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기획]강남 신(新)재벌타운 비밀

  • 김성수 kimss@ilyosisa.co.kr
  • 등록 2012.01.25 10: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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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널린 ‘로열패밀리 아방궁’ 찾았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국내 내로라하는 로열패밀리들이 모여 사는 ‘신(新)재벌타운’이 포착됐다. 30세대에 불과한 이 빌라엔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일가가 대거 살고 있다. 특히 차익을 노린 투자 목적으로 빌라를 매입한 오너도 수두룩하다. 이들은 집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으면서 ‘돈방석’에 앉았다.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부촌’. ‘상위 0.1%’ VIP 부동산 시장에서 빠르게 입소문을 타고 있는 ‘현대판 아방궁’엔 누가 살까.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부촌’ 입소문
오너일가 대거 거주…전체 소유주 70% 유명 기업인

‘재벌 타운’ 하면 가장 먼저 한남동이 떠오른다. 명실상부 국내 최대 부촌인 한남동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명당 중 명당으로 꼽힌다. 이는 ‘상위 1%’ 재벌들이 앞 다퉈 둥지를 트는 이유다. 한남동은 ‘배산임수’와 ‘영구음수’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입지로, 한강물이 감싸고도는 데다 남산에서 서빙고동으로 연결되는 산줄기가 품어 안고 있는 형국이란 게 풍수가들의 전언. 때문에 집집마다 대대손손 재물이 가득 쌓이는 터라고 한다.

강북서 ‘남으로 남으로’
강남권 이주 재벌 2배↑

그런데 최근 대한민국 부촌 지도가 급격히 바뀌고 있다. 하나둘 ‘남으로, 남으로’ 남하를 하더니 강남에 이삿짐을 푸는 재벌들이 늘고 있다. 2005년부터 지난해 3월까지 30대 재벌그룹 총수일가 391명의 주거지를 알아보니 71명의 주소가 변경됐는데, 이중 44%(31명)가 서울 강남권으로 이주했다는 조사 결과도 있었다.
그렇다면 재벌들이 가장 많이 모여 사는 곳은 어딜까.

당연히 서초동 ‘트라움하우스’를 비롯해 삼성동 ‘아펠바움’과 ‘아이파크’, 청담동 ‘상지리츠빌카일룸’, 도곡동 ‘타워팰리스’ 등 ‘상위 0.1%’ 주택들이다. 이들 ‘현대판 아방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비싼 공동주택으로 평가되는 만큼 ‘로열패밀리’들이 모여 사는 재벌 뉴타운으로 부상한지 오래다.

부동산 전문가는 “재벌가 사람들이 새 둥지를 튼 곳은 서초동, 삼성동, 청담동, 도곡동 등 강남에 있는 국내 최고가 아파트 및 빌라”라며 “이 지역은 지난 5년 사이에 재벌의 거주가 2배로 늘어났다”고 말했다.


그러나 강남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그들만의 부촌’도 숨어있다. 그중 한곳이 바로 A빌라다. 이 빌라는 트라움하우스와 카일룸, 타워팰리스 못지않은 신(新)재벌타운으로 부상하고 있다.

실제 <일요시사>가 A빌라 전체 소유주들을 확인한 결과 절반 이상이 유명한 기업인으로 나타났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A빌라는 2개동에 각각 14가구, 16가구씩 총 30가구로 이뤄져있다. 한 세대당 230∼240㎡(약 70여평) 규모다. 이 빌라는 흔히 말하는 ‘대형 초호화’는 아니지만, 국내 내로라하는 재벌들이 거주하거나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재은 명예회장·함영준 회장 2채 보유
‘현대·GS가 3세’ 정일선·허세홍도 매입

대법원 부동산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지난 17일 현재 A빌라 소유권을 갖고 있는 대기업 오너일가는 7명이었다. 이들은 모두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오너 또는 그 가족들이다. 여기에 ‘잘나가는’ 중견기업인 11명까지 더하면 30가구 중 무려 20가구(2명 2채 소유)가 재계 인사들이 주인인 셈이다.

