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태 분석> 서울연합파 vs 지방파 ‘조폭전쟁’ 막전막후

텃새냐 철새냐…형님들 ‘나와바리’ 대혈투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서울 폭력조직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이른바 ‘나와바리’(담당구역)를 지키기 위해 조직간 ‘기동타격대’를 결성, 활동 무대를 확장하거나 또 다른 지방의 다른 ‘파’와의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범죄와의 전쟁’당시 수감됐다가 속속 출소하고 있는 중간 보스급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조직원들을 다시 규합해 와해된 조직을 재건할 조짐이다. 조직간 세력다툼이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방 폭력조직 조직원을 무차별 폭행한 서울지역 연합 조폭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은 최근 조직원을 때린 지방 조직폭력배를 집단으로 보복 폭행한 혐의(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집단 흉기 등 상해)로 서울 내 폭력조직 일원 고모씨 등 15명을 입건, 이중 4명을 구속했다.

경찰에 따르면 고씨 등은 지난 6월4일 오후 7시30분께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한 웨딩홀에서 광주지역 한 폭력조직원 자녀의 돌잔치에 온 ‘전주 나이트파’ 조직원 홍모씨의 얼굴을 수차례 때려 기절시키고 몸을 밟아 다치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답십리파’, ‘이글스파’, ‘화양리식구파’ 등 서울에 기반을 둔 폭력조직들이 연합된 조직원들이다.

“시내 폭력조직간
회합·연계 시도”

‘답십리파’ 한 조직원은 지난해 10월 대구지역 폭력배의 결혼식에서 홍씨 등에게 집단폭행을 당했다. “전라도 애들이 서울에서 설친다”등의 지방 폭력조직을 낮춰보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폭행을 당한 조직원은 때를 기다리다 돌잔치에 홍씨가 참석한다는 소식을 듣고 각기 다른 소속의 서울지역 조직원 16명을 끌어 모았고, 돌잔치에 찾아가 홍씨의 얼굴을 수차례 때려 실신시킨 뒤 발로 가슴과 팔 등을 짓밟는 등 집단으로 보복폭행을 가했다. 홍씨는 양팔 척골골절 등 전치 12주의 중상을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다음날 ‘전주나이트파’ 조직원들이 재차 보복하기 위해 대거 상경했다. 서울 연합 조폭 일당은 이들과 맞붙기 위해 특수 제작된 흉기 등 상해 도구를 지니고 단체로 차에 타고 있다가 시민의 신고로 경찰 검문에 걸려 해산했다.


경찰 관계자는 “지방 출신 조직폭력배들이 서울에 올라와 각종 이권에 개입하자 서울 토박이 폭력조직원들의 위기감이 높아졌다”며 “서울 지역 폭력배들이 대응하기 위해 연합세력을 구축한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계기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서울 폭력조직들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조직간 ‘기동타격대’를 결성, 활동 무대를 확장하거나 또 다른 지방의 다른 ‘파’와의 결합을 추진하고 있다. 과거 같으면 상상도 못할 일이다. 서로 ‘밥그릇’을 빼앗기도 모자랄 판에 쉽게 손을 잡는다는 것은 조폭계에선 보기 드문 현상이다.

경찰도 이를 인지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서울 시내 폭력조직이 다른 폭력조직과 회합 또는 연계를 시도하고 있다”며 “최근 폭력조직간 경계는 과거에 비해 상당히 희미해지고 특정 이권이나 이해관계에 따라 필요시 폭력조직간 소규모로 협력·연계하는 등 이합집산 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서울 조폭들이 ‘이합집산’하는 이유가 뭘까. 한마디로 이른바 ‘나와바리’(담당구역)를 지키기 위해서다.

