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51)출가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9.18 10:33:03
  • 호수 113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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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을 얻고 부인을 잃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유신이 흡사 무슨 일인지 어렴풋하게 짐작 간다는 듯이 눈을 게슴츠레하게 떴다.

“그래요, 처남. 지소가 아이를 가진 모양입니다.”

“아이를!”

유신의 목소리가 절로 올라갔다.

“그런 모양입니다. 그래서 지금 자기 방에서 잠시 휴식취하는 중입니다. 어서 들어가 보시지요.”


춘추의 은근한 말에 유신이 서둘러 지소의 방으로 들어갔다. 방에 들어서자 핼쑥한 모습의 지소가 급히 자리에서 일어나 유신을 맞이했다.

“그게 정말이오?”

어깨를 감싸다

지소의 어깨를 가볍게 감싸고 눈을 동그랗게 뜨고 주시했다.

지소가 대답 대신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부인의 입으로 그 말을 듣고 싶구려.”

아기를 가졌다는 사실에 유신의 말투가 경어로, 호칭이 부인으로 바뀌었다.


“그렇다 하옵니다.”

“허허, 이렇게 기쁜.”

지소가 너무나 기쁜 나머지 말도 제대로 잇지 못하는 유신을 정면으로 바라보며 가만히 미소를 보냈다.

미소의 의미를 간파한 유신이 힘껏 지소를 껴안았다가는 손을 배로 이동했다.

그 손을 지소의 손이 감쌌다.

유신이 마치 새 생명의 존재를 느끼겠다는 듯이 찬찬히 배를 쓸자 지소가 유신의 행동에 자유를 주기 위해 약간 뒤로 물러섰다.

“이렇게 고마울 데가!”

유신은 뱃속에 있는 아기가 사내아이라 확신하는 듯 감탄에 겨워 지소를 바라보았다.

“아직은.”

“아직은 뭐요?”

“아들인지 딸인지…….”

“분명히 아들일 게요, 아들. 암 그렇고말고.”


흡족한 표정으로 지소의 배를 누른 팔에 힘을 주었다.

순간 지소의 표정이 시무룩하게 변해갔다.

“왜 그러오?”

이해할 수 없다는 투로 말을 꺼낸 유신이 순간적으로 아차 했다.

지소는 임신한 이상 정식 혼인을 염두에 두고 있을 터였다.

유신이 춘추의 집에서 지소와 달콤한 시간을 보내고 집으로 돌아갔다.


집에 들어서자 잠시 집안 곳곳을 둘러보았다.

항상 집에 들어올 때면 자신을 반기던 부인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던 때문이었다.

갑자기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안감이 일어났다.

신발을 벗는 둥 마는 둥 급히 방으로 들어섰다. 방으로 들어서자 하얀 옷을 입은 유모가 다소곳이 자리 잡고 있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부인, 이게 무슨 일이오!”

유신이 자세를 낮추어 부인의 소매를 잡았다.

마치 그 손을 뿌리치기라도 하듯 유모가 천천히 일어나 유신을 향해 자세를 가지런히 하고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부인, 이게 무슨 일이냐고 해도!”

얼떨결에 큰 절을 받은 유신이 유모 곁으로 다가갔다.

“이 박복한 여자 이제 서방님 곁을 떠나려 하옵니다.”

“떠나다니!”

“그동안 서방님의 사랑에도 부응 못하고, 아들 하나 낳지 못한 죄가 크지 않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제 그만  물러나려 합니다.”

유신이 가벼이 한숨을 내쉬고 천장을 바라보았다.

부인이 지금 진행되고 있는 일련의 일들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불현듯 찾아들었다.

지소의 임신…아들을 얻다 
상처 입은 유모 ‘떠나다’

“혹시…….”

“아무 말씀 마세요. 그럴수록 제 마음 괴롭습니다. 그저 조용히 떠날 수 있도록 배려 부탁드립니다.”

그럴 수는 없는 일이었다.

비록 자식을 낳지는 못했으나 그 누구보다도 열정을 다해 사랑한 여인이었다. 

“부인!”

기어코 유신이 몸을 기울여 유모를 감쌌다.

“서방님, 이러.”

유신이 급히 유모의 입을 입으로 막았다.

“부인, 아무 말도 마시오!”떨리는 유신의 목소리 마냥 농익을 대로 농익은 유모의 몸도 떨었다.  

“서방님, 이년을 죄인으로 만들 작정이십니까?”

유신을 밀쳐내는 유모의 목소리가 차분했다.

“그게 무슨 말이오?”

“이미.”

“이미 무엇이란 말이오!”

유신의 어깨가 움찔거렸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유모가 잔잔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렇게도 무디시오.”

“하면 부인은!”

“저를 끔찍이 생각하고 있음을 알고 있지요. 그러나 아들을 낳고 싶은 장군의 속내는 감출 수 없었지요.”

