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과 파란의 6·13] ③힘 받는 청와대 플랜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8.06.18 10:38:43
  • 호수 1171호
  • 댓글 0개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예상대로였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6·13지방선거서 압승을 거뒀다. 문재인 대통령이 집권한 지 1년여가 지난 가운데 국정 운영의 청신호가 켜진 셈이다. <일요시사>는 지방선거 압승으로 동력을 얻게 된 문재인정권 핵심 계획들을 톺아봤다.
 

문정권은 집권 2년차에 들어섰다. 1년차가 국정의 초석을 다지는 단계라면, 2년차부터는 문 대통령이 구상하는 바를 실행에 옮길 때다. 이를 반영하듯 문정권은 2018년 초부터 새로운 국정 운영 계획들을 발표해왔다. 여기에 지방선거 압승으로 명분을 얻은 문정권은 향후 순풍을 타게 됐다.

질주 시작

가장 힘을 받을 수 있는 계획은 적폐청산이다. 국정 농단 세력과 이명박정권 핵심 인사들의 구속으로 일단락될 것이라 예상됐던 적폐 청산은 이제 ‘생활적폐’에 대한 청산으로 확장됐다. 해외은닉재산·역외탈세에 대한 환수가 대표적이다.

이는 문 대통령이 직접 지시한 사안이다. 지난달 14일 청와대 수석·보좌관회의서 “최근 사회 지도층이 해외 소득과 재산을 은닉한 역외탈세 혐의들이 드러나면서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고 있다”며 “불법으로 재산을 해외에 도피, 은닉해 세금을 면탈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공정과 정의를 해치는 대표적인 반사회 행위이므로 반드시 근절해야 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합동조사단 설치와 철저한 재산 환수를 지시했다. 국세청은 검찰, 관세청과 함께 해외범죄수익 환수 합동조사단을 꾸려 역외탈세 추적방안을 논의 중이다.


생활적폐 청산은 국민들의 지지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특히 해외은닉재산 환수 건의 경우 사회 지도층을 정조준했다는 점에서 국민들의 끊임없는 관심 없이는 성공하기 힘들다. 지방선거를 통해 정부·여당에 대한 국민의 지지가 확인됨에 따라 문정권은 생활적폐 청산에 명분을 얻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 등 오랜 숙원 사업도 가속도를 낼 예정이다. 경찰은 수사권 조정 방향을 포함한 의견서를 지난달 말 청와대에 제출한 상태다. 의견서에는 “(검경이) 상하가 아닌 협력 관계로 가야 한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진다. 

또 두 기관의 협력관계를 설정하고 검찰의 보완수사 최소화, 검찰의 영장 불청구에 대한 이의제기 절차 마련 등을 실렸다.

지방선거 결과가 수사권 조정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는 시기 때문이다. 청와대는 6월 내 최종 정부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후 7월 국회가 새로 구성되면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서 해당 정부안이 논의된다. 지방선거의 열기가 수사권 조정에 대한 관심으로 옮겨 붙을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됐다.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최저임금 산입범위 개편도 힘을 받게 됐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산입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의 최저임금법 개정에 반발하고 있다. 최저임금위원회 회의도 노동계의 불참으로 파행을 맞은 상황. 약 2주 정도 남은 내년도 최저임금 논의가 ‘졸속 심의’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회 지도층 비리 정조준
경제정책 실패? 동력 얻어

노동계의 입장은 완강하다. 양대 노총은 산입범위 개편을 포함한 최저임금법 개정안 폐기를 위한 대정부 투쟁에 나섰다. 민주노총은 오는 30일 10만여명이 참여하는 전국노동자대회를 열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노동계의 반발로 제동이 걸렸던 정부·여당은 지방선거 승리로 동력을 찾게 됐다. 최저임금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이 표심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한 셈이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오는 19일 최저임금 심의를 위한 첫 전원회의를 열 계획이다.
 

최저임금과 연결돼있는 소득주도성장론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31일 문 대통령은 청와대서 열린 ‘2018 국가재정전략회의’서 “소득주도성장, 최저임금 인상의 긍정적 효과가 90% 이상”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론을 두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일각에서는 올 1분기 소득 하위 20% 가계의 명목소득이 128만6700원으로 1년 전보다 8.0%가 줄었다는 점을 근거로 지난 1년간 문정권의 소득주도성장 경제정책이 실패했다고 주장한다.

서병수 전 부산시장은 지난 지방선거 국면서 “소득주도성장으로 성공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며 “오히려 국민 지갑을 채워주던 그리스나 베네수엘라는 국가부도라는 비극적인 상황을 맞았다”고 비판한 바 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는 이 같은 주장에 대해 “소득주도성장은 단기적인 과제가 아니다”라며 “국민 경제의 체질을 개선하고 가계와 기업 소득 향상, 성장의 선순환을 만드는 과정이어야 한다”고 반박했다.

문정권은 하위 20% 소득 감소라는 경제지표 악화를 뚫고 일단 현재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기조를 유지하기로 했다. 청와대는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라는 문정부 3대 경제정책 기조를 유지하되 보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지방선거 승리로 유예기간을 확보한 문정권은 당분간 직진을 계속해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 보유세 개편도 탄력을 받게 됐다. 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오는 21일 부동산 보유세 개편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종부세와 재산세 중 조세 충격이 덜한 종부세에 대한 내용이 개편안에 포함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면서 논란이 큰 상황이다.

정부와 부동산 업계 간 의견이 분분하다. 정부는 부동산 투기세력 근절을 위해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부동산 업계는 시장 침체를 우려하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일각에선 제2의 종부세 파동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탄력 받는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는 오는 21일 공청회서 제시된 의견을 초안에 반영, 최종 권고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최종 권고안은 6월 말 정부에 제출돼 7월 말 발표되는 내년 세제개편안과 중장기 조세정책 방향에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chm@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문정권 골목 규제?


정부 산하 연구기관인 중소기업연구원(이하 중기연)이 이르면 6월 중 대형 전문 유통 매장들을 대상으로 규제 적정성 연구에 돌입한다. 

대형 전문매장의 골목상권 침해 여부를 파악하는 한편 규제 필요성에 대한 연구도 함께 진행한다. 중기연은 올 연말까지 연구를 마무리해 발표할 계획이다. 

대형 전문점에 대해서도 영업시간 제한이나 의무휴업 등의 규제가 신설될지 주목된다. <목>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