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특집> ①백운비의 천기누설- 2018 국운 대예측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8.02.12 08:38:35
  • 호수 1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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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과 불, 무슨 악연이기에…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문재인 대통령 집권 2년 차다. 최근 악재가 겹치며, 지지율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은 “해는 떠 있는데, 검은 구름에 가려있다. 그걸 어떻게 자기 마음대로 벗기느냐”고 진단했다. 백 원장에게 올해의 문 대통령의 운세와 국운을 물어봤다.  
 

“국운이 대통령 운이고, 대통령 운이 국운이다. 그런데 전반적으로 국운이 좋지 못하다. 국태민안(國泰民安)인데 2021년까지 좋은 해가 하나도 없다.” 

백운비 백운비역리원 원장은 올해 2018년 문재인 대통령과 국운을 이렇게 평가했다. 올해는 문 대통령 집권 2년차다. 박근혜정부 집권 2년 차보다 DJ정부 초기 분위기가 느껴진다. 대통령 지지율, 여당에 대한 기대 모두 높다. 실제로 지난해 대통령 지지율은 70∼80%대를 꾸준히 유지했다. 

나라 태평
백성 편안

백 원장은 “문 대통령이 당선된 시점부터 사실상 운세가 끝났다”며 “이제는 국가적으로 안 좋은 일만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달 문 대통령에 대한 지지도가 50%대 후반까지 하락했다. 1년 가까이 65∼70%대의 지지율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일각에서는 ‘폭락’했다고 평가했다. 

이렇게 지지율이 떨어진 이유는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선언과 2018 평창동계올림픽 북한 출전을 위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 단일팀 구성 추진 등이 큰 악재로 작용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외에도 크고 작은 재난 사고가 지지율 하락에 부채질을 했다. 


먼저 가상화폐 거래소 폐지 선언이 가장 컸다. 가상화폐를 규제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은 폭주했다. ‘가상화폐 규제 반대’ 청와대 국민청원이 지난달 19일 22만명을 넘었다. 당시 청와대는 뾰족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문 대통령은 국무회의서 “부처 간 협의와 입장 조율에 들어가기 전에 각 부처의 입장이 먼저 공개돼 정부 부처 간 엇박자나 혼선으로 비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언급했다.

대통령 운이 나라 운이고 
나라 운이 대통령 운이다

그러나 이틀 후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홍남기 국무조정실장은 “정부가 가상화폐 대책을 세우면서 법무부에서는 거래소를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견이 있었고 또 한쪽에서는 요건을 갖추고 거래를 할 수 있는 거래소는 인가하자는 의견도 있었다”며 “정부 부처 간에도 극과 극의 의견들이 나와서 그 내용을 조율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사실상 정책 혼선이 있음을 인정했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두고 우왕좌왕하자 이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7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해 ‘잘 수행하고 있다’는 답변은 67%로 지난주(73%)보다 6%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가상화폐 투자자의 주를 이루는 2030 세대가 문 대통령에 실망감을 표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책 혼란
연이은 재난 


또 특히 여자 아이스하키의 경우, 올림픽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감독과 선수들의 의견에 반하는 단일팀 구성을 일방 추진, 선수들의 공정한 경쟁 기회자체를 박탈했다는 여론이 빗발쳤다. 

여기에 이낙연 국무총리의 ‘메달권 밖’ 발언이 기름을 부었고, 일부 문 대통령 지지자들이 선수들의 SNS에 비난 댓글을 달면서 여론은 더욱 악화된 상태다. 

이러한 현상은 정부의 ‘문제 접근 방식’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의 분석이다. 논란의 구체적 내용이나 시시비비를 떠나 무엇보다 쌍방향 소통이 필요한 사안을 일방통행식으로 추진한 데 대해 지지층이 ‘1차 경고’를 보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백 원장은 ‘오합지란, 민심분리’라고 진단했다. 합이 되지 못하고 깨져 둘이 됐다. 어지럽고 혼탁하며, 백성이 둘로 갈라지고 충동해 민심이 흉흉하다는 뜻이다. 