지방세력 속속 상경…‘돈 되는’ 각종 이권 개입
위기 느낀 서울 토박이 조직들 ‘연합전선’ 구축

‘형님’들도 불경기의 한파는 피할 수 없었다. 지하세계는 ‘성매매특별법’ 시행으로 유흥업소가 철퇴를 맞은 이후 밥그릇인 오락실마저 ‘바다이야기’후폭풍을 맞으면서 자금줄이 막힌 상태다. 게다가 러시아 ‘야쿠트파’, 일본 ‘야마구치구미’, 중국 ‘삼진회’, 태국 ‘차이파’, 방글라데시 ‘우슈파’ 등 국제 범죄조직들이 판을 치고 있다.

그만큼 토종(?) 조폭들의 ‘나와바리’가 점점 작아지고 있다는 얘기다.


때문일까. 조폭들은 기존의 활동무대였던 유흥업, 사행성 게임장 등에 국한되지 않고 건설업, 유통업, 용역업, 입찰, 채권추심 등 다양한 분야로 합법을 가장해 영역을 넓히고 있다.

문제는 70, 80년대보다 덜 하지만 여전히 경제적으로 소외된 지방 조폭들이 이권 개입 여지가 적은 지역을 벗어나 ‘먹고 살기’ 위해 속속 상경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 조폭들이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활동무대를 빼앗길 위기에 처하자 상황에 따라 ‘연합전선’을 구축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 강남을 근거지로 한 ○○파 행동대장 A씨는 “당국의 단속과 규제로 먹고 살 일이 막막하다보니 이쪽 세계에서 금기시 돼 왔던 강도, 보험사기 등 자잘한 범행에도 손을 대고 있다”며 “이 와중에 지방 조폭들까지 줄줄이 서울로 올라와 자리를 잡고 있어 구역다툼을 자제하고 밥줄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항상 긴장하고 있다. 조만간 서울 조직과 지방 조직간 전쟁이 벌어질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른 조직 한 일원은 “지방 조직들은 서울로 진출할 때 단독으로 오지 않고 지역 군소 조직들을 통합해 몸집을 키운 뒤 상경한다”며 “지역 연고가 아닌 전국 각지에서 조직원을 모으기도 하는데, 두목급들이 자금력만 있으면 이곳저곳에서 돈 냄새를 맡고 벌떼처럼 모여든다”고 전했다.

‘지방에서 서울로’
활동무대 대이동

서울 조직의 위축은 자료를 통해서도 나타난다. 경찰청 ‘전국 조직폭력배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서울에서 활동 중인 폭력조직은 모두 22개, 조직원은 총 474명에 이른다. 2009년(조직 23개·조직원 507명)에 비해 각각 1개, 33명 감소했다. 경기 지역도 30개 조직 924명에서 25개 조직 865명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같은 기간 주요 지방 도시들의 폭력조직은 ▲부산 23개 385명→22개 396명 ▲광주 8개 307명→8개 332명 ▲대전 9개 124명→9개 136명 ▲전북 15개 486명→16개 512명 ▲전남 6개 185명→8개 214명 ▲경남 16개 325명→17개 348명 등으로 세를 늘린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토박이 조직은 ‘구로동파’, ‘영등포중앙파’, ‘진성파’, ‘이글스파’, ‘답십리파’, ‘화양리식구파’, ‘남부동파’, ‘역전식구파’, ‘동대문파’, ‘상계파’, ‘돈암동파’, ‘길동파’, ‘장안동파’, ‘청량리역전파’, ‘영택이파’ 등이다.

반면 지방에서 상경해 뿌리내린 조직은 국내 ‘3대 패밀리’라 불리는 ‘양은이파’, ‘서방파’, ‘OB파’를 비롯해 전남 영광출신 폭력배들이 모여 종로에 자리 잡은 ‘영광파’, 호남 지역을 무대로 활동하다가 상경한 ‘연합 새마을파’ 등이다.

이들 조직의 특징은 기존 조폭과는 다른 형태인 ‘기동타격대식’이란 점이다. 돈 되는 일이면 무작정 뛰어든다. 과거 폭력조직은 학연·지연을 연결고리로 일정한 세력을 형성, 특정지역을 근거삼아 활동하며 타 조직과 혈투를 벌였다.

