 사이 불화를 지켜본 견해를 밝혔다. 

피터 코치는 “하지만 메달을 따기까지 많은 고난이 있었는데, 이는 지도부로부터 야기된 불필요한 난관이었다. 나는 팀킴과 지도부(김 전 부회장과 그의 딸 김 감독, 김 전 부회장의 사위 장 감독)가 악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이 부당하다고 느낀 여러 가지 예시들을 소개했다. 

그는 ▲지도부와 소통이 되지 않았다. 난 이메일을 보내면 아주 가끔만 답장을 받았다 ▲급여수령에 항상 문제가 있었다. 2017년 4월 급여는 아홉 달이 지나서야 받을 수 있었다 ▲훈련이나 투어 등에 참가하는 스케줄은 늘 막판에만 공유했다. 이 때문에 종종 형편없는 숙소에 묵어야 했다 ▲김민정 감독은 헤드코치로 대우 받기 원했으나 선수들보다도 컬링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졌다 ▲개인적인 미디어 인터뷰 요청이 있을 시 김 감독 별도로 어떤 말을 했으면 좋겠다고 먼저 이야기했고 그것은 김경두 회장에 대한 내용이었다고 주장했다. 


이동건 강원도청 컬링팀 선수 겸 코치(전 컬링 남자 국가대표)도 지난 12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팀킴이 주장한 내용이 모두 사실”이라면서 “경북체육회서 선수생활을 할 당시 나 역시 겪은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김 전 부회장은 컬링을 가족사업체처럼 인식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새로운 폭로도 이어졌다. 이 코치는 “김 전 부회장의 아들 김민찬 선수의 국가대표 선발 과정에 사실관계 확인이 필요하다”고 의문을 제기하면서 “사위 장 감독 또한 컬링 선수로서 이력이 거의 없다. 결혼 전 영어학원 원장이었다. 김 감독보다 컬링 지식이 없다”고 주장했다. 

“욕 듣고 상금도 못 받아”
부회장 측 반박 진실공방

팀킴의 폭로가 사실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경북체육회도 따가운 시선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 코치는 “김 전 부회장이 딸, 사위, 조카 등 친인척만 합해도 10명, 가까운 지인까지하면 최소 20∼30명을 경북체육회에 배치했다”고 언급했다.

경북체육회가 김 전 부회장의 손아귀서 자유롭지 못했다는 주장인 셈이다. 

경북체육회에 대한 의심의 눈초리가 커지면서 경북도의 안일한 태도 역시 도마에 올랐다. 경북도는 감사관실을 통해 팀킴의 폭로가 있기 불과 2주 전인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경북체육회에 대한 특별감사를 벌였지만 팀킴 사태에 대해서는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도 감사관실은 ‘내부 직원 갈등과 잇달은 감사요구’에 따라 감사를 벌였지만 별다른 소득도 없이 ‘표적감사’ ‘전임 도지사 흔적 지우기’라는 뒷말만 남긴 채 감사를 마쳐 감사능력의 한계는 물론 실효성 논란까지 일으켰다. 

팀킴 파문이 갈수록 커지자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까지 나섰다. 문체부가 경북도, 대한체육회와 합동으로 팀킴의 호소문과 관련한 특정감사에 나서기로 했다. 합동 감사반은 19일부터 내달 7일까지 15일간 문체부 2명, 경북도 2명, 대한체육회 3명 등 총 7명으로 감사관을 구성해 실태 파악에 들어간다. 감사 전반은 문체부가 총괄하고, 필요할 경우 감사 기간을 연장할 수도 있다.
 

감사의 중점은 전 여자 컬링 국가대표 선수들이 공개한 호소문 내용의 사실 여부와 경북체육회 컬링팀, 대한컬링경기연맹(경북컬링협회), 의성 컬링훈련원 운영 등이다. 문체부는 감사결과 선수 인권 침해와 조직 사유화, 회계 부정 등 비리가 확인될 경우 엄중하게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합동 감사반
엄중히 처리

한편 대한체육회는 호소문에 제기된 내용을 토대로 선수 인권 보호, 훈련 관리 등에 문제가 없었는지 조사하고 회계 부정, 선수 포상금 착복 등 모든 부분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검찰 고발 등 강력한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문체부와 대한체육회가 포함된 특별감사의 감사결과에 귀추가 모아지고 있다.

