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KB국민은행 감사 없는 이유

  • 박창민 기자 cmp@ilyosisa.co.kr
  • 등록 2017.03.06 10:09:23
  • 호수 1104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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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일피일 미루다 벌써 2년째

[일요시사 취재1팀] 박창민 기자 = KB국민은행은 2014년 경영진 내분으로 상임감사가 사퇴한 이후로 2년째 공석이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금융감독원서 ‘상임감사 장기 부재 개선 명령’을 내렸음에도 국민은행은 여전히 버티고 있다. 그 내막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에게 시선이 쏠린다.
 

정병기 전 국민은행 상임감사가 2015년 1월 ‘KB사태’로 물러났다. 2014년 4월 국민은행 주전산기 교체과정의 문제점을 지적한 감사보고서를 작성했다. 정 전 감사는 이사회에 보고했지만 수용되지 않자 금융감독원에 이를 전달했다. 이는 KB금융지주 회장과 국민은행장 간의 암투인 KB사태의 시작이었다.

뽑고 싶지 않나

이후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 겸 국민은행장 체제가 들어선 뒤 정 전 감사가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KB사태는 일단락됐다. 그의 사퇴 후 국민은행은 2년째 상임감사직을 비워두고 있다.

<일요시사> 취재결과 2015년 11월 금감원의 국민은행 종합검사 보고서에 따르면 ‘상임 감사 장기 부재 개선 명령’ 등 지적 사항이 나온 것으로 확인했다. 금감원이 당시 국민은행이 10개월 동안 상임감사를 공석으로 둔 게 우려스럽다고 지적한 것이다. 또 지난해 금감원 종합검사에서도 국민은행 상임감사 부재를 지적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회사에서 상임감사는 중요한 자리다. 매일 본사에 출근해 경영을 관리 감독하며, 내부 비리 통제 등 경영진을 견제한다.


은행들은 상법 및 은행법,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라 이사회 산하 위원회로서 감사위원회(사외이사+상임감사위원)를 설치한다. 윤 회장이 국민은행장까지 겸직하는 KB금융지주의 지배구조상 상임감사직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그런데 윤 회장이 상임감사 선임을 2년째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 하마평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재성 전 금감원 부원장과 신응호 전 금융연수원 부원장 등이 유력 후보로 거론됐다. 지난해 4월 청와대 출신 인사의 상임감사 내정설이 있었으나, 정권 낙하산 논란으로 무산됐다.

언론에서는 윤 회장이 정치권 낙하산 인사를 경계해 상임감사를 뽑는 데 신중을 기한다고 보도했다. 정작 은행권에서는 시각이 다르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상임감사를 2년간 공석으로 놔두는 것은 ‘뽑을 사람이 없거나’ ‘뽑을 의지가 없거나’ 둘 중 하나다”고 말했다.
 

금융권에서는 윤 회장의 임기가 오는 11월까지기 때문에 상임감사를 뽑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다분하다. 이 때문에 그 동안 국민은행이 상임감사를 2년째 뽑지 않은 것을 두고 ‘윤 회장의 의지가 담긴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윤 회장이 상임감사를 선임하려는 ‘액션’만 취했다고 업계 관계자들은 입을 모았다. 그 의지를 드러낸 하마평 인사가 있다. 지난해 4월 신동철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의 상임감사 내정설이다.

2014년 내분 이후…상임감사 공석
시중 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없어

언론에 신 전 비서관이 내정됐다는 보도가 나오자 즉각 국민은행 노조는 ‘낙하산 인사’라며 반대했다. 당시 국민은행 노조 측은 “지금 거론되고 있는 사람(신 전 비서관)은 금융을 하나도 모르고 정치만 했기 때문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신 전 비서관은 정치권 낙하산이나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 여의도연구소 부소장, 박근혜 대선 캠프 여론조사단장 등 청와대에서 일해서다. 노조가 낙하산 인사를 반대한 것도 당연했다.

그런데 내부에선 당시 이런 반대 움직임이 윤 회장에서 비롯됐다는 얘기가 무성하다. KB금융지주 한 관계자는 “신 전 비서관 내정 반대를 국민은행 노조 측과 윤 회장이 조율했다는 소문이 있다”고 말했다. 윤 회장이 노조 측과 같은 입장이었다는 것이다.

윤 회장과 노조의 연결고리도 있다. 바로 성낙조 국민은행 노조위원장이다. 윤 회장과 성 위원장은 같은 호남 출신 고향 선후배 사이다. 또 성 위원장은 2014년 윤 회장을 KB금융지주의 회장으로 만든 ‘일등공신’인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회장후보추천위원회 인사들을 만나며 윤 회장을 지지해줄 것을 호소했다고 한다.

윤 회장이 KB금융지주 회장으로 임명됐을 때 국민은행 노조는 “KB가 관치와 외압에서 벗어난 역사적인 날”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KB금융지주 관계자들은 성 위원장이 윤 회장의 사람이라고 평가한다.

그렇다면 윤 회장이 이토록 상임감사 임명에 소극적인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 금융계 종사자들은 “오너가 상임감사를 뽑는 데 소극적인 이유는 대부분 자기 뜻대로 하지 못해서다”며 “많은 금융기업들이 새로운 사업을 할 때 번번이 오너와 상임감사가 마찰을 빚는다”고 진단했다.

KB금융지주의 경우 전체 자산 471조원(지난해 상반기 기준) 중 국민은행 자산이 80%에 달한다. KB금융지주는 M&A를 통해 사업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있다. 국민은행 상임감사가 없는 사이 KB금융지주는 LIG 손해보험, 현대증권 등을 인수했다. 이들 M&A를 두고 논란이 여전하다.

