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원정 나가요걸’ 참혹실상 공개

  • 서 준 webmaster@ilyosisa.co.kr
  • 등록 2011.09.17 13: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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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밋빛 인생’ 꿈꾸며 나갔다 ‘글로벌 진상’에 걸려 엉엉

[헤이맨라이프=서  준 대표] 취업을 위해 한국을 떠나는 ‘나가요걸’들의 얘기는 더 이상 새로운 사실이 아니다. 그러나 이들의 숫자는 좀처럼 줄어들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오히려 ‘원정 나가요걸’들은 ‘코리아드림’을 꿈꾸며 한국에 들어오려고 안간힘을 쓰는 외국 여성들과 묘한 대조를 이루며 나날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의 생활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태. 그러나 ‘장밋빛 인생’을 꿈꾸며 해외로 나간 이들의 생활은 소문만큼 화려하지 않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말이다. 실제로 이들 여성들 중에는 국내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은 빚을 지게 되거나, 인신매매의 굴레에 빠져들기도 하는 등 비참한 생활을 하는 이들도 상당수라고 한다. 해외로 나간 ‘나가요’ 여성들의 비참하고 어두운 실상을 취재했다.

일본, 실제 벌이는 쥐꼬리 빚만 지고 귀국 일쑤
미국, 대부분 손님 한인…‘본전 뽑겠다’며 진상


국내의 ‘나가요걸’들이 해외취업을 위해 가는 나라는 미국과 일본, 홍콩이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최근에는 호주나 캐나다 등의 나라에서도 ‘나가요’일을 하는 한인여성들이 나날이 증가하고 있다.

나가요걸들이 해외로 나가는 목적은 단연 돈이다. 국내에서 일할 때보다 많은 수입이 보장될 것이라는 믿음 때문인 것. 따라서 이국으로 가는 여성들은 누구나 장밋빛 환상을 가질 수밖에 없다. 특히 나가요걸들이 선호하는 국가는 일본. 성과 향락문화가 발달 해있는 일본의 경우, 취업이 쉬울 뿐 아니라 환율차이가 있기 때문에 열심히만 하면 한국에서 버는 돈의 10배 정도는 거뜬하다는 인식이 나가요걸들 사이에서는 널리 퍼져 있다. 
 
원정가는 나가요걸
나날이 증가 추세

하지만 여성들이 원정 취업을 선택하는 이유는 단지 돈 때문만은 아니다. 일본에서 3년간 나가요 생활을 한 경험이 있다는 A(29)씨는 “‘외국’이 주는 묘한 낭만감이 나로 하여금 일본행을 결심하게 만들었다”고 고백했다. 학벌도 돈도, 마땅한 기술도 없는 그녀로서는 한국에서의 별 볼일 없는 생활이 너무도 지겨웠다고 한다.

“성매매 업소 및 룸살롱 등을 전전하는 생활에 너무 회의가 들었어요.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기도 했고요. 마치 ‘하루살이’처럼 사는 게 지옥 같았죠. 하루하루 똑같이 반복되는 생활에 숨이 턱턱 막혔어요. 아무 꿈도 없었거든요.”

특히 업소여성들을 바라보는 한국 사회의 보수적인 눈초리가 더없이 견디기 힘들었다는 것. 그래서 A씨가 선택한 길이 해외취업이었다.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제가 할 수 있는 게 이 일밖에는 없더라고요. 이 나이에 새로운 기술을 배우기도 그렇잖아요. 일본까지 가서 술집에 나간다는 게 내심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다른 일을 할 엄두가 나지 않았어요.”

해외취업을 알선하는 소개소의 권유에 따라 A씨는 25살의 나이에 동경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고 한다.

그러나 부푼 꿈을 안고 시작한 일본생활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그녀의 장밋빛 환상은 한 달이 채 되지 않아 처참하게 깨져버렸다.

“막상 현지에 가보니 소개소에서 들은 얘기랑 딴판이었어요. ‘가기만 하면 거저 돈 번다’ ‘깨끗하고 안전한 업소에서 술시중 들면 된다’고 들었거든요. 그런데 모두 거짓말이었죠.”

