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국회 문턱 넘은 3인의 헌법재판관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10.22 10:00:55
  • 호수 118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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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사법기관 드디어 정상화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사법부 최고 기관인 헌법재판소가 한 달 만에 정상화될 조짐이다. 김기영·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가 인준됐다. 그동안 정치권서 여야간 이견으로 국회 추천 몫이었던, 신임 재판관들에 대한 표결 합의가 늦어졌다. 
 

국회는 지난 17일, 본회의를 열어 국회 몫 재판관 후보자 3명의 선출안을 의결했다. 교섭단체 여야 3개 정당이 각각 추천한 김기영(더불어민주당), 이종석(자유한국당), 이영진(바른미래당) 재판관 후보자의 선출안은 연기식 무기명 투표 결과 모두 가결됐다.

김기영 재판관은 총 238표 가운데 찬성 125표, 반대 111표, 기권 2표를 얻어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이종석 재판관과 이영진 재판관에 대한 찬성표는 각각 201표, 210표였다. 이종석 후보자는 반대 33표, 기권 4표를, 이영진 후보자는 반대 23표, 기권 5표를 각각 얻었다.

재판 심리 올스톱 
한 달 만에 정상화

앞서 여야는 인사청문회를 끝내고 지난달 20일, 국회 본회의서 선출안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었다. 하지만 여·야 간 이견으로 인준에 진통을 겪어왔다. 자유한국당이 김기영 재판관의 국제인권법연구회 활동을 문제 삼으며 인사청문회 보고서 채택을 거부하면서 사달이 났다. 

자유한국당은 “법원 내 학술단체인 국제인권법연구회가 정치적 편향성을 갖는 단체라며 김기영 재판관에게 공정한 헌법재판을 기대할 수 없다”며 반대했다.

정치권 일각에선 더불어민주당과 김명수 대법원장이 재판관 후보자를 서로 교차 지명하기로 내부거래를 했다는 의혹이 나돌면서 자유한국당의 반대는 더욱 거세졌다. 더불어민주당이 김기영 재판관을 선출해주는 대신 김 대법원장이 대표적인 진보성향 법조인인 이석태 재판관을 지명하기로 사전에 약속했다는 의혹이다.

정치적 편향, 내부지명 의혹 제기
여야 진통 끝에 결국 선출안 가결

그러나 자유한국당이 김기영 재판관이 실제로 정치적 편향성을 가지고 있는지, 더불어민주당과 대법원장이 교차 지명에 사전교감 했는지 등 의혹을 뒷받침할 명확한 근거를 내놓지 못했다. 이 때문에 정치적 공세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더불어민주당 홍영표·자유한국당 김성태·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가 지난 16일 오후 헌법재판소 정상화를 위해 선출안 표결을 하기로 합의하면서 사태 해결의 물꼬가 터졌다.

한 달 가까이 이어져온 재판관 ‘6인 비상체제’가 해소됐다. 헌법재판소는 지난달 19일부터 유남석 헌법재판소 소장과 서기석·조용호·이선애·이은애·이석태 재판관 등 ‘6인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9명 가운데 7명이 출석해야 회의를 열 수 있다. 그런데 사건 심리에 필요한 재판관 수인 7명을 못 채운 채 한 달간 이어져온 것이다. 그동안 심리 자체가 불가능한 상태였다. 당연히 위헌 여부에 대한 결론도 내릴 수 없다.

낙태, 위안부…
산적한 숙제들

헌법재판소의 중요 사안을 의결하는 재판관회의 구성도 불가능했다. 헌법재판소법은 재판관 회의를 구성하기 위해서는 7명의 재판관이 출석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재판소와 관련된 내부규칙은 물론 새로 접수된 사건을 누구에게 배당할지에 대한 결정도 내릴 수 없는 상황이었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회적 갈등을 야기하는 헌법재판 사건들이 그대로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낙태죄 처벌 위헌 여부 사건과 최저임금제 위헌 여부 사건 등 사회 구성원 간 갈등이 깊은 사건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또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합의와 개성공단 전면중단 조치, 사드(THAAD) 배치 승인,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박근혜정부서 시행된 각종 행정조치의 위헌 여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엄격한 김기영

김기영 재판관은 실무와 이론을 겸비한 판사로 평가받는다. 충남 홍성 출신인 김기영 재판관은 1990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육군 법무관으로 복무한 뒤 1996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관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특허법원 판사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를 거쳐 지난 2월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를 맡았다. 지식재산권 관련 재판을 오랫동안 맡아 특허분야에 전문적 지식을 갖춘 판사로 평가받는다.

국가권력 남용에 대해서는 엄격한 태도를 취하는 판결을 자주 내렸다. 2015년 9월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긴급조치 피해자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소송서 “긴급조치는 대통령의 헌법수호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며 기존 대법원 판례를 깨고 국가의 배상 책임을 인정했다.

