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고-억울한 사람들> (61)누명 쓴 교수님

  • 신승훈 기자 shs@ilyosisa.co.kr
  • 등록 2017.12.26 11:35:45
  • 호수 114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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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 논문 조작 진실은…

[일요시사 정치팀] 신승훈 기자 = <일요시사>가 연속기획으로 ‘신문고’ 지면을 신설합니다. 매주 억울한 사람들을 찾아, 그들이 하고 싶은 말을 담고 있습니다. 어느 누구도 좋습니다. <일요시사>는 작은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일 겁니다. 예순한 번째 주인공은 서울대학교병원 임홍국 전 교수입니다. 
 

임 교수(제1저자)는 지난 2010년 이정렬(연구책임자) 교수와 함께 ‘선천성 교정형 대혈관전위증에 대한 완전한 양심실 교정술의 장기 결과’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2년이 흐른 2012년 당시 공동저자로 참여한 서울대학교 흉부외과교실 김웅한 교수는 해당 논문이 ‘사망자 수를 실제보다 줄여 보고했다’ ‘대상 환자 수에 의혹이 있다’ 등의 이유로 서울대 연구진실성위원회(이하 서울대 진실위)에 제보했다. 

법원서 승소

서울대 진실위는 제보자인 김 교수의 주장에 손을 들어주면서 해당 논문은 조작됐다는 결론을 내렸다. 특히 서울대 진실위 결과가 2013년 12월3일 한 언론 1면에 '국내 유력병원 의사들 심장수술 생존율 조작' '간접살인' 등으로 대서특필되면서 임 교수의 명예는 곤두박질쳤다. 

명예회복을 위해 임 교수는 법정행을 택했다. 학계의 예상을 깨고 1심 법정은 임 교수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연구데이터 조작 등 연구부정행위의 존재’가 실체적 진실에 부합한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논문상 사망자 수가 조작됐다는 결론도 이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즉 해당 논문에 부정이 없었다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아울러 서울지법은 “진실위 관계자가 내부 규정이 정한 비밀유지 의무를 위반해 조사 결과를 언론에 유포에 원고(임 교수)의 명예를 훼손한 것은 불법행위가 된다”고 판시해 서울대가 임 교수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봤다. 

1심 판결은 2000만원을 배상하라는 결론을 내렸고 2심, 3심까지 이어진 지리한 법정 공방서 원심은 확정됐다.

그렇다면 서울대 진실위는 왜 법정 판결서 뒤집힐 결론을 내렸을까. 당시 논문 조작 쟁점은 사망자 수였다. 

앞서 임 교수는 논문을 통해 심장기형 수술을 받은 환자들을 추적한 결과 사망자를 19명(원자료)으로 집계해 생존율 83%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진실위는 제보자가 제출한 2012년 9월 자료를 토대로 사망자가 26명(사후자료)에 이른다고 결론 내렸다.

임 교수가 자료를 취합할 당시 사망 사실을 알 수 없거나 사망했다고 보기 힘든 사람들이 제보자의 논문에는 포함된 것이다. 

임 교수는 “사후자료는 제보자 혼자 원자료에 있는 사망 자료를 모두 복사한 뒤 사망자료를 대거 추가해 만든 것"이라며 "추가된 사망 환자는 이중집계, 허위집계, 추정집계뿐만 아니라, 논문 게제 확정 후 사망이 확인되는 집계, 제보자만 알 수 있는 사망 환자 집계까지 시행해 원자료에는 사망으로 표시됐지만 진실위는 확인하지 못한 환자까지도 모두 집계돼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제보자 이외에는 아무도 조사에 관여하지 않고 조사 위원들은 아무도 제보자가 집계한 내용을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서울대 진실위에 공정한 제보가 이뤄지지 않고 제보자가 제보에 컨트롤타워가 돼 이 같은 만행을 저질렀다. 이 증거 자료를 모두 법원을 통해 확보했다”며 “처음부터 조작으로 꾸며 놓고, 원자료를 고의적으로 묵살한 사실이 법정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가 서울대 진실위 조사를 받을 당시 석연치 않은 정황도 있다. 

제보자가 집계한 사후자료를 서울대 진실위가 은폐한 것이다. 당연히 반론권 및 해명권 차원에서 사후자료를 임 교수에게 제공해야 하지만 사후자료를 요구하는 임 교수에게 서울대 진실위는 오히려 임 교수의 정당성을 입증할 수 있는 원자료만 보여주며 해명을 요구했다.

