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덮친 ‘실세 사정’막전막후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2.09 1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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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임덕 쓰나미에 ‘스폰 그룹’쓸려간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박희태, 이상득, 최시중 ‘3인방’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정권 실세이자 지금은 비리 스캔들의 주인공이란 사실이다. 그렇다면 각 스캔들의 쟁점은 뭘까. 바로 ‘돈줄’이다. 실세 비리 수사에 돈줄 역할을 한 기업인들이 줄줄이 엮이는 모양새다. 검찰은 재계 인사들이 정치 거물들에게 거액을 지원한 스폰 정황을 속속 포착해 ‘사정’이 재계로 확대되는 형국이다.

‘MB맨’박희태·이상득·최시중 비리 스캔들 ‘발칵’
검, 검은돈 출처 수사력 집중…기업 자금줄 정조준

검찰의 정권 실세 비리 수사가 재계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검찰은 박희태, 이상득, 최시중 등 MB 최측근인 정계 거물 ‘3인방’의 의혹을 캐고 있다. 여기에 연루된 혐의자만 수십명. 이중 핵심고리인 ‘돈줄’에 수사가 집중되면서 기업인들이 줄줄이 서초동으로 불려가고 있다.

문병욱 회장 소환
박희태에 돈 유입

9일 전격 사퇴한 박희태 전 국회의장은 ‘돈봉투’ 의혹을 받고 있다. 2008년 한나라당 전당대회 당시 의원 등에게 돈 봉투를 돌렸다는 것이다. “박 의장 측 인사가 현금 300만원과 박 의장의 명함이 든 봉투를 두고 갔다”는 고승덕 한나라당 의원의 폭로로 시작된 이 수사는 ‘박희태 캠프’의 재정지출·자금집행 내역과 돈봉투 전달 지시 여부 및 경위 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검찰은 우선 돈봉투 자금의 출처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박 전 의장이 돈봉투를 뿌린 게 사실이라면 어디서 돈이 나왔냐는 의문이다. 검찰은 ‘기업 자금줄’을 의심하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공안1부는 지난달 30일 문병욱 라미드그룹(옛 썬앤문그룹) 회장을 소환해 박 전 의장과의 수상쩍은 자금거래 사실 여부에 대해 집중 추궁했다. 검찰은 전대 당시 박희태 캠프의 자금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문 회장 자금이 박 의장 측에 유입된 단서를 포착했다.

문 회장이 박 전 의장에게 건넨 돈은 전대를 앞두고 박희태 캠프의 재정 담당이었던 조정만 국회의장 정책수석의 계좌에서 인출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문 회장의 돈이 박 전 의장의 경선 자금으로 쓰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의원과 당협 간부 등에게 전달된 돈이 문 회장 돈인지를 확인하고 있는 것. 앞서 검찰은 지난달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라미드그룹 본사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확보했다. 이어 라미드그룹 회계 담당 간부 2명을 소환해 조사했다. 박 전 의장과 문 회장 측은 관련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돈이 오간 것은 맞지만, 경선자금과 무관하다는 게 둘의 이구동성이다.


박 전 의장 측은 “문 회장에게서 받은 돈은 전대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정당하게 받은 수임료”라며 “(박 전 의장이 문 회장과) 수임계약서를 2008년 2월에 작성했고 이모 변호사와 함께 1억원이 넘는 수임료를 3월 초까지 두 차례 나눠서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돈은 대부분 제18대 총선을 준비하는 경비로 썼다는 게 박 전 의장 측의 주장이다.

