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특집⑤> 전직 교장이 만든 ‘우리화투’ 이야기

왜색 지우고 청실홍실 “고스톱보다 재밌어요”

[일요시사 취재1팀] 김태일 기자 = 민족 최대 명절중 하나인 추석이 다가왔다. 명절 연휴 오랜만에 만난 친지들과 재미삼아 치는 화투는 빠질 수 없는 놀이 중 하나다. 하지만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치는 화투가 일제 강점기때 일본의 식민지정책, 황민화정책에 사용된 것이라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청실홍실 우리화투’의 한기택 대표는 이러한 일본색 짙은 화투를 몰아내고 대한민국의 특색을 살린 순수 우리화투를 만들어냈다. 10여년에 걸친 그의 노력과 결과물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도록 한다. 
 

한 퇴직 교육자가 일본색이 짙은 화투에 ‘독립선언문’을 발표하고 순수한 우리문화와 역사를 기저로 해 만든 신토불이 우리 화투를 펴냈다. 청실홍실 우리화투의 한기택 대표(80)가 바로 그 주인공. 전북 이리여자고등학교 교장으로 교직생활을 마감한 한 대표는 10여년간의 노력 끝에 영리목적이 아닌 순수한 봉사 의미서 대한민국의 특색을 살린 ‘청실홍실 우리화투’를 만들어 공개했다. 

순수한 봉사
일본색 배척

역사가와 동·서양화가, 국문학자와 고고학자 등 1000여명의 조언을 받아 완성된 청실홍실 우리화투는 한국의 문화와 역사, 자연환경, 세시풍속 등을 주제로 왜색 짙은 일본 문화를 철저하게 배척해 만들어졌다. 

예를 들면 일본의 욱일기와 봉건영주를 상징하는 ‘광(光)’ 대신 ‘복(福)’자를 사용하고 설날 세배하는 어린이와 거북선, 한가위, 농악 등을 상징하는 대표 캐릭터를 그려 넣어 ‘우리 화투’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했다. 

또 왜색화투의 놀이 용어인 청단, 홍단, 구사를 청실, 홍실, 황실이라고 바꾼 것도 돋보이는 센스. 


한 대표는 “광복된 지 70여년이 지났지만 대표적인 성인놀이 카드인 화투는 대표적인 국치(國恥) 중 하나”라며 “청실홍실 우리화투는 그림만 봐도 왜색 화투 퇴치 의지를 읽을 수 있다”고 소개했다. 
 

퇴직 후 ‘왜색화투 몰아내세 국민운동본부’를 만들고 10여 년 동안 일본 화투 퇴치운동을 전개해 온 그는 ‘대한민국 화투 독립만세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특허청에 ‘청실홍실 우리화투’를 상표 등록하는 등 왜색 짙은 화투를 퇴치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이런 그가 만든 ‘청실홍실 우리화투’는 기존의 화투와 얼마나 다른지 알아보도록 하자.

▲1월 화투 = 1월 화투는 백두산 천지를 바탕 그림으로 하고 한국의 고유 명절인 설날 아침에 백두산 천지위에 떠오르는 태양 아래서 색동옷을 입은 어린이가 세배하는 모습을 그렸으다. 
우리나라의 아름다운 색동옷과 고유의 예절풍속인 세배와 민족의 영산인 백두산을 널리 알리고 세계 어느 곳에서 살든지 대한민국이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항상 웃어른을 공경하고 효도를 생활화하며 예절 바른 생활을 하라는 의미를 나타냈다.

▲2월 화투 = 2월 화투는 봄을 알리는 매화꽃을 바탕으로 하고 우리나라의 나라 새(國鳥), ‘까치가 울면 손님이 온다’는 속담속의 손님 맞는 까치를 그리고 입춘대길이라는 글씨를 써 넣었다. 

우리나라에 24절기가 있음과 나라 새(國鳥) 까치의 의미를 알리고 ‘입춘(立春)을 맞이해 길운(吉運)을 기원’하고 ‘새 봄을 맞아 새해 설계를 하라’는 의미를 부여했으며 매화꽃 향기 바람을 타고 기쁜 소식과 반가운 손님이 일 년 내내 이어지기를 기원했다.