법원 판결문에도 "심사기관으로서 취해야 할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의무에 위반한 검증방법내지 검증절차상 하자로 인해 그 정당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명시됐다. 

기피신청을 거부한 일도 있다. 당시 논문 연구책임자로 피조사자였던 이정렬 교수와 김용진 교수는 진실위 장윤희 조사위원에 대한 기피를 신청했다. 

‘평소에 제보자와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 ‘해당 사안과 관련된 논문 연구 초기부터 연구에 부정적 입장을 취했다는 점’을 들었다. 하지만 서울대 진실위는 기피신청을 기각하고 장 교수를 조사위원에 포함시켰다. 

임 교수는 “장 교수가 조사위원에 포함된 것을 보고 함정이란 사실을 알게 됐다”며 “장 교수는 제보자와 상당한 유착관계에 있던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 교수를 포함한 모든 서울대 진실위원원들은 원자료와 사후자료를 단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며 “제보자와 공모해 본조사 위원회 보고서 일체를 제보자에 넘겨 언론에 제보토록 했다”고 말했다. 

이밖에  임 교수는 "이 사건에 깊숙이 연관된 서울의대 A학장은 제보자와 동기로 서울대 법인화 직전 총장 당선에 기여했다"며 "내년에 서울대 총장 출마를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진실위는 진실위의 행태를 반발하는 내용증명을 묵살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언론 기자로 있는 처남을 통해 해당 내용이 한 언론에 제보됐다는 사실을 파악했다.

진실위는 조작 결론…결국 법정행 
재판서 뒤집혀…끝나지 않은 싸움

임 교수는 제보자 김 교수의 수상한 행적도 언급했다.

해당 논문의 내용만을 가지고 김 교수가 일본에서 개최된 국제학회서 구연 발표를 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공동저자로 이름을 올린 김 교수가 ‘일본서 해당 논문을 발표할 예정인데 슬라이드를 만들어달라’고 했다”며 “국제적으로 해당 논문을 가지고 본인의 업적으로 활동 해놓고 논문 조작을 지적하는 이상한 짓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이에 김웅한 교수는 “슬라이드를 받아 사건 논문 내용을 일본서 발표한 것은 맞다”며 “전체 내용 중 조금 포함된 내용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임 교수는 진실위의 무리한 논문 조작 결론 배경에 서울대병원 의사들 간 권력다툼이 있다고 봤다.

당시 서울대병원 기조실장을 맡고 해당 논문의 연구책임자인 이정렬 교수가 학교 측에 바른말을 하자 서울대 의과대학 집행부서 이 교수를 몰아내기 위해 논문 조작을 조직적으로 주도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민사소송 판결을 토대로 김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진행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 교수를 증거불충분으로 혐의없음 처분을 내렸다. 이에 임 교수는 “항고를 진행할 계획”이라며 “김 교수가 제보조작 전반에 있어 컨트롤타워 역할을 했다는 증거를 모두 갖고 있다”고 말했다.

당초 민사소송서 임 교수는 손해배상액 1억을 청구했다. 이에 법원은 2000만원을 선고했는데 임 교수는 “당시 1만원만 배상액이 떨어져도 승리라고 봤다”며 “2000만원이 선고된 것은 법원도 심각한 문제라고 본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 조사에서 김 교수의 언행을 지적하기도 했다.

임 교수는 “경찰 조사서 김 교수가 법원이 2000만원 배상 판결한 것을 두고 김 교수가 ‘8000만원은 이겼다’고 말했다”며 “어떻게 법원 판결을 자기 맘대로 해석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서울대 진실위는 해당 사건에 대한 대법원 판결을 부정해왔다. 임 교수는 "재발 방지를 위해 서울대 진실위 조사과정 및 내용이 모두 투명하고 공정하게 진행돼야 한다"며 "조사에 관여한 모든 위원들이 공개되고 결과에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 교수는 진실위의 논문 조작 결론이 나온 이후 인사위원회에 회부됐고, 지난해 8월엔 임상교수 재임용에 탈락했다. 현재는 중앙보훈병원 흉부외과 과장으로 근무 중이다. 

문제 없다?

