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신임 대법관 후보 3인방 김선수·이동원·노정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09 10:43:16
  • 호수 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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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남’대법관 공식 깨졌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창민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신임 대법관 후보들을 제청했다. 대법관 후보 세 사람은 역대 대법관 다수를 차지했던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의 범주를 모두 벗어났다. 법원·검찰을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출신의 노동·인권 변호사, 법원행정처 근무 없이 재판에만 전념해온 정통 법관, 여성의 지위와 권한에 관해 주목할 판결을 여럿 남긴 여성 법관 등이 대법관 물망에 올랐다. 이번 대법관 인사에 대해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이 다음 달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고영한(63·사법연수원 11기), 김창석(62·13기), 김신(61·12기)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와 이동원(55·17기) 제주지법원장, 노정희(55·19기) 법원도서관장이 지명했다. 

대법원은 지난 2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관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10명의 후보자 가운데 이들을 후임 대법관으로 임명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
거치지 않아

대법원은 임명제청 배경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뒀다”며 “사회 정의 실현과 국민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도덕성,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 전문적 법률지식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김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들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동의안의 표결절차를 밟는다. 국회서 동의안이 가결되면 문 대통령은 이들을 새 대법관으로 임명한다. 통상 이 과정은 한 달 안팎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안팎에선 이번 임명제청을 두고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와 법원행정처 핵심 보직을 맡은 인물이 대법관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61년 전북 진안 출신인 김선수 변호사는 서울 우신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7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김 변호사는 법관이나 검사 등 재조 경력이 없이 지난 1988년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서 노동전문 변호사로 출발한 이후 현재까지 30년에 걸쳐 노동·인권 부문의 대가로 자리 잡았다.

대법원은 김 변호사에 대해 “선후배 동료 법조인들로부터 타인을 배려하고 인품이 훌륭하며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 왔던 후보자의 활동과 인품에 대해 변호사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아 고 조영래 변호사 기념사업회 초대 위원장으로 추대됐다”고 소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3명 임명 제청
변호사·여성·비서울대 다양화

김 변호사는 서울대병원 근로자 1000여명을 대리한 법정수당 청구소송은 통상임금 관련 법리를 정립하는 데 이바지했다. 당시 재판이 서울지법에 노동전담부를 설치하게 한 계기가 됐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경영상 해고도 엄격한 요건 아래에 허용돼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낸 것도 김 변호사가 맡은 주요 사건 중 하나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 멤버로 사무총장과 회장을 역임했다. 민변 회장 출신 인사 중에서는 송두환(69·12기) 변호사가 헌법재판관을 지낸 적이 있지만, 대법관에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상고심 개선과 하급심 강화, 노동법원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 및 집단소송제 도입방안 등 내용을 담은 ‘사법개혁 리포트’를 출간한 경험도 있다. 

당시 노무현정부서 민정수석 등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활동한 시점이다. 

1963년 서울 출신인 이동원 법원장은 경복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17기로 수료했다. 1991년 서울형사법원 판사로 시작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평택지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올 2월 제주지법원장 겸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부장판사로 있다.

대법원은 이 법원장에 대해 “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 분과위원장으로서 2017년 민사소송 개정판을 발간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고 도산법·환경법 등 분야서 다수의 논문과 판례평석을 집필해 법학 이론의 발전에 기여했다”며 “법원 구성원으로부터 높은 신망을 얻고 있고 뛰어난 친화력으로 지역 사회와도 격의 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동변론 30년
‘벽’을 넘다

이 법원장은 위헌정당해산 결정이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국회의원지위확인 사건서 위헌정당해산 결정의 효과로 소속 국회의원도 당연히 직을 상실한다고 최초로 판결했다. 

그는 위헌정당이라는 판결로 해산이 결정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상실 판결, 북한을 인권·복지국가로 오인하게 할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재미동포를 강제로 퇴거한 조치가 정당했다는 판결 등을 내린 바 있다. 

이외에도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부모와 같이 난민신청을 한 미성년 자녀에 대해 별도의 면접심사를 하지 않은 채 난민불인정 결정한 사건에서 난민법과 우리나라가 비준한 UN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CJ CGV가 계열사에 대해 부당 지원행위를 한 행위에 대해 제재하는 등 판결도 이 법원장이 맡았던 재판들 중 일부다.

