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풍 몰고 온 4·11 총선] ① 박근혜 총선압승 이해득실

  • 이주현 jhjh1313@ilyosisa.co.kr
  • 등록 2012.04.16 15:0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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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의 여왕' 대권가도, 청신호일까 적신호일까?

[일요시사=이주현 기자] ‘선거의 여왕’의 힘은 강력했다. 당초 100석도 힘들다는 위기에 빠진 당을 과반이 넘는 여대야소 국면을 계속해서 이어 나간 성과를 이뤄냈다. 이로써 박근혜 비상대책위원장의 대세론은 더욱더 탄탄해졌으며 당내 입지 역시 견고해졌다. 앞으로 이명박 정부를 비롯한 여권의 재편은 물론이고 ‘미래권력’을 향한 권력 쏠림현상이 가속화 될 것은 자명해 보인다. 하지만 총선 압승이 8개월 앞으로 다가온 대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지는 미지수다. 본격 대선정국으로 돌입할 박 위원장의 명과 암을 분석해봤다. 

새누리당이 총선에서 152석의 과반의석을 확보하자 “역시 박근혜”라는 찬사가 이어졌다. 2달 전 당명을 바꿀 때 만해도 ‘새누리당이 뭐냐’는 비아냥거림이 많았지만 자신들도 ‘기적과 같은 결과’라고 자평할 만한 결과에 박 위원장의 위상은 더욱더 높아졌다.

 잡음을 최소화 한 공천으로 리더십을 인정받았고 ‘원맨쇼’라 불릴 만큼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한 박 위원장의 대권을 향한 행보는 순탄해만 보인다. 하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부정적인 요소도 산적해있다.

“역시 박근혜” 찬사
증명된 ‘선거의 여왕’

박 위원장은 그동안 ‘여당 내 야당’이란 말을 들을 만큼 이명박 정부와는 선을 그으며 차별화를 꾀했었다. 정부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과 불신을 피해온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자신이 직접 뛰어들 대선을 앞두고 심판을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본격적인 시험무대에 서야 하는 첫 번째 관문 앞에 직면했다.


앞서 박 위원장은 현 정부 집권 내내 ‘여당 내 야당’ 역할을 톡톡히 해 왔다. 2009년 미디어법, 2010년 세종시 수정안, 지난해 동남권 신공항 등 주요 현안이 불거졌을 때 여권과 다른 목소리를 내왔다.

반대 의견을 개진하거나 즉답을 피하면서 자신의 원칙을 지키며 현 정부와 거리감을 뒀고 이번 총선 기간 중에도 ‘과거와의 단절’을 줄기차게 외쳐댔다.

하지만 ‘미래권력’으로 자리 잡은 이상 이러한 구호는 더 이상 먹혀들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 박 위원장에게는 민간인 불법사찰 논란을 비롯해 부산저축은행 사건, 한미FTA, 제주해군기지 문제, 선관위 디도스 공격 문제 등 현 정권에서 논란이 된 문제점들이 산적해 있다.

여실히 증명된 ‘선거의 여왕’ 파워, 대세론 굳히기 한 판?
순탄해 보이는 대권행보, 면면 살펴보면 부정적 요소 산적

박 위원장도 이를 의식했는지 선거 다음 날인 지난 12일 가진 기자회견에서 “과거의 구태로 돌아간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것”이라는 비장한 각오를 피력하며 “빠른 시간 안에 불법사찰방지법 제정을 비롯해 선거과정에서 제기된 문제들에 대해 철저히 바로잡겠다”고 강조했다.

현실 정치와 거리를 둬온 스탠드를 수정해 MB정부와 일정한 선을 긋고 ‘미래’를 향해 가겠다는 의지로도 읽혀진다.

하지만 야권에서는 공격의 칼날을 ‘미래권력’으로 입지를 굳힌 박 위원장을 정조준 할 태세다. 그동안 현실정치에 침묵으로 일관한 ‘책임론’을 대두시키고 현 정부의 잘못을 박 위원장과 결부시킬 것으로 보인다.


‘제3자’ 입장에서 ‘실세’로 등극한 박 위원장으로서도 야권의 공격을 피할 수만은 없어 보인다.