최소 월 10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며 그녀가 소개받은 곳은 룸살롱이 아니라 ‘마사지방’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단순히 마사지만 하면 된다는 소개소 브로커의 말은 사실이 아니었다.

“애무부터 섹스까지 이뤄지는 풀코스 업소더라고요. 게다가 국내 정서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갖가지 변태행위를 강요받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불법 안마시술소는 일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결국 한 달을 못 견디고 다른 업소에 취직 했지만 그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고 한다.

“업소 측에서 제시한 고액수입도 사실과 달랐어요. 한 달에 하루도 안 쉬고 죽도록 일해야 벌까말까 한 금액이었던 거죠. 업소에 적응도 안 되고 일은 너무 힘이 들고…. 월급날도 못 채우고 다른 업소들로 계속 옮겨다니다보니 돈은 금세 바닥났어요. 일본 물가가 좀 비싼가요. 빚만 잔뜩 지고 3년 만에 일본생활을 정리했습니다.”

일본에서 2년간 일을 한 경험이 있다는 B(30)씨도 원정 나가요의 위험성에 대해 털어놨다.

“한국에서 가깝다는 심리적 안정감과 ‘한류’열풍으로 내심 많은 기대를 했었죠. 그러나 브로커들의 ‘달콤한 말’에 넘어가 섣불리 일본으로 갔다가는 큰 일 나요. 야쿠자와 연결되어 있는 곳이 많기 때문에 도망을 쳤다가는 뼈도 못 추립니다.”

B씨에 따르면 일본에는 소위 ‘크라브’라는 술집이 있다. 룸살롱과 같이 폐쇄된 공간은 아닌 한국의 카페와 같이 오픈된 공간 구조를 가지고 있다. 상당수의 한국 여성들은 바로 이 크라브에서 일을 하게 된다. 흔히 브로커들은 이곳 크라브에서 일을 하게 되면 한 달에 약 1000만원 정도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 금액이 아가씨들의 수익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실제 1000만원을 벌었다고 하더라도 식사비에 옷값 등을 제외하면 손에 쥐는 금액은 300만원 정도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1000만원 벌어도
실제 수령액 300만원

또 크라브에서는 아가씨들간의 규율이 엄격해서 싸움이라도 하게 되면 수백만원 상당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특히 크라브에 있는 ‘도황’이라는 제도는 나가요걸들을 가장 악질적으로 괴롭히는 것 중 하나다. 도황은 한 달에 7번 정도는 자기 손님과 함께 출근을 해서 술을 먹어야 하는 것을 말하는데 실제로 이에 응하는 남성들을 잡기란 하늘의 별따기라고 한다.

소개소의 브로커들은 일본에서의 생활이 ‘가족같은 분위기’라고 현혹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도 문제다. 아가씨들끼리 이지메(왕따)를 하는 경향도 강하고, 시시때때로 일어나는 다툼으로 가족 같은 분위기는 사실상 꿈도 꿀 수 없다는 것이다. 일본에는 성매매를 하지 않아도 되는 ‘에스데’라는 곳이 있는데 남성전용 안마 시술소와 같은 곳이다. 하지만 말만 성매매를 하지 않을 뿐 일의 강도는 공사판의 노가다 수준이라고 한다. 30분에 3만원 정도를 받지만 안마에 샤워, 그리고 소위 입으로 할 수 있는 건 모두 다 해야 한다는 것.

미국에서 1년간 나가요걸 생활을 한 적이 있다는 C(27)씨에게서도 비슷한 얘기를 들을 수 있었다. C씨는 “그때 생각만 하면 지금도 소름이 끼친다”며 몸서리쳤다. 우선 나가요걸의 가장 큰 관심사인 수입문제에 대해 그녀는 간단명료하게 대답했다.

“해외에서 일한다고해서 무조건 고수입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에요. 세상에 ‘눈먼돈’은 없는 법이죠. 물론 끝내주게 많은 돈을 버는 여성들도 간혹 있긴 해요. 그러나 많이 버는 만큼 많이 쓸 수밖에 없는 것이 그곳의 구조죠.”

