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일푼' 전두환 '오산 땅' 수수께끼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5.22 08:5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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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만 무성한 '전씨랜드'…벌써 1000억 뽑아먹었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비자금'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은 누굴까. 아마 재계 총수들일 게다. 그리고 이 사람, 바로 전두환 전 대통령을 빼놓을 수 없다. 비자금이란 단어를 처음 유행시킨 그는 공식적으로 땡전 한 푼 없는 무일푼 신세다. 그렇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믿는 이가 있을까. '어디에 꼬불쳤지' 하는 국민적 의심이 최근 경기도 오산 한 야산에 꽂혔다. '전씨랜드'로 불리는 그곳에 가봤다.

최근 또 다시 '전두환 비자금'이 회자되고 있다. 전씨일가의 수상한 땅거래가 포착되면서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처남 땅이 아들 수중으로 들어간 정황이 석연치 않다. 싸도 너무 싸게 넘어갔다. 이를 두고 전씨일가의 은닉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논란이 되고 있는 땅은 경기도 오산시 양산동에 있는 임야다. 임야 정면에 2009년 완공된 오산-화성고속도로와 황구지천이 흐르고, 옆쪽엔 한신대 캠퍼스가 붙어있다. 일진전기, 중외제약, 선일레미콘 등 대형 공장들이 들어선 주변은 현재 도로 확장공사 등 개발이 한창이다.

독산성·세마대 유적지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여

이곳엔 한류타운 조성도 추진되고 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8월 오산시와 양산동 일대에 국제아카데미와 뮤직비디오 제작 스튜디오 등 한류스타 양성소인 'SM타운'설립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뒤편 상황은 다르다. '독산성'과 '세마대'등의 유적건조물이 자리 잡고 있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묶여있다. 독산성은 문화재청이 1964년 지정한 국가사적 제140호다. 백제시대에 축성돼 권율 장군이 임진왜란 때 왜병 수 만명의 대군을 격파한 군사적 요충지로 남한산성과 함께 한강 이남 최고의 산성으로 꼽힌다. 세마대는 권율 장군이 독산성에 물이 부족한 점을 노린 왜군을 교란하기 위해 산 정상에서 흰쌀로 말을 씻기는 모습을 연출해 적의 사기를 꺾은 곳으로 전해진다.

오산시 관계자는 "일부 성곽만 남아있는 독산성과 세마대를 2015년까지 복원하는 등 23만여 평 규모의 역사공원으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일대는 '도시공원 및 녹지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보전녹지지역, 자연녹지지역, 생산녹지지역 등 녹지보전구역으로 지정된 상태다. ▲보전녹지지역은 도시의 자연환경, 경관, 수림 및 녹지를 보전하기 위한 지역 ▲생산녹지지역은 주로 농업적 생산을 위해 개발을 유보할 필요가 있는 지역 ▲자연녹지지역은 녹지공간의 보전을 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제한적 개발이 불가피한 지역이다.

현지 부동산 관계자들은 독산성 인근이 개발제한지역으로 묶인 탓에 개발이 쉽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한 부동산업자는 "독산성 주변은 경관·환경이 손상될 우려가 있기 때문에 개발행위 허가를 제한하고 있다"며 "사유지로 분류돼 매매가 가능하지만 인접한 곳에 오산에서 유일한 사적지가 있어 사실상 개발이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업자도 "건축시 제한사항이 많은 녹지지역이 주거지나 상업지로 용도가 변경될 수 있지만 그 기준은 해당 지자체마다 다르다"며 "도시계획이 잡혀도 개발이 수년간 정체돼 투자금이 장기간 묶이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녹지구역이라고 해서 모두 개발이 제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자체가 허가할 경우 용도 변경 등 제한적인 개발이 가능하다. 실제 이들 임야의 땅값은 독산성에 얼마나 붙어있느냐에 따라 다르다. 바로 옆 부지의 공시지가(㎡당)는 지난해 1월 기준 1만원대에 불과하다. 20년 전인 1990년대 초반의 공시지가도 1만원 안팎이었다.

