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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07월28일 10시20분


[일요테마] ‘송사천국’ 대한민국 현주소 ① 법원 문지방 닳는 ‘소송공화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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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소송 만능주의에 시달리고 있다. 분쟁이 생기면 형사소송부터 걸고 보는 게 요즈음의 현실이다. 입증 증거는 후순위다. 감정을 앞세워 ‘일단 걸고 보자’는 식이다. 소송에서 이기면 잘된 것이고 지면 ‘아니면 말고’ 식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소송 빈도수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2천만원 이하의 소액사건 때문에 재판정에서는 민사소액 재판도 한계 수위를 넘어섰다. 상대를 제압할 때 사용했던 ‘법대로 해 법대로’란 말이 말로만 그치지 않는다. 수많은 사람이 피해를 입었을 때 나타나는 집단소송도 급격히 늘고 있다. 지금은 곳곳이 ‘뇌관’이다. 그 누구도 소송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일요시사>에서는 ‘소송공화국’으로 변모하고 있는 실태를 집중 조명했다.

 ‘돈’ 잃었다고 ‘욱’한다고   “법대로 해 법대로”

한국이 소송천국으로 변하고 있다. 소송이 흔하기로 유명한 미국을 따라잡을 정도다. 가까운 일본과 비교해 보면 인구 1만명 당 형사고소를 당한 사람의 수는 1백55배에 달한다. 지난 2004년 우리나라에서 형사 고소당한 사람은 63만명에 달하는데 일본은 1만명 수준에 그친 것. 민사소송 역시 별반 다르지 않다.
이같은 각종 소송 건수는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대법원이 발간한 ‘2008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법원에 접수된 소송사건은 6백6만3천46건으로 2006년에 비해 7.6%나 증가했다.

‘툭’하면 법정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경제공황이 지속되면서 특히 돈 문제가 법정싸움으로 비화되는 일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 돈 앞에서는 혈육도, 친구도 법으로 싸워 이겨야 할 대상이 되는 세태 속에서 이와 관련한 소송건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
실제 부산경찰청이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올초부터 9월말까지 부산지역 15개 경찰서에 접수된 고소, 고발, 진정 건수는 모두 5만1천5백70건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4만3백50건에 비하면 28%나 증가한 수치다. 합의로 끝날 수 있는 일도 ‘끝까지 가보자’는 오기 섞인 싸움으로 변질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것.
또 경제불황은 2천만원 이하의 돈 때문에 법정까지 오게 되는 ‘금융소액사건’을 증가시키고 있다. 민사 사건은 일반적으로 소송가액 1억원 이상이면 합의 사건, 1억원 미만은 단독 사건으로 분류하고 단독 사건 가운데 소송가액 2천만원 이하의 사건을 소액 사건으로 분류한다. 이 소액 사건은 1심 전체 민사 사건의 80% 정도를 차지한다.

지난 7월까지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대출금반환청구 소송 등 금융소액사건은 13만4천6백1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만9천7백24건의 소송건수에 비해 35% 이상 늘어난 수치로 불황의 또 다른 단면을 보여주는 지표가 되고 있다.
너도나도 팍팍한 살림살이 속에서 단돈 몇십만원을 돌려받기 위해, 원룸 월세가 밀려서, 대출금을 갚지 못해서 법원은 늘 북적거리고 있다.
이처럼 민사소액사건으로 인해 법원 문이 닳을 지경이 되자 최근 서울중앙지법은 민사소액 사건을 담당하는 단독 재판부 4개를 더 설치했다. 단독 판사 4명이 담당하는 16개 재판부로는 폭주하는 소액사건을 모두 맡을 수 없는 탓이다.
지난해의 경우 판사 1명이 평균 3천6백10건의 소액사건을 처리했지만 올해 들어 평균 4천9백13건을 처리하고 있어 업무 부담이 1.5배나 커진 것도 재판부를 늘인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부터 불기 시작한 ‘펀드열풍’과 관련된 소송도 큰 폭으로 증가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권택기 의원에게 제출한 최근 3년간 펀드 등 파생상품과 관련한 분쟁과 조정현황에 따르면 분쟁건수는 2006년 40건에 그쳤으나 2년 반 만인 올 상반기 에는 분쟁건수가 1백17건으로 2.9배 증가했다.

