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 전두환 '오산 땅' 수수께끼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5.22 08: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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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만 무성한 '전씨랜드'…벌써 1000억 뽑아먹었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비자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굴까. 아마 재계 총수들일 게다. 그리고 이 사람,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비자금이란 단어를 처음 유행시킨 그는 공식적으로 땡전 한 푼 없는 무일푼 신세다. 그렇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가 있을까. '어디에 꼬불쳤지' 하는 국민적 의심이 최근 경기도 오산 한 야산에 꽂혔다. '전씨랜드'로 불리는 그곳에 가봤다.

최근 또 다시 '전두환 비자금'이 회자되고 있다. 전씨일가의 수상한 땅거래가 포착되면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땅이 아들 수중으로 들어간 정황이 석연치 않다. 싸도 너무 싸게 넘어갔다. 이를 두고 전씨일가의 은닉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땅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에 있는 임야다. 임야 정면에 2009년 완공된 오산-화성고속도로와 황구지천이 흐르고, 옆쪽엔 한신대 캠퍼스가 붙어있다. 일진전기, 중외제약, 선일레미콘 등 대형 공장들이 들어선 주변은 현재 도로 확장공사 등 개발이 한창이다.

독산성·세마대 유적지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여

이곳엔 한류타운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8월 오산시와 양산동 일대에 국제아카데미와 뮤직비디오 제작 스튜디오 등 한류스타 양성소인 'SM타운'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뒤편 상황은 다르다. '독산성'과 '세마대'등의 유적건조물이 자리 잡고 있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있다. 독산성은 문화재청이 1964년 지정한 국가사적 제140호다. 백제시대에 축성돼 권율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병 수 만명의 대군을 격파한 군사적 요충지로 남한산성과 함께 한강 이남 최고의 산성으로 꼽힌다. 세마대는 권율 장군이 독산성에 물이 부족한 점을 노린 왜군을 교란하기 위해 산 정상에서 흰쌀로 말을 씻기는 모습을 연출해 적의 사기를 꺾은 곳으로 전해진다.

오산시 관계자는 "일부 성곽만 남아있는 독산성과 세마대를 2015년까지 복원하는 등 23만여 평 규모의 역사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일대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전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 생산녹지지역 등 녹지보전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보전녹지지역은 도시의 자연환경, 경관, 수림 및 녹지를 보전하기 위한 지역 ▲생산녹지지역은 주로 농업적 생산을 위해 개발을 유보할 필요가 있는 지역 ▲자연녹지지역은 녹지공간의 보전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 개발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독산성 인근이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인 탓에 개발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부동산업자는 "독산성 주변은 경관·환경이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하고 있다"며 "사유지로 분류돼 매매가 가능하지만 인접한 곳에 오산에서 유일한 사적지가 있어 사실상 개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업자도 "건축시 제한사항이 많은 녹지지역이 주거지나 상업지로 용도가 변경될 수 있지만 그 기준은 해당 지자체마다 다르다"며 "도시계획이 잡혀도 개발이 수년간 정체돼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녹지구역이라고 해서 모두 개발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가 허가할 경우 용도 변경 등 제한적인 개발이 가능하다. 실제 이들 임야의 땅값은 독산성에 얼마나 붙어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바로 옆 부지의 공시지가(㎡당)는 지난해 1월 기준 1만원대에 불과하다. 20년 전인 1990년대 초반의 공시지가도 1만원 안팎이었다.

처남 이창석 소유 임야 수십만평 대부분 정리 
'진짜 주인 맞나?' 실소유주 의혹 끊이지 않아

이런 부지를 경계로 좀 떨어진 임야의 경우 10만원대를 웃돈다. 개발 가능성 때문에 차이가 난다는 게 부동산업자의 전언. 다만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적게는 2배 이상에서 많게는 수십배 비싼 가격으로 흥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산동 임야의 대지주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이순자씨 동생)씨다. 이씨는 사정당국이 항상 예의주시하는 인물이다. 그동안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 여러 번 수사선상에 오른 탓이다.


2004년 검찰의 5공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자금으로 추정되는 ‘뭉칫돈’이 이씨의 계좌에서 발견됐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십억원이 이씨에게 유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추징금 대납형식으로 이를 몰수했다. 앞서 2003년 추징금 미납으로 경매에 붙여진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별채를 감정가의 2배가 넘는 16억4800만원에 낙찰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카 전재용(전 전 대통령의 차남)씨와 함께 유한회사 에스더블유디씨와 음향기기업체인 삼원코리아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1984년 부친 고 이규동(2001년 사망)씨로부터 수십만평의 오산 땅을 증여받았다. 예비역 준장으로 전역한 이규동씨는 5공 당시 대한노인회 회장을 지내며 부동산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오산 땅을 이씨가 물려받은 것이다.

이씨는 YS정부 시절 부친이 증여한 오산 임야 26만평에 대한 증여세를 내지 않아 탈세 등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씨일가의 오산 땅은 5공 비리 청문회 당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사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래서 일까. 양산동 주민들은 이 야산을 '전두환 땅'으로 알고 있다.

