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온 금고지기’ 수사 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5.17 15:48:28
  • 댓글 0개

악몽 재현?…또 덮친 검풍에 안절부절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담철곤 회장의 비리로 큰 곤욕을 치렀던 오리온그룹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주요 계열사가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어서다. 일단 수사선상에 담 회장의 최측근이 올랐다. ‘불똥’이 언제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이다. 회삿돈 수백억원을 빼돌려 구속된 담 회장이 집행유예로 풀려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검풍’에 휩싸인 오리온그룹. 한숨 돌리나 싶더니 또 다시 큰 시련에 맞닥뜨리게 됐다.

포천 골프장 추진하면서 회삿돈 횡령 정황 포착
인허가 과정 의혹…정관계 로비 여부 수사 확대

검찰이 오리온그룹 계열사인 스포츠토토를 전격 압수수색한 것은 지난달 19일.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이날 오전 서울 논현동 스포츠토토 본사에 수사관들을 보내 회계자료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USB메모리 등을 압수했다. 이와 함께 관계사 사무실과 임원들의 자택 등에 대해서도 압수수색을 벌였다.
검찰은 스포츠토토가 골프장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돈 흐름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금액이 수십억원대에서 많게는 수백억원대에 이른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다.

회계자료 등 압수
사업비 뻥튀기 조사

검찰은 스포츠토토가 2007∼2008년 골프장사업 진출을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를 인수하고 포천에 골프장 부지를 매입하면서 회사돈이 빼돌려 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골프장 땅값과 자회사 인건비, 사업비 등을 부풀리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골프장 부지매입과 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관할 공무원들을 상대로 로비 의혹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진행 중이다. 특히 비자금 조성에 오리온그룹 어느 선까지 개입했는지 조사하고 있다. 나아가 골프장사업 진출을 위해 정·관계에 로비를 벌였는지도 확인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현재 압수물 분석에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며 “분석 결과가 나오면 이를 바탕으로 관련자들을 차례로 소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일단 수사선상에 조경민 전 오리온그룹 전략담당 사장을 올려놨다. 조 전 사장이 돈을 빼돌린 의혹을 받고 있는 것이다.

조 전 사장의 자택과 사무실도 압수수색한 검찰은 지난 9일 “조 전 사장이 스포츠토토 등에서 회사 공금을 횡령한 단서를 확보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회계장부를 조작해 빼돌린 자금이 수십억∼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검찰에 따르면 조 전 사장은 골프장사업 진출을 위해 부동산 개발업체인 지파인딩 인수를 추진한다는 명목 등으로 스포츠토토 자금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조 전 사장은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급여, 관리비, 고문·자문료 명목으로 지파인딩 자금과 부동산 매수대금, 임대보증금 명목으로 크레스포 자금을 빼돌린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은 스포츠토토가 2009년 지파인딩, 크레스포로부터 차입한 수백억원으로 부동산을 매입하는 과정에서 횡령 등 불법 행위가 있었는지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포츠토토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국민체육진흥공단이 발행하는 체육진흥투표권 위탁 사업자다. 축구·야구·농구 등 운동경기의 스코어와 승패를 예측해 베팅하면 결과에 따라 배당금을 지급하는 복권을 발행한다.
오리온그룹은 2008년 7월 스포츠토토를 통해 부동산 개발업체인 지파인딩(전 인베이스개발)을 인수해 계열사로 추가했다. 당시 매매가는 102억6000만원이었다.

오리온그룹은 스포츠토토 지분 66.64%를 소유한 최대주주. 스포츠토토는 지파인딩의 지분을 100% 보유하고 있다. 지파인딩은 골프장 운영업체인 크레스포(전 인베이스포천) 지분 100%를 갖고 있다.

지파인딩과 크레스포는 매출이 발생하지 않고 있다. 골프장을 아직 오픈하지 못해서다. 오리온그룹은 당초 증손자회사인 크레스포를 통해 경기 포천 군내읍 직두리에 27홀 규모의 골프장(150만㎡·약 45만평)을 개발할 계획이었다. 크레스포는 2007년 12월 포천시에 골프장 개발을 위한 인·허가를 신청했다.


포천시는 “급증하는 국민 여가수요와 골프수요에 대처하고 지역경제 활성화 및 소득증대에 기여하기 위해 체육시설(골프장)을 도시계획시설로 결정했다”며 골프장 일원을 계획 관리지역으로 용도를 변경하고 도시시설을 체육시설인 골프장으로 결정하는 계획을 입안해 경기도에 결정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2010년 본격적으로 공사에 들어갈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경기도 도시계획위원회는 “골프장 부지에 보존산지가 많아 산림훼손 및 환경파괴 위험이 있는 등 골프장 건설목적으로 도시관리계획은 바람직하지 않다. (더구나) 계획관리지역면적이 50%가 넘지 않아 관계법령에 저촉된다”며 포천시의 도시관리계획안을 부결시켰다.

이후에도 여러 차례 진통을 겪다 결국 지난해 5월 18홀(123만6376㎡·약 38만평)로 축소된 골프클럽을 조성하는 내용의 사업안이 의결되면서 주민설명회를 개최하는 등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 골프장은 2014년 완공될 예정이다.

