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해받는 통큰 기부 정몽준 의원

현대가 잔치에 장자·큰며느리 빠지니 ‘썰렁’

범현대가가 최근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50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이를 주도한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은 2000억원이라는 거금을 선뜻 내놨다. 박수를 받을 만한 일이지만 재계에서는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적통을 자임하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참여하지 않아서다. 대체 이들의 불참 사유는 뭘까.

범현대가 오너들 5000억원 출연해 재단 설립
현대중공업 2380억원, 정몽준 의원 2000억원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을 비롯한 범현대가 오너들이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를 맞아 사재와 회삿돈 5000억원을 출연해 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재단명은 고 정주영 명예회장의 호를 따서 ‘아산나눔재단’으로 정했다.

재단설립 준비위원회는 정진홍 서울대학교 명예교수가 맡았고, 이석연 전 법제처장, 김태현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한정화 한양대학교 교수, 영화배우 안성기, 이병규 문화일보 사장, 최길선 전 현대중공업 사장 등이 준비위원으로 선임됐다.

지난 16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정 위원장은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 서거 10주기를 맞아, 아산 정주영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재단을 설립하게 됐다”고 재단 설립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고 정주영 명예회장
정신 계승하기 위해

이어 정 위원장은 “아산은 복지라는 단어가 생소하던 1977년에 아산사회복지재단을 설립해 소외된 지역에 병원들을 세우고, 어려운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는 사회복지사업을 지원했다. ‘함께 잘 사는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 아산 선생의 뜻이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또 “정몽준 의원이 상당히 오래 전부터 기업인의 사명에 대해 고민해오다 이달 초 집안일로 만나 얘기하던 중 마침 내일(8월17일)이 정 의원 모친(고 변중석씨)의 기일이어서 이번 재단설립에 참여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 위원장은 “양극화 해소를 위한 나눔의 복지를 실현하고 청년들의 창업 정신을 고양하기 위해 아산 정주영의 정신을 계승한 아산나눔재단을 설립키로 했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정 의원의 대권행보를 위한 재단설립이 아니냐는 시각에 대해 “정 의원이 상당한 출연을 한 것은 기업이 창조적인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돈을 내놓은 것”이라며 “특별히 어떤 시점을 의식하거나 어떤 목적, 다른 의도를 갖고 만든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정 위원장은 이어 “1982년 정 의원이 쓴 ‘기업경영이념’을 보면 정 의원이 오래전부터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해 많이 고심한 것을 알 수 있다”며 “정부의 공생관계 발전 등 정책 기조에 맞춰서 갑자기 발표한 것은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정 위원장은 또 “정 의원은 준비하는 과정에서 돈만 출연했을 뿐 크게 관여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사회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태도를 분명히 밝혔다”고 못박았다. 향후 추가 출연 계획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정 위원장은 “정 의원이 계속해서 기금을 출연해주리라 생각한다”며 “그러나 (추가 출연에 대해)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는 않았다”고 여운을 남겼다. 

정몽구 회장, 자체 진행 사회공헌활동 있어서
현정은 회장, 형편 어려워서?…경영권 분쟁?

아산나눔재단의 출범시기 등에 대해 정 위원장은 “아직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리지 않았다”며 “올해가 아산 정주영 명예회장의 10주기이고, 내일이 정 의원의 모친인 변중석 여사의 기일이라는 점에서 (재단설립 발표를 한) 오늘은 의미 있는 날”이라고 설명했다. 설립기금은 현대중공업 계열 6개사가 2380억원, 정몽준 의원이 2000억원(현금 300억원, 주식1700억원)을 출연한다.

이밖에 KCC 150억원, 현대해상화재보험 100억원, 현대백화점 50억원, 현대산업개발 50억원, 현대종합금속 30억원 등 총 380억원을 투입한다. 또 정상영, 정몽근, 정몽규, 정몽윤, 정몽석, 정몽진, 정몽익, 정지선 등 창업자 일가가 240억원을 투입했다. 범현대가 대부분이 출연에 참여했지만 정작 장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적통을 자임하고 있는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빠졌다. 이번 재단 설립 주체가 범현대가라고는 하지만 반쪽짜리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재단 이사회에
참석 않을 것”

정 위원장은 현대차그룹과 현대그룹이 참여하지 않은 점에 대해 “범현대가 모두 제각기 특성이 있고, 나름대로 좋은 일을 하고 있으며, 형편의 차이도 있다”고 설명했다. 정 의원도 “형님(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별도로 (재단을) 하니까 그렇고, 현대그룹은 여력이 많지 않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나름대로 좋은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은 정 회장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정 회장은 지난 2007년 해비치사회공헌문화재단을 설립했다. 당시 정 회장은 사재 1500억원을 출연해 사회복지재단을 만들었다. 기존에 현대차그룹 자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회공헌활동이 있기 때문에 중복해서 재단을 설립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재계 관계자는 “해비치재단이라는 공식 채널이 있는데 아산나눔재단에 별도로 출연하면 진정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정 회장이 현대가의 장자 역할을 하고 있는 만큼 아산나눔재단 설립을 계기로 해비치재단에 추가로 출연해 기부 효과를 극대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전했다.