우선 신세계그룹 일가가 눈에 띈다. 주인공은 정재은 명예회장. 이명희 회장의 남편인 정 명예회장은 A빌라에 2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다. 2000년 12월 A빌라가 신축되기도 전 매입한데 이어 2003년 3월 추가로 사들였다. 정 명예회장이 소유한 집은 아래 위층이다.

정 명예회장은 현재 한남동에 거주하는 것으로 등기돼 있다. 이 한남동 자택은 정 명예회장이 아닌 이 회장 명의다. 1967년 이 회장과 결혼한 그는 지금까지 확인된 재산이 A빌라뿐이다. 한남동에도 이 회장과 두 자녀인 정용진 부회장, 정유경 부사장의 집만 있다. A빌라 인근의 청담동 상권도 마찬가지다. 이들 3명 소유의 부지와 건물만 있다. 정 명예회장은 2006년 9월 자신이 보유한 주식도 모두 자녀에게 증여해 개인재산이 전혀 없는 것으로 알려졌었다. 그가 A빌라를 소유하고 있는 사실이 밝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복층 구조의 A빌라 맨 꼭대기 층은 ‘애경 황태자’가 쥐고 있다.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은 2001년 2월 시행사로부터 이 빌라를 매입했다. 당초 모친 장영신 회장과 지분 1/2씩 나눠 사들였다가 2006년 8월 장 회장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개인소유가 됐다. 채 총괄부회장은 장 회장의 장남으로, 두 동생인 채동석 부회장·채승석 애경개발 사장과 함께 그룹을 이끌고 있다. 채 사장은 요즘 한창 말 많은 방송인 한성주씨의 전 남편이다.


현대가 3세도 A빌라를 보유하고 있다. 정일선 비앤지스틸 사장은 2002년 9월 이 집을 구입해 이사했다. 정 사장은 고 정몽우 현대알루미늄 회장(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4남)의 장남으로 정의선 현대차그룹 부회장, 정지선 현대백화점그룹 회장 등과 사촌지간이다. 노현정 전 KBS 아나운서의 남편 정대선 비에스앤씨 사장의 형인 그는 1996년 구자엽 LS산전 회장의 장녀 은희씨와 결혼했다.

정 사장이 사는 집 바로 위층엔 장인 구 회장이 거주하고 있다. 구 회장도 정 사장과 같은 날 A빌라를 매입했다. 구태회 LS전선 명예회장의 차남인 구 회장은 구자홍 LS그룹 회장, 구자명 LS-니꼬동제련 회장, 구자철 한성 회장 등과 형제다.

GS가 3세도 A빌라를 소유하고 있다. 집주인은 허세홍 GS칼텍스 전무다. 허동수 GS칼텍스 회장의 장남 허 전무는 2003년 2월 매매로 빌라 소유권을 확보했다. 1969년생인 점을 감안하면 34세 때 매입한 셈이다.

허 전무는 1992년 오사카전기에 입사해 IBM과 쉐브론에서 근무하다 2007년 GS칼텍스에 합류했다. 줄곧 해외법인에서 근무하다 지난해 초 국내로 돌아와서도 여수공장 생산기획 공장장으로 일하며 지방에서 지내고 있다. 현 거주지는 수원시 장안구 모 아파트로 등재돼 있다.

30가구 중 20가구
기업인이 ‘집주인’

함태호 오뚜기 창업주는 A빌라에서 편안한 노후를 보내고 있다. 올해 82세인 함 창업주는 2003년 4월 이 빌라를 사들였다. 그리고 이삿짐을 싸서 이곳으로 이주했다. 함 창업주는 2010년 3월 외아들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경영 바통을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함 창업주 자택의 윗윗집 소유주는 함 회장이다. 함 회장은 2008년 5월 김모씨로부터 A빌라 2개호를 통째로 매입했다. 그러나 함 회장은 이곳에 살고 있지 않다. 근처의 한 아파트에서 식구들과 지내고 있다.