▲3월 화투 = 3월 화투는 원산지가 한국이며 향긋한 향기와 함께 봄의 시작을 알리는 활짝 핀 벚꽃을 바탕으로 하고 강남 갔던 흥부 제비가 부자 ‘박씨’를 물고 고향인 대한민국으로 돌아와 웅비하는 모습을 그렸다.


일본화투 자리 잡은 지 100여년
건전한 놀이 ‘독립선언문’ 발표

외국의 초등학생들이 ‘제비의 선물(swallow's gift)’이라는 제목으로 배울 정도로 널리 알려진 한국의 전래동화 ‘흥부와 놀부’의 선행과 악행에 대한 이야기를 상기하도록 해서 모든 사람이 흥부처럼 착하고 선하게 살아 일 년 내내 복을 받는 한 해가 되기를 기원했다. 

▲4월 화투 = 4월 화투는 수양버드나무가 푸르름을 더해가며 늘어져 있는 버드나무 그림을 바탕으로 하고 이 순신 장군의 탄신 월인 4월에 임진왜란 때에 승전고를 울린 명량대첩 거북선을 그렸다. 

일본의 만행으로 가슴 아팠던 임진왜란과 나라를 잃었던 어려웠던 때를 상기하도록 하고 세계사에 빛나는 거북선의 위용을 널리 알리고 ‘생즉사 사즉생(生則死 死則生)’ 정신으로 항상 나라를 생각하며 세계 어느 곳에 살던지 모든 일에 성실하게 임해 승전고를 울리는 생활로 보무도 당당한 Korean이 되기를 기원했다. 
 

▲5월 화투 = 5월 화투는 사군자 중에서 여름을 상징하는 난초꽃이며 풍류와 선비정신을 자랑하는 난초를 바탕 그림으로 하고 ‘나라에 경사스러운 일이 있을 때에 나타났다’는 전설 속의 태극나비를 그렸다. 

고고하고 멋을 지닌 지조 높은 선비와 절개 있는 여인의 마음으로 고아한 자태로 은은한 향을 내뿜는 난의 향기 속에서 풍류를 즐기며 순수한 사랑과 아름다움을 가꾸며 즐겁고 행복한 삶을 누리면서 나라와 가정에 경사스러운 일이 일 년 내내 가득하기를 기원했다. 

수양버드나무에
전설의 태극나비

▲6월 화투 = 6월 화투는 꽃의 제왕이라고 부르는 향기 짙은 모란꽃을 바탕으로 하고 근면과 성실의 대명사인 꿀벌을 그렸다. 

향기롭고 정열적인 모란꽃에 ‘벌이 멸종하면 4년 내에 지구는 멸망한다’(아인슈타인)고 할 정도로 우리의 생활에 가까이 있으며, 근면과 성실의 상징인 부지런한 꿀벌을 그려 질서정연한 가운데 성실하고 부지런하게 살아 온 가정에 정열적이고 향기 짙은 모란꽃과 같이 향기로운 삶, 행복한 삶을 살면서 부귀영화를 누리라는 뜻을 표현했다.

▲7월 화투 = 7월 화투는 건강의 일번지라고 할 수 있으며 신초(神草)로 알려진 세계적으로 유명한 한국인삼을 바탕으로 하고 우리 민족에게 숭앙과 용맹의 표상이며 영물인 백두산 호랑이를 그렸다. 

신초(神草)로 불리는 한국 인삼, 단군신화에 호랑이와 곰이 나오고 있을 뿐만 아니라 어린이들의 동화에 자주 등장해 우리 민족에게 숭앙과 용맹의 표상이며 영물인 백두산 호랑이의 위용과 한국 인삼을 알리고 건강하고 용맹해야 험한 세상을 살 수 있음을 상기시켜 주고 세계 어느 곳에 살던지 항상 건강하고 용맹스럽게 활동하여 자랑스러운 대한국인(大韓國人)으로 살라는 뜻을 나타냈다. 