경제불황 속에서 해마다 소송건수 증가하는 추세
2천만원 이하 소액으로 인한 재판도 갈수록 늘어
대기업 피해자들의 ‘집단소송’ 열풍도 소송공화국에 한 몫
입증 증거 없이 무작정 걸고 보는 ‘묻지마 소송’경계 해야

이중 신청인의 주장이 타당해 신청인의 청구가 수용된 경우는 55건으로 나타났다. 나머지는 소송·민원인이 중도에 임의철회하거나 신청인의 주장과 사실이 다른 경우로 불수용된 것이다.
인터넷으로 인해 불거진 문제들로 인한 고소·고발 건수도 급속히 늘고 있다. 지난해 6월 개정 저작권법이 시행된 후 이른바 ‘불펌’이라 불리는 저작권 침해에 대한 고소·고발 건수가 급증하고 있다. 전국 검찰청 및 서울 주요 경찰서에 접수된 저작권 관련 고소·고발 건수를 살펴보면 2006년 1만5천5백20건에 비해 지난해는 2만3천7백41건으로 53%나 증가했다.
검찰 관계자는 “저작권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면서 저작자들이 적극적인 권리 행사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라며 “저작권법 강화로 관련 법 집행이 엄격해진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설명했다.
저작권위원회에 등록된 저작물은 지난해 7월말까지 총 1만2백13건으로 2006년 같은 기간 등록 건수 4천2백8건에 비해 세 배 가까이 급증했다. 이는 대부분 블로그나 P2P를 통해 음악과 동영상 콘텐츠를 허락 없이 퍼가는 바람에 일어난 분쟁이다.
문제는 저작권법을 위반한 사람 중 대부분이 초, 중, 고등학생으로 청소년의 경우 형사처벌을 면하게 되어 법적효력이 강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저작권법을 위반하는 청소년은 계속해서 늘고 있고 이에 따라 관련 소송건수도 덩달아 늘어가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같은 피해를 입은 수많은 사람들이 뭉쳐 집단소송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소송공화국으로의 길을 부추기고 있다.
집단소송은 많은 피해자를 낳은 사건이 발생했을 경우 개개인이 소송을 제기하기에는 피해규모가 적을 경우 피해자들이 함께 어느 집단을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미국에서 발달된 소송방법 중 하나다. 유명한 사건은 담배회사인 ‘필립모리스’사를 상대로 흡연자 1백10만명이 집단소송을 내 승소한 사례다.
우리나라의 경우 개인정보유출사건이 벌어졌을 때 피해자들이 관련 기업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건 사례가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다.
그중 옥션과 하나로텔레콤, GS칼텍스 등 3개사를 상대로 한 집단손해배상 소송금액이 지금까지 1천9백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송에 참여한 고객들은 17만여 명. 법원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에 접수된 옥션ㆍ하나로텔레콤ㆍGS칼텍스 등 3사를 상대로 진행 중인 고객정보 유출 관련 소송은 총 47건으로 17만2천6백40명이 소송에 참여했다.
이중 지난 2월 중국인 해커에 의해 1천만명이 넘는 회원 정보가 해킹당해 정보가 유출되는 초유의 사태를 야기시킨 옥션은 총 19건의 손해배상 소송이 접수됐고 소송인원은 14만4백55명, 소송금액은 1천5백70억원에 달한다.

