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 위기론 내막

대기업 돈 먹는 하마…고삐 놓은 ‘독일 병정’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 한창 ‘잘 나가던’ 정병철 전경련 상근부회장이 갑자기 벼랑 끝에 몰렸다. 전경련 안팎에서 독선적인 조직 운영 논란이 일더니 급기야 교체설이 확산되는 등 위기론에 휩싸였다. 한마디로 앞날이 흐리다. 30여년간 성공가도를 달려온 정 부회장. 여기까지일까.

수해복구 한창 때 부인과 동반 라운딩 강행 ‘물의’
회원사 의견 수렴 없이 1조 사회공헌 추진 ‘논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지난달 27일부터 30일까지 제주 롯데호텔에서 ‘2011 전경련 제주 하계포럼’을 주최했다. 전경련이 매년 개최하는 하계포럼은 기업인들이 1년에 한 번 제주도에 모여 경제 현안과 산업계 이슈 등을 논의하고 화합을 도모하는 자리다. 올해는 전경련 사무국 임직원을 비롯해 기업인과 그 가족 등 400여명이 참석했다.

전경련은 ‘재계 축제’인 만큼 이 기간 요트 관광과 요가 강좌, 가수 콘서트, 클래식 공연, 한라산 등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참석자들은 오전에 강연을 듣고 오후엔 프로그램을 즐겼다. 이를 두고 포럼 행사와 전혀 관계없는 ‘호화 일정’이란 지적이 나왔지만, 전경련은 당초 예정대로 진행했다.

‘재계축제’ 하계포럼
호화 프로그램 즐겨

문제는 28일 오후에 진행될 예정이었던 ‘골프대회’. 전경련은 엘리시안, 스카이힐, 타미우스, 레이크힐스 등 컨트리클럽 4곳에서 ‘전경련 회장배 친선골프대회’를 열 계획이었지만, 중부지방의 집중호우로 수해 피해가 확산되자 여론을 의식해 대회를 부랴부랴 취소했다.

전경련 측은 “수해로 피해를 입은 수재민의 고통을 분담한다는 차원과 국민정서를 감안해 골프대회를 취소하기로 했다”며 “전경련 임직원들은 골프를 치지 않는다. 다만 회원사 참가자들에겐 불참을 강요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전경련의 설명대로 일반 참석자 300여명은 85개 팀으로 나눠 이날 오후 1시부터 엘리시안CC에서 골프를 쳤다. 하지만 골프채를 잡은 기업인들 사이에 전경련 임원도 끼어있었다. 정병철 상근부회장이었다. 정 부회장은 부인과 함께 라운딩을 강행해 물의를 빚었다. 그 시간 삼성그룹과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등 재계는 수해복구 지원에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지난 2일에도 전경련의 무책임한 행동이 또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전경련은 3일 삼성그룹, 현대차그룹, LG그룹, SK그룹 등 4대 그룹 임원들과 조찬간담회를 갖고 사회공헌재단 설립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었다.

전경련은 이 자리에서 주요 그룹별로 1조원의 사회공헌재단 자금을 조성한다는 계획을 전달할 방침이었다. 전경련 산하 회장단 20개 그룹과 비회장단 5개 그룹 등 25개 그룹이 내년부터 매년 1000억원씩 각출해 10년에 걸쳐 1조원 규모의 사회공헌재단을 설립하는 방안이다. 삼성그룹이 250억원, 현대차그룹·LG그룹·SK그룹이 각각 130억원씩 내는 밑그림이 그려졌다.

그러나 이 내용은 간담회 직전 언론 보도를 통해 먼저 알려졌고, 주요 그룹들은 전혀 모르는 사실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전경련이 회원사들과 충분한 의견 수렴 과정을 거치지 않은 것이다. 전경련은 주요 그룹들이 반발 움직임을 보이자 예정됐던 간담회를 하루 전날 긴급히 취소했다.

전경련 측은 “3일로 예정됐던 조찬간담회는 경제 전반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로 계획됐던 것”이라며 “사회공헌과 관련된 재계의 구체적인 실행방안이 결정되는 자리가 아니었는데 불필요한 오해를 살 수 있어 취소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경련이 회원사들의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회비를 받으면서도 재계의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전경련이 기업의 이익을 대변하기는커녕 오히려 반기업 정서 등 재계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키우고 있다는 비판도 들린다.

