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주류업계 ‘수상한 동거’ 속사정

‘대물 전용’한 이불 속 질퍽한 러브라인

국세청 출신 인사들의 ‘전관예우’ 실태가 드러났다. 한상률 전 국세청장의 첫 공판에서다. 국세청 간부들이 퇴직 후 주류·주정 협·단체와 업체에 ‘낙하산’으로 대거 기용된 사실이 확인됐다. 사실 매년 국감에서 지적되는 등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지만, 법정에서 이 문제가 불거진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과연 얼마나 심하길래….

“고위 국세맨들 낙하산 관행” 한상률 공판서 진술
주류업계에 상당수 포진…자리 ‘대물림’ 현상도


지난달 27일 오후 2시 서울중앙지방법원 502호 법정. 검찰은 ‘그림로비’ 의혹 등으로 불구속 기소된 한상률 전 국세청장에 대한 첫 공판에서 국세청 출신 인사들의 전관예우 실태가 담긴 진술조서를 법원에 제출했다. 검찰에 따르면 주류업계 한 관계자는 진술서에서 “전반적으로 우리가 국세청으로부터 감시를 받기 때문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관련 협회 회장이나 전무 등의 임원은 대체로 국세청에서 내려온다”고 증언했다.

전관예우 도마

그동안 국세청과 주류업계의 ‘수상한 동거’에 대해 말은 많았지만, 법정에서 이같은 진술이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실제 현재 주류업계 임원 등 상당수는 국세청 출신들이 차지하고 있다. 재계 전반적으로 그렇지만, 주류업계는 ‘국세맨 모시기’에 유독 공을 들이고 있다. 일부 주류 관련 업체나 단체 고위직은 국세청 퇴직 관료들이 자리를 ‘대물림’하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

우선 주류업계 최대 이익단체인 한국주류산업협회(구 대한주류공업협회)만 봐도 그렇다. 이 협회는 국세청 관료들이 계속 회장을 맡아왔다. 하이트-진로, 오비맥주, 롯데주류 등 국내 굴지의 주류업체 18개사와 주정업체 10개사를 회원사로 두고 있는 협회 회장은 김남문씨다. 송파세무서장과 대전지방국세청장, 국세청 법무심사국 국장, 법인납세국장 등을 지낸 김씨는 2008년 6월 명예 퇴직한 뒤 11월 3년 임기로 협회장에 취임했다.

김씨는 협회가 회원사들로부터 돈을 걷어 1997년 설립한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 이사장도 겸임하고 있다. 이 센터는 중부청 조사1국 과장을 지낸 최동수씨가 사무총장을 맡고 있다. 협회엔 김씨 외에도 김성준 전 대구청 세원국장이 전무로 있다.

협회 전임 회장인 김문환씨도 국세청 출신이다. 그는 2005년 1월까지 종로세무서장, 국세청 총무과장, 중부지방국세청 조사1국장 등을 지내다 그해 11월 협회장에 선임됐다. 김씨 역시 센터 이사장을 맡았었다. 그전에도 국세청 출신들이 협회와 센터 요직을 맡아왔다.

특히 국내 병마개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업체들의 경우 대놓고 국세청 간부들을 모시고(?) 있다. 바로 세왕금속공업과 삼화왕관이다. 국세청은 주세 탈세를 막기 위해 주류 제조업체가 의무적으로 납세병마개 제조업체로부터 병마개를 공급받아 사용토록 하고 있는데, 병마개를 독식하고 있는 두 업체의 고위직은 국세청 퇴직 간부들의 몫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세왕금속공업의 김광 사장은 해남세무서장, 서울청 조사3국 과장, 국세청 소비세과장, 서울청 조사국장, 국세청 법인납세국장, 광주지방국세청장 등을 역임했다. 장인모 부사장은 수원·성북·도봉·파주세무서장 등을, 송찬수 감사는 중부청 조사2국 과장과 마포세무서장 등을 거쳤다.