홍콩, 한지붕 13명, 샤워대기 1시간 열악한 환경 
“괜한 환상 가졌다 몸고생, 마음고생만 톡톡히”

C씨는 현지의 업소생활에 대해서도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보통 원정취업을 할 경우 아가씨들은 매너 좋은 외국남성을 접대할 거라고 생각하죠. 그러나 이건 정말 엄청난 착각이에요.”

여기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나가요걸들이 실제로 접하게 되는 손님들은 대부분 한인들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접대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직장인 남성이었어요. 그런데 미국에 와서 보니 정말 가관이더라고요. 세탁소를 운영하고 식료품 가게에서 일하는 한국 남성들이 손님의 다수를 차지하더라고요.”

C씨가 문제 삼는 것은 그들의 매너와 태도다.

“같은 한인이면 반가운 마음에 더 잘해줄 것 같죠? 전혀 반대예요. 매너가 좋기는커녕 오히려 더 ‘진상’을 부리는 경우가 비일비재해요.”

C씨가 일했던 곳은 미국 내 한인타운 내에 있는 국내의 북창동식 룸살롱이었다고 한다. 북창동 시스템을 도입했다는 그 업소는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쉽게 접할 수 없는 룸살롱 ‘쇼’문화를 지니고 있는데다가, 말까지 잘 통하는 예쁜 한국 아가씨를 만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인기 최고였다고 한다.
“미국인들은 그나마 점잖은 편예요. 그러나 한인 남성들은 대부분 ‘본전’을 뽑으려는 생각으로 오더라고요. 어디서 주워들은 것은 많아서 온갖 것을 다 원해요. 특히 ‘한국 가게에서는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이상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아요.”

C씨는 한국에서 일할 당시에도 만나보지 못했던 ‘진상’들을 미국에서 다 만나봤다고 울분을 터뜨렸다. 홍콩 역시 마찬가지. 특히 홍콩은 그 열악한 시설 때문에 혀를 내두르는 여성이 많다. 방이 세 개 정도 있는 아파트에서 13명이 공동으로 사용하는가 하면 출퇴근 시간에 샤워를 위해 기다리는 시간만 1시간에 이른다는 것이 경험자들의 말이다.

룸살롱의 대기실이라고 해봐야 창고 같은 곳에서 쭈그리고 앉아 있는 것이 전부. 특히 단속이라도 나오면 마치 피난민들처럼 근처에 있는 한국 식당으로 도망쳐 피해야 한다고 한다. 또 시시때때로 엄격한 감시를 받는 등 사생활도 보장이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