언론들도 등을 돌렸다. 전경련이 삐딱하게 나가자 연일 비난 기사가 쏟아지는 등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언론들은 “전경련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기업들은 물론 비난 여론마저 조성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재계의 본산’으로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자 ‘전경련 무용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수장 인선 문제로 진통을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순항하는 듯 했으나 이도 잠시.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재계 한 인사는 “대기업 이미지를 관리해야 할 전경련이 각종 구설로 위신이 땅에 떨어져 오히려 재계 이미지에 먹칠을 하고 있다”며 “제 기능과 역할도 못한 채 재계를 대표하는 이름표만 덩그러니 달고 있다”고 꼬집었다.

모 그룹 관계자는 “전경련은 회비 내기 아까울 정도로 하는 일이 없다. 수백억원에 달하는 돈 먹는 하마와 다를 바 없다”며 “너무 배가 불러서인지 좀처럼 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 조용한 절에 비유한 ‘전경사’란 말이 딱 맞다”고 비꼬았다.

전경련에 빗발치는 화살들은 자연스레 사무국을 이끌고 있는 임원들에게 향하고 있다. 전경련이 암초에 걸려 좌초될 위기에 처하자 내부 조직에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사무국 수장인 정병철 상근부회장의 리더십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전경련 안팎에서 독선적인 조직 운영 논란이 일더니 급기야 교체설이 확산되는 등 위기론에 휩싸였다.

정 부회장은 지난 2월 선임된 허창수 전경련 회장(GS그룹 회장)에게도 무거운 짐이 되고 있는 처지다. 훤칠한 용모에 온화한 성품으로 ‘영국신사’란 별명을 가진 허 회장과 달리 정 부회장은 작은 체구에 직선적인 성격 때문에 별명이 ‘독일 병정’이다.

기능·역할 미흡
‘본산’ 위상 흔들

올해 65세인 정 부회장은 관리형 CEO이자 재무통으로 30년 넘게 LG그룹에서 근무한 ‘LG맨’출신이다. 경복고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1969년 LG화학에 입사해 LG반도체 관리본부 전무, LG전자 재경담당 부사장과 관리담당 사장 등을 지냈다. 이어 LG산전 사장, LG CNS 사장, 한국소프트웨어산업협회 회장 등을 거쳐 2008년 3월 상근부회장에 선임되기 전까지 LG CNS 고문을 역임했다.

재계입장 제대로 대변 못해 오히려 반기업 정서 키운다
독선적인 조직 운영 지적 재계 안팎서 교체설 확산


정 부회장은 LG CNS 사장 재직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이 추진했던 서울시 신교통카드 서비스사업을 직접 구축하면서 이 대통령과 인연을 맺기도 했다. 인터넷 수능강의시스템인 ‘e-러닝’사업 인프라 구축 등 전자정부사업의 11대 과제 중 5대 사업을 성공적으로 추진해 경영능력을 인정받기도 했다. 전경련은 넓은 인맥과 역량을 갖춘 정 부회장이 재계와 MB정부간 가교역할을 잘해 낼 것으로 기대했다.

전경련은 정 부회장을 선임할 당시 “재계 화합은 물론 정부와 경제계간 가교 역할에 적임자라”라며 “업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경제계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추대 배경을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MB정부가 들어선 후 기업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기대가 매우 크다”며 “이럴 때 열심히 일해 좋은 성과를 내면 국가경제발전과 국민에게도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보좌하면서 사무국을 총괄한다. 인사와 재무 등 실권을 쥐고 있다. 동시에 500여개 대기업과 60여개 업종별 단체 등 회원사의 애로를 파악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필요한 제언을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재계의 대변인’또는 ‘재계와 정부의 가교’로 불리는 이유다.

그러나 전경련이 무능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재계가 정 부회장을 곱게 볼 리 없다. 허 회장보다 오히려 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초과이익공유제 추진 ▲기업별 동반성장지수 발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 ▲법인세 감세 철회 움직임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 등 재계에 대한 정치권 압박이 거세졌지만, 대기업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해 대응이 부실하다는 재계의 비난을 받고 있다.

