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30대그룹-MB정부 궁합 대해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3.14 14: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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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웃고’…금호아시아나 ‘울었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MB정부가 저물어가고 있다.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MB정부 들어 재계엔 출총제 폐지, 법인세 인하 등 ‘당근’이 마구 떨어졌다. 이 결과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무너지거나 휘청거린 기업이 있는가 하면 급격히 사세를 불린 기업도 있다. MB정부와 궁합이 잘 맞았던 기업은 어딜까. 30대 그룹의 4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 봤다.

대기업 지난 4년간 전체적으로 급격히 사세 확장
재계순위, 계열사수, 총자산 등 적잖은 지각변동

2007년 12월28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승리 열흘 만에 가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주의)’정책을 선언했다. 당선인 신분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부영 30위→19위 상승
동양 22위→30위 하락

이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경제정책을 추진해 성장 중심 정책을 펼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와 감세를 약속했다. 재계는 술렁거렸다. 그동안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역시 CEO 출신 대통령”, “이제는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재계에선 MB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화답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르는 동안 재계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일요시사>가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공기업 제외)의 재계 순위와 계열사수, 총자산, 매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4년간 전체적으로 대기업들의 사세가 급격히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이 대통령의 취임(2008년 2월25일) 직전인 2008년 2월 초와 이달 초를 비교한 재계 순위를 살펴보면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달 발표하고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소속회사 현황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재계 순위 1위는 삼성그룹이다. 4년 전에도 톱이었던 삼성그룹은 1996년만 해도 현대그룹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1999년 대우그룹에까지 밀려 3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1년부터 지금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각각 2∼5위 자리에 있는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의 순위도 변함이 없었다. 8위 한진그룹과 13위 LS그룹, 25위 한진중공업그룹, 28위 영풍그룹 역시 그대로 였다. GS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순위가 뒤바꼈다. 6위였던 GS그룹은 7위로 떨어졌다. 대신 현대중공업그룹이 9위에서 6위를 차지했다.

부영그룹은 30위에서 19위로 무려 11단계나 뛰어올라 30대 그룹 가운데 4년 만에 가장 많이 성장한 곳으로 꼽혔다. STX그룹도 18위에서 12위로 점프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OCI그룹(옛 동양제철화학)은 30위권 밖에서 23위에 새롭게 진입했다. 순위 외에 있던 웅진그룹도 26위에 안착했다. MB정부 출범 전 이 대통령과 사돈관계로 화제를 모았던 효성그룹의 경우 26위에서 22위로 상승해 체면을 살렸다.

이밖에 ▲한화그룹(10위→9위) ▲두산그룹(11위→10위) ▲CJ그룹(16위→14위) ▲KCC그룹(23위→20위) 등도 재계 서열을 끌어올렸다.

반면 4년 전에 비해 재계 순위가 하락한 그룹도 12곳이나 됐다. 그중 한곳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2008년 2월만 해도 7위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11위로 추락한 상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11월 대우건설(당시 자산 5조9000억원)을 인수해 11위에서 7위로 오르며 단숨에 재계 판도를 바꿔놨으나, 엄청난 인수금액(6조4000억원) 탓에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도로 ‘오바이트’하면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2009년 말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형제의 난’까지 벌어져 진땀을 흘리고 있다.

동양그룹과 코오롱그룹은 순위가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동양그룹은 22위에서 30위로 8단계나 주저앉았다. 21위를 기록했던 코오롱그룹은 6단계 아래인 27위에 링크돼 있다. 하이트그룹과 세아그룹은 각각 24위, 29위에서 3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이외에 ▲신세계그룹(12위→15위) ▲현대그룹(14위→17위) ▲동부그룹(15위→16위) ▲대림그룹(17위→18위) ▲동국제강그룹(19위→21위) ▲현대백화점그룹(20위→24위) ▲현대산업개발(27위→29위) 등도 재계 서열이 낮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4년간 30대 그룹의 재계 순위를 보면 상위권은 모두 제자리를 지켰으나 중하위권의 변동이 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현대중공업, 부영, STX, OCI, 웅진, 효성 등이 도약한 반면 상대적으로 금호, 동양, 코오롱, 하이트, 세아, 신세계, 현대 등은 약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30대 그룹의 계열사는 얼마나 늘었을까. <일요시사>가 30대 그룹의 계열사 수 증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8년 2월 초 813개에서 이달 초 1182개로 369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4년 전보다 약 45% 정도 증가한 수치로, 한 그룹당 계열사가 평균 10개 이상씩 불어난 셈이다.


