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 ① 박근혜 총선압승 이해득실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16 15: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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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여왕' 대권가도, 청신호일까 적신호일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선거의 여왕’의 힘은 강력했다. 당초 100석도 힘들다는 위기에 빠진 당을 과반이 넘는 여대야소 국면을 계속해서 이어 나간 성과를 이뤄냈다. 이로써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은 더욱더 탄탄해졌으며 당내 입지 역시 견고해졌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여권의 재편은 물론이고 ‘미래권력’을 향한 권력 쏠림현상이 가속화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총선 압승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본격 대선정국으로 돌입할 박 위원장의 명과 암을 분석해봤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152석의 과반의석을 확보하자 “역시 박근혜”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2달 전 당명을 바꿀 때 만해도 ‘새누리당이 뭐냐’는 비아냥거림이 많았지만 자신들도 ‘기적과 같은 결과’라고 자평할 만한 결과에 박 위원장의 위상은 더욱더 높아졌다.

 잡음을 최소화 한 공천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았고 ‘원맨쇼’라 불릴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 박 위원장의 대권을 향한 행보는 순탄해만 보인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부정적인 요소도 산적해있다.

“역시 박근혜” 찬사
증명된 ‘선거의 여왕’

박 위원장은 그동안 ‘여당 내 야당’이란 말을 들을 만큼 이명박 정부와는 선을 그으며 차별화를 꾀했었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과 불신을 피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신이 직접 뛰어들 대선을 앞두고 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서야 하는 첫 번째 관문 앞에 직면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현 정부 집권 내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2009년 미디어법,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지난해 동남권 신공항 등 주요 현안이 불거졌을 때 여권과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반대 의견을 개진하거나 즉답을 피하면서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현 정부와 거리감을 뒀고 이번 총선 기간 중에도 ‘과거와의 단절’을 줄기차게 외쳐댔다.

하지만 ‘미래권력’으로 자리 잡은 이상 이러한 구호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위원장에게는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을 비롯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문제, 선관위 디도스 공격 문제 등 현 정권에서 논란이 된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다.

여실히 증명된 ‘선거의 여왕’ 파워, 대세론 굳히기 한 판?
순탄해 보이는 대권행보, 면면 살펴보면 부정적 요소 산적

박 위원장도 이를 의식했는지 선거 다음 날인 지난 12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구태로 돌아간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피력하며 “빠른 시간 안에 불법사찰방지법 제정을 비롯해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철저히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둬온 스탠드를 수정해 MB정부와 일정한 선을 긋고 ‘미래’를 향해 가겠다는 의지로도 읽혀진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공격의 칼날을 ‘미래권력’으로 입지를 굳힌 박 위원장을 정조준 할 태세다. 그동안 현실정치에 침묵으로 일관한 ‘책임론’을 대두시키고 현 정부의 잘못을 박 위원장과 결부시킬 것으로 보인다.


‘제3자’ 입장에서 ‘실세’로 등극한 박 위원장으로서도 야권의 공격을 피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과반의석을 확보했지만 덩달아 야권의 의석이 늘어난 만큼 야권의 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8대 총선직후 81석에 불과했던 민주당 의석은 127석으로 불어났고 13석을 확보한 통합진보당과 합하면 과반에 근접하는 140석을 확보하게 돼 18대 국회보다 적극적인 대여 견제가 가능해진 상태다.

총선 패배에 따른 위기감, 정권교체를 위한 절박감으로 두 당이 더욱 공고한 연대를 지속할 경우 얼마든지 세 과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박 위원장을 괴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비박 진영’의 결집으로 견제가 거세질 수 있는 점도 묵과할 수 없어 보인다.

풀어야 할 난제들

앞으로의 걸림돌

수도권에서 거둔 저조한 성적표도 박 위원장에게 숙제로 남겨졌다. 전체 지역구 246곳 중 45.5%인 112곳이 걸린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은 43석을 얻는 데 그쳤다.

특히 서울에서는 48석 중 3분의1인 16석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수도권 승리가 필수적인데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의 민심은 싸늘했다.

특히 야권에서 강력하게 주장한 ‘정권심판론’이 수도권에서는 먹혀든 것으로 분석됐고 ‘2040세대’의 싸늘한 민심이 그의 대권가도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도 부각됐다.

‘선거대책위원장 박근혜’가 아니라 ‘대선주자 박근혜’에게는 경고등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지방대통령’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결과다.

