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 ① 박근혜 총선압승 이해득실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16 15: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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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여왕' 대권가도, 청신호일까 적신호일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선거의 여왕’의 힘은 강력했다. 당초 100석도 힘들다는 위기에 빠진 당을 과반이 넘는 여대야소 국면을 계속해서 이어 나간 성과를 이뤄냈다. 이로써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은 더욱더 탄탄해졌으며 당내 입지 역시 견고해졌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여권의 재편은 물론이고 ‘미래권력’을 향한 권력 쏠림현상이 가속화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총선 압승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본격 대선정국으로 돌입할 박 위원장의 명과 암을 분석해봤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152석의 과반의석을 확보하자 “역시 박근혜”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2달 전 당명을 바꿀 때 만해도 ‘새누리당이 뭐냐’는 비아냥거림이 많았지만 자신들도 ‘기적과 같은 결과’라고 자평할 만한 결과에 박 위원장의 위상은 더욱더 높아졌다.

 잡음을 최소화 한 공천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았고 ‘원맨쇼’라 불릴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 박 위원장의 대권을 향한 행보는 순탄해만 보인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부정적인 요소도 산적해있다.

“역시 박근혜” 찬사
증명된 ‘선거의 여왕’

박 위원장은 그동안 ‘여당 내 야당’이란 말을 들을 만큼 이명박 정부와는 선을 그으며 차별화를 꾀했었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과 불신을 피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신이 직접 뛰어들 대선을 앞두고 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서야 하는 첫 번째 관문 앞에 직면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현 정부 집권 내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2009년 미디어법,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지난해 동남권 신공항 등 주요 현안이 불거졌을 때 여권과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반대 의견을 개진하거나 즉답을 피하면서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현 정부와 거리감을 뒀고 이번 총선 기간 중에도 ‘과거와의 단절’을 줄기차게 외쳐댔다.

하지만 ‘미래권력’으로 자리 잡은 이상 이러한 구호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위원장에게는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을 비롯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문제, 선관위 디도스 공격 문제 등 현 정권에서 논란이 된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다.

여실히 증명된 ‘선거의 여왕’ 파워, 대세론 굳히기 한 판?
순탄해 보이는 대권행보, 면면 살펴보면 부정적 요소 산적

박 위원장도 이를 의식했는지 선거 다음 날인 지난 12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구태로 돌아간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피력하며 “빠른 시간 안에 불법사찰방지법 제정을 비롯해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철저히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둬온 스탠드를 수정해 MB정부와 일정한 선을 긋고 ‘미래’를 향해 가겠다는 의지로도 읽혀진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공격의 칼날을 ‘미래권력’으로 입지를 굳힌 박 위원장을 정조준 할 태세다. 그동안 현실정치에 침묵으로 일관한 ‘책임론’을 대두시키고 현 정부의 잘못을 박 위원장과 결부시킬 것으로 보인다.


‘제3자’ 입장에서 ‘실세’로 등극한 박 위원장으로서도 야권의 공격을 피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과반의석을 확보했지만 덩달아 야권의 의석이 늘어난 만큼 야권의 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8대 총선직후 81석에 불과했던 민주당 의석은 127석으로 불어났고 13석을 확보한 통합진보당과 합하면 과반에 근접하는 140석을 확보하게 돼 18대 국회보다 적극적인 대여 견제가 가능해진 상태다.

총선 패배에 따른 위기감, 정권교체를 위한 절박감으로 두 당이 더욱 공고한 연대를 지속할 경우 얼마든지 세 과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박 위원장을 괴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비박 진영’의 결집으로 견제가 거세질 수 있는 점도 묵과할 수 없어 보인다.

풀어야 할 난제들

앞으로의 걸림돌

수도권에서 거둔 저조한 성적표도 박 위원장에게 숙제로 남겨졌다. 전체 지역구 246곳 중 45.5%인 112곳이 걸린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은 43석을 얻는 데 그쳤다.

