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일감 몰빵’ 기업 내부거래 실태 (50)50회 중간점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5.04 13:3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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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칫거리 얼렁뚱땅…숨긴다고 숨겨지나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일요시사>의 ‘기업 내부거래 실태’ 연속기획이 50회를 맞았다. 지난해 4월부터 매주 연재했다. 꼭 1년째다. 지면에 오른 곳은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을 비롯해 코스닥 상장사와 중견·중소기업, 그리고 프랜차이즈업체도 예외가 아니었다. 그동안 이들 기업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았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제재 회피 ‘꼼수’

내부거래로 오너의 ‘금고’를 채워주던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어떤 식으로든 정리해야 하지만, 자칫 전체 지배구조가 뒤엉키거나 흔들릴 수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편. 고민 고민하다 결국 짜낸 방법이 ‘합병’이다.

실제 <일요시사>가 지적했던 50개 기업 가운데 5개 기업이 일감을 몰아준 자회사를 다른 계열사에 합병했다. 이를 두고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 과세 등 당국의 제재를 회피하기 위한 ‘꼼수’란 비판이 일고 있다.

동국제강그룹(801호 6회)의 물류 자회사인 인터지스는 지난 10일 디케이에스앤드를 흡수합병키로 했다. 합병기일은 7월1일. 회사 측은 “사업규모 확대 및 안정적인 영업이익 확보를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업계는 동국제강그룹이 내부거래 논란 해소 차원에서 합병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디케이에스앤드는 오너일가가 지분 90%를 소유 중이다. 장세주 회장의 부인 남희정씨와 두 자녀 선익·승익씨, 장 회장의 동생 장세욱 사장의 부인 김남연씨와 두 자녀 훈익·효진씨 등 6명이 똑같이 15%씩 쥐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007억원 가운데 803억원(80%)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그전엔 내부거래율이 86∼95%에 달했다.

현대백화점그룹(828호 29회)은 계열사들이 현대에프앤지를 지원해 문제가 됐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집안’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식품유통업체 현대에프앤지는 2010년 관계사 매출이 54%나 됐다. 총매출 3615억원에서 내부거래로 거둔 금액이 1960억원에 달했다. 과거에도 매년 평균 50% 이상을 유지해왔다. 정지선 회장의 부친 정몽근 명예회장은 이 회사 지분 10.2%를 보유한 대주주였다. 그런데 지난해 4월 푸드서비스사업을 하는 종합식품업체 현대그린푸드에 흡수합병됐다. 회사 측은 “경영효율 및 시너지 극대화를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지만, ‘내부거래 희석용’이란 시각이 적지 않았다.

동양그룹과 두산그룹, 한국야쿠르트도 비슷한 의심을 받고 있다. 동양그룹(836호 36회)의 IT서비스 계열사인 동양시스템즈는 지난 17일 소모성자재구매대행(MRO) 업체인 미러스를 흡수합병키로 했다. 새 회사명은 동양네트웍스. 회사 측은 “오는 5월 주주총회 등 관련 절차를 거쳐 7월까지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새로운 시너지를 창출하고 향후 지속성장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정부 으름장에 고민하다 결국 줄줄이 합병
오너 지분 처분…아예 해산해 오해 차단도

미러스는 지난해 2575억원의 매출을 올렸는데, 이중 2285억원(89%)이 계열사들과 거래한 금액이다. 2010년에도 내부거래율(총매출 296억원-내부거래 272억원)이 92%나 됐다. 미러스는 100% 오너일가 소유다. 현재현 회장의 부인 이혜경 동양레저 부회장(42.92%)이 최대주주. 나머지는 1남3녀(승담-정담-경담-행담)가 각각 14.27%씩 나눠 갖고 있다.

현 회장이 지분(10.18%)을 쥐고 있는 동양시스템즈도 계열사 매출율이 50%가 넘는다. 따라서 새롭게 출범하는 동양네트웍스의 관계사 의존도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두산그룹(841호 41회)의 부동산관리 계열인 동현엔지니어링은 지난해 3월 자동차수입 계열인 두산모터스에 흡수합병됐다. 박용곤 명예회장과 박용성·박용현·박용만 회장 등 ‘박씨 형제’들이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동현엔지니어링은 2009년 매출 266억원 가운데 197억원(74%)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2007년과 2008년엔 매출의 80% 이상을 ‘식구’들이 몰아준 일감으로 채웠다.

한국야쿠르트(835호 35회)도 내부거래가 심했다. 포장 및 운송 자회사인 삼영시스템은 매년 매출의 90% 이상이 ‘안방’에서 나왔다. 게다가 윤덕병 회장의 외아들 호중씨가 지분 100%를 보유한 ‘2세 개인회사’였다. 삼영시스템은 현재 법인이 폐쇄된 상태. 지난 1월 한국야쿠르트에서 별도법인으로 분리된 팔도와 합병하면서 사명이 팔도로 바뀌었다.

그런가 하면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분을 처분, 내부거래 논란을 없앤 기업도 있다. 바로 LS그룹(814호 17회)이다. LS그룹의 골칫거리는 파운텍과 LS글로벌인코퍼레이티드였다.

플라스틱 제조업체인 파운텍의 내부거래율은 ▲2005년 81%(272억원-221억원) ▲2006년 80%(432억원-346억원) ▲2007년 81%(589억원-478억원) ▲2008년 83%(704억원-583억원) ▲2009년 84%(789억원-660억원) ▲2010년 82%(888억원-725억원)로 조사됐다. 금속광물 업체인 LS글로벌의 내부거래율은 ▲2007년 83%(2755억원-2291억원) ▲2008년 73%(5644억원-4117억원) ▲2009년 89%(5461억원-4835억원) ▲2010년 85%(7767억원-6603억원)로 나타났다.

LS 2세들과 3세들은 각각 파운텍, LS글로벌 지분을 49%씩 소유했었다. 그러다 지난해 11월 이 지분을 LS전선과 ㈜LS에 전량 처분했다. 당시 매각금액이 240억원에 달해 막대한 차익을 거둔 동시에 일감 몰아주기 과세도 회피했다는 뒷말이 돌았다.

논란 없앤 기업도

아예 법인을 해산해 ‘오해’를 완전 차단한 곳도 있다. 웅진그룹(799호 4회)은 지난해 10월 부동산개발 계열사인 경서티앤알의 문을 닫았다. 윤석금 회장이 100% 지분을 소유했던 경서티앤알은 100% 계열사 지원으로 매출을 거뒀다.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르자 윤 회장이 결단을 내렸다는 후문이다. 그룹 측도 “불필요한 오해를 받았던 경서티앤알이 해산돼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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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