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원 아들 자살로 본> 쌍용가 복잡한 가족사

‘안주인 체인지’ 족보 꼬일 대로 꼬였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아들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재계에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그의 쓸쓸한 최후를 통해 대중의 기억서 사라진 비운의 ‘쌍용가 사람들’을 재조명해봤다.

‘쌍용가 3세’가 자살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5일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차남 지강씨가 자살했다고 최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강씨는 15일 오후 7시20분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신의 오피스텔 화장실서 문고리에 목을 매 숨진 채 여자친구에게 발견됐다.

현장서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오전 2시30분께까지 여자친구와 연락이 됐다고 한다. 당시 김씨는 여자친구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자살을 암시한 뒤 연락이 끊겼다. 가족들은 지강씨의 죽음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 발견되지 않아
조용히 장례식 치러

경찰은 “(지강씨가) 이전에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타살 혐의점이 없어 자살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며 “(지강씨가) 자살할만한 동기가 있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강씨는 ‘비운의 황태자’다. 올해 34세인 지강씨는 쌍용그룹이 잘 나가던 시절 미국서도 학비가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버몬트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앞날이 훤한 재벌 3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외환위기(IMF) 당시 경영난을 겪은 쌍용그룹이 1997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암운이 드리웠다. 지강씨는 그룹 해체 직후 학업을 중단하고 휴학했다. 이후 국내로 들어와 2002년 10월 친인척 등과 함께 자본금 1억원으로 기획이벤트와 쇼핑몰 등을 하던 동아시아회사를 창업했다.

지강씨는 동아시아회사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2003년 8월 정보기술(IT) 업체 진두네트워크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수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해 두 달 뒤 주식양수도 계약이 깨졌다. 지강씨는 동아시아회사에서 나와 특별한 직업 없이 투자활동을 해왔으나 크게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지강씨는 동아시아회사를 마지막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종사했는지 불분명하다”며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을 두고선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데 현재로선 수년간 직업과 고정소득이 없었던 점에서 생활고 또는 신병 비관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쌍용가 사람들’ 지금 어떻게?
그룹 공중분해 후 각자 생활
똘똘 뭉쳐있다 뿔뿔이 흩어져

지강씨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쌍용가 사람들’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쌍용그룹이 공중분해 된 이후 어디서 뭘 하며 지낼까 하는 의문에서다. 쌍용일가는 그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가 부도 후 뿔뿔이 흩어져 각자 생활하고 있다. 거의 모두 쌍용과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 것. 3세들도 대부분 홀로 섰다.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는 부인 김미희씨와 사이에 3남3녀(인숙-의정-석원-의령-석준-석동)를 뒀다. 이들 2세 가운데 딸들은 ‘돈 걱정’없이 지내고 있다. 김 창업주의 장녀 인숙씨는 1964년 조병준 전 대한금속 사장의 장남 해형씨와 결혼했다. 


인숙씨는 미국 오클라호마대학서 신문학을 전공한 후 국민대 사회과학 교수와 학장, 불교여성개발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장식미술가로 활동 중이다. 

해형씨는 쌍용제지 사장 등을 지낸 뒤 따로 독립해 나라기획 회장으로 있다. 그의 부친 조병준씨도 김 창업주와 사돈관계를 맺은 후 쌍용양회 사장과 회장, 쌍용화재 회장 등을 지냈다.

인숙-해형 부부는 2남1녀(현진-현찬-은영)를 두고 있다. 현진씨는 언론인으로 있으며 현찬씨는 세계은행(WB) 산하 국제금융공사(IFC)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현찬씨의 경우 1990년 정석원, 장호일과 함께 015B를 결성하고 1집 앨범에 참여한 바 있다. 은영씨는 국민대 예술대 강사 등 미술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한 차녀 의정씨는 이관호 전 전북도립병원장의 차남 승원씨와 혼인했다. 무형문화재 궁중다례의식 보유자인 의정씨는 명원문화재단 이사장, 불교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다도총연합회 총재 등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국립민속박물관회 회장으로 선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승원씨는 1990년대 쌍용그룹 부회장, 쌍용정유 회장, 쌍용양회 고문 등을 지냈다. 현재 국제스키연맹총회 집행위원, 대한스키협회 명예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의정-승원 부부는 3남1녀(용훈-진휴-성훈-원희)를 두고 있다. 

용훈씨는 학원사업을, 성훈씨는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진휴씨와 원희씨는 부동산 사업 등 미국에서 기반을 잡고 있다.

3녀 의령씨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다만 1971년 숙명여고를 졸업한 후 디자인 등을 공부하고 미국서 인테리어 사업을 직접 경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관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문제는 쌍용가 2세 형제들이다. 이들은 가족사가 다소 복잡하다. 김 창업주의 3남 중 2명이나 이혼한 아픔이 있다. 그러면서 족보는 꼬일 대로 꼬였다.

“하나같이 적자·폐업”
3세들 개인사업 부진

김 창업주의 장남 김석원 전 회장은 엄한 가정교육 속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순탄한 성장가도를 걸었다. 미국 브랜다이스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전 회장은 1972년 쌍용양회 감사로 그룹에 첫 발을 내딛은 뒤 쌍용과 쌍용양회, 쌍용중공업 사장 등을 거쳐 1975년 쌍용그룹 회장에 올랐다. 