특히 서울에서는 48석 중 3분의1인 16석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수도권 승리가 필수적인데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의 민심은 싸늘했다.

특히 야권에서 강력하게 주장한 ‘정권심판론’이 수도권에서는 먹혀든 것으로 분석됐고 ‘2040세대’의 싸늘한 민심이 그의 대권가도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도 부각됐다.

‘선거대책위원장 박근혜’가 아니라 ‘대선주자 박근혜’에게는 경고등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지방대통령’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결과다.

총 유권자(4018만여 명)의 49.3%(1982만여 명)가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과반 민심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선 국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텃밭인 부산·경남(PK)에서도 단 세 석을 내주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접전지역이 많아 ‘문재인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것도 위험요인이다.


총선에서는 각 지역구 대결에서 승리만 하면 되지만 대선은 상대후보의 표로 직결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며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정당투표율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42.8%의 정당지지율을 나타냈지만 36.5%를 나타낸 민주통합당과 10.3%를 획득한 통합진보당의 합보다 4% 낮고 서울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져 6.5%의 격차를 보였다. ‘텃밭’인 부산에서도 51.3%에 그쳤지만 야권은 대약진을 기록하며 40.2%로 바짝 추격했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고문, 안철수 원장, 김두관 경남지사가 모두 PK(부산경남)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민심이 어디로 쏠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한 선거 전문가는 “내용면에서는 (새누리당이)실패했다. 지역구도로 승리한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박근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대선가도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이다. 정수장학회나 부산일보 문제도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공격의 칼날 정조준 하는 야권, 전면에서 막아야 하는 부담
역사가 증명한 ‘총선 승리=대선 패배’ 공식, 또 다시 재현?

이러한 것들과 더불어 과거 한국 선거판을 되짚어보면 총선 압승이 결코 달갑지 못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총선에서 지면 대선에서 이기고, 총선에서 이기면 대선에서 진다’는 웃지 못 할 공식이 최근 30여 년 간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발생했기 때문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221석이던 민자당은 2년 뒤 치러진 14대 총선에서 무려 72석을 잃고 과반도 달성하지 못하며 참패 했지만 ‘문민시대의 개막’이라는 기치를 들고 나온 김영삼을 내세워 대권을 거머쥐었다.

1996년 15대 총선은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민자당 대세론과 자민련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79석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1년 뒤 치러진 대선에서는 김대중의 승리를 일궈냈다. 역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룬 것이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다. 첫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고 ‘대중경제론’을 설파한 DJ에게 기대가 컸던 만큼 ‘옷 로비 사건’ 등 실망스런 모습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DJ측근의 비리 의혹과 레임덕이 2002년 16대 대선의 핵심재료로 등장했지만, 노무현은 ‘3김 청산 새 정치’를 기치로 돌풍을 일으켰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탄핵열풍을 딛고 19년 만에 과반수 여당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국민들은 집권세력의 잇단 잡음을 가차 없이 표로 심판해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켰다. 과학적 근거는 없으나 ‘총선 승리=대선 패배’ 공식을 지난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총선과 대선의 결과가 엇갈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집권세력을 견제하려는 우리 국민의 균형감각’을 들었다. “집권세력이 조금만 못해도 국민은 강한 견제심리를 발동하고 균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승리를 거둔 집권세력의 오만은 철저하게 역풍을 맞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 간 시차가 불과 8개월 밖에 나지 않아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는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특정 정파의 내부갈등 여부도 총선과는 다른 대선 결과를 초래할 변수로 지목됐다. 1992년 총선에서 민자당이 과반수에 1석 모자라는 제1당이 되자, 민자당은 무소속과 야당의원 영입에 나서 과반수를 손쉽게 획득했고 이는 YS당선의 밑거름이 됐다.

15대 대선에서는 이회창-이인제의 분열, YS에 대한 이회창의 고강도 비판에 따른 당ㆍ청 갈등이 김대중의 승리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에는 ‘친이친박’ 이라는 뿌리 깊은 계파갈등이 자리 잡고 있어 박 위원장에게 어떠한 영향으로 작용할지도 관건이다.