MB정부 들어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성사시키는 등 왕성한 몸집 불리기의 결과란 분석이다. 한편에선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는 등 닥치는 대로 사업을 벌이는 무차별적인 ‘문어발 확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대기업은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 확장을 한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롯데 계열 35개 늘어나
금호아시아나 11개 감소

계열사를 가장 많이 불린 곳은 롯데그룹인 것으로 조사됐다. 43개에서 35개 늘어난 78개를 기록했다. 동부그룹도 28개에서 56개로 늘었다. SK그룹과 LS그룹 역시 각각 63개, 22개에서 91개, 50개로 28개씩 증가했다. 이어 LG그룹 27개(36개→63개), 삼성그룹 23개(59개→82개), 효성그룹 20개(25개→45개) 순이었다.
지난 4년간 계열사가 10개 이상 늘어난 그룹은 11곳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36개→55개)과 GS그룹(54개→73개), 한진그룹(26개→45개)은 19개가 증가했다. CJ그룹(66개→84개)과 현대중공업그룹(8개→24개)은 각각 18개, 16개가 늘었다.

또 ▲한화그룹(38개→53개·15개↑) ▲동양그룹(21개→34개·13개↑) ▲현대그룹(9개→20개·11개↑) ▲부영그룹(6개→17개·11개↑) ▲STX그룹(16개→26개·10개↑) ▲현대백화점그룹(25개→35개·10개↑)도 계열사가 10개 이상 불었다.

동국제강그룹(12개→17개), 코오롱그룹(34개→39개), 신세계그룹(15개→19개), OCI그룹(15개→19개), 두산그룹(21개→24개), 대림그룹(14개→17개), 한진중공업그룹(5개→8개), KCC그룹(7개→9개), 영풍그룹(21개→23개)은 2∼5개 느는데 그쳤다.

기존의 계열사에서 증가한 비율로 따지면 현대중공업그룹(200%)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영그룹(183%)과 LS그룹(127%), 현대그룹(122%), 동부그룹(100%)도 2배 이상 ‘식구’들이 늘었다. 이어 롯데그룹(81%), 효성그룹(80%), LG그룹(75%), 한진그룹(73%), STX그룹(63%), 동양그룹(62%), 한진중공업그룹(60%), 현대차그룹(53%) 순이었다.

그런가하면 오히려 계열사가 줄어든 그룹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5개에서 24개로 11개나 감소했다. 현대산업개발과 세아그룹은 각각 16개, 23개에서 15개, 22개로 1개씩 제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사업조직재편과 기존업종 관련분야 진출, 새로운 분야 진출 등을 통해 회사들을 신규 편입하고 있다”며 “그러나 부동산업, 운수업, 도매·상품중개업, 식음료소매업, 수입품유통업, 교육서비스업 등 손쉽게 돈을 버는 비제조업 위주로 계열사들을 늘려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1∼5위 상위권 모두 제자리
중하위권 치열한 순위 다툼
12개 대기업 재계 서열 추락

30대 그룹의 총자산은 평균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통령의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과 지난해 4월의 총자산 현황을 비교한 결과다.

삼성그룹은 144조원에서 231조원으로 87조원 늘어 자산 증가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그룹은 53조원(74조원→127조원), LG그룹은 34조원(57조원→91조원), 롯데그룹 33조원(44조원→77조원)이 불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SK그룹 25조원(72조원→97조원) ▲현대중공업그룹 24조원(30조원→54조원) ▲GS그룹 16조원(31조원→47조원) ▲한화그룹 11조원(21조원→32조원) ▲STX그룹 11조원(11조원→22조원) ▲두산그룹 10조원(17조원→27조원) 순이었다.

한진, LS, CJ, 현대, 대림그룹 등 나머지 19개 그룹은 총자산이 1조∼8조원가량 증가했다. 30대 그룹에서 유일하게 총자산이 감소한 곳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2조원(27조원→25조원)이 줄었다.


총자산 또한 증가율로 계산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자산 증가율 1위는 OCI그룹으로 150%에 달했다. STX그룹은 자산이 100% 늘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LS그룹은 80%씩, 롯데그룹은 75%, 현대차그룹은 72%, 효성그룹은 67%가 증가했다.

