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탈세 의혹’ 연예인 리스트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29 10:13:34
  • 호수 1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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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꼭 숨겨둔 ‘톱스타 비자금’ 턴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창민 기자 = 그동안 연예인 탈세는 좀처럼 수면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최근 국세청이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대기업·중견기업 사주 일가를 비롯해 의사와 교수, 연예인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하면서 연예계 탈세가 수면 위에 올랐다. 거물급 연예인들이 탈세로 거론되고 있다. 그동안 탈세로 구설에 올랐던 연예인들을 짚어봤다. 
 

지난 9월부터 국세청이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대기업·중견기업 사주 일가를 비롯해 의사와 교수, 연예인 등 93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진행 중이다. 국세청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하거나 해외 현지법인과 정상거래 위장 등으로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 65개와 개인 28명에 대한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조사 대상에는 대기업·대자산가 외에 해외 투자나 해외 소비 시 돈의 출처가 불분명한 중견기업 사주 일가, 고소득 전문직 등이 포함됐다. 고소득 의사·교수 등과 일부 펀드매니저, 연예인도 조사 대상에 들어갔다. 

세금 안 내고…
조세도피처로?

국세청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하거나 미신고 해외 계좌를 이용해 국외로 재산을 도피한 사례, 해외 현지법인을 이용한 비자금 조성과 편법 상속·증여 등의 혐의를 들여다보고 있다.

이번 조사 대상은 탈세 제보, 외환·무역·자본거래, 국가 간 금융정보 교환 자료, 해외 현지 정보 등을 종합 분석해 선정됐다. 특히 이번에는 조세회피처인 케이만군도와 BVI(영국령 버진아일랜드)로부터 받은 금융 정보를 활용했다.


국세청은 올해엔 금융 정보를 제공받는 국가가 스위스를 포함, 78개국서 98개국으로 확대될 예정인 만큼 조사 효율성도 더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까지 역외탈세 조사는 대기업·대재산가 위주로 이뤄졌지만 이번에는 중견기업 사주 일가와 연예인 등 고소득 전문직까지 검증 대상이 확대됐다.

역외탈세 자금의 원천이 국내 범죄 혐의와 관련된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세청은 범죄 혐의와 관련된 내용은 정부 차원의 '해외 불법재산환수 합동조사단'과 공조해 조사를 벌일 방침이다.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탈세는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를 통한 단순 소득·재산 은닉서 지주회사 제도 등을 악용해 탈세한 자금을 재투자하는 방식으로 복잡해지는 추세다. 친인척 등의 미사용 계좌를 이용한 재산 은닉은 미신고 해외신탁·펀드를 활용하거나 차명 해외법인의 투자금으로 자금을 세탁하는 방식으로 은밀해지고 있다. 

탈세 유형이 이전보다 더 다양하고 복잡하게 진화한 배경에는 전문가 집단의 적극적인 조력이 있는 것으로 국세청은 판단하고 있다.
 

그동안 세무조사 대상에 오른 연예인들의 이름은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다. 

김명준 국세청 조사국장은 지난 지난달 1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서 “조사받는 유명 연예인의 정확한 숫자는 말하기 곤란하다”며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으로 이름을 들으면 알 만한 사람이다. 탈세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런데 최근 세무조사를 받은 연예인들의 명단이 서서히 오르내리고 있다. 


내조의 여왕, 김남주

최근 배우 김남주가 국세청 조사 대상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지방국세청 산하 삼성세무서 조사과는 지난달 말부터 이달 중순까지 일정으로 김남주에 대한 개인 통합세무조사를 진행했다.

개인 통합세무조사란 소득세뿐 아니라 개인 사업과 관련된 부가가치세, 원천세 등을 함께 조사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속세와 증여세, 양도소득세 등 재산과 관련된 세금은 조사 범위에 해당되지 않는다. 국세청은 김남주에 대한 세무조조사에서 경비 처리를 제대로 했는지, 수입 금액 누락 여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살펴본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는 약 15일간 진행됐고, 추징금 규모는 현재 산정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해 김남주 측은 “김남주는 성실납세자라 15년 만에 랜덤으로 받은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라며 “조사 끝에 아무 문제 없는 것으로 끝났다”고 설명했다. 

꽃미남 배우, 장동건

연예계와 사정기관에 따르면 강남세무서 조사과는 이달 초 배우 장동건을 상대로 한 개인 통합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동건의 개인 통합세무조사가 연예인 탈세 조사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장동건 측은 “장동건은 그간 성실납세자라 세무조사를 몇년간 받지 않았다. 이번에는 수년 만에 랜덤으로 진행된 정기 세무조사일 뿐이다. 조사를 잘 마쳤다”고 밝혔다.  

하지만 장동건은 앞서 탈세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2017년 11월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의 한국인들 2017’서 장동건이 대주주로 있던 회사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영화 관련 페이퍼컴퍼니에 투자한 사실을 확인했다.