백 원장은 “이번 해는 이런 정책적인 혼선이 무수히 많을 것이다. 그게 극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것에 상생과 합의가 안 되고, 하나가 둘로 나눠지는 그런 형상”이라고 진단했다. 

대소사에 분열이 계속 발생하며, 정치적 잡음이 끊이질 않을 것으로 보여진다고 백 원장은 설명했다. 

더불어 문 대통령이 집권한 이후 크고 작은 재난 사고도 많이 일어났다. 

지난해 12월3일 인천시 옹진군 영흥도 영흥대교 인근 해상서 낚싯배(9.77t)가 급유선(336t)과 충돌해 전복됐다. 이날 오전 6시9분쯤 인천 옹진군 영흥도 영흥대교 남방 약 2해리 해상서 9.77톤급 낚싯배가 급유선(336톤)과 충돌해 전복됐다. 사고 당시 이 낚싯배에는 선원 2명과 낚시객 20명 등 모두 22명이 타고 있었다.

그다지 운이…
남은 임기는?

해경은 사고 해역에 구조대를 급파했다. 17명을 구조했으나 이중 4명이 사망했으며 6명은 의식을 회복 중이다. 해경은 이들을 시화병원과 길병원으로 이송했다. 구조자 중 3명은 낚시어선이 전복된 후 빠져나오지 못하고 전복된 선박에 갇혀있었으나 휴대전화로 구조대와 연락해 무사히 구조됐다. 
 

사고 당시 낚싯배에 승객 20명과 선원 2명 등 모두 22명이 타고 있었다. 해경은 사고 해역에 함정 19척과 헬기 4대 등을 급파해 17명을 구조했다. 당시엔 청와대 국가위기관리센터를 찾아 화상회의로 대응에 나선 바 있다. 

이어 제천 스포츠센터 참사와 밀양 세종병원 화재가 발생했다. 지난해 12월21일 발생한 제천 스포츠 센터 화재로 29명의 생명이 희생됐다. 제천 복합건물 화재참사는 필로티 건물의 취약성과 건물주의 소방안전관리 부실, 신고와 대피의 지체, 초기 소방 대응력의 역부족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달 11일 발표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층 천장서 발화된 화재는 불붙은 보온재가 대량으로 일시에 차량 위로 떨어지면서 순식간에 주차차량 16대로 연소가 확대됐고, 필로티 건물의 취약한 구조로 인해 4∼5분 만에 화염과 유독가스가 전층으로 번졌다. 

당시 불이 난 건물에는 비상구가 폐쇄되거나 스프링클러가 작동하지 않으면서 인명피해를 키운 것으로 드러났다. 소방당국도 화재 진압 시 사우나가 있던 2층으로 곧바로 진입하지 못하면서 초기 대응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국정지지도 높았지만… 
민심 잃고 운도 다했나

국내서 발생한 12월 화재사고 중 세 번째로 많은 사망자가 발생했고 제천지역에서는 역대 최대의 인명피해로 기록됐다. 이어 한 달여 만인 지난달 21일 밀양 세종병원 화재로 사망자가 31명에 달하는 등 100명이 넘는 사상자가 나왔다. 
 

지난달 21일 7시32분께 밀양 세종병원서 불이나 현재까지 사망 31명, 중경상 70여명 등의 인명피해가 나 제천화재의 피해 규모를 웃돌고 있다. 소방당국은 오전 9시29분께 불길을 잡았으나 이번 화재로 인해 사상자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인명피해는 6층짜리 병원 1∼2층과 5층서 많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소방당국과 경찰은 정확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새벽에는 서울 종로구 한 여관서도 방화로 불이 나 5명이 숨지기도 했다. 대형 인명피해가 난 곳은 모두 평소 여러 사람이 오가는 다중이용시설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정부는 고민에 빠졌다. ‘안전한 대한민국’을 만들겠다고 다짐했지만 참사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잇단 참사에 대해 “정부가 안전한 나라를 다짐하고 있는데도 참사가 거듭되고 있어 참으로 참담하고 마음이 아프다”며 “국민께 참으로 송구스러운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런 참사에 대해 백 원장은 “대통령 운이 나쁘다는 것은 민심이 떠난 것을 의미한다. 민심이 나뻐지면 자연스럽게 국운도 나쁘다”며 “올해는 각종 재난과 사고, 화재, 수해 대형 사고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화예술이 
유일한 희망