홍콩, 단속 피해
인근 식당 도주

이처럼 경험자들에 따르면 현지 나가요걸들의 생활은 결코 순탄하지 않다. 문화적 이질감과 언어소통이 안 된다는 점은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힌다. 억울한 일을 당해도 불법취업자 신세이기 때문에 경찰을 부를 수도 없고 또 불렀다고 해도 말이 통하지 않으니 자신의 억울함을 호소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또 취업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핸드폰을 개설하거나 통장을 만드는 것 역시 자신의 이름으로 할 수 없는 등 나가요걸들의 생활에는 말못할 애로사항이 수두룩하다. 원정 취업을 경험한 많은 나가요걸들은 “그냥 한국에서 돈을 버는 것이 그나마 나은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괜한 환상을 가졌다가는 몸고생, 마음고생만 톡톡히 하고 돌아온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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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브레이크 없는 민주당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윤석열정부를 겨냥한 더불어민주당의 공격이 거침없다. “정치 보복은 없다”고 단언한 이재명 대통령이기에 국민의힘에서는 크게 반발했다. 민주당은 ‘정치 보복’이 아닌 ‘내란 종식’이라고 받아쳤다. 사분오열로 흩어진 국민의힘이지만, 대통령 취임 후 한 달도 되지 않은 이재명정부를 공격하는 때에는 손발이 척척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주도로 ‘채상병 특검법·내란 특검법·김건희 특검법’인 이른바 ‘3대 특검’이 가결됐다. 이후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이를 의결함으로써 수사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지난 3년 동안 이어진 가결-거부권 무한 굴레가 이 대통령 취임 후 속전속결로 해결됐다. 허니문 없이 본게임 돌입 3대 특검은 모두 윤석열정부를 겨냥하고 있다. 해당 법안들은 본회의서 재석 198명 중 찬성 194표, 반대 3표, 기권 1표로 가결됐다. 내란 특검법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한 내란 외환 행위, 군사 반란, 내란 목적 선동을 수사한다. 김건희 특검법은 윤 전 대통령 배우자인 김건희씨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을 비롯한 ▲삼부토건 주가조작 의혹 ▲명품 가방 및 금품수수 의혹 ▲공천 개입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등 국정 농단 의혹 등의 수사를 골자로 한다. 마지막으로 채상병 특검법은 2023년 7월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사망한 해병대원 채모 상병 사건 수사를 방해 및 은폐했다는 의혹을 규명하는 내용이다. 당시 수사 외압 과정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구명 로비 의혹, 임 전 사단장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태 공범 이모씨와 골프 모임 의혹이 터져 나오면서 사건의 마지막 퍼즐이 김건희씨로 지목됐다. 특히 채상병 특검은 전 정권에서 민주당 등 야당이 여러 차례 본회의에 올려 통과시켰지만 윤 전 대통령의 거부권에 막혀 번번이 무너졌다. 1년9개월 동안 제자리걸음이었던 특검법이 이재명정부에서 단번에 통과되자 본회의를 지켜보던 해병대 예비역 회원들이 일제히 자리서 일어나 거수경례하기도 했다. 지난 10일 3대 특검은 이 대통령이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은 이를 심의·의결한 뒤 자신의 SNS를 통해 “세 건의 특검법은 모두 윤정부가 거부권을 반복 행사하며 지연됐던 것”이라며 “멈춰있던 나라를 정상화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우원식 국회의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3개 특검법안에 대한 특별검사 임명 요청 서류에 결재했다”며 이 대통령에게 요청서를 보냈다고 밝혔다. 요청서를 받은 이 대통령이 특검 후보 추천을 공식 의뢰하면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서 특검 후보자를 각 1명씩 추천하게 된다. 속전속결 속 민주당 3특검법 모두 통과 반성 없는 국힘 ‘이 대통령 때리기’ 올인 내란 특검에 60명, 김건희 특검에 40명, 채상병 특검에 20명의 파견 검사가 투입되는 등 대규모 특검이 예고된 가운데, 민주당과 혁신당은 법조계 인사들 중 후보자를 물색해 빠른 시일 내 추천을 마친다는 계획이다. 야당인 국민의힘은 “정쟁에 함몰되는 대통령은 성공하기 어렵다는 기본원칙적 교훈과 경고를 드린다”며 곧바로 날을 세웠다. 앞서 민주당 단독으로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이 의결되고, ‘대통령 재판 중지법’까지 잇따라 추진되자 국민의힘은 “대선 다음 날 민생도, 외교·안보도 아닌 첫 입법 행위가 ‘사법부 장악법’이라는 사실은 충격을 넘어 경악스럽다”며 “괴물 독재 국가의 출발점”이라고 비판했다. 