A빌라엔 세간의 이목을 끌만 한 기업인들도 둥지를 틀고 있다. 그 첫 번째 인물은 박병엽 팬택 부회장이다. 박 부회장도 A빌라 주민이다. 그는 팬택 전성기인 2001년 2월 빌라를 매입해 3개월 뒤 강서구 등촌동에서 이사했다. 당시 부인 김봉진씨와 공동명의로 사들였다가 팬택이 기업회생절차를 밟기 직전인 2006년 6월 자신의 지분을 모두 김씨에게 증여했다. 박 부회장은 그해 12월 워크아웃에 들어갔던 팬택을 다시 맡아 지난해 말 기사회생시킨 ‘명장’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번째 인물은 박원호 디아이 회장이다. 디아이는 1955년 설립된 반도체 종합장비 제조업체로, 주로 삼성전자에 납품하고 있다. 박 회장은 연매출 1000억원대 회사 오너로 잘 알려져 있지만, 이보다 가수 싸이(본면 박재상)의 부친으로 더 유명하다. 부인 김영희씨는 서울 청담동 레스토랑 프티시즌스 사장. 박 회장은 2000년 4월 A빌라를 매입, 2002년 1월 이곳으로 전거했다.

세 번째 인물은 박인철 리한 회장이다. 박 회장은 2006년 5월부터 거주하고 있는 A빌라를 유명 여배우에게 샀다. 원래 소유자는 ‘월드스타’강수연씨. 박 회장은 2005년 11월 소유권이전청구권 가등기 설정을 통해 강씨의 집을 매입했다. 리한은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로 연매출이 600억원에 달한다.

절반가량 다른 주소지 거주
단순 투자목적 가능성 높아
막대한 차익 거둬 ‘돈방석’

중견기업 오너들도 A빌라에 거주하거나 소유하고 있다. 박헌서 한국정보통신 회장은 2000년 10월 빌라를 매입해 현재 이곳에서 지내고 있다. 백승호 대원제약 회장과 우석형 신도리코 회장은 각각 2000년 11월, 2001년 11월 빌라를 갖게 됐다. 두 사람은 이 빌라가 아닌 인근 아파트와 다른 빌라에서 살고 있다.


이외에 ▲박유상 동국실업 회장(2001년 10월 매입) ▲안의환 전진중공업 회장(2011년 11월 매입) ▲류방희 풍산건설 회장(2002년 7월 매입) ▲황선태 덴소풍성 회장(2001년 3월 매입) ▲주해성 에스피컴텍 회장(2003년 4월 매입) 등도 A빌라를 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청담동 한 부동산 중개업자는 “일반에 잘 알려지지 않은 A빌라는 트라움하우스와 타워팰리스 못지 않게 이름만 들어도 누구나 알만한 대기업 오너일가가 소유해 ‘그들만의 부촌’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유명 재계인사 명의의 가구가 20세대에 이를 정도로 많고, 전체 비율로 따지면 60%가 넘어 VIP 부동산 시장에선 신 재벌 타운으로 불린다”고 전했다.

눈여겨 볼 부분은 A빌라에 실제로 거주하는 재계 인사들이 적다는 사실이다. 이는 단순히 투자 목적일 가능성이 높은 대목이다. 실제 A빌라를 소유한 18명의 실거주지를 보면 10명은 빌라에 살고 있지만, 나머지 8명의 경우 전혀 다른 주소지에 거주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정재은 명예회장과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 허세홍 전무, 함영준 회장, 우석형 회장, 백승호 회장, 박유상 회장, 안의환 회장 등이다. 이들의 매입 시기도 빌라 준공 전이나 직후인 2000년대 초중반에 몰려있어 차익을 노린 투자로 해석이 가능하다.

여기서 생기는 의문 한 가지. 이 빌라의 가격이 그동안 얼마나 올랐냐는 것이다. <일요시사>가 확인한 결과 A빌라에 투자한 오너들은 막대한 시세차익을 통해 대박을 터뜨리면서 ‘돈방석’에 앉은 것으로 파악됐다.