지난 4월 고객 6백만명의 정보를 동의 없이 수백여 곳의 제휴 업체에 제공한 하나로텔레콤의 정보유출과 관련해서는 총 18건의 소송이 접수됐고, 1만1천2백59명의 소송인원이 총 1백22억8백40만원을 청구했다.
고객 1천1백만여명의 개인정보를 내부 직원들이 고의로 유출시킨 GS칼텍스 고객정보 유출 사건의 경우 현재 2백9억원의 소송이 진행 중이다. 지금까지 10건의 소송에 2만9백36명이 소송에 참여중이다.
이처럼 대규모로 이뤄지는 집단소송이 줄줄이 발생하자 집단소송열풍으로 인한 이득을 얻기 위한 변호사들의 싸움도 치열해지는 양상이다.
‘집단소송에서 승자는 변호사 뿐’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집단소송을 따내 승소할 경우 변호사에게 떨어지는 수임료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이 일어날 여지가 있는 사건이 발생할 경우 변호사들이 나서 고소인 명단을 모으는 일이 벌어지는 것도 두둑한 수임료를 염두에 둔 행동이다.
사건이 발생한 현장에 와서 피해자들이 집단소송을 하도록 유도하고 인터넷카페를 만들어 사람들을 찾아오게 만드는 변호사들도 있었다. 지난 4월 ‘캘리포니아 와우 부도 사태’가 발생했을 때에도 변호사들이 피해자보다 더욱 목청을 높이며 집단소송으로 이끌기도 했다.
과거에는 ‘법’이라고 하면 왠지 멀게 느껴져 큰 손실을 입지 않는 한 소송을 거는 것을 꺼렸다면 작은 피해를 입더라도 법의 힘을 빌리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 지금의 세태다.

문제는 자신의 피해를 입증할 만한 증거도 없이 ‘무작정’ 소송을 걸거나 민사소송으로 끝낼 만한 가벼운 사안을 가지고 형사고소부터 하고 보는 ‘묻지마 소송’도 덩달아 늘어난다는 것.
무턱대고 법으로 해결을 하자는 ‘묻지마 소송’은 사회경제적 비용을 높이는데다 당사자들 간의 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 수 있는 위험성을 안고 있다. 형사고소의 80%가 검찰에서 기소조차 하지 않은 채 끝난 아무것도 아닌 사건이라는 점은 이를 여실히 증명한다.
이처럼 밥 먹듯이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 중 하나는 소송비용이 비교적 저렴하다는 것이다. 민사소송의 경우 패소하더라도 원고에게 물어줘야 하는 법정 변호사비용과 인지료가 얼마 되지 않아 ‘안 되면 말고’식의 소송을 하는 경우가 많다. 또 형사소송은 변호사 비용 외에는 특별히 드는 돈이 없어 소송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이처럼 각종 원인으로 소송공화국이 되자 법무부는 남소를 막기 위해 공증 관련 법제를 개선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선서인증제도’와 ‘전자공증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선서인증을 하면 법적 분쟁이 났을 때 별도의 증거를 채택할 필요 없이 법정진술에 준하는 증거력을 확보하게 돼 남소를 막게 된다. 만약 허위 선서를 하면 벌금형에 처해지게 된다.
전자공증은 전자문서로 공증 받는 제도다. 누구라도 인증된 특정 정보를 확인하거나 손쉽게 증거를 보전할 수 있게 된다. 이는 공정한 계약문화를 확립해 무분별한 소송으로 인한 경제적, 사회적 손실을 줄이자는 의도가 담겨있다.
전문가들은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깝다’는 말이 옛말이 되어 가는 세태는 분명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법적공방으로 비화될 거리가 아님에도 감정을 추스르지 못해서, 분위기에 휩쓸려서 개인적·사회적 손실을 만드는 것은 경계해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대검찰청 선정 “최고의 사건은?”
‘박종철 고문치사 및 은폐 사건’ 1위 선정


대검찰청은 창설 60주년을 맞아 그동안 검찰이 수사한 사건 가운데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사건 20건을 엄선했다. 20대 사건은 전국 56개 지검ㆍ지청 직원 3천7백95명을 대상으로 벌인 설문조사를 통해 선정됐다. 설문지에 제시된 60개 사건 가운데 가장 많은 표가 몰린 사건은 ‘박종철 고문치사 및 축소 은폐 사건’으로 응답자의 67%인 2천5백여 명이 선택했다. 다음은 목록에 오른 것 중 주요한 사건 10가지다.

