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 빅이슈]‘SK 압박’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 무리수&노림수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4.20 09:4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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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전 생각에…무작정 떼쓰고 겁주기?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의 무리수가 빈축을 사고 있다. SK의 학원사업 진출과 관련 돌발행동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으로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 몇 가지 의문도 제기된다. 문 회장은 왜 SK를 압박하고 있는 것일까. 그 노림수도 짚어봤다.

SK그룹과 비타에듀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겉으론 대기업과 학원업계의 싸움으로 보이지만, 실제론 ‘SK-비타에듀’ 전쟁이다. 비타에듀는 “SK의 학원사업 철수”를, SK는 “이미 철수했다”고 맞서고 있다.

이들 사이에 갈등이 촉발된 것은 2006년 3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SK커뮤니케이션즈(이하 SK컴즈)는 온라인교육사업을 추진하기로 하고 ‘누드교과서’로 유명한 교육전문기업 이투스를 인수했다. 당시 KT, 웅진, 대상 등도 속속 학원사업을 준비하거나 시작해 대기업들의 학원 진출에 대해 ‘골목상권 진입’ 비판 여론이 조성되기 시작했다.

“학원사업 철수”
“이미 철수했다”

SK컴즈는 학원사업 진출이란 불필요한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2009년 10월 이투스를 입시학원인 청솔학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1월엔 사업 정관에서 교육사업 항목을 아예 삭제했다. 다만 청솔학원이 매각대금을 전환사채로 대신해 현재 15% 정도의 지분이 남아있지만, SK컴즈는 이마저도 전량을 처분키로 하고 공개매각을 진행 중이다. SK가 교육사업에서 완전 철수한 것이나 다름없는 셈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타에듀의 ‘SK 압박’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처음엔 SK가 소유한 이투스 지분을 문제 삼았지만, 지금은 스타강사들의 이적을 부각시키는 분위기다. 양측에 금이 가기 시작한 것은 비타에듀 강사들이 줄줄이 이투스로 자리를 옮기면서다.

비타에듀에 따르면 이투스는 2007년 비타에듀 강사 7명을 스카우트해갔다. 이어 ▲2010년 9월 매출 80%를 차지하는 강사 9명이 ▲2010년 11월 사장과 전무 등 핵심 임직원 14명이 ▲지난해 11월 강사 5명이 이투스에 새로 둥지를 틀었다.


‘라이벌’인 이투스에 인기 강사들을 대거 뺏긴 비타에듀는 더 이상 앉아서 당할 수 없다고 판단, 배후로 지목한 SK를 표적으로 삼고 단체시위 등 본격적인 집단행동에 나섰다. 비타에듀 측은 SK 사옥과 최 회장 자택 등에서 시위와 집회를 벌이고 있다. 법원 등 각 기관에 탄원서와 호소문, 청원서 등을 보내는가 하면 신문 광고까지 냈다. 특히 최근엔 최 회장의 공판이 열리는 법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문상주 비타에듀 회장의 무리수가 빈축을 사고 있다. SK를 압박하기 위한 돌발행동이 위험수위를 넘어섰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도가 지나칠 정도로 감정적으로 들이대고 있다는 지적이다.

SK 학원사업 철수 선언에도 집회 멈추지 않아 빈축
최태원 회장 출석 법원서 불법시위…법정서도 큰소리

문 회장 측은 먼저 ‘액션 플랜’을 마련했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최태원 회장 구속 촉구 운동 전개’란 제목의 문건엔 ▲재판부와 검찰청에 최 회장 구속 촉구 탄원서 전달 ▲법원, 검찰청, SK본사, 최 회장 자택 등에서 집회 ▲최 회장 구명 운동했던 전경련 등 항의 방문 및 집회 ▲서울시 주요 지역에 최 회장 구속 촉구 현수막 게시 ▲구속 촉구 일간지 광고 ▲국회와 주요 정당에 제보 ▲나꼼수, 저공비행, 손바닥TV 등 시사미디어에 제보 ▲트위터 등 SNS 활용해 SK 부도덕성과 이중성 규탄 등의 엄포성 행동 계획이 담겼다.