일련의 제보조작 파문과 관련해 김 교수는 <일요시사>와 통화서 “일단 형사 건 관련한 검찰 조사에서 혐의없음 처분을 받았다”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울러 논문 조작과 관련해 “언론에 제보한 사실도 없다”며 “법원 판결과 별개로 의사의 양심상 문제를 지적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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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단독] ‘BBQ 정보 유출 사건’ 위증 재판으로 확대⋯박현종 목줄 잡혔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대법원에서 집행유예로 확정된 사건이 다시 법정으로 끌려 나왔다. ‘BBQ 내부망 불법 접속’ 사건의 핵심 증거였던 ‘ID·비밀번호 메모장’을 둘러싼 위증 여부를 다투는 후속 재판이다. 박현종 전 bhc 회장의 집행유예가 확정된 사건임에도 검찰은 관련 증인들을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했다. 핵심은 과연 BBQ 직원의 ID와 비밀번호가 적힌 그 메모장은 어떻게 만들어졌고, 유창성 전 bhc 정보전략팀장의 손을 어떻게 거쳐 전달됐는가다. 그리고 그 과정을 둘러싼 법정 진술의 신빙성이다. 검찰은 최근 공판에서 “피고인(박현종 등)에게 유리한 허위 증언이 반복됐다”는 판단 아래 유 전 팀장 등 관련자 3명을 위증 혐의로 고발했다. 메모장 전달자 통상 위증 여부는 재판부 판단 이후 별도 절차로 넘겨지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처럼 검찰이 직접 칼을 빼든 것은 이례적이다. 그만큼 단순한 진술 번복이나 기억 착오 수준이 아닌 사건의 본질을 뒤흔들 수 있는 중대한 허위 진술이 있었다고 본 셈이다. 이번 공판의 중심에는 ‘메모장 전달자’로 지목된 유 전 bhc 정보전략팀장이 있다. 그는 과거 재판에서 결정적 증거로 채택된 BBQ 직원들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적힌 메모를 박현종 전 bhc 회장에게 전달한 인물이다. 이 메모장은 박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는 핵심축이었다. 이 메모장의 출처와 작성 경위가 흔들리면, 사건 전체의 구조도 다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건넨 메모장의 내용 자체를 문제 삼았다. 메모장에 기재된 임직원 계정 정보 뒤에는 ‘퇴사자 임시’라는 내용이 덧붙어 있었다. 이는 BBQ 내부망에서만 확인 가능한 정보라는 점을 강조했다. 외부에서 추정이나 기억만으로 재구성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더 나아가 성명불상자가 BBQ 내부망에 관리자 권한으로 접속해 계정을 취득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를 유 정보팀장을 거쳐 박 전 회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 시나리오까지 제시했다. 재판부 역시 “기억과 추리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떠올렸다는 설명은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며 검찰 주장에 일정 부분 무게를 싣는 듯한 반응을 보인 것으로 전해진다. 다만 재판부는 “특정한 심증을 가진 것은 아니”라며 추가 심리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피고인 측은 거칠게 반격했다. 변호인은 검찰 주장을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bhc와 BBQ가 극도로 적대적인 관계였던 상황에서, bhc 소속 직원이 BBQ 내부 직원과 접촉해 계정 정보를 빼냈다는 가정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는 논리다. 나아가 검찰이 실제 내부망 침입을 입증하지 못한 채 추측만을 쌓고 있다고 공격했다. 6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에 리스크 추가 ‘BBQ 직원 ID·비밀번호 유출’ 둘러싼 공방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피고인 측은 기존 재판에서 채택된 증거와 증인 진술 전반에 대해 신빙성을 문제 삼으며, 데이터베이스(DB) 조작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사실상 1·2심은 물론 대법원 판단의 기초 자체를 뒤흔드는 주장이다. 확정 판결 이후 재판에서 “증거 자체가 위조됐다”는 취지의 주장을 반복하는 것은 법조계에서도 보기 드문 강수로 평가된다. 유 전 팀장은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근무하다가 bhc 매각과 함께 bhc 정보전략팀장으로 이직한 인물이다. 이후 그는 박 전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적은 쪽지를 전달했다. 개인정보가 유출된 인물은 BBQ 재무임원과 재무 실무진이다. 