삼성그룹과 LG그룹, CJ그룹, 코오롱그룹은 각각 60%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 두산그룹(59%), 현대그룹(56%), 대림그룹(56%), GS그룹(52%), 한화그룹(52%), 세아그룹(50%)도 자산이 많이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30대 그룹의 매출도 마찬가지로 평균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1위는 단연 삼성그룹. 161조원에서 255조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2∼3위는 현대차그룹과 SK그룹으로 각각 46조원(84조원→130조원), 43조원(69조원→112조원)이 증가했다.

이밖에 ▲LG그룹은 34조원(73조원→107조원) ▲현대중공업그룹은 29조원(21조원→50조원) ▲GS그룹은 18조원(35조원→53조원) ▲롯데그룹은 16조원(32조원→48조원) ▲LS그룹은 10조원(15조원→25조원)의 매출이 뛰었다.

한화, 한진, STX, 두산, 동부, 현대, 코오롱, CJ, 대림, 효성그룹도 2조∼8조원씩 꾸준히 매출이 늘었다. 반면 현대백화점그룹과 현대산업개발은 매출이 제자리를 맴돌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한진중공업그룹의 경우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삼성 자산 87조원 불어
자산증가율 1위는 OCI


매출 증가율은 현대중공업그룹(138%)이 가장 높았다. 코오롱그룹(80%)과 LS그룹(67%), KCC그룹(67%), SK그룹(62%)은 상위권에 올랐다. 삼성그룹(58%), 현대차그룹(55%), GS그룹(51%), 롯데그룹(50%), STX그룹(50%), 현대그룹(50%), OCI그룹(50%), 세아그룹(50%)도 5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LG, 동부, 두산, 한화, 한진, CJ, 대림, 효성, 동국제강, 동양그룹은 40% 이상 매출이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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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경주 APEC’ 강대강 매치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APEC 정상회의(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sia-Pacific Economic Cooperation, 이하 정상회의)가 경북 경주에서 열린다. 우리나라를 제외한 20개 나라 정상이 초청 대상으로, ‘외교 슈퍼 위크’가 시작된 셈이다. 우연의 일치일까? 각국의 강경파들이 경주로 모이면서 서로 어떤 합을 보일지 관심이 쏠린다. 2025 APEC 정상회의를 앞두고 한미 관세 문제가 급물살을 탔다. 지난 7월 협상 시한 하루를 앞두고 한미 간 무역 협상이 극적으로 타결된 지 약 세 달 만이다. 정상회의를 계기로 관세 협상이 매끄럽게 마무리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온다. 노브레이크 미국 관세 쟁점은 한국이 상호 관세를 15%로 낮추는 조건으로 미국에 투자하기로 한 3500억달러(약 500조원)에 대한 지불 방식이다. 한국은 직접 투자 비중을 줄이고 투자 기간을 늘리겠다는 방침이지만,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임기 내 최대한 현금 투자를 확대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번 정상회의에서 현금 선불 투자를 고집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할 수 있는지가 협상 타결의 관건이란 관측이 나온다. 정상회의가 며칠 남지 않은 시점까지도 협상은 난항을 겪었다. 큰 틀에서는 합의가 이뤄졌지만, 세밀한 부분이나 주요 쟁점이 해결되지 않는 등 의견이 모이지 않은 탓이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지난 22일(현지시각)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과 회담한 뒤 “진전이 있었다”면서도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김 실장은 ‘마지막 쟁점이 조율됐느냐’는 특파원들 질문에 “쟁점이 하나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두 개라고 했고, 아주 많지는 않다”며 “오늘 남아있는 쟁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했고 진전이 있었다. 만나면 조금 더 상호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고 답했다. 양국의 대면 협의가 사실상 이날 종료되면서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두 사람의 결단만 남았다. 미중 간의 관세 협상 결과와 이번에 이뤄질 두 정상의 만남이 한국에 영향을 끼치지 않겠냐는 분석이 나온다. 앞서 중국과 미국은 지난 4월부터 보복 형식으로 서로를 향해 관세 허들을 높여갔다. 그러던 중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 카드를 꺼내면서 질주하는 미국에 제동을 걸었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제품에 100% 관세를 추가 부과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으며 관세 전쟁은 절정으로 치달았다. 추가 관세가 현실화하면 중국이 미국에 내야 할 관세는 157%에 달하는 만큼 미중 간의 팽팽한 대립이 이어졌다. 좁히지 못한 ‘디테일’ 막판 협상 난항 이 “우리는 동맹…상식과 합리성 공유” 중국이 밸브를 잠그자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앤서니 앨버니지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희토류와 핵심 광물 공급 협력에 관한 협정에 서명했다. 이는 정상회의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기 전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해석된다. 