국운은 어둡지만 대한민국은 문화·예술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백 원장은 진단했다. 그는 “예체능은 아직도 살아있다. 한국은 좋은 정기가 모여있다. 예술계에 세계적인 인물들이 많이 발굴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은 이번 평창동계올림픽 주최국으로 스포츠 강국의 이미지를 굳혔다. 한국은 금메달 8개, 은메달 4개, 동메달 8개로 종합 4위가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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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운비 원장은?]

40년 가까운 세월을 종로 5가에서만 보낸 백운비 원장은 학문연구에 몰두하며 외고집 역학 인생을 살아온 인물로 유명하다. 40세도 안 된 나이에 (사)한국역리학회 최연소 학술부회장을 역임한 그의 경력만 보더라도 그의 역학에 대한 학문적인 깊이는 이미 객관적으로 입증된 셈이다. 

그가 역학을 처음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역할을 만나기 전에 그는 사법을 전공하며 법학도의 길을 걸었다. 우연한 기회에 역학서적을 접하고 독학으로 역학을 공부했다. 백 원장은 현재 각종 매스컴에 ‘백운비의 사주풀이’를 수십 년째 연재하고 있다. 또 유명인들을 비롯해 상담자들의 확실한 검증으로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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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본에 번진 핵잠 나비효과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한미 정상회담 팩트시트가 공개되자, 가장 큰 화제가 된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에 대해 “문구가 추상적이어서 모호하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이에 자극 받은 일본도 핵잠수함 도입을 준비하고 있다. 핵잠수함 건조를 현실화하지 않으면 “일본에 핵 보유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의 국내 정치용으로 활용하게 했다”는 비판이 제기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달 29일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타결된 한미 관세·안보 협상 팩트시트(공동 설명자료)가 지난 14일 공개됐다. 가장 큰 논란은 핵 추진 잠수함(이하 핵잠수함) 관련 합의 문구였다. 산 너머 산 구체성 없다 팩트시트를 통해 확인되는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선 “구체성이 없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팩트시트에 따르면, 미국은 ▲한국 민간·해군의 원자력 프로그램 ▲한미 원자력 협정에 부합하고 미국의 법적 요건을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한국의 평화적 이용을 위한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로 귀결될 절차 등을 지지한다. 이어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고, 한국과 조선 사업 요건 진전·연료 조달 방안 등을 포함해 긴밀히 협력한다. 미국은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와 관련해 지지·승인·협력할 뿐이다. 이를 두고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같은 날 브리핑에서 “한미 정상의 논의는 처음부터 끝까지 한국에서 건조하는 게 전제였다”며 “우리 핵잠수함을 미국에서 건조하는 방안은 거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같은 날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며 “국내 건조 장소 합의는 팩트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기자들 앞에서 한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을 발표하면서 “필라델피아 조선소에서 건조될 것”이라며 “미국 조선업이 곧 대대적인 부활을 맞이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잠수함이 건조되려면, 산적한 현안을 모두 해결해야 한다. 