총 유권자(4018만여 명)의 49.3%(1982만여 명)가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과반 민심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선 국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텃밭인 부산·경남(PK)에서도 단 세 석을 내주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접전지역이 많아 ‘문재인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것도 위험요인이다.


총선에서는 각 지역구 대결에서 승리만 하면 되지만 대선은 상대후보의 표로 직결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며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정당투표율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42.8%의 정당지지율을 나타냈지만 36.5%를 나타낸 민주통합당과 10.3%를 획득한 통합진보당의 합보다 4% 낮고 서울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져 6.5%의 격차를 보였다. ‘텃밭’인 부산에서도 51.3%에 그쳤지만 야권은 대약진을 기록하며 40.2%로 바짝 추격했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고문, 안철수 원장, 김두관 경남지사가 모두 PK(부산경남)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민심이 어디로 쏠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한 선거 전문가는 “내용면에서는 (새누리당이)실패했다. 지역구도로 승리한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박근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대선가도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이다. 정수장학회나 부산일보 문제도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공격의 칼날 정조준 하는 야권, 전면에서 막아야 하는 부담
역사가 증명한 ‘총선 승리=대선 패배’ 공식, 또 다시 재현?

이러한 것들과 더불어 과거 한국 선거판을 되짚어보면 총선 압승이 결코 달갑지 못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총선에서 지면 대선에서 이기고, 총선에서 이기면 대선에서 진다’는 웃지 못 할 공식이 최근 30여 년 간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발생했기 때문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221석이던 민자당은 2년 뒤 치러진 14대 총선에서 무려 72석을 잃고 과반도 달성하지 못하며 참패 했지만 ‘문민시대의 개막’이라는 기치를 들고 나온 김영삼을 내세워 대권을 거머쥐었다.

1996년 15대 총선은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민자당 대세론과 자민련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79석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1년 뒤 치러진 대선에서는 김대중의 승리를 일궈냈다. 역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룬 것이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다. 첫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고 ‘대중경제론’을 설파한 DJ에게 기대가 컸던 만큼 ‘옷 로비 사건’ 등 실망스런 모습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DJ측근의 비리 의혹과 레임덕이 2002년 16대 대선의 핵심재료로 등장했지만, 노무현은 ‘3김 청산 새 정치’를 기치로 돌풍을 일으켰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탄핵열풍을 딛고 19년 만에 과반수 여당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국민들은 집권세력의 잇단 잡음을 가차 없이 표로 심판해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켰다. 과학적 근거는 없으나 ‘총선 승리=대선 패배’ 공식을 지난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총선과 대선의 결과가 엇갈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집권세력을 견제하려는 우리 국민의 균형감각’을 들었다. “집권세력이 조금만 못해도 국민은 강한 견제심리를 발동하고 균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승리를 거둔 집권세력의 오만은 철저하게 역풍을 맞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 간 시차가 불과 8개월 밖에 나지 않아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는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특정 정파의 내부갈등 여부도 총선과는 다른 대선 결과를 초래할 변수로 지목됐다. 1992년 총선에서 민자당이 과반수에 1석 모자라는 제1당이 되자, 민자당은 무소속과 야당의원 영입에 나서 과반수를 손쉽게 획득했고 이는 YS당선의 밑거름이 됐다.

15대 대선에서는 이회창-이인제의 분열, YS에 대한 이회창의 고강도 비판에 따른 당ㆍ청 갈등이 김대중의 승리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에는 ‘친이친박’ 이라는 뿌리 깊은 계파갈등이 자리 잡고 있어 박 위원장에게 어떠한 영향으로 작용할지도 관건이다.

비박 인사들이 결집해 독자노선을 걷는다면 표의 분산이 이뤄져 박 위원장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뿌리 깊은 계파갈등
대권 발목 잡는 요인?

이상이 총선을 승리했지만 박 위원장이 대선으로 가는 길의 걸림돌들이다. 총선을 승리하며 자신의 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았지만 수많은 암초들이 박 위원장을 엄습하고 있다.

따라서 박 위원장은 총선 승리를 자축해 떠들썩하게 분위기를 띄우기보다 ‘로우키(low-key)’ 전략을 통해 구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칫 야당의 역풍에 휘말리는 등 실기를 범하지 않고 실익을 챙기기 위한 셈법이다. 하지만 야권과 기타 잠룡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당대회 때 측근들을 당 전면에 내세우며 대권가도를 본격화 할 박 위원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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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