처남 이창석 소유 임야 수십만평 대부분 정리 
'진짜 주인 맞나?' 실소유주 의혹 끊이지 않아

이런 부지를 경계로 좀 떨어진 임야의 경우 10만원대를 웃돈다. 개발 가능성 때문에 차이가 난다는 게 부동산업자의 전언. 다만 실거래가는 공시지가보다 적게는 2배 이상에서 많게는 수십배 비싼 가격으로 흥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산동 임야의 대지주는 전 전 대통령의 처남 이창석(이순자씨 동생)씨다. 이씨는 사정당국이 항상 예의주시하는 인물이다. 그동안 '전두환 비자금'과 관련 여러 번 수사선상에 오른 탓이다.


2004년 검찰의 5공 비자금 수사 과정에서 전 전 대통령의 은닉자금으로 추정되는 ‘뭉칫돈’이 이씨의 계좌에서 발견됐었다. 검찰은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 수십억원이 이씨에게 유입된 사실을 확인하고 추징금 대납형식으로 이를 몰수했다. 앞서 2003년 추징금 미납으로 경매에 붙여진 전 전 대통령의 연희동 자택 별채를 감정가의 2배가 넘는 16억4800만원에 낙찰 받아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조카 전재용(전 전 대통령의 차남)씨와 함께 유한회사 에스더블유디씨와 음향기기업체인 삼원코리아 등을 운영하고 있는 이씨는 1984년 부친 고 이규동(2001년 사망)씨로부터 수십만평의 오산 땅을 증여받았다. 예비역 준장으로 전역한 이규동씨는 5공 당시 대한노인회 회장을 지내며 부동산사업을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가운데 오산 땅을 이씨가 물려받은 것이다.

이씨는 YS정부 시절 부친이 증여한 오산 임야 26만평에 대한 증여세를 내지 않아 탈세 등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이씨일가의 오산 땅은 5공 비리 청문회 당시 전 전 대통령의 비자금으로 사들인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래서 일까. 양산동 주민들은 이 야산을 '전두환 땅'으로 알고 있다.

이씨 소유의 부지 인근에서 자재업을 하는 김모씨는 "이 지역 사람들은 오래전부터 정확한 소유주를 모른 채 전두환 땅으로만 알고 있다"며 "주변의 땅을 가진 다른 토지주들은 유명 인사가 많은 부지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대박'가능성을 기대했으나 30년 넘게 아직까지 개발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근처 식당 주인은 "5공 시절부터 양산동 일대가 '전두환랜드'가 되지 않겠냐는 소문이 돌았다"며 "(전 전 대통령이) 백담사와 교도소에 있을 때만 해도 양산동 야산에 퇴임 이후 지낼 '아방궁 사저'가 들어설 것이란 얘기가 주민들 사이에 있었다"고 귀띔했다.

주민들 "예전부터
전두환 땅으로 알아"

주민들의 예상과 달리 전 전 대통령은 연희동 사저로 들어갔고 개발도 없었다. 이씨는 오산 땅을 대부분 팔아치웠다.

처음 매각한 것은 2002년. 양산동 산19-116, 산19-117 등 2만여 평을 아모레퍼시픽에 처분했다. 당시 태평양이 사들였다가 2006년 회사가 분할되면서 아모레퍼시픽 소유로 명의가 이전됐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이씨 소유인 것을 전혀 몰랐다. 공장부지 확보 차원에서 매입을 뿐"이라고 했다. 이 부지는 공장 계획이 무산되면서 지난해 시행사인 O사가 매입했다. O사는 이곳에 대형 건설사와 아파트 건설을 추진 중이다.

최근 문제가 된 땅거래는 2006년 이뤄졌다. 이씨는 당시 자신 명의의 양산동 임야 29만여 평을 처분했다. 이중 절반을 건설업자 박모씨에게 500억원에 매각했다. 나머지 절반은 전재용씨에게 28억원에 팔았다. 같은 부지를 무려 472억원이나 싸게 넘긴 것이다.

