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기획]30대그룹-MB정부 궁합 대해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3.14 14:18: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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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중공업 ‘웃고’…금호아시아나 ‘울었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MB정부가 저물어가고 있다. 1년이 채 남지 않았다. MB정부 들어 재계엔 출총제 폐지, 법인세 인하 등 ‘당근’이 마구 떨어졌다. 이 결과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무너지거나 휘청거린 기업이 있는가 하면 급격히 사세를 불린 기업도 있다. MB정부와 궁합이 잘 맞았던 기업은 어딜까. 30대 그룹의 4년 전과 현재를 비교해 봤다.

대기업 지난 4년간 전체적으로 급격히 사세 확장
재계순위, 계열사수, 총자산 등 적잖은 지각변동

2007년 12월28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이명박 대통령은 17대 대선 승리 열흘 만에 가진 국내 주요 대기업 총수들과의 간담회에서 ‘비즈니스 프렌들리(친기업주의)’정책을 선언했다. 당선인 신분의 첫 공식 일정이었다.

부영 30위→19위 상승
동양 22위→30위 하락

이 대통령은 당시 “정부는 ‘비즈니스 프렌들리’경제정책을 추진해 성장 중심 정책을 펼 것”이라며 법인세 인하 등 규제 완화와 감세를 약속했다. 재계는 술렁거렸다. 그동안 제대로 기를 펴지 못한 이유에서다. 이 대통령의 발언 직후 “역시 CEO 출신 대통령”, “이제는 할 만하다”는 분위기가 조성된 재계에선 MB정부와 코드를 맞추기 위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겠다”는 화답이 여기저기서 나왔다.

그로부터 4년이 흐르는 동안 재계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일요시사>가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공기업 제외)의 재계 순위와 계열사수, 총자산, 매출 등을 분석한 결과 지난 4년간 전체적으로 대기업들의 사세가 급격히 확장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이 대통령의 취임(2008년 2월25일) 직전인 2008년 2월 초와 이달 초를 비교한 재계 순위를 살펴보면 적잖은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공정거래위원회가 매달 발표하고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등의 소속회사 현황에 따르면 현재 국내 재계 순위 1위는 삼성그룹이다. 4년 전에도 톱이었던 삼성그룹은 1996년만 해도 현대그룹에 이어 2위에 머물렀다. 1999년 대우그룹에까지 밀려 3위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2001년부터 지금까지 ‘선두’를 놓치지 않고 있다.


각각 2∼5위 자리에 있는 현대차그룹, SK그룹, LG그룹, 롯데그룹의 순위도 변함이 없었다. 8위 한진그룹과 13위 LS그룹, 25위 한진중공업그룹, 28위 영풍그룹 역시 그대로 였다. GS그룹과 현대중공업그룹은 순위가 뒤바꼈다. 6위였던 GS그룹은 7위로 떨어졌다. 대신 현대중공업그룹이 9위에서 6위를 차지했다.

부영그룹은 30위에서 19위로 무려 11단계나 뛰어올라 30대 그룹 가운데 4년 만에 가장 많이 성장한 곳으로 꼽혔다. STX그룹도 18위에서 12위로 점프해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였다. OCI그룹(옛 동양제철화학)은 30위권 밖에서 23위에 새롭게 진입했다. 순위 외에 있던 웅진그룹도 26위에 안착했다. MB정부 출범 전 이 대통령과 사돈관계로 화제를 모았던 효성그룹의 경우 26위에서 22위로 상승해 체면을 살렸다.

이밖에 ▲한화그룹(10위→9위) ▲두산그룹(11위→10위) ▲CJ그룹(16위→14위) ▲KCC그룹(23위→20위) 등도 재계 서열을 끌어올렸다.

반면 4년 전에 비해 재계 순위가 하락한 그룹도 12곳이나 됐다. 그중 한곳이 금호아시아나그룹이다. 2008년 2월만 해도 7위였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현재 11위로 추락한 상태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2006년 11월 대우건설(당시 자산 5조9000억원)을 인수해 11위에서 7위로 오르며 단숨에 재계 판도를 바꿔놨으나, 엄청난 인수금액(6조4000억원) 탓에 유동성 위기에 몰리자 도로 ‘오바이트’하면서 제자리로 돌아왔다. 2009년 말 기업재무구조개선작업(워크아웃)에 돌입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진행되고 있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박삼구-박찬구 회장의 ‘형제의 난’까지 벌어져 진땀을 흘리고 있다.