모 그룹 임원은 “전경련이 무능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모두 정 부회장을 비롯한 사무국 임직원들의 책임”이라며 “구태의연한 권위주의 사고에 젖어 회장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정 부회장의 리더십·소통 부재 논란은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가벼운 ‘입’이 신뢰성에 의문을 갖게 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11월 장기간 공석이었던 신임 회장을 영입하는 과정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시간을 갖자고 했다”며 영입 가능성을 내비쳤다. 그러나 삼성그룹 측은 곧바로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해 진실공방이 펼쳐진 바 있다. 이에 정 부회장은 “(이 회장이 직접 언급한 것이 아니라) 염화시중의 미소를 지었다”고 말을 바꿨고, 결국 이 회장은 전경련 회장직을 수락하지 않았다.

앞서 지난해 7월에도 신중하지 못한 처신으로 뒷말이 적지 않았다. 정 부회장은 제주포럼에서 정부와 정치권을 신랄하게 비판한 인사말(회장 대독)이 논란이 되자 언론 탓으로 책임을 돌렸다.

때문일까. 정 부회장은 자리가 날 때마다 “기자들을 출입시키지 않고 싶다”등의 발언하는 등 언론에 대해 불편한 심기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도 했다. 지난 5월엔 정 부회장이 회장으로 있는 한국광고주협회가 ‘광고주가 뽑은 나쁜 언론’을 선정 발표했는데, 해당사의 실명을 밝히면서도 입장이나 반론을 전혀 싣지 않는가 하면 구체적인 내용도 적시하지 않아 사실상 ‘언론 길들이기’란 비판이 일었다.

이 와중에 정 부회장은 전경련 내 역할보다 ‘자리’에 연연하는 행보까지 보였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5월 한국광고주협회장을 맡은데 이어 지난 5월 한국경제연구원에 신설된 부회장직까지 겸직하기로 했다.

부적절 처신 뒷말
전열 재정비 시급

이에 따라 협회와 연구원은 사실상 전경련의 지배를 받게 됐다. 두 곳은 전경련에서 설립했으나 별다른 간섭 없이 자율 체제로 운영돼 왔다. 때문에 정 부회장이 장악하자 자율성과 독립성, 전문성 훼손 논란이 불거졌었다.

한경연 한 관계자는 “전경련은 김영용 전 원장을 사퇴시키고 대신 정 부회장을 밀어 넣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이는 재계로부터 무능하다는 비난을 받자 그 화살을 한경연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귀띔했다.

내년엔 나라에 큰 일이 많다. 총선이 있고, 대선이 있다. 모두 정치권 사안이지만 재계도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표심을 의식한 선심성 공약이 쏟아질 테고, 상대적으로 재계를 압박하는 수위가 높아질 게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넋 놓고 있는 전경련을 바라보는 재계는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오는 9월이 설립 50주년이라 한숨은 더욱 깊어진다. 하루빨리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어찌 보면 당연한 요구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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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K-POP 1위 하이브, 수사 리스크 타개책 있나?