비박 인사들이 결집해 독자노선을 걷는다면 표의 분산이 이뤄져 박 위원장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뿌리 깊은 계파갈등
대권 발목 잡는 요인?

이상이 총선을 승리했지만 박 위원장이 대선으로 가는 길의 걸림돌들이다. 총선을 승리하며 자신의 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았지만 수많은 암초들이 박 위원장을 엄습하고 있다.

따라서 박 위원장은 총선 승리를 자축해 떠들썩하게 분위기를 띄우기보다 ‘로우키(low-key)’ 전략을 통해 구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칫 야당의 역풍에 휘말리는 등 실기를 범하지 않고 실익을 챙기기 위한 셈법이다. 하지만 야권과 기타 잠룡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당대회 때 측근들을 당 전면에 내세우며 대권가도를 본격화 할 박 위원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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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민주당 사법개혁 진짜 속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사법개혁안을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사법부가 빌미를 제공했단 지적도 나온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이 당리당략을 위해 허점이 많은 법안을 밀어붙인단 비판도 있다. 대통령 재판중지법 추진을 엮어 이재명 대통령까지 패로 쓰려 했던 민주당의 진짜 속내는 뭘까?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사법개혁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대법관 증원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 구성 변경 ▲법관 평가에 변호사협회 평가 반영 ▲하급심 판결문 전면 공개 ▲압수수색 영장 발부 전 사전심문제 도입 등 5대 사법개혁안을 확정해 발표했다. 법 왜곡죄 신설과 재판소원 제도는 별도로 추진할 예정이다. 5대 개혁안 확정 발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 발표 이후 대법원과 야권은 즉각 반발했다. 대법원이 특히 반발했던 개혁안은 대법관 증원이었다. 민주당 안에 따르면, 현행 14명인 대법관은 4년 동안 매년 4명씩 늘려 30명까지 채운다. 이재명 대통령은 임기 내에 신임 대법관 16명과 임기 만료 후 교체되는 대법관 10명 등 총 26명을 임명한다. 대법원은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실에 “대법관 증원은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대법원은 “대법관 과반수 또는 절대다수가 일시에 임명되면, 정치적 논란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며 “후임 대법관 임명 때마다 논란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도 지난달 22일 국회서 진행된 ‘민주당의 입법에 의한 사법 침탈 긴급 토론회’에서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은 사법 해체안”이라며 “사법부의 중립성은 온데간데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사법부 스스로 민주당에 빌미를 제공한 측면이 있다”고 보는 분위기다. 빌미로 작용하는 구체적 사례는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 부장판사의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취소 ▲대법원의 이재명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등이다. 지 부장판사는 지난 3월 윤 전 대통령 측의 구속 취소 청구를 인용했다. 핵심 근거는 “수사 관련 서류가 법원에 있었던 시간은 구속기간에 산입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는 것이었다. 이어 “기술이 발달해 정확한 서류 접수·반환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관리하는 게 어렵지 않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윤 전 대통령의 구속기간을 시간 단위로 계산한 후 “구속 기한이 만료됐다”고 판단했다. 형사소송법 제66조 제1항은 “구속기간의 초일은 시간을 계산하지 않고, 1일로 산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지 부장판사가 집필에 참여해 지난 2022년 발간된 <주석 형사소송법>도 “구속기간 계산은 시간이 아닌 일(日)로 한다”며 “구속기간은 날짜 단위 계산법을 따른다”고 명시했다. 