신임 대통령이 취임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 여야가 사사건건 부딪치면서 협치는 사라지고 또다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다. 허니문 기간도 없이 곧바로 싸움이 번진 것은 여당이 의석 다수를 차지한 여대야소 정국과 무관하지 않다는 해석이다. 한국 역사를 돌이켜 보면 대선과 총선이 ‘심판론’처럼 작용하면서 여소야대와 여대야소 현상이 번갈아 나타났다. 대표적인 여대야소 예로 민주화 이후 치러진 13대 총선이 있다. 1990년 노태우정부 시기 당시 민주정의당과 김영삼 총재의 통일민주당, 김종필 총재의 신민주공화당이 뭉치는 이른바 ‘3당 합당’으로 200석이 넘는 초거대 여당인 민주자유당이 탄생했다. 하지만 지역주의 고착화와 계파 갈등의 이유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한계에 부딪혔다. 초반부터 어깃장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집권하던 지난 17대 총선에서 여당인 열린우리당은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 과반이 넘는 152석을 얻었다. 야당이었던 한나라당은 121석에 그치면서 여대야소 정국이 펼쳐졌지만, 당시 노 전 대통령의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던 만큼 제대로 힘을 쓰지 못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0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대선이 치러진 직후에 열린 18대 총선에서 한나라당은 기세를 몰아 153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을 이어갔다. 이후 한나라당은 새누리당으로 당명을 바꾼 뒤 2012년 4월 치러진 19대 총선에서 친박(친 박근혜)계가 당권을 장악해 과반 의석을 차지했다. 같은 해 12월 박근혜정부가 들어서면서 여대야소의 틀을 갖췄지만 여권 내 계파 갈등, 쟁점 법안 등으로 실질적으로는 여소야대에 가까운 모습이었다. 박정부가 레임덕에 접어들면서 새누리당은 급격하게 기울기 시작했고 결국 20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이 122석을 얻었다. 박 전 대통령이 파면되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이 정권을 잡은 뒤 치러진 총선에서 민주당이 180석을 얻어 여대야소 정국이었지만 코로나19 여파와 부동산, 집값 상승 등으로 5년 만에 정권을 고스란히 넘겨줬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심판론 성격으로 치러진 21대 총선에선 민주당이 180석을 얻으면서 그야말로 압승을 거뒀고 결국 3년 만에 여대야소 정국으로 돌아왔다. 이처럼 대한민국 정치 역사상 여당이 더 많은 의석수를 차지하는 건 드문 일은 아니다. 하지만 유독 이번 정권에서 국민의힘을 비롯한 보수 진영이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부터 ‘의회 독주’를 넘어 ‘의회 독재’ 프레임을 씌우며 견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지난 5월 유세 현장에서 국민의힘은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선진 대국으로 도약하느냐, 아니면 전체주의 1인 독재국가로 추락하느냐의 기로에 있다”며 ‘이재명 포비아’ 여론을 띄웠다. 이낙연 전 총리가 상임고문으로 있는 새미래민주당은 “이재명 독재 정권 탄생 저지가 필요하다”며 국민의힘과 국민통합공동정부 운영 및 제7공화국 개헌추진 협약서를 체결하기도 했다. 대선 하루 전날이던 지난 2일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의회 독재를 이재명과 민주당이 시작하면서 베네수엘라 지옥문을 반쯤 열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베네수엘라의 비극이 남의 일이 아니다”라며 “한때 남미의 모범 국가였던 베네수엘라가 반미 포퓰리즘과 경제 파탄, 사법 장악과 독재의 길을 걸으며 국민의 삶이 무너지고 자유가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잊지 말자” 윤 심판론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 역시 “예전에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독재한다고 말을 들었지만, 유신정우회를 만들어서 입법부를 장악하려고 했던 정도였다”며 “사법부를 장악하려 드는 것은 이재명 후보가 아마 가장 심할 것”이라고 말을 보탰다. 이 대통령 당선 이후 국민의힘은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심 재판과 대장동 재판이 사실상 중지된 것을 두고는 “정치 권력에 사법부가 무릎 꿇고 정치적 면죄부를 주면서 법 앞에 권력이 있다는 걸 선언한 것”이라며 “사법부는 이재명 괴물 독재 국가의 공범이 된다는 걸 기억하라”고 비난했다. 국민의힘 김기현 의원은 자신의 SNS에 “유권무죄가 상식이 되어버린 세상, 권력이 있으면 면죄부를 받는 세상. 가히 ‘이재명 독재’ 세상이 도래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독재 프레임을 주장해 온 국민의힘에 국민 40%가 힘을 실어준 데에는 지난 3년간 민주당이 보여준 ‘협치 없는 정치’ 때문이라는 반박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지금까지 봐온 이재명이란 사람은 당 대표 때의 정치 스타일도 그렇고 업무 방식도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면 강하게 밀어붙이는 성향이 있는 것 같다”며 “지금 민주당에서 누가 감히 이 대표를 견제하겠나. 