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신임 대법관 후보 3인방 김선수·이동원·노정희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7.09 10:43:16
  • 호수 117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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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오·남’대법관 공식 깨졌다

[일요시사 취재 1팀] 박창민 기자 = 김명수 대법원장이 신임 대법관 후보들을 제청했다. 대법관 후보 세 사람은 역대 대법관 다수를 차지했던 ‘서오남(서울대 출신, 50대, 남성)’의 범주를 모두 벗어났다. 법원·검찰을 거치지 않은 순수 재야 출신의 노동·인권 변호사, 법원행정처 근무 없이 재판에만 전념해온 정통 법관, 여성의 지위와 권한에 관해 주목할 판결을 여럿 남긴 여성 법관 등이 대법관 물망에 올랐다. 이번 대법관 인사에 대해 ‘다양화’라는 시대적 요구에 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대법원이 다음 달 임기 만료로 퇴임하는 고영한(63·사법연수원 11기), 김창석(62·13기), 김신(61·12기) 대법관의 후임으로 김선수(57·사법연수원 17기) 변호사와 이동원(55·17기) 제주지법원장, 노정희(55·19기) 법원도서관장이 지명했다. 

대법원은 지난 2일, 김명수 대법원장은 대법관 추천위원회가 추천한 10명의 후보자 가운데 이들을 후임 대법관으로 임명해달라고 문재인 대통령에게 제청했다고 밝혔다. 

법원행정처
거치지 않아

대법원은 임명제청 배경으로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요구하는 국민의 기대를 각별히 염두에 뒀다”며 “사회 정의 실현과 국민 기본권 보장에 대한 의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 보호에 대한 인식, 국민과 소통하고 봉사하는 자세, 도덕성, 합리적이고 공정한 판단능력, 전문적 법률지식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이 김 대법원장의 제청을 받아들여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국회에 제출하면 국회는 인사청문회를 거쳐 본회의에서 동의안의 표결절차를 밟는다. 국회서 동의안이 가결되면 문 대통령은 이들을 새 대법관으로 임명한다. 통상 이 과정은 한 달 안팎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안팎에선 이번 임명제청을 두고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와 법원행정처 핵심 보직을 맡은 인물이 대법관으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끊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1961년 전북 진안 출신인 김선수 변호사는 서울 우신고,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제27회 사법시험에 수석 합격했다. 사법연수원 수료 후 김 변호사는 법관이나 검사 등 재조 경력이 없이 지난 1988년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서 노동전문 변호사로 출발한 이후 현재까지 30년에 걸쳐 노동·인권 부문의 대가로 자리 잡았다.

대법원은 김 변호사에 대해 “선후배 동료 법조인들로부터 타인을 배려하고 인품이 훌륭하며 청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사회적 약자를 대변해 왔던 후보자의 활동과 인품에 대해 변호사들 사이에서 신망이 높아 고 조영래 변호사 기념사업회 초대 위원장으로 추대됐다”고 소개했다.

김명수 대법원장 3명 임명 제청
변호사·여성·비서울대 다양화

김 변호사는 서울대병원 근로자 1000여명을 대리한 법정수당 청구소송은 통상임금 관련 법리를 정립하는 데 이바지했다. 당시 재판이 서울지법에 노동전담부를 설치하게 한 계기가 됐다. 

‘긴박한 경영상 필요’에 의한 경영상 해고도 엄격한 요건 아래에 허용돼야 한다는 판결을 이끌어낸 것도 김 변호사가 맡은 주요 사건 중 하나다.

또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창립 멤버로 사무총장과 회장을 역임했다. 민변 회장 출신 인사 중에서는 송두환(69·12기) 변호사가 헌법재판관을 지낸 적이 있지만, 대법관에 지명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무현정부 시절에는 사법개혁추진위원회에서 활동하며 상고심 개선과 하급심 강화, 노동법원 도입, 징벌적 손해배상제 및 집단소송제 도입방안 등 내용을 담은 ‘사법개혁 리포트’를 출간한 경험도 있다. 

당시 노무현정부서 민정수석 등을 지낸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 활동한 시점이다. 

1963년 서울 출신인 이동원 법원장은 경복고, 고려대 법대를 졸업하고 사법연수원을 17기로 수료했다. 1991년 서울형사법원 판사로 시작해 대법원 재판연구관, 수원지법 평택지원장, 서울고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수석부장판사 등을 역임했다. 

올 2월 제주지법원장 겸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부장판사로 있다.

