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명일 기자] 요즘 국내 재계의 이목은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쏠려있다. 하이마트의 인수합병 결과에 따라 국내 유통지형의 변화가 불가피한데다, 웅진코웨이는 정수기 등에서 독과점 논란까지 일으키며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차지하고 있는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 두 기업의 주인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당장 재계지도를 새로 그려야 할 판이다. 두 기업을 놓고 벌이는 재계의 인수전은 점점 더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를 놓고 내로라하는 국내 대기업들이 벌이는 ‘조’단위 인수합병 싸움이 화제다. 지난해 굵직굵직한 M&A가 어느 정도 마무리 된데다 당분간 국내시장이 숨고르기에 들어서는 상황에서 마지막 대형 인수합병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전국 309개에 달하는 점포를 보유하고 있는 하이마트와 정수기를 비롯한 다양한 생활가전제품군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이고 있는 웅진코웨이이기에 이 두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이 몰고 올 엄청난 파급력에 재계는 더욱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하이마트, 신동빈-정용진 자존심 대결
우선 하이마트 인수전에는 신세계 이마트와 롯데쇼핑, SK네트웍스, 사모펀드인 MBK파트너스, 중국 가전업체 칼라일 등 5곳이 참여해 경쟁 중이다. 롯데그룹의 경우 지난해 12월 하이마트가 경영권 분쟁 결과 매물로 나온 직후부터 강한 인수의지를 보여왔다.
반면 신세계 이마트는 최근 전자랜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하이마트 인수전에서 한 발 물러날 가능성도 점쳐졌다. 하지만 이번 인수전이 유통업계의 판도를 완전히 바꿀 수 있다는 판단에 결국 인수전 참여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하이마트는 전국 309개에 달하는 점포를 보유하고 있고 연간 3000억원 규모의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창출 능력을 갖췄다. 이 때문에 하이마트를 인수하는 쪽은 국내 유통지형을 바꿀 수 있는 칼자루를 쥔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여기에 예비입찰제안서(LOI) 제출 마감 직전 SK네트웍스까지 가세하면서 분위기는 더욱 달아오르고 있다. SK네트웍스의 자체 자금력은 부족하지만 사모펀드(PEF)와 손잡을 경우 하이마트 인수에 유리한 고지를 점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SK네트윅스도 유통망 확대를 위해 총력전을 펼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하이마트 인수전이 '유통지존'을 둘러싼 신동빈 롯데 회장과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자존심을 건 대결로 이어질 수 있다고 예상한다. 이미 신세계가 전자랜드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마당에 하이마트마저 신세계에 넘어간다면 롯데는 유통시장에서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
신세계 또한 하이마트를 롯데에 뺏긴다면 유통업계 1위 자리를 단숨에 뺏길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 하이마트 매각가격이 예상했던 2조원을 훌쩍 넘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하지만 일각에선 이미 전자랜드 인수를 거의 확정한 신세계가 하이마트 인수전을 흥행시켜 인수가격을 높이는 수법으로 롯데를 견제하는 카드로 이용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만약 신세계가 실제로 인수할 생각이 없다면 가장 유리한 곳은 롯데다. 하이마트 측은 유통 노하우가 풍부한 새 주인을 원하고 있는데 소매 유통 분야의 1인자인 롯데쇼핑이 이런 점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롯데와 SK네트웍스가 모두 참여하고 있는 웅진코웨이 인수전이라는 마지막 변수가 남아있어 아직 섣불리 판단하기에는 이르다. 어찌됐든 하이마트 측은 6월 중순까지 모든 매각 절차를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상반기 안에 향후 가전양판점 시장의 맹주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해 기준 한 해 매출 1조 7천억원을 달성한 효자 기업 웅진코웨이도 인수경쟁이 치열하다. 웅진코웨이는 올해 영업이익 분기 기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모두가 눈독을 들일 수밖에 없는 매력적인 기업이다. 따라서 당초 예비입찰제안서(LOI) 최종마감일인 지난 5월9일까지 제안서를 제출한 업체는 무려 20여 곳이나 될 정도로 치열했다.
얽히고설킨 인수전…한 치 앞도 몰라
인수결과 따라 재계 지형변화 불가피
웅진코웨이는 지난 5월 14일 예비입찰제안서(LOI)를 제출한 20여 곳 중에 롯데쇼핑, GS리테일, SK네트웍스, MBK파트너스, 광둥메이디 등 5곳을 최종 적격예비후보로 선정했으며 이들을 대상으로 현재 정밀실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 거론되는 웅진코웨이 인수대금은 약 1조 5000억원선이다. 시가총액 8000억원을 감안하면 약 7000억원 규모의 경영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국내 최고의 방문판매 노하우 및 전문인력 확보, 대외 이미지 우수 등 프리미엄 요소에 대해서는 인수 후보자들도 인정하고 있다.
웅진그룹 측은 태양광 등 차세대 사업을 위해 웅진코웨이를 매물로 내놓았지만 내부적으로는 웅진코웨이의 지속성장 가치를 살릴 수 있는 인수 후보군을 가려내고자 노력하고 있다. 웅진코웨이가 그룹에서 차지하는 상징성을 감안해서다.
최근 인수전에 가장 속도를 내며 다크호스로 부상하고 있는 곳은 SK네트웍스다. 현재 하이마트와 웅진코웨이 인수전에 모두 참가하고 있는 SK네트웍스는 출사표는 늦었으나 최태원 SK그룹 회장에게 인수전략을 직접 보고하고 인수자문사도 신속히 정하는 등 '둘 중 하나는 반드시 잡겠다'는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사실 SK네트웍스는 기존 IT 유통사업과 연관이 깊은 하이마트 인수에 관심이 더 많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지만 하이마트의 경우는 경쟁사인 롯데쇼핑의 우위가 점쳐지는 만큼 웅진코웨이 인수에 총력을 다할 가능성이 높다. 만약 SK네트웍스가 웅진코웨이를 인수한다면 패션, 와인 등의 PM컴퍼니와 시너지 창출이 가능하다. 또 SK그룹 통신부문과 웅진코웨이 방문판매망의 시너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웅진코웨이, 인수경쟁 4파전 압축
롯데 측 역시 웅진코웨이 인수에 대해 롯데카드와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면서 적극적인 의사를 표명하고 있다는 후문이지만 우선순위는 역시 하이마트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반해 GS리테일은 웅진코웨이 인수에 가장 일관된 애착을 가지고 있다. 다만 문제는 GS리테일의 빈약한 자금력이다. 일단 웅진코웨이의 예상 매각가는 1조 5천억원에서 최대 2조 원에 달할 수도 있다고 점쳐지고 있다. 웅진코웨이의 예상 매각가와 비교하면 GS리테일의 인수자금력은 아직 많이 부족한 상태다. 하지만 일부 차입 등을 통해 충분히 메울 수는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한편 웅진코웨이 측도 7월 초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를 최종 선정해 매각 작업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하이마트와 동시에 매각이 진행되며 얽히고설킨 인수전의 결과에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