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어와 악어새’ 재벌총수-조폭두목 비화 대공개

대기업 회장 회칼 맞을 뻔 했다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겁 없이 설치는 조폭들이 극성인 가운데 재계와 주먹계에 총수-조폭간 비화들이 회자되고 있다. 조폭들은 돈을 따라 움직인다. 돈 하면 재벌 총수. 그러기에 총수와 조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총수와 조폭이 엮인 사건들과 그동안 드러나지 않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통해 그들만의 애증관계를 들여다봤다.

‘돈으로 엮인’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 관계
오너 관련 폭행 사건에 십중팔구 ‘형님’연루


2007년. 그해 내내 대한민국을 뒤흔든 사건이 일어났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복 폭행’사건이다. 김 회장은 강남의 한 술집에서 차남이 폭행당한 데 격분해 자신의 아들을 때린 북창동 술집 종업원 등을 찾아 폭행했다.

당시 조폭도 동원됐었다. 사건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사람은 ‘맘보파’두목 오모씨. 오씨는 1980년대 김태촌이 두목인 ‘서방파’의 계보를 잇는 ‘범서방파’의 부두목급 출신으로, 일부 조직원과 목포지역 조폭을 규합한 ‘맘보파’를 구성해 ‘범서방파’의 방계조직 두목으로 활동한 거물급 조폭이다.

“정치인보다 재벌이
더 조폭과 가깝다”

김 회장은 한화 관계자의 호출을 받고 달려 나온 오씨를 앞세워 복수극에 나섰다. 오씨는 ‘보복폭행’당일 피해자들을 찾아주고, 부하 20여명을 폭행현장에 동원했다. 그리고 그 대가로 3∼4차례에 걸쳐 2억8000여만원을 받았다. 오씨는 경찰이 수사에 나서자 해외로 도피했다가 입국해 구속, 징역 1년과 추징금 1억4500만원을 선고받았다.

이듬해에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2008년 1월 국내 유명 제화업체 창업주의 아들 이모씨가 폭력을 휘두르다 구속된 것. ‘무법 황태자’는 조직폭력배를 동원해 배신한 동업자를 응징했다.

이씨는 컴퓨터 프로그래머 박모씨에게 기술 개발 명목으로 투자하게 됐고, 돈을 떼이자 대구지역 조폭 2명을 고용해 박씨를 무차별 폭행했다. 이들은 박씨의 무릎을 꿇게 한 뒤 청테이프로 손과 눈을 감고 각목으로 때렸다.

커다란 고무통에 물을 담아 머리를 넣었다 빼는 물고문을 가하기도 했다. 아내와 유치원생 아들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가족이 어떻게 될지 잘 생각해보라”고 협박까지 했다. 이씨 일당은 갈비뼈가 부러지는 등 전치 5주의 상해를 입은 박씨의 신고로 결국 덜미가 잡혔다.

최근 큰 이슈가 되고 있는 ‘피죤 폭행’사건에도 조폭이 연루돼 있다. 이은욱 전 피죤 사장은 지난 9월 자신의 집 앞에서 괴한들에게 피습을 당했다. 회사와 각을 세우고 있는 이 전 사장을 혼내주기 위한 이윤재 피죤 회장의 계획이었다.

이 회장은 김모 피죤 이사를 통해 광주 ‘무등산파’행동대원 오모씨 등 조폭 3명에게 3억원을 주고 이 전 사장을 폭행하도록 지시했다. 또 나중에 이들의 도피도 도왔다. 이 회장은 청부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앞서 ‘무등산파’조직원들은 구속됐으며, 행동대장 오씨는 도피해 행방이 묘연한 상태다. ‘무등산파’는 ‘OB동재파’두목 이동재의 수하들이 결성한 조직이다. 이동재는 광주에서 상경해 ‘OB동재파’를 결성한 뒤 조양은의 ‘양은이파’와 피의 전쟁을 벌이는 과정에서 피습을 당해 불구가 됐는데, 이후 이동재가 지하세계에서 은퇴하자 ‘OB동재파’의 부두목과 행동대장, 조직원들은 광주로 낙향해 다시 ‘무등산파’를 재건했다.

총수와 조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불가분의 관계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폭들은 돈을 따라 움직이고, 돈 하면 재벌 총수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총수들은 힘이 필요하고, 조폭들은 돈이 필요한 ‘악어와 악어새’관계가 성립하는 셈이다. 총수가 관련된 폭행 사건에 조폭들이 자주 등장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전직 한 조폭은 “재벌과 조폭은 서로 돕고 도와주는 상부상조의 관계로 보면 된다. 어찌 보면 정치인보다 재벌이 더 조폭과 가깝다”며 “재벌은 돈이 있고, 조폭은 돈을 따라간다. 반대로 조폭은 힘이 있고, 재벌은 힘을 필요로 한다. 따라서 당연히 유착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 그룹 오너 A회장은 조폭들을 동원해 청부폭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피해자 이모씨는 A회장의 험담을 하고 다니자 자신의 입을 막기 위해 A회장의 사주를 받은 조폭들에게 수차례에 걸쳐 집단 구타와 협박을 당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씨가 지목한 폭력조직은 전국적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는 ‘○○파. 이 조직 두목급 조모씨가 폭행을 주도했다는 게 이씨의 전언이다. 만약 이씨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조폭 영화 또는 소설에서나 나올 법한 한마디로 기가 막힌 사건이다. 이씨는 수사 당국에 여러 차례 조사를 의뢰했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파’행동대원 1명만 벌금형 처벌을 내린 약식기소 선에서 수사가 마무리됐다.