일본도 일부 프로젝트에 참여하면서 희토류 삼각 동맹이 이뤄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백악관 로즈가든 클럽에서 주재한 오찬 행사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한국에서 만나 많은 것을 이야기할 것”이라며 대화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어 “우리가 협상에서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며 “나는 시 주석과 좋은 합의를 하고 싶고, 시 주석이 중국을 위해 좋은 합의를 하길 바란다. 하지만 그 합의는 공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중 간 무역 갈등이 장기화되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비롯해 수출입에까지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관세 협상 타결 전망과 관련해 “조정·교정하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투자펀드를 둘러싼 이견에 대해서는 “결국 이성적으로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결과에 이르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며 “왜냐하면 우리는 동맹이며 서로 상식과 합리성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미중 갈등이 현재 진행형인 상황에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는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11년 만에 이뤄진 시 주석의 방한도 눈여겨볼 만하다. 아직 한중 관계에 큰 잡음은 없지만 훈풍이 불지 않는 만큼 개선의 여지가 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 대통령은 한중 관계의 안정적 관리에 대해 초점을 맞출 것으로 전망된다. 이재명정부의 첫 주중대사인 노재헌 신임 대사는 “(시 주석의) 국빈 방문이 계획됐기 때문에 한중 관계가 새로운 도약을 맞이할 수 있는 좋은 계기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에 우호와 신뢰 관계를 다시 굳건히 하고 그 초석 위에서 한중 관계를 발전시키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직 친하지?” 서먹해진 중국 이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미·중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시험대에 놓였다. 이 대통령은 지난 9월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열리는 ‘항일전쟁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80주년(전승절)’에 초청받았지만 의전 서열 2위인 우원식 국회의장이 대신 자리했다. 이 대통령의 전승절 참여 여부를 놓고 국민의힘이 친중 프레임을 굳히자 불필요한 갈등을 최소화하기 위한 선택으로 풀이된다. 앞서 백악관은 이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 축사를 하던 중 뜬금없이 “중국의 간섭과 영향력 우려”라며 중국을 향해 견제구를 날렸다. 한국이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임을 강조할 경우 미국이 제동을 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이처럼 한중 관계 개선의 가장 큰 변수는 미국인 만큼 한국은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공정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 김지수 한반도 미래경제 포럼 대표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단어가 나오던 때랑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안보와 경제가 같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그런 점에서 미국이 더 중요해졌다”고 봤다. 이 대통령 역시 안미경중 노선에 대해 “과거처럼 그런 태도를 취할 수는 없는 상황이 됐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강력한 견제, 나아가 봉쇄 정책을 본격 시작하기 전까지 한국은 ‘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라는 입장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이라면서도 “몇 년 사이 자유 진영과 중국을 중심으로 한 진영 간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벌어졌고 미국의 정책이 노골적으로 중국을 견제하는 방향으로 갔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제는 한국도 미국의 기본적인 정책에서 어긋나게 행동하거나 판단할 수 없는 상태”라며 “중국은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운 데서 생겨나는 불가피한 관계를 잘 관리하는 수준으로 유지하는 상황”이라 고 부연했다. ‘여자 아베’ 경주 데뷔 김 대표는 “미국의 최대 경쟁국은 중국”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은 중국을 제어하기 위해 한국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미중 패권 전쟁에서 유리한 전략을 모두 취하고 있는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중국을 어떻게 관리하느냐다. 미국과 가까이 지내기 위해 중국을 적대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중국인 무비자 입국으로 한국 전역에 퍼진 반중 혐오 시위도 고려 대상이다. 