과반의석을 확보했지만 덩달아 야권의 의석이 늘어난 만큼 야권의 대응도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난 18대 총선직후 81석에 불과했던 민주당 의석은 127석으로 불어났고 13석을 확보한 통합진보당과 합하면 과반에 근접하는 140석을 확보하게 돼 18대 국회보다 적극적인 대여 견제가 가능해진 상태다.

총선 패배에 따른 위기감, 정권교체를 위한 절박감으로 두 당이 더욱 공고한 연대를 지속할 경우 얼마든지 세 과시가 가능하기 때문에 박 위원장을 괴롭게 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문수 경기도지사 등 ‘비박 진영’의 결집으로 견제가 거세질 수 있는 점도 묵과할 수 없어 보인다.

풀어야 할 난제들

앞으로의 걸림돌

수도권에서 거둔 저조한 성적표도 박 위원장에게 숙제로 남겨졌다. 전체 지역구 246곳 중 45.5%인 112곳이 걸린 수도권에서 새누리당은 43석을 얻는 데 그쳤다.

특히 서울에서는 48석 중 3분의1인 16석을 얻는 데 만족해야 했다. 대선 승리를 위해서는 수도권 승리가 필수적인데 이번 총선에서 수도권의 민심은 싸늘했다.

특히 야권에서 강력하게 주장한 ‘정권심판론’이 수도권에서는 먹혀든 것으로 분석됐고 ‘2040세대’의 싸늘한 민심이 그의 대권가도 발목을 잡을 요인으로도 부각됐다.

‘선거대책위원장 박근혜’가 아니라 ‘대선주자 박근혜’에게는 경고등이 켜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고 ‘지방대통령’이라는 표현이 어색하지 않을 결과다.

총 유권자(4018만여 명)의 49.3%(1982만여 명)가 몰려있는 수도권에서 과반 민심을 확보하지 못하면 대선 국면에서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텃밭인 부산·경남(PK)에서도 단 세 석을 내주며 돌풍을 일으켰지만 접전지역이 많아 ‘문재인 바람’이 거세게 불었던 것도 위험요인이다.


총선에서는 각 지역구 대결에서 승리만 하면 되지만 대선은 상대후보의 표로 직결되기 때문에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마찬가지다.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며 총선을 승리로 이끌었지만 정당투표율을 살펴보면 그렇지 않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42.8%의 정당지지율을 나타냈지만 36.5%를 나타낸 민주통합당과 10.3%를 획득한 통합진보당의 합보다 4% 낮고 서울에서는 격차가 더욱 벌어져 6.5%의 격차를 보였다. ‘텃밭’인 부산에서도 51.3%에 그쳤지만 야권은 대약진을 기록하며 40.2%로 바짝 추격했다.

야권의 대선주자로 꼽히는 문재인 고문, 안철수 원장, 김두관 경남지사가 모두 PK(부산경남)출신인 점을 감안하면, 민심이 어디로 쏠릴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한 선거 전문가는 “내용면에서는 (새누리당이)실패했다. 지역구도로 승리한 것이기 때문에 수도권에서는 박근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향후 대선가도에 상당한 부담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이다. 정수장학회나 부산일보 문제도 대권 가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공격의 칼날 정조준 하는 야권, 전면에서 막아야 하는 부담
역사가 증명한 ‘총선 승리=대선 패배’ 공식, 또 다시 재현?

이러한 것들과 더불어 과거 한국 선거판을 되짚어보면 총선 압승이 결코 달갑지 못하다는 분석도 나왔다.

‘총선에서 지면 대선에서 이기고, 총선에서 이기면 대선에서 진다’는 웃지 못 할 공식이 최근 30여 년 간 극히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곤 발생했기 때문이다.

1990년 3당 합당으로 221석이던 민자당은 2년 뒤 치러진 14대 총선에서 무려 72석을 잃고 과반도 달성하지 못하며 참패 했지만 ‘문민시대의 개막’이라는 기치를 들고 나온 김영삼을 내세워 대권을 거머쥐었다.

1996년 15대 총선은 야당인 새정치국민회의는 민자당 대세론과 자민련 바람이 거세게 불면서 79석이라는 초라한 성적을 냈다. 하지만 1년 뒤 치러진 대선에서는 김대중의 승리를 일궈냈다. 역사상 첫 정권교체를 이룬 것이다.