[일요시사 취재1팀 ] 장지선 기자 = 국내 최대 연예기획사가 사면초가 상태에 빠졌다. 업계에서는 부동의 1위를 달리고 있지만 내부는 엉망진창이라는 풍문이 돌고 있다. 레이블 간의 갈등이 법정 공방으로 번졌고 주력 IP는 과거와 비교해 힘을 못 쓰는 모양새다. 연예계 ‘미다스의 손’으로 불리는 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하려는 걸까? 2024년 5월 엔터테인먼트 기업 하이브가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계열사 자산 총액과 자본 총액을 더한 자산이 5조원을 넘긴 곳을 대기업집단으로 지정한다. 2024년 3월 공개한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하이브 자산 총계는 5조원을 넘었다. 당시 기준으로 재계 순위 85위에 올랐다. 빛 좋은 개살구?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기업의 의무가 늘어난다. 엄격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동시에 상징성도 얻는다. 실제 하이브는 국내 엔터테인먼트 업계에서 최초로 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국가 차원에서 하이브가 ‘업계 1위’로 인정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K팝의 세계화로 앨범, 공연, 콘텐츠 등이 주요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한 것이 반영됐다”고 지정 배경을 밝혔다. 하이브의 대기업집단 지정은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와의 갈등이 한창 불거질 무렵에 이뤄졌다. 앞서 2024년 4월 하이브는 그룹 뉴진스 등이 소속된 레이블 어도어를 이끌고 있던 민 전 대표가 경영권을 탈취하려 했다는 의혹을 제기하며 감사를 진행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 이른바 ‘민-하 대전’의 시작이었다. 이후 뉴진스, 다른 레이블까지 싸움에 뛰어들었다. 뉴진스는 자신들의 프로듀서는 민 전 대표라고 주장하면서 계약 해지를 요구했고 다른 레이블은 민 전 대표가 제기한 표절 의혹 등에 반발해 소를 제기했다. 민 전 대표와 하이브 간의 계약 문제도 송사로 번졌다. 그 사이 뉴진스는 쪼개졌고 멤버 1명은 계약 해지 후 피소됐다. 내부 문제 외에도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경영권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카카오와의 갈등도 현재 진행형이다. 카카오와 하이브는 ‘아이돌 명가’로 불리는 SM을 인수하기 위해 엄청난 출혈 경쟁을 벌였다. 인수전이 과열되면서 카카오가 주가를 조작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김범수 의장이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구속됐다가 보석 석방되기도 했다. 1900억원대 부당이득 혐의 경찰 영장 청구, 검찰 반려 이 모든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방시혁 하이브 의장은 두문불출 상태였다. 미국에 머물다가 인터넷 방송 BJ ‘과즙세연(본명 인세연)’과 거리를 걷는 사진이 찍혀 입길에 오른 것을 제외하면 행보를 알기 어려웠다. 방 의장이 프로듀싱을 도맡아 온 방탄소년단(BTS)도 ‘군백기(군대+공백기)’ 상태였다. 하지만 BTS의 광화문 공연 이후 방 의장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BTS는 멤버 전원이 군대에 다녀온 뒤 ‘완전체’ 첫 행보로 광화문 공연을 선택했다. 정부와 서울시가 하이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성사된 공연은 각종 논란으로 이어졌다. 정부가 하이브에 특혜를 주고 있는 게 아니냐는 의심이 제기된 시점도 이때다. 지난달 21일 광화문 일대는 경찰 등에서 동원된 경비 인원으로 삼엄했다. 광화문 인근을 지나가는 사람들에 대한 대대적인 검문이 이뤄졌고 그 수위는 살벌했다. 공연과는 전혀 관계가 없어 보이는 이들도 검문 대상으로 지목됐고 결혼식 등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사람도 어김없었다. 정부와 전폭적인 지원에도 BTS 공연을 위해 광화문에 모인 인파는 예상에 크게 미치지 못했다. 앞서 26만명이 몰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연 직후 경찰은 4만명으로 추산했고 하이브는 10만여명으로 발표했다. 어떤 기준을 갖다 대도 예상치보다 적은 인원이 모이면서 공연 자체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모두의 광장인 광화문을 사기업이 특정 시간대에 독점하는 게 맞느냐는 지적이 이어졌다. 회사 뒤에 숨어 있나 실제 BTS의 광화문 공연은 ‘관급 행사’를 방불케 하는 모습을 보였다. 공연 전 국무총리가 하이브를 방문했고 서울시는 공연 당일 경비를 위한 회의를 여러 번 진행했다. 물 샐 틈 하나 없는 경비 체제를 구축한다는 명분으로 안전 관리에만 경찰 6700여명 등 모두 1만5000명에 이르는 인력이 동원됐다. 이재명 대통령도 가세했다. 이 대통령은 공연 전에는 안전 관리를 당부하는 목소리를 냈고 공연 이후에도 호평을 남겼다. 이 대통령은 공연 이후인 지난달 24일 열린 국무회의에서 “이번 공연은 광화문 홍보를 넘어 대한민국 홍보에 결정적이었다”며 “기획을 잘 해서 잘 진행했다”고 평했다. 대통령까지 언급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은 공교롭게도 방 의장에 대한 비판으로 튀었다. 방의장이 현재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점, 그 내용이 주식과 관련된 것이라 정부 정책에 반한다는 점 등이 화두가 됐다. 