동양그룹과 코오롱그룹은 순위가 가장 많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동양그룹은 22위에서 30위로 8단계나 주저앉았다. 21위를 기록했던 코오롱그룹은 6단계 아래인 27위에 링크돼 있다. 하이트그룹과 세아그룹은 각각 24위, 29위에서 3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수모를 당했다.

이외에 ▲신세계그룹(12위→15위) ▲현대그룹(14위→17위) ▲동부그룹(15위→16위) ▲대림그룹(17위→18위) ▲동국제강그룹(19위→21위) ▲현대백화점그룹(20위→24위) ▲현대산업개발(27위→29위) 등도 재계 서열이 낮아졌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4년간 30대 그룹의 재계 순위를 보면 상위권은 모두 제자리를 지켰으나 중하위권의 변동이 심했던 것으로 드러났다”며 “현대중공업, 부영, STX, OCI, 웅진, 효성 등이 도약한 반면 상대적으로 금호, 동양, 코오롱, 하이트, 세아, 신세계, 현대 등은 약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30대 그룹의 계열사는 얼마나 늘었을까. <일요시사>가 30대 그룹의 계열사 수 증감 현황을 분석한 결과 2008년 2월 초 813개에서 이달 초 1182개로 369개 늘어난 것으로 파악됐다. 4년 전보다 약 45% 정도 증가한 수치로, 한 그룹당 계열사가 평균 10개 이상씩 불어난 셈이다.


MB정부 들어 세계적인 경제위기에도 불구하고 크고 작은 인수·합병(M&A)을 잇달아 성사시키는 등 왕성한 몸집 불리기의 결과란 분석이다. 한편에선 골목상권까지 침투하는 등 닥치는 대로 사업을 벌이는 무차별적인 ‘문어발 확장’을 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부 대기업은 문어발을 넘어 지네발 확장을 한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롯데 계열 35개 늘어나
금호아시아나 11개 감소

계열사를 가장 많이 불린 곳은 롯데그룹인 것으로 조사됐다. 43개에서 35개 늘어난 78개를 기록했다. 동부그룹도 28개에서 56개로 늘었다. SK그룹과 LS그룹 역시 각각 63개, 22개에서 91개, 50개로 28개씩 증가했다. 이어 LG그룹 27개(36개→63개), 삼성그룹 23개(59개→82개), 효성그룹 20개(25개→45개) 순이었다.
지난 4년간 계열사가 10개 이상 늘어난 그룹은 11곳으로 나타났다. 현대차그룹(36개→55개)과 GS그룹(54개→73개), 한진그룹(26개→45개)은 19개가 증가했다. CJ그룹(66개→84개)과 현대중공업그룹(8개→24개)은 각각 18개, 16개가 늘었다.

또 ▲한화그룹(38개→53개·15개↑) ▲동양그룹(21개→34개·13개↑) ▲현대그룹(9개→20개·11개↑) ▲부영그룹(6개→17개·11개↑) ▲STX그룹(16개→26개·10개↑) ▲현대백화점그룹(25개→35개·10개↑)도 계열사가 10개 이상 불었다.

동국제강그룹(12개→17개), 코오롱그룹(34개→39개), 신세계그룹(15개→19개), OCI그룹(15개→19개), 두산그룹(21개→24개), 대림그룹(14개→17개), 한진중공업그룹(5개→8개), KCC그룹(7개→9개), 영풍그룹(21개→23개)은 2∼5개 느는데 그쳤다.

기존의 계열사에서 증가한 비율로 따지면 현대중공업그룹(200%)이 가장 높은 것으로 집계됐다. 부영그룹(183%)과 LS그룹(127%), 현대그룹(122%), 동부그룹(100%)도 2배 이상 ‘식구’들이 늘었다. 이어 롯데그룹(81%), 효성그룹(80%), LG그룹(75%), 한진그룹(73%), STX그룹(63%), 동양그룹(62%), 한진중공업그룹(60%), 현대차그룹(53%) 순이었다.