2000년 16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예상을 뒤엎고 승리했다. 첫 남북정상회담을 이끌어내고 ‘대중경제론’을 설파한 DJ에게 기대가 컸던 만큼 ‘옷 로비 사건’ 등 실망스런 모습을 용납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DJ측근의 비리 의혹과 레임덕이 2002년 16대 대선의 핵심재료로 등장했지만, 노무현은 ‘3김 청산 새 정치’를 기치로 돌풍을 일으켰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탄핵열풍을 딛고 19년 만에 과반수 여당이라는 기록을 세웠지만 국민들은 집권세력의 잇단 잡음을 가차 없이 표로 심판해 이명박 후보를 당선시켰다. 과학적 근거는 없으나 ‘총선 승리=대선 패배’ 공식을 지난 역사가 증명해주고 있다.

정치전문가들은 총선과 대선의 결과가 엇갈리는 가장 큰 원인으로 ‘집권세력을 견제하려는 우리 국민의 균형감각’을 들었다. “집권세력이 조금만 못해도 국민은 강한 견제심리를 발동하고 균형을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또한 승리를 거둔 집권세력의 오만은 철저하게 역풍을 맞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총선과 대선 간 시차가 불과 8개월 밖에 나지 않아 어떠한 결과가 나올지는 현재로서는 오리무중이다.

특정 정파의 내부갈등 여부도 총선과는 다른 대선 결과를 초래할 변수로 지목됐다. 1992년 총선에서 민자당이 과반수에 1석 모자라는 제1당이 되자, 민자당은 무소속과 야당의원 영입에 나서 과반수를 손쉽게 획득했고 이는 YS당선의 밑거름이 됐다.

15대 대선에서는 이회창-이인제의 분열, YS에 대한 이회창의 고강도 비판에 따른 당ㆍ청 갈등이 김대중의 승리를 가져왔다는 분석도 있다.

새누리당에는 ‘친이친박’ 이라는 뿌리 깊은 계파갈등이 자리 잡고 있어 박 위원장에게 어떠한 영향으로 작용할지도 관건이다.

비박 인사들이 결집해 독자노선을 걷는다면 표의 분산이 이뤄져 박 위원장에게 치명타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뿌리 깊은 계파갈등
대권 발목 잡는 요인?

이상이 총선을 승리했지만 박 위원장이 대선으로 가는 길의 걸림돌들이다. 총선을 승리하며 자신의 세력을 결집시키는 효과를 낳았지만 수많은 암초들이 박 위원장을 엄습하고 있다.

따라서 박 위원장은 총선 승리를 자축해 떠들썩하게 분위기를 띄우기보다 ‘로우키(low-key)’ 전략을 통해 구사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자칫 야당의 역풍에 휘말리는 등 실기를 범하지 않고 실익을 챙기기 위한 셈법이다. 하지만 야권과 기타 잠룡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령한 것은 분명해 보인다.

