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레이 인터뷰> 대통령 만든 사람들 -더불어민주당 장경태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

  • 최현목 기자 chm@ilyosisa.co.kr
  • 등록 2017.05.29 10:08:10
  • 호수 1117호
  • 댓글 0개

“일자리만큼은 끝까지 책임질 것”

[일요시사 정치팀] 최현목 기자 = 결여됐던 희망이 채워지고 있다. 분열로 가득했던 지난 정권의 흔적은 점차 희미해져간다.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후 국민들은 미래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의 변화가 대한민국의 변화로 번져가는 모습이다. 변화는 한 사람에 의해 시작됐지만, 그 한 사람을 만들어내기 위해 지난 대선 기간 동안 물심양면으로 힘쓴 사람들이 있다. <일요시사>는 이들을 만나 문재인정부의 현재와 미래를 공유했다.
 

88만원·N포 세대에 볕 들 날이 찾아온 것일까. 청와대는 여민관 대통령 집무실에 ‘대한민국 일자리 상황판’을 설치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지 한 달 남짓이지만, 희망의 메시지는 곳곳서 포착되고 있다. 

오늘 하루 힘들기만 한 청년들이 일자리, 주거 걱정을 하지 않는 나라. 그 난제를 정부서 해결해주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해답을 찾기 위해 대선 기간 동안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선대위서 청년 정책을 기획·조율했던 장경태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을 직접 만나봤다.

다음은 장 부위원장과 일문일답.

- 대선 정국서 어떤 일을 하셨는지?
▲크게 4가지 사업을 진행했다. 유세, 투표 참여 운동, 정책 홍보 활동, SNS 사업 등을 조율하고 홍보 시점을 판단하는 일이었다. 기획에 대한 조율 및 전체적인 운영을 했다.

- 장 부위원장 하면 떠오르는 게 청년 정책이다. 선대위서 관련 공약을 기획한 게 있나?
▲처음 선대위 구성할 때 청년위 회의를 거친 몇 가지 공약을 당 정책위에 제안했다. 공개할 순 없지만, 그중 관철된 것도 있다. 거의 대부분 일자리와 관련된 공약이었고 청년들의 주거 문제 부분도 있었다.


-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핵심은 일자리였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문제, 유지하는 문제,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에 집중했다. 일자리 창출은 공공부문 일자리, 실노동시간 단축, 공공기관의 청년고용할당제 등의 제도를 만드는 것. 비정규직, 사회적 안전망이 마련되지 못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개선하는 안을 고민했다. 전체적인 기조와 목표는 결국 일자리 문제 해결이었다.

- 문재인정부의 청년 정책 중 기대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있다면?
▲역시 일자리 문제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는 데 일자리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문 대통령께서 1호로 서명한 것이 국가일자리위원회 창설이었다. 이 위원회를 만들어 일자리 문제를 본인이 직접 챙기겠다고 말씀하셨다. 그동안 시장에만 맡겼던 일자리 문제를 이젠 국가의 1호 목표로 삼겠다는 의지가 보였다.

- 문 대통령의 대표 공약 중 하나가 공공부문 81만개 일자리 창출이다. 일각에선 직업의 다양성 측면서 우려를 표하기도 하는데.
▲다양한 일자리가 생기는 걸 반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런데 다양한 일자리를 만들려면 기업이 나서줘야 하는데 그러지 않고 있다. 사내유보금만 쌓여가고 있지 않나. 30대 대기업이 700조원이나 쌓아놨다. 물론 그들의 경영 전략이라고 볼 수도 있다. 

선대위서 청년 정책 기획
“81만개 일자리 가능하다”

그러나 대기업, 재벌의 사회적 책무를 고려한다면 청년실업문제를 신경 써줘야 함에도 손 놓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시장이 청년실업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경제주체 중 어느 곳에서 해결해야겠나. 당연히 정부라고 생각하고 정부가 만들 수 있는 일자리는 공공부문 일자리다.

- 실현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나?
▲공공부문 일자리는 OECD 평균 22% 정도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약 7.5%다. 우리가 OECD 34개국 중에서 14위 정도 되는데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공공부문 일자리를 가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최소한 3분의 2 수준인 14~15% 정도로 끌어올린다는 게 민주당과 문 대통령의 생각이다. 
 