대법원은 이 법원장에 대해 “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 분과위원장으로서 2017년 민사소송 개정판을 발간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고 도산법·환경법 등 분야서 다수의 논문과 판례평석을 집필해 법학 이론의 발전에 기여했다”며 “법원 구성원으로부터 높은 신망을 얻고 있고 뛰어난 친화력으로 지역 사회와도 격의 없이 소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노동변론 30년
‘벽’을 넘다

이 법원장은 위헌정당해산 결정이 된 통합진보당 소속 국회의원들이 제기한 국회의원지위확인 사건서 위헌정당해산 결정의 효과로 소속 국회의원도 당연히 직을 상실한다고 최초로 판결했다. 

그는 위헌정당이라는 판결로 해산이 결정된 통합진보당 국회의원들에 대한 의원직 상실 판결, 북한을 인권·복지국가로 오인하게 할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재미동포를 강제로 퇴거한 조치가 정당했다는 판결 등을 내린 바 있다. 

이외에도 출입국관리사무소가 부모와 같이 난민신청을 한 미성년 자녀에 대해 별도의 면접심사를 하지 않은 채 난민불인정 결정한 사건에서 난민법과 우리나라가 비준한 UN의 아동의 권리에 관한 협약 등을 위반한 것으로 위법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CJ CGV가 계열사에 대해 부당 지원행위를 한 행위에 대해 제재하는 등 판결도 이 법원장이 맡았던 재판들 중 일부다.

법관과 법원 직원들의 실무지침서인 법원실무제요 민사소송 분과위원회 위원장으로 2017년 민사소송 개정판을 발간하는 데 큰 역할을 담당했으며, 도산사건과 행정사건의 전문가로서 도산법 및 환경법 등의 분야서 다수의 논문과 판례평석을 집필, 법학 이론의 발전에 기여했다.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은 광주 출생으로 광주동신여고와 이화여대 법대를 졸업하고 지난 1990년 춘천지법 판사로 임관했다. 광주지법·서울중앙지법·서울남부지법·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가정법원 수석부장판사 등을 지내고 현재 법원도서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법원은 노 관장에 대해 “여성과 아동의 권익을 높이는 데 기여했다. 또 한때 변호사로 활동한 경험을 활용해 사건 당사자의 주장을 경청하고 당사자가 만족할 수 있는 재판을 해왔다”고 밝혔다. 

재야 출신 노동·인권 변호사
재판에만 전념해온 정통 법관
여성 관련 주목할 판결 남겨

노 관장는 여성과 아동 인권에 관해 연구하며 권익 보호를 위해 노력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8월 서울고등법원 민사18부 재판장으로 있으면서 어머니의 성으로 바꾼 자녀도 어머니가 소속된 종중의 종원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자녀가 부모의 양계혈통을 잇는 존재라는 사실은 자연스럽고 과학적”이라며 “종원의 자격을 판단함에 있어서는 헌법상 개인의 존엄과 양성평등의 법칙, 부성주의 및 성불변의 원칙을 완화한 민법의 규정과 개정 취지 등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2010년 7월 서울중앙지법에선 탈북자가 귀순사실 및 인적사항의 비공개를 요청했음에도 합동신문기관이 이들의 신원정보를 유추할 수 있는 보고서를 언론에 배포한 경우 국가배상책임을 인정하고 공무원의 직무수행 주의의무의 기준을 제시하고 국가의 인권보호의무를 분명히 했다.

아울러 장애여성 성폭력 사건이 발생한 사회복지법인의 임원들이 범죄 예방조치 의무와 가해자 분리·고발 및 피해자에 대한 상담 등 보호조치 의무를 부담해야 하는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해임 사유가 된다고 판결하기도 했다.


노 관장이 임명될 경우 여성 대법관은 김소영·박정화·민유숙 대법관에 이어 역대 가장 많은 4명으로 늘게 된다. 2004년 김영란 전 대법관이 첫 여성 대법관이 된 이후 14년 만에 여성 대법관은 김소영·박정화·민유숙 대법관까지 역대 최다인 4명으로 늘어난다. 

대법원은 전체 대법관 14명 중 여성 비율은 28.57%(4명)로 올라간다.

여성 대법관
4명 역대 최다

이번 대법관 인선을 두고 여야가 엇갈린 평가를 내놨다. 

자유한국당은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위원장 박경서 대한적십자사 회장)가 김명수 대법원장에게 대법관 제청 대상 후보자로 추천한 10명 중 4명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며 ‘코드 인사’라고 지적했고 더불어민주당은 “전체주의적 사고방식”이라고 반박했다.