문 회장 측도 선임료라고 일축했다. 라미드그룹은 문 회장이 소환된 날 서울중앙지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문 회장이 박 의장에게 준 돈은) 정치자금이 아니다. 적법한 변호사 수임료”라며 “2008년 2월 박 의장 등 변호사 2명과 선임계약을 맺고 계약금 수천만원을 포함해 총 1억원 정도를 선임료로 줬다”고 해명했다. 문 회장 역시 검찰 조사에서 박 전 의장에 유입된 자금과 관련해 “변호사 선임료일 뿐 전대와는 관련이 없다”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룹에 따르면 라미드그룹은 2007년 12월 경기도를 상대로 양평골프장 사업과 관련된 사업계획변경승인 신청서를 제출했지만 민사상 분쟁 등을 이유로 승인이 유보됐다. 이후 2008년 2월 ‘박희태·이창훈 법률사무소’를 통해 등록체율시설업 사업계획변경승인 유보처분 취소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그룹은 “돈은 문 회장이 직접 주지 않고 회사 실무자(법무팀)가 법률사무소 사무장에게 수표로 전해줬다”며 “선임료는 문 회장의 개인 자금이 아닌 회사 자금이었다”고 주장했다. 다만 검찰이 의심하고 있는 박 전 의장의 선임계 누락 부분에 대해선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선임계에 박 의장이 빠진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고 말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부산상고 4년 후배인 문 회장은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과 함께 기업인 가운데 몇 안 되는 ‘노무현 후원인’이었다. 이런 이유로 노 전 대통령 집권 이후 대선자금과 측근비리 사건 등에 얽혀 여러 차례 수사를 받았던 문 회장은 2003년 12월 노 전 대통령의 측근들에게 대선자금을 건넨 혐의 등으로 구속, 2005년 6월 대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확정받았다. 그룹 측은 “박 의장 선임 당시는 노 전 대통령 시절 정치자금법 문제로 집행유예 기간이었다. 다시 정치자금을 건넸다는 것은 정신이 나간 짓”이라고 의혹을 반박하기도 했다.

검찰은 문 회장 외에도 전대와 관련 한나라당에 돈을 건넨 기업인이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 타깃은 전대에서 박 전 의장과 선거 공조를 했던 공성진 전 한나라당 최고위원이다. 검찰은 공성진 캠프도 몇몇 기업체로부터 거액의 자금을 지원받아 적지 않은 돈이 뿌려진 정황을 포착하고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코오롱 “불똥 튈라”
이상득 수사 예의주시


나아가 전대 후보를 겨냥한 기업들의 전방위 자금지원 공세가 있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다. 이 결과에 따라 재계에 돈 봉투 사정 한파가 몰려올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에선 최소 10여개 이상의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거액의 자금을 후원했다는 얘기가 퍼지고 있다.

박 전 의장과 함께 정국을 소용돌이로 몰아넣은 인물은 ‘MB 형님’이상득 한나라당 의원이다. 이 의원은 이국철 SLS그룹 회장(구속)의 구명로비를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검찰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 수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상한 뭉칫돈이 이 의원에게 흘러간 정황을 확인했다. 바로 코오롱그룹의 자금으로 의심되는 돈이었다.

이 의원의 전 보좌관 박배수(구속)씨의 차명 계좌에서 나온 자금의 출처를 추적해온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는 박씨의 차명계좌로 의심되는 계좌 5∼6개에서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입금된 사실을 파악했다. 이 가운데 1∼2개는 코오롱 직원의 명의였다. 박씨가 코오롱 직원 명의의 계좌를 통해 코오롱그룹으로부터 매달 수백만원씩, 모두 수천만원의 자금을 받아온 사실이 확인된 것.

검찰은 코오롱그룹이 박씨에게 정기적으로 돈을 지급할 이유가 없는 데다 차명계좌를 통해 돈을 전달한 점 등으로 미뤄 대가성 자금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추적 중이다. 이를 위해 박씨와 동료였던 코오롱그룹 계열사 상무 박모씨와 코오롱건설 부사장 출신인 권모씨 등 코오롱 전현직 임원도 조사했다.

박씨와 자금 세탁에 관여한 여비서 임모씨는 과거 코오롱그룹에서 근무한 인연으로 이 의원을 모시기 시작했다. 1961년 코오롱(당시 한국나일론)에 공채로 입사한 이 의원은 코오롱 대표이사 출신으로 박씨 역시 코오롱 출신이다. 임씨도 코오롱 사장 비서실에 근무한 경력이 있다. 박씨와 임씨는 각각 1996년, 1991년부터 이 의원을 보좌해왔다.

“돈봉투 사정 한파 덮친다!”
‘서초동 호출’줄줄이 소환

이웅열 코오롱그룹 회장은 노심초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혹시 수사 불똥이 회사로 튀지 않을까 해서다. 코오롱 측은 “회사와 무관한 개인적인 일”이라고 부인했지만, 검찰 안팎에선 “이 의원 측과 코오롱그룹간, 나아가 이 의원과 이 회장이 모종의 관계가 아니냐”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아직까지 이 의원과 이 회장의 연결고리를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MB 절친’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도 돈 문제로 머리를 싸매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박 의장과 마찬가지로 돈봉투 살포 의혹을 받고 있다. 2008년 추석(9월14일) 직전 한나라당 친이명박계 의원들에게 수백만∼수천만원씩의 돈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증언들이 쏟아지고 있다. 최 전 위원장은 최근 방통위원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의혹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검찰의 ‘예봉’을 피하지 못할 처지다.