이뿐 아니라 민간 영역이나 공기업서 고용을 창출하는 문제, 대기업이 실노동시간 단축으로 만들 수 있는 부분들을 OECD의 3분의 2 수준으로만 올린다면 81만개 일자리는 충분히 창출 가능하다고 본다. 


- 재원 마련 부분도 고려해야 할 것 같다.
▲이명박정부가 4대강에 투자했던 돈이 22조원이다. 그 외 자원외교에 35조원, 방산비리에 40조원이 들어갔다. 여기에 투자한 돈만 합리적으로 사용했어도 청년 일자리 문제가 이 정도로 심각해지진 않았을 것이다. 이 돈을 투자한다면 81만개 일자리 창출은 어렵지 않다고 생각한다. 

- 문 대통령의 당선이 예견된 수순이었다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렇게는 말할 수 없을 것 같다. 가능성의 부분이니 예상은 할 수 있었겠지만, 국민의당 안철수 전 후보의 상승세, 보수 결집, 빅텐트 등 변수가 많았다. 정말 열심히 했다. 지난 대선 때보다 절박함이 더 컸다. 이번에 정권 교체하지 못하면 대한민국의 미래가 어둡다고 봤기에 다들 눈빛에 독기가 서렸다. 열심히 노력한 결과라고 본다.

- 선대위가 ‘한마음 한뜻’으로 대선에 임했다는 말을 들었다.
▲확실히 그랬다. 경선서 패배했음에도 이재명, 안희정, 최성 전 후보가 합심해서 뛰어준 것도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 2012년과 비교해보면 그땐 캠프가 3개였다. 정신없었다. 이번에는 당 중심의 선거를 한 점이 주효했다.

- 왜 문재인이었다고 생각하나?
▲국민들이 김대중·노무현정부를 겪으며 우리 사회가 많이 민주적으로 발전했다고 봤다. 그래서 어떤 정치 세력에 맡겨도 우리 사회가 유지될 것이라 믿었던 것 같다. 그런데 이명박·박근혜정권을 거치며 민주주의와 경제가 파괴되고 망가질 수 있다는 걸 목격했다. 결코 정권 교체만 열망이 아니었다. 

‘정권 교체 + 민주정부 회복’이 국민들의 소망이었다고 본다. 문 대통령이 두 번의 대선을 겪으며 대통령으로서의 학습이 잘된 부분도 하나의 이유다. 토론회만 봐도 국가적 틀을 이해하고 말하는 사람은 문 대통령이 유일했다. 그만큼 유능하고 준비된 후보였다.

- 문재인정부를 관심 있게 지켜볼 국민들께 한마디 해주신다면?
▲이 말은 꼭 하고 싶었다. 문재인정부는 통합정부가 될 것이다. 여기서 통합은 자유한국당과 적폐세력을 껴안는다든지 용서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문재인정부는 국민을 1순위로 생각하는 정부라는 것을 약속드릴 수 있다. 보증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을 지지하든 그렇지 않든 국민이라면, 또 사회적 약자라면 그분들을 가장 1순위로 생각하는 대통령이자 정부가 될 것이다.


<chm@ilyosisa.co.kr>


[장경태는 누구?]