국세청 연예계 전격 세무조사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사람들”

<뉴스타파>는 버뮤다 법률 회사 애플비의 유출 문서를 통해 장동건이 출연한 영화 <워리어스 웨이>이 관련된 문서들을 발견했다. <워리어스 웨이>를 제작한 한국의 보람엔터테인먼트와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설립된 한 페이퍼컴퍼니의 계약서였다. 

페이퍼컴퍼니의 이름은 ‘론드리 워리어 리미티드’. ‘론드리 워리어’는 영화 <워리어스 웨이>의 기획단계 명칭이었다. 보람엔터테인먼트는 저작권을 포함해 영화와 관련한 일체의 권리를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의 페이퍼컴퍼니 ‘론드리 워리어 리미티드’에 넘겼다.

영화 <워리어스 웨이>와 관련된 또 다른 계약서도 발견됐다. 스타엠이라는 한국 회사가 영국령 버진 아일랜드에 있는 페이퍼컴퍼니 론드리 워리어 리미티드에 투자를 한다는 내용이다. 투자 금액은 1000만달러(110억원) 가량이다. 투자금은 론드리 워리어 리미티드가 지정하는 뉴질랜드의 은행 계좌에 넣도록 돼있다.
 


그런데 스타엠은 장동건의 매니저 출신이 설립한 회사다. 장동건 역시 회사 설립 당시 5% 이상의 지분을 가진 대주주였다. 조세도피처의 페이퍼컴퍼니와 계약이 체결됐던 2007년 11월에는 3%서 4%가량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스타엠의 주가는 장동건이 유상 증자를 받을 때나 론드리 워리어에 대한 투자 계약이 공개됐을 때 이른바 연예인 효과로 인해 급등하기도 했다. 그동안 세계적인 팝스타들이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해 조세도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자신의 음악 저작권을 옮겨둔 사실이 밝혀졌다. 

연극계 대모, 윤석화

배우 윤석화도 국세청의 타깃이 됐다. 국세청은 최근 윤석화와 남편 김석기 전 중앙종금 사장을 상대로 강도 높은 세무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국세청이 지난 12일 역외탈세 혐의가 있는 법인과 개인을 자체 선별한 후 전국 동시 세무조사에 착수할 때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국세청은 윤석화 부부에 대한 세무조사를 진행하기 위해 서울지방국세청 국제거래조사국 요원들을 전격 투입했다. 

국제거래조사국은 여느 지방국세청 조사국과 달리 국내외 기업이 소득이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리는 이른바 역외탈세와 비자금 조성 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사하는 곳이다.


윤석화 부부는 2013년 5월 <뉴스타파>가 ‘조세피난처 프로젝트’ 3차 명단을 공개할 당시 1990년부터 영국령 버진아일랜드에 프리미어 코퍼레이션 등 6개의 페이퍼컴퍼니를 세운 것으로 밝혀진 바 있다. 

김 전 사장은 버진아일랜드에 1990년 프리미어코퍼레이션과 2001년 자토 인베스트먼트, 1993년 PHK홀딩스리미티드를 세웠다. 1993∼2005년 사이 윤석화는 김 전 사장이 설립한 페이퍼컴퍼니 가운데 멀티-럭 인베스트먼트 리미티드,  STV아시아, 에너지링크홀딩스의 주주로 등재된 것으로 조사됐다. 

김 전 사장은 국내서 처음 페이퍼컴퍼니를 이용해 주식 투자를 한 인물로도 유명하다.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세우고 이 회사 이름으로 주식을 매매해 수익을 얻는 이른바 ‘검은머리 외국인’이었다. 

서울대(경영학과)와 미국 하버드대를 나온 그는 주식과 국제 금융 전문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후 외화를 빼돌린 혐의로 기소되기도 했고 중앙종금은 부실기관으로 지정된 후 파산했다.

당시 논란이 일파만파 확산되자, 윤석화는 자신이 발행인으로 있는 월간 <객석>을 통해 “남편의 사업을 돕고자 이름을 빌려줬던 사실은 있지만, 조세피난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했고, 여기에 임원으로 등재한 사실은 몰랐다”고 해명한 바 있다. 
 

일각에선 조세피난처가 개인과 기업의 대규모 탈세 창구로 이용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할 때 이들에 대한 세무조사는 여느 조사와 달리 강도 높게 진행될 개연성이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는 거액의 세금 추징과 함께 검찰 고발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엘레지 여왕, 이미자

가수 이미자는 지난 9월, 세금 부과 불복 소송을 제기했지만 1심서 패소했다. 2년 전, 탈세 의혹에 휘말려 세무조사를 받은 이미자는 이번 소송서 패소하면서 세금 19억9000만원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다.