▲8월 화투 = 8월 화투는 대한민국의 나라 꽃(國花)인 무궁화 꽃을 바탕그림으로 하고 민족의 명절인 한가위의 보름달, 강강수월래 춤, 삼족오를 그렸다. 


유네스코에 인류구전 및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강강수월래와 한가위, 무궁화 꽃을 널리 알리고 추석을 맞아 멀리서 고향을 그리워 하거나 고향을 찾아 친지들을 만나고 조상을 숭배하는 즐거움을 만끽하는 가운데 항상 조상님과 웃어른을 존경하고 나라꽃 무궁화와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지도록 했다. 

▲9월 화투 = 9월 화투는 가을꽃의 대표이며 전국에 향기 짙게 피어있는 국화꽃을 바탕 그림으로 천연기념물이며 어릴 때에 즐겨 쫓던 고추잠자리를 그렸다. 

가을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꽃으로 ‘밝고 순수하고 고상한 어머니의 사랑’을 담은 꽃에 천연기념물인 고추잠자리를 그려, 국화꽃이 핀 계절에 시를 읊거나 산수를 즐기기면서 고귀한 삶을 누리며 어릴 때에 소꿉친구들과 함께 뒷동산서 고추잠자리를 쫓던 즐거운 고향의 추억을 그리도록 표현했다. 

▲10월 화투 = 10월 화투는 전국의 산하에 아름답게 펼쳐진 오색 단풍을 바탕그림으로 하고 천고마비의 말을 그렸다. 

전국 방방곡곡에 울긋불긋 붉게 타오르는 오색찬란한 단풍산행과 건강관리를 하기에 적합한 계절에 가족과 함께, 연인과 함께 오색단풍을 즐기는 산행을 하면서 나무에서 마지막 잎 새가 떨어지듯 한 해 동안 쌓인 모든 근심걱정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벼운 마음으로 건강을 챙기며 행복한 삶을 누리라는 뜻을 나타냈다.
 

▲11월 화투 = 11월 화투는 한국 사람들과 친숙하며 애국가에 나오는 소나무를 바탕그림으로 하고 대한민국 고유의 한국농악(풍년농악)과 부조리 척결의 대명사인 마패를 그렸다. 


한국 사람들과 친숙하며 애국가에  나오는 소나무에 유네스코에 무형유산으로 등재된 한국농악과 마패를 그려 한국농악을 널리 알리고 마패의 위용과 진가를 음미하며, 세계 어느 곳에서 살더라도 항상 청렴한 모범생활을 하는 가운데 올해의 풍년 수확을 만끽하며 올해도 풍년, 내년에도 풍년 하면서 풍악을 울리면서 한국과 시골의 정취, 고향의 정취를 느끼게 했다. 

▲12월 화투 = 12월 화투는 지조와 절개의 대명사인 대나무를 바탕그림으로 하고 유네스코에 등재된 아리랑 춤을 한복을 입고 멋있게 추는 모습과 진돗개와 무지개를 그렸다. 

대나무와 같이 지조와 절개를 가지고 ‘대쪽 같은 사람’으로 불의나 부정과 타협하지 않는 군자로 곧고 바르게 살고 세계 어느 곳에 살던지 민족의 노래 아리랑을 흥겹게 부르며 신나게 춤을 추며 즐거운 가운데 한 해를 뒤돌아보며 반성하고 새해를 멋있게 설계하라는 뜻을 나타냈다. 

▲행운의 열쇠(조커) = 행운의 열쇠 화투는 특허청에 등록된 ‘청실홍실 우리화투’의 상표에 행운의 열쇠를 바탕 그림으로 하고, ‘행복의 문’ ‘건강의 문’ ‘사랑의 문’이라는 글씨를 써넣었다. 
풍요로운 가운데 건강하고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라는 뜻을 나타냈다.  

풍년농악에
마패 넣어

신 대표는 중·고등학교서 학생을 가르칠 때부터 ‘화투는 일본 것이고 일본서 들어온 것’이라고 가르치면서 ‘왜색화투를 몰아내야 한다’고 역설하며 교육해왔다. 