▲전라남도 순천 출생
▲성균관대학교 국정관리대학원 행정학 박사과정
▲전 새정치민주연합 부대변인
▲전 서울특별시당 대변인
▲전 국민주권선대위 청년위원회 기획본부장
▲현 더불어민주당 전국청년위원회 부위원장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이재명발’ 검찰·법원 피바람 플랜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윤석열정부 당시 ‘정적 죽이기’로 가장 많은 피해를 봤던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3일 당선됐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내내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공약으로 내놨다. 이 대통령이 당선되자 검찰 내부는 ‘어쩔 수 없다’는 분위기가 나오고 있다. 다만 법조계와 학계에서는 검찰개혁과 사법개혁을 신중하게 진행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임기를 시작하면서 검찰 내에는 긴장감이 돌고 있다. 이 대통령이 후보 시절까지 포함해 취임 전 법원·검찰과 여러 차례 대립각을 세웠고 선거 과정서 사법개혁과 검찰개혁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운 만큼 빠른 시일 내에 개혁에 착수할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수차례 대립각 이재명정부서 문재인정부 시절 ‘미완’으로 끝난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이 완성될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선거 기간부터 “검찰개혁을 완성하겠다”며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기관의 전문성을 확보하겠다”고 공약했다. 이는 문정부 때부터 줄곧 추진해 온 검찰개혁 방안과 유사하다. 문정부 당시 부패·경제 범죄 등에 대한 수사권만을 검찰에 남겨두고 다른 범죄에 대한 수사권은 경찰로 옮겼다. 하지만 윤정부 들어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복구)’ 시행령과 수사준칙 개정 등으로 여타 범죄에 대한 수사권도 일부 복구됐다. 이 대통령의 수사와 기소 분리는 문정부와는 궤를 달리할 것으로 예상된다. 검찰청을 기소와 공소 유지를 담당하는 ‘기소청’으로 전환하고 중대범죄수사청과 같은 새로운 수사기관을 신설한다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구상이다. 이를 통해 검찰의 기소권 남용에 대한 사법 통제가 강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검사를 일반 공무원처럼 자체 징계만으로도 파면할 수 있도록 하는 ‘검사 징계 제도’까지 도입한다는 구상이다. 또 ▲압수·수색영장 사전심문제 도입 ▲대통령령인 수사 준칙 상향 입법화 ▲피의사실공표죄 강화 ▲수사기관의 증거 조작 등에 대한 처벌 강화 및 공소시효 특례 규정 내용이 담긴 수사 절차법도 제정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이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검찰총장 임명 시 국회 동의가 필요하도록 하고, 검사의 영장 청구권 독점도 폐지하겠다고 공약했다. 사실상 무소불위였던 검찰 권력을 수술대에 올리겠다는 취지다. 이에 대해 한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현재 12개 혐의로 5건의 재판을 받고 있는데 이 가운데 상당수는 지난 정부서 검찰이 수사·기소한 것”이라며 “이 대통령으로서는 검찰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가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검사 출신인 다른 법조인은 “앞서 민주당의 검사 탄핵이 모두 헌법재판소서 기각 결정을 받았는데, 이 대통령 공약대로 기소권 남용 통제, 검사 징계 파면 등이 도입된다면 검찰에 대한 견제가 매우 강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이 대통령이 공수처와 국가수사본부에 힘을 실어준 뒤 두 기관을 적극 활용해 이른바 ‘적폐 청산’을 하려는 것 아니냐”고 전망했다. 수사청과 기소·공소청 분리 원칙 줄사표 신호탄…내부는 ‘초긴장’ 검찰 내부에서는 착잡한 기류가 팽배하다. 앞서 민주당이 추진했던 검사 탄핵이나 특활비 전액 삭감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강도 높은 개혁이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대검찰청 한 관계자는 “검찰의 운명은 민주당에 달려있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재명정부와 여당이 된 민주당이 몰아칠 텐데 검찰의 협상력은 사실상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도 “개혁을 하든, 무엇을 하든 담담하게 운명을 받아들여야지 별 수 있냐”며 “다들 숨죽이고 지켜보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서울중앙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대개 검찰을 지원하는 이유가 국가에 대한 사명감 때문인데, 검찰개혁에 포함된 검사징계법에 파면을 명문화하게 되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공익을 위해 일할 사람이 몇이나 되겠냐”며 “4~5명의 평검사가 각 부서에 있어야 수사가 원활하게 진행되는데 지금도 2~3명의 평검사만으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검찰개혁 이후에는 부장 검사 밑에 직접 수사를 할 평검사가 전혀 없을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고 토로했다. 