최근 국민의힘 등 보수 세력을 중심으로 반중 정서가 확대되면서 외교 갈등이 촉발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노 대사는 중국 주상하이 총영사관에서 주중대사관을 상대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한국 내 반중·혐중 시위를 묻는 말에 “당연히 우려되고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고 양국 국민의 우호 정서 함양·증진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며 “근거 없고 음모론에 기반한 행위에 대해서는 조치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시적 비자 면제 정책에 대한 자국민의 우려에 대해서도 “불법 체류 현황은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고, 범죄 같은 부분은 입국자 등을 잘 지켜보면서 필요하면 단속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지난 21일 선출된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신임 총리는 이번 정상회의를 시작으로 본격 대외 행보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보수 성향이 짙은 탓에 한일 관계가 틀어지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지만 정권 초기인 만큼 우호적 태도를 유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중의원 10선 의원으로 경제안보담당상, 총무상, 자민당 정무조사회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일본 정계에서 찾아보기 어려운 비세습 여성 정치인으로 강경 보수 성향이라는 평가와 함께 입지를 다져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4일 치러진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하며 당권 티켓을 거머쥐었지만 1999년부터 자민당과 협력해 온 중도 보수 성향인 공명당이 연정에서 이탈해 표가 분산될 위기에 처했다. 하지만 강경 보수 성향이자 제2야당인 일본유신회를 새롭게 끌어들이면서 극적으로 총리직에 당선됐다. 서로 싫다는 미·중, 사이에 낀 한국 일본까지 강경파 ‘폭풍 속 한반도’ 이 대통령은 신임 일본 총리가 선출된 것에 대해 “정상회의가 개최되는 경주에서 총리를 직접 뵙고, 건설적인 대화를 나눌 수 있길 고대한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같이 밝히며 “우리는 새로운 한일 관계의 60년을 열어가야 하는 중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불확실성이 높아진 국제 정세 속에서 한일 관계의 중요성 역시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중대한 시기에 총리와 함께 양국 간, 그리고 양 국민 간 미래지향적 상생 협력을 한층 강화해 나가길 기대한다. 아울러 셔틀 외교를 토대로 양국 정상이 자주 만나 소통할 수 있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훈훈한 축하 인사와 달리 한일 관계는 다시 시험대에 놓였다. 온건하다고 평가받았던 이시바 시게루 내각 체제만큼 협력 기조가 이어질지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2021년 총재 선거 당시 고 아베 전 총리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신임 보수 전사로 떠올랐다. 이번 총리 선거에서 역시 아베 전 총리의 파벌로 형성된 아베파의 지지가 두터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 현지 신문은 자민당의 연정 상대가 공명당에서 유신회로 바뀌면서 다카이치 내각의 보수색이 선명해졌다고 해석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과거부터 야스쿠니 신사를 꾸준히 참배해온 만큼 한국 과거사와 독도 영토 문제 등 민감한 사안을 놓고 이정부와 충돌할 우려도 제기된다. 일각에서는 다카이치 총리가 이번에 보여준 강경 보수 행보는 우익 세력을 끌어들이기 위한 방법으로 한일 외교에 있어서는 이시바 내각과 마찬가지로 온건한 노선을 택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는 취임 기자회견에서 한일 관계에 우호적인 뜻을 내비쳤으며 가을 예대제 기간에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지 않을 것으로도 전해진다. 한일 관계 전망이 불투명한 가운데 다카이치 총리의 온건 행보가 일시적일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역대 총리들이 그랬듯 지지율이 떨어지면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고 반한 감정을 부추겨 보수 지지층 결집을 유도할 것이란 점에서다.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이 대통령이 국가 간의 가교 역할을 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미, 한중, 미중 정상회담이 연쇄적으로 열릴 가능성이 크고 비핵화와 관련해 이 대통령이 남·북·미 간의 대화 물꼬를 튼다면 경주를 무대로 ‘평화 한반도’ 기조를 형성하는 일등 공신 역할을 노릴 수 있다. 눌리거나 손잡거나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관계자는 “이 대통령에게 가장 큰 변수는 아무래도 미국이다. 각 국가 정상마다 성향도 다르고 원하는 바도 다른 만큼 미국부터 삐끗하면 차후 일정도 줄줄이 꼬인다”면서 “조급하게 나서면 될 일도 안 되는 게 외교 문제다. 한국은 한국만의 강점이 있다. 우리 쪽에서도 몇 가지 카드가 있을 테니 지금으로서는 정부를 믿는 것이 최선”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하필 지금? 미사일 쏜 북한 속내 지난 22일 북한이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단거리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한미·한중 정상회담 등에서 북한 문제가 다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존재감을 과시하고 미국을 향한 시그널을 보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주한미군과 우리 군의 반응이 엇갈린 점 역시 주목된다. 주한미군은 미국의 한미 동맹에 대한 공약이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며 “불법적이고 불안정을 초래하는 행위를 강력하게 비판한다. 북한에 유엔안보리 결의 위반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우리 군은 통상 해오던 미사일 발사 규탄 성명을 내지 않았다. 정상회의를 앞두고 이정부가 남북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만큼 이를 의식해 톤 조절에 나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