하지만 현직에 근무하고 있는 교육자 입장서 사행심이 많은 화투를 만든다는 것은 용인되지 않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고등학교 교장서 퇴직하고 나서야 ‘왜색화투 몰아내세 국민운동 본부’와  ‘한국화투연구소’를 만들고 일본화투를 분석하는 등 본격적인 활동을 할 수 있었다.  

신 대표는 한국화투를 연구하기 위해 기존에 나와있던 한국 화투를 찾아보게 됐다. 인터넷 검색과 화투 인쇄 공장을 찾아가 확인한 기존의 한국화투는 대부분 일본화투의 모방으로, 일본화투와 내용을 비슷하게 만들었거나 일본문화를 배제하지 못한 화투가 많았고 대부분이 대한민국의 자연, 문화, 역사 등을 가미하지 못한 것들이었다. 

특히 ‘광(光)’자를 그대로 쓰고 있어서 아쉬움은 컸다. 

각계 1000여명 자문 얻어 완성
문화·역사·자연·풍속 활용

한 화투 인쇄 공장 사장에게 “기존의 한국화투라고 만든 화투는 인쇄가 1회성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고 순수하게 한국을 담은 화투는 하나도 없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이처럼 한국을 대표할 수 있는 뚜렷한 한국화투가 없는 것을 확인한 신 대표는 고령의 나이에 컴퓨터 기초부터 배우면서 한국화투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이후 장장 10년여의 시간과 노력 끝에 ‘청실홍실 우리화투’를 만들 수 있었다. 

이 과정서 신 대표가 가장 많은 들었던 말은 “너 미쳤냐?” “네 나이가 몇 살인데?” “교육자가 사행심이 많은 화투를 만드느냐?”였다. 하지만 “한국을 담아서 신토불이 한국 화투를 만들어라” “화투서 일본 냄새를 모두, 철저히 제거하라” 등의 말들은 신 대표에게 힘을 불어넣었다. 

10년간 노력
특허청 등록

신 대표는 “일본화투가 한국 땅에 들어와 자리 잡은 지 100여년이 되었으니 한국화투의 보급에도 100여년이 소요될 것으로 생각된다”며 “나 혼자만의 힘으로 국내의 외침만으로는 어렵다. 국내·외에 거주하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동참할 때에 그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 세계의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ktikti@ilyosisa.co.kr>

 

[한기택 대표는?]

