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 ① 박근혜 총선압승 이해득실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16 15:01:40
  • 댓글 0개

'선거의 여왕' 대권가도, 청신호일까 적신호일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선거의 여왕’의 힘은 강력했다. 당초 100석도 힘들다는 위기에 빠진 당을 과반이 넘는 여대야소 국면을 계속해서 이어 나간 성과를 이뤄냈다. 이로써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은 더욱더 탄탄해졌으며 당내 입지 역시 견고해졌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여권의 재편은 물론이고 ‘미래권력’을 향한 권력 쏠림현상이 가속화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총선 압승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본격 대선정국으로 돌입할 박 위원장의 명과 암을 분석해봤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152석의 과반의석을 확보하자 “역시 박근혜”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2달 전 당명을 바꿀 때 만해도 ‘새누리당이 뭐냐’는 비아냥거림이 많았지만 자신들도 ‘기적과 같은 결과’라고 자평할 만한 결과에 박 위원장의 위상은 더욱더 높아졌다.

 잡음을 최소화 한 공천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았고 ‘원맨쇼’라 불릴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 박 위원장의 대권을 향한 행보는 순탄해만 보인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부정적인 요소도 산적해있다.

“역시 박근혜” 찬사
증명된 ‘선거의 여왕’

박 위원장은 그동안 ‘여당 내 야당’이란 말을 들을 만큼 이명박 정부와는 선을 그으며 차별화를 꾀했었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과 불신을 피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신이 직접 뛰어들 대선을 앞두고 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서야 하는 첫 번째 관문 앞에 직면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현 정부 집권 내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2009년 미디어법,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지난해 동남권 신공항 등 주요 현안이 불거졌을 때 여권과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반대 의견을 개진하거나 즉답을 피하면서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현 정부와 거리감을 뒀고 이번 총선 기간 중에도 ‘과거와의 단절’을 줄기차게 외쳐댔다.

하지만 ‘미래권력’으로 자리 잡은 이상 이러한 구호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위원장에게는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을 비롯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문제, 선관위 디도스 공격 문제 등 현 정권에서 논란이 된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다.

여실히 증명된 ‘선거의 여왕’ 파워, 대세론 굳히기 한 판?
순탄해 보이는 대권행보, 면면 살펴보면 부정적 요소 산적

박 위원장도 이를 의식했는지 선거 다음 날인 지난 12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구태로 돌아간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피력하며 “빠른 시간 안에 불법사찰방지법 제정을 비롯해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철저히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둬온 스탠드를 수정해 MB정부와 일정한 선을 긋고 ‘미래’를 향해 가겠다는 의지로도 읽혀진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공격의 칼날을 ‘미래권력’으로 입지를 굳힌 박 위원장을 정조준 할 태세다. 그동안 현실정치에 침묵으로 일관한 ‘책임론’을 대두시키고 현 정부의 잘못을 박 위원장과 결부시킬 것으로 보인다.


‘제3자’ 입장에서 ‘실세’로 등극한 박 위원장으로서도 야권의 공격을 피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과반의석을 확보했지만 덩달아 야권의 의석이 늘어난 만큼 야권의 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8대 총선직후 81석에 불과했던 민주당 의석은 127석으로 불어났고 13석을 확보한 통합진보당과 합하면 과반에 근접하는 140석을 확보하게 돼 18대 국회보다 적극적인 대여 견제가 가능해진 상태다.

총선 패배에 따른 위기감, 정권교체를 위한 절박감으로 두 당이 더욱 공고한 연대를 지속할 경우 얼마든지 세 과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박 위원장을 괴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비박 진영’의 결집으로 견제가 거세질 수 있는 점도 묵과할 수 없어 보인다.

풀어야 할 난제들

앞으로의 걸림돌

수도권에서 거둔 저조한 성적표도 박 위원장에게 숙제로 남겨졌다. 전체 지역구 246곳 중 45.5%인 112곳이 걸린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은 43석을 얻는 데 그쳤다.

특히 서울에서는 48석 중 3분의1인 16석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수도권 승리가 필수적인데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의 민심은 싸늘했다.

특히 야권에서 강력하게 주장한 ‘정권심판론’이 수도권에서는 먹혀든 것으로 분석됐고 ‘2040세대’의 싸늘한 민심이 그의 대권가도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도 부각됐다.

‘선거대책위원장 박근혜’가 아니라 ‘대선주자 박근혜’에게는 경고등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지방대통령’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결과다.