이씨 소유의 부지 인근에서 자재업을 하는 김모씨는 "이 지역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정확한 소유주를 모른 채 전두환 땅으로만 알고 있다"며 "주변의 땅을 가진 다른 토지주들은 유명 인사가 많은 부지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대박'가능성을 기대했으나 30년 넘게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근처 식당 주인은 "5공 시절부터 양산동 일대가 '전두환랜드'가 되지 않겠냐는 소문이 돌았다"며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와 교도소에 있을 때만 해도 양산동 야산에 퇴임 이후 지낼 '아방궁 사저'가 들어설 것이란 얘기가 주민들 사이에 있었다"고 귀띔했다.

주민들 "예전부터
전두환 땅으로 알아"

주민들의 예상과 달리 전 전 대통령은 연희동 사저로 들어갔고 개발도 없었다. 이씨는 오산 땅을 대부분 팔아치웠다.

처음 매각한 것은 2002년. 양산동 산19-116, 산19-117 등 2만여 평을 아모레퍼시픽에 처분했다. 당시 태평양이 사들였다가 2006년 회사가 분할되면서 아모레퍼시픽 소유로 명의가 이전됐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이씨 소유인 것을 전혀 몰랐다. 공장부지 확보 차원에서 매입을 뿐"이라고 했다. 이 부지는 공장 계획이 무산되면서 지난해 시행사인 O사가 매입했다. O사는 이곳에 대형 건설사와 아파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최근 문제가 된 땅거래는 2006년 이뤄졌다. 이씨는 당시 자신 명의의 양산동 임야 29만여 평을 처분했다. 이중 절반을 건설업자 박모씨에게 500억원에 매각했다. 나머지 절반은 전재용씨에게 28억원에 팔았다. 같은 부지를 무려 472억원이나 싸게 넘긴 것이다.

더욱이 전씨는 2008년 이 땅을 시행사인 N사와 400억원에 되팔기로 하는 매매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의 연대의무자는 다름 아닌 이씨로부터 땅을 산 박씨였다. 결국 이씨는 전씨에게 '헐값'에 땅을 넘겨줬고, 이를 통해 전씨는 불과 2년 만에 투자금 15배인 370억원의 매각차익을 올린 셈이다.

전씨가 부인 박상아씨 등과 함께 경영하고 있는 부동산개발·임대 업체인 비엘에셋 소유로 돼 있는 땅은 모두 13만여 평. 지난해 말 기준 이 땅의 장부가액은 50억원, 공시지가는 100억원에 이른다.

조카 전재용에 13만평 매각 
시가 400억짜리 28억에 넘겨 


국세청은 이 거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 착수, 이씨와 전씨에게 각각 양도소득세·증여세를 부과했다. 세금 추징액만 8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들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자 이씨 명의의 연희동 사저 별채를 압류하기도 했다.

전씨는 아직까지 이 땅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 중이다. 매수자가 중도금을 치르지 못해 매매계약이 자동 해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씨는 32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계약금 60억원을 선수금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이 돈은 비엘에셋의 영업외 수익으로 잡혔다.

이씨 소유의 양산동 토지는 아직 남아있다. 산19-84 등 7만여 평에 달하는 땅을 자손으로 추정되는 올해 32세의 이원근씨와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이 땅은 S사에 신탁된 상태다.

외삼촌과 조카 간 수상한 거래를 두고 일각에선 전씨일가의 은닉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2일 논평에서 "시세 400억원짜리 땅을 28억원에 넘겼다는 점은 이 땅의 실제 소유주가 애초에 이창석이 아니라 전 전 대통령이었다는 의혹을 갖게 하는 대목"이라며 "관련기관은 그냥 넘어갈 것이 아니라 거래내역과 자금출처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 미납 추징금이 1673억원에 이른다. 그나마 532억원도 자발적 납부가 아닌 검찰이 찾아낸 감춰둔 재산이었다.

검찰은 대법원 판결 한 달 뒤 무기명 채권 126장 등 188억여원을 추징했다. 이어 9월과 10월 현금과 예금 등 124억5000여만원을 강제 집행했다. 2000년 12월 1억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를 접수한데 이어 같은달 1억7000만원 상당의 유체동산을, 2004년 1월 연희동 사저 별채를 경매해 16억4000만원을 징수했다.


수상한 '헐값 매매'
국세청 수십억 과세

그해 6월엔 은닉자금으로 추정되는 '뭉칫돈'이 전씨일가의 계좌에서 발견되자 이순자씨가 '개인 돈'이라며 199억5000만원을 대납했다. 당시 차남 전씨가 증여세 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마지막으로 2006년 6월 한 언론사의 취재로 드러난 서초동 땅을 경매에 붙여 낙찰금 1억1900여만원을 거둬들였다.

전 전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납부한 돈은 2003년 10월 전 재산이라고 주장한 29만원과 2010년 10월 강연소득 300만원뿐이다. 미납금은 내년 10월 추징시한이 만료된다. 그때까지 검찰이 그의 재산을 찾아내거나 납부하면 시효는 다시 3년 연장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순자씨도 "(추징금은) 낼 수 없다. 성의껏 다 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들 등 친인척 재산에 대해선 "연좌제도 아닌데 그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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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