문 회장 측은 이런 내용을 SK에 전달했지만, SK 측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일종의 으름장이 먹히지 않자 문 회장 측은 최 회장의 재판이 열릴 때마다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 입구, 청사 구내와 복도 등에서 과격한 시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최태원 회장을 즉각 구속하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적힌 현수막도 곳곳에 설치했다.

최 회장은 횡령과 배임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거의 매주 1차례씩 법정에 참석한다. 그때마다 법원은 시위 인파로 난리법석이다. 지난달 2일 첫 공판부터 재판이 열릴 때마다 그랬다. 최 회장의 입장이 어려울 정도로 극성이다. 심지어 학원 관계자들은 법정에서도 큰소리를 내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이들은 지난달 29일 4차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원에 들어선 최 회장을 향해 욕설 섞인 고성을 질렀다. 법원 직원들과 법정 경비대의 경고도 소용없었다. 재판장 입구에선 거친 몸싸움까지 벌어졌다. 사실상 재판과 전혀 상관없는 문 회장 측 인사들이 소란을 피운 것이다.

재판부도 사건과 무관하다고 판단해 문 회장 측 의견을 무시했다. 문 회장은 이날 공판이 시작될 때쯤 “SK 피해업체에서 나왔다. 할 말이 있다”며 발언권을 요청했지만, 재판장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속개된 재판에서도 학원 관계자들의 발언 요청이 잇따르자 재판장은 “직접적인 피해자로 보기 어려워 진술할 수 없다”고 잘랐다.


참다못한 SK 측은 문 회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지난달 30일 SK컴즈가 법원 등에서 집회 및 시위를 주도한 문 회장을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 혐의로 고발해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SK컴즈는 소장에서 “문 회장 등의 시위는 각급 법원의 경계 지점으로부터 100m 이내의 장소에서는 옥외집회 또는 시위를 해서는 안 된다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11조1항)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 행위”라고 주장했다.

‘액션 플랜’ 마련
집시법 위반 피소

SK 관계자는 고발 배경에 대해 “문 회장 측의 무력시위의 정도가 도를 넘어섰다”며 “이미 SK컴즈가 교육사업을 접었는데도 이를 무시하고 너무 심하게 항의해 고발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문 회장 등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허위사실 유포 및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하는 등 추가로 법적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렇다면 문 회장이 SK에 요구하는 것은 뭘까. 이에 대해 비타에듀 측은 ‘원상복구’란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비타에듀 한 임원은 “SK의 이투스가 비타에듀 매출을 좌지우지하는 임직원과 강사를 대거 스카우트해 엄청난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그는 “SK는 변명하거나 발뺌하려 하지 말고 책임 있는 자세로 사죄해야 한다”며 “학원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하고 빼간 인원을 원상회복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SK 측은 결국 돈이 아니겠냐는 투다. SK 관계자는 “문 회장이 법원 등에서 불법시위를 하는 것은 SK를 압박해 금전상의 부당이익을 받아내기 위한 것”이라며 “SK가 학원사업에서 완전 철수할 날이 다가오자 무리한 요구와 비방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SK 임원들과 문 회장이 만난 적이 있다. 이 자리에서 문 회장은 더 이상 시위를 안 할 테니 금전적으로 보상을 하던지 이투스 지분(약 15%)을 넘기라고 요구했다”며 “또 강의콘텐츠 공유 요구도 있었지만, 하도 어이가 없어 그 자리에서 묵살했다”고 전했다.

문 회장은 SK 사안과 관련해 자신이 총회장직을 맡고 있는 직능경제인단체총연합회(이하 직능연합)와도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문 회장은 시위 때마다 직능연합 명의를 내세운다. 집회에 직능연합 관계자들이 동참하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신문에 SK를 규탄하는 광고를 실을 때도 하단에 직능연합의 단체명이 빠지지 않고 있다. 각 기관에 보내는 탄원서와 호소문, 청원서 등에도 직능연합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다.

그러나 직능연합 측의 입장은 다르다. 문 회장이 개인적인 일에 임의적으로 직능연합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직능연합 회장단 한 인사는 “지난해 학원연합회장에서 물러난 문 회장은 직능연합 총회장직이 자동 상실됐지만, SK와의 분쟁에서 직함이 필요해 이사회에서 마지막으로 1년만 더하겠다고 부탁했다”며 “문 회장은 직능연합 내부적으로 단 한 번 논의 없이 독단적으로 직능연합 타이틀을 사용하고 있다”고 귀띔했다.