그러나 방계 조직들은 지역근거 없이 전방위로 활동하며 이권을 위해 대립관계의 조직과도 연계하는가 하면 점조직 형태의 은밀한 연락체계를 통해 조직원들을 동원, 폭력을 행사한다.

그 대표적인 조직이 ‘연합 새마을파’다. 1970년대 서울을 무대로 악명을 날렸던 ‘범호남파’방계조직인 ‘연합 새마을파’는  ‘목포 새마을파’, ‘무안파’, ‘청계파’, ‘해제파’ 등 전남 지역 4개 조직의 폭력배 300여명이 모여 결성됐다. 이들은 의정부, 대전 등의 숙소에서 후배들을 합숙·관리하며 거대조직을 이끌고 호남을 벗어나 서울을 무대로 활동해왔다.


이권을 위해 ‘판문이파’, ‘쌍택이파’, ‘오비파’, ‘동아파’, ‘보성파’ 등과의 합세도 이뤄졌다.

‘조폭과 전쟁’ 철퇴 수괴급 출소 임박
와해조직 재건?…신흥구도 재편 전망

전남 고흥에서 상경한 ‘연합 고흥 식구파’도 합종연횡을 통해 세를 키웠다. ‘연합 고흥 식구파’는 2007년 7월 교도소에서 함께 수감돼있던 ‘고흥식구파’ 부두목 최모씨와 ‘OB파’ 두목 유모씨가 함께 연합해 서울에서 활동하다 소탕된 기존 폭력조직인 ‘고흥식구파’와 ‘상택이파’, ‘이글스파’ 등의 조직원들을 모아 만든 신흥 폭력조직이다.

이 조직은 리모델링업자로 가장, 호텔 등에 접근해 일부 공사만 진행한 후 부풀린 공사대금을 회수한다며 호텔을 점거하고 경영권을 빼앗는 등 117억원 상당을 강취하다 경찰에 일망타진됐다.

최근엔 6개 폭력조직 조직원들이 연합해 서울 강남 고급 빌라에 사설 카지노를 차려놓고 판돈 100억원대 도박판을 벌이다 경찰에 검거되기도 했다. 이들은 ‘신흥동파’, ‘신양관광파’, ‘국제 PJ파’, ‘순천시민파’, ‘십계파’ 등 호남지역에서 주로 활동하는 6개 폭력조직 연합으로 2009년 12월부터 5개월 동안 서울 강남구 삼성동 빌라 등 5곳에 사설 도박장을 운영했다.

눈에 띄는 점은 1990∼2000년 ‘범죄와의 전쟁’ 당시 수감됐다가 속속 출소하고 있는 중간 보스급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는 사실이다. 호남지역 ○○○○파 두목 B씨는 지난해 출소한 뒤 룸살롱을 처분하고 의료기 수입업체를 운영 중이다. 충청 ○○파 두목 C씨는 2008년 구속됐다가 풀려난 뒤 유통회사를 인수해 경영하고 있다.


서울 거대조직인 ○○○파 부두목 D씨는 2009년까지 수감생활을 하다가 출소, 광고회사를 차려 직접 운영하고 있다.

일각에선 이들이 운영자금을 모은 뒤 조직원들을 다시 규합해 와해된 조직을 재건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돌고 있다. 여기에 주요 조직 핵심수괴급들의 출소 시기가 다가오면서 신흥조직들을 중심으로 세력이 재편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더 많은 방계 조직이 생길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학연·지연 버리고
지역근거 없이 뭉쳐

경찰은 서울에서 조폭간 세력 다툼이 벌어질 조짐이 없다고 일축했다. 경찰 관계자는 “조폭 가운데 집중 관리 대상자들의 동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조직원간 연계 혹은 충돌 가능성이 있는 조직에 대해 이미 계보도와 소재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며 “폭력배들에 대한 범죄정보 수집을 강화하고 심층적인 기획수사로 폭력조직의 존립 기반 자체를 와해시키는 활동을 적극 전개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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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