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원 아들 자살로 본> 쌍용가 복잡한 가족사

‘안주인 체인지’ 족보 꼬일 대로 꼬였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아들이 자살한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재계에선 유서가 발견되지 않아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두고 다양한 추측이 나오고 있다. 그는 왜 극단적인 선택을 했을까. 그의 쓸쓸한 최후를 통해 대중의 기억서 사라진 비운의 ‘쌍용가 사람들’을 재조명해봤다.

‘쌍용가 3세’가 자살한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충격을 주고 있다. 경찰은 지난달 15일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의 차남 지강씨가 자살했다고 최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지강씨는 15일 오후 7시20분께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자신의 오피스텔 화장실서 문고리에 목을 매 숨진 채 여자친구에게 발견됐다.

현장서 유서는 따로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이날 오전 2시30분께까지 여자친구와 연락이 됐다고 한다. 당시 김씨는 여자친구에게 문자메시지로 연락을 주고받다가 자살을 암시한 뒤 연락이 끊겼다. 가족들은 지강씨의 죽음을 외부에 알리지 않고 조용히 장례를 치른 것으로 알려졌다.

유서 발견되지 않아
조용히 장례식 치러

경찰은 “(지강씨가) 이전에도 자살을 시도한 적이 있고 타살 혐의점이 없어 자살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며 “(지강씨가) 자살할만한 동기가 있었는지 등을 수사하고 있다”고 전했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지강씨는 ‘비운의 황태자’다. 올해 34세인 지강씨는 쌍용그룹이 잘 나가던 시절 미국서도 학비가 가장 비싸기로 유명한 버몬트대학으로 유학을 떠났다. 그때까지만 해도 앞날이 훤한 재벌 3세로 주목받았다.

하지만 외환위기(IMF) 당시 경영난을 겪은 쌍용그룹이 1997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면서 암운이 드리웠다. 지강씨는 그룹 해체 직후 학업을 중단하고 휴학했다. 이후 국내로 들어와 2002년 10월 친인척 등과 함께 자본금 1억원으로 기획이벤트와 쇼핑몰 등을 하던 동아시아회사를 창업했다.

지강씨는 동아시아회사 임원으로 재직하면서 2003년 8월 정보기술(IT) 업체 진두네트워크 인수를 추진하기도 했다. 그러나 인수 중도금을 납입하지 못해 두 달 뒤 주식양수도 계약이 깨졌다. 지강씨는 동아시아회사에서 나와 특별한 직업 없이 투자활동을 해왔으나 크게 성공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 관계자는 “지강씨는 동아시아회사를 마지막으로 구체적으로 어떤 분야에 종사했는지 불분명하다”며 “그가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을 두고선 여러 추측들이 나오고 있는데 현재로선 수년간 직업과 고정소득이 없었던 점에서 생활고 또는 신병 비관 등이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쌍용가 사람들’ 지금 어떻게?
그룹 공중분해 후 각자 생활
똘똘 뭉쳐있다 뿔뿔이 흩어져

지강씨의 자살 사건을 계기로 ‘쌍용가 사람들’도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쌍용그룹이 공중분해 된 이후 어디서 뭘 하며 지낼까 하는 의문에서다. 쌍용일가는 그룹을 중심으로 똘똘 뭉쳐 있다가 부도 후 뿔뿔이 흩어져 각자 생활하고 있다. 거의 모두 쌍용과 무관한 삶을 살고 있는 것. 3세들도 대부분 홀로 섰다.

김성곤 쌍용그룹 창업주는 부인 김미희씨와 사이에 3남3녀(인숙-의정-석원-의령-석준-석동)를 뒀다. 이들 2세 가운데 딸들은 ‘돈 걱정’없이 지내고 있다. 김 창업주의 장녀 인숙씨는 1964년 조병준 전 대한금속 사장의 장남 해형씨와 결혼했다. 


인숙씨는 미국 오클라호마대학서 신문학을 전공한 후 국민대 사회과학 교수와 학장, 불교여성개발원 원장 등을 역임했다. 현재 장식미술가로 활동 중이다. 