문 회장은 지난해 6월 한국학원총연합회장 연임에 실패하면서 직능연합 총회장 자격이 자동 상실됐지만, 9개월째 그대로 역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본지 845호 참조> 문 회장이 ‘완장’에 연연하는 모습을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온 바 있다.

“단체 명의 독단적 사용” 직능연합과 대립각 세워
“돌발행동 위험수위…도가 지나치다”

또 다른 집행부 간부는 “SK를 규탄하는 광고와 탄원서 등도 직능연합의 이름으로 나갔지만, 사실상 문 회장의 개인 의견에 가깝다”며 “법원에서 시위하는 사람들도 직능연합 소속 인사들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SK도 문 회장이 자신의 요구를 정당화하기 위해 직능연합을 이용하고 있다고 판단, 직능연합에 이를 질의한 사실확인 요청서를 보냈다. 이에 직능연합은 회장단이 연대 서명을 한 공문을 통해 문 회장이 주도하고 있는 SK 규탄 시위와 직능연합의 관계를 공식적으로 부인했다.


직능연합은 SK에 제출한 질의 회신서에서 “SK와 최 회장을 언급하며 비방하거나 시위 등을 한 행위 일체는 문 회장 개인의 독자적이고 단독적인 행위였을 뿐 직능연합은 이를 묵인 또는 용인했거나 협의한 사실조차 일절 없다”며 “문 회장이 단체의 직함과 명칭을 개인적인 목적을 위해 사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직능연합 공동 대표단 및 수석회장단에서 분명한 조치를 강구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 회장과 SK 간 신경전이 크게 이슈화되자 학원업계에선 다소 의아한 논란이 일고 있다. 과연 문 회장을 중소기업인, 영세 학원인으로 볼 수 있냐는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비타에듀는 ‘학원계의 삼성전자’로 불린다. 그만큼 대형학원이란 뜻이다. 비타에듀(고려이앤씨)는 2010년 39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33억원, 29억원이었다. 총자산은 150억원에 이른다. 비타에듀는 명문학원인 고려학원과 한샘학원, 제일학원을 하나로 통합시킨 브랜드다. 현재 온라인과 5개 대형 재수 및 단과학원, 3200여개에 달하는 초·중등 대상 프랜차이즈 학원을 운영하고 있다.

직능연합 무관 확인
수백억 자산가가 왜?

문 회장도 ‘학원 재벌’로 꼽힌다. 그는 비타에듀 외에도 고려e스쿨, 고려출판, 고려학력평가연구소, 고려직업전문학교, 케이씨중국어학원 등을 운영하고 있는 국내 최대의 학원사업가다. 또 중국 베이징 소재 중화고려대학과 건설사인 고려건설 등도 경영하고 있다.