법관과 법원 직원들의 실무지침서인 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 분과위원회 위원장으로 2017년 민사소송 개정판을 발간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으며, 도산사건과 행정사건의 전문가로서 도산법 및 환경법 등의 분야서 다수의 논문과 판례평석을 집필, 법학 이론의 발전에 기여했다.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은 광주 출생으로 광주동신여고와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하고 지난 1990년 춘천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광주지법·서울중앙지법·서울남부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내고 현재 법원도서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법원은 노 관장에 대해 “여성과 아동의 권익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 한때 변호사로 활동한 경험을 활용해 사건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고 당사자가 만족할 수 있는 재판을 해왔다”고 밝혔다. 

재야 출신 노동·인권 변호사
재판에만 전념해온 정통 법관
여성 관련 주목할 판결 남겨

노 관장는 여성과 아동 인권에 관해 연구하며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8월 서울고등법원 민사18부 재판장으로 있으면서 어머니의 성으로 바꾼 자녀도 어머니가 소속된 종중의 종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녀가 부모의 양계혈통을 잇는 존재라는 사실은 자연스럽고 과학적”이라며 “종원의 자격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헌법상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법칙, 부성주의 및 성불변의 원칙을 완화한 민법의 규정과 개정 취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010년 7월 서울중앙지법에선 탈북자가 귀순사실 및 인적사항의 비공개를 요청했음에도 합동신문기관이 이들의 신원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보고서를 언론에 배포한 경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고 공무원의 직무수행 주의의무의 기준을 제시하고 국가의 인권보호의무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회복지법인의 임원들이 범죄 예방조치 의무와 가해자 분리·고발 및 피해자에 대한 상담 등 보호조치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해임 사유가 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노 관장이 임명될 경우 여성 대법관은 김소영·박정화·민유숙 대법관에 이어 역대 가장 많은 4명으로 늘게 된다. 2004년 김영란 전 대법관이 첫 여성 대법관이 된 이후 14년 만에 여성 대법관은 김소영·박정화·민유숙 대법관까지 역대 최다인 4명으로 늘어난다. 

대법원은 전체 대법관 14명 중 여성 비율은 28.57%(4명)로 올라간다.

여성 대법관
4명 역대 최다

이번 대법관 인선을 두고 여야가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자유한국당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 대상 후보자로 추천한 10명 중 4명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코드 인사’라고 지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26일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 구현을 위해서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사법부의 좌편향 인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신임 대법관 후보 중 한승 전주지방법원장, 문형배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이 진보 성향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며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서 통진당을 변호한 김선수 변호사도 편향적 후보”라고 지적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우리법연구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며 주목받아왔다”며 “이 모임의 일부 판사는 SNS상에서 전직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민변-우리법연구회-시민단체’라는 ‘삼각편대’를 이용해 사법부를 왼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뒤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법원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청와대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를 중단하기를 바란다”며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동,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사법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국민적 신뢰를 잃고 있는 대법원을 다시 정치 편향적 인사들로 채운다면 사법부의 국민적 신뢰는 회복 불가능하게 될 것이므로 대법원장은 정치편향적 후보들을 제청 대상서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근택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집시법 위반자는 무조건 유죄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유죄의 증거가 없으면 무죄판결은 당연한 일”이라며 “집시법 위반자도 마찬가지다. 특정 사안에 대해 무조건 유죄 판결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인권보장 최후의 보루라고 할 것이므로, 특정 단체 출신인지에 관계없이 그동안 인권보장을 위해 노력해왔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며 “개개인을 평가하지 않고 특정 단체에 소속돼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돼야 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표를 지낸 정당에 소속됐던 국회의원은 당연히 물러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대법관 인선에 대해 바른미래당과 야당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에는 서울대, 남성, 50대라는 천편일률적인 대법관 선정 기준서 벗어났다”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들이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그동안 ‘서오남’으로 불려왔던 ‘서울대-50대-남성’의 대법원 구성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임명제청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환영
한국당만 반대

하지만 여야의 20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실무협상이 늘어지면서 대법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자칫 원 구성 협상이 길어지면 사법부 공백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지난달 27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원 구성 협상을 위한 첫 만남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고 탐색전만 벌였다. 이튿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역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cmp@ilyosisa.co.kr>

 

[김성수 변호사]
▲1961년 전북 진안 출생 ▲우신고(서울) 졸업 ▲서울대 법대 졸업 ▲제27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중앙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사법개혁위원회 위원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현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이동원 제주지법원장]
▲1963년 서울 출생 ▲경복고 졸업 ▲고려대 법대 졸업 ▲제27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7기) ▲서울형사지법 판사 ▲서울민사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관 재판연구관 ▲전주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평택지원장 ▲대전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장,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부장판사(현재)