▲이리여고 교장 외 4교 교장
▲교육부 교육정책심의회 위원
▲전라북도교육청 장학관·과장
▲도덕성회복국민운동 부총재 역임 
▲코리아교육연구소 대표
▲한국화투연구소 대표 
▲청실홍실 우리화투 대표
▲왜색화투 몰아내세 국민운동 본부 대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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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투아웃’ 김병기 수난 시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지난 6월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후보가 서영교 의원을 누르고 22대 더불어민주당 2기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김 원내대표는 내란 종식과 헌정 질서 회복, 권력기관 개혁을 외쳤다. 이로부터 두 달 뒤인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정청래 신임 당 대표가 선출됐다. 이재명정부 첫 여당 지도부가 제모습을 갖추면서 안정 궤도에 접어드는 듯했다. 약 한 달도 지나지 않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와 정청래 대표의 첫 갈등이 불거졌다. 정 대표가 지난 9월11일 여야 원내 지도부가 합의한 3대 특검법 합의안에 대해 “협상안을 수용할 수 없고, 지도부 뜻과 달라 재협상을 지시했다”고 밝히면서다. 불안불안 이인삼각 특검법 개정안의 핵심인 기간 연장을 제외한 채 합의해 특검법의 취지와 정면으로 배치된다는 게 정 대표의 입장이다. 김 원내대표는 곧바로 반박했다. 원내 지도부와의 긴급회의를 거듭하던 그는 밖에서 기다리던 취재진을 향해 “정청래한테 공개 사과하라고 그래!”라며 소리쳤다. 이후 당 안팎에서 원성이 쏟아지자 김 원내대표는 오히려 취재진을 향해 “왜 자꾸 합의라고 그러느냐”고 물었다. 그는 “(합의가 아니라) 1차로 논의한 것이고, 무엇보다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아야 한다”며 “수사 기간과 규모에 다른 의견에 있으면 그 의견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제 총론만 (발표)하고 나갔는데 원내수석들이 각론에서 너무 많이 나갔다. 마치 합의가 된 것처럼 보도됐다”며 합의문이 아니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두 사람 간의 갈등은 사흘 만인 13일 봉합됐다. 김 원내대표는 자신의 SNS에 “심려 끼쳐서 죄송하다. 심기일전해 내란 종식과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분골쇄신하겠다”고 게시글을 작성했다. 이렇게 냉전은 끝났지만 지지층의 비난은 거셌다. 김 원내대표를 향해 ‘수박’ ‘변절자’ 등 원색적인 비판을 쏟아내며 의심의 눈길을 보냈다. 문재인정부 당시 민주당 대표를 지냈지만 지난 대선에서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의 손을 들어준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행보와 비교하는가 하면 ‘역시 서영교 의원을 뽑아야 했다’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왔다. 지지층의 미묘한 기류가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에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검사 징계안을 놓고 두 번째 갈등이 터졌다. 법사위 소속 범여권 의원들이 대장동 항소 포기에 반발한 검사장 18명을 고발한다고 밝힌 데 대해 “협의가 없었다”고 선을 그으면서 개혁 의지가 부족하다는 비판이 나온 것이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민주당·조국혁신당·무소속 등 범여권 의원들은 검찰의 대장동 사건 항소 포기에 이의를 제기한 검사장 18명을 국가공무원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여당 간사인 민주당 김용민 의원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검찰 조직 기강과 헌정 질서를 무너뜨린 검사장 18명의 집단 항명 행위에 대해서 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당심’이 뽑은 정, ‘의심’이 뽑은 김 연일 삐거덕…벌써 이재명 리더십 부재? 김 원내대표는 고발 소식이 알려진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 봤다”며 “그렇게 민감한 것은 정교하고 일사불란하게 해야 한다. 협의를 좀 해야 했다”고 당혹한 기색을 보였다. 이어 “뒷감당은 거기서 해야 할 것”이라며 고발장을 제출한 법사위 쪽에 책임을 물었다. 법사위의 검사장 고발은 원내 지도부뿐 아니라 당 지도부와도 사전 논의가 없었다는 게 김 원내대표의 설명이다. 