“어떻게?”

답에 앞서 유모가 천장을 바라보았다.

“집에 들어설 때 몸에서 나는 냄새 때문이었지요.”

“냄새라니?”

“전과는 다른 냄새가 났습니다. 그것도 아주 싱그러운 향기가 말이에요. 그러니…….”

물론 유신이 외간 여자와 어울리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상대는 그저 그런 여인들이었으나 지소의 경우는 달랐다.

그러니 같은 여인으로 여인의 체취를 구분하기는 그리 어렵지 않았으리란 생각이 일어났다.

생각이 거기까지 이르자 유신의 얼굴에 곤혹감이 들어찼다.

“그런 표정 짓지 마세요.”

그저 바라볼 뿐 아무런 답을 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편이 내게는 이롭습니다.”

“그는 또 무슨 말이오?”

“장군이 저보다 못한 여인과 함께한다고 생각해 보세요. 그런 경우 저는 견뎌낼 수 없었을…….”

“하면.”

“그 정도 여인이어야 제가 비참하지 않지요.”

직접 거명하지 않고 있지만 부인은 이미 지소와 관련한 모든 사실을 알고 있다는 감이 강하게 일었다.

“그러면 부인은 그를 알고도 여태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는 말이오?”

“물론 처음에는 마음고생이 심했지요. 그러나 이 모든 일이 운명이라 생각되었습니다.”

연을 끊다

“운명이라.”

“이 모든 게 운명이지요.”

말을 마친 부인의 얼굴이 경직되고 있었다.

그러기를 잠시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다시 큰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부인의 표정에서 확고한 마음을 읽은 유신은 더 이상 이렇다 할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러면 이후에 부인의 운명의 길은 어찌 되는 게요.”

유모가 다시 자세를 가지런히 하자 유신이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조용한 산사에서 세속을 잊고 여생 보내렵니다.”

결국 중이 되어 세상과의 연을 끊겠다는 의미였다.