2021년 11월3일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열린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 관련 7차 공판에 유 전 팀장이 증인으로 출석했다. 유 전 팀장은 박 회장에게 BBQ 직원의 개인정보를 건넨 이유에 대해 “박현종 회장이 국제상공회의소(ICC) 중재 소송 때문에 BBQ 직원들의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했다”며 “해당 직원들의 개인정보가 업무 수첩에 적혀있어 이를 그대로 전달했다. 당시 위법성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못했다”고 증언했다.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와 비밀번호가 있으면 좋겠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과 증인의 진술이 일치하지 않는 데 대해 묻는 검찰 질문에 유 전 팀장은 “박 전 회장의 진술은 모르겠고 아이디만 필요하다고 말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유 전 팀장은 BBQ와 bhc의 ICC 중재 소송에 대해 자세히 알지도 못하고 소송에 관여하지도 않았다고 증언했다. BBQ 직원들의 개인정보 취득 경위와 관련해서는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BBQ 재무임원이 그룹 전산망의 데이터가 다르다고 확인 문의가 왔다”며 “당시 물류 전산망이 바뀐 지 얼마 안 돼 시스템에 익숙하지 않아 문제 해결을 위해 임원에게 개인정보를 요청해 받은 뒤 이를 업무 수첩에 적은 이후 가지고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이 개인정보를 받았다고 지목한 BBQ 재무임원은 앞서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개인정보를 아무에게도 전달한 적 없다”며 “업무 처리도 유씨가 아닌 다른 직원과 했다”고 증언했다. 또한 검찰은 유 전 팀장이 그룹 전산망에 접근할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내부 정보 취득 시점이… 유 전 팀장은 재무임원의 개인정보를 취득한 시점에 대해서도 그간 검찰 조사에서 했던 진술을 번복했다. 그는 2011년~2012년 즈음에서 2013년 1월로 시점을 바꿨다. 검찰은 증인에게 진술을 번복한 이유가 물류 전산망이 바뀐 시점으로 맞추기 위함이냐고 묻자 유 전 팀장은 “단순 착오”라고 답했다.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으로 일할 당시 BBQ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알 수 있냐는 검찰 질문에 “자신이 BBQ 정보전략팀장으로 일할 당시 퇴사자의 개인정보를 어떻게 다루는지 알고 있어 이를 바탕으로 추측해 박 회장에게 전달했다”고 답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의 증언에 BBQ가 퇴사자에게 부여하는 임시 비밀번호를 줄 때 증인이 말한 방식을 쓴 것은 증인 퇴사 이후라고 지적했다. 검찰은 유 전 팀장이 박 전 회장에게 BBQ 전·현직 직원들의 정확한 개인정보를 전달할 수 있었던 배경에 대해 bhc가 BBQ의 데이터베이스(DB)를 모조리 빼내 가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 관련, 박 전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BBQ 허락하에 BBQ DB를 모두 가져왔다”고 진술했다. 박 전 회장 진술 이외에 검찰 판단을 뒷받침하는 정황도 있다. 2013년 6월 말 bhc 매각 이후 bhc는 자체 전산망 구축을 위해 BBQ와 bhc 전산망 분리 작업이 필요했다. 그해 7월2일 외부 업체는 해당 작업이 최소 한달 이상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유 전 팀장과 부하 직원 한 명, 그리고 한달 이상이 걸릴 것으로 판단했던 외부업체는 2013년 7월5일 오후 9시부터 다음날 오전 9시까지 불과 12시간 만에 BBQ로부터 분리된 bhc 전산망을 구축했다. 이와 관련해 유 전 팀장은 “bhc 직원이 100명 남짓에 불과해 수작업으로 데이터를 옮겨 가능했다”며 “BBQ DB는 가져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BBQ DB 관련 박 회장과 유씨의 진술이 배치되는 데 대해 유 전 팀장에게 묻자 “자신은 박 회장에게 BBQ DB를 가져왔다고 말한 적 없다”며 “박 회장이 검찰에서 왜 그리 말했는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다만 유 전 팀장은 노트북 하드 교체 관련 재판 과정에서도 말이 일치하지 않았다. 뻔히 보이는 해킹의 목적 첫 증언에서는 bhc 매각 시기인 2013년 이후 노트북 감가상각 5년을 계산해 2018년에 바꿨다고 했지만 이후 2017년으로 고쳤다. 기존 사건이 ‘불법 접속이 있었느냐’는 사실관계 다툼이었다면, 이번 후속 재판은 ‘그 사실을 둘러싸고 법정에서 거짓말이 있었느냐’는 문제로 이동했다. 