뿐만 아니라 과거 임원들도 대부분 국세청 출신 인사들로 구성됐었다. 2009년엔 ‘그림로비’의혹의 핵심 인물인 안원구 전 서울지방국세청 세원관리국장이 사건 직후 입막음용으로 국세청 고위간부로부터 세왕금속공업 사장 자리를 제의받은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기도 했다.

세왕금속공업의 최대주주는 하이트홀딩스(24.85%)다. 이외에 무학(13.15%), 보해양조(12.91%·4만8810주), 금복주(12.63%·4만7729주), 기타(36.46%·13만7826주) 등 주주들이 모두 주류업체들로 이뤄져 있다.

두산그룹 계열사였다가 지난해 9월 병유리 업체인 금비에 매각된 삼화왕관도 국세청 출신들이 경영진에 포진해 있다. 석호영 사장은 국세청 납세보호과장, 전산기획 담당관, 납세지원국장 등을 지냈다. 이학찬 부사장은 영동·평택세무서장 등에서, 안춘복 감사는 마산·평택세무서장 등에서 근무했다.

에탄올(주정) 등 술 성분 제조·판매업체인 대한주정판매, 서안주정, 한국알콜산업 등 주류 관련 업체에도 전직 국세청 인사들이 자리 잡고 있다. 이들 업체는 전통적으로 국세청 간부 출신들이 주요 경영진으로 참여해왔다.

대한주정판매의 김영근 사장은 서울청 납세지원국장, 국세청 근로소득지원국장, 대전지방국세청장 등을 지냈다. 이성호 부사장은 중부청 소득재산세과장과 남양주세무서장을, 김영국 감사는 성동세무서장과 중부청 조사1국 과장 등을 역임했다.

서안주정의 주요 경영진도 모두 ‘국세맨’출신이다. 이준성 사장은 중부청 조사3국장, 서울청 조사4국장,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 등을 거쳤다. 정태만 부사장과 진형양 감사는 각각 서울청 국제거래조사국 과장·용산세무서장 등에서, 중부국세청 조사2국 과장·도봉세무서장 등에서 잔뼈가 굵었다.

한국알콜산업의 경우 국세청 출신의 지창수 회장이 직접 경영하고 있다. 지 회장은 서울지방국세청장과 국세청 차장을 끝으로 은퇴, 1987년 사장에 취임한 뒤 1998년부터 회장을 맡고 있다.

이처럼 국세청 출신들이 주류업계의 요직을 꿰찰 수 있는 것은 업종과 업무의 연관성이 그 이유로 꼽힌다. 국세청이 주류 권한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 주류 업체 및 단체들은 국세청이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오해를 살 만하다.

보험성 영입?