해형씨는 쌍용제지 사장 등을 지낸 뒤 따로 독립해 나라기획 회장으로 있다. 그의 부친 조병준씨도 김 창업주와 사돈관계를 맺은 후 쌍용양회 사장과 회장, 쌍용화재 회장 등을 지냈다.

인숙-해형 부부는 2남1녀(현진-현찬-은영)를 두고 있다. 현진씨는 언론인으로 있으며 현찬씨는 세계은행(WB) 산하 국제금융공사(IFC) 매니저로 근무하고 있다. 현찬씨의 경우 1990년 정석원, 장호일과 함께 015B를 결성하고 1집 앨범에 참여한 바 있다. 은영씨는 국민대 예술대 강사 등 미술 작가로 명성을 떨치고 있다.

이화여대 음대를 졸업한 차녀 의정씨는 이관호 전 전북도립병원장의 차남 승원씨와 혼인했다. 무형문화재 궁중다례의식 보유자인 의정씨는 명원문화재단 이사장, 불교 조계종 중앙신도회장, 다도총연합회 총재 등을 맡고 있다. 지난 3월 국립민속박물관회 회장으로 선출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승원씨는 1990년대 쌍용그룹 부회장, 쌍용정유 회장, 쌍용양회 고문 등을 지냈다. 현재 국제스키연맹총회 집행위원, 대한스키협회 명예회장 등으로 활동 중이다. 의정-승원 부부는 3남1녀(용훈-진휴-성훈-원희)를 두고 있다. 

용훈씨는 학원사업을, 성훈씨는 컴퓨터 관련 사업을 하고 있다. 진휴씨와 원희씨는 부동산 사업 등 미국에서 기반을 잡고 있다.

3녀 의령씨는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다만 1971년 숙명여고를 졸업한 후 디자인 등을 공부하고 미국서 인테리어 사업을 직접 경영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가족 관계는 확인되지 않는다.

문제는 쌍용가 2세 형제들이다. 이들은 가족사가 다소 복잡하다. 김 창업주의 3남 중 2명이나 이혼한 아픔이 있다. 그러면서 족보는 꼬일 대로 꼬였다.

“하나같이 적자·폐업”
3세들 개인사업 부진

김 창업주의 장남 김석원 전 회장은 엄한 가정교육 속에서 엘리트 교육을 받고 순탄한 성장가도를 걸었다. 미국 브랜다이스대학 경제학과를 졸업한 김 전 회장은 1972년 쌍용양회 감사로 그룹에 첫 발을 내딛은 뒤 쌍용과 쌍용양회, 쌍용중공업 사장 등을 거쳐 1975년 쌍용그룹 회장에 올랐다. 

1996년엔 정계에 진출해 15대 국회의원을 지내다 1998년 그룹이 부도위기에 처하자 “구조조정을 직접 진두지휘하겠다”며 돌연 정치활동을 중단하고 경영에 복귀했다.

그러나 당시 회삿돈 수백억원을 횡령한 것으로 밝혀져 책임을 지고 경영일선서 물러나 2004년부터 쌍용양회 명예회장으로 있다. 이 와중에 김 전 회장은 개인적으로 감내하기 어려운 시련도 겪어야 했다.


그는 첫째 부인과 결혼에 실패, 결국 결별했다. 둘은 성격 차이 등으로 별거에 들어간 뒤 끝내 회복하지 못하고 파경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1981년 박문순 성곡미술관 관장과 재혼했다. 초혼이었던 박 관장은 소규모 운수업을 하던 박남표씨의 장녀. 

김 전 회장은 수도여사대(현 세종대) 교육학과를 졸업하고 부산 대정중학교 교사로 재직 중이던 박 관장과 친척의 중매로 만나게 됐다.

당시 김 전 회장은 박 관장과 재혼 전 평소 자문을 구하던 역술인을 찾아가 조언을 구했다는 후문이다. 첫 결혼에 실패한 만큼 재혼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 역술인은 자신의 자서전에서 “김석원 회장과 자주 만나 집안 대소사와 경영 등 여러 가지를 의논했는데 본부인과의 이혼 문제도 있었다. 결국 둘은 갈라섰고, 김 회장은 혼처를 찾았다. 재혼에 대해 상담하기도 했다. 그러던 중 김 회장이 교사출신의 박문순씨와 궁합을 봐달라며 찾아왔고, ‘좋다’는 조언을 했다”고 밝혀 세간의 시선을 끌었다.