그리고 그 거짓말이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 여부가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법원은 지난해 2월, 박 전 회장에게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이 BBQ 직원 계정을 정상적인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고, 불법적 경로일 가능성을 인식했을 것으로 판단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는 무죄였지만, 정보통신망법 위반은 명확히 유죄로 못 박았다. 그러나 사건은 집행유예 판결로 끝나지 않았다. 검찰이 위증을 별도의 범죄로 끌어올린 이상, 수사는 ‘위증교사’를 밝히는 단계로 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만약 법원이 관련자들의 위증을 인정할 경우, 그 진술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유도했는지가 핵심 수사 대상이 된다. 화살이 결국 박 전 회장을 향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위증교사는 기존 사건과는 별개의 범죄로, 추가 기소로 이어질 경우, 사법 리스크도 한층 더 커진다. 문제는 입증이다. 위증교사는 단순한 정황만으로는 성립하기 어렵다. 구체적인 지시나 교감, 사전 조율 정황이 확인돼야 한다. 하지만 검찰이 이미 “유리한 허위 증언 반복”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고발까지 단행한 점을 감안하면, 단순한 가능성 제기를 넘어선 그림을 그리고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BBQ 출신 정보전략팀장 진술 번복 검, 증인들 위증 혐의로 직접 고발 이 사건을 관통하는 또 하나의 축은 bhc와 BBQ 사이의 오랜 분쟁이다. 박 전 회장은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에서 근무하다가 2012년 BBQ 글로벌 대표로 영입됐다. 이어 2013년 BBQ 자회사 bhc가 미국계 사모펀드에 팔린 뒤 bhc 대표로 옮겨가며 양사 갈등의 중심에 섰다. 2018년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 등과 함께 bhc를 사들여 오너 경영자가 된 동시에 각종 소송과 형사적 리스크의 한가운데에 서게 됐다. 이번 사건 역시 단순한 개인 비위가 아니라, 기업 간 치열한 법적 분쟁 속에서 벌어진 일이라는 점에서 무게가 다르다. 검찰에 의하면 박 전 회장은 2015년 7월3일 서울 송파구 신천동 bhc 본사에서 BBQ 직원 2명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무단 도용해 BBQ 전산망에 접속한 뒤 bhc와 BBQ가 연루된 국제 중재 소송 관련 자료들을 살펴봤다. 이로 인해 박 전 회장은 2020년 11월 재판에 넘겨졌다. 아울러 박 전 회장은 유 정보팀장으로부터 BBQ 직원 이메일 아이디, 비밀번호, 전산망 주소가 적힌 메모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 6월 1심 재판부는 박 전 회장의 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를 인정해 징역 6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해선 입증이 부족하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사건은 항소심으로 넘어갔다. 항소심 3차 공판 때 검찰과 변호인은 파워포인트(PPT)를 통해 2시간 동안 치열한 공방을 펼쳤다. 먼저 의견 개진 기회를 얻은 변호인은 “BBQ가 여러 차례 박현종 회장을 영업비밀 침해 등의 이유로 고소했지만 계속 무혐의 처분을 받았다”며 “그런데 검찰이 정보통신망법을 무리하게 적용해 박현종 회장을 기소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변호인은 “검찰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혐의를 입증한 것도 아니”며 “왜곡 가능성이 큰 간접 증거만 제시됐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박현종 회장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에 참석해 BBQ 전산망에 접속할 상황이 아니었다”고 부연했다. 반면 검찰은 “bhc가 2013년부터 BBQ 전산망에 무단 접속한 횟수가 236회에 달하지만 행위자가 드러나지 않아 기소하지 못했다”며 “박현종 회장은 무단 접속이 명백해 기소했다”고 반박했다. 지시했나 사면초가 검찰은 박 전 회장의 범행 동기에 대해 “2015년 BBQ 직원들이 박현종 회장이 bhc 매각을 총괄했다”는 진술서를 국제 중재 법원에 냈다. 국제 중재 소송에서 질 경우 지위가 불안정해질 수 있었던 박 전 회장은 “해당 진술서를 검토하고 반박해야만 했다”고 했다. 이어 “박현종 회장 휴대전화에서 BBQ 직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은 메모 사진이 나왔다. BBQ 전산망 접속 데이터 분석 결과, 박현종 회장이 BBQ 사내 메일을 포워딩(전달)한 개인 메일을 2년 만에 열람한 기록도 있다”며 혐의를 입증할 물적 증거가 많다고 했다. 검찰은 “2015년 7월3일 순댓국 프랜차이즈 인수 회의 참석자 2명은 박현종 회장을 회의에서 보지 못했다고 했다”며 박 전 회장의 알리바이를 부인하기도 했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