최 전 위원장은 “저의 퇴임이 방통위가 외부의 편견과 오해로부터 벗어나는 계기가 되고 새로운 도약을 위한 디딤돌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저로 인해 방통위 조직 전체가 외부로부터 부당한 공격을 당하거나 스마트 혁명을 이끌고 미디어산업 경쟁력을 강화시킬 주요 정책들이 발목을 잡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최근 측근 비리 등이 불거지면서 상당한 심적 부담을 느낀 표정이 역력했다.

정치권에선 최 전 위원장이 뿌린 돈이 재계에서 나온 ‘검은돈’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재계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뿐만 아니다. 최 전 위원장은 ▲케이블PP(방송채널사용사업자) 선정 ▲케이블TV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 선정 ▲온미디어 인수 ▲차세대 이동통신용 주파수 할당 ▲제4이동통신 사업자 선정 ▲종편 방송 출범 등의 사업을 진행하면서 그동안 로비·특혜·뇌물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이들 사업엔 SK, CJ 등 대기업들이 오르내려 수사 결과에 따라 파장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당은 “이제 남은 것은 검찰의 엄중 수사와 사법부의 준엄한 심판만이 최 전 위원장을 기다리고 있다”며 “지난 4년간 국민을 화나게 했던 각종 불편부당한 일들과 그 측근들의 비리에 대해 대대적인 청문회를 통해 사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단체들도 “최 전 위원장이 자행해온 각종 의혹을 사퇴로 덮어져서는 안 된다”며 “그를 둘러싼 비리와 국회의원을 상대로 돈봉투 사건에 대해 검찰의 엄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최시중-재계 연계설
방송·통신업계 긴장


박희태, 이상득, 최시중 ‘3인방’은 현 정권 실세들이다. 지난 4년간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러나 지금은 비리 스캔들의 주인공으로 몰락, MB의 임기말 레임덕을 부채질하고 있다. 이 레임덕은 언제 어디로 쓰나미를 몰고 올지 모른다. 그 쓰나미 경보가 재계에 발령됐다. ‘레임덕 쓰나미’에 기업인들이 쓸려갈 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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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력 국민의힘과 봉건제 연결고리