더욱이 전씨는 2008년 이 땅을 시행사인 N사와 400억원에 되팔기로 하는 매매 계약을 맺었다. 이 계약의 연대의무자는 다름 아닌 이씨로부터 땅을 산 박씨였다. 결국 이씨는 전씨에게 '헐값'에 땅을 넘겨줬고, 이를 통해 전씨는 불과 2년 만에 투자금 15배인 370억원의 매각차익을 올린 셈이다.

전씨가 부인 박상아씨 등과 함께 경영하고 있는 부동산개발·임대 업체인 비엘에셋 소유로 돼 있는 땅은 모두 13만여 평. 지난해 말 기준 이 땅의 장부가액은 50억원, 공시지가는 100억원에 이른다.

조카 전재용에 13만평 매각 
시가 400억짜리 28억에 넘겨 


국세청은 이 거래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조사에 착수, 이씨와 전씨에게 각각 양도소득세·증여세를 부과했다. 세금 추징액만 80억원대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이들이 세금을 납부하지 않자 이씨 명의의 연희동 사저 별채를 압류하기도 했다.

전씨는 아직까지 이 땅을 매각하지 않고 보유 중이다. 매수자가 중도금을 치르지 못해 매매계약이 자동 해지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씨는 32억원의 이득을 챙겼다. 계약금 60억원을 선수금으로 받았기 때문이다. 이 돈은 비엘에셋의 영업외 수익으로 잡혔다.

이씨 소유의 양산동 토지는 아직 남아있다. 산19-84 등 7만여 평에 달하는 땅을 자손으로 추정되는 올해 32세의 이원근씨와 지분을 공유하고 있다. 이 땅은 S사에 신탁된 상태다.

외삼촌과 조카 간 수상한 거래를 두고 일각에선 전씨일가의 은닉 재산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지난 2일 논평에서 "시세 400억원짜리 땅을 28억원에 넘겼다는 점은 이 땅의 실제 소유주가 애초에 이창석이 아니라 전 전 대통령이었다는 의혹을 갖게 하는 대목"이라며 "관련기관은 그냥 넘어갈 것이 아니라 거래내역과 자금출처에 대해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전 대통령은 1997년 비자금 조성 혐의로 2205억원의 추징금을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 미납 추징금이 1673억원에 이른다. 그나마 532억원도 자발적 납부가 아닌 검찰이 찾아낸 감춰둔 재산이었다.

검찰은 대법원 판결 한 달 뒤 무기명 채권 126장 등 188억여원을 추징했다. 이어 9월과 10월 현금과 예금 등 124억5000여만원을 강제 집행했다. 2000년 12월 1억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를 접수한데 이어 같은달 1억7000만원 상당의 유체동산을, 2004년 1월 연희동 사저 별채를 경매해 16억4000만원을 징수했다.


수상한 '헐값 매매'
국세청 수십억 과세

그해 6월엔 은닉자금으로 추정되는 '뭉칫돈'이 전씨일가의 계좌에서 발견되자 이순자씨가 '개인 돈'이라며 199억5000만원을 대납했다. 당시 차남 전씨가 증여세 포탈 등의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은 마지막으로 2006년 6월 한 언론사의 취재로 드러난 서초동 땅을 경매에 붙여 낙찰금 1억1900여만원을 거둬들였다.

전 전 대통령이 자발적으로 납부한 돈은 2003년 10월 전 재산이라고 주장한 29만원과 2010년 10월 강연소득 300만원뿐이다. 미납금은 내년 10월 추징시한이 만료된다. 그때까지 검찰이 그의 재산을 찾아내거나 납부하면 시효는 다시 3년 연장되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이순자씨도 "(추징금은) 낼 수 없다. 성의껏 다 냈다"고 언급한 바 있다. 아들 등 친인척 재산에 대해선 "연좌제도 아닌데 그건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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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