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재 복합물류단지 수사 관전포인트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4.24 09: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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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몇 억에 중수부가…‘진짜 타깃’ 따로 있나?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재계 저승사자’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의 다음 타깃이 정해졌다. 양재 복합문류단지가 도마에 올랐다. 중수부는 그동안 적잖은 ‘헛발질’로 망신을 당했던 터라 이번에 뭔가를 보여줄 움직임이다. 그러나 손볼 곳이 대기업이 아니다. 그렇다고 재벌 오너도 아니다. 그런데 왜….

검찰이 양재 복합문류단지 비리 의혹에 대해 본격 수사에 착수했다. 대검 중수부는 서울 양재동 복합물류단지 조성사업 시행사인 파이시티의 인허가 관련 비리 혐의를 포착했다. 이에 따라 지난 19일 파이시티와 관계사 사무실, 경영진 자택 등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압수수색을 벌였다.

시행사 압수수색

파이시티가 받고 있는 혐의는 인허가 관련 비리다. 검찰은 파이시티가 2007∼2008년 건설사를 운영하는 브로커에게 인허가 관련 로비를 해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억원을 건넨 정황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만간 파이시티 관계자들과 브로커 등을 소환해 돈이 오간 경위와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 등에 대해 집중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 관계자는 “파이시티가 개발사업을 벌이는 과정에서 불법적인 돈이 오간 정황이 확인돼 압수수색을 했다”며 “사업 인허가를 브로커에 청탁하면서 억대의 금품이 오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단일 건물로는 국내 최대 복합개발 사업인 파이시티 개발사업은 경부고속도로 양재IC 인근 하이브랜드 건너편 서울 서초구 양재동 옛 화물터미널 부지 9만6017㎡(약 3만평)에 오피스·백화점·쇼핑몰·물류창고·화물터미널 등 복합유통센터를 신축해 분양·임대하는 프로젝트다. 사업비만 2조40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이다.


이 사업은 2010년 8월 시공사인 성우종합건설과 대우자동차판매가 워크아웃(기업개선작업)된데다 부동산시장 침체 탓에 사업이 장기간 연기되면서 자금난을 겪다가 결국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해 법원으로부터 지난해 11월 회생계획을 인가받았다. ‘올스톱’됐던 개발사업은 파트너를 선정하는 등 속도를 내는 와중이었다.

문제는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인허가 과정이다.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이 사업은 인허가가 지연되다 2009년 11월 건축인허가가 완료됐다. 승인이 나는데 무려 10년 가까이 걸린 셈이다.

파이시티는 2008년 10월 건축계획안을 제출했고, 서울시 건축위원회는 조건부로 통과시켰다. 2009년 3월 건축허가를 서울시에 요청했으나 주차장을 더 확보해야 한다는 시의 결정에 따라 건축계획안이 반려됐다. 이후 서울시, 국토해양부 등과 협의를 거쳐 주차장 부분을 보완해 건축허가서를 다시 제출했고, 같은 해 11월 최종 건축허가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개발사업의 법정관리인이 괴한에게 습격을 받는가 하면 파이시티의 전 경영진이 사기와 업무방해 혐의로 채권단을 고소하는 등 우여곡절을 겪은 바 있다.

브로커 로비 의혹 파이시티 인허가 비리 포착
정·관계 확대 가능성…대기업 연루설도 ‘솔솔’

대검 중수부는 통상 대기업 수사를 전담한다. 큰 사건만 맡는 것이다. 이도 아니면 재벌 오너나 권력형 비리를 턴다. 최근 서초동엔 중수부가 총선 직후 해외 지사 등과 거래하면서 일부 자금을 빼돌리거나 자금을 세탁한 것으로 보이는 수상한 뭉칫돈 흐름이 발견된 국내 굴지의 대기업을 손 볼 것이란 소문이 돌기도 했다.

이런 중수부가 불과(?) 억대의 금품이 오간 의혹이 있는 사건에 칼을 빼들면서 그 배경을 두고 여러 추측이 나오고 있다. 법조계에선 단순 인허가 사건이 아닐 것이란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로비 자금이 거액이거나 돈이 정·관계 등에 뿌려진 게 아니냐는 추정이 나온다. 이 경우 수사가 확대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 수사 초기단계인 이번 건은 인허가 로비사건,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중수부가 수사에 나선 배경에 대해선 “(중수부가 했던) 하이마트 수사 과정에서 파이시티 관련 범죄 혐의가 포착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하이마트 사건과는 별개”라고 선을 그었다.


일각에선 파이시티 개발사업에 참여한 대기업들의 연루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중수부의 ‘진짜 타깃’이 따로 있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포스코건설은 지난 3월 개발사업 시행사인 파이시티 등과 공사금액 8976억원에 시공계약을 맺었다. 공사기간은 35개월. PF엔 하나UBS자산운용 부동산펀드(3828억원), 우리은행(1846억원), 농협(1178억원), 교직원공제회(1473억원) 등이 투자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번 수사는 포스코와 관계가 없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투자사로 수사가 확대되지 않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하이마트 수사에서 망신을 당한 중수부가 이번에 뭔가를 보여줄지도 관심거리다. 중수부는 지난 16일 선종구 회장을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하이마트 수사를 종결했다. 지난 2월 하이마트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으로 본격 수사에 착수한지 두달 만이다.

중수부는 당초 하이마트 수사에 강한 자신감을 보였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체면을 구겼다. 선 회장은 회사에 수천억원대 손해를 끼치고 수백억원을 받는 내용의 이면계약을 맺는 등 특경가법상 배임과 배임수재, 횡령, 조세포탈, 외환거래법 위반 등 모두 5개 혐의로 기소됐다.

‘선종구 굴욕’ 털까

하지만 검찰이 수사 초기 엄단 의지를 보였던 국외재산도피 혐의는 공소장에 들어가지 않았다. 선 회장이 돈을 해외로 빼돌린 정황을 포착했으나 은닉한 증거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중수부는 지난달 28일 선 회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은 “여러 범죄 혐의 사실 중 중요 부분에 대해 소명이 부족하거나 법리적으로 다툴 여지가 있어 방어권 보장이 필요하다”며 기각했다.

영장 재청구를 검토하던 중수부는 참고인 신분으로 조사를 받던 하이마트 납품업체 사장이 자택에서 투신자살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었다. 이 일로 ‘과잉수사’논란이 일었고, 결국 선 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지 않고 불구속 기소하는 것으로 수사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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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