무기력 국민의힘과 봉건제 연결고리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비판을 들을지언정 정국 대응에 일사불란하다. 이는 강성 지지층의 압박으로 형성된 중앙집권 형태의 정치 때문이다. 반면 국민의힘 의원들은 지역구에서 봉건 영주처럼 군림하는 봉건제 형태 정치를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의 무기력함은 이로부터 시작된다. 매년 국회 국정감사가 진행되면 ‘맹탕’이란 표현이 나온다. 올해도 어김없었다. 올해엔 ‘추태’란 표현도 나왔다. 미국 의회에선 상시 청문회 제도를 안착시켜 아주 촘촘한 청문회 제도를 운용한다. 이를 토대로 “정기 국정감사를 없애고, 상시 국정감사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어김없이 나왔다. 변함 없는 맹탕 국감 국민의힘은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김현지 대통령실 제1부속실장의 과거 이력과 함께 그와 이재명 대통령과의 인연을 집중적으로 추궁하려고 한다. 국민의힘은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에 당력을 기울였다. 대통령실을 피감기관으로 두고 있는 운영위원회는 물론,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도 그를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범여권에선 방어막을 쳤다. 당력을 기울여 김 실장의 국정감사 출석을 막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태도는 김 실장에 대한 각종 의혹을 키운다는 인상을 준다. 하지만 김 실장이 국정감사에 출석하더라도 국민의힘이 그에 대한 각종 의혹을 명쾌하게 밝혀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달 14일엔 민주당 박지원 의원과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반말 논란으로 설전을 벌였다. 박 의원은 법사위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와 정성호 법무부 장관을 상대로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사건 질의를 이어갔다. 박 의원이 발언 시간 초과로 마이크 전원이 나간 이후에도 계속 질의를 이어가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를 제지하려 들었다. 박 의원이 “조용히 하라”고 소리치자, 신 의원은 “왜 반말을 하느냐”고 반발했고 다시 박 의원이 “난 옛날부터 너한테 말 내렸다” 등 언쟁을 벌였다. 한술 더 뜨는 논쟁은 같은 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에서 이어졌다. 민주당 김우영 의원은 박 의원으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 문자 중엔 박 의원이 김 의원에게 “에휴, 이 찌질한 X아”라는 욕설이 들어가 있었다. 이때 박 의원의 휴대전화 번호도 고스란히 노출됐다. 이에 항의하던 박 의원은 김 의원에게 “한심한 XX는 나가”라고 소리쳤다. 박 의원은 “지난달 2일 상임위에서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방통위 관련법을 통과시킨 것에 대해 항의했더니, 김 의원이 저를 지칭해 ‘저 인간만 없으면 과방위가 좋을 텐데’라고 말했다”며 “김 의원이 시끄럽게 전화 통화까지 하길래 항의했더니, 김 의원이 욕설을 퍼붓고 멱살을 잡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의원은 제 가족 사진까지 화면에 띄우면서 저를 비판했다”며 “김 실장의 경기동부연합 연루 사실까지 폭로했더니 제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공개했다”고 강조했다. 친여 성향 무소속 최혁진 의원은 지난달 13일 조희대 대법원장을 상대로 진행된 법사위 국정감사에서 조 대법원장과 임진왜란을 일으킨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합성한 사진을 제시하면서 ‘조요토미 히데요시’라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다음 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도움되지 않았고, 조 대법원장을 국회에 불러 압박해 망신을 줬단 프레임에 갇혔다”며 “지나치게 과했다”고 지적했다. 강성 지지층 눈치에 몰아치는 민주당 특유의 봉건제…국감서도 의욕 상실 최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의 배우자 김재호 춘천지방법원장을 상대로 “나 의원의 언니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씨의 내연남 김충식씨의 새 내연녀를 소개했다”고 주장했다. 김 법원장은 “나 의원에겐 언니가 없다”고 반박하면서 최 의원에 대한 비판·조롱이 이어졌다. 최 의원은 이튿 날 진성철 대구고등법원장에게 재판소원 관련 질의를 하는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 옆에 있다가 바라보는 자세로 몸을 돌렸다. 이어 주 의원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기행을 저지르기도 했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을 맡은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국정감사 기간 중 국회 사랑재에서 딸 결혼식을 진행해 파문을 일으켰다. 