그런가하면 오히려 계열사가 줄어든 그룹도 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35개에서 24개로 11개나 감소했다. 현대산업개발과 세아그룹은 각각 16개, 23개에서 15개, 22개로 1개씩 제외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대기업들은 사업조직재편과 기존업종 관련분야 진출, 새로운 분야 진출 등을 통해 회사들을 신규 편입하고 있다”며 “그러나 부동산업, 운수업, 도매·상품중개업, 식음료소매업, 수입품유통업, 교육서비스업 등 손쉽게 돈을 버는 비제조업 위주로 계열사들을 늘려왔다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1∼5위 상위권 모두 제자리
중하위권 치열한 순위 다툼
12개 대기업 재계 서열 추락

30대 그룹의 총자산은 평균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대통령의 취임 직후인 2008년 4월과 지난해 4월의 총자산 현황을 비교한 결과다.

삼성그룹은 144조원에서 231조원으로 87조원 늘어 자산 증가액이 가장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현대차그룹은 53조원(74조원→127조원), LG그룹은 34조원(57조원→91조원), 롯데그룹 33조원(44조원→77조원)이 불어 그 뒤를 이었다.

이어 ▲SK그룹 25조원(72조원→97조원) ▲현대중공업그룹 24조원(30조원→54조원) ▲GS그룹 16조원(31조원→47조원) ▲한화그룹 11조원(21조원→32조원) ▲STX그룹 11조원(11조원→22조원) ▲두산그룹 10조원(17조원→27조원) 순이었다.

한진, LS, CJ, 현대, 대림그룹 등 나머지 19개 그룹은 총자산이 1조∼8조원가량 증가했다. 30대 그룹에서 유일하게 총자산이 감소한 곳은 금호아시아나그룹으로 2조원(27조원→25조원)이 줄었다.


총자산 또한 증가율로 계산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자산 증가율 1위는 OCI그룹으로 150%에 달했다. STX그룹은 자산이 100% 늘었다. 현대중공업그룹과 LS그룹은 80%씩, 롯데그룹은 75%, 현대차그룹은 72%, 효성그룹은 67%가 증가했다.

삼성그룹과 LG그룹, CJ그룹, 코오롱그룹은 각각 60%의 증가율을 보였다. 또 두산그룹(59%), 현대그룹(56%), 대림그룹(56%), GS그룹(52%), 한화그룹(52%), 세아그룹(50%)도 자산이 많이 늘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30대 그룹의 매출도 마찬가지로 평균 60% 이상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1위는 단연 삼성그룹. 161조원에서 255조원으로 매출이 늘었다. 2∼3위는 현대차그룹과 SK그룹으로 각각 46조원(84조원→130조원), 43조원(69조원→112조원)이 증가했다.

이밖에 ▲LG그룹은 34조원(73조원→107조원) ▲현대중공업그룹은 29조원(21조원→50조원) ▲GS그룹은 18조원(35조원→53조원) ▲롯데그룹은 16조원(32조원→48조원) ▲LS그룹은 10조원(15조원→25조원)의 매출이 뛰었다.

한화, 한진, STX, 두산, 동부, 현대, 코오롱, CJ, 대림, 효성그룹도 2조∼8조원씩 꾸준히 매출이 늘었다. 반면 현대백화점그룹과 현대산업개발은 매출이 제자리를 맴돌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한진중공업그룹의 경우 매출이 쪼그라들었다.

삼성 자산 87조원 불어
자산증가율 1위는 OCI


매출 증가율은 현대중공업그룹(138%)이 가장 높았다. 코오롱그룹(80%)과 LS그룹(67%), KCC그룹(67%), SK그룹(62%)은 상위권에 올랐다. 삼성그룹(58%), 현대차그룹(55%), GS그룹(51%), 롯데그룹(50%), STX그룹(50%), 현대그룹(50%), OCI그룹(50%), 세아그룹(50%)도 50% 이상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했다. LG, 동부, 두산, 한화, 한진, CJ, 대림, 효성, 동국제강, 동양그룹은 40% 이상 매출이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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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