팩트시트엔 건조 장소가 적시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명시해 발표했기 때문에, 미국이 순순히 양보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같은 회담 결과를 두고 양국의 주장이 엇갈리는 자체가 논란이 되고 있다. 민간 우라늄 농축·사용 및 핵연료 재처리엔 ▲한미 원자력 협정 부합 ▲미국의 법적 요건 준수 ▲한국의 평화적 이용 등 단서가 붙는다. 기술 이전 과정에도 많은 난관이 기다리고 있다. 핵잠수함 보유국은 미국·영국·프랑스·러시아·중국·인도 등 6개국이다.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30일 “미국이 핵잠수함 기술을 공유한 사례는 1950년대 최우방국 영국과 협력한 사례밖에 없다”고 보도했다. <AP통신>은 “미국의 핵잠수함 기술은 미군이 보유한 가장 민감하고 철저히 보호돼온 기술”이라며 “가까운 동맹인 영국·호주와 체결한 핵잠수함 협정에서도 직접 기술 관련 내용은 포함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우리에겐 우라늄 농축·재처리 기술이 없어서 미국으로부터 핵연료를 공급받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하지만 연료 공급 장소·방식은 팩트시트에 명시되지 않았다. 연료 공급 방법을 확보하지 못하면, 핵잠수함을 만드는 의미가 없다. 핵잠 건조 추상적인데 “고정밀지도 내놔” 발 빠르게 비핵 3원칙 수정하려는 일본 미국의 법률 개정 절차도 거쳐야 한다. 미국 원자력법은 ‘미국이 다른 나라와 군사적 목적의 원자력 협력을 하려면, 원자력 협정을 체결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한미 원자력 협정을 개정한 후 미국 상원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국제 무기 거래 규정도 상원의 동의를 얻어 개정해야 한다. 원자력 협정 개정이 팩트시트에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미국 에너지부의 반대 때문”이란 지적도 있다. 미국 일각에서 “한국이 자체 핵무장을 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한단 것이다.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는데, 우리는 미국에 고정밀지도를 넘겨야 하는 상황이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팩트시트엔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위치·재보험·개인정보에 대한 것을 포함해 정보의 국경 간 이전을 원활하게 할 것을 약속한다”는 내용도 있다. 미국 빅테크 기업들은 온라인플랫폼의 ▲자사 우대 ▲끼워팔기 ▲멀티호밍 제한 등을 막는 내용이 담긴 우리의 온플법 제정을 반대했다. 팩트시트를 따르면, 미국 빅테크 기업에 대한 규제가 어려워진다. 아울러 우리는 구글·애플이 요청하는 1:5000 축척 고정밀지도 국외 반출 요청을 수용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정부는 애플이 요청한 지도 반출 여부를 다음 달에, 구글의 요청은 내년 2월 결정할 예정이다. 팩트시트에 게재된 합의 사항대로라면, 애플·구글의 요청을 수용해야 할 가능성이 크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지난 15일 논평을 통해 팩트시트 속 위험요소를 조목조목 지적했다. 박 대변인은 “정부는 ‘농·축산물 개방은 없다’고 말해 왔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대로 농·축산물 개방 문구가 포함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망 사용료·온라인 플랫폼 규제·고정밀 지도 반출 등 대한민국의 디지털 주권과 직결된 사안까지 미국의 요구를 반영해 슬그머니 끼워 넣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도체 관세에 대해서도 ‘다른 나라보다 불리하지 않게 한다’는 모호한 문구만 있다”며 “경쟁국 대만과 비교해 어떻게 적용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팩트 시트에 담기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50억달러(약 36조7183억원) 규모의 미국산 군사 장비를 5년 동안 구매하고, 주한미군에 대해 330억달러(약 48조4682억원)를 포괄적으로 지원하면, 천문학적인 재정 부담을 떠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핵잠수함 건조 과정은 결코 쉬운 과정이 아니라서 장밋빛 전망만 내세울 때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고정밀지도 반출 가능성 실제로 일각에선 “핵잠수함 건조가 실현되기까지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해서 실질은 아직 불투명하다”며 “선언이 지나치게 앞섰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는 핵잠수함 나비효과가 일본으로 번졌단 점이다.