문 회장은 개인 재산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타에듀 임원은 문 회장이 SK와 대립하는 이유를 설명하면서 “단지 돈 때문이 아니다. 땅, 건물, 집 등 수백억원대의 자산가가 뭐가 아쉬워 대기업과 지루한 싸움을 하겠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서울 외곽에서 단과학원을 운영 중인 김모씨는 “비타에듀, 메가스터디, 비상에듀 등 대형학원들을 제외하면 연매출 2억원 미만 학원이 대다수”라며 “영세학원들은 신용카드 수수료(3.5%)도 부담스러운 게 현실이다. 그런데 학원연합회 서울시지회장(문 회장)이란 사람은 자신의 손해만 보상받기 위해 SK에 목을 매고 있으니 한심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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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단독] ‘또다시 나타난 그때 그 사기꾼’ 케이삼흥은 왜 서울시 팔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케이삼흥 사태가 대국민 사기극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피해자가 최소 1000여명, 피해액은 수천억원에 이르는 등 실체가 드러날수록 피해가 눈덩이처럼 커지는 상황이다. 피해자들은 무엇에 홀려 돈을 넣었을까? 무엇이 그들에게 절대적인 믿음을 안겨줬을까? “징조도 없었어요. 2월까지는 돈이 잘 들어왔거든요. 3월25일하고 27일에 원금하고 배당금이 안 들어오면서 난리가 난 거죠.” <일요시사>와 연락이 닿은 한 케이삼흥 투자 피해자는 여전히 정신이 없는 듯했다. 이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에게도 투자를 권유했다고 한다. 현재 원망 그 이상의 감정을 받고 있다고 토로했다. 2월까진 괜찮았다 최근 케이삼흥 사태가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2021년 설립된 부동산 투자플랫폼업체 케이삼흥은 월 최소 2% 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를 끌어모았다. 연 단위로 따지면 24%의 고수익 투자상품인 셈이다. 피해자는 ‘정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등의 말에 현혹된 것으로 보인다. 케이삼흥은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개발 예정인 토지를 매입한 뒤 개발사업이 확정되면 소유권을 넘겨 보상금을 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만들 수 있다고 홍보했다. ‘토지 보상 투자’라는 용어가 나왔다. 직급에 따라 수익금을 차등 지급하는 다단계 방식으로 업체를 운영해 전형적인 ‘다단계금융 사기’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번 사태서 의문이 제기된 부분은 횡령 등의 혐의로 복역한 경험이 있는 김현재 케이삼흥 회장이 어떻게 또다시 수천명에 이르는 투자자를 끌어모았는지다.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의 창시자로 불린다. 토지를 싼 가격에 사들인 뒤 개발 호재 등이 있다고 소문내 이를 쪼개 파는 방식으로 사기를 저질렀다. 이 과정서 투자금 2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2006년 징역 3년형을 선고받았다. 20여년이 지난 2021년 김 회장은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를 만들었다. 서울 등 전국에 7개 지점을 둔 케이삼흥은 언론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통해 투자자를 모았다. 한 케이삼흥 직원에 따르면, 7개 지점서 일하는 직원은 300~350명가량이었다. 직원들은 이른바 가족·지인 영업을 통해 투자자를 모집했다. 월 2% 수익 약속에 수천명 투자 20년 전과 과정도 결과도 같다? 대부분의 직원은 중·장년층으로 인터넷 기사 등을 통해 공개된 김 회장의 과거를 잘 알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김 회장의 사기 전과를 알고 있던 피해자 역시 “원래 무죄였다”거나 전직 대통령을 거론하는 김 회장의 말솜씨에 넘어갔다고 한다. 훈장, 공적비, 기부 기사 등은 김 회장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따박따박 통장에 찍히는 배당금은 김 회장에 대한 신뢰를 굳건하게 만들었다. 투자금의 1.5~2%에 이르는 배당금이 매달 입금되고 계약에 따라 만기가 되면 원금이 들어오는 구조였다. 예를 들어 1000만원을 투자하고 3개월 만기로 계약을 맺었다면 1060만원을 돌려받게 되는 셈이다.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에 파격적인 수준이었다. 김 회장은 본인의 사재를 털어 부족한 부분을 메꾸고 있다고 직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면서 직원들에게 더 열심히 일하라고(투자자를 모집하라고) 했다는 것이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자신의 재산이 1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수익이 나기 전까지 자신의 돈으로 원금과 배당금을 일부 주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덧붙였다. 꾸준히 원금과 배당금을 받은 대부분의 피해자는 더 많은 돈을 재투자했다. 피해액이 천문학적인 수준으로 불어난 이유다. 하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방식의 사업구조는 자금 순환이 막히면서 결국 무너져 버렸다. 