하지만 김용민 의원은 검사장 고발 문제에 대해 “당의 기조와 흐름이 잡혀 있는 상태에서 저희가 고발장을 그날 제출하는 기자회견을 한 것뿐, (원내 지도부와) 소통이 없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원내(지도부)와 소통할 때 이 문제를 법사위는 고발할 예정이라는 걸 얘기했다”며 “원내가 많은 사안을 다루다 보니까 (고발 문제를) 진지하게 듣거나 기억하지 못하셨을 가능성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저희가 더 적극적으로 설명을 해야 했지 않았느냐는 지적을 한다면 겸허하게 받아들이겠다”면서도 “소통이 아예 없지는 않았다”고 덧붙였다. 당시 한 여권 관계자는 “당 대표가 당 전체를 이끄는 일이라면 원내대표는 말 그대로 원내 상황을 조율하고 총괄하는 위치인데, 오히려 갈등을 키우고 있으니 (민주당) 의원들도 혼란스러운 것”이라며 “이런 상황이 조금씩 노출되면서 지지층까지 불안함을 느끼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당과 원내, 강경파와 온건파로 나뉜 민주당의 배경에는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선출 방식이 거론된다. 강경 지지층이 밀어 올린 정 대표와 달리 김 원내대표는 당내 의원 선거를 통해 당선됐다. 당시 원내에 친명(친 이재명)계가 다수 포진했던 만큼 김 원내대표 의중은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에 가깝다. 더 강하고 더 빠르게 개혁을 외치는 정 대표의 지지층과 사사건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그런 강성 지지층에게 김 원내대표는 이미 ‘투아웃’이다. 여기에 정 대표의 공약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 간 표 반영 비율을 ‘1대 1’로 변경하는 당헌·당규 개정이 부결되면서 지지층의 반발이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밑서 치솟고 위서 누르고 그동안 민주당은 당 대표나 최고위원 등 선출 시 대의원과 권리당원 투표 반영 비율을 20:1 미만으로 규정해 왔다. ‘동등한 1인1표제’는 정 대표가 당 대표 경선 당시 공약으로 내건 정책 중 하나로 “나라의 선거에서 국민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하듯 당의 선거에서도 누구나 1인1표를 행사해야 한다”고 추진 배경을 설명했다. 일부 의원들 사이에서조차 ‘졸속 추진’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정 대표와 김 원내대표 두 사람 모두 시험대에 올랐다. 정 대표 쪽에선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 대표였던 때부터 추진됐던 개혁의 실현’이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각에서 ‘시기’와 ‘방법’을 문제 삼는 등 반대 의견에 부딪혔다. 권리당원의 힘으로 대표직에 오른 지 3개월이 조금 지난 상황에서 1인1표제를 추진하자 친명계 조직인 ‘더민주혁신회의’와 일부 당원 등을 중심으로 비판이 제기된 것이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1인1표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이 최고위원은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논란이 커지고 있는데 이는 찬반의 문제라기보다 절차의 정당성·민주성 확보, 그리고 취약 지역(영남 등)에 대한 전략적 규제와 과소 대표성이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친명계인 윤종군 의원도 SNS를 통해 “당원주권 강화 방향에 동의한다”면서도 “전 지역 권리당원 표를 1인1표로 하는 것에는 이견이 있다. TK(대구·경북) 등 영남지역 당원 자긍심 저하, 당세 확장 장애 조성이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현 상황과 관련해서 한 정치권 관계자는 “당 대표는 당 컨트롤이 안 되고, 원내대표는 의원들 컨트롤이 안 되는 상황”이라며 “지난 지도부(이재명 당 대표, 박찬대 원내대표)가 워낙 합이 좋았고 당 대표 리더십도 강했기 때문에 더욱 비교된다. 중심축이 없으니 엎치락뒤치락하면서 반 발자국만 앞서도 자기 정치라는 뒷말이 나오는 것”이라고 봤다. 결국 정 대표의 1인1표제는 중앙위원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지난 5일 치러진 투표 결과 중앙위원 총 593명 중 373명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77표, 반대 102표로 과반이 찬성하지 않아 부결된 것이다. 남은 고비 얼마나? 원내 일각에서는 무리하게 밀어붙인 ‘정청래발 개혁’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의 고충 역시 이와 궤를 같이한다는 해석이 나온다. 대통령실에서조차 몇 차례 속도 조절을 주문했지만, 지지층을 등에 업은 정 대표는 ‘개혁 골든 타임’을 필두로 숨 가쁘게 달리고 있다. 