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등치는’ 돼지농장 사기주의보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27 11:03:29
  • 호수 110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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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 주수도와 다단계 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영농조합법인이 유행이다. 이를 미끼로 투자자들에게 사기를 치는 행태도 급증하고 있다. A영농조합법인은 설립 후 이런 수법으로 투자금을 가로챈 의혹이 제기된다.

A영농조합법인(이하 A영농조합)은 2014년에 설립됐다. 이 회사는 축산물 도매업을 등록하고 돼지농장을 운영한다. A영농조합은 돼지사료를 가공해 판매수익을 돌려준다고 홍보했다. A영농조합은 조합원들에게 “용인에 있는 친환경바이오 회사 D사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1000원에 공급받아서 돼지를 사육한다”며 3개월 안에 100% 수익을 볼 수 있다”고 유혹한 것으로 전해진다.

수익 100% 장담

음식물 찌꺼기를 이용해 사료로 재활용하며, 5년 이내 10만 마리를 목표로 육가공회사 설립 농장 확대 등으로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사업 설명을 하며 피해자(조합원)들을 모았다. 조합원을 최대한 많이 가입시키기 위해 다단계방식을 이용했다.

예컨대 투자 후 다른 조합원을 모집하면 수익률에 더해 추가수익을 보장하는 것. 적은 투자금으로 매주 수익금을 배분받을 수 있다는 말에 피해자들은 솔깃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2015년 8월 A영농조합에 문제가 생겼다.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서 A영농조합을 조사했고, 그후 얼마 지나지 않아 A영농조합이 폐업한 것.


A영농조합 측은 “새로운 법인을 만들어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정산해주겠다”며 피해자들을 안심시켰다. 그러고는 피해자들의 투자금을 갚지 않은 채 차일피일 미뤘다.

A영농조합 대표인 이씨는 조합원 돈 37억원을 돼지 사육 위탁업체인 돈돼지돈 사장 L씨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A영농조합에 투자한 한 피해자는 “A영농조합 대표가 자기도 돼지 사육을 위탁한 업체에 돈을 받지 못해 돈이 없다고 말하며 조합원들의 투자금을 갚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이씨에게 L씨를 고소하라고 재촉했다. 그런데 이씨는 L씨를 고소하기는커녕 태평하다는 게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이 때문에 ‘이씨와 L씨가 짜고 이런 일을 벌인 것이아니냐’는 의혹이 제기했다.

피해자 A씨는 “조합원 돈 37억원을 사기 당한 거나 마찬가지인데 고소하지 않고 있다”며 “분명 둘 사이에 커넥션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 과정서 이씨는 투자금 사기와 유사수신행위 전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과거 A영농조합과 유사한 영농조합 법인을 이용해 사기행각을 벌여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선 JU다단계의 지부장을 했던 인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돼지사업하면 대박 난다 해놓고… 
돌연 폐업·조합원 돈은 어디로?


JU다단계는불법 다단계 판매로 2조원대 사기 행각을 벌인 사건이다. 주수도 JU그룹 회장은 JU네트워크와 JU백화점 등 방문판매업체를 운영하면서 2조1000억원대의 부당이득을 챙기고, 회삿돈 280여억원을 빼돌린 혐의로 구속 기소돼 지난 2007년 징역 12년 확정판결을 받았다.

최근 피해자들은 잇달아 이씨를 고소하고 있다. 지난해 9월 A영농조합 피해자 29명이 중앙지검에 고소장을 냈다. 추가적으로 네이버 카페 안티 A영농조합 피해자 모임까지 만들어졌다. 향후 피해자들을 모집해 L씨까지 추가 고소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진다.
 

피해자 대부분은 퇴직한 직장인이거나 시골에 살고 있는 노인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 A씨는 “세상 물정에 어두운 시골 노인들을 상대로 사기를 쳤다”고 주장했다. A씨의 경우 부모가 2억원을 A영농조합에 투자했다가 돌려받지 못한 상황이다. 현재까지 피해자 규모와 투자금을 고려했을 때 피해 금액은 50억원대로 추정된다.

이런 의혹에 이씨는 ‘투자금을 돌려주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조합원 70∼80%는 돈을 돌려받았다. 거래처(돈돼지돈)에 미수금이 60억원 정도 된다”며 “거래처에서 돈을 받아야 투자금을 돌려줄 수 있다. 최대한 투자금 회수에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씨는 과거 자신의 유사수신 전과에 대해서는 “당시 (JU그룹) 직원이었을 때 있었던 일”이라고 언급했다.

이처럼 영농조합을 사칭한 투자 사기가 늘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불법사금융피해신고센터에 유사수신 관련 신고건수가 298건으로 2015년 같은 기간(87건)보다 211건(242.5%) 증가했다. 유사수신 혐의로 수사당국에 통보된 건수도 총 64건으로 25건(64.1%)이 늘었다.

이들 유사수신 사기업체들은 영농조합·협동조합 등을 가장해 부가가치가 높은 양돈·버섯·산양삼 등의 재배 및 판매를 통해 확정적으로 원금 이상의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투자를 유도했다.

또 주식상장을 미끼로 비상장주식 투자 권유, 비트코인과 유사한 가상화폐를 사칭한 투자자 현혹, 해외에 근거를 둔 글로벌기업임을 강조하며 보석광산 개발, 온라인쇼핑몰 운영 등 마치 정상적인 영업을 하는 것으로 위장한 사례도 많았다.

이들은 실제 수익모델이 없음에도 높은 수익과 원금을 보장한다면서 투자를 권유하고 대부분 신규 투자자금을 기존 투자자에게 지급하는 소위 ‘돌려막기’ 방식을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시골 노인들 어쩌나


금감원 관계자는 “인가받은 금융회사는 어떤 경우에도 원금과 고수익을 보장한다며 자금을 모집하거나 투자를 권유하지 않는다”며 “투자대상 회사가 제도권 금융회사인지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양돈사기 원조 ‘도나도나’ 사건은?

양돈사업의 원조 도나도나 대표 부자가 기소됐다. 양돈사업에 투자하면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속여 투자자로부터 수천억원을 뜯어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양돈업체 도나도나 대표가 1600억원대 사기 혐의로 또다시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부장검사 신자용)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등 혐의로 도나도나 최모(70) 대표와 그의 아들 최모(43) 전무를 추가 기소했다고 지난 20일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부자는 2012년 1월부터 2014년 1월까지 “어미 돼지 1마리에 500만∼600만원을 투자하면 연 24% 이상의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투자자 수천명을 속여 이들로부터 1653억여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결과 최 대표 등은 “어미 돼지 마리당 20∼24마리의 새끼 돼지를 낳는다”며 “14개월이면 새끼 돼지 판매 수익으로 원금은 물론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투자자들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이들의 약속과 달리 2012∼2013년에는 돼지 판매 가격이 내려가 양돈사업 수익률이 매우 낮았다. 2013년 5월 기준 어미 돼지 보유율 역시 약정했던 것의 65%에 불과했다. 심지어 투자자들에게 보여준 농장 및 돼지 대부분은 금융기관에 담보로 제공된 상태였다.

앞서 최 대표는 2011년 9월부터 2014년 3월까지 같은 수법으로 투자자 수백명을 속여 130억원을 가로챈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그의 아들 역시 징역 5년형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도나도나 사건은 지난해 법조비리 사건으로 재판에 넘겨진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와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변호사 시절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론’했던 점이 드러나 논란이 됐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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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