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61)누명 쓴 교수님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26 11:35:45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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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논문 조작 진실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예순한 번째 주인공은 서울대학교병원 임홍국 전 교수입니다. 
 

임 교수(제1저자)는 지난 2010년 이정렬(연구책임자) 교수와 함께 ‘선천성 교정형 대혈관전위증에 대한 완전한 양심실 교정술의 장기 결과’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2년이 흐른 2012년 당시 공동저자로 참여한 서울대학교 흉부외과교실 김웅한 교수는 해당 논문이 ‘사망자 수를 실제보다 줄여 보고했다’ ‘대상 환자 수에 의혹이 있다’ 등의 이유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서울대 진실위)에 제보했다. 

법원서 승소

서울대 진실위는 제보자인 김 교수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면서 해당 논문은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서울대 진실위 결과가 2013년 12월3일 한 언론 1면에 '국내 유력병원 의사들 심장수술 생존율 조작' '간접살인' 등으로 대서특필되면서 임 교수의 명예는 곤두박질쳤다. 

명예회복을 위해 임 교수는 법정행을 택했다. 학계의 예상을 깨고 1심 법정은 임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연구데이터 조작 등 연구부정행위의 존재’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논문상 사망자 수가 조작됐다는 결론도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해당 논문에 부정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아울러 서울지법은 “진실위 관계자가 내부 규정이 정한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해 조사 결과를 언론에 유포에 원고(임 교수)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불법행위가 된다”고 판시해 서울대가 임 교수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1심 판결은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결론을 내렸고 2심, 3심까지 이어진 지리한 법정 공방서 원심은 확정됐다.

그렇다면 서울대 진실위는 왜 법정 판결서 뒤집힐 결론을 내렸을까. 당시 논문 조작 쟁점은 사망자 수였다. 

앞서 임 교수는 논문을 통해 심장기형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추적한 결과 사망자를 19명(원자료)으로 집계해 생존율 83%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진실위는 제보자가 제출한 2012년 9월 자료를 토대로 사망자가 26명(사후자료)에 이른다고 결론 내렸다.

임 교수가 자료를 취합할 당시 사망 사실을 알 수 없거나 사망했다고 보기 힘든 사람들이 제보자의 논문에는 포함된 것이다. 

임 교수는 “사후자료는 제보자 혼자 원자료에 있는 사망 자료를 모두 복사한 뒤 사망자료를 대거 추가해 만든 것"이라며 "추가된 사망 환자는 이중집계, 허위집계, 추정집계뿐만 아니라, 논문 게제 확정 후 사망이 확인되는 집계, 제보자만 알 수 있는 사망 환자 집계까지 시행해 원자료에는 사망으로 표시됐지만 진실위는 확인하지 못한 환자까지도 모두 집계돼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보자 이외에는 아무도 조사에 관여하지 않고 조사 위원들은 아무도 제보자가 집계한 내용을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서울대 진실위에 공정한 제보가 이뤄지지 않고 제보자가 제보에 컨트롤타워가 돼 이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 이 증거 자료를 모두 법원을 통해 확보했다”며 “처음부터 조작으로 꾸며 놓고, 원자료를 고의적으로 묵살한 사실이 법정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가 서울대 진실위 조사를 받을 당시 석연치 않은 정황도 있다. 

제보자가 집계한 사후자료를 서울대 진실위가 은폐한 것이다. 당연히 반론권 및 해명권 차원에서 사후자료를 임 교수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사후자료를 요구하는 임 교수에게 서울대 진실위는 오히려 임 교수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원자료만 보여주며 해명을 요구했다.

법원 판결문에도 "심사기관으로서 취해야 할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의무에 위반한 검증방법내지 검증절차상 하자로 인해 그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명시됐다. 

기피신청을 거부한 일도 있다. 당시 논문 연구책임자로 피조사자였던 이정렬 교수와 김용진 교수는 진실위 장윤희 조사위원에 대한 기피를 신청했다. 

‘평소에 제보자와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 ‘해당 사안과 관련된 논문 연구 초기부터 연구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서울대 진실위는 기피신청을 기각하고 장 교수를 조사위원에 포함시켰다. 

임 교수는 “장 교수가 조사위원에 포함된 것을 보고 함정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며 “장 교수는 제보자와 상당한 유착관계에 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를 포함한 모든 서울대 진실위원원들은 원자료와 사후자료를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제보자와 공모해 본조사 위원회 보고서 일체를 제보자에 넘겨 언론에 제보토록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임 교수는 "이 사건에 깊숙이 연관된 서울의대 A학장은 제보자와 동기로 서울대 법인화 직전 총장 당선에 기여했다"며 "내년에 서울대 총장 출마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진실위는 진실위의 행태를 반발하는 내용증명을 묵살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언론 기자로 있는 처남을 통해 해당 내용이 한 언론에 제보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진실위는 조작 결론…결국 법정행 
재판서 뒤집혀…끝나지 않은 싸움

임 교수는 제보자 김 교수의 수상한 행적도 언급했다.

해당 논문의 내용만을 가지고 김 교수가 일본에서 개최된 국제학회서 구연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김 교수가 ‘일본서 해당 논문을 발표할 예정인데 슬라이드를 만들어달라’고 했다”며 “국제적으로 해당 논문을 가지고 본인의 업적으로 활동 해놓고 논문 조작을 지적하는 이상한 짓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에 김웅한 교수는 “슬라이드를 받아 사건 논문 내용을 일본서 발표한 것은 맞다”며 “전체 내용 중 조금 포함된 내용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임 교수는 진실위의 무리한 논문 조작 결론 배경에 서울대병원 의사들 간 권력다툼이 있다고 봤다.

당시 서울대병원 기조실장을 맡고 해당 논문의 연구책임자인 이정렬 교수가 학교 측에 바른말을 하자 서울대 의과대학 집행부서 이 교수를 몰아내기 위해 논문 조작을 조직적으로 주도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민사소송 판결을 토대로 김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교수를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임 교수는 “항고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김 교수가 제보조작 전반에 있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는 증거를 모두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민사소송서 임 교수는 손해배상액 1억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2000만원을 선고했는데 임 교수는 “당시 1만원만 배상액이 떨어져도 승리라고 봤다”며 “2000만원이 선고된 것은 법원도 심각한 문제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 교수의 언행을 지적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경찰 조사서 김 교수가 법원이 2000만원 배상 판결한 것을 두고 김 교수가 ‘8000만원은 이겼다’고 말했다”며 “어떻게 법원 판결을 자기 맘대로 해석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대 진실위는 해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부정해왔다. 임 교수는 "재발 방지를 위해 서울대 진실위 조사과정 및 내용이 모두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조사에 관여한 모든 위원들이 공개되고 결과에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진실위의 논문 조작 결론이 나온 이후 인사위원회에 회부됐고, 지난해 8월엔 임상교수 재임용에 탈락했다. 현재는 중앙보훈병원 흉부외과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문제 없다?

일련의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해 김 교수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일단 형사 건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논문 조작과 관련해 “언론에 제보한 사실도 없다”며 “법원 판결과 별개로 의사의 양심상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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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