문체부 측은 “감사 결과에 따라 선수 인권 침해와 조직사유화, 회계 부정 등 비리가 확인 될 경우 엄중하게 처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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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강제성 없는 ‘내란 TF’ 겉핥는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이재명정부가 내란을 방조하거나 간접적으로 가담한 이들을 가리기 위해 TF를 구성했다. 내년 1월까지 공무원 75만명을 대상으로 참여·협조 여부를 조사한다. 일부 기관은 자체적으로 판단해 TF를 구성하는 걸 두고 고민하고 있다. TF는 강제성이 없으며, 이미 조사를 끝내 인사에 반영한 기관도 존재한다. 헌법 존중 정부 혁신 TF(태스크포스)는 중앙행정기관 49곳에 구성됐다. 구체적으로 각 부처 25곳이 포함됐다. TF는 총 48개다. 활동 목표가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기 위한 것이라지만 각 기관 안팎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사실상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의 연장선이 아니냐는 것이다. 방조·간접 가담자들 김민석 국무총리는 지난달 24일 TF 실무 책임자들과 첫 간담회를 갖고 “TF의 조사 활동은 대상, 범위, 기간, 언론 노출, 방법 모두 절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절제하지 못하는 TF 활동과 구성원은 즉각 바로잡겠다”면서 “TF 활동의 유일한 목표는 인사에 합리적으로 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이 TF는 공무원 75만명의 ‘내란 참여·협조’ 여부를 개인 휴대전화까지 제출받아 조사한다는 방침 등이 인권침해란 논란이 일었다. 총리실에 설치된 ‘총괄 TF’는 이날까지 부처 25곳을 포함한 기관 49곳에서 TF 48개가 출범했다. 국무조정실·국무총리비서실로 구성된 총리실에 단일 TF가 설치되면서 TF 숫자는 하나 줄었다. TF는 대부분 10~15명으로 구성됐지만, 전체 인원이 많은 국방부(53명), 경찰청(30명), 소방청(19명) 등은 대규모 조사단을 꾸렸다. TF 48개의 총인원은 정부 내부 인사 536명을 포함해 661명에 달한다. TF 48개 중 32개에 외부 인사 125명이 참여했고 그중 76명(60.8%)은 법조인, 31명(24.8%)은 학자, 18명(14.4%)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TF는 ‘내란의 사전 모의나 실행, 사후 정당화, 은폐’를 한 공무원은 ‘내란 참여’로, ‘내란의 일련의 과정에 물적·인적 지원을 도모하거나 실행’한 공무원은 ‘내란 협조’를 한 것으로 보기로 했다. 적발된 공무원에게는 내년 2월13일까지 ‘징계’나 ‘승진 배제’ 같은 인사 조치할 방침이다. 또 ‘내란 행위 제보 센터’를 설치해 동료 공무원들에게 제보·투서를 받고, 의심 공무원은 개인 휴대전화를 들여다보기로 했다. 한 정부 관계자는 “의혹이 상당하다고 판단되면 대상자의 휴대전화를 제출받아 들여다볼 예정이다. 의혹이 상당한 데도 조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수사 의뢰까지 가능한 선을 정했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서는 TF 조사 권한을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가 아닌 행정 절차이지만 일반적인 조사가 아닌 만큼 행정법이 지켜져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공무원 75만명 전방위 조사 문제없나 형소법 원칙 유명무실…권력남용 소지 한 서초동 변호사는 “영장 없는 조사를 두고 많은 문제 제기가 이뤄질 수밖에 없다. 행정조사기본법에 따르면 인사상 불이익으로 압박하거나 진술을 강요하면 직권남용 혐의가 성립될 수 있다. 최소한의 범위를 규정하고 조사해야 하는데 TF가 정한 선이 어느 지점까지인지가 핵심일 것 같다”고 조언했다. 국회도 과거 비슷한 문제를 지적한 바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2022년 발간한 ‘권력적 행정조사의 쟁점 및 개선 과제’ 보고서에서 행정조사 과정에서 영장주의·진술거부권이 침해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행정조사에서 수집된 자료가 수사기관으로 넘어가 형사 처벌 근거로 활용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형사소송법상 원칙이 유명무실해지고, 국가권력이 남용될 소지도 있다. 