한국당은 지난달 26일 “민주주의의 근간인 법치주의 구현을 위해서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필수적이다. 그런데 사법부의 좌편향 인사가 심각한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신임 대법관 후보 중 한승 전주지방법원장, 문형배 부산고등법원 부장판사, 노정희 법원도서관장이 진보 성향 판사모임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라며 “통합진보당 위헌정당 해산 심판서 통진당을 변호한 김선수 변호사도 편향적 후보”라고 지적했다.

윤 수석대변인은 “‘우리법연구회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와 ‘집시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자’에 대해 무죄 판결을 내리며 주목받아왔다”며 “이 모임의 일부 판사는 SNS상에서 전직 대통령을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고 비난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민변-우리법연구회-시민단체’라는 ‘삼각편대’를 이용해 사법부를 왼쪽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 회장 출신인 김명수 대법원장이 취임한 뒤 ‘우리법연구회’ ‘국제인권법연구회’가 법원 요직을 장악하고 있다”고도 했다.

그러면서 “김명수 대법원장과 청와대는 사법부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을 해치는 행위를 중단하기를 바란다”며 “사법부 블랙리스트 파동, 양승태 전 대법원장 당시 사안에 대한 검찰 수사 등으로 사법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져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국민적 신뢰를 잃고 있는 대법원을 다시 정치 편향적 인사들로 채운다면 사법부의 국민적 신뢰는 회복 불가능하게 될 것이므로 대법원장은 정치편향적 후보들을 제청 대상서 배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한국당이 대법관 구성의 다양화를 왜곡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현근택 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내고 “집시법 위반자는 무조건 유죄판결을 받아야 한다는 것인가. 유죄의 증거가 없으면 무죄판결은 당연한 일”이라며 “집시법 위반자도 마찬가지다. 특정 사안에 대해 무조건 유죄 판결을 해야 한다는 것은 전체주의적 사고”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법원은 인권보장 최후의 보루라고 할 것이므로, 특정 단체 출신인지에 관계없이 그동안 인권보장을 위해 노력해왔는지가 중요한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며 “개개인을 평가하지 않고 특정 단체에 소속돼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배척돼야 한다면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표를 지낸 정당에 소속됐던 국회의원은 당연히 물러나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이번 대법관 인선에 대해 바른미래당과 야당들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이번에는 서울대, 남성, 50대라는 천편일률적인 대법관 선정 기준서 벗어났다”며 “다양한 배경을 가진 법조인들이 대법관 후보로 제청된 것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는 “그동안 ‘서오남’으로 불려왔던 ‘서울대-50대-남성’의 대법원 구성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임명제청이라는 점에서 환영한다”고 평가했다. 

정치권 환영
한국당만 반대

하지만 여야의 20대 국회 하반기 원 구성 실무협상이 늘어지면서 대법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 일정이 확정되지 않고 있다. 자칫 원 구성 협상이 길어지면 사법부 공백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여야는 지난달 27일 원내대표 회동을 갖고 원 구성 협상을 위한 첫 만남을 가졌지만 구체적인 논의는 하지 않고 탐색전만 벌였다. 이튿날 여야 원내수석부대표가 실무 협상을 벌였지만 역시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cmp@ilyosisa.co.kr>

 

[김성수 변호사]
▲1961년 전북 진안 출생 ▲우신고(서울) 졸업 ▲서울대 법대 졸업 ▲제27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7기) ▲법무법인 시민종합법률사무소 변호사 ▲중앙노동위원회 심판담당 공익위원 ▲사법개혁위원회 위원 ▲법무법인 시민 대표변호사(현재)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회장 ▲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자문위원

[이동원 제주지법원장]
▲1963년 서울 출생 ▲경복고 졸업 ▲고려대 법대 졸업 ▲제27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7기) ▲서울형사지법 판사 ▲서울민사지법 판사 ▲서울고법 판사 ▲대법관 재판연구관 ▲전주지법 부장판사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수원지법 평택지원장 ▲대전고법 부장판사 ▲서울고법 부장판사 ▲제주지방법원장, 광주고법 제주재판부 부장판사(현재)