2014년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맡아 이른바 ‘그루밍 성범죄’(심리적으로 지배한 뒤 자행하는 성범죄)에 대한 판단 기준을 처음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법원 안팎서 김명수 대법원장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2015년 법원 내 진보적 성향 판사 모임이라는 평가를 받는 ‘국제인권법연구회’간사를 지냈다. 김 대법원장이 이 단체의 회장을 지낸 바 있다.

2009년 광주지법 부장판사 시절엔 당시 서울중앙지법원장인 신영철 전 대법관의 이른바 ‘촛불재판 개입 의혹’을 폭로한 인물로도 알려졌다. 이 같은 이력이 알려지면서 인사청문회 과정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이 ‘정치적 편향성’이 의심된다며 헌법재판관 임명을 반대하고 나섰다.

김기영 재판관은 청문회서 세 차례의 위장전입 전력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두 자녀의 사립 초등학교 추첨을 위한 것으로, 아내가 했던 일이지만 제가 잘 살피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사과했다. 

부동산 투기 의혹, 아내의 위장 취업 의혹에 대해서도 “아내가 혼자 재산 관리도 하고 교육 문제도 해결했다”고 답변했다. 김기영 재판관 가족은 총 세 차례 위장전입을 했다. 충남 논산에 거주하던 2001년 12월과 대전에 살던 2005년 12월 각각 아들과 딸의 초등학교 입학을 위해 서울 종로구와 양천구로 위장전입했다. 

2006년 1월의 경우엔 부동산 투기 의혹도 함께 제기됐다. 당시 다른 가족은 경북 구미에 있는 김기영 재판관 처가 거주했는데, 아내만 1년 넘게 일산 신도시에 전입해 있었다. 문재인정부의 ‘고위 공직 배제 7대 원칙’ 중 위장전입은 2005년 7월 이후를 기준으로 한다. 

김 후보자는 이 기준을 두 차례 위반한 셈이다. 그는 “기준에 부합하지 못해 송구하다”고 했다.

야당은 김기영 재판관의 아내가 2013년부터 약 5년간 어머니 회사서 급여 명목으로 총 3억8000만원을 받은 것에 대해 위장취업 의혹을 제기했다. 야당은 “상근도 아닌데 이사로 등재해 월급만 받았던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김기영 재판관은 “국민적 기준에 부합하지 못하는 점에 대해 유념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도덕교사 이종석

이종석 재판관은 법원 내에서 ‘도덕교사’로 불릴 정도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북 칠곡 출신인 이 내정자는 대구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3년 사법시험에 합격했다. 

1989년 인천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대전·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 등을 지냈다.

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원칙을 최우선 가치로 내세워 판결을 내렸다. 이런 성품 덕분에 헌법재판서도 소신에 따른 결정을 내리지 않겠냐는 평을 듣는다. 원칙론자로 꼽히면서도 다양한 재판업무 경험을 토대로 현대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적절히 대변하고 조화시켜 사회통합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2012년 서울중앙지법 파산수석부장판사로 근무하면서 동양그룹, 웅진그룹, STX그룹 등 굵직한 기업 회생사건을 맡아 다양하고 복합적인 채권자들의 이해관계를 합리적으로 조정해 회생절차를 효과적으로 이끌었다.

당시 기업회생절차를 간소화하고 채권단 의견을 반영해 단기간 내에 회생절차 졸업을 유도하는 '패스트트랙 절차'를 처음으로 도입해 기업회생 절차를 효율화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는 평가도 받는다.
 

서울고법 부장판사 시절인 2014년 MBC가 사측에 비판적인 직원들을 대상으로 낸 전보발령의 효력을 정지시켜달라는 가처분신청을 기각하면서 논란이 됐다. 이듬해 10월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MBC를 상대로 낸 ‘전보발령효력정지 가처분’ 항고심서 기각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종석 재판관은 인사청문회서 “이후 본안재판서 다른 판결이 확정됐기 때문에 기각 판단은 잘못됐다고 판단된다”며 유감 입장을 표명하기도 했다.

이종석 재판관은 청문회 과정서 ‘양승태 사법부’의 재판거래 의혹을 받는 키코(KIKO)에 관여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서울고법 부장판사였던 2011년 5월 중장비 제조수출업체인 수산중공업이 “부당한 키코계약으로 입은 손해를 물어내라”며 우리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을 상대로 낸 소송 항소심서 불공정 계약이 아니라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이는 키코분쟁에 대한 항소심 첫 판단이었다. 

최근에 키코 사건은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작성한 문건에 정부 운영 협력 사례로 언급돼 재판거래 의혹에 휩싸였다. 