전당대회 때 측근들을 당 전면에 내세우며 대권가도를 본격화 할 박 위원장의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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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단독] ‘생기업 잡은’ 신정훈 의원실 수상한 보도자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 업체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에 직격탄을 맞았다. 해당 업체는 보도자료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보도자료를 쓴 의원실 보좌관은 “잘못된 부분이 없다”고 반박했다. 양측의 입장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일요시사>가 사건의 전말을 파헤쳐 봤다. 국회의원은 최고 헌법기관인 국회의 구성원인 동시에 개개인이 헌법기관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갖는다. 법률을 만들고 개정하는 입법 기능 외에도 인사청문회, 국정감사 등을 통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감시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투표로 선출된 ‘국민의 종’으로서 국회의원은 기자회견, 보도자료 등을 통해 국민에게 활동 상황을 보고한다. 국회의원 민원 창구? 국회의원 이름으로 하루에도 수건씩 보도자료가 쏟아진다. 법안을 발의하거나 지역구 예산을 수주했다는 내용, 자료와 데이터를 바탕으로 정부 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내용 등이다. 언론은 국회의원실발 보도자료를 받아 기사로 작성한다. 언론 보도는 사정기관의 감사나 수사 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 국회의원실에서 나온 보도자료가 논란이 되고 있다. 보도자료에 언급된 정부 기관, 그 기관과 일하는 업체 등이 후폭풍에 휘말렸다. 보도자료를 받아 쓴 일부 매체는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됐다. 언론사 기자들의 이메일로 배포된 보도자료는 국회의원실 보좌관이 직접 작성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5월14일 더불어민주당 신정훈 의원실 오모 보좌관은 ‘경찰청, 순찰차 납품 지연 및 특정 업체 유착 의혹에도 자료 제출 거부!’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작성해 언론사 기자들에게 보냈다. 신정훈 의원은 전남 나주·화순을 지역구로 하는 3선 의원으로, 현재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경찰청은 행정안전위원회의 피감기관이다. 순찰차는 일반 차량에 특장 작업을 거쳐 경찰청에 납품된다. 멀리서도 순찰차임을 확인할 수 있는 리프트 경광등을 달고 겉면에 스티커를 부착하는 ‘데칼’ 작업을 거쳐 수배·체납·도난 차량을 확인할 수 있는 멀티캠을 내부에 다는 등의 작업을 거친다. 순찰차 한 대를 특장하는 데 약 1700만원의 비용이 드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1000여대의 노후 순찰차가 교체된다. 신정훈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노후 순찰차 959대를 교체하기 위해 총 491억원의 예산이 집행됐다. 하지만 이 중 약 225억원 상당인 343대가 납기를 맞추지 못했고 완성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또 납품업체의 문제로 순찰차 납품이 늦어졌는데도 불구하고 발주 기관인 경찰청은 지체상금 부과, 계약 해지 등의 조치를 하지 않는 등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정훈 의원실의 자료 요구에 경찰청이 제출을 거부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신정훈 의원실은 ‘공공계약에 정통한 한 법조계 관계자’의 “경찰청이 계약성 권리조차 행사하지 않고 이를 묵인한 데다 국회의 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한 것은 행정 편의주의를 넘어 법적 의무의 명백한 방기”라며 “이 정도 사안이면 감사원 감사는 물론 직권남용과 배임 혐의까지 적용될 수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는 코멘트를 인용했다. 순찰차 납품 과정 지적 해당업체 “사실과 달라” 납품업체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신정훈 의원실은 “동일한 지배 구조를 가진 Y사(보도자료에는 A사)와 N사(B사)가 10여년간 경찰청의 대형 계약을 반복적으로 수주해 왔다”며 “수의계약이나 경쟁입찰의 형식을 빌린 사실상의 내정 또는 담합 행위로 해석될 수 있다. 공정거래법상 ‘부당 공동행위’ 및 ‘입찰 방해’에 해당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N사는 Y사의 임직원이 만든 회사로 두 업체는 모회사-자회사 관계다. 신 의원은 “국민의 세금으로 집행되는 치안 장비 도입 사업이 법적 절차와 원칙을 무시한 채 일부 업체에 특혜로 왜곡되고 있다”며 “기존 계약분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신규 발주가 진행돼서는 안 된다. 