[노정희 법원도서관장]
▲1963년 광주 출생 ▲광주동신여고 ▲이화여대 법대 ▲제29회 사법시험 합격(사법연수원 19기) ▲춘천지법 ▲춘천지법 원주지원 ▲수원지법 ▲의원면직(변호사 개업) ▲인천지법 ▲서울고법 ▲서울중앙지법 ▲광주지법 부장판사 ▲사법연수원 교수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 ▲서울남부지법 부장판사 ▲서울가정법원 수석 ▲광주고법 전주재판부 고법부장 ▲서울고법 고법부장 ▲법원도서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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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흔든 트럼프 1년 풀 스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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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처음에는 ‘설마, 그렇게까지?’라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불과 1년여 만에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모두가 ‘미친 짓’이라고 말하지만 당사자는 거칠 게 없다는 태도다. 문제는 그 여파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구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가 ‘천조국’ 미국을 어디로 끌고 가는 걸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행보가 충격과 경악으로 물들고 있다. ‘이보다 더 놀랄 일이 있을까?’라는 반응이 거듭되는 모양새다. 되짚어 보면 이제 와 말이 안 된다고 하기엔 등장부터 파격적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처음 대선 출마를 선언할 당시에는 조롱과 웃음이 난무했다. 하지만 미국은 그를 선택했다. 그것도 두 번이나. 예상보다 더 파격 사실 트럼프 대통령은 첫 임기 때나 지금이나 크게 다르지 않다. 선거 기간 동안 공약으로 내세운 내용은 임기 중에 어떤 식으로든 진행했다. 그 공약이 ‘미치광이’ ‘사이코’ 등의 원색적인 비난으로 이어져도 요지부동이었다. 되레 외부 자극이 커질수록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는 더욱 거칠어졌다. 문제는 그 행보에 전 세계가 영향을 받는다는 점이다. 과거 미국이 ‘유일한’ 패권국으로 군림하던 시기와 비견될 정도라는 말이 나온다. ‘세계의 경찰’로 각국 상황에 관여했던 때보다도 영향력이 크다는 분석도 있다. 그 배경으로 지목되는 게 바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세계 질서를 유지했던 틀이 무너져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게 관세 부과에서 비롯된 통상 전쟁과 국제 질서 유지를 내세운 타국에 대한 물리적 개입이다. 두 사안 모두 ‘평범한’ 미국 대통령이라면 생각은 해도 실제로 행하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당장 전 세계의 지도자가 반발할 테고 각국의 이해관계도 복잡하게 얽혀있다. 무엇보다 대통령 자신이 겪어야 할 정치적 리스크가 매우 크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했고 또 하려 하고 있다. 모두가 ‘설마’라고 손사래 치던 일이 실제로 벌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1년 남짓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선에 도전하면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우며 관세 부과를 예고했다. 캐나다, 그린란드, 파나마 운하 등을 미국 소유로 하겠다는 야욕을 드러냈다. 영토 확장이라는 제국주의 시기에나 빈번하게 일어났던 일을 공언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관세는 ‘무기’나 다름없다.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해 상대국에 관세를 부과하는 방법으로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부터 전 세계와 통상 전쟁을 벌이기 시작했다. 특히 미국의 자리를 노리는 중국과는 서로 수천%의 관세를 부과하면서 세계 경제를 흔들었다. 관세 부과로 흔들더니 그린란드로 공포 조장 과거 FTA 체결로 미국과의 무역에서 관세 0%를 유지했던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협상한 일본의 관세 부과율을 기본으로 깔고 조율이 이뤄졌다. 줄다리기 끝에 협상이 타결됐지만 관세 문제는 현재진행형이다. 국가 간 외교에서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인 셈이다. 전 세계가 통상 전쟁의 여파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에는 영토 확장 문제가 불거졌다. 최근 미국은 베네수엘라에서 군사 작전을 진행해 전 세계를 경악에 빠뜨렸다.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데려와 법정에 세운 것이다. 표면상으로는 베네수엘라 내부 상황을 언급했지만 속내는 석유라는 말이 나왔다. 베네수엘라는 제1의 석유 매장국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의 석유 사업을 지배하겠다는 의지를 실행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미국이 베네수엘라 석유를 차지하게 되면 세계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크다. 베네수엘라 석유를 등에 업은 미국이 세계 석유시장 개편에 나설 길이 생긴다. 이렇게 되면 주변국은 물론 산유국은 크든 작든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더 나아가 미국은 베네수엘라 자체를 통치하려는 모습도 보인다. 미국에 적대적인 정권을 몰아내고 권력 지형을 ‘친미’ 또는 친미 우호 세력으로 개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 세계는 미국의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을 시작으로 보는 시각이 존재한다. 정가에서는 공산 정권을 유지 중인 쿠바가 다음 표적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비판에도 마이웨이 베네수엘라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그린란드’가 화두로 떠올랐다. 그린란드는 덴마크 자치령의 섬으로 한반도보다 9배나 큰 섬이다. 