건설교통부에 따르면 이 빌라 부지의 공시지가는 단위면적(㎡)당 2000년 1월 160만원대에서 지난해 1월 860만원으로 올랐다. 10년 만에 약 5배 이상 뛴 것이다. 지난해 1월 기준 정부가 산정한 A빌라의 공동주택가격은 호당 20억∼22억원에 이른다.


그러나 실거래가로 따지면 이를 훨씬 웃돈다. A빌라는 건축된 지 10년 정도 됐지만 대한민국 중심인 강남, 그중에서도 ‘노른자 중 노른자’라 할 수 있는 청담동 중심에 위치해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들은 이 일대의 실거래가가 공시가격보다 훨씬 비싸게 흥정된다고 입을 모은다. 이들에 따르면 매매가는 대략 30억원(호당) 안팎으로 추정된다. 결국 단순 계산상으로 2000∼2002년 A빌라를 매입한 오너들은 적게는 10억원에서 많게는 20억원 이상의 차익을 거머쥔 셈이다.

10년 만에 5배 올라
 실거래가는…‘대박’

한 중개업자는 “A빌라는 청담동 중심에 있어 그야말로 ‘황금빌라’라 할 수 있다”며 “얼마 전 이 빌라와 비슷한 규모의 주변 빌라가 30억원에 팔리기도 했다”고 귀띔했다. 다른 중개업자는 “최근 삼성, 신세계, 대상 등 대기업 오너일가가 청담동 일대 부지와 빌딩을 경쟁적으로 잇달아 매수하고 있다”며 “왜 그러겠는가. 일부에선 청담동 땅값이 오를 대로 올랐다는 평가가 있지만, 앞으로도 상당한 가격상승이 기대된다는 전망이 압도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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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닻 올린 이재명호 눈앞 암초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21대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서 국민은 정권교체를 선택했다. 3년 만에 정권교체를 이뤄냈지만 이재명 대통령의 앞길이 마냥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지난 3일 치러진 6·3 조기 대선서 이재명 신임 대통령은 득표율 49.42%로 역대 대통령 중 최다 득표수를 기록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41.15%,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8.34%,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는 0.98%를 각각 기록했다. 넘지 못한 과반의 벽 잠정 집계된 이번 대선 투표율은 지난 20대 대선보다 2.3%p 높은 79.4%였다. 이는 지난 1997년 투표율 80.7%를 기록한 15대 대선 이후 28년 만에 가장 높은 대선 투표율이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내란 세력을 심판하기 위한 국민의 뜨거운 의지”라고 입 모아 말했다. 지난 20대 대선서 양 후보 간의 득표율 차이는 0.7%p이었던 만큼 이번 역시 두 후보 간의 격차가 관전 포인트로 제시됐다. 지난 3일 지상파 방송 3사(KBS·MBC·SBS)가 한국방송협회와 함께 실시한 대선 출구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후보는 51.7%, 김문수 후보는 39.3%로 두 후보간의 격차는 두 자릿수로 크게 벌어졌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이 대통령의 과반이 예상됐지만, 실제 투표함을 열자 김 후보가 40%대로 진입한 반면 이 대통령은 50%를 넘지 못했다. 두 사람 간의 격차는 289만표인 8.27%p였다. 한 민주당 초선 의원 역시 출구조사 발표 직후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4%만 더 얻어서 55%로 안정 궤도를 유지하면 좋았을 것”이라며 내심 아쉬움을 비쳤다. 민주당은 선거 기간 동안 공을 들인 TK(대구·경북)서도 약세를 보였다. 선거관리위원회 개표 마감 결과 대구서 김 후보가 67.62% 득표한 반면, 이 대통령은 23.22%에 그쳤다. 경북서도 김 후보는 66.87%, 이 대통령은 25.52%로 지난 20대 대선과 비슷한 양상을 띠었다. 초유의 사태인 비상계엄으로 치러진 조기 대선임에도 격차가 크지 않고 보수 지역서 30% 벽을 넘지 못했다는 한계점이 제시된다. 40% 지지율을 등에 업은 국민의힘과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충돌은 불가피해 보인다. 이전까지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수로 법안을 통과시키면 대통령 혹은 국무총리가 거부권을 행사해 국회로 되돌리는 방식이었지만, ‘찐명’으로 꼽히는 김민석 전 최고위원이 국무총리로 내정된 마당에 더는 국민의힘이 손쓸 방법이 없다. 빗나간 출구조사…TK도 20%대 ‘뚝’ 여대야소 정국 ‘동물 국회’ 재연? 