각 형편에 따라 참여를 결정한다는 것은 현재 경영여건이 좋지 않은 현정은 회장을 겨냥한 발언으로 보인다. 현대그룹은 현대건설 인수 실패 이후 두문불출하고 있다.

하지만 현대그룹의 불참과 관련해서는 현대가 경영권 분쟁의 후유증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현대가에서 벌어진 경영권 다툼은 그야말로 ‘진흙탕’이었다. ‘왕자의 난’을 시작으로 ‘시숙의 난’과 ‘시동생의 난’에 이르기까지 분쟁이 끊이지 않았다.

숱한 경영권 분쟁
인해 마음에 앙금?

우선 ‘왕자의 난’은 정주영 창업주 타계 전인 지난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형제간 더 좋은 계열사를 차지하려는 욕심이 도화선이 됐다. 결국 현대그룹, 현대중공업그룹, 현대차그룹으로 ‘파이’를 나누면서 분쟁은 종결되는 듯했다. 하지만 이들 마음속엔 앙금이 남았다. 현재까지도 이들은 서로 왕래가 뜸한 상태다.

남편 정몽헌 회장이 타계한 지난 2003년 경영권을 이어받은 현 회장은 정상영 KCC 명예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겪었다. ‘숙부의 난’이 불거진 것. 정 명예회장은 현대엘리베이터 주식을 매입하면서 현대그룹 경영에 간섭하기 시작했다. KCC와 현대그룹간의 경영권 분쟁은 이듬해 3월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총회에서 현 회장이 승리할 때까지 8개월간 지속되면서 현 회장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정 명예회장이 주변의 시선을 의식, 황급히 분쟁에 마침표를 찍었다.

하지만 KCC는 아직 현대그룹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불화의 씨앗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이어 지난 2006년에는 정 의원과도 한바탕 싸움을 벌였다. 이른바 ‘시동생의 난’이다. 이 사태는 현대중공업이 현대그룹의 핵심인 현대상선의 지분 26.68%을 매입해 현대상선의 최대주주가 되면서 촉발됐다.

현대중공업은 ‘백기사’를 자처하며 경영권 보호와 단순투자 차원이라고 설명했지만 현대그룹은 믿지 않았다. 현대중공업이 6.26%의 지분을 보유한 KCC와 연합할 경우 지분율은 33%에 이르러 경영권이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시 현 회장의 현대상선 지분은 35%로 2% 정도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이 사태 역시 형님 회사를 빼앗으려 한다는 비난의 목소리에 정 의원이 한걸음 물러나면서 일단락됐다.

현 회장은 지난 2010년 말 현대건설 인수 문제로 정몽구 회장과도 맞섰다. 현 회장에게 현대건설은 절실했다. 경영권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당시 현대상선은 현대중공업이 17.6%를, 현대중공업의 자회사인 현대삼호중공업이 7.9%를, KCC가 4.9%를 소유하고 있었다. 만약 범현대가가 현대건설을 삼킬 경우 현대그룹으로선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장담할 수 없게 되는 상황이었다.

현정은 회장은 회심의 풀베팅을 했고, 현대건설을 거머쥐는 듯했다. 하지만 자금 출처 논란이 불거져 나오면서 판도변화가 생겼다. 그 틈을 노리고 현대차그룹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 그 끝에 현대건설의 새 주인으로 현대차그룹이 결정됐다. 이처럼 불편한 관계로 인해 정 의원이 재단 설립 문제와 관련해 현 회장에 참여를 권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반대로 정 의원이 참여를 권했더라도 현 회장이 이를 받아들였을지는 미지수다.


 정몽준 한나라당 의원 프로필

■학력
~2011 강원대학교 경영학 명예박사 
~2011 전주대학교 경영학 명예박사 
~2002 한국체육대학교 명예박사 
~1993 존스홉킨스대학교대학원 국제정치학 박사 
~1980 매사추세츠공과대학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1970~1975 서울대학교 경제학 학사 
1967~1970 중앙고등학교 
1964~1967 중앙중학교 
1958~1964 장충초등학교  

■경력
2009.09~2010.06 한나라당 대표최고위원
2008.05~제18대 한나라당 국회의원
2008.01~2009.09 한나라당 최고위원
2007.06 FIFA 올림픽조직위원회 위원장
2004~2008.05 제17대 국회의원
2002 2002 월드컵 조직위원회 위원장
2001~아산재단 이사장
2000 제16대 국회의원
1997 2002 월드컵 조직위원회 부위원장
1996 아산재단 이사
1996 제15대 국회의원
1994~2011.01 국제축구연맹(FIFA) 부회장
1993.01~2009.01 대한축구협회 회장
1992 제14대 국회의원
1991 현대중공업 고문
1988 제13대 국회의원
1987 현대중공업 회장
1983 울산대학교 이사장
1982 현대중공업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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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