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 칠 때 떠나는 ‘달인’ 김병만

노력하는 ‘작은 거인’ “목숨 걸고 웃겼다”

[일요시사=송응철 기자] 김병만이 KBS 2TV <개그콘서트>의 간판 코너인 ‘달인’을 떠난다. 지난 2007년 첫 방송 이후 3년11개월만이다. 달인은 그간 숱한 부침 속에서도 꾸준하게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아왔다. 그런 달인을 떠나보내는 시청자들의 표정엔 아쉬운 기색이 역력하다. 섭섭하기는 김병만도 마찬가지. 달인이야말로 지금의 김병만을 만들어 준 코너기 때문이다. 박수를 받으며 떠나가는 김병만이지만 그 뒷모습이 사뭇 쓸쓸해 보이는 이유다.

두개골 골절에도 노동판 전전하며 생계유지
소싯적 개그맨 꿈 이루기 위해 무작정 상경

김병만은 전북 완주군 화산면의 작은 산골마을의 가난한 집 장남으로 태어났다. 그야말로 찢어지게 가난했다. 여기에 아버지가 영농자금을 빌려 시작한 하우스 농사를 태풍으로 망치면서 가세는 완전히 기울었다. 집안이 빚더미에 올랐다.

산골마을 찢어지게
가난한 집 장남

어머니는 식당 허드렛일로 집안을 책임져야 했고, 누나는 중학교도 졸업하지 못한 채 봉제공장에 다녀야 했다. 두 여동생의 생활 역시 다르지 않았다. 김병만도 고교 졸업과 함께 건설현장 막일을 피할 수 없었다. 4층 건물에서 떨어져 두개골이 골절되는 중상에도 가족의 생계를 위해 다시 아파트 현장으로 향해야 했다.
김병만의 꿈은 어릴 적부터 개그맨이었다. 어느 날 우연히 던진 말에 사람들이 웃는 것을 보고 너무 행복했던 기억이 계기가 됐다. 김병만은 19세가 되던 해,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단돈 30만원을 손에 쥔 채 무작정 서울행 버스에 몸을 실었다.

하지만 개그맨이 되는 것이 생각처럼 쉽지만은 않았다. 건물철거, 신문배달, 보조출연 등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며 개그맨 시험에 올인 했지만 생활이 녹록치 않았다. 방세가 없어서 무술체육관 바닥에 몸을 뉘어야 했고, 라면 살 돈이 없어 라면 하나를 사골처럼 고아서 먹기도 했다.

이렇게 배고픈 생활 속에서도 끊임없이 개그맨 공채시험에 도전했다. 그러나 그 때마다 결과는 번번이 실패로 돌아갔다. 김병만은 MBC와 KBS 공채 개그맨 시험에서 각각 4번, 3번씩 모두 7번 고배를 마셨다.

주변에서는 158.7cm의 작은 키 때문에 방송출연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며 어머니 가슴에 못을 박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수면제 40알을 사들고 포기하려고 생각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김병만은 거듭된 실패 속에 스스로 체득한 교훈으로 자기 삶에 최선을 다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뜻이 있는 자에게는 길이 있었다. 김병만은 지난 2002년 여덟 번째 만에 개그맨 합격 통보를 받고 KBS 17기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했다. 그야말로 칠전팔기인 셈이었다. 김병만은 벅차오르는 감격에 말없는 눈물을 흘렸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꿈에도 그리던 개그맨이 됐지만 방송 출연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그래도 김병만은 불평하지 않았다. 대신 항상 웃길 준비를 했다. 동료 개그맨들이 방송에 나가 웃음을 주며 대중의 사랑을 받을 때에도 무대 뒤편에서 묵묵히 웃음의 무기들을 갈고 닦았다.

그런 김병만의 화려한 날갯짓이 시작된 건 지난 2007년 KBS2 <개그콘서트>의 한 코너인 달인을 맡으면서다. 당초 이 코너에 대한 제작진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과거에도 비슷한 포맷의 코너들이 있었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의 반대에도 김병만은 달인을 밀어붙였고 보기 좋게 성공했다.

달인에서 김병만은 트램펄린의 달인, 추위를 못 느끼는 오한의 달인, 흡입의 달인, 몸 그림의 달인, 링 위의 달인, 미각을 못 느끼는 달인, 잠수의 달인 등을 연기하며 그간 쌓아 올린 무기를 아낌없이 선보였다.

스탠딩 개그가 대세일 때 그는 슬랩스틱 개그로 시청자에 웃음을 선사했다. 외줄과 외발자전거 타기는 물론 각종 격투기와 묘기에 가까운 차력쇼 등 신기에 가까운 슬랩스틱 코미디를 보여줬다.