이 대통령은 ‘주가조작은 패가망신’이라면서 엄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바 있다. 방 의장은 하이브 IPO(기업 공개) 이전인 2019년 기존 투자자들에게 상장 계획이 지연될 것처럼 설명하는 등 기망행위를 통해 주식을 매수하고 이후 자신과 관련된 사모펀드가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에 지분을 넘기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이 추산한 부당이득 액수는 1900억원에 이른다. 지난해 7월 이 대통령의 ‘주가조작은 패가망신’ 경고 이후 주식시장을 교란한 혐의를 받는 인사들에 대한 금융 당국의 제재가 강해졌다. 당시 지목당한 인물 가운데 한 명이 바로 방 의장이었다.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는 지난해 7월16일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행위 금지 위반 혐의로 방 의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경찰도 같은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미국 압박 경찰 발끈? 검․경의 중복 수사 우려까지 불거졌던 사안은 경찰이 내사에 착수한 2024년 말 이후 1년 반이 지나도록 어떤 결론에도 이르지 못했다. 경찰은 지난해 9월 방 의장을 처음 소환한 이후 같은 해 11월까지 총 5차례 조사했다. 이후 5개월간 추가 소환이나 신병 확보가 진행되지 않으면서 ‘늑장 수사’라는 비판이 일었다. 서울경찰청 금융범죄수사대는 지난 21일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방 의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은 구속영장 청구 하루 전인 지난 20일 정례 기자간담회에서 “방 의장 수사는 거의 마무리됐다”며 “법리를 검토 중이고 머지않은 시간 내에 종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고 다음 날 방 의장에 대한 신병 확보에 나선 것이다. 방 의장 측은 즉각 유감을 표명했다. 그의 변호인단은 “장기간 성실히 수사에 협조했음에도 구속영장이 신청된 것은 유감”이라며 “향후 법적 절차에도 충실히 임해 최선을 다해 소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주한미국대사관의 압박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주한미국대사관은 최근 방 의장의 미국 방문과 관련해 출국 협조를 요청하는 서한을 경찰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서한에는 오는 7월4일 예정된 미국 독립기념일 250주년 행사 참석과 BTS의 월드투어 지원 필요성 등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방 의장은 출국금지 상태다. BTS 광화문 공연부터 특혜 의혹 솔솔 나와 주한미국대사관의 행보에 경찰 내부는 격앙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BTS 콘서트나 독립 250주년 기념행사 등을 고리로 미국 측을 움직여 수사 편의를 우회 압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이번 사건의 공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 지난해 미국으로 출국한 뒤 귀국하지 않는 상황이라 방 의장이 입을 맞추거나 도주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고, 경찰의 신병 확보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하이브는 국민 정서를 자극할 수 있는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입장이다. 오히려 주한미국대사관의 서한 발송이 당혹스럽다는 분위기다. 하이브 관계자는 “공식적으로 행사 참석을 요청받은 적도 없고 출국금지를 해제해 달라고 요청할 수도 없다”고 전했다. 구속 갈림길에 서 있던 방 의장은 검찰의 구속영장 반려로 한숨 돌리게 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는 지난 24일 방 의장에게 신청된 구속영장을 돌려보냈다. 검찰은 “현 단계에서 구속을 필요로 하는 사유 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고 판단해 보완수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일단 구속 위기는 피했지만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하이브의 최대 변수가 되는 모양새다. 하이브는 핵심 IP인 BTS 컴백으로 최대한 분위기를 띄워야 하는 상황에서 광화문 공연이 한 차례 논란이 된 데 이어 오너 리스크까지 덮쳤다. 무엇보다 방 의장이 하이브에 끼치는 영향이 절대적인 만큼 향후 상황에 따라 발생할 예측 불가능한 수준의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오너 리스크 K-팝도 영향 연예계 관계자 사이에서는 방 의장의 사법 리스크가 하이브를 넘어 K-팝 업계에 미칠 영향이 상당할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우리나라 문화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K-팝의 이미지가 업계 1위 수장의 오너 리스크로 얼룩질 수 있다는 걱정이다. 방 의장은 이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까?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