그런 김 원내대표가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을 못 박으면서 ‘쓰리아웃’은 겨우 면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내란전담재판부는 국민의 명령이기 때문에 당연히 설치한다”며 “여기에 대해 더는 설왕설래하지 않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 제한’ 조치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 원내대표는 “시간이 지나면 내란 사범이 사면돼 거리를 활보하지 못하도록 내란 사범에 대한 사면권을 제한하는 법안도 적극 관철하겠다”며 “내란 사범을 사면하려면 국회 동의를 받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만일 윤석열 전 대통령 등 내란 주요 피의자에 대한 내란죄가 확정될 경우 사면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로부터 약 일주일 뒤인 지난 4일 범여권의 주도로 ‘내란전담재판부(내란특별재판부)’ 설치법이 법사위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법사위는 해당 법안을 이달 중 본회의에서 처리하겠다며 속도를 냈다. 해당 재판부는 12·3 내란 사태와 관련해 윤 전 대통령 등이 연루된 내란 사건 전담을 골자로 한다. 내란전담재판부 판사 및 영장전담법관 추천위원회는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법무부 장관과 판사회의에서 추천한 총 9명으로 구성된다. 내란전담재판부로 성난 지지층 달래도… 위헌 폭탄 껴안고 걸어가는 ‘불’꽃길 구성을 마친 추천위원회는 2주 안에 영장전담법관과 전담재판부를 맡을 판사 후보자를 각각 정원의 2배수로 추천해야 하며 최종 임명은 대법원장의 몫이다. 또 형사소송법상 피고인의 구속기간은 최대 6개월이지만 특별법에서는 내란·외환 관련 범죄에 대해 구속기간을 1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했다. 국민의힘은 위헌 소지가 있다며 반발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한마디로 판사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골라 쓰겠다는 ‘지귀연 판사 바꾸자는 법’”이라며 “사법부의 무작위 배당 원칙을 위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미 재판하는 사건도 뺏어서 다른 판사한테 맡기겠다는 삼권분립의 침해”라고 지적했다. 이날 법사위에 출석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역시 “1987년 헌법 아래 누렸던 삼권분립, 사법부 독립이 역사의 뒤안으로 사라질 수 있다”며 “내란특별재판부법에 여러 가지 위헌 요소가 있다”고 반대했다. 천 처장은 “헌법재판소가 결국 이 법안에 대해 위헌 심판을 맡게 될 텐데 헌재소장이 추천권에 관여한다면 심판이 선수 역할을 하게 돼 룰에 근본적으로 모순이 생긴다”며 “헌법재판소장과 직·간접적 관계에 있는 헌법재판관들이 재판(위헌심판)을 맡을 수 없게 된다면 ‘내란특별헌법재판부’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 이 법이 예정하고 있는 바”라고 설명했다. 내란전담재판부 추진으로 개혁 동력을 얻었지만 후폭풍까지 감당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위헌 가능성을 지닌 사법개혁을 진행하는 건 위험요소가 다분할뿐더러 원내대표로서 지방선거를 6개월 앞두고 중도층 민심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출신 의원은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지금 민주당은 집단 의존 증상이 있다. 지난 총선에서 이재명 당시 대표에게 충성하는 정치인만 대거 유입되다 보니 여당이 된 지금 제대로 갈피를 못 잡는 것”이라며 “2차 종합 특검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내란전담재판부를 어떻게 꾸릴 것인지, 조희대 대법원장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서 국민의 피로도를 높이지 않으면서도 종합적인 전략을 짤 사람이 없다”고 지적했다. 175석 버거웠나 그러면서 “내란전담재판부가 설치되면 국민의힘이 위헌을 걸 것이고, 법원에서 위헌 소지가 있다고 보는 만큼 위험성도 크다. 하지만 헌재에서 위헌 판결을 내리지 못하게 하려면 민심을 우리 편으로 끌고 와야 하는, 법률 싸움이 아닌 고도의 민심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원팀’ 원내대표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때아닌 ‘내 편 봐주기’ 논란이 일었다. 민주당 문진석 당 원내운영 수석 부대표가 인사청탁 의혹에 휩싸였지만 ‘엄중 경고’에 그치면서 팔이 안으로 굽은 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앞서 지난 2일 문 수석이 본회의장에서 김남국 대통령실 디지털소통비서관에게 문자로 특정 인물을 거론하며 “내가 추천하면 강훈식 실장이 반대할 거니까 아우가 추천해줘”라고 보냈고, 이에 김 비서관이 “제가 (강)훈식이 형이랑 (김)현지 누나한테 추천할게요”라고 답한 것이 언론에 포착됐다. 인사 청탁 논란이 불거지자 문 수석은 “부적절한 처신에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국민의힘은 ‘김현지 실세’ 프레임을 다시 띄우며 이재명정부를 압박했다. 김 원내대표의 엄중 경고로 논란을 수습하려는 분위기가 이어지자 강성 지지층은 “과감히 내쳐야 한다”며 더 강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