특수부 검사들 사이에서는 인사보복에 대한 우려가 강하게 나오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을 수사했던 특수부 검사들은 ‘검찰개혁 이전에 인사보복을 당할 것’이라고 사석에 이야기하고 다닌다고 한다. 반면, 일선 형사 사건을 수사했던 검사들은 “우리에겐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 것”이라며 선을 긋는 분위기다. 다만, 형사부·특수부 검사들이 공감대를 이루며 우려하는 부분도 있다. 과거 문정부 시절 검경수사권 조정으로 경찰의 권한이 비대해진 바 있는데, 이번 검찰개혁으로 경찰이 영장 청구권을 확보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검찰 단계서 경찰의 영장청구를 판단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검찰 내부서 특수부와 형사부가 갈리는 상황에 이들을 모을 구심점도 없다. 과거 문정서 검찰개혁이 추진될 때 검사들이 단일대오로 뭉쳐 저항했던 것처럼 먼저 움직일 사람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결국 수사로 검찰의 존재 의의를 보여야 하지만 ▲12·3 비상계엄 사태 ▲도이치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건진법사 선거개입 의혹 등 굵직한 주요 사건 관련 특검법이 국회 본회의에 부의돼있다. 특검이 시작되면 검찰의 역할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새 정부의 법무부 장관 인선 직후 대규모 인사도 예상된다. 당장 고검장·지검장 물갈이에 이 대통령 관련 사건을 맡았던 검사들의 줄퇴사도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실제 지난달 20일 사의를 표했던 이창수 서울중앙지검장의 사직서는 지난 3일 수리됐다. 검 운명은 민주당에 이 지검장은 수원지검 성남지청장 재직 당시엔 성남FC 및 선거법 위반 등으로 이 대통령을 기소했다. 이미 2022년부터 업무 과부하 등을 이유로 매년 100명 이상의 검사들이 퇴직했는데 이번엔 이보다 더 큰 규모로 검찰 대탈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실제 윤정부가 들어섰던 해인 2022년엔 직전 해(79명)보다 2배쯤 많은 검사 142명이 퇴직한 바 있다. 다만 퇴사를 희망하는 검사가 많더라도 대형 로펌에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있는 자리가 없어 실제 퇴사 규모는 예상보다 적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일각에서는 검찰개혁 신중론도 나오고 있다. 검찰 내부에선 피할 수 없는 문제지만 속도전이 아닌 과거 수사권 조정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반추와 함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차원의 정책 설계가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문정부 시절 검찰개혁으로 인한 수사권 조정 등으로 인한 영향을 복기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 검사장급 간부는 “다 예상했던 것들로 놀랍진 않지만 수사가 효율적으로 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했으면 좋겠다”며 “과거 수사권 조정으로 대표되는 검찰개혁이 왜 실패했다고 평가를 받겠나? 수사권 조정 등 앞선 검찰개혁에 대해 복기한 다음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 차장검사는 “수사기관 간 견제는 경쟁으로 이어진다”며 “수사는 합리적이고 치밀하게 해야 하는데 다른 기관을 의식해 무리하게 하다 보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간다”고 우려했다. 한 부장검사는 “구조적인 문제가 없도록 꼼꼼히 설계해야 한다”며 “수사권, 수사력의 문제도 있지만 법 자체가 구조적으로 난점이 있다는 것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형사소송법 등 근간이 되는 법에 속도전으로 나선다면 이번 비상계엄 사태 수사 때처럼 향후 여러 문제가 드러날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부장검사도 “수사기관끼리 경쟁하게 되면 결국 윤 전 대통령 내란 수사처처럼 어느 사건이든 번번이 망가질 것”이라며 “검찰 등 수사기관, 학계, 정계 등이 참여하는 공론의 장에서 시간을 갖고 충분히 논의해야 할 문제”라고 했다. 이재명정부는 검찰개혁과 더불어 수사기관 개혁과 사법개혁도 같이 추진하려고 준비 중이다. 이 대통령은 검찰의 권한은 축소하면서 경찰과 공수처의 권한은 더욱 강화하겠다는 공약을 펼쳤다. 민주당은 공수처 검사 정원을 현행 25명에서 최대 300명까지 확대하고, 고위 공직자의 모든 범죄에 대해 영장 청구 및 기소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꼼꼼히 설계해야 법조계 안팎에서는 성급한 수사기관 확대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공수처가 2021년 출범 이후 뚜렷한 수사 성과를 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특히 12·3 비상계엄 사건서도 윤석열 전 대통령 대면조사에 실패하는 등 수사력 한계를 노출했다. 게다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우두머리 혐의 수사에서 검찰과 경찰, 공수처가 각자 수사권을 주장하며 혼선을 빚기도 했다. 