서울행정법원은 “공연료 수입액보다 턱없이 적은 금액만 신고했다는 점에서 적극적인 은닉행위를 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19억9000만원의 세금 중 일부를 취소해달라는 이미자의 청구 소송을 기각했다.

세무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이미자는 지난 2006년부터 10년간 가수활동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 76억원 중 58%에 해당하는 44억원을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그간 매니저를 통해 현금으로 공연수익금을 받거나 아들에게 현금 증여하는 방식으로 수입을 숨긴 것으로 알려졌다.

탈루 방식 복잡·정교하게 진화
그동안 구설에 올랐던 스타는?

그의 탈세 의혹은 지난 2016년 8월 16년간 이미자의 공연을 관리했던 공연기획사 이광희 하늘소리 대표에 의해 폭로됐다. 당시 이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어 “이미자가 10년간 공연료 소득 35억원을 10억원으로 축소 신고했다”며 “25억원의 소득을 누락 신고하고 자사에 대납을 요구해 금전적 손실을 봤다”고 주장했다.

또 당시 그는 “이미자 스스로 탈세한 사실을 밝혔다”며 이미자와의 전화통화 육성 녹음을 공개하기도 했다.

한류스타 장근석

배우 장근석은 2015년 100억원 이상의 추징금을 납부한 바 있다. 당시 장근석의 순수 탈세액만 100억원에 육박하며, 소득신고 누락액은 수백억원대로 추정됐다. 장근석은 중국 등 해외활동 수입의 상당 부분을 신고하지 않았다. 서울지방국세청은 이를 적발해 추징한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국세청은 이에 대해 별도의 고발 조치 없이 세무조사를 마무리했다. 
 

장근석의 해당 탈세 사건 조사는 2014년 11월에 종결됐다. 그해 6월부터 반년에 걸쳐 특별세무조사를 실시했으며, 이 과정을 통해 장근석은 100억원대 추징금을 납부한 것으로 보인다. 

소속사는 이에 대해 반박했다. 장근석이 외화수입 탈세로 인한 특별 세무조사를 받은 것도 아니고 장근석이 소속돼있는 소속사의 정기적인 세무조사였다고 주장했다. 또 정기 세무 조사에는 성실히 임했고, 관계당국의 조사과정서 당사의 회계상의 오류로 인한 일부 잘못된 부분에 대해 수정신고 후 납부를 완료한 상태라고 했다. 

당시 소속사 측은 “실체적, 절차적인 부분에 맞춰 납부의무를 명확히 이행하였고 관계당국도 고의성이 없음을 인정해 고발하지 않았으며, 이에 따라 검찰조사도 받은 사실이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 보도과정서 마치 장근석이 거액의 추징금을 내고 탈세한 혐의가 있다는 추정 보도를 내며 그것이 사실인양 지속적인 보도가 돼 대중들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고 있어 배우의 이미지가 크게 훼손되고 있다. 이에 당사는 심히 유감을 느낀다”고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에서 연예인에 대한 국세청 탈세 조사가 역외탈세에 국한돼있다. 하지만 세무업계는 연예인들 사이서 최근 재테크 수단으로 자주 활용하는 빌딩(단독주택 등)을 매입 후 관리하는 과정서 소득탈루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서울 홍대나 이태원, 강남 등에서 빌딩이나 단독주택을 매입 한 후 리모델링을 거쳐 카페나 음식점으로 용도를 변경해 영리활동에 나서는 연예인들이 종종 있는데 가족이나 친척에게 영업장 관리를 맡기는 경우가 많다. 

이 때 소득세, 부가가치세, 증여세를 탈루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상가나 사무실을 특수관계인에게 무상 임대했다면 주변 상권의 크기가 같은 상가나 사무실이 내년 임대료를 기준으로 10%를 부가가치세가 추징된다. 만약 무상 임대한 것과 크기가 똑같은 상가나 사무실이 없다면 세법이 정한 계산방법에 따라 과세표준이 결정된다.

소문 속 주인공
계속 나올 전망

무상으로 임대해준 연예인은 부당행위계산 부인 문제가 발생한다. 현행 소득세법은 특수관계인에게 용역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부당하게 조세부담을 감소시킨 자에게 소득세를 부과한다. 

무상으로 상가를 빌려 쓴 가족이나 친척은 증여세 추징이 발생할 수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은 특수관계인이 부동산을 무상으로 사용하고 이익을 얻는 경우, 이를 특수관계인의 증여재산가액으로 한다.

증여재산가액은 무상사용한 날로부터 5년마다 5년간의 무상사용을 이익을 한꺼번에 과세하는데, 5년간 증여재산가액이 1억원 미만이면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 

세무업계 관계자는 “연예인들의 경우 바쁜 스케줄로 인해 자신이 직접 빌딩을 관리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역외탈세의 경우 그 규모가 매우 크고 복잡한 반면 국내 탈세 유형은 비교적 흔히 일어나는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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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