3세들 대부분 힘겨운 홀로서기
창업주 3형제 중 장·차남 이혼
‘큰집’ 이복형제들 함께 사업도 

김 전 회장은 슬하에 4남1녀(지용-지강-지명-지태-지수)를 두고 있다. 이 가운데 장남 지용씨와 이번에 자살한 차남 지강씨가 본처와 사이서 태어난 자녀다. 나머지 3남 지명씨와 4남 지태씨, 외동딸 지수씨는 후처인 박 관장이 낳은 자식들이다.


지용씨는 1999년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손녀 유희씨(고 정몽필 전 인천제철 사장 차녀)와 수년간의 연애 끝에 결혼식을 올렸다. 경기초교 동기동창인 두 사람은 과거 같이 등교할 정도로 단짝이었다.  

이들 부부의 자녀도 다름 아닌 경기초교를 다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자녀의 신원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의 측근과 회사, 학교 관계자 등에 따르면 현재 이 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라 한다.

지용씨는 2003년 10월 부동산 컨설팅과 주택건설업을 하는 올리브플래닝을 설립해 경영하고 있다. 지용씨는 이 회사 지분 40%를 보유한 대주주다. 부인 유희씨도 10%의 지분이 있다. 올리브플래닝은 지난해 24억원의 적자를 냈다. 지용씨는 대구MBC 지분(22%)도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지용씨가 이복동생인 지명·지태씨와 함께 고속도로 휴게소 운영 업체인 태아산업을 경영 중이란 사실이다. 지용씨는 지분 34%로 최대주주, 지명·지태씨는 각각 24.9%씩 보유하고 있다.

1998년 8월 설립된 태아산업은 충북 음성에 2곳, 여주에 1곳 등 3곳의 고속도로 휴게소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405억원에 영업이익 8억원을 올렸지만, 1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지명·지태 형제와 지수씨는 나이가 20대 중·후반으로 아직 별다른 외부 행보가 감지되지 않고 있다.

김 창업주의 차남 김석준 쌍용건설 회장도 이혼한 과거가 있다. 그룹이 와해되자 회장 자리를 내놓고 워크아웃에 들어간 쌍용건설 대표이사로 복귀한 김 회장은 1977년 이모 씨를 배필로 맞았다. 독실한 불교신자인 양측의 모친이 불교선도회서 만나 자녀들의 혼사를 얘기하다가 자연스럽게 성혼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결혼 생활은 오래가지 못했다. 미국 맨해튼 음대와 캘리포니아 예술대서 피아노를 전공한 이씨가 사업에 손대면서 사단이 났다. 이씨는 1993년 세원인테리어란 업체를 운영하다 100억원대의 부도를 냈다. 이 과정에서 사기 혐의까지 받았다.

부인 스캔들로 망신
3차례나 이혼 소송 

김 회장이 부인의 빚을 대신 갚아줬지만, 갈등이 깊어져 별거에 들어갔고 결국 파경을 맞았다. 김 회장은 2차례 이혼 소송을 냈다가 취하하는 등 우여곡절 끝에 1987년 3번째 이혼 소송을 냈고, 이씨는 300억원대 재산분할과 자녀 1인당 월 500만원의 양육비 청구소송으로 맞대응했다.

법원은 이듬해 김 회장이 이씨를 상대로 낸 이혼소송을 받아들인 반면 이씨의 청구소송은 기각했다. 두 사람은 2남1녀(지성-지운-지연)를 두고 있는데, 김 회장이 세 자녀의 친권자로 지정됐다. 이중 지성씨는 16세 때인 1996년 영국의 최고 명문인 이튼스쿨 고등학교 과정에 합격해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김 창업주의 3남 김석동 전 쌍용증권 회장은 1986년 한상태 세계보건기구 명예사무처장의 딸 준희씨와 결혼했다. 그는 그룹 붕괴 이후 잇츠티비, 영화직물 등의 개인사업을 통해 재기를 꿈꿨으나 실패의 쓴맛을 봤다. 최근 또 다른 사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진 그는 1남2녀(지호-지원-지영)를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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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