이번 하반기 국회가 역대급 ‘혐오 정치’로 얼룩질까 벌써부터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이 대통령은 거듭 통합을 강조했다. 지난 4일 국회서 열린 취임 선서식서 “분열의 정치를 끝낸 대통령이 되겠다”며 “국민 통합을 동력으로 삼아 위기를 극복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선서 누구를 지지했든 크게 통합하라는 대통령의 또 다른 의미에 따라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다”고도 말했다. 우원식 국회의장은 국민 대통합을 위해 대통령 취임 후 첫 오찬 메뉴를 비빔밥으로 준비했다. 우 의장은 “지역과 세대, 계층, 다양한 의견이 모두 대한민국이고, 서로 조화를 이루고 화합하도록 이끄는 통합력이 도약의 동력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머뭇거릴 새도 없이 이 대통령은 곧바로 업무를 시작했다. 함께 국정을 운영할 내각 구성도 시급하다. 당분간은 윤석열 전 정부 출신인 각료들과 한 지붕 밑에서 일을 해야 한다. 조기 대선서 당선된 문재인 전 대통령 또한 정부 출범 76일 만에 전원 ‘문재인의 사람들’로 불리는 국무위원과 국무회의를 진행했다. 이날에 앞서 문 전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진행했는데, 이때 통일·외교·안보 기조가 다른 박근혜정부 인사가 함께였던 만큼 제대로 된 국정 운영이 어려웠다는 푸념도 들려왔다. 이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새 내각 구성 전까지는 ‘윤석열의 사람들’과 나라를 이끌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시작으로 각 부처 장관 등 주요 인사들을 검증하기 위한 인사청문회 등 절차가 남아 있어 내각 전부를 임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된다. 어수선한 여의도 안팎 국무위원 선출을 위한 인사청문회 과정도 험난할 전망이다. 지난 3년간 이동관·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 박장범 KBS 사장 후보까지 피 튀기는 청문회가 밤낮으로 이어졌다. 공수교대가 이뤄진 이번 청문회서 국민의힘이 호락호락하게 넘어가지 않을 전망이다. 이 대통령을 둘러싼 다섯 건의 재판도 주목된다. 김혜경 여사의 법인카드 유용 논란과 대선 정국서 불거진 아들 도박 의혹도 논란이지만, 아직 털어내지 못한 본인의 재판들이 가장 큰 걸림돌이다. 법조계 등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현재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파기환송심 ▲대장동 배임 및 성남FC 뇌물 의혹 1심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혐의 1심 ▲불법 대북송금 혐의 1심 ▲위증교사 혐의 항소심 등 총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투표 하루 전날 이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꼬집으며 “설사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예정대로 열리고 대법원의 유죄 취지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벌금형 100만원 이상의 판결을 받을 경우, 두 달 안에 대선을 또다시 치러야 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가장 먼저 예정된 재판은 오는 18일에 열리는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이다. 이는 지난달 1일 대법원이 1심의 무죄 판결을 엎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사안이다. 만일 재판부가 예정대로 사건을 처리한다면 대법원의 파기환송 결정에 따라 유죄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이 확정되면 피선거권이 박탈되는데, 이때 대통령직 유지가 가능한지에 대한 논란이 예상된다. 아울러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다루는 헌법 제84조의 해석 논란도 다시 불붙을 예정이다. 막 내리는 용산 시대 민주당은 최악의 상황을 막기 위한 장치를 마련해뒀다. 대선 전부터 민주당은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의 구성 요건서 ‘행위’를 삭제하는 법률 개정안을 발의했다. 