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하자, 일본 정치권도 크게 술렁였다. 고이즈미 신지로 방위상은 지난 12일, 참의원 예산위원회에서 “미국·중국은 이미 핵잠수함을 갖고 있고, 지금은 핵잠수함을 보유하지 않은 한국·호주가 앞으로 보유하게 된다”며 “일본의 억지력·대응력을 강화하려면, 전고체·연료전지·원자력 등 다양한 동력원에 대해 폭넓게 논의하는 게 당연하다”고 말했다. 일본은 1967년 사토 에이사쿠 당시 총리가 선언했던 비핵 3원칙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비핵 3원칙은 “핵무기를 만들지도, 가지지도, 반입하지도 않는다”는 선언이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일찍부터 핵무기 반입 금지 방침 완화를 주장했다.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도 같은 날 “현 시점에선 재검토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다카이치 총리는 국회 연설에서 “내년 중 3대 안보 문서 개정을 위해 검토를 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의 3대 안보 문서는 ▲국가안보 전략 ▲국가방위 전략 ▲방위력 정비 계획 등을 말한다. 여기엔 비핵 3원칙이 모두 포함돼있다. 일본은 이미 지난 2022년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 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3대 안보 문서에 포함했다. 묘한 것은 미국의 핵잠수함 건조 승인이 일본 국내 정치구도까지 뒤흔들 가능성이 있단 것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카이치 총리가 선출될 당시 라이벌이었다. 지난달 4일 진행된 자민당 총재 선거 1차 투표에서 다카이치 총리는 183표(31.1%)를 얻었고, 고이즈미 방위상은 164표(27.8%)를 얻었다. 결선투표에선 다카이치 총리가 185표(54.3%)를, 고이즈미 방위상은 156표(45.7%)에 머물렀다. 하마터면 다카이치 총리는 자민당 총재·총리로 선출되지 못할 뻔했다. 고 아베 신조 전 총리의 후계자로 통하는 다카이치 총리에 반발한 공명당이 지난달 10일 자민당과의 연정에서 탈퇴했기 때문이다. 당시 공명당 사이토 데쓰오 대표는 고이즈미 방위상에 대해선 “정치자금 규제와 관련된 공명당의 처지를 이해하고 있었다”면서 호평했다. 고이즈미 방위상도 “지금까지 정책 실현에 대해 힘써 주신 것에 대해 감사와 경의를 표한다”고 화답했다. 미일 협력 중국 견제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0일 기적적으로 일본유신회와의 각외 협력 형태의 연립 정권 구성에 합의했다. 각외 협력은 연립 정권 구성엔 합의하지만, 내각엔 참여하지 않는 형태를 말한다. 일본유신회가 제시한 조건은 ▲오사카 부수도 지정 구상 수용 ▲국회의원 정원 10% 감축 ▲기업·단체 후원 폐지 ▲평화 헌법 개정 ▲방위력 강화 등이었다. 자민당과 다카이치 총리는 이를 모두 수용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1일 내각을 출범시키면서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했다. 가장 큰 정치적 의미는 ‘당내 정적 포용’이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전혀 없는 고이즈미 방위상을 임명해 기회를 제공한다’는 의미가 있다. 정반대의 의미를 강조하는 해석도 있다. “방위 관련 경력·경험이 없는 고이즈미를 현안이 산적한 방위성 장관으로 임명해 자멸을 유도한다”는 취지의 해석이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주어진 현안은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 ▲자주적 방위력 강화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 ▲방위 장비 수출 운용지침 폐지 등이다. 이중 미일 방위 협력 재조정은 ‘중국 견제’라는 미국·일본의 공통 이해관계로부터 시작됐다. 일본은 군사력을 강화해 더 광범위한 지역에서 역할을 맡으려고 한다. 미국은 일본의 적극적인 역할을 통해 더 효율적으로 중국을 견제할 수 있다. 