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소리’ 나는 고액보험의 세계

보험료 얼마까지 내봤니?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최근 들어 가입금액이 수십억에 달하는 고액보험 판매가 늘고 있다. 심지어 100억원에 이르는 초고액보험까지 생겨난 상황. 한달 보험료로 따지면 1000만원 이상이다. 가입자 대부분은 초고액 자산가들. 보험사들은 이런 초고액 자산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전용보험상품을 줄줄이 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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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사들이 자산가를 대상으로 내놓은 고액 종신보험 중에선 가입금액 30억원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보험 상품의 가입자는 주로 보험사로부터 자산관리서비스를 받아온 슈퍼리치 고객이다. 

서민에겐
그림의 떡

삼성 대한 교보 등 생명보험사들은 사망보험금이 10억원 이상이면 고액 계약으로 분류한다. 40세 남성 기준 월 200만원 정도 보험료를 20년간 납부하는 조건이다. 웬만한 월급생활자의 한달 월급을 보험료로 내는 것이다. 

하지만 초고액 계약과 비교하면 이 정도는 고액 계약 축에도 끼지 못했다. 한달 1200만원의 보험료를 내 50억원의 사망보험금을 보장받는 자산가가 있는가 하면 월 보험료가 2000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때 사망보험금은 90억원에 달한다. 

연금보험도 상식 수준을 뛰어넘는다. 100억원을 일시납 방식으로 지불한 뒤 20년 뒤 229억원의 연금 자산을 만드는 경우도 있고, 한달 5000만원의 보험료를 10년간 내 100억원의 연금 자산을 만드는 경우도 있다. 웬만한 대기업 과장의 연봉을 한달 연금보험료로 납부하는 것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한화·교보 등 3개 대형 생명보험회사가 판매한 30억원 이상 고액 종신보험은 2015년 118건서 2016년 들어서 139건으로 늘었다. 지난해에는 40건 이상 계약이 체결됐다.

일부 보험사에선 100억원짜리 종신보험도 판매됐다. 10년 만기 종신보험이면 매달 내는 보험료만 8000만원에 이른다. 

물론 이 같은 고액 계약의 주목적은 상속세 재원 마련이다. 거액의 부동산이나 주식을 상속할 경우 자녀들은 상속세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물려받은 자산 중 일부를 매각해야 한다. 이 과정서 급하게 매각하다 보면 제값을 받기 힘든 경우가 많다. 이때 보험이 있으면 보험금으로 상속세를 낼 수 있다. 

월 200만원씩 보험금 10억 이상 고액 분류
상속세 재원 마련 주 목적…맞춤형 상품도

지난해 교보생명은 상속세 재원을 효과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교보노블리에종신보험’을 새롭게 출시했다. 최저 가입금액 10억원 이상인 이 상품은 가입 즉시부터 고액의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이 보험금으로 유가족은 상속세 재원을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계약승계제도’를 통해 세대 간 효율적인 자산 이전도 가능하다. 이 제도를 활용하면 보험금이나 해약환급금을 재원으로 배우자나 자녀에게 보다 저렴한 보험료로 계약승계가 가능하다. 유가족이 신규로 보험을 가입하는 것보다 보험승계를 통한 가입이 보험료가 저렴하다. 

교보생명 관계자는 “금융상품을 통한 절세와 세대 간 부의 이전에 관심이 많은 부유층 고객의 니즈를 반영했다”며 “상속재산의 처분 없이 보험금으로 상속세 재원을 마련할 수 있어 고액자산가에게 유용한 상품”이라고 밝혔다.


ING생명도 로열 VIP 유니버설종신보험을 내놨다. 최저 가입금액이 3억원이다. 일시납으로 보험료를 낼 경우 20년납 상품보다 보험료를 최대 40% 절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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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농협생명은 기업체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고액자산가 등에게 특화된 ‘행복한NH경영인정기보험(무배당)’을 출시했다. 이 상품은 가입자가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일이 생겼을 때 대출금 상환, 유동성 확보, 상속세, 유가족 생계 등 리스크에 대비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금으로 전환해 은퇴한 뒤 노후자금으로 활용할 수 있으며 상속도 가능하다. 또 특약 15개로 재해사망, 11대 성인병 수술·입원, 뇌출혈, 급성심근경색 등을 폭넓게 보장받을 수 있다. 

“다 맞춰드립니다”
앞다퉈 상품 공개

NH농협생명 관계자는 “경영자의 갑작스런 부재는 기업에 상당한 위기를 초래할 수 있지만 이 상품을 통해 리스크를 일정 부분 회피할 수 있다는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생명의 ‘한화생명 경영인 정기보험’은 물가상승에 대비한 체증형 상품 추가, 가입당시 경험생명표를 적용하는 연금전환 기능, 고연령층을 위한 가입연령과 보장기간 확대 등이 특징이다. 

특히 물가 상승에 대비해, 연령이 증가할수록 사망보험금이 최대 2배까지 증가하는 체증형 상품을 선택할 수 있다. 가입시 선택한 체증나이(55세·60세·65세 선택) 이후부터 10년간 매년 10%씩 증액해 보장하는 형태다. 