철저한 진상 조사와 책임자 처벌, 재발 방지 대책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보도자료를 바탕으로 몇몇 언론이 기사를 냈다. 보도 이후 납품업체인 Y사가 보도자료 내용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 법무부 등에 차량을 개조해 납품하는 특장업체다. Y사 관계자는 “보도자료가 배포되기 전, 기사가 나가기 전에 신정훈 의원실이나 언론으로부터 단 한 차례의 연락도 받지 못했다. 보도가 나간 이후 오 보좌관을 만나 사실과 다른 부분을 상세히 설명했지만 아무것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히려 지난달에 관련 보도가 한 차례 더 나갔다”고 주장했다. Y사는 경찰청과 직접 계약을 맺거나 현대자동차로부터 하도급을 받는 형태로 이번 납품에 참여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은 현대자동차로부터 616대(소나타), Y사로부터 73대(스타리아 37대, 넥쏘 36대), N사로부터 270대(아이오닉 181대, 그랜저 89대) 등 총 959대를 납품받았다. Y사 관계자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지적한 납품 지연과 검사 불합격에 대해 “제작은 이미 완료됐고 출고를 기다리던 중에 검사 하나가 마무리되면 또 다른 검사를 요청하는 식으로 5개월 동안 시간을 끌었다”며 “2015년부터 경찰청에 순찰차를 납품해 왔지만 이번을 제외하고 단 한 번도 납기에 늦은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와 N사의 계약 차량은 납품까지 5개월 넘게 걸렸고 H사의 계약 차량은 검사 하루 만에 출고 처리됐다”며 “그동안 경찰청 검사가 미진했다고 주장하려면 우리든 H사든 같은 잣대로 진행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확인 안 했다? H사는 순찰차에 설치하는 리프트 경광등을 제작하는 업체로 현대자동차와 하도급 계약을 맺고 납품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와 N사가 담합해 경찰청 계약을 10년 동안 수주해 왔다는 내용에 대해서는 “경찰청은 조달사업법에 따른 나라장터 종합쇼핑몰 우선 구매 제도를 통해 (업체들과) 계약했다. 나라장터에 물건을 올리면 경찰청에서 선택하는 방식”이라면서 “우리와 N사는 같은 차종으로 경쟁한 적이 단 한 차례도 없다”고 반박했다. 반면 오 보좌관은 순찰차 사업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를 고치라고 여러 차례 얘기했는데 시정되지 않자 보도자료를 통해 지적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비서실에서 <일요시사>와 만나 “공무원이 어떤 업무를 하다가 다소간 실수가 발생할 수 있고 관행적으로 잘못된 부분이 있을 수 있다. 그걸 인정하고 시정하면 끝까지는 안 간다”고 말했다. 이어 “순찰차 관련 문제를 (경찰청에) 수도 없이 얘기했는데 고쳐지지 않았다. 1차 차량 검사에서 불합격이 나왔는데 2차 검사를 할 때 보니 1차에서 나온 문제가 하나도 시정되지 않았다. 3차 검사는 나도 모르게 진행됐다. 시험성적서를 달라는 말에도 개인 정보를 이유로 주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이번에 납품한 순찰차에 설치된 경광등이 사양서에 맞지 않는다고도 지적했다. 오 보좌관은 “리프트 경광등의 핵심 기능은 주야간 150m 구간에서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납품된 것은 그게 안 된다. 30m만 떨어져도 잘 보이지 않는다. 순찰차에 치명적인 장애”라고 비판했다. Y사 관계자는 “사양서가 존재하는데 30m 밖에서 안 보인다는 건 말이 안 된다. 경찰청에서 3회가량 시연회를 진행했고 현장에서도 더 밝다는 의견이 있었다. 경광등이 사양서와 일부 맞지 않는 건 애초에 사양서 자체가 H사의 제품에 맞춰진 것이기 때문”이라면서 “오히려 H사의 경광등이 경찰청 순찰차 사양서에 적용돼 2015년부터 2024년, 우리와 문제가 생기기 전까지 10여년간 독점적으로 사용됐다”고 반박했다. “현장 직원들 사이에서 고장이 잦아 수리 비용이 많이 나온다는 말을 들은 적 있다”는 이 관계자는 “이번 일이 일어난 것도 H사가 자사의 경광등을 납품하기 위해 오 보좌관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게 시발점이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정 안 해” “문제 없다” 순찰차를 납품하는 업체들이 자사의 경광등이 아닌 다른 업체의 것을 사용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H사가 민감하게 반응하면서 이번 일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Y사 관계자는 “2022~2023년 H사 경광등에 문제가 발생해 현대자동차가 납기를 놓치는 일이 일어났다. 이 일을 계기로 지난해 5~6월 경광등 납품업체를 바꾸려는 시도가 있었던 걸로 안다”고 주장했다. Y사 역시 H사와 경광등 발주 문제로 갈등을 겪었다. Y사 관계자는 “지난해 6월부터 11월까지 H사에 경광등 발주 견적서를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받지 못했다. 