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뒷담화]‘기업인만 받는’ 화류계 이상동향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5.16 13: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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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비 나선 회장님 단골 룸살롱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회장님의 단골 룸은 공사 중?’ 재계 인사들의 아지트인 ‘비밀 룸살롱’들이 재정비에 나섰다. 임시 휴업하는 업소가 있는가 하면 아예 간판을 내린 곳도 있다. 하나같이 대기업 오너들이 자주 가는 단골 업소들이다. 외부에서 볼 때 인테리어 공사쯤으로 보이지만 망치 소리와 톱질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는다.

최상류층인 ‘VVIP’들이 드나드는 청담동 룸살롱 C업소. 이 업소는 술값이 저렴해 샐러리맨들이 애용하는 소위 ‘텐프로(상위 10%)’, ‘쩜오(상위 15%)’, ‘세미텐(상위 20%)’ 등과는 수준이 다르다. 모두 회원제로 운영되고 있어 일반인들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한다.

어지간한 재력으론 명함도 못 내민다. 불황으로 대부분의 유흥업소들이 ‘울상’을 짓고 있는 와중에도 전혀 경기를 타지 않는다고 한다. 주요 고객들은 대기업 임원들이다.

일반인 출입 통제

그러나 이곳은 현재 문이 닫혀 있다. 간판만 걸린 채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업소 외부엔 이렇다 할 설명도 없다. 요 며칠째 저녁이 되도 셔터가 올라가지 않는다는 게 주변 상인들의 전언이다.

‘상위 0.1%’가 주 고객인 논현동 D룸과 삼성동 W바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두 업소는 상호 교체 작업 중이다. 내부 시설들은 그대로 두고 간판만 바꿔 달 요량이다. 명의를 빌려줄 ‘바지사장’도 이미 구해놨다는 후문이다.
D룸은 정재계 실세들의 비밀 아지트로 명성을 날린 곳으로, 재계 유력 인사들의 ‘밀담’장소로도 유명하다. 1인당 술값은 100만 원 정도. 당연히 일반인들은 출입할 엄두도 내지 못한다. 비밀 유지가 철저해 신변노출을 극도로 꺼리는 기업인들의 비즈니스 장소로 애용된다. 최근엔 경영 보폭을 넓히고 있는 모 그룹 후계자가 자주 모습을 드러냈다고 한다. 대학생 중 엄선한 ‘영계’들만 고용, 술시중을 들게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W바는 예약제로 운영된다. 업소가 관리하는 고객 리스트에 이름이 없으면 퇴짜다. 업소 입구엔 검은색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입고 귀에 이어폰을 꼽은 채 무전기를 든 건장한 ‘형님’들이 손님을 통제한다. 이 업소 직원은 “철저히 멤버십 운영을 하기 때문에 일단 모르는 사람은 돌려 보낸다”며 “그렇다 보니 이곳을 드나드는 사람은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정·재계 유명인사와 고소득 자영업자부터 부동산 재벌까지 특수계층으로 제한돼 있다”고 설명했다.

매일같이 ‘밤이슬’을 맞는 대기업 오너들의 ‘아방궁’은 따로 있다. 이들이 제집 드나들듯 들락거리는 업소의 정체는 불분명하다. 제대로 된 간판이 없는 탓이다. 업소의 존재를 ‘아는 사람’만 안다.

가정집을 개조한 청담동 M클럽은 ‘밤의 황제’로 불리는 재벌그룹 회장들이 자리다툼을 할 정도로 출입이 잦다. 고급 주택가에 위치한 업소는 한 팀이 전세 내면 다른 손님들을 받지 않는다. 100% 대졸 학력을 자랑하는 접대부들도 대부분 외제차를 끄는 등 밖에선 졸부 이상의 재력을 과시한다. 하룻밤 술자리 비용은 보통 500만∼800만원, 많게는 1000만원이 넘는다. 부가적으로 회원이 되기 위해선 500만∼1000만원의 연회비를 지불해야 된다.

‘기약 없는’임시휴업에 아예 간판 내린 곳도
검경 움직임에 ‘몸사리기’…대형사고 의심도

이 업소도 얼마 전부터 영업을 하지 않고 있다. 화류계 종사자들에 따르면 기약 없는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고 한다. M클럽 직원들은 이미 다른 일을 찾아 뿔뿔이 흩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왜 재계 인사들의 아지트인 ‘비밀 룸살롱’들이 잇달아 문을 닫고 있는 것일까. 재계 호사가들과 화류계 종사자들은 모두 기업인들이 자주 가는 단골업소란 점에서 뭔가 수상하다고 입을 모은다.

그 첫 번째 가능성은 최근 대기업 회장과 정부 고위공직자간 호화 술판이 구설에 오르자 몸을 사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C업소는 이번에 문제가 됐던 장소다. 논란이 일고 기자들이 매일 같이 찾아오는 등 상류층만의 은밀한 접대 장소로 세간의 시선이 쏠리자 노출에 대한 부담을 느껴 잠시 자물쇠를 채웠다는 추정이다.


그도 그럴 것이 ‘AAA’급 업소는 서민들은 감히 꿈도 못 꿀 ‘그들만의 영역’이다. 그만큼 철저히 베일에 싸여 있다. 그래야 사생활을 숨겨야 하는 부자들을 상대로 장사가 된다. 하지만 언론 등 일반에 알려질 경우 해당 업소는 더 이상 영업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룸살롱 황제’사건의 여파도 배제할 수 없다. 검찰은 10여개의 유흥업소를 운영한 이경백씨를 수사하던 과정에서 경찰들과의 유착관계를 밝혀내고 줄줄이 쇠고랑을 채우고 있다. 언제 어디로 수사가 확대될지 모르는 긴박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강남 유흥업계는 전반적으로 뒤숭숭한 분위기. 업주들 사이에선 이럴 땐 바짝 엎드려 있는 게 상책이란 얘기가 오가고 있다.

유흥업소 한 업주는 “VVIP 업소들은 돈이 있다고 해서 아무나 들어갈 수 없다. 재력은 물론 얼굴이 곧 명함일 정도의 높은 인지도가 있어야 한다”며 “이런 업소의 생명은 비밀 보장이다. 집중 조명을 받는 업소에 누가 가겠냐”고 말했다.

노출되면 바로 폐업

일각에선 대형 사고가 터진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온다. 하루 매출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업소들이 아무런 이유 없이 자진해 문을 닫을 리 없기 때문이다. 일례로 몇 년 전 경찰이 평소 주사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한 대기업 오너 자녀가 모 업소에서 추태를 부렸다는 첩보를 입수하고 수사에 나서자 그 일대 업소들이 한동안 문을 닫은 적이 있다. 당시 일부 언론이 취재에 나섰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기사화되지 않았다. 이 사건은 조용히 수습됐지만 호사가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등 구설에 올랐었다.

단순히 경기 침체로 폐업한 게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불황 한파로 인해 장사가 잘 되지 않아 가게를 다른 사람에게 넘기거나 접은 것 같다는 관측이다. 항간엔 접대부들의 성매매가 걸렸다는 얘기까지 나돌고 있다. 퇴폐영업 단속에 적발돼 영업정지 처분을 받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지난 3월 룸살롱 등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을 선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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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