업무용 PC나 이메일에서는 변호사와 상담한 내용까지 확보되는 사례도 있어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가 위축될 가능성도 있다. 행정조사 위법성과 관련해서는 판례도 존재한다. 지난 2012년 서울고법은 기관이 업무용 휴대전화 통화 기록과 문자메시지를 동의 없이 확보해 공무원을 해임한 사건에서 이를 위법한 증거수집으로 보지 않았다. 법원은 기관이 통신비를 부담했고, 감사 목적이 공익적이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도 상고를 기각했다. 조직 내부 감사는 세무조사·공정거래위원회 조사·근로감독 등과 달리 별도의 법적 근거가 불명확한 경우가 많아 조사의 한계 역시 모호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부 차원의 대규모 내부 감사가 법적 문제를 일으킨 선례 역시 많지 않다. 민간인의 TF 참여도 새로운 논란이다. 정부는 감사부서 공무원 외에 민간인을 포함하거나 아예 외부 전문가로만 구성된 TF를 둘 수 있다는 지침을 내렸다. 명확한 법적 근거 없이 민간인이 공무원에 대해 조사권을 행사하는 셈인데, 정부는 TF 설치를 위한 별도 입법을 마련하지 않았다. 논란 불구 조사 시작 공직사회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조사 기준이 모호해 억울한 문책 인사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반면 계엄을 방관했거나 동조한 세력을 처벌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상당하다. 핵심 조사 대상으로 거론되는 기관은 기획재정부·국방부·행정안전부·경찰·검찰·법무부 등이다. 기재부의 경우 최상목 전 기재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까지 겸했다. 최 전 장관이 12·3 비상계엄 당시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국가비상입법기구 예비비 편성 등 계엄 지시 문건 등을 받고 1급 고위직들을 소집해 회의를 연 바 있어,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이들이 조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10월 국회 국정감사 때 김동일 전 예산실장과 신중범 전 대통령실 경제금융비서관 등이 아시아개발은행(ADB)과 아시아거시경제감시기구(AMRO)로 파견되기 직전 명예 퇴직금을 수령한 것을 두고 ‘해외도피’ 논란이 제기되기도 했다. 외교부는 이번 국감에서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실이 외교부 장관 명의로 ‘합법적 계엄’이란 내용의 공문을 주미한국대사관에 보내고, 이를 ‘3급 기밀’로 지정한 점을 지적받은 바 있다. TF가 가동되면서 외교부 인사는 사실상 ‘중단’ 상태다. 외교부는 애초 올해 말까지 1급 인사를 마무리할 계획이었지만, TF 활동이 시작되면서 어렵게 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반년이 다 되어가지만, 그동안 외교부 실·국장 및 재외 공관장 인사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외교부 인사는 특임 대사 임명과도 맞물려 있지만 인사 속도는 더디기만 하다. 특히 현 정부는 특임 대사를 확대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외교부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임 대사는 직업 외교관이 아닌 전문가·정치인·학자 등을 대통령이 재외공관장으로 임명하는 제도다. 주요 공관장 인사가 늦어지면서 사안이 터졌을 때 제대로 대응할 수 있느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월 미국 조지아주 현대자동차·LG에너지솔루션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발생한 한국인 불법구금 사태 당시에도 조지아주를 관할하는 주애틀란타총영사직은 공석이었고, 캄보디아 사태 때도 주캄보디아 대사직이 비어있었다. 필요는 한데… 이중 감사 검찰 TF는 최근 검찰 내부망인 ‘이프로스’에 다음 달 12일까지 제보용 익명 게시판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통해 관련 제보를 받겠다고 공지했다. 