검찰이 지 부장판사의 구속 취소에 즉시항고를 제기하지 않아 반발은 더욱 커졌다. 이후 지 부장판사는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의 재판을 비공개하거나 “보석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의견을 밝히는 등 물의를 일으켰다. 지난 5월부터는 “고급 룸살롱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대법원은 제21대 대통령선거를 33일 앞둔 지난 5월1일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지난 3월28일 서울고등법원으로부터 이 대통령 사건 기록을 받았고, 4월22일 전원합의체에 넘겼다. 이로부터 불과 9일 후 상고심 선고가 진행됐기 때문에 논란이 발생했다. 빌미 제공한 사법부에 몰아치는 민주 왜? 당리당략 위해 여야 번갈아 “대법관 증원” 민주당은 “기록 6만쪽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은 졸속 재판”이라고 반발했다. 법원 내부에서도 “듣도 보도 못한 초고속 절차 진행”이라며 “대법원은 왜 정치를 하느냐는 국민적 비판까지 감수한 무리한 행동을 하느냐”는 반발이 나왔다. 이후 범여권은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면서 사법개혁안을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은 특유의 일사불란한 몰아치기 전술로 사법개혁안을 한꺼번에 처리하려 하고 있다. 보복을 위해 대법원을 무력화하려는 것일 가능성도 스스로 노출하고 있다. 사법개혁안 중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대법관 증원 ▲재판소원 추진 ▲법 왜곡죄 신설 등이다. 대법관 증원론은 1994년부터 제기됐다. 상고허가제는 밀려드는 상고심 접수에 대응하기 위해 1981년부터 운영됐다가 위헌 논란이 제기돼 1990년 폐지됐다. 대법관 증원론은 상고허가제 폐지 이후 대안으로 거론됐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반대 의견을 밝혔다. 상고심 절차에 관한 특례법에 따른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1994년 도입됐다. 하지만 상고심 접수는 나날이 늘었다. 지난해에 접수된 상고심 접수 건수는 동일인에 의한 과다 소송을 제외하면 1만3026건이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은 상고법원 설치를 시도했다. 대법원은 전원합의체 사건만 전담하고, 상고법원은 그 외 상고심을 맡아 사실상 4심 법원 체제로 운영하려던 시도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법원행정처를 내세워 ▲불법 로비 ▲재판 거래 ▲판사 사찰 등을 저질렀단 의혹이 불거졌다. 양 전 대법원장 등 당시 대법원 수뇌부는 현재 형사재판을 받고 있다. 상고허가제는 “국민이 상고심을 받을 권리를 침해한다”는 비판이 다시 제기될 가능성이 있어 섣불리 꺼내기 어렵다. 상고법원 설치는 금기시됐다. 심리불속행 기각 특례는 누가 봐도 한계에 부딪힌 지 오래다. 남은 대안은 대법관 증원밖에 없다. 하지만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거론될 때마다 강하게 반대해 왔다. 사법부는 1994년에도 “인구 1억2000만명인 일본의 대법관 수도 15명”이라며 “법령 해석의 통일이라는 대법원의 고유 기능 측면에서 볼 때, 대법관 13명도 많은 숫자”라고 주장했다. 이후 대법원은 대법관 증원론이 제기될 때마다 ▲전원합의체 유지 ▲파기환송 증가로 인한 송사 비용 증가 ▲재판 지연 ▲인사청문회·임명 지연 등 논점을 제시하면서 반대 의견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은 정략적으로 접근한다. 국민의힘의 전신 한나라당은 지난 2010년 우리법연구회 좌편향 논란을 제기하면서 대법관 증원을 시도했다. 당시 한나라당은 “비법관 출신 8명을 포함해 대법관을 24명으로 늘리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이명박정부가 사법부를 장악하려고 한다”며 반발하는 등 현시점에선 기시감이 느껴지는 상황이 이어졌다. 대법원은 당시에도 크게 반발했다. 여야는 대법관을 20명으로 늘리기로 합의했다가 곧 백지화시켰다. 돌고 도는 직권남용 당시 한나라당이 우리법연구회 소속 법관들을 겨냥해 대법관을 늘리기로 한 것처럼, 민주당도 대법원의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파기환송 이후 급하게 대법관 증원을 추진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대통령 재판에 대한 보복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발생했다. 