이번에는 유신이 자리에서 일어나 부인에게 절을 올리기 시작했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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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닻 올린 ‘2차 계엄’ 수사 큰 그림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이 2차 계엄 의혹에 대한 실마리를 풀기 시작했다. 비상계엄 선포 다음 날인 지난해 12월4일 새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가 핵심이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 간 교감과 이날, 군 수뇌부의 움직임은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당시 상황을 재구성 중인 특검팀은 윤석열 전 대통령을 재소환할 방침이다. 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은 비상계엄 선포 이후의 상황을 재구성해 왔다. 법무부와 민정수석실의 역할은 수면 위로 올라오지 않고 있다. 특히 2차 계엄 논의 여부는 여전히 의혹에 그치고 있다.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과 김주현 전 민정수석이 무엇을 위한 법률을 검토했는지가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안가 회동 정조준 특검팀은 지금까지 12·3 내란이 어떻게 준비됐는지에 대해 수사력을 집중했다. 북풍 공작과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국군정보·방첩사령부의 움직임 등이 상당 부분 사실로 확인됐다. 내란 이후의 상황을 수사하기 시작한 특검팀은 지난달 24일 오전 10시 박 전 장관을 소환 조사했다.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를 받는 박 전 장관은 13시간가량 조사를 받고 귀가했다. 박 전 장관은 내란 당일 대통령 집무실에서 계엄 선포 계획을 가장 먼저 들은 국무위원 중 한 명이다. 이후 법무부로 돌아와 실·국장 회의를 열고 검찰국에 ‘합동수사본부 검사 파견 검토’ 지시를 내렸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 당일 법무부 출입국본부에 출국금지팀을 대기시키라고 지시한 혐의도 적용됐다. 계엄 이후에는 정치인 등 수용을 위해 교정본부에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를 지시한 혐의도 있다. 특검팀은 이를 뒷받침할 만한 근거로 그가 지난해 12월3일 오후 11시쯤 대통령실에서 정부과천청사로 이동하면서 통화한 내역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이 통화한 인물은 임세진 전 검찰과장, 배상업 전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장, 신용해 전 교정본부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 등이다. 임 전 과장은 박 전 장관과의 통화를 마치고 검사·수사관 인사를 담당하는 실무진 2명에게 전화를 걸었고, 배 전 본부장은 출국금지·출입국 관련 담당자들에게 연락했다. 신 전 본부장은 김문태 전 서울구치소장과 연락을 취했다. 박 전 장관은 이후 간부 회의를 열어 관련 논의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후 다음 날 한상대 전 검찰총장과 연락하기도 했다. 한 전 총장은 퇴직 검사 모임인 검찰동우회 회장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과 탄핵 당시 가장 많이 연락한 인물이다. 국회 계엄 해제 요구안 의결 이후에는 김 전 수석과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검팀은 두 사람이 2차 계엄 등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박 전 장관 측은 김 전 수석에게 포고령에 문제가 있으며 국회가 의결했으니 국무회의를 신속히 소집해 계엄을 해제해야 한다고 전했다는 입장이다. 박성재·김주현 곧바로 2차 계엄 법률 검토? 용산 CCTV 속 최측근들 메모 후 문건 만지작 특검팀은 박 전 장관이 ▲계엄사령부 산하 합동수사본부 검사를 파견하라고 검찰국에 지시 ▲출입국본부 ‘출국금지팀’ 대기 지시 ▲교정본부 수용 여력 점검 및 공간 확보 지시 등을 추진했다고 판단한다. 조사를 마친 박 전 장관은 “제가 한 일에 대해 소상하게 다 말씀드렸다”며 “통상적인 업무 수행에 대한 다른 평가를 하는 것에 대해 제가 알고 있는 모든 내용을 상세하게 말씀드렸다”고 했다. 이어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지속적으로 특검법의 위헌성에 대해 지적을 했었는데, 이 부분이 현재 특검법에도 시정되지 않은 채 시행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그 점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언급했다. ‘어떤 내용을 (특검에) 말했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의문이 제기되는 모든 점에 대해 상세히 말씀드렸다”고 답했다. ‘혐의를 전면 부인하는지’ 묻자 “나는 항상 업무를 했을 뿐”이라고 했다. ‘5급 이상 간부들에게 비상대기를 지시했다’는 주장에는 “부당한 지시를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구치소장 연락 지시’ 관련 질문에는 “질문이 어디에 근거한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수용 지시가 계엄과 관련됐느냐’는 질문에는 “누구에게도 체포·구금하라는 지시를 한 사실이 없다”고 답변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직전 국무회의를 열기 위해 일부 국무위원을 용산 대통령실로 소집했을 때의 CCTV 영상도 확보했다. 박 전 장관은 대통령실 대접견실에서 A4 용지에 직접 내용을 메모하고 특정 문건을 들여다봤다고 한다. 특검팀은 그가 윤 전 대통령 등으로부터 문건 형태로 계엄 이후 법무부가 해야 할 조치 등을 지시받고 현장에서 이를 직접 정리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앞서 계엄 선포 당일 대통령실에 모인 일부 국무위원 등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계엄 이후 조치 사항이 담긴 문건을 직접 전달받았다. 최상목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계엄 이후 가동할 비상입법기구 예산 편성 등을 지시받았고,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은 <경향신문> 등 언론사에 단전·단수 조치하라는 지시를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지시를 한 사실 없다” 조태열 전 외교부 장관은 ‘공관을 통해 대외 관계를 안정화시키라’는 지시를 받았다. 박 전 장관 측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개별 지시 문건을 받지 않았고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법무부에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지난달 24일 특검 조사에서도 A4 용지에 메모했는지 등에 대해 “기억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장관 측은 이날 “해당 CCTV 장면을 보여달라”는 취지의 의견서를 특검에 제출했다. 특검팀이 김 전 수석을 소환한 건 지난 7월 초다. 그는 지난해 12월4일 서울 삼청동에 위치한 대통령 안전가옥(안가)에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 박 전 장관, 이완규 전 법제처장 등과 계엄 관련 법률 검토를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모두 윤 전 대통령과는 고교·대학 및 검찰 동기나 선·후배로 윤석열정부 최고위직 법률가들이다. 