1996년엔 정계에 진출해 15대 국회의원을 지내다 1998년 그룹이 부도위기에 처하자 “구조조정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며 돌연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경영에 복귀했다.

그러나 당시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져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서 물러나 2004년부터 쌍용양회 명예회장으로 있다. 이 와중에 김 전 회장은 개인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시련도 겪어야 했다.


그는 첫째 부인과 결혼에 실패, 결국 결별했다. 둘은 성격 차이 등으로 별거에 들어간 뒤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파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81년 박문순 성곡미술관 관장과 재혼했다. 초혼이었던 박 관장은 소규모 운수업을 하던 박남표씨의 장녀. 

김 전 회장은 수도여사대(현 세종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부산 대정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박 관장과 친척의 중매로 만나게 됐다.

당시 김 전 회장은 박 관장과 재혼 전 평소 자문을 구하던 역술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는 후문이다. 첫 결혼에 실패한 만큼 재혼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역술인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김석원 회장과 자주 만나 집안 대소사와 경영 등 여러 가지를 의논했는데 본부인과의 이혼 문제도 있었다. 결국 둘은 갈라섰고, 김 회장은 혼처를 찾았다. 재혼에 대해 상담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김 회장이 교사출신의 박문순씨와 궁합을 봐달라며 찾아왔고, ‘좋다’는 조언을 했다”고 밝혀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3세들 대부분 힘겨운 홀로서기
창업주 3형제 중 장·차남 이혼
‘큰집’ 이복형제들 함께 사업도 

김 전 회장은 슬하에 4남1녀(지용-지강-지명-지태-지수)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장남 지용씨와 이번에 자살한 차남 지강씨가 본처와 사이서 태어난 자녀다. 나머지 3남 지명씨와 4남 지태씨, 외동딸 지수씨는 후처인 박 관장이 낳은 자식들이다.


지용씨는 1999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녀 유희씨(고 정몽필 전 인천제철 사장 차녀)와 수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경기초교 동기동창인 두 사람은 과거 같이 등교할 정도로 단짝이었다.  

이들 부부의 자녀도 다름 아닌 경기초교를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측근과 회사, 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라 한다.

지용씨는 2003년 10월 부동산 컨설팅과 주택건설업을 하는 올리브플래닝을 설립해 경영하고 있다. 지용씨는 이 회사 지분 40%를 보유한 대주주다. 부인 유희씨도 10%의 지분이 있다. 올리브플래닝은 지난해 24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용씨는 대구MBC 지분(22%)도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지용씨가 이복동생인 지명·지태씨와 함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업체인 태아산업을 경영 중이란 사실이다. 지용씨는 지분 34%로 최대주주, 지명·지태씨는 각각 24.9%씩 보유하고 있다.

1998년 8월 설립된 태아산업은 충북 음성에 2곳, 여주에 1곳 등 3곳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05억원에 영업이익 8억원을 올렸지만, 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명·지태 형제와 지수씨는 나이가 20대 중·후반으로 아직 별다른 외부 행보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김 창업주의 차남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도 이혼한 과거가 있다. 그룹이 와해되자 회장 자리를 내놓고 워크아웃에 들어간 쌍용건설 대표이사로 복귀한 김 회장은 1977년 이모 씨를 배필로 맞았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양측의 모친이 불교선도회서 만나 자녀들의 혼사를 얘기하다가 자연스럽게 성혼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 맨해튼 음대와 캘리포니아 예술대서 피아노를 전공한 이씨가 사업에 손대면서 사단이 났다. 이씨는 1993년 세원인테리어란 업체를 운영하다 100억원대의 부도를 냈다. 이 과정에서 사기 혐의까지 받았다.

부인 스캔들로 망신
3차례나 이혼 소송 

김 회장이 부인의 빚을 대신 갚아줬지만, 갈등이 깊어져 별거에 들어갔고 결국 파경을 맞았다. 김 회장은 2차례 이혼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1987년 3번째 이혼 소송을 냈고, 이씨는 300억원대 재산분할과 자녀 1인당 월 500만원의 양육비 청구소송으로 맞대응했다.

법원은 이듬해 김 회장이 이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을 받아들인 반면 이씨의 청구소송은 기각했다. 두 사람은 2남1녀(지성-지운-지연)를 두고 있는데, 김 회장이 세 자녀의 친권자로 지정됐다. 이중 지성씨는 16세 때인 1996년 영국의 최고 명문인 이튼스쿨 고등학교 과정에 합격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 창업주의 3남 김석동 전 쌍용증권 회장은 1986년 한상태 세계보건기구 명예사무처장의 딸 준희씨와 결혼했다. 그는 그룹 붕괴 이후 잇츠티비, 영화직물 등의 개인사업을 통해 재기를 꿈꿨으나 실패의 쓴맛을 봤다. 최근 또 다른 사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는 1남2녀(지호-지원-지영)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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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