단장은 구자현 검찰총장 대행이 김성동 대검 감찰부장과 주혜진 대검 감찰1과장이 각각 부단장과 팀장을 맡아 10여명이 참여했다. 법무부에 설치된 TF 역시 같은 날 공지를 게시했다. 법무부에선 정성호 법무부 장관이 TF 단장을 맡고 내외부 인사 10여명이 구성원으로 참여한다. 법무부는 내부 익명 게시판을 통해 제보를 접수하는 한편, 검찰과 별도의 이메일 계정을 개설해 운영할 예정이다. 경찰은 경무관 승진, 총경 인사를 앞두고 숨죽이는 분위기다. 앞서 계엄 수사로 조지호 경찰청장 등 수뇌부가 재판에 넘겨졌지만, 계엄 당시 국회 출입 통제나 체포조 투입에 관여됐던 간부 상당수는 기소를 피했다. 국방부는 이중 감사 논란이 일고 있다. 이미 12개 기관을 대상으로 내부 감사를 진행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취임 직후 감사관실 주도로 중령급 이상 간부를 전수 조사해 지난주 보고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고, 이는 이번 3성 장군 인사에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방부는 총리실의 지시에 따라 기존 감사자료를 제출하는 수준에서 협조할 것으로 알려졌다. 감사관실은 조사본부를 합류시켜 TF를 꾸릴 것으로 보인다. 지난 국방부의 자체 감사는 합참 현역 장교뿐 아니라 본부 군무원과 민간 공무원까지 포함한 대대적 감사였다. 지난 9월 진영승 합참의장 취임 이후, 권대원 합참차장을 제외한 합참 장군 전원과 2년 이상 근무한 중령·대령에 대한 대규모 인적 쇄신이 실제로 단행됐다. 합참의 지시에 따라 장교들의 진급이 보류되거나 보직이 변경됐다. 국정원은 이미 이종석 국정원장 취임 이후 직원들의 비상계엄 관련 여부 등 내부 조사를 마쳤다. 특히 의무적으로 TF를 구성해야 하는 기관이 아니다. 국정원은 지난 8월 첫 1급 인사를 단행하고 최근까지 2∼4급 인사를 마무리했다. 애매한 의혹 제기 투서 남발 우려 일부 기관 자체 판단 별도 TF 설치 이 인사는 이 원장 취임 이후 진행한 내부 조사 결과를 반영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정원은 이 원장 취임 두 달 만인 8월 1급 간부 20여명의 인사를 단행하면서 그간 정권이 바뀐 뒤 1급 간부를 모두 교체하던 관행과 달리 윤석열정부에서 임명된 간부들을 일부 유임시켰다. 국정원은 대통령 직속 기관이다. TF 설치를 두고 대통령실이 직접 관리할 수 있다. 정부 관계자는 “본래 정권이 바뀔 때마다 신임 국정원장이 취임하면 국정원은 윗선 지침이 없어도 원장 지시하에 내부적으로 감찰이나 조사를 철저하게 해 왔다”며 “대통령실에서 직접 관리해 TF 조사가 이뤄져도 추가로 드러날 문제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박선원 의원은 지난달 4일, 국정원 국정감사 이후 브리핑에서 “국정원이 불법적 비상계엄 상황에서 내란·외환 정보수집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을 인정했다”면서 “국정원은 국정원법 4조에 따라 내란죄·외환유치 관련 자료를 특검에 이미 제출했고 계엄 시 국정원 역할 재정비와 실효적 안보조사체계 복원을 추진하겠다고 보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침해 진정이 들어온 기구를 인권위가 설치하면 모순”이란 이유로 TF 설치를 거부했던 국가인권위원회는 TF 구성 반대 의결 과정에서 절차상 흠결이 지적되자 다음 전원위원회에 다시 상정해 논의하기로 했다. 앞서 인권위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등 독립기관은 TF 설치를 자율적으로 판단하기로 정해졌다. 안창호 인권위원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제21차 전원위원회에서 “정부에서 부처 내 헌법존중 TF를 자율적으로 만들라는 권고가 있는데 어떻게 할 것이냐”고 위원들에게 물었다. 이에 한석훈 위원이 구두로 안건 발의를 제안했다. 이후 안건 발의자로 참여한 김용원·이한별 위원 포함 발의자 세 명과 강정혜·김용직 위원, 안 위원장 등 6인이 ‘TF 구성 반대’에 손을 들면서 의결됐다. 부역자 남았나 인권위 안팎에선 자율적 설치라고 해도, TF 설립 취지에 비쳐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위원들이 안건을 즉석에서 상정해 반대 의결까지 한 건 부적절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특히 반대 의견을 낸 안 위원장과 김용원 위원 등은 지난 2월 ‘윤석열 방어권 안건’ 의결에 찬성해 특검에 내란 선동·선전 혐의로 고발된 상태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