최 의원이 배포한 모바일 청첩장엔 신용카드 결제 링크가 포함돼있었다. 지난달 초엔 청첩장을 과방위 소속 국회 사무처 직원들에게도 전달했다. 최 의원은 “양자역학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에 신경을 못 썼다”는 기이한 해명을 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지난달 26일엔 국회 본회의장에 앉아 보좌진에게 “축의금을 피감기관들에 돌려주라”고 지시하는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장면이 포착돼 입길에 오르기도 했다. 결혼식 축의금 50만원을 냈다가 돌려받은 사람 중 1명은 다름 아닌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였다. 청탁금지법 시행령이 지정한 경조사비 한도는 5만원이다. 여야의 정쟁 때문에 국정감사가 중단되는 등 파행이 일어나는 사례는 연례행사 중 하나다. 국정감사엔 다수의 증인·참고인이 출석한다. 이들은 각자 자신의 시간을 쪼개 출석 의무에 응했거나, 출석할 필요가 없는데도 출석한 것이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이들의 시간·일상은 아랑곳하지 않고 소모적인 정쟁을 거듭하면서 이들 증인의 시간도 잡아먹는다. 이는 국회의원 특유의 꼰대질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김 의원과 박 의원이 욕설을 주고받는 현장엔 사이버 레커들로부터 피해를 본 유튜버 쯔양이 참고인으로 출석해 있었다. 쯔양은 이들이 욕설을 주고받자 놀라는 표정을 지었고, 그 표정은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 몰아치는 사법개혁 이날 여야는 박 의원이 보낸 문자메시지에 대한 공방을 밤 늦게까지 이어갔다. 양당은 국정감사가 이어진 지난달에도 자신들의 특징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김 의원이 박 의원의 전화번호를 공개한 후 박 의원은 이날 내내 민주당 지지자들이 보내는 문자폭탄에 시달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민주당은 정청래 대표를 필두로 헌법재판소의 헌법소원 대상에 법원의 재판을 포함하는 재판소원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14명인 대법관 수를 26명으로 늘리는 방안도 밀어붙이고 있다. 지난 2017년 추진되는 듯했다가 김명수 당시 대법원장의 반대로 사그라들었던 법원행정처 폐지도 다시 추진할 조짐을 보인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5월1일 이재명 대통령의 허위 사실 공표 혐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후 민주당은 일사불란하게 대법원을 겨냥하고 있다. 대법관 수 증원은 민주당 내 사법개혁 특별위원회가 지난달 20일 확정한 방안이다. 재판소원은 민주당 김기표 의원이 당 지도부와 협의해 당론 법안으로 별도 추진할 예정이다. 일각에선 민주당의 사법개혁 방안을 일컬어 “과도하다”고 비판한다. <조선일보>는 지난달 29일 사설에서 “대법원이 이 대통령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하기 전엔 법원의 각종 숙원사업을 들어주려고 했다”며 “판결 이후 개혁을 명분으로 사법부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민주당이 추진하는 사법개혁은 아니면 말고 식으로 마구잡이로 던지는 것”이라며 “법원이 마음에 안 드는 결정을 할 때마다 단세포적으로 대응한단 느낌마저 든다”고 해석했다. 반대 진영의 날 선 지적에도 민주당은 특유의 몰아치기를 유지하고 있다. 검찰·법원 등 개혁은 민주당의 오랜 관념이다.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강성 지지층의 욕구는 몰아치기와 일부 의원들의 과도한 언행으로 이어진다. 민주당 소속이 아닌 최 의원도 대법원·국민의힘 공격 최전선에 서자, 일부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많은 후원금을 송금받았다. 하지만 국민의힘은 반대로 예의 무기력함을 유지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나름대로 ▲김 실장 관련 의혹 제기 ▲정희철 단월면장 사망 등 김건희 특검의 과잉 수사 의혹 제기 ▲10·15 부동산 대책 비판 등 문제 제기를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별다른 관심을 얻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국민의힘 특유의 무기력함이 국민에게도 고스란히 전달되기 때문이다. 이들에게선 별다른 의욕도 느껴지지 않고, 국민이 관심가질 만한 내용도 발언으로 채우지 못했다. 이는 국민의힘에서 민주당으로 옮긴 김상욱 의원이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진짜 친윤)’ 그룹의 존재를 주장한 이후 많은 사람에게 인식된 국민의힘 특유의 봉건제로부터 비롯된다. 토착 세력 주도 형태 김 의원이 주장하는 ‘언더 찐윤’은 대구·경북·강원 등 지지 기반을 지역구로 두고, 지역구 관리에만 몰두하는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을 말한다. 그에 따르면, 이들은 지역구의 왕이자 소리 없이 국민의힘을 움직이는 핵심 그룹이다. 이들은 “당권을 지켜 공천만 계속 받으면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기반을 완전히 움켜쥐고, 중앙 정치에도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토착 세력이 주도하는 정치 형태는 봉건제 정치 형태와 비슷하다. 