강길부 한나라당 의원은 지난해 국세청 국감에서 “국세청 퇴직 공직자들이 주류관련 업체나 협회에 취업해 직간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의혹을 사고 있는 것은 공정한 사회를 건설하고자 하는 국민적 기대에 어긋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앞서 안효대 한나라당 의원도 2009년 국감에서 “주류업계와 국세청이 이상한 동거를 하고 있다”며 “국세청이 각종 인허가권을 통해 주류업체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어 국세청 고위간부가 회사의 사장을 자기 입맛대로 바꿀 수 있는 구조가 가능하다”고 주장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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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단독] ‘내란 비선’ 노상원 민간인 사찰 준비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방첩사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이 곳곳에서 확인된다.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여론전에 나서려 한 게 골자다. MB·박근혜정부 때의 악몽이 재발할 수 있었던 셈이다. 군 안팎에서는 계엄이 유지됐다면 여론 공작뿐만 아니라 민간인 사찰까지 벌어졌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군 정보기관 간부들은 이 계획을 준비하려 했던 인물로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이 아닌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을 지목한 것으로 파악됐다. “여인형은 댓글 공작을 지시한 사람일 뿐 계획한 사람은 노상원이다.” 한 군 고위관계자의 말이다.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이 부정선거 수사만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도 복수의 군 관계자들로부터 관련 진술을 받아냈다. 특히 사이버작전사령부가 댓글 공작을 계획한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 성향 진급 제외 공수처는 이달 초 복수의 국군방첩사령부 간부들로부터 군 댓글 공작 의혹과 관련된 진술을 받아냈다. 한 방첩사 간부는 공수처에 “사이버사령관에 대한 정치 성향, 개인정보 등 신원 검증을 진행했다. 진보 계열 정치인과 친분이 있거나 알고 지낸 적이 있는 군 간부에 대해서는 신원 검증을 더욱 철저히 했다”고 진술했다. 공수처는 방첩사가 사이버작전사령관 후보군을 블랙리스트로 관리하면서 정권 ‘코드 인사’가 정해지면 댓글 공작팀을 구성하려 했다고 보고 있다. 공수처가 확보한 블랙리스트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1월 두 차례에 걸친 방첩사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것이다. 당시 압수수색 대상엔 사이버사령관 관련 블랙리스트 문건도 포함됐다.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은 이 문건들을 김용현 전 장관에게 수차례 보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보고 시점이다. 김 전 장관이 대통령경호처장이던 지난해 초부터다. 김 전 장관이 군 인사에 개입하고 신원식 국가안보실장보다 영향력이 강했던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방첩사의 댓글 공작 플랜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월 국회 국정조사특위에서 “조원희 사이버사령관이 사이버 정예 요원 28명으로 구성된 ‘사이버 정찰 TF’를 구성해 2024년 10월7일∼12월27일 약 3개월간 운영할 계획이었다”며 “사이버사가 국가정보원, 국군방첩사령부 등 그동안 비상계엄에 협조해 온 기관과 연계해 전 국민을 대상으로 이른바 인지전·심리전을 하려던 것으로 추측된다”고 주장했다. 인지전은 전단 살포 등 기존 심리전에 더해 SNS를 통한 사이버 여론전까지 포괄한다. 실제 방첩사는 예하 보안연구소에 인지전을 전담하는 ‘정보종합통합대응팀(대응팀)’ 신설을 계획했다. 이 대응팀은 방첩사가 인지전 조직 설립을 추진하다 내부 반발에 부닥치자 만들어진 TF(태스크포스) 성격의 팀으로 알려졌다. 일부 인원을 보안연구소로 이동시켜 TF를 꾸린 뒤 인지전 조직을 설립할 계획이었다. 사이버사 통해 인지·심리전 작업 선관위 서버 탈취 성공하면 서포트 여 전 사령관은 보안연구소에 인지전 전문가를 직접 추천하기도 했다. 실제 여 전 사령관이 추천한 인사는 지난해 12월2일 보안연구소 연구기획팀에 임용됐다. 지난해 10월에는 여 전 사령관실에 있던 소령이 전 부대원을 대상으로 인지전 내용이 포함된 교육을 진행하기도 했다. 