수많은 부상조차도
그에겐 영광의 상처

상상을 초월한 개인기와 관객반응과 상황에 따른 기막힌 애드립, 허를 찌르는 코믹 연기 등 매회 달라지는 달인을 보며 수많은 시청자들은 갈채를 보냈다. 2분짜리 브리지 코너로 시작한 달인이 <개콘>의 최고 인기코너로 자리 잡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단순히 뛰어난 개인기와 코믹 연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매회 고도의 육체적 고통과 어려움을 동반하는 달인 아이템을 완벽하게 소화하기위해 온몸을 던지는 김병만의 노력과 피눈물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실제 김병만이 매주 달인을 위해 들인 노력은 매우 특별하다. 그의 사무실에는 외발자전거가, 차 안에는 카우보이들이 쓰는 채찍이 항상 준비돼 있다. 달인 코너를 준비하기 위한 트레이닝은 이미 생활이 됐다. 5분 남짓한 꼭지를 위해 1주일 내내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구르고, 맞고, 뛰는 만큼 그의 몸은 휘어지고, 부러지고, 뒤틀렸다. 하지만 이마저도 그에겐 영광의 상처다. 달인이 김병만에 의한, 김병만을 위한, 김병만의 코너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웃음을 위한 그의 끝없는 노력은 김연아와 함께 하는 SBS <키스 앤 크라이>에서도 잘 드러난다. 김병만은 첫 번째 경연 당시 인대부상에도 불구하고 여자 파트너와 놀라운 호흡으로 멋진 연기를 선보여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기립박수를 받았다. 평발이라는 약점과 스케이트를 처음 타보는 악조건에서도 혹독한 연습을 거듭한 결과다.

8번 만에 공채 합격했지만 출연 못해
뼈와 살 깎는 노력 끝에 최고의 개그맨

당시 연기를 끝내고 심사평을 듣는 순간 김병만은 심사위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무릎을 꿇은 채 심사평을 들었다. 김병만은 “난 정말 꾀병 같은 건 부리기 싫다. 너무 너무 죄송한데 도저히 서 있을 수 없었다. 연기할 땐 모르지만 연기가 끝나면 통증이 한꺼번에 몰려온다”고 말해 시청자도 울리고 김연아도 울렸다.

주위에선 몸으로 하는 게 한계가 있지 않느냐는 이야기도 많이 듣는다. 하지만 김병만은 힘  닿는 데까지 ‘몸으로 웃기는’ 개그맨으로 남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말로 웃기는 개그맨’으로 이미지 변신을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단언했다.

김병만은 이처럼 선천적인 몸개그와 뛰어난 운동감각, 지독한 연습과 노력, 그리고 초심을 잃지 않는 자세로 웃음의 포인트를 가장 잘 잡는 예능인으로, 그리고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뛰어난 코믹 연기력을 갖춘 이시대의 최고의 광대로 우뚝 섰다. 이를 바탕으로 김병만은 2009년 제45회 백상예술대상 TV부문 남자예능상과 제21회 한국PD대상 코미디부문 출연자상, 2010년 KBS연예대상 코미디부문 남자최우수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누렸다.

그동안 쉴 새 없이 달려온 김병만은 지금의 자신을 있게 해준 달인을 떠난다. 지난 2007년 12월 첫 선을 보인 후 4년여만이다. 이날 마지막 녹화를 마친 김병만은 “달인은 인생의 가장 큰 선물”이라며 “여기까지 올 줄은 생각도 못했다. 참 길게 왔구나라는 생각이 든다”는 소회를 밝혔다.

그는 벌써 새로운 시작을 고민 중이었다. 김병만은 “(개콘을) 관두는 분위기처럼 됐는데 아니다. 다시 또 새로운 코너를 준비할 것”이라면서 “달인을 이길 수 있는 코너를 선보여야 할 것 같아 부담이 크다. 복귀는 2~3주 뒤가 될 수도 있고, 빠르면 다음 주가 될 수도 있다”고 전했다. 김병만은 새로운 코너에서도 달인에서 호흡을 맞춘 류담, 노우진과 함께할 계획이다.

웃음 위한 노력
‘현재진행형’

빚더미 아버지, 식당일 하는 어머니, 봉제공 누나, 그리고 노가다 김병만. 이것이 젊은 시절의 그를 규정했던 가혹한 현실이다. 그러나 깊은 아픔 속에서도 그는 화려한 꽃을 활짝 피워 냈다. 최고의 개그맨으로 저 높은 곳에 우뚝 섰다. 그럼에도 관객들에게 더욱 큰 웃음을 주기 위한 그의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저는 거북이입니다. 언제 도착할지는 모를지언정 쉬거나 포기하지는 않았습니다. 뱁새가 황새 따라갈 수 있습니다. 그만큼 더 빨리 움직이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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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