[노정희 법원도서관장]
▲1963년 광주 출생 ▲광주동신여고 ▲이화여대 법대 ▲제29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9기) ▲춘천지법 ▲춘천지법 원주지원 ▲수원지법 ▲의원면직(변호사 개업) ▲인천지법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광주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수석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고법부장 ▲서울고법 고법부장 ▲법원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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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고립무원’ 여야 수장 동병상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당내 강경파의 반발로 인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동병상련을 느낄 법한 두 사람은 여야 지도부 회동이라는 전략적 제휴에 가까운 선택으로 각자의 어려움을 풀고 정국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8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용산 대통령실로 초청했다. 오찬은 약 1시간 동안 진행됐고,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30분 동안 비공개 영수회담을 진행했다. 유튜브 권력자?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여야의 수장이지만, 각자의 이유로 자신의 진영에선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두 사람의 회담은 이 때문에 더욱 주목받았다. 정 대표는 지난달 26일 장 대표가 선출된 이후 줄곧 ‘무시’ 전술로 대응했다. 정 대표는 장 대표 선출 여부와 관계없이 국민의힘에 대해 정당해산심판 청구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강공 기조를 잇고 있다. 이 대통령은 이런 상황에서 여야 지도부 회동과 영수 회담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이 대통령이 장 대표와 만난 것 자체가 고립무원에 처한 이 대통령의 상황을 보여주는 것일 수도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이 대통령이 겪는 어려움은 여당인 민주당과의 관계로부터 시작된다. 이 대통령과 민주당의 관계에 대해선 “대통령 위에 방송인 김어준씨가 상왕으로 군림한다”는 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이 대통령은 문재인 전 대통령 등 친문(친 문재인) 진영과 오랜 갈등 관계에 있었고 “민주당에서 세가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김어준 상왕설’은 이젠 진보 성향 언론에서도 공공연하게 거론한다. <주간경향>은 지난 8일 ‘김어준 상왕설’을 다루면서 “김씨가 비판·견제가 어려운 신성불가침 영역이 됐다”는 민주당 내부 반응과 “김씨는 민주당의 고정 상수고, 당의 일부 기능이 김씨의 유튜브 채널로 이관됐다”는 일부 정치평론가 반응도 소개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로 알려진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유튜브 권력이 정치 권력을 휘두르고 있다”면서 김씨를 강하게 비판했다. 다음 날엔 “저는 ‘유튜브 권력자’에게 머리를 조아리면서 정치할 생각은 없다”며 “이 방송에 출연하면 공천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얘기를 들은 기억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노 전 대통령은 지난 2002년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당시 ‘<조선일보>는 민주당 경선에서 손을 떼라’는 의견을 밝히셨다”고 강조했다. 곽 의원은 곧바로 반격을 받았다. 같은 당 최민희 의원은 지난 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곽 의원을 일컬어 ‘부화뇌동 국회의원님’이라고 지칭하면서 “자존감을 좀 가지시라. 부끄럽지 않느냐”고 비판했다. 최 의원이 곧바로 반격한 것은 역설적으로 김씨와 이 대통령의 위상을 확인시켜 줬다. 이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50%가 넘는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해체 ▲각종 외교 현안 ▲조국혁신당 성범죄 의혹 등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위에서 누르고 옆에서 치받고 이 대통령 앞에 수북한 난제 민주당에선 정 대표가 검찰개혁 관련 공세를 주도한다. 현재 진행 중인 3개의 특검(내란·김건희·채 상병)과 관련해 수사 기간·범위·인력 대폭 확대와 관련 재판 녹화 중계를 추진하는 특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개정안은 이미 국회 법사위를 통과했고, 국민의힘은 헌법재판소에 효력정치 가처분을 신청했다. 검찰을 겨냥해선 “추석 전 검찰을 해체하고,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과 공소청을 설치하겠다”는 방침을 유지하고 있다. 사법부를 겨냥해선 내란 특별재판부 설치를 추진하고 있다. 민주당과 이재명정부 내부에선 중수청의 소속 부처를 놓고 이미 갈등이 있었다. 친명(친 이재명)계 좌장으로 알려진 정성호 법무부 장관은 지난달 27일 “중수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면 민주적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면서 사실상 ‘법무부 설치’를 주장했다. 그러자 친민주당 진영은 정 장관에게 강하게 반발했다. 그동안 친민주당 성향을 강하게 드러냈던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은 지난달 29일 검찰개혁 공청회에서 “정 장관도 검찰에 장악돼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검찰개혁 후속 법안을 마련하는 정부 기구 구성과 관련해 정 대표와 대통령실 우상호 정무수석이 크게 언쟁을 했다”는 설까지 불거졌다. 