장면 부통령 암살미수 배후 규명 사건(1956∼1960년)
1956년 9월28일 장면 부통령에 대한 암살미수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은 최모씨와 김모씨 등 2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집권당이던 자유당 간부와 내무부 장관, 치안국장 등 국가기관이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한국비료 사카린 밀수 사건(1966년)
삼성그룹 산하였던 한국비료가 일본으로부터 사카린 원료를 건축자재 명목으로 밀수입한 사실을 적발한 사건이다.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밀수에 연관됐다는 점에서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철희ㆍ장영자 어음사기 사건(1982년)
이철희ㆍ장영자 부부가 기업체에 접근해 자금지원 대가로 지원금의 몇 배에 달하는 어음을 받고서 사채시장에 유통하는 수법으로 2천억원대의 사기 행각을 벌인 사건이다. 장씨 부부는 물론 은행장 2명과 내로라하는 기업인 등 32명이 구속됐고 장씨의 형부이자 당시 전두환 대통령의 처삼촌인 이규광씨도 사건에 휘말려 구속됐다.

부천서 성고문 사건(1986년)
서울대생 권인숙씨가 1986년 노동운동을 위해 위장 취업했다가 문모 경찰관에게 성고문을 당한 사건으로 검찰은 문 경장에 대해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으나 재정신청을 통해 처벌됐다.

박종철 고문치사 및 축소은폐 사건(1987년)
경찰은 박씨의 사망에 대해 단순 ‘쇼크사’로 보고했으나 검찰은 부검 지휘를 통해 가혹행위에 의한 사망이란 사실을 규명했다. 재수사를 통해 고문행위에 가담한 경찰과 사건을 축소ㆍ은폐하려 한 경찰 고위간부들을 구속 기소했다.

지존파 연쇄납치 살인 사건(1994년)
감옥과 소각로를 만들어 놓고 5명을 연쇄납치 살해한 ‘지존파’ 두목 김모씨 등 7명을 살인 및 범죄단체조직죄 혐의로 구속기소한 사건이다.

전두환ㆍ노태우 대통령 관련 사건(1995년)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ㆍ노태우 전직 대통령과 관련자들을 처벌하면서 사법적 해결을 통해 역사의 공과를 규명한 사건이다.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졌지만 ‘역사 바로 세우기’ 일환으로 특별법이 제정돼 이들을 처벌했다.

한보비리 사건(1997년)
한보그룹 정태수 전 회장이 대출 편의 및 국정감사 선처 명목으로 홍인길 전 국회의원 등 유력 정치인과 은행장에게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사건이다. 정경유착의 구조적 비리를 파헤친 대표적 사건이다.

대전법조비리 사건(1999년)
대전의 부장검사 출신 이모 변호사가 1994∼1997년 7월 법원ㆍ검찰의 전 현직 간부 등 1백여명에게 소개비와 알선료 조로 1억1천여만 원을 건넨 사건으로 법조계 내부 자정 노력의 계기가 됐다. 이 변호사는 사건 소개 대가로 수임료 일부를 지급키로 약속한 사실이 유죄로 인정됐다.