피해자는 지난 2월까지 원금과 배당금을 정상적으로 받았기에 케이삼흥 사태를 예측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피해자 중장년층↑ 하지만 경고음은 분명히 존재했다. 회계법인은 케이삼흥에 대해 ‘감사 의견 거절’을 냈다. 감사 의견 거절은 ▲감사인이 감사보고서를 만드는 데 필요한 증거를 얻지 못해 재무제표 전체에 대한 의견 표명이 불가능할 때 ▲기업의 존립에 의문이 들 때 ▲감사인의 독립성 결여 등으로 회계 감사가 불가능한 상황에 제시한다. 기업 내부 사정이 심상찮다는 소리다. 케이삼흥의 경우 ‘회계연도의 현금흐름표 및 재무제표에 대한 주석을 받지 못했다’가 감사 의견 거절의 근거가 됐다. 그럼에도 수많은 피해자는 김 회장을 철석같이 믿었다. 오히려 정관계 인사를 잘 안다는 김 회장의 말이 피해자의 투자심리를 부추겼다. 과거에도 김 회장은 기획부동산 사기로 검찰 조사를 받던 시기에 정관계 로비 의혹을 받은 바 있다. 당시 김 회장이 횡령한 돈 일부가 정치자금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이다. 정치권 등의 유력인사를 언급해 투자자의 믿음을 사는 김 회장의 수법은 이번 케이삼흥 사태서도 반복된 것으로 보인다. 한 피해자는 “(김 회장이)정치인 인맥이 많다는 말을 하곤 했다”고 말했다. 다양한 통로로 정보를 얻는 젊은 층에 비해 정보에 어두운 중‧장년층은 김 회장이 주장하는 인맥에 신뢰를 보냈다. 사기 전과 있는데도…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과의 친분도 주장했다. 강연 과정서 서울시 고위공무원의 직책을 언급하면서 그를 통해 협조 약속을 받았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과정서 토지나 주택 등을 관리하는 공공기관의 이름도 등장한다. 투자자에게 수익금에 대한 확신을 심어주려는 의도로 파악된다. 김 회장은 “작년에는 부동산 경기 자체가 불투명하니까 1년 동안 거의 안했어요. 착공 들어가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보상 업무잖아요. 올해 작년 것까지 합쳐서 하고 있어요. 사업계획 세워놓은 것은 차질이 없다고 하니까”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공공기관,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을 말하면서 “(서울시 고위공무원 직책이)그걸 관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은 서울시서 주택, 재난안전 등을 관리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김 회장은 “(서울시 고위공무원을)만나서 사업이 진행되면 케이삼흥 것을 우선적으로 하겠다(는 약속을 받았다)”고 했다. 토지 보상을 하는 과정서 케이삼흥에 우선적으로 협조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김 회장은 ‘주진입도로’ 등을 언급하면서 “2단계든, 3단계든 관계없이 케이삼흥 것을 먼저 협조해주겠다고 그 약속까지 제가 다 받아냈으니까. 하반기에 보상 나오는 것은 확실합니다”라고 강조했다. 강연에 참석한 투자자들은 중간중간 호응하다가 김 회장의 말이 끝나자 박수를 치면서 환호했다. 정치인 인맥·훈장 자랑 당사자는 “처음 들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일요시사>에 “개인적인 부분에 대해서는 확인을 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회장이 언급한 직책의 인물은 지난 8일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김현재라는 이름은 지금 처음 듣는다”고 전했다. 케이삼흥이라는 회사명도 이날 처음 들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과는 사적 친분은 물론이고 전혀 관계가 없다는 말이다. 현재 케이삼흥 사태는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서 수사하고 있다. 김 회장 등 케이삼흥 경영진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과 유사수신행위 규제법 위반 등의 혐의를 받는다. 지금까지 파악된 피해자와 피해액은 최소 규모로 시간이 가면 더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직원으로 불린 모집책이 가족이나 지인 등을 상대로 투자를 권유한 경우가 많아 가정이 파탄난 사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피해자 가운데 일부는 가족의 병원비 등을 투자금으로 넣은 경우도 있었다. 피해자들은 수사기관에 고소하거나 집회를 준비하는 등 개별적으로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빠른 수사가 관건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가 받는 정신적 고통이 커지기 때문이다. 실제 케이삼흥 사태와 같은 대형 사건서 투자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투자를 권유한 사람에게 독촉을 받던 피해자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례를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빠른 수사 피해 복구는? 한 피해자는 “가족과 지인 돈까지 다 끌어모아서 투자했다. 원금만이라도 제발 돌려받고 싶다. 가족과 지인들에게 얼굴을 들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직원이면서 동시에 투자자인 이 피해자는 5억원 이상을 투자금으로 넣었다고 고백했다. 김 회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문자메시지, 전화 등을 통해 연락을 취했지만 닿지 않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