푸르덴셜생명은 주계약 가입금액이 최소 1억원 이상인 CEO변액종신보험을 출시할 예정이다.

3억원 이상일 땐 주계약 보험료의 1.5%를, 5억원을 넘으면 주계약 보험료의 3%나 가산 적립해준다. 사망보험금의 노후소득 선지급 방식을 도입해 주계약 보험가입 금액의 일부를 매년 자동감액해 감액 부분에 해당하는 해지환급금을 노후소득 선지급금으로 해 20년 동안 지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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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P 영업서 가입 고객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계약인수에 어려움이 있는 경우가 종종 발생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보험료 납입면제 대상을 재해로만 설정해 계약인수폭을 넓힌 것도 특징이다. 고객의 건강상태가 더 좋지 않은 경우 특별조건부특약으로도 계약을 받아준다. 

삼성생명은 가입금액별로 세 가지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플래티넘유니버설종신보험(3억원 이상), VVIP유니버설종신보험(10억원 이상), 헤리티지유니버설종신보험(30억원 이상) 등이다. 삼성생명은 법인기업 CEO 및 임원을 대상으로 하는 ‘간편가입 경영인정기보험’도 판매 중이다.

이 상품은 CEO 및 임원의 연령이 비교적 높은 점을 감안해 간편가입 형태로 개발됐다. 별도의 심사 없이 만성질환이나 과거 병력이 있어도 가입이 가능하다. 


“한명이라도…”
마케팅에 혈안

가입 후 10년 동안은 최초 가입금액을 보장하며 이후부터는 매년 보장금액이 일정 비율로 늘어나도록 설계됐다. 증가 비율은 10%, 13%, 15%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주계약 가입금액 1억원에 가입한 50세 고객이 10% 체증형에 가입했다면 60세까지는 사망보장금액이 1억원이지만 이후 매년 10%씩 늘어나 70세는 2억원, 80세에는 3억원을 보장받을 수 있는 셈이다.

보험사들은 전용 보험을 비롯해 골프, 와인, 공연 행사 등 VIP 고객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이벤트를 열어 고액자산가들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보험사는 은행, 증권 등 다른 업권에 비해 장기 상품을 다루기 때문에 VIP 고객 서비스 역시 장기적인 자산관리에 특화돼있다. 보험사의 VIP 고객들 역시 공격적으로 투자하며 자산을 불리기보다는 이미 쌓은 자산을 지키고 이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 

업계 관계자는 “보험회사의 자산가 고객 대상 서비스는 은행 등에 비해 가업승계를 포함한 증여, 상속과 절세, 은퇴 대비에 강점이 있다”며 “40대 이하 고객이 투자에 관심이 많다면 50대 이상 고객은 자산을 유지하고 이전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골프, 와인, 공연 등 VIP 잡기
전문팀 꾸려 전국에 VIP센터도

증여, 절세 등의 문제는 대부분 서로 연관이 있기 때문에 전문자격증을 가진 재무설계사와 세무사, 부동산 전문가 등의 전문인력이 팀을 이뤄 상담하는 곳이 많다. 주요 보험사들은 전국에 VIP 상담센터를 운영하며 이들 인력을 활용해 1대1 자문과 상담을 지원한다. 


삼성생명은 가업승계에 필요한 세제, 지분 양도, 소득재원 마련 등에 특화된 ‘삼성패밀리오피스’를 운영한다. 한화생명 FA센터에서는 전문직 종사자와 고액자산가 VIP 고객을 대상으로 상속·증여, 세무, 노무, 부동산 등 종합자산관리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멤버십 프로그램, 문화예술 행사 등의 비자산관리 서비스도 다양하다.

한화생명은 경영인들을 대상으로 정기보험 판매를 지원하기 위한 종합재무설계시스템인 H-TOPS도 업그레이드 했다. 교보생명의 ‘노블리에센터’는 평생자산관리서비스를 제공하는 전문가 조직으로 보장과 은퇴설계, 투자설계, 상속증여, 부동산, 법률 등 전 금융 분야에 걸쳐 폭넓은 재무설계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센터를 찾는 고객 대부분은 보유자산 50억원 이상이다.
 

▲삼성생명

ING생명은 VIP전용 멤버십서비스인 ‘오렌지멤버십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고객에게 뮤지컬, 오페라, 아트콘서트 등 문화·예술 서비스와 다양한 주제의 세미나를 제공한다. 

ING생명 관계자는 “40∼50대 여성 고객들은 문화, 예술분야에 관심이 많고, 특히 클래식 공연과 전시 관람을 즐긴다”며 “대부분의 고객이 인문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고, 새로운 문화 트렌드를 빨리 알고 경험하고자 하는 니즈가 높은 편”이라고 말했다. 

ABL생명은 VIP 고객 대상 골프와 절세전략 강의를 결합한 행사가 반응이 좋아 확대하고 있다. 

보험사 일석이조
앞으로 더 기대

업계 관계자는 “설계사 입장에선 수당은 물론 소속 회사에 대한 단체보험 등 연계 영업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VIP 시장에 상당히 공을 들이는 경우가 많다”며 “앞으로 10억원 이상 자산을 보유한 고액자산가들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어 보험사들도 다양한 상품 출시를 통해 설계사들에 무기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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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