우리 정치권은 눈앞의 정치적 상황 때문에 긴 안목으로 검토해야 할 사안을 급하게 밀어붙여 부작용을 양산하는 고질적인 문제가 있다. 법 왜곡죄 신설은 지난해에 이어 다시 추진된다. 범여권은 꾸준히 법 왜곡죄 신설을 시도했다. 제20대 국회에선 정의당 심상정 전 의원이 발의했으나 국회 임기 만료로 폐기됐다. 제21대 국회에선 민주당 김남국 당시 의원(현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이 발의했다. 지난해엔 민주당 이건태 의원이 발의했다. 지난해까진 검사·사법경찰관 등 수사 업무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발의됐으며, 이번 추진엔 법관도 포함된다. 1년여 동안 법관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돼야 할 정도로 달라진 변수는 지 부장판사 관련 논란과 이 대통령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밖에 없다. 그런데 여기엔 심각한 오류들이 있다. 민주당은 이미 검찰을 중대범죄수사청·공소청으로 쪼개는 검찰 해체 법안 통과를 완수했다. 이에 따르면, 중대범죄수사청에 소속될 검사는 수사관 신분으로 전환된다. 공소청에서 근무할 검사는 기소·공소 유지만 맡는다. 부장검사를 지낸 김상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부교수는 지난 6월 발표한 <법 왜곡죄에 관한 소고>에서 “기소 이후엔 절차 지휘권이 법원으로 넘어간다”며 “검사는 판사에 의한 법 왜곡죄의 공범으로 가담할 수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검찰 해체 이후 검사에겐 수사권이 없고, 공소 유지는 법관이 전담하는데, 검사가 어떻게 법 왜곡죄를 저지르는 주체가 되느냐”는 취지의 반박이다. 김 부교수는 법관을 법 왜곡죄 적용 대상에 포함하는 민주당의 시도도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법 왜곡죄 도입이 특정인의 특정 사건을 염두에 두고 추진되는 게 아니냐는 의심을 도저히 지울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지난해 법안엔 검사 등 수사기관으로 규율 범위가 한정됐지만, 대법원이 특정인에게 불리한 판결을 선고하자, 12일 만에 법관을 적용 대상에 추가해 발의했다”고 꼬집었다. 대통령 구하기? 그러면서 “이 의심은 막연한 추정이 아니라 고도의 개연성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법 왜곡죄는 독일 형법으로부터 비롯됐다. 독일의 법 왜곡죄는 “법관 등이 재판 등을 하면서 당사자 일방에게 유리하거나 불리하게 법을 왜곡하면 징역형에 처한다”는 취지의 법률이다.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사람의 권리행사를 방해하면 처벌한다”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죄(이하 직권남용죄)의 법관 전용 특별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법 왜곡죄에 대해선 “법관에 대해서도 이미 있는 직권남용죄를 적용할 수 있다”면서 “굳이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아울러 직권남용죄에 대해서도 “정치권이 정치 보복 목적으로 활용하는 측면이 강하다”는 지적이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다수의 고위공직자에게 직권남용죄가 본격적으로 적용된 시초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연루자들에 대한 것이었다. 이후 출범한 문재인정부의 검찰도 박근혜정부 인사들에게 직권남용죄를 적용해 기소하는 사례가 많았다. 문정부에서 서울중앙지검장·검찰총장을 지내면서 직권남용죄를 다수 적용했던 사람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다. 실제로 검찰의 직권남용죄 총처분 건수는 2011년 4057건서 2020년엔 1만4050건으로 늘어난 통계도 제시됐다. 직권남용죄에 대해선 “개념이 모호해서 악용될 소지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무원의 직권은 어디까지인지, 무엇이 남용인지, 직권과 행사에 방해를 받은 권리에 인과관계가 있는지도 명확하지 않다”는 취지의 지적이다. 이렇게 되면 “이렇게 하면 범죄가 성립돼 처벌을 받는다”고 명확하게 규정돼야 한다는 법 명확성의 원칙에 어긋난다. 수사·기소를 하는 수사기관과 판단을 하는 법관의 재량에 판단이 좌우되는 일이 많다. 권성 전 헌법재판관은 지난 2006년 직권남용죄에 대한 헌법소원 당시 “조항이 모호해서 정권교체 후 정치 보복을 위한 고위공직자 처벌에 이용될 우려가 있다”며 위헌 취지의 소수 의견을 냈다. 