장 대표는 이 대통령과 만났을 당시 공개 발언에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와 관련해 이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했다. 장 대표가 거부권 행사를 요청한 명분은 ‘견제와 균형 붕괴’였다. 장 대표는 이어진 비공개 회동에서도 “오랫동안 되풀이된 정치 보복 수사를 끊어낼 수 있는 적임자는 이 대통령”이라면서 특검 연장·특별재판부 설치에 강한 우려와 유감의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장 대표에게 뚜렷한 답변을 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이 대통령의 반응을 놓고 “이 대통령이 제어하지 못하는 상황일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정 장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중수청 소속 부처도 행정안전부로 결정됐다. 이에 대해서도 “이 대통령이 당의 의사를 이겨내지 못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지난 4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에서 발생한 현대차·LG 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의 한국인 노동자 300여명 구금 사태도 이 대통령에게 비판의 화살이 집중되는 계기가 됐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진행했다. 그로부터 불과 10일 후 발생한 사태였다. 안팎 모두 꼬인 실타래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 펀드를 조성하기로 합의했고, 미국이 한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은 15%로 확정했다. 일본은 5500억달러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로 한 후 15% 관세율을 받아냈다. 그런데 일본의 관세율 15%가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이 내려지면서 명문화된 것과 달리, 우리는 아직 문서를 받아내지 못했다. 미국 정부는 “3500억달러 투자처를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노동자 300여명이 구금된 구체적인 이유는 이들이 최대 90일 동안 단기 체류만 할 수 있는 무비자 전자여행허가 제도를 통해 입국해 근무한 것이었다. 단기 체류 비자로 입국해 근무한 이상 불법체류자가 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과 정상회담까지 진행한 이 대통령에겐 “미국을 왕래하는 국민의 비자 문제에조차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이냐”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커진다. 일본과의 외교도 난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한 후 17년 만에 공동언론발표문을 채택했다. 정상회담도 그만큼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하지만 낮은 지지율과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의 지난 7월 참의원 선거 패배로 인해 사퇴 압력에 시달리던 이시바 총리는 지난 7일 결국 사퇴를 선언했다. 후임 총리 후보로는 자민당 다카아치 사나에 의원과 고이즈미 신지로 농림수산상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다. 이시바 총리와 고이즈미 농림수산상은 자민당 내에서 파벌 색이 짙지 않아 비교적 온건한 정치 성향을 지닌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다카이치 의원은 강경한 우익 포퓰리스트였던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알려졌다. 다카이치 의원은 ▲야스쿠니 신사 참배 ▲헌법 개정 ▲재무장 추진 ▲아베노믹스 계승 등 아베 전 총리와 거의 비슷한 정치색을 드러냈다. 지난 1994년엔 <히틀러 선거전략>이란 책의 추천사를 쓴 것으로 알려졌다. 이 책엔 “단기간에 여론을 모아 권력을 빼앗았다”거나 “긴급조치로 적을 섬멸했다”는 등의 독일 나치의 선거전략을 높이 평가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설득할 수 없는 유권자는 말살한다”는 등 작전을 일본 정치인의 선거 승리 전략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전 대통령은 자신에게 호의적인 국내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고의로 신사 참배를 했던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민주당 소속임에도 강경한 우익 성향으로 유명했던 노다 요시히코 전 총리와 갈등하면서 지난 2012년 전격적으로 독도를 방문하는 강수를 뒀다. 박근혜 전 대통령도 재임 중 아베 전 총리와 상당한 갈등을 빚으면서 대중국 외교에 공들였다. 다카이치 의원이 후임 총리가 되면, 이 대통령도 전임 대통령들처럼 상당한 갈등을 빚을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 나비효과 게다가 우원식 국회의장은 지난 3일 중국 전승절 80주년 경축 행사에 참석한 것으로 보수 성향 유권자들에게 큰 비판을 듣고 있다. 우 의장은 행사에 함께 참석한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짧게 인사를 나눴다. 반면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김 위원장을 2번이나 불렀음에도 아무 반응을 얻지 못해, 이 역시 보수 성향 유권자들로부터 큰 비판을 받고 있다. 이 대통령은 대통령 취임 이후 친서방 외교에 유화적인 방향으로 선회하려고 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전통적 방향과 충돌하는 상황으로 해석되고 있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 내부에서 불거진 성추행·성희롱 사건도 이 대통령에게 불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있다. 혁신당은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등 친문 핵심 일부가 창당했다. 