문제는 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에 “방위비를 GDP(국내총생산)의 3.5%로 증액하라”고 요구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28일 진행된 미일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방위비 증액·방위력 강화 방침을 설명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다음 날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부 장관을 만나 “방위비를 올리겠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오는 2028년 3월까지 방위비를 GDP의 2%까지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 방위 정책과 관련해 국내 정세와 가장 민감하게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을 곤란하게 할 사안이 있다. 바로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이다. 일본 오키나와현 소재 후텐마 기지는 기나완시 시가지 한복판에서 시 면적의 1/4을 차지하고 있다. 후텐마 기지는 1945년 건설됐고, 일본에서 크고 작은 논란을 일으켰다. 오키나와현의 주민 중 상당수는 미군의 범죄와 소음 피해 등을 이유로 기지 이전을 요구하고 있다. ‘팩트시트’ 고이즈미 날개 다나 견제 압박 와중에 뜻밖의 호재 지난 2004년엔 후텐마 기지 소속 헬리콥터가 오키나와국제대학에 추락하는 등 사고도 여러 번 발생했다. 오키나와가 일본에 편입된 시점은 1879년이었다. 1945년부터 1972년까진 미국의 지배를 받았다. 따라서 오키나와에선 반미 감정이 강하고, 자민당 지지율이 낮은 편이다. 후텐마 기지와 관련해서도 일본 정부는 오키나와섬 내 나고시 헤노코 이전을 추진했지만, 오키나와 현·주민의 반대가 강해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엔 다마키 데니 현지사가 방위성이 신청한 비행장 설계 변경 신청을 승인하지 않고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후텐마 미군 기지 이전은 일본의 역사적 맥락과 맞물려 수십년 넘게 해결되지 못한 사안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주도하는 중국 견제를 위한 새 안보 질서와 맞물려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정치적 압박을 가할 수도 있다. 아베 전 총리는 지난 2019년 고이즈미 방위상을 환경상으로 발탁했다. 이 임명에 대해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무게를 키우면서도, 문제가 발생하면 그를 정치적으로 낙마시킬 수도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의 아버지인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는 퇴임 이후 강력한 원자력 발전소 폐지론자가 됐다. “아버지의 활동이 아들의 정치적 미래를 흐리게 할 수 있어 고이즈미 방위상을 견제하는 묘수”란 평가도 있었다. 고이즈미 방위상은 “기후 변화 문제는 펀하고, 쿨하고, 섹시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등 적당히 괴상한 발언을 하는 등 바보 행세를 하면서 견제를 피했다. 한동안 일본에선 고이즈미 방위상이 진짜로 바보인지, 바보인 척 연기를 하는지 장난 섞인 논쟁이 오랫동안 이어졌다. 이후 고이즈미 방위상은 이시바 시게루 전 총리·고노 다로 전 외상과 연합해 이시바 내각 탄생에 큰 공을 세웠다. 이어 농림수산상으로서 쌀값 폭등 문제에 적극적으로 대처했다. 지난 2023년엔 자민당 내 정치자금 문제가 불거지자, 조기 의회 해산 및 총선거 진행을 적극적으로 제안한 후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당시 자민당은 중의원 과반에 미달하는 의석을 얻었다. 하지만 일각에선 “더 큰 패배를 당하기 전에 적절한 시점에서 중의원 해산을 건의했다”며 긍정적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방위상 취임 이후엔 어떻게 구 아베파·아소파의 견제를 피할 것인지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미국이 우리의 핵잠수함 건조를 승인한 사안은 고이즈미 방위상에게 견제 수위를 낮추면서 자민당·내각의 협조를 얻을 수 있는 뜻밖의 호재로 다가왔다. 고이즈미 방위상이 일본의 핵잠수함 도입을 주도한다면, 유력한 차기 총리 후보가 될 수도 있다. 견제 회피 일거양득 우리의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일본 정치의 판도를 바꿀 수 있는 사안이 된 것이다. 만약 핵잠수함 도입 추진이 불확실해지면, 이재명정부는 이 때문에 더욱 큰 비판을 받을 수도 있다. “일본의 군비 증강에 빌미를 제공하고, 고이즈미 방위상의 정치적 미래를 위한 발판을 제공한 것”이란 비판이 따라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핵잠수함 나비효과는 이렇게 일본으로 번졌다.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