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기업의 자회사 퍼주기. 오너일가가 소유한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반칙’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시민단체들이 귀에 딱지가 앉도록 지적해 왔지만 변칙적인 ‘오너 곳간 채우기’는 멈추지 않고 있다. 보다 못한 정부가 드디어 칼을 빼 들었다. 내부거래를 통한 ‘일감 몰아주기’관행을 손 볼 태세다. 어디 어디가 문제일까. <일요시사>는 연속 기획으로 정부의 타깃이 될 만한 ‘얌체사’들을 짚어봤다.
타이어로 유명한 넥센그룹은 10여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이중 오너일가 지분이 있으면서 내부거래 비중이 높은 회사는 ‘넥센L&C’와 ‘넥센산기’다. 두 회사는 계열사들이 일감을 몰아줘 적지 않은 실적이 ‘안방’에서 나왔다.
2010년 1월 설립된 넥센L&C는 토목공사 등 건축업체로 화물과 창고·보관업도 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넥센L&C의 최대주주는 지분 50%(15만주)를 소유한 넥센타이어다. 나머지 지분은 오너일가가 쥐고 있다. 강병중 넥센그룹 회장과 그의 외아들 강호찬 넥센타이어 사장은 각각 40%(12만주), 10%(3만주)의 넥센L&C 지분이 있다.
작년 갑자기 급부상
넥센그룹은 2세로 경영권 승계를 사실상 마무리했다.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한 강 회장은 운수업을 하던 중 1973년 흥아타이어 공장을 인수해 흥아타이어공업(현 ㈜넥센)을 세운데 이어 IMF 때인 1999년 우성타이어(현 넥센타이어)를 인수하는 등 지금의 넥센그룹을 일궜다.
강 사장은 연세대 경영학과와 서울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2001년 넥센타이어에 재경팀 과장으로 입사, 경영기획실 상무와 영업본부 부사장 등을 거쳐 2009년 넥센타이어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강 사장은 최근 그룹 지주사 격인 ㈜넥센의 최대주주가 됐지만, 넥센타이어 주식을 현물 투자하는 방식으로 ㈜넥센의 신주를 취득해 경영권 승계를 위한 ‘꼼수’가 아니냐는 논란에 휩싸인 상황이다.
이와 함께 이들 부자가 지분을 소유한 넥센L&C의 ‘일감 몰아주기’문제도 부상하고 있다. 실제 넥센L&C의 자생력은 약하다. 모기업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지 않으면 사실상 지속이 불가능한 실정이다.
넥센L&C는 설립 첫해인 2010년 매출 15억원 가운데 80%인 12억원을 계열사와의 거래로 올렸다. 넥센L&C에 일거리를 준 ‘식구’는 넥센타이어다. 12억원 모두 넥센타이어에서 나온 매출이다. 지난해엔 거래 금액과 그 비중이 급증했다. 총수익 368억원에서 넥센타이어 금액이 361억원에 달해 관계사 매출율이 98%나 됐다.
넥센L&C는 유틸리티배관과 순수처리·공조·워터쿨링 시스템 설치 등 넥센타이어 창녕공장의 공사·관리 사업을 맡아 매출을 채웠다. 넥센타이어는 2009년 착공한 창녕공장을 세계 최대 단일 타이어공장으로 만들 계획. 현재 6000억원이 들어갔고, 추가로 2018년까지 6000억원을 투입해 제조 라인을 확충할 예정이다.
‘오너 부자’ 강병중 회장·강호찬 사장 지분 50% 보유
매출 98% 계열사서 나와…창녕공장 공사·관리 맡아
넥센L&C는 ‘창녕 호재’를 등에 업고 설립 1년 만에 몸집을 눈에 띄게 불릴 수 있었다. 우선 연매출은 2010년 15억원에서 지난해 368억원으로 25배나 뛰어올랐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억원에서 14억원으로, 순이익은 2억원 적자에서 6억원 흑자를 냈다. 총자산과 총자본의 경우 각각 201억원, 28억원에서 267억원, 34억원으로 늘었다.
내부거래 실태가 심상찮은 넥센그룹 계열사는 또 있다. 바로 넥센산기다. 2000년 3월 설립된 이 회사는 주형, 금형, 기계, 알루미늄박 등 산업기계 수리 및 제조업체다.
넥센산기가 ㈜넥센과 넥센타이어 등 계열사들과 거래한 매출 비중은 2005년 50%(총매출 302억원-내부거래 150억원)에서 2006년 100%(122억원-122억원)로 치솟았다. 2007년 100%(139억원-139억원), 2008년 100%(157억원-157억원) 등 이후에도 모든 매출을 ‘집안’에서 고정적으로 올려왔다.
2009년부터 거래 내역을 공시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지만, 비슷한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넥센산기는 홈페이지에 “㈜넥센과 넥센타이어 등 관계회사의 제조설비 설치·보수 관리로 그룹사의 설비 보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자사를 소개할 정도다.
넥센산기의 내부거래가 도마에 오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오너일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있기 때문이다. 넥센산기는 ㈜넥센이 49.74%(32만1152주), 넥센타이어가 49.57%(32만주)의 지분이 있다.
다시 ㈜넥센은 강 사장(50.51%·256만9956주), 강 회장(9.76%·49만6649주)과 그의 부인 김양자씨(6.31%·32만1026주) 등 오너일가의 지분이 67%에 이른다. 넥센타이어는 ㈜넥센(37.88%·3842만1969주)과 강 회장(19.72%·2000만주), 강 사장(2.4%·243만2900주)이 대주주다. 강 회장은 넥센산기(0.07%·448주) 지분도 소유 중이다.
100% 거래 자회사도
넥센그룹 내부거래와 관련해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회사도 있다. 주력사인 넥센타이어로, 그 비중이 높은 편이다. 2005년 3%(4006억원-127억원)에 불과했던 넥센타이어의 내부거래율은 2006년 16%(4767억원-784억원)로 오르더니 이후 ▲2007년 30%(5679억원-1703억원) ▲2008년 30%(7546억원-2280억원) ▲2009년 37%(9662억원-3542억원) ▲2010년 34%(1조803억원-3725억원)로 더 올랐다.
지난해의 경우 1조17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이중 4548억원(39%)을 종속사(4472억원)와 계열사(76억원)에서 채웠다. 넥센타이어의 종속사는 유럽·미국·홍콩·중국 등 해외 법인들이다. 계열사는 ㈜넥센과 넥센산기를 비롯해 KNN(부산·경남 방송), KNN인터내셔널, 넥센디앤에스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