이 사업을 주도한 인사가 바로 조 전 사장이다. 조 전 사장은 2009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지파인딩 대표이사를 맡았다. 현재 김모씨와 함께 크레스포 공동 대표이사를 역임 중이다.

조 전 사장은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이다. 대외에 얼굴은커녕 간단한 프로필조차 공개된 적이 없다.

여러차례 진통 겪다
작년 5월 허가 받아

다만 전현직 오리온 내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조 전 사장은 전략통이자 재무통으로 그룹 경영 전반에 깊숙이 관여해온 막후 실력자다. 그룹 내부에선 담 회장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해 ‘오리온 집사’또는 ‘오리온 금고지기’로 통한다. 그를 ‘삼성 집사’이학수 삼성물산 고문에 비교하기도 한다.

경신고와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1980년대부터 오리온에서 근무한 조 전 사장은 그룹 몸집을 늘리는데 주도적역할을 하는 등 오리온그룹의 성장을 이끈 주역으로 인정받았다. 이 과정에서 오리온일가의 전폭적인 지원과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2000년대 들어 대대적인 세대교체를 통해 ‘구세력’이 대부분 숙청될 당시 자리를 지킬 수 있었던 것도 이 때문으로 풀이된다. 오히려 더 잘나갔다. 한때 온미디어 등 10여개에 달하는 계열사들의 등기이사를 겸임하기도 했다.

조 전 사장은 지난해 말까지 해외사업 등 그룹 전략부문을 진두지휘하다 현재 휴직 상태로 알려졌다. 지난달 두 차례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오리온 주식 2000여주를 장내매도 형식으로 팔아 16억원을 챙겼다.

전직 계열사 한 임원은 “조 전 사장은 그룹 전반의 자금줄을 훤히 알고 있다”며 “이번 사건의 사실관계를 파악하는 데 핵심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은둔의 전문경영인’으로 불리던 조 전 사장이 유명세(?)를 탄 것은 오리온 비자금 사건이 터지면서다. 담 회장은 회삿돈 226억원을 횡령하고 회사에 74억원 상당의 손해를 끼치는 등 총 3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로 지난해 6월 구속됐다.


검찰은 “담 회장이 계열사 법인자금으로 고가의 작품들을 자택에 설치하는가 하면 외제 고급차도 굴렸다”며 “또 회삿돈으로 집사와 가정부 등을 두는 황제생활을 누리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수십억∼수백억 감쪽같이 증발
수사선상에 담철곤 측근 올라

검찰은 지난해 9월 담 회장에게 징역 3년6개월을 구형했고, 한달 뒤 1심 재판부는 대부분의 공소 내용을 유죄로 판단해 담 회장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당시 재판부는 담 회장에게 실형을 때리면서 “계열사를 사유물로 여기는 범행을 했다”며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질책해 눈길을 끌었다.

그로부터 3개월 뒤인 지난 1월 담 회장은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고 풀려났다. 검찰의 항소에 따라 현재 3심이 진행 중이다.

조 전 사장은 비자금 조성에 개입한 혐의로 담 회장에 앞서 구속됐다. 검찰은 조 전 사장에게 2006년 서울 청담동에 ‘청담 마크힐스’를 짓는 과정에서 40억여원의 사업비를 빼돌려 서미갤러리와 그림 거래를 하는 것처럼 가장해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적용했다.

또 오리온그룹에 포장용기를 납품하는 I사의 지분을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인 해외법인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20억여원을 횡령하고 30억여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를 받았다. 조 전 사장은 담 회장을 비롯해 오리온그룹 주요 임원들이 외제 고급차량을 개인적인 용도에 사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룹 각 계열사의 법인자금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은 이런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조 전 사장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고, 재판부는 지난해 10월 징역 2년6개월을 선고했다. 지난 1월 2심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아 담 회장과 함께 풀려났다.

오리온그룹은 이번 검찰의 수사 배경과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스포츠토토가 알짜 계열사라 그렇다. 스포츠토토는 해마다 1200회 이상 복권을 발행해 2조원 가까이 매출을 올리며, 순이익이 연 2000억원에 달한다.

자칫 포천 골프장 등 레저업을 중심으로 한 사업구조 개편 로드맵이 흐트러질 수 있다는 점도 우려하고 있다. 오리온그룹은 2001년 동양그룹에서 독립한 이후 기존의 제과에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외식 부문으로 사업을 확장하다 베니건스, 온미디어, 메가박스 등을 잇달아 매각하면서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있다. 그 신호탄이 레저업 진출이었다.

‘금고지기’ 조경민
‘검은돈’ 조성 의혹

뿐만 아니다. ‘오리온 순항’에 찬물을 끼얹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오리온은 지난해 환율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 증가, 소비심리 위축, 업체간의 경쟁 심화, 유통업체의 대형화 추세로 인한 교섭력 저하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전년대비 14% 증가한 7571억원의 매출액을 기록했다. 증권사들은 올해 실적에 대해 ‘장밋빛’전망을 내놓고 있다. 주가도 꾸준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무엇보다 오리온그룹은 담 회장이 풀려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또 다시 ‘검풍’에 휩싸여 바짝 긴장한 눈치다. 한숨 돌리나 싶더니 또 다시 큰 시련에 맞닥뜨리게 됐다. 만약 검찰의 수사가 그룹 전반으로 확대되거나 윗선으로 번질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 초래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