총 유권자(4018만여 명)의 49.3%(1982만여 명)가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과반 민심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선 국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텃밭인 부산·경남(PK)에서도 단 세 석을 내주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접전지역이 많아 ‘문재인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것도 위험요인이다.


총선에서는 각 지역구 대결에서 승리만 하면 되지만 대선은 상대후보의 표로 직결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며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정당투표율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42.8%의 정당지지율을 나타냈지만 36.5%를 나타낸 민주통합당과 10.3%를 획득한 통합진보당의 합보다 4% 낮고 서울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져 6.5%의 격차를 보였다. ‘텃밭’인 부산에서도 51.3%에 그쳤지만 야권은 대약진을 기록하며 40.2%로 바짝 추격했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고문, 안철수 원장, 김두관 경남지사가 모두 PK(부산경남)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민심이 어디로 쏠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한 선거 전문가는 “내용면에서는 (새누리당이)실패했다. 지역구도로 승리한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박근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대선가도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이다. 정수장학회나 부산일보 문제도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공격의 칼날 정조준 하는 야권, 전면에서 막아야 하는 부담
역사가 증명한 ‘총선 승리=대선 패배’ 공식, 또 다시 재현?

이러한 것들과 더불어 과거 한국 선거판을 되짚어보면 총선 압승이 결코 달갑지 못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총선에서 지면 대선에서 이기고, 총선에서 이기면 대선에서 진다’는 웃지 못 할 공식이 최근 30여 년 간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발생했기 때문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221석이던 민자당은 2년 뒤 치러진 14대 총선에서 무려 72석을 잃고 과반도 달성하지 못하며 참패 했지만 ‘문민시대의 개막’이라는 기치를 들고 나온 김영삼을 내세워 대권을 거머쥐었다.

1996년 15대 총선은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민자당 대세론과 자민련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79석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1년 뒤 치러진 대선에서는 김대중의 승리를 일궈냈다. 역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룬 것이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다. 첫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고 ‘대중경제론’을 설파한 DJ에게 기대가 컸던 만큼 ‘옷 로비 사건’ 등 실망스런 모습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DJ측근의 비리 의혹과 레임덕이 2002년 16대 대선의 핵심재료로 등장했지만, 노무현은 ‘3김 청산 새 정치’를 기치로 돌풍을 일으켰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탄핵열풍을 딛고 19년 만에 과반수 여당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국민들은 집권세력의 잇단 잡음을 가차 없이 표로 심판해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켰다. 과학적 근거는 없으나 ‘총선 승리=대선 패배’ 공식을 지난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총선과 대선의 결과가 엇갈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집권세력을 견제하려는 우리 국민의 균형감각’을 들었다. “집권세력이 조금만 못해도 국민은 강한 견제심리를 발동하고 균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승리를 거둔 집권세력의 오만은 철저하게 역풍을 맞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 간 시차가 불과 8개월 밖에 나지 않아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는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특정 정파의 내부갈등 여부도 총선과는 다른 대선 결과를 초래할 변수로 지목됐다. 1992년 총선에서 민자당이 과반수에 1석 모자라는 제1당이 되자, 민자당은 무소속과 야당의원 영입에 나서 과반수를 손쉽게 획득했고 이는 YS당선의 밑거름이 됐다.

15대 대선에서는 이회창-이인제의 분열, YS에 대한 이회창의 고강도 비판에 따른 당ㆍ청 갈등이 김대중의 승리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에는 ‘친이친박’ 이라는 뿌리 깊은 계파갈등이 자리 잡고 있어 박 위원장에게 어떠한 영향으로 작용할지도 관건이다.

비박 인사들이 결집해 독자노선을 걷는다면 표의 분산이 이뤄져 박 위원장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뿌리 깊은 계파갈등
대권 발목 잡는 요인?

이상이 총선을 승리했지만 박 위원장이 대선으로 가는 길의 걸림돌들이다. 총선을 승리하며 자신의 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았지만 수많은 암초들이 박 위원장을 엄습하고 있다.

따라서 박 위원장은 총선 승리를 자축해 떠들썩하게 분위기를 띄우기보다 ‘로우키(low-key)’ 전략을 통해 구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칫 야당의 역풍에 휘말리는 등 실기를 범하지 않고 실익을 챙기기 위한 셈법이다. 하지만 야권과 기타 잠룡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당대회 때 측근들을 당 전면에 내세우며 대권가도를 본격화 할 박 위원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