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파란의 6·13] ②‘합종연횡’ 야권 지형도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6.18 10:43:20
  • 호수 117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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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 VS 반민주 일대일 구도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의미 그대로 ‘풍비박산’이 났다. 보수 진영 일각서 제기됐던 ‘당을 재건하는 수준의 참패’가 현실이 됐다. 패배한 후보들은 정치적 내상을 입었고, 당 지도부는 잇따라 사퇴하는 등 보수 진영이 와해될 조짐이다. 이제 남은 카드는 자존심을 버리고 서로 힘을 합치는 길뿐이다. 
 

보수 성향의 두 정당 대표가 6·13지방선거 직후 사임을 표명했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지상파 3사(KBS, MBC, SBS) 출구조사 결과가 나오자 자신의 SNS를 통해 “참패에 대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 개표가 완료되면 내일 오후 거취를 밝히겠다”고 했다. 하루 뒤 여의도 당사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서 “오늘(지난 14일)부로 당 대표직을 내려놓는다”고 입장을 표명했다. 

여럿 날아가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도 선거 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지난 14일 바미당 사무실서 기자회견을 연 그는 “국민의 선택을 무겁게 받아들인다”며 “선거패배의 책임을 지고 사퇴한다”고 밝혔다.

선거의 양상은 압도적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이 주요광역단체장 총 17곳 중 14곳, 재보궐 선거 총 12곳 중 11곳서 당선됐다. 기초단체장과 기초의원, 비례대표 기초의원 선거 결과는 더욱 좋지 않다. 기초단체장 선거서 한국당은 53곳서 당선됐고 바미당은 한 곳도 당선자를 배출하지 못했다.

두 패장은 향후 거취에 대해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는 않았다. 홍 전 대표는 자신의 사퇴를 밝히는 자리서 선거 패인과 정계 은퇴 여부를 포함한 향후 행보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고 자리를 떴다. 유 전 대표는 “대표직을 물러나 성찰의 시간을 갖겠다”라고만 했을 뿐이다.


괴멸 직전의 두 보수 정당이 선택할 수 있는 카드는 많지 않다. 현 상태서 재건을 선택하자니 정당의 방향과 유권자들의 상식 사이에 간극이 크다.

그렇다고 기존 지지층의 의견을 무시하고 뿌리부터 바꿀 수도 없는 노릇이다. 특히 113석을 가진 한국당이 탈당의 위험을 무릅쓰면서까지 재창당 수준의 개혁을 하기 힘들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이에 보수대통합론이 가장 현실적인 개혁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야당 무용론’이라는 지적이 나올 정도로 여권 견제가 불가능해 야당을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이 불가피하다. 한국당을 중심으로 바미당을 흡수한다는 시나리오다.

여건은 만들어졌다. 유 전 대표는 바미당이 실패한 원인에 대해 “정체성 혼란이 가장 심각하고 근본적인 문제”라며 “당이 바로 서려면 바로 잡아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다. 옛 바른정당 유승민계와 옛 국민의당 안철수계 사이의 파열음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홍·유 2선 후퇴…속도 붙는다
바미당 분해 위기, 갈라서나?

두 계파는 공천을 두고 이미 한차례 갈등을 벌인 바 있다. 서울 노원병과 송파을 지역의 공천 갈등으로 바미당은 ‘한 지붕 두 가족’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유 전 대표가 사퇴하면서 두 계파는 당권을 두고 다시 한 번 경쟁을 벌일 조짐이다. 이때 야권통합을 추진하는 옛 바른정당 출신이 당권을 잡을 경우 한국당과 바미당 사이 통합은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높다.


이때를 기점으로 바미당 내 옛 국민의당 출신들의 집단 탈당이 예견된다. 유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은 합당을 고려해볼 수 있다는 반응이다. 그러나 호남 쪽 지역구가 다수인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은 한국당과의 통합에 부정적이다.

안철수 전 서울시장 후보 측도 앞서 단일화 논의과정서 통합에 대한 의사를 시사한 바 있다.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토론회서 그는 한국당과의 통합 시나리오에 대해 “길게 설명이 필요 없는 사안”이라며 “우리는 우리의 길을 꿋꿋이 가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7월 말 8월 초 사이 양당체제로 재편되는 그림이 그려진다. 한국당과의 통합에 반대하는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민주당으로 넘어가는 그림이다. ‘중도정당’ 실험에 실패한 바미당이 공중분해될 위기다.

안 전 후보가 보수대통합 과정에 역할을 하며 재기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는 예상도 존재한다. 비록 한국당 김문수 전 서울시장 후보와의 단일화에는 실패했지만, 안 전 후보는 사실상 범보수를 자처했다. 

김 전 후보의 자진사퇴를 주장하며 자신이 보수 지지층을 끌어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또 북미정상회담과 관련해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 비핵화(CVID)가 빠졌다는 점을 비판했으며, 한미군사훈련과 관련해 보수적 발언을 쏟아낸 바 있다.

민주평화당은 민주당으로 흡수될 가능성이 높다. 박지원 의원은 지난 11일 전남 해남서 진행된 자당 후보 지원유세서 “지방선거가 끝나면 정계개편이 있다”고 공언했다. 특히 다음 선거가 국회의원의 생사를 결정할 제21대 총선이라는 점에서 정계개편 규모는 상상을 뛰어넘을 수 있다.

이미 정계개편의 출발을 알리는 총성이 울려퍼졌다. 한국당 원외 당협위원장들로 구성된 ‘자유한국당 재건비상행동(이하 비상행동)’은 서울 여의도 당사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제부터 당 재건과 보수대통합을 위해 비상행동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비상행동에는 당초 비홍계로 분류되는 한국당 중진 의원이 다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당은 김성태 권한대행체제로 전환됐다. 당권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다. 지방선거를 전후로 한국당 내 중진 의원들은 차기 당권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다. 정우택 의원이 대표적이다. 

사활 걸었다

지난 5월 본격적인 선거 유세를 앞두고 정 의원은 홍 대표에게 ‘백의종군’을 요구하며 자신이 당 체제를 바꾸는 데 앞장서겠다는 발언을 했다. 그 외에도 김무성·심재철·정진석·나경원 의원 등이 당권 레이스에 합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들 모두 비박·비홍 성향이라는 점에서 바미당 의원들과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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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