IMF 공적자금 관련 비리 사건(2001∼2005년)
국세청ㆍ금융감독원 등 7개 기관과 함께 공적자금비리합동단속반을 편성해 IMF 사태 직후 공적자금을 사용한 뒤 갚지 않는 부실기업주 등에 대해 집중 수사를 벌인 사건이다. 기업·은행 임원, 대주주 등 1백6명을 구속기소했으며 5백68억6천만원의 공적자금을 회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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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정치팀] 설상미 기자 = 야권 대장주로 꼽히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하락세다. '총체적 난국’이라는 악평 속 ‘윤석열의 정치’를 입증할 시간도 그리 많이 남지 않았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혹독한 검증대에 올랐다. 윤 전 총장은 지난 3월 퇴임 후 30%의 지지율에 웃돌면서 야권의 ‘대장주’로 떠올랐다. 그렇게 꽃길만 걸을 것 같았던 그는 각종 ‘리스크’로 지지율 하강곡선을 그리고 있다. 정치는 현실 현실을 몰라? 코리아리서치가 MBC 의뢰로 차기 대선후보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윤 전 총장은 19.7%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이어 2위를 기록했다. 출마 선언 이후 처음으로 10%대 지지율이 나온 것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전 총장의 하락세는 갈지자 행보과 잇따른 실언, 비전 부재 등에 기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윤 전 총장이 검사 시절 보였던 매력이 보이질 않는다는 평가다. 윤 전 총장의 직설 화법은 그의 큰 장점으로 꼽혀왔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 “검사가 수사권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냐” 등의 어록을 남긴 바 있다. 그랬던 윤 전 총장이 달라졌다. 외연 확장을 위해 ‘갈지자 행보’를 거듭하면서 양 진영에서 애매모호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광주와 대구에서 꺼낸 발언들이 대표적이다. 윤 전 총장은 지난 17일 광주를 찾아 “5·18 정신을 헌법에 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가 불과 사흘 뒤 대구에서 강경보수 발언을 쏟아냈다. 당시 대구에서 윤 전 총장은 “코로나19 확산이 대구가 아닌 다른 지역이었으면 민란이 일어났을 것” “우한처럼 대구를 봉쇄한다는 미친 소리” 등 과격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야권 ‘대장주’ 지지율 하락세 애매한 ‘갈지자 행보’ 도마에 특히 윤 전 총장은 박근혜 전 대통령 수사 관련 질문에 “지역에서 배출한 대통령에 대한 수사 소추를 했던 것에 섭섭하거나 비판적 생각을 가진 분들을 충분히 이해하고, 마음 속으로 송구한 부분도 없지 않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권력에 맞섰던 검사가 용기를 좀 잃은 것 같다”고 야박한 평가를 내렸다. 이 때문에 민심은 윤 전 총장의 진의를 의심하고 있다. 중도는 물론 보수도 그의 행보에 불신을 갖기 시작한 것. 실제 중도와 보수층에서 윤 전 총장의 지지율이 동시에 하락하는 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이대로라면 윤 전 총장이 진영을 아우르는 빅텐트를 구축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최소한 일관성이 있어야 이 말 저 말이 모두 의미를 얻을 수 있다”고 평가했다. 윤 전 총장의 실언 역시 하락세의 원인이 됐다. 특히 그의 ‘주 120시간 근무’ 발언은 노동계에서 큰 파장을 낳았다. 윤 전 총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스타트업 청년들을 만났더니 주 52시간제도 시행에 예외조항을 둬 근로자가 조건을 합의하거나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토로했다. 일주일에 120시간 바짝 일하고 이후 마음껏 쉴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제 얼굴 침 뱉기 여권에서는 일제히 비판이 쏟아졌다. “노동을 바라보는 퇴행적인 인식에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 “국민 삶을 쥐어짜려는 윤석열의 현실 왜곡 악담이 개탄스럽다” 등 격한 공세가 계속됐다. 이에 윤 전 총장은 “주 52시간 근무제도를 업종 따라 탄력적으로 적용해야 한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한 상태다. 윤 전 총장의 불분명한 비전도 그의 하락세와 연관이 있다. 윤 전 총장은 지난해 정권 핵심으로 꼽혔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을 정조준했다가 현 정부로부터 탄압을 당했다. 