국민의힘 내부의 봉건제는 전제 왕조 시절의 봉건제보다 후퇴한 형태라고 볼 수도 있다. 언더 찐윤 의원들이 지역구를 스스로 개척해 국민의힘의 텃밭으로 만든 게 아니기 때문이다. 봉건제가 본격적으로 작동한 중국 주나라에선 왕이 제후들에게 국가의 힘이 미치지 않는 이민족 중심 미개척지를 봉토로 하사했다. 이는 “미개척지를 개척·장악하면, 봉토로 인정해주겠다”는 취지였다. 주나라는 봉건제를 토대로 중앙의 왕이 각지의 제후들을 통제하는 통치 형태를 완성했다. 초기엔 주로 종친들을 제후로 책봉했기 때문에 가부장적 질서가 유지됐지만, 세월이 흘러 혈연 의식과 왕실의 힘이 약해지자 춘추전국시대란 난세가 열렸다. 언더 찐윤 성향 의원들은 중앙 정치에선 적당히 치적으로써 지역에서 내세울 만한 ‘사진’만 얻으면 된다. 이런 성향이 핵심 지지 기반에 퍼져 굳어지자, 국민의힘에선 이준석 전 대표와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 등이 추진했던 체질 개선이 번번이 무력화됐다. 그럴수록 당은 무기력해지고, 존재감을 잃는다. 반면 민주당에선 강성 지지자의 영향력이 매우 강하다. 그래서 의원들도 이들의 눈치를 봐야 한다. 그러면서 옳고 그름을 떠나 당론을 일사불란하게 밀어붙이는 중앙집권형 정치 형태가 만들어졌다. 이는 국민의힘 같은 무기력한 야당을 만나면 상대적인 장점으로 보일 소지가 강하다. 하지만 옳고 그름을 따질 시간과 여유를 주지 않기 때문에, 한번 어긋나면 결정적인 파국으로 연결될 위험이 있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대표였던 지난 2021년 12월 국민의힘 윤석열 당시 대선후보와 갈등하던 중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이들을 ‘봉건 영주’라고 지칭했다. 당시 이 대표는 “윤 후보가 2022년 지방선거에 출마하고 싶어하는 봉건 영주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대선을 치르고 있다”고 비판했다. 중앙 정치는 ‘사진’만 얻으면 그만? 귀족이 왕권 능가했던 백제의 끝은? 이들이 바로 훗날 김 의원이 규정한 ‘언더 찐윤’이라고 볼 수 있다. 핵심 지역 기반에서 자리 잡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중앙당으로부터 지역구를 ‘분봉’받은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분봉받은 지역구의 공작 작위를 받아 공국을 구성했다고 볼 수도 있다. 봉건제 국가에서 외침이 발생하면 제후들이 각자 군을 이끌고 와서 연합군을 구성한 후 전쟁에 나선다. 따라서 왕이 제후와 사이가 안 좋으면, 제후가 방어에 협조하지 않아 국가에 큰 위기가 닥친다. 백제 개로왕은 왕권 강화를 시도하면서 강한 영향력을 가진 기존 귀족을 배제하고, 잦은 토목공사를 강행했다. 그러던 중 고구려 장수왕이 백제를 침략해 큰 위기를 맞았다. 고구려는 공격 7일 만에 수도 한성을 함락했고, 개로왕은 고구려군에 사로잡혀 죽었다. 귀족은 아무도 개로왕을 돕지 않았고, 당시 동맹이었던 신라만 구원군을 보내는 황당한 상황이 이어졌다. 이후 백제에선 문주왕·삼근왕·동성왕 등이 연이어 귀족에게 피살당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백제 마지막 임금 의자왕은 즉위 후 친위 쿠데타를 일으켜 정적들을 추방하고, 아들 40명을 지금의 장관에 해당하는 좌평에 임명해 중앙 정계에 진출시켰다. 백제가 멸망하는 과정엔 귀족이 구원군을 제대로 보내지 않았던 영향이 있다는 설도 만만치 않게 제기된다. 실제로 영화 <황산벌>에선 이 설을 그대로 반영해 귀족이 의자왕에게 “당신이 아들 40명을 좌평에 임명했을 때, 우리의 조국은 진작 망했다”고 비웃는 장면이 묘사됐다. 중국 삼국시대 오나라도 미개척지가 많은 영토 특성 때문에 세습령병제가 시행됐다. 이는 신하가 병사를 대대로 소유하면서 마음대로 부리는 제도를 말한다. 이 때문에 오나라는 위나라·촉한의 침략은 성공적으로 막았지만, 두 나라를 상대로 한 영토 확장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었다. 신하들의 이권도 함께 걸려 있던 남방 개척은 성공적이었던 것과 비교된다. 백제와 오나라의 상황은 핵심 지지 기반을 지역구로 둔 의원들이 지역구 관리엔 능숙하지만, 중앙 정치에선 기행을 거듭하는 등 불성실한 국민의힘의 특성과 맞물린다. 국민의힘은 김문수 전 대선후보 교체 시도 등 초유의 기행을 거듭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도 대선을 앞두고 급하게 옹립된 대선후보였다. 체계적인 계획 없이 그때그때 이익에 따라 큰 선거를 치르는 국민의힘의 특성과 맞물린다. 거칠게 요약하면, 역사는 봉건제를 중앙집권제로 탈바꿈시키는 과정으로 구성된다. 이 과정에선 많은 변혁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정치인들은 끊임없이 체질 개선을 거부했다. 계획 없이 그때그때 장동혁 대표도 강경 보수 세력의 지원에 힘입어 당선됐다. 장 대표 취임 이후 국민의힘에선 혁신 담론이 아예 실종됐다. 장외투쟁에 대해선 보수 성향 신문도 “스마트폰과 각종 미디어가 발달한 시대에 웬 시대에 뒤떨어지는 일을 하느냐”고 비판했다. 이는 국민의힘 내부에 스며든 봉건제로부터 비롯된 일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국민의힘을 보면 봉건제가 보인다. 뒤집어 말하면, 봉건제를 알아야 국민의힘을 알 수 있다. 국민의힘은 정말 봉건 영주의 연합정당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