이 파기환송에 “판사 법 왜곡 처벌” 수사권 없어지는데 검사도 포함 추진 권 전 재판관은 지난 2022년 <법률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남용을 방지하려면 요건을 명백히 규정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위헌 의견을 냈다”며 “우려했던 현상들이 현실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제가 의견을 밝혔을 때 서둘러 개정했다면, 좋지 않은 일들이 벌어지진 않았을 거라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권 전 재판관이 발언했던 시점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약 5개월이 지난 시기였다. 문정부도 직권남용죄의 함정에 빠져, 문 전 대통령 재임 중인 지난 2019년 ‘환경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관련해 김은경 전 환경부 장관 등이 직권남용죄로 기소됐다. 대법원은 지난 2022년 김 전 장관에 대한 징역 2년형을 확정했다. 산업통상자원부·과학기술정보통신부·통일부에 대해서도 “인사권과 관련된 직권남용이 있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연루돼 기소된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등은 현재 항소심 재판을 받고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인 지난 2022년 10월엔 ‘서해 피격 공무원 월북 조작’ 의혹과 관련해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장과 서욱 전 국방부 장관 등 문정부 인사들이 불구속 기소됐다. 문정부 검찰총장으로서 다수의 직권남용을 지휘했던 윤 전 대통령도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선포 이후 다수의 직권남용 혐의 때문에 구속 기소됐다. 민주당은 한동안 “대통령 재임 중엔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지한다”는 취지의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추진했다. 이 대통령이 취임 전 다수의 형사재판을 받고 있었고, 대법원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던 사건도 있었던 현실을 고려한 법안 추진이었다. 발의 시점도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다음 날인 지난 5월2일이었다. 민주당은 ‘국정안정법’이란 별명까지 붙여가면서 이달 안에 처리하려고 했다. 그런데 반발은 정작 대통령실에서 나왔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지난 3일 “재판중지법은 불필요하단 게 대통령실의 일관적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도 “여당에 사법개혁안 중 대통령 재판중지법 제외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이후 “민주당이 이 대통령까지 옭아매 패로 쓰려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됐다. 대통령 재판중지법에 따르면, 현직 대통령이 받는 형사재판은 임기 중에만 중지된다. 퇴임 이후엔 다시 진행되기 때문에 유죄를 선고받으면 수감 생활을 할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 따라서 일각에선 “진짜 이 대통령에게 필요한 것은 공소 취소”라고 주장한다. 정성호 법무부 장관도 지난 6월 “공소를 취소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밝혔다. 이후 비판받은 사람은 민주당 정청래 대표였다. ▲유엔 총회 ▲아세안 정상회의 ▲APEC 정상회의 등 이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이 겹친 시기에 대통령 재판중지법을 강하게 추진한 사람이 정 대표였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선 “대통령을 구했다는 프레임을 설정해서 당 대표 재선에 활용하고, 차기 대권까지 노리려는 것”이란 일각의 분석도 나온다. 법률적 이해관계 민주당의 사법개혁안엔 이 대통령의 법률적 이해관계가 묶인 내용이 다수 포함돼있다. 아울러 “특정 정치인이 자기 정치를 위해 현임 대통령까지 이용하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법률적으로 성립하기 어려운 오류에 대한 지적에도 개의치 않는다. “보복·당리당략·자기 정치를 위해 막 던지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되는데도 특유의 몰아치기가 작동한다. 민주당이 사법개혁을 추진하는 진짜 속내는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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