이후 윤 전 총장은 대권 출마 선언문에 “상식을 무기로 무너진 자유민주주의와 법치, 시대와 세대를 관통하는 공정의 가치를 기필코 다시 세우겠다”는 포부를 담았다. 문제는 윤 전 총장이 구체적인 정책이나 비전 제시 없이 반문(반 문재인) 메시지만 쏟아내고 있다는 점이다. 그의 대외 행보는 식사 정치와 민심 탐방으로 나뉜다. 현 정부에 비판적 시각을 견지하는 각계 인사들과 만나면서 정권 비판에 초점을 맞추는 식이다. 동시에 민생 현장을 직접 방문해 반문 프레임을 만들고 있다. 윤 전 총장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공정’을 그의 행보에서 보기 어렵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정책 비전의 부재는 윤 전 총장의 최대 한계로 꼽힐 전망이다. 새로운 정치에 대한 비전을 갖추지 못하고, 본인만의 콘텐츠가 부족하기 때문. 외신에서도 “윤석열의 선거 정강·정책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고 평가할 정도다. 발언마다… 입이 방정 이와 관련해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윤 전 총장을 향해 “지지도 하나만 갖고 대통령이 될 수 있다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며 윤 전 총장의 초반 행보를 비판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어떻게 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는데 전혀 하질 못했다는 것. 이외에 윤 전 총장이 당 밖에서 뛰고 있는 점도 큰 리스크다. 야권 내 윤 전 총장의 입지마저 줄어들고 있는 양상. 여권에서는 이재명 경기지사가 압도적인 1위를 기록하고 있고, 야권에서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치고 올라오고 있다. 특히 최 전 원장의 행보가 심상치 않다. 최 전 원장은 최근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내 의원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잠행 끝에 독자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 윤 전 총장과 대조되는 양상을 보인다. 당 일각에서는 “윤 전 총장보다 최 전 원장이 정치적 안정감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윤 전 총장은 입당에 신중을 기하고 있다. 사무실도 여의도가 아닌 광화문 이마빌딩에 차린 상태다.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를 두면서 외연 확장을 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잇단 실언, 불분명 비전…총체적 난국 보수도 진보도 ‘갸우뚱∼’ 입당이 답? 윤 전 총장을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속내는 복잡하다. 윤 전 총장이 이른 시일 내 입당할 생각은 없어 보여 당이 비호에 나서기도 애매한 상황이다. 하지만 윤 전 총장이 무너진다면 야권의 대장주가 무너질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단호하게 “위험하다”고 평가했다. 외연을 확대한다며 당 밖에 머물고 있는 윤 전 총장에 대한 평가다. 윤 전 총장의 행보와 관련해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소환해 비교하기도 했다. “여의도 정치에 숙달된 분들과 거리 있는 분들이 여의도 아닌 곳에 캠프를 차치려고 하는데, 그런 모델은 대부분 성과가 안 좋다”는 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자강론’이 제기되고 있다. 당내 후보들에 집중하면서 제1야당의 위력을 보여주자는 것이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외연을 확장해 정권교체의 유일한 플랫폼이 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전문가들은 윤 전 총장이 입당을 서둘러 결정한다면 상황을 반전시킬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윤 전 총장으로선 당장 뾰족한 해법을 찾기가 쉽지 않아서다. 처가 의혹만 해도 해명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사안이다. 윤 전 총장의 정치적 비전과 정책 역시 불완전해 지지층 이탈을 쉽게 막기가 어려워 보인다. 표 다 까먹네 결국 신기루? 엄경영 소장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선거라는 게 결국 정당간 싸움인데 아웃복싱은 굉장히 위험하다. 민주당 후보-국민의힘 후보 이렇게 매치를 시켜야 하는 건데 무소속 윤석열은 매치가 쉽지 않다”면서 “최저치로 떨어진 그래프를 반등시키려면 입당 밖에 답이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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