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있으나 마나’ 전경련 무용론 막전막후

답답한 ‘재계 청와대’…갑갑한 ‘재벌 대통령’

[일요시사=김성수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무용론이 또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재계의 본산’으로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 수장 인선 문제로 진통을 겪는 등 우여곡절 끝에 순항하는 듯 했으나 이도 잠시. 제대로 된 기능과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안일한 실무진들이 그동안 쌓아온 전경련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

기능·역할 미흡 지적…‘재계 본산’ 위상 흔들
‘정치권과 대립각’ 수세 몰리자 바로 꼬리 내려

올해로 창립 50주년을 맞은 전경련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작품이다. 5·16 직후인 1961년 7월 박 전 대통령의 지시로 일본의 경제단체연합회(경단련)를 모방해 조직됐다.

당시 전경련은 정부의 대형 국책공사 물량을 분배하고, 업체 간 과당경쟁을 방지하는 역할을 했다. 또 새로운 경제정책이 나올 때마다 재벌을 대신해 정부와 협상을 벌이기도 했다. 때문에 전경련을 방패삼아 ‘등에 업고 있는 짐’을 떨쳐버릴 심산으로 회장직을 맡은 경우도 있었다.

대기업 압박 정책
제대로 대응 못해

그러나 2000년대 들어 그 위상이 달라졌다. 전경련은 과거 같지 않다. 급변하는 경영환경 변화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란 지적이 많다. 주요 현안에 대해 재계 의견을 수렴해 정부에 전달하는 역할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재계엔 전경련을 조용한 절에 비유한 ‘전경사’란 신조어까지 등장했을 정도다.
총수들이 전경련 회장을 맡는 것에 부담을 갖기 시작한 것이 이때부터다. 전경련 회장으로 나서는 게 별 도움이 안 된다는 인식이 퍼진 것. 이는 파워 있는 총수들의 손사래로 이어졌다.

전경련은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가 초대회장을 맡은 것을 비롯해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 구자경 LG그룹 명예회장, 고 최종현 SK그룹 회장 등 당대 재계를 대표하는 그룹 총수들이 이끌어 왔다. 이후 1999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물러나고 중견그룹에서 회장이 나오면서 전경련의 위상 추락이 가시화됐다.
김 전 회장을 마지막으로 국내 5대 그룹에서 회장을 맡은 적이 없다. 김각중 경방그룹 회장(26·27대),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29·30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31·32대) 등이 모두 재계 서열 30위권 밖의 기업 회장이었다.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의 위상은 누가 회장이 되느냐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그만큼 굵직한 인물이 전경련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으면서 위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모 그룹 임원은 “과거 든든한 지지세력이었던 삼성, 현대차, LG, SK 등 주요 그룹 총수들이 전경련과 거리를 두면서 이제 더 이상 재계 중심점이 아니라는 부정적 견해가 적지 않다”며 “전경련이 대한상공회의소 등 다른 경제단체보다도 입지가 위축되자 ‘이럴 바엔 차라리 경제단체들을 통합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귀띔했다.

허창수 GS그룹 회장이 전경련을 맡기까지도 상당한 진통을 겪었다. 조석래 회장은 2007년 3월 31대 전경련 회장에 취임, 32대 회장직 연임 중 2010년 7월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사의했다. 당시 비실세 회장의 한계를 넘어 과거 막강한 전경련의 모습을 되찾기 위해선 ‘힘 있는’ 총수로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컸다.
그러나 새 회장 인선 작업은 쉽지 않았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 등 물망에 오르내린 총수들이 하나같이 고사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전경련 운영에 대한 강한 불만과 함께 개혁과 변화를 요구하는 내부 질타가 쏟아지기도 했다.

결국 우여곡절 끝에 허 회장이 2011년 2월 33대 회장에 올랐지만, 당초 기대와 달리 침묵으로 한동안 일관했다. 이 와중에 ▲초과이익공유제 추진 ▲기업별 동반성장지수 발표 ▲중소기업 적합업종 지정 ▲연기금 주주권 행사 강화 ▲법인세 감세 철회 움직임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 등 재계에 대한 정치권 압박이 거세졌지만, 정작 전경련은 대기업 입장을 제대로 대변하지 못하는 등 대응이 부실하다는 재계의 비난을 받았다. 전경련은 “정부와 정치권에 재계 입장을 밝히고 있다”고 설명했으나 주요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견기업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재계와 정치권 사이에 암운이 짙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허 회장이 드디어 ‘마이크’를 든 것은 지난 6월 취임 후 처음 가진 기자간담회에서다. 허 회장은 이 자리에서 정부와 정치권을 향해 대놓고 노골적인 반기를 들었다.

허 회장은 우선 정치권의 포퓰리즘 정책을 비난했다. 이어 정치권의 감세 철회 논의에 대해 분명한 반대 입장도 내비쳤다. 또 휘발유 가격과 동반성장 등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도 다소 비판적인 태도를 취했다.

허 회장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가진 간담회에서도 정부를 압박하는 발언을 했다. 그는 “오늘날 중요한 정책결정에서 국가의 장래를 걱정하는 순수하고 분명한 원칙을 제대로 지키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계 단체 수장이 경제 문제가 아닌 국정 사안을 꼬집은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는 한마디로 “못 해 먹겠다”는 재계의 반발 심리를 어느 정도 대변했다는 분석이다.