당시 행정처는 ‘상고법원을 위한 BH설득방안’으로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기 위해 최대한 노력해왔음”이라며 특정 판결들을 기재했다. 이 중 키코 사건은 이 후보자가 한 판결을 그대로 확정한 2013년 대법원 전원합의체 사례가 적혀 있다. 

이종석 재판관은 “(판결 당시) 재판거래 의혹이 전혀 없는 시점이고 사건 처리와 관련해 어느 누구로부터 지시를 받거나 한 적 없다”며 “순수하게 민사사건 원칙과 법리에 따라 사건을 처리했고 결론을 도출하는 데 다른 고려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이종석 재판관은 1982∼1996년까지 위장 전입을 5차례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헌법통 이영진

이영진 재판관은 법원 내에서 ‘자타공인’으로 국민 기본권 분야의 최고 전문가로 꼽힌다. 충남 홍성 출신인 이영진 재판관은 서울 남강고와 성균관대 법대를 졸업한 후 1990년 제32회 사법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했다. 

청주지법 판사를 시작으로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과 전주지법·수원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2009년 법원을 떠나 2년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2011년 판사로 재임용된 뒤에는 사법연수원 교수와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부산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다.

헌법학 박사학위를 취득해 법원 내에서는 ‘헌법통’으로 불린다. ‘헌법상 의회의 대정부견제권’과 ‘헌법상 영토·통일조항의 개정논의와 남북특수관계론’ 등 다수의 헌법 관련 논문을 저술했다. 

2015년 부산고법 부장판사 시절에는 경남지방변호사회가 선정하는 우수법관으로 뽑혔고, 법원 내 ‘솔로몬 문학회’ 회장도 맡아 문학에도 조예가 깊다.

그는 각종 시국사건서 헌법상 보장된 국민 기본권을 국가권력보다 우선시하는 다수의 판결을 내려 기본권보장에 충실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더불어 각종 재판 심리 때나 판결문 작성 시 헌법적 가치와 기본권보장을 중시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난 8월에는 ‘긴급조치 9호’ 혐의로 징역형을 살았던 김부겸 행정안전부장관의 재심서 40년 만에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달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가 인정돼 1975년 징역 12년의 판결이 확정된 김승효씨의 재심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김씨는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의 삶을 그린 영화 <자백>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인물이다.

이영진 재판관을 헌법재판관으로 추천한 바른미래당은 “헌법의 이론과 실무에 정통할 뿐만 아니라 25년간 법조인으로서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기본권 보호에 앞장서왔다”고 추천 사유를 밝히기도 했다.

인사 청문회서 이영진 재판관의 ‘편법인사 의혹’이 제기됐다. 2009년 법관직을 그만두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임명된 후 2011년 법관으로 재임용됐다. 이에 대해 이영진 재판관은 “2009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서 법사위 전문위원을 외부직으로 뽑는다며 제게 의향을 물었고, 전문위원 임기를 마친 후 다시 채용하는 절차를 거쳐 법관으로 복귀할 수 있다는 의견 교감을 받고 국회로 갔다”고 밝혔다.

6인 체제 끝내고 9인 완성 
‘마비’ 헌법재판소 재가동

이를 두고 법조계 일각에선 이영진 재판관이 현직 법관 신분을 유지한 채로 전문위원으로 임용될 수 없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우회적인 방법을 썼다는 점을 사실상 시인한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 재판관은 2009년 수원지법 부장판사 시절 법관직을 그만두고 국회 법사위 전문위원으로 임명된 후 2011년 임기를 마치고 곧바로 법관으로 재임용돼 사법연수원 교수로 근무했다.

이영진 재판관은 상대적으로 다른 후보자들에 비해서는 도덕성과 관련된 의혹은 나타나지 않았다. 이 때문에 다른 정당서도 이영진 재판관을 반대하자는 의견은 없었다. 당시 바른미래당은 이영진 재판관 한 명이라도 청문회를 통과시키자고 제안했지만, 민주당과 한국당의 반대로 이루지 못했다. 


<cmp@ilyosisa.co.kr>

 

[김기영]

▲충남 홍성 ▲홍성고-서울대 법대 ▲인천지법 판사 ▲서울지법 북부지원 판사 ▲특허법원 판사 ▲광주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동부지법 수석부장판사

[이종석]

▲경북 칠곡 ▲대구 경북고-서울대 법대 ▲인천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정책담당관 ▲대구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대전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원장 ▲서울고법 수석부장판사

[이영진]

▲충남 홍성 ▲남강고-성균관대 법대 ▲청주지법 판사 ▲법원행정처 사법제도연구담당 판사·사법정책담당관 ▲서울고법 판사 ▲전주지법 부장판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문위원 ▲부산고법 창원재판부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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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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