이 사건은 혁신당 강미정 전 대변인이 탈당하면서 폭로해 외부에 알려졌다. 가해자로 지목된 김보협 수석대변인은 문 전 대통령과 친분이 돈독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우석 전 사무부총장은 조 비대위원장이 민정수석이었을 당시 민정수석실 행정관을 지냈다. 조 비대위원장은 그동안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고, 이 여파는 민주당과 이 대통령에게 번지고 있다. 기성세대 남성의 위선과 운동권 특유의 성 문화 논쟁으로 확대되면서,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 사건까지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으로선 친문계와 빚고 있는 광범위하면서도 조직적인 엇박자가 국정에도 악영향을 미치는 상황에서 그 뒷감당까지 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장 대표도 이 대통령 못지않은 고립무원 상황에 직면했다. 시작은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로부터도 신임받았던 김도읍 의원을 지난 1일 정책위의장으로 임명한 것이었다. 그러자 “장 대표 당선에 큰 공을 세웠다”고 자부하던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들이 크게 반발했다. 특히 고성국 ‘고성국TV’ 대표는 지난 2일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려면, 국민의힘이 지자체장 30석을 자유통일당 등 자유 우파 정당 4개에 양보하면 된다”고 요구했다. 강경 보수 공세 친한 숙청 시동 민주당의 각종 입법 공세 방어 등 대여 공세 수단도 마땅치 않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노란봉투법 통과를 막기 위해 필리버스터를 동원했지만, 큰 의미를 두기 어려웠다. 노란봉투법은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종료 직후 본회의를 통과했다. 국민의힘이 할 수 있는 일은 본회의 불참밖에 없었다. 3개의 특검은 이미 국민의힘을 사정권에 두고 있다. 현실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수단은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는 장외 집회밖에 없다. 장 대표는 강경한 대여 공세를 약속하면서 당 대표에 당선됐지만, 강경한 대여 공세를 할 수 있는 현실적인 수단은 처음부터 없었다. 따라서 여야 지도부 회동은 장 대표에겐 정치적으로 큰 의미가 있는 기회였다. 최소한 “이 대통령에게 우리의 요구를 가감 없이 전달했다”고 자부할 만한 명분이 마련된 것이었다. 내부 사정도 녹록하진 않다. 장 대표에겐 지난해 12월 결별한 친한계(친 한동훈)와의 내부 투쟁도 숙제로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만 장 대표가 당선된 것 자체가 이미 친한계엔 큰 타격이었다. 아울러 친한계엔 ▲김종혁 전 최고위원 ▲신지호 전 사무부총장 ▲윤희석 전 대변인 ▲송영훈 전 대변인 등 국민의힘을 대표해 각종 시사프로그램 패널로 출연하는 인사들이 다수 소속돼있었다. 이들은 대체로 친한계의 이해관계를 각종 방송에서 대변했다. 장 대표는 지난 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서 “방송에서 당의 의견을 가장해 당에 해를 끼치는 발언을 하는 것도 해당 행위”라며 “국민의힘을 공식적으로 대변하는 인물임을 알리는 패널 인증제도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의 방침은 “국민의힘 몫 토론자로 출연해 친한계를 대변하는 인사들을 방송에서 솎아내려는 것”이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처럼 장 대표는 당내에서 양면 전선을 펼쳐놨기 때문에 현재 상황이 녹록지 않다.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하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로선 여야 지도부 회동이 동병상련에 가까운 전략적 제휴였을 가능성이 있다. 장 대표는 비공개 회담에서도 국민의힘의 의견을 모두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도 뚜렷한 확답만 하지 않았을 뿐, 대통령 당선 이전 강성 이미지를 중화하려는 듯 유화적으로 대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장 대표가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불화를 이용하려고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선 “장 대표도 내부 반발이 있고, 강도 높은 내부 투쟁을 진행해야 해서 제 코가 석 자”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이 대통령과 장 대표는 그동안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나름대로 중도를 지향하고자 강경파와 투쟁해야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당분간 이들이 전략적 제휴를 맺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과 장 대표의 회담 분위기를 무색하게 하듯이 다음 날인 지난 9일 진행된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내란 청산은 정치 보복이 아니”라며 “국민의힘이 내란 세력과 단절하지 못하면, 위헌정당 해산심판 대상이 될지도 모르니 명심하라”고 경고했다. 수북한 현안들 ‘내란’은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을 공격하는 용도로 사용하는 일반 명사가 됐다. 정 대표는 대표적인 당내 강경파로서, 국민의힘에 대한 강경한 태도가 정치적 상징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통령과 장 대표가 마주 보고 성과를 낼수록 정 대표는 설 자리를 잃는다. 정 대표의 제동은 “고립무원에 처한 여야 수장이 서로에게 동병상련을 느껴도 큰 의미가 없을 것”이란 경고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다. 바퀴들이 삐걱대는 사이 현안은 더욱 수북이 쌓이고 있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