조직 스폰서설 돌아
제주는 ‘조폭 천국’

이 행동대원은 법원의 판결 후 곧바로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씨가 폭력 사건 배후로 지목한 A회장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모 기업 B회장은 ‘△△△파’단골 고객이다. 주주총회가 열릴 때마다 거액을 주고 이 폭력조직을 고용하고 있다. 소액주주들로부터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다. 이 회사는 B회장의 지분과 다른 주주들의 지분이 비슷해 주총만 열리면 큰 소동이 벌어진다.

지난해에도 그랬다. 어김없이 검은 정장의 ‘형님’들이 주총장을 막아섰고, 이를 뚫으려는 주주들간 몸싸움이 일어났다. 경찰은 ‘△△△파’행동대장 등 조직원 수십명을 검거했지만, 올해 열린 주총엔 또 다른 폭력조직이 등장했다. B회장이 다른 조직과 손을 잡은 것이다.

‘△△△파’와 라이벌 관계인 이 조직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족보’에도 없던 군소 조직이었다. 하지만 ‘△△△파’가 와해된 사이 돈 되는 일들을 독점하면서 사세를 확장해 지금은 조직원이 수백명에 이르는 거대 조직으로 성장했다. 일각에선 B회장이 조직의 스폰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제주도에선 조폭들이 물을 만났다. 각종 개발사업이 한창인 데다 카지노가 속속 들어서면서 러브콜이 잦아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조직간 밥그릇 싸움도 치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골 조직’ 와해되자 다른 조직과 손잡아
‘회장실 피습’ 사건 회자 잘 지내다 등 돌리기도


최근 한 특급 호텔의 카지노 영업권을 둘러싼 이권다툼이 대표적이다. 전·현직 경영진이 각각 폭력조직을 고용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기존 경영진과 새로운 경영진의 마찰이 폭력사태로 비화된 것이다. 급기야 두 조직의 행동대원 수십명이 뒤엉키는 집단 난투극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청 조직폭력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제주엔 유탁파, 산지파, 땅벌파 등 3개 조직에 133명의 조직원이 있다. 지역별로는 조직수와 조직원수가 전국에서 가장 적지만, 시민 1인당 조폭수로 따지면 0.00023명으로 전국 평균(0.00011명)의 2배가 넘는다.

항상 조폭이 총수의 앞잡이 노릇만 하는 것은 아니다. 때론 갈등을 빚기도 하고, 때론 배신을 하기도 한다. 심지어 조폭이 총수를 협박하는 아찔한 상황까지 연출된다.

재벌 총수와 조폭 두목간 비화들 중에서 가장 눈에 띄는 비하인드 스토리는 ‘회장실 피습’사건이다. 그 내용을 요약하면 이렇다. 꽤 유명한 레저 재벌인 C회장은 몇년 전 강남에 호텔을 지었다. 그는 건축 당시 호텔 지하에 대형 나이트클럽을 오픈해 직접 운영하려고 마음먹었다. 하지만 이를 노린 폭력조직 ‘□□파’와 ‘◇◇파’가 맞붙었다. 모두 강남에서 활동 중인 두 조직이 나이트클럽 운영권을 놓고 충돌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 칼부림 등의 유혈 난투극이 벌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전쟁에서 이긴 ‘□□파’조직원 수십명은 C회장을 찾아가 회칼을 들이대며 “운영권을 넘기라”고 협박했다. 한동안 밤잠을 이루지 못한 C회장은 아예 나이트클럽 생각을 접었고, 대신 ‘□□파’부두목급을 호텔 ‘바지 간부’로 채용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또 나이트클럽 자리에 초대형 룸살롱을 차려놓고 관리를 ‘□□파’에 맡겼다.

“운영권 넘겨라”
칼 들이대고 협박

그런데 이런 우여곡절을 겪은 C회장의 호텔에 최근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파’부두목 자리에 전쟁에서 무릎을 꿇은 ‘◇◇파’두목이 앉았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C회장이 신변에 위협을 받았다는 소문과 ‘◇◇파’의 호텔 접수설, 나이트클럽 재개설 등이 호텔 업계에 나돌고 있다.

한때 호형호제할 만큼 잘 지내다 등을 돌린 총수와 조폭도 있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 오너인 D회장은 전국구급 거대 조직을 거느린 한 조폭 두목과 각별한 사이였다. 하지만 사소한 오해로 둘은 원수지간이 됐다.

D회장은 이 조폭이 동종업계의 다른 재벌 총수와 더 가깝게 지내자 뭔가 꿍꿍이가 있다고 판단해 ‘작업’에 나섰다. 검찰에 줄을 대 조폭을 구속시킨 것이다. 이 조폭은 출소 후 D회장을 찾아가 “다시는 오해할 짓을 하지 않겠다”며 손이 발이 되도록 싹싹 빌었다는 후문이다. 주먹계엔 “조폭이 D회장 일가를 협박해 수억원을 갈취했다”는 소문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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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