국회의장도 민주당 출신이다. 제어장치가 없는 상황에서 당연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대선 이후에도 국민의힘은 반성은커녕 당권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 집안싸움이 한창인 와중에도 민주당의 법안 처리에 대해서는 한목소리로 의회 독재라고 비판하니, 국민의 피로감도 덩달아 높아지는 형국이다. ‘민주당의 의회 독재가 우려되나’라는 질문에 여당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국민의 선택을 독재라고 말할 수 있느냐?”고 반문했다. 윤 전 대통령은 민주당의 행태를 알리기 위해서라며 비상계엄을 선포했고 탄핵이라는 결과를 낳았다. 민주당에 힘을 ‘몰빵’해준 것은 다름 아닌 국민이며, 야당이 된 국민의힘은 원색적인 비난을 멈추고 여당 견제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주장이다. “의회 독재? 윤 심판은 국민의 뜻” 여대야소 처음 아닌데…야 맹공 민주당 양부남 의원 역시 대선 전 토론 프로그램 <국민맞수>를 통해 “의회 민주주의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서 의회 민주주의로 당을 지도했을 뿐이고 앞으로 하려는 것도 민주주의”라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이낙연 전 총리나 바른미래당 손학규 전 대표 등 몇몇 사람이 의회 독재라는 주장을 하고 김문수 후보도 ‘방탄 괴물 독재 국가’를 운운한다”며 “이재명 (당시) 후보를 괴물 독재로 지칭하는 자체가 국민 의식 수준을 우습게 보는 것이고 정치 엘리트 기득권의 기만이자 오만이며 교만”이라고 직격했다. 이날 토론에 함께 출연한 국민의힘 홍석준 전 의원이 민주당의 예산 폭주, 행정부 장악 등을 예로 들자 “독재와 개혁을 혼동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양 의원은 “민주당이 하려는 사법제도 개혁이라든지 기재부 개혁 등은 나름 합리성 이유가 있는 것”이라며 “이런 개혁을 독재로 호도하는 것은 정말로 눈 가리고 아웅 하는 것이다. 국민 생각을 호도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이하 비대위원장)도 이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우리나라 국민 성숙도를 봤을 때 의회를 장악했다고 독재 정치를 하다가는 그 정권도 혼이 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KBS <전격시사>에 출연해 ‘내란 극복’을 축소할 것을 주장하며 “내란 극복이라는 것을 너무 광범위하게 적용해서 하다가는 결국 보복이라는 말도 나올 수 있다. 국민과 대화, 특히 자기와 반대되는 측 사람과 대화를 활발하게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과거 여대야소 정국에서는 여당이 고삐를 꽉 쥐고 있었음에도 하루하루 순탄치 않았다. 지금처럼 의회 독재든, 계파 갈등이든 어떤 이유에서든 야당이 호시탐탐 무너뜨릴 기회를 노렸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배출한 거대 여당이지만 계속해서 발목 잡힌다면 문재인정부 때와 마찬가지로 효능감 문제에 부딪힐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이번엔 다르다 최요한 정치 평론가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과거의 여대야소와 지금의 여대야소는 다르다”고 말했다. 최 평론가는 노태우정부 당시 3당 합당을 예로 들며 “과거에는 여대야소를 인위적으로 만드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금은 국민투표를 통해 민주당 계열에 표가 몰렸다. 그리고 민주당 후보를 대통령으로 선출했다”며 “윤석열이란 선장이 자격이 없으니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야 한다는 견제론이 나왔고, 그 결과 총선과 대선 모두 윤석열 심판론으로 치러졌다. 방향타를 국민이 만들어준 것”이라고 진단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이 대통령 재판, 올스톱 일단 푼 사법 족쇄? 법원이 오는 18일로 예정됐던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파기환송심 사건에 대해 기일을 추후에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서울고법 형사7부는 이같이 밝히며 “헌법 제84조에 따른 조치”라고 설명했다. 헌법 제84조에 따라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진행 중인 재판에 적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리스크였던 대장동 배임 사건 역시 재판부가 재판을 연기했다. 이로써 이 대통령의 다른 재판 역시 추후 지정될 가능성이 커 법조계에서는 사실상 임기 중 재판이 정지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법원은 대장동 배임 사건 재판부는 이 대통령과 함께 기소됐던 더불어민주당 정진상 전 정무조정실장에 대해서는 계속 재판을 진행할 방침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