인구가 6만여명에 불과하고 두꺼운 얼음으로 뒤덮인 땅이라 가치 평가가 낮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아래에 묻힌 광물을 채취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지정학적으로도 좋은 위치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관심이 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그린란드를 미국에 편입시키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았다. 사실 트럼프정부 이전에도 그린란드를 미국령으로 하려는 시도는 있었다. 과거 미국정부는 그린란드를 사기 위해 돈을 제시한 적도 있고, 세계 2차대전 기간에는 점거하기도 했다. 하지만 덴마크의 반발, 무엇보다 그린란드 주민의 반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그러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노골적인 요구가 시작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상 이유를 들었다. 그린란드를 지킬 수 있는 건 미국뿐이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때와 마찬가지로 트럼프 대통령의 ‘속내’는 그린란드에 묻혀 있는 자원일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외신들은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으로 마두로 대통령 부부를 미국으로 압송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감이 붙은 상태라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이 국제법 위반이라는 비판이 쏟아졌지만 트럼프 대통령 본인은 ‘승리’라고 평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무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뜻을 비치면서 극대화됐다. 협상의 기술 자유자재로 트럼프 대통령의 행보에 북대서양조약기구(이하 나토)에 참여 중인 국가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었다. 미국과 유럽 간 오랜 시간 유지돼 온 ‘대서양 질서’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한발 더 나아가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덴마크·노르웨이·스웨덴·프랑스·독일·영국·네덜란드·핀란드 등 8개국에 대해 대미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관세 부과, 무력 충돌 가능성 등으로 전운이 감돌던 미국과 유럽의 관계는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경제포럼 연차총회, 이른바 다보스 포럼에서 출구를 찾는 듯한 모습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1일 자신의 SNS 트루스소셜에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의 매우 생산적인 회담을 바탕으로, 그린란드와 사실상 전체 북극 지역에 관한 미래 합의의 틀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 8개국을 상대로 다음 달 1일부터 부과하기로 한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적었다. 미국이 그린란드 병합을 위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철폐하면서 상황 반전의 여지가 생겼다. 실제 그의 발언 이후 미국 증시 등은 오름세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유럽의 집단 반발, 금융시장 동요 등이 트럼프 대통령의 한발 후퇴를 이끌었다고 진단했다. 계속 가다간 나토의 내부 분열은 물론 유럽의 실력행사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이 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고 원하는 것을 취하는 ‘협상의 기술’을 또 사용했다는 말이 나오기도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나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각종 협상 기술을 사용해 왔다. 과도한 관세 부과, SNS 사용 등이 그 예다. 베네수엘라 군사 작전 이어 광물 자원 노리고 장악 시도 그러면서도 전문가들은 아직 갈등의 불씨가 꺼지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무력 사용 가능성을 배제했을 뿐 그린란드에 대한 병합 의지 자체가 꺾인 건 아니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서 진행한 연설을 통해 그린란드 병합의 당위성을 긴 시간을 할애해 설명했다. 그는 그린란드를 ‘전략 요충지’이며 ‘북미 대륙의 일부, 서반구 최북단에 있는 우리의 영토’라고 주장했다. 우리나라는 트럼프 대통령이 만든 ‘불확실성’의 토대 위에서 실리를 찾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좌충우돌’이라는 말로는 부족할 만큼 예측불가의 행보가 계속될 때마다 우리나라 또한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외교에서 가장 중요한 게 미국과의 관계인 만큼 안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전후 관리를 위해 만든 ‘평화위원회’ 가입 초청장을 60여개국에 보낸 것으로 확인됐다.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의 평화지만 속내는 국제연합(UN) 등을 대체할 다자간 기구를 만들려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일고 있다. 캐나다, 프랑스, 영국 등 서방 및 친서방 국가와 러시아, 벨라루스 등이 초청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나라, 일본, 베트남 등 아시아 국가도 포함됐다. 우리나라 외교부는 지난 20일 “미국 측 초청에 따라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 언론에서는 우리나라가 평화위원회 가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표면상으로는 가자지구 평화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전 세계 분쟁에 개입할 명분을 만들려 한다는 우려가 나온다. 언제나 영향권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각) 임기 1주년을 맞았다. 불과 1년 만에 트럼프 대통령이 전 세계에 일으킨 풍파는 엄청나다. 앞으로 불어닥칠 태풍의 크기도 도무지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미국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트럼프 대통령은 2029년 1월20일 정오까지다. 아직 3년이나 남았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