여 전 사령관의 지시를 받았던 건 그의 비서실장이던 정성우 전 1처장과 최측근인 소형기 전 방첩사 참모장(현 육군사관학교 교장)이다. 정 전 1처장은 보안처와 방첩처에 인지전 관련 조직 신설을 지시했으나 간부 대부분이 ‘업무 관련성이 없다’며 거부했다. 소 전 참모장은 지난 2023년 11월6일 인사를 통해 여 전 사령관과 함께 방첩사로 온 인물이다. 두 사람은 인사 이전 육군본부 정보작전참모부에서 부장과 계획편제차장으로 함께 근무했다. 방첩사는 육·해·공군 장성급 직책과 국방부 예하기관장 등에 대한 인사안도 작성했다. 이 인사안도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관련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 29일부터 방첩사 신원보안실과 군사정보실 등을 압수수색했다.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본래 육·해·공군 각군 인사참모부에서 인사 계획안을 작성하면, 해당 인물의 세평 등 정보를 수집·조사해 검증하는 조직이다. 그러나 여 전 사령관이 지난 2023년 11월 방첩사령관으로 임명된 이후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 측근들로 구성돼 군 인사와 비상계엄에 깊숙이 관여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신원보안실장을 맡고 있는 나모 실장(대령)은 지난해 전역을 앞두고 있었으나 비상계엄을 나흘 앞둔 11월29일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임기가 2년 연장됐다. 신원보안실 산하 신원검증과장 등을 맡았던 진모 당시 중령은 충암고 출신으로 지난해 9월 인사에서 대령으로 진급했다. 내란 사태 이후 지난해 12월6일 육군 제5군단 방첩부대장으로 부임했다. 공수처 진술 확보 방첩사 신원보안실은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계획 문건을 만들고, 이를 윤석열 전 대통령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도 했다. 당시 그 자리는 박안수 전 육군참모총장이 맡고 있었으나 박 전 총장 임기 만료 전이던 지난 4월 인사에서 여 전 사령관을 육군참모총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염두에 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8월 여 전 사령관 지시로 만들어진 블랙리스트인 이른바 ‘최강욱 라인 명단’은 2017~2020년, 군 법무관 출신인 민주당 최강욱 전 의원과 근무 시기가 겹치거나 만난 적이 있다는 군 판사·검사 명단을 30명 가까이 정리해 둔 문서다. 최 전 의원은 문재인정부 시절인 2018년 9월~2020년 3월 청와대 직원 직무감찰과 군을 포함한 주요 공직자 인사 검증을 담당하는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명단에는 김상환 육군본부 법무실장(준장)과 서성훈 중앙지역군사법원장(대령) 등 비육사 출신 군 법무관들이 주로 이름을 올렸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법무실장을 국방부 검찰단장직에 보임되는 일을 막기 위해 그를 강제 전역시킬 방안을 연구했다고 보고 압수수색 영장에 관련 혐의도 적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수처는 여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에게 보고하기 위해 장군 인사에도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다. 정치 성향 등 단순 세평 수집이 아닌 각 군에서 작성한 인사안을 검토하거나 직접 작성했는지가 의혹의 핵심이다. 한 군 정보 소식통은 “정보사를 포함해 계엄에 협력할 만한 인물을 정리한 문건도 방첩사가 관리했다. 문상호 전 정보사령관을 포함해 계엄에 반대하지 않을 것 같은 인물들은 모두 노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에게 보고됐다”고 주장했다. 조 사령관은 블랙리스트가 작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난해 4월 사이버사령관으로 부임했다. 노 전 사령관이 김 전 장관과 연락을 취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하기도 한다. 부임 6개월도 안 된 해군 출신이던 이동길 전임 사령관을 교체하고 조 사령관을 임명한 건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군 내부의 시선이다. 사령관 추천 노 ‘오케이’ 조 사령관은 평소 여 전 사령관과의 친분을 과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전 장관이 합동참모본부 작전본부장 시절(2015~2017년) 작전본부 중령으로 근무했다. 