거대 여당인 민주당이 의석수로 법안을 처리할 수 있지만 국민의힘이 주장하는 ‘입법 독재’ 프레임을 우려해 속도 조절에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개방한 청와대도 풀어야 할 숙제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2년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며 영빈관과 녹지원, 상춘재 등을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없이 바로 업무를 시작하는 만큼 우선은 청와대 수리를 기다리며 용산 대통령실을 사용할 예정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 2일 유튜브 채널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 출연해 “일반적으로 이야기하면 용산으로 가는 게 맞다. 대통령실 이전은 큰 비용이 들고 시간이 오래 걸리고 고생도 심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빨리 청와대를 수리해서 그 (수리) 기간만 (용산에) 있다가 청와대로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예비 후보이던 시절에도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 질문에 “상당히 고민이다. (용산 대통령실이) 보안 문제가 매우 심각해 대책이 있어야 되는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지금 당장 어디 딴 데로 가기가 마땅치가 않다”고 밝혔다. 이어 “국민 혈세를 들여 미리 준비할 수도 없다. 그래서 보안 문제가 있긴 하지만 일단 용산을 쓰면서 다음 단계로 청와대를 신속하게 보수해 그 길로 들어가는 것이 제일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대통령은 윤 전 대통령이 사용하던 용산 집무실 환경에 “황당무계하다”고 밝혔다. 지난 4일 용산 대통령실서 가진 첫 기자회견서 “꼭 무덤 같다. 아무도 없다”며 “필기도구를 제공해 줄 직원도 없다. 컴퓨터도 없고 프린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직업 공무원 전원을 복귀시켜버린 모양”이라며 “곧바로 다시 원대복귀 명령을 해서 제자리로 복귀시켜야 할 듯싶다”고 덧붙였다. 청와대 보수가 끝나는 대로 이 대통령이 집무실을 옮길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파기환송 선거법, 재판부 의지에 달려 청와대 복구, 극우 반격…험난한 여정 대통령 집무실이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된 만큼 보안과 경호 등이 늘 지적 대상이 됐다. 관련해 한 민주당 관계자는 “청와대가 100% 개방된 건 아니기 때문에 빠르게 보안 작업을 거친다면 올해 안에는 (청와대를) 집무실로 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정부종합청사 등 제3의 장소에 임시로 집무실을 마련하는 방안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JTBC와의 인터뷰서 “국정 책임자의 불편함 또는 찝찝함 때문에 수백억, 수천억을 날리는 게 말이 되느냐”며 “잠깐 (용산서) 조심해서 쓰든지 하고 청와대를 최대한 빨리 보수해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끝나지 않은 극우와의 싸움과 테러 위협도 현재 진행형이다. 계엄 옹호, 탄핵 반대 그리고 부정선거를 주장해 온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 중심의 극우 성향 단체는 이번 대선 결과에 불복해 선동을 이어갔다. 광화문서 지지자들과 개표를 기다리던 전 목사는 출구조사 결과가 공개되자 “선거관리위원회에 쳐들어가자” “불법 선거, 부정 투표”라고 소리쳤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역시 부정선거론에 다시 불을 지피고 있어 대선이 끝난 후에도 잡음은 이어지고 있다. 황 전 총리는 용인의 한 사전투표소의 관외 회송용 봉투서 이미 기표된 용지가 나온 사례를 언급하며 “지난 대선서도 같은 현상이 발생했고 문자 그대로 부정선거의 스모킹 건”이라며 “그럼에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투표자의 자작극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선관위 시스템이 얼마든지 조작 가능해서 투표 안 한 사람을 한 사람으로 만들고 한 사람을 안 한 사람으로 만들 수 있다. 국가정보원 조사 결과와 정확히 일치한다. 이런 선관위를 도저히 믿을 수 있겠나”라며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고 말했다. 현실 부정 테러 위협 이와 관련해 여권 관계자는 “망상에 불과하다. 갈라치기 정치의 원인”이라고 일축하며 “정치 성향이 맞지 않는 분들께선 지금 시국이 어수선하다고 느낄 수 있지만, 이번 대선은 내란 세력을 심판한 국민의 선택이라는 걸 잊지 않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