이창현 한국외국어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검경 수사권이 조정된 지 5년이 지난 시점서 경찰 국가수사본부, 공수처, 검찰의 수사 성과를 냉정히 평가한 뒤 수사권 분리를 논의해도 늦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대통령이 가장 먼저 개혁할 것으로 보이는 것은 사법개혁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지난달 1일,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 대한 파기환송을 결정하고, 다음날에 파기환송심 첫 공판기일을 그달 15일로 지정했다. 그러나 공판기일을 지정한 지 5일 만에 다시 공판기일을 대선 이후인 오는 18일로 변경했다. 연기 사유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해서”였다. 일련의 과정 이후 민주당 내에서는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사법부 개혁이 대선 국면의 핵심 의제 중 하나로 떠올랐다. 민주당 의원들은 대법관 증원 법안을 연달아 발의했고, 박범계 의원이 법조인이 아닌 사람도 대법관으로 임명할 수 있도록 하는 법원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했다가 논란 끝에 철회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대선 기간 발표한 공약집서 ‘내란 극복과 민주주의 회복’의 하위 범주로 “사법개혁을 완수하겠다”며 대법관 증원을 비롯한 여러 정책을 공약했다. 대법원 등 사법기관도 엎는다 “신중하게 진행해야” 의견도 공약집에는 실제 증원 규모가 명시되지 않았으나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개정안은 대법관 수를 30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담고 있다. 대법관 수를 100명으로 늘리는 법안도 발의됐으나 논란이 일자 민주당은 지난달 26일 철회했다. 대법관이 증원되면 현재 1인당 연평균 약 4000건을 처리해야 하는 대법관들의 업무 부담이 줄면서 ‘재판 지연’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상고심 적체 현상은 상당수 해소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대법관 전원이 참여하는 전원합의체를 통해 법적 안정성을 확보하고 사회적 갈등에 해답을 제시하는 최고 법원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30명이 모두 모여 깊이 있는 합의에 도달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보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대법관 증원에 따라 이 대통령 임기 중 총원의 절반이 넘는 대법관이 대통령 임명을 받아 합류하면 사법부 구성이 편향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원의 재판에 관한 헌법소원 심판을 허용하는 ‘재판 소원’이 도입될지도 관심사다. 민주당 의원들이 헌법재판소법 개정안을 발의해 국회에 계류 중이다. 재판소원이 허용되면 법원이 법률을 헌법에 어긋나게 해석·적용하거나, 재판의 절차적 측면서 국민의 기본권이 침해됐다고 판단된 경우 헌재가 결정으로 위헌임을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은 헌재가 법원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은 ‘사법권은 법관으로 구성된 법원에 속한다’고 정한 헌법 101조에 반하고 불필요한 법적 분쟁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로 법안에 반대해 왔다. 법조계의 의견은 엇갈린다. 재판소원 추진 논의가 이 대통령에 대한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후 급물살을 탔다는 점에서 대법원을 견제하려는 시도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사실상의 ‘4심제’가 돼 최고법원으로서 대법원의 기능이 약화하고 법적 안정성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반면 헌법기관 간 상호 견제를 강화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보호할 안전망을 두텁게 만든다는 점에서 도입을 긍정하는 견해도 있다. 실제로 법조계에서는 오랜 기간 재판소원 도입의 필요성에 관한 논의가 이어져 왔다. 헌재 역시 최근 국회에 “국민의 충실한 기본권 보호를 위해 개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는 찬성 의견을 냈다. 이밖에 판결문 공개 범위 확대, 공개변론 중계 의무화 추진, 법관평가위원회 설치 등 국민의 사법 접근성을 제고하는 정책 등도 이 대통령 임기 중 추진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사법개혁 문제는 최우선 문제에 속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당시 “제도 개혁이나 특히 사법·경찰·검찰개혁은 중요하다. 수사권 조정이든 다 중요하다”면서도 “여기에 주력해서 힘을 뺄 상황은 아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민생이 우선 일단 후순위 이후 지난 6월4일 취임사에선 “먼저 민생 회복과 경제 살리기부터 시작하겠다. 불황과 일전을 치르는 각오로 비상경제대응TF를 바로 가동하겠다”며 “국가 재정을 마중물로 삼아 경제의 선순환을 되살리겠다”고 강조했다. 검찰 및 사법개혁이 중요하지만 민생 회복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한 셈이다. 이로 인해 검찰·사법개혁은 후순위로 미뤄질 것으로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