방첩사 출신 군 관계자는 “여 전 사령관이 노상원을 멀리 했으나 계엄을 놓고 본다면 자신의 측근이자 믿을 수 있는 인물을 사이버사령관으로 둬야 했을 것이다. 여 전 사령관이 김용현에게 조 사령관을 추천, 노상원이 ‘오케이’한 인물”이라고 전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노 전 사령관은 지난해 초부터 김 전 장관과 연락하면서 12·3 비상계엄에 대한 밑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노 전 사령관은 부정선거 음모론을 검증하려 계엄사령부 산하 수사2단을 지휘해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서버 탈취를 계획했다. 정치권과 군 일각에서는 조 사령관이 여 전 사령관의 지시로 노 전 사령관에게 협력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노 전 사령관의 선관위 서버 탈취 계획이 성공했다면 조 사령관이 사이버사 산하 해킹 부대인 900연구소를 중심으로 댓글 및 여론 공작에 나섰을 것이란 분석이다. 복수의 정보사 간부들은 댓글·여론 공작의 다음 플랜이 ‘민간인 사찰’이라고 전했다. 노 전 사령관이 선관위 서버 탈취에 성공하면 진보 성향 정치인들뿐만 아니라 시민단체 관계자들의 SNS를 들여다볼 계획이었다는 것이다. 정보사 출신 군 고위 관계자는 “‘부정선거가 사실이었다’는 여론을 조성하는 데 일주일도 채 걸리지 않는다. 계엄이 2~3주 정도 유지됐다면 방첩사와 노상원이 지휘하는 수사2단이 주체가 돼 진보 성향 시민단체의 동향 파악은 기본이고 실제 그렇게 해야 한다는 말이 나왔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결론적으로 방첩사가 사이버사를 통해 댓글·여론 공작을 하려 했던 건 ‘윤석열의 계엄이 옳았다’는 헛소리를 유포하기 위함이다. 노상원이 김용현에게 조언했고 MB·박근혜 때의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을 참고해 시나리오를 짰던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 노, MB·박정부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 참고 여, 블랙리스트 김용현에 직보…김·노 논의 여 전 사령관은 사이버사를 통해서만 댓글·여론 공작을 실행하려 하지 않았다. 직접 국정원에 방첩 업무를 담당할 도·감청 전문가들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이는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이 여 전 사령관의 요청을 거절한 직후에 일어난 일이다. 당시 홍 전 차장은 윤 전 대통령이 “방첩사를 지원하라”고 하자 여 전 사령관에게 전화를 걸어 윤 전 대통령 지시 사항을 전달했고, 여 전 사령관은 체포 대상자 명단을 불러주며 위치 추적을 요청했다. 합참의 ‘계엄실무편람’에 따르면, 계엄사는 합동수사본부 지원을 맡는다. 합동수사본부는 예하에 수사1·2·3·5국을 둔다. 2018년 논란이 됐던 기무사의 계엄 대비 문건에는 합동수사본부장은 방첩사령관이, 수사5국은 국정원이 맡는다고 적혀 있다. 당시 문건에는 ‘국정원은 국정원법을 이유로 계엄사령관의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 내재’ ‘이럴 경우 대통령께서 국정원장에게 계엄사령관의 지휘·통제를 따르도록 지시’라고 기록됐다. 여 전 사령관은 ‘민간인 사찰을 계획했느냐’는 <일요시사>의 여러 질문에 대해 “너무 구체적이다. 어떤 게 맞고 틀린지 답하기 곤란한 내용이 포함돼있다”며 “수사를 앞두고 있어 답할 수 없음을 양해해 달라”고 말한 바 있다. 공수처는 방첩사의 댓글·여론 공작 의혹과 군 간부들에 대한 평가와 사찰에 대한 문건이 윤 전 대통령에게까지 보고됐는지 수사 중이다. 공수처는 조만간 여 전 사령관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지만 내란 특검이 출범하게 되면 모든 자료를 특검에 넘겨야 한다. 공수처 최근 정례 브리핑에서 “지난주부터 방첩사에 대한 압수수색을 거의 매일 진행 중”이라며 “포렌식이 오래 걸리는 건 여러 곳에 분산된 서버를 복구하는 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통해 윤 전달? 공수처는 12·3 비상계엄 사태 수사와는 별개로 방첩사 관련 사건을 입건해 사건번호를 부여한 상태라고 부연했다. 지난 5일 내란 특검법, 채상병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 조만간 특별검사 수사 체제가 가동될 것으로 예상돼 공수처는 특검 출범 이후 방첩사 블랙리스트 관련 수사와 기존 고발 사건 수사에 집중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수처 관계자는 “특검이 출범하고 자료 요청이 오면 당연히 자료를 넘겨야 하지만 그 전까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해 수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