지난해 말부터 정치권에서 “비상계엄 수사 등 법률적 대응 방안 또는 제2의 내란 모의 가능성을 논의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자 이들은 국회와 경찰 조사에서 “연말에 얼굴 보자는 취지였다”(박성재 전 장관), “신세 한탄이나 하자는 자리였고, 법률을 검토할 겨를도 없었다”(이상민 전 장관)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은 이 자리에 한정화 전 법률비서관이 동석한 사실을 확인했다. 주변 CCTV 등 안가 회동 참석자들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한 전 비서관의 존재를 인지하고 소환 조사까지 진행했다. 특검팀은 삼청동 안가 모임 성격을 ▲비상계엄 선포 절차 사후 보완 ▲대통령 탄핵 대비 법적 대응 논리 개발 자리 등으로 보고 있다. 특히 내란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나온 관련자 진술의 위법성을 면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전 장관과 김 전 수석, 이 전 처장 등은 안가 회동 이후 휴대전화를 바꿨다. 류혁 전 법무부 감찰관은 지난 3월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윤 전 대통령 최측근으로 꼽히는 김주현 전 민정수석,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등 밑에서 일하던 검찰 고위 관계자들은 대통령을 ‘운명 공동체’로 생각한다”며 “박 전 장관이나 김 전 수석에 대해서는 검찰이 적극적으로 수사하지 않았다. 이들에 대해 합리적이고 납득할 만한 수사 결론이 나오지 않으면 국민이 받아들이겠나. 모든 의혹이 해소될 때까지 그 사람들에 대한 수사는 계속돼야 한다. 이들은 죽을 때까지 수사선상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증거 이미 폐기했다? 특검팀은 과거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가 작성했던 수사보고서도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검찰 특수본 수사보고서의 제목은 ‘2차 비상계엄 가능성에 대한 의혹 등 정리 보고’다. 수사보고서에는 “12·4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통과되고 난 직후, 윤 대통령이 계엄사령부 상황실로 찾아가 김용현 국방부 장관에게 ‘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 ‘내가 다시 계엄을 할 테니 그때는 철저히 준비해서 국회부터 장악하라’라고 지시한 정황”이 있다고 적혔다. 해당 의혹은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처음 제기했다. 민주당은 지난해 12월6일 비상 의원총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2차 발령을 준비했다는 정황을 공개했다. 검찰이 이 같은 민주당의 의혹 제기와 관련해 수사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계엄사령관인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은 윤 대통령, 김용현 장관과 함께 합참 지휘통제실 내 별도의 방에 들어갔다고 국방위 현안 질의에서 답한 바 있으나 대화 내용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발언했으나 박 총장이 답변한 날인 12월5일은 윤 대통령의 위와 같은 발언이 공개되지 않은 시점”이라며 박 전 총장에 대해 조사 필요가 있다고 적었다. 검찰은 수사보고서에서 시민단체와 언론사 보도 등 2차 계엄 의혹과 관련한 의혹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육군 복수 부대에 지휘관 휴가 통제 지침이 내려졌고 비상계엄 선포 이후 경계 태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의혹과 계엄 둘째 날 지방 공수여단의 서울 진입 계획이 있었다는 육군특수전사령부 간부의 언론사 인터뷰 등이 그 근거다. 검찰은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이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에게 ‘국회 문을 열고 들어가 의사당 내 의원들을 밖으로 이탈시킬 것’이라고 동일한 명령을 내렸지만, 지시가 이행되지 않아 2차 계엄이 준비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2월4일 새벽 중요…검도 “수사 필요” 인정 자료 이미 사라졌나…용산 PC 전부 포맷 확인 검찰은 수사보고서에 “윤 대통령의 ‘국회의원 이탈 명령이 제대로 시행되지 않자 김 장관에게 위와 같은 발언(왜 국회의원들을 잡지 않았느냐)을 했을 가능성이 충분히 있어 보이고, 이와 더불어 ‘추가 계엄 선포’와 관련된 발언을 했을 가능성도 있어 보이므로 관련 내용 수사 필요성 있음”이라고 적었다. 특검팀은 대통령실 고위 간부들이 조직적으로 2차 계엄 관련 자료를 폐기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달 18일 정진석 전 대통령실 비서실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한 특검팀은 정 전 실장에게 계엄 이후의 상황을 따져 물은 것으로 파악됐다. 정 전 실장은 불법 계엄 전후 윤석열 전 대통령을 가까이서 보좌했다. 그는 계엄 선포 직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 있었다. 국무위원은 아니지만 계엄 선포 전 국무회의에 신원식 전 국가안보실장과 함께 참석했다. 이튿날 새벽에 계엄 해제 국무회의가 열리기 전, 윤 전 대통령이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에 머물 때 찾아가 만나기도 했다. 정 전 실장은 지난해 12월4일 국회가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이후 윤 전 대통령, 박 전 총장, 김 전 장관 등과 함께 합동참모본부 전투통제실 내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국회에서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의결된 후 국민의힘 추경호 전 원내대표와도 통화했다. 추 전 원내대표는 앞서 “지난해 12월4일 오전 2시58분쯤 정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국회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이 정부에 도착했음을 확인하고 정부의 신속한 계엄 해제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정 전 실장은 대통령실 윗선이 계엄 증거를 조직적으로 은폐했다는 의혹에도 연루돼있다. 특검은 지난 4월 대통령실 컴퓨터(PC) 전체 초기화 계획이 정 전 실장의 지시로 실행됐을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 특검팀은 앞서 별도 전담팀을 꾸려 정 전 실장 관련 의혹을 수사해 왔다. 특검팀은 이날 정 전 실장을 상대로 계엄 당시 국무회의와 대통령실 상황, 추 전 원내대표와의 통화 경위 등을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시간이 부족하다 특검팀은 박 전 총장도 참고인 신분으로 재조사했다. 앞서 박 전 총장은 계엄 당시 계엄사령관으로서 불법 포고령을 발령한 혐의(내란중요임무종사) 등으로 구속 기소됐다. 박 전 총장도 국회가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한 뒤 윤 전 대통령, 김 전 장관 등과 합참 결심지원실에 함께 있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