납기가 (지난해) 12월12일까지라 우리한테도 시간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지난해) 11월15일 경찰청과 경광등 업체를 바꾸는 문제로 협의를 진행했고, 11월26일에 바뀐 업체의 경광등으로 우리 공장에서 시연회를 열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H사는 순찰차 납품업체들과의 갈등을 ‘민원’을 통해 해결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H사 대표가 신정훈 의원실 오 보좌관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고 그 내용이 지난 5월 나온 보도자료의 배경이 됐다는 의혹이다. 실제로 오 보좌관은 처음에는 민원을 받아 보도자료를 작성한 게 아니라고 했다가 나중에는 H사 대표를 만났다고 인정했다. 지난해 8월경 지역의 향우회장과 함께 H사의 대표가 찾아왔다는 것이다. 공교롭게도 오 보좌관이 경찰청의 순찰차 사업을 들여다보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오 보좌관은 지난 5월14일에 나온 보도자료에 대해 묻자 “지난해 8월부터 이 문제를 파고 있었다”며 “내부에서 나온 정보도 있고 경찰청에서도 (순찰차 사업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다. 이 문제로 경찰청 관계자를 30~40번 만났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대목은 H사 대표가 같은 시기 신 의원에게 정치후원금을 냈다는 점이다. <일요시사>가 나주시·화순군 선거관리위원회를 통해 입수한 신 의원의 ‘연간 300만원 초과 기부자 명단’을 확인한 결과 H사 대표는 지난해 8월22일 500만원을 기부했다. 신 의원은 2014년 7월30일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국회의원이 됐고 20대(2020년), 21대(2024년) 총선에서 배지를 달았다. 2014~2016년, 2020~2024년 등 신 의원이 국회의원 활동을 하는 동안 H사 대표가 후원금을 낸 건 지난해 8월이 유일하다. 경광등 업체 변경 문제 때문? “사기업 갈등에 보좌관이 왜?” 오 보좌관은 H사 대표가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을 알았냐는 질문에 “몰랐다”면서 “회계를 관리하는 직원은 나주에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H사 대표에 대해 “이전까지 전혀 몰랐던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체 정치후원금 모금 한도) 3억원 중에 500만원을 후원했다고 해서 지난해 8월부터 지금까지 이 문제에 매달리겠느냐”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한 업체의 문제 제기가 합당하다고 생각했고, 자료를 받아보니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보좌관은 “경찰차 특장 시장 자체가 그렇게 크지 않아 뛰어드는 업체도 많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맨날 같이 했던 업체를 빼버리면 가만히 있겠나. 나는 Y사가 욕심을 부리면서 이 상황까지 왔다고 생각한다. 기존에 해왔던 곳과 똑같이 하면 되지, 더 이익을 취하려 하느냐”고 되물었다. 업체 간 중재의 의도도 있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신 의원에게 후원금을 낸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민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 신 의원을 지지하는 차원에서 후원금을 냈다는 것이다. H사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일을 잘하신다는 말을 들어서 후원금을 냈다. 지금 이 문제와는 무관하다”며 “사업을 접을까 생각할 정도로 머리 아픈 문제”라고 말했다. 지난해 8월 오 보좌관을 만나 민원을 넣었는지는 “오래돼서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고 했다. Y사는 신정훈 의원실발 보도자료로 큰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Y사 관계자는 “정부 기관에 납품하는 제품을 만드는 건 맞지만, 엄연히 사기업 간 일어난 일에 국회 보좌진이 개입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기사가 나간 이후 우리 회사는 경제, 이미지 부분에서 큰 타격을 받았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경찰청과 지체상금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업체 문제로 인한 지연이 결정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하는 상황이다. 차량 출고가 늦어지면서 보관을 위한 토지 대여료가 1억2000만원 정도 나갔다. 무엇보다 자회사인 N사의 신용등급 하락, 기사로 인한 이미지 훼손 등 무형적인 피해도 만만찮다”고 하소연했다. 받아쓴 언론 “취하해 달라” 한편 Y사는 신정훈 의원실에서 나간 보도자료로 기사를 작성한 매체 3곳을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Y사는 “언론의 잘못된 보도로 인해 명예가 심각하게 훼손됐으며 국민에게 경찰 장비 도입 과정에 대한 불신을 초래했다”며 “신청인(Y사)의 업무 수행 능력과 투명성에 대한 의구심을 야기해 치안 활동에 대한 신뢰도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어 정정보도를 구한다”고 조정을 신청했다. Y사 관계자는 “2곳의 매체에서 ‘기사를 내릴 테니 소를 취하해 달라’는 내용의 답변을 언론중재위원회에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