재계는 전체적으로 허 회장의 쓴소리를 반색하는 분위기였다. 오랜만에 대기업들의 입장을 시원하게 대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 잔뜩 벼르자
슬그머니 보조 맞춰

그러나 이도 잠시. 허 회장을 여의도로 호출하는 등 발끈한 정치권이 잔뜩 벼르자 전경련은 슬그머니 꼬리를 내린 모양새다. 이는 허 회장의 바짝 낮춘 자세에서 알 수 있다.

허 회장은 지난달 20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 등과 함께 서울 수유시장을 방문해 “재래시장 육성을 위해 전경련 차원에서 적극 지원하겠다”며 정부·정치권과 보조를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지난달 27일 제주에서 열린 ‘전경련 하계 포럼’에선 눈치보기 기류마저 감지됐다. 당초 재계는 허 회장이 하계 포럼에서 정치권을 향해 강도 높은 발언을 할 것으로 내다봤다. 최근 양쪽 사이가 심상치 않아 허 회장 입에 더욱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더 이상 독설은 없었다. 허 회장은 갈등 국면을 의식한 듯 정부·정치권의 ‘정’자도 꺼내지 않았다. 허 회장은 개회사에서 “소비자와 파트너, 구성원과의 연결이 기업의 경쟁력이며, 이를 위해 CEO부터 변화해야 한다”며 포럼 주제에 국한된 ‘스마트 혁명’만 강조했다.

안일한 실무진들이 명성 먹칠
정병철 부회장 리더십 도마에


하계 포럼은 매년 7월 말 기업 CEO 등 경제계 인사들이 제주에 모여 그해의 경제·산업계 이슈를 논의하고 화합을 도모하는 재계의 축제다. 지난해의 경우 수장이었던 조 회장은 “정부와 정치권이 중심을 잡아 장차 국가가 어떻게 나아가야 될지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며 “세종시와 같은 국가 중대 사업이 당리당략에 밀려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4대강 사업도 반대 세력의 여론몰이로 인해 혼선을 빚고 있다”고 정부와 정치권을 신랄하게 비판했었다. 하지만 당시에도 이 발언이 예상외로 큰 논란을 낳자 전경련은 즉시 해명자료를 통해 “정부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은 아니다”라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

재계 한 인사는 “혹시나 했는데 역시나”란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전경련이 강경 기조를 유지할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에도 그랬듯이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며 “말을 아끼다가 뒤늦게 소신 발언을 쏟아낸 허 회장도 재계의 전폭적인 지지에도 불구하고 다시 자세를 낮춘 신중한 태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재계 일각에선 안일한 실무진들이 그동안 쌓아온 전경련 명성에 먹칠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중에서도 전경련 실무진을 이끌고 있는 정병철 상근부회장의 리더십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정 부회장은 2008년 3월 상근부회장에 선임됐다. 당시 전경련은 “정 부회장이 재계 화합은 물론 정부와 경제계간 가교 역할에 적임자라”라며 “업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경제계 현안을 해결할 적임자"라고 선임 배경을 설명했다. 정 부회장은 “경제살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은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기업에 대한 국민과 정부의 기대가 매우 크다”며 “이럴 때 열심히 일해 좋은 성과를 내면 국가경제발전과 국민에게도 좋은 일을 하는 것”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정 부회장은 허 회장이 추대될 때 교체설이 돌았지만 그대로 연임에 성공했다. 전경련 상근부회장은 전경련 회장을 보좌하면서 사무국을 총괄한다. 인사와 재무 등 실권을 쥐고 있다. 동시에 500여개 대기업과 60여개 업종별 단체 등 회원사의 애로를 파악하고 국가경제 발전에 필요한 제언을 정부와 정치권에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전경련 무능 비판
모두 정병철 책임”

그러나 전경련이 무능한 모습을 보이는 상황에서 재계가 정 부회장을 곱게 볼 리 없다. 허 회장보다 오히려 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모 그룹 임원은 “전경련이 무능하다는 얘기를 듣는 것은 모두 정 부회장을 비롯한 사무국 임직원들의 책임”이라며 “구태의연한 권위주의 사고에 젖어 회장을 제대로 보필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정 부회장은 최근 언론들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전경련 내 역할보다 ‘자리’에 연연하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 부회장은 지난해 5월 한국광고주협회장을 맡은데 이어 지난 5월 한국경제연구원에 신설된 부회장직까지 겸직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협회와 연구원은 사실상 전경련의 지배를 받게 됐다. 두 곳은 전경련에서 설립했으나 별다른 간섭 없이 자율 체제로 운영돼 왔다. 때문에 정 부회장이 장악하자 자율성과 독립성, 전문성 훼손 논란이 불거졌었다.

한경연 한 관계자는 “전경련은 김영용 전 원장을 사퇴시키고 대신 정 부회장을 밀어 넣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며 “이는 재계로부터 무능하다는 비난을 받자 그 화살을 한경연으로 돌려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전했다.

내년엔 나라에 큰 일이 많다. 총선이 있고, 대선도 있다. 모두 정치권 사안이지만 재계도 바짝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표심을 의식한 선심성 공약이 쏟아질 테고, 상대적으로 재계를 압박하는 수위가 높아질 게 뻔하다. 이런 상황에서 넋 놓고 있는 전경련을 바라보는 재계는 한숨이 절로 나올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전열을 재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어찌 보면 당연한 요구인지 모른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