윤 회장은 2015년 6일 분식회계를 한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LIG손해보험을 인수했다. 2016년 3일에는 현대증권을 1조25000억원에 인수하면서 ‘고가 인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인수 당시 현대증권은 청와대 입김이 작용하지 않았냐는 의혹도 샀다.

이런 무리한 M&A가 국민은행 손실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KB금융지주의 손실은 결국 국민은행이 보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당시 상임감사 부제가 뼈아팠다는 지적이 나온다. 만일 국민은행 상임감사가 있었다면, 윤 회장의 무리한 M&A에 ‘브레이크’를 걸 수 있기 때문이다. 내·외부적으로 KB금융지주의 감사 기능이 실종 상태라고 말한다.

정작 KB금융지주 측은 이런 지적에 대해 ‘문제 될 게 없다’고 말했다. KB금융지주 관계자는 “현재 감사위원이 유기적으로 작동하고 있으며, 감사부장이 상임감사 직무 대행을 맡고 있다. 업무의 정통성이 있고, 조직과 잘 융합할 수 있는 분이라면 언제든 환영한다”고 답했다.

금감원 계속 지적


현재 국내 시중은행 13개 중 상임감사가 없는 곳은 국민은행이 유일하다. 금감원은 지금까지 약 두 차례 상임감사 부재를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종합감사에서 국민은행 상임감사 부재로 ‘경영유의’를 내렸다”며 “오는 3월30일까지 상임감사를 임명하라고 명령해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cmp@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취업제한 걸린 공직자들

지난달 취업심사를 요청한 퇴직공직자 70명 가운데 61명이 ‘취업가능’ 판정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4일 퇴직공직자 2월 취업심사 요청 70건을 심사한 결과, 퇴직 전 5년간 소속했던 부서 업무와 취업예정기관 간의 업무 관련성이 인정된 9건에 대해서는 ‘취업제한(취업불승인 3건 포함)’을 결정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감사원에서 지난 1월 일반직 고위감사공무원으로 퇴직한 A씨는 KB국민카드 상근감사위원으로 취업하려 했지만 업무 연관성이 높다는 점에서 취업이 제한됐다.


경찰청 치안정감을 지낸 B씨도 세한대학교 경찰소방대학장으로 재취업하려 했지만 업무 연관성이 있다고 판단돼 심사에서 탈락했다. 나머지 61건은 취업가능으로 결정했다. 이 가운데 취업 승인은 7건으로, 업무 관련성은 인정되지만 취업을 승인할 특별한 사유에 해당된다고 판단했다. <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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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단독] 캄보디아 주범 ‘리광호’ 정보기관 추적,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캄보디아를 향한 정부의 압박이 매섭다. 피해자이자 피의자인 한국인 수십명을 발 빠르게 송환한 데 이어 캄보디아에 대한 경제적 지원도 옥죌 계획이다. 정보·수사기관은 제일 먼저 대학생 피살 사건 핵심 인물인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리광호는 이미 캄보디아를 떠나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리광호는 지난주에 이미 떴어요.” 리광호에게 대포통장을 만들어준 보이스피싱 조직원 A씨가 <일요시사>와의 연락에서 한 말이다. 리광호는 캄보디아 대학생 박모씨 피살 사건 주범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이미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 밀입국했다. 정보·수사기관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이다. “지난주에 이미 떴다” 리광호의 신상은 이미 이달 중순부터 텔레그램과 SNS 등을 통해 공개됐다. 1991년생인 리광호는 중국 길림성 훈춘시 출신이다. 키는 160㎝로 단신이며 각진 턱과 짧은 머리가 특징이다. 최종 학력은 초등학교(소학교) 졸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캄보디아 수사당국은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중국 국적 조직원 3명을 체포했다. 앞서 박씨는 지난 7월17일 “현지 박람회에 다녀오겠다”고 한 뒤 캄보디아로 출국한 뒤 연락이 두절됐다가 3주 뒤 깜폿 보코산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캄보디아 캄폿지방검찰청은 지난 10일 박씨를 살해한 혐의 등으로 이들을 재판에 넘겼으나 핵심 인물은 따로 있다. 이들 조직원 3명은 박씨의 시신을 옮길 때 현장에 있었을 뿐이었다. A씨는 “캄보디아 경찰이 박씨를 살해한 혐의로 리광호를 잡기 위해 지난 8월 그의 은신처를 급습했었는데 리광호가 몇 시간 전에 미리 알고 도주했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국내 인터폴, 경찰, 국정원 등 정보·수사기관도 캄보디아와의 공조를 통해 리광호를 추적 중이다. 그는 이달 초 캄보디아 시아누크빌에서 라오스로 밀입국한 것으로 전해졌다. A씨는 “라오스로 넘어갈 때 캄보디아 국경을 관리하는 공무원들에게 수천만원을 줬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넘어가기 직전에 대포 통장과 핸드폰을 급하게 만들어달라고 한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 지금은 미얀마로 넘어갈 준비라는 소문이 파다하다”고 주장했다. 수사기관 관계자도 “관련 첩보를 입수하고 추적 중인 건 맞다”며 “현지 경찰과도 공조 중이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리광호는 5년 전 베트남 하노이에서 보이스피싱 조직의 중간 관리자였다고 한다. 조직 내 수익을 빼돌리려는 계획이 탄로나자 잠시 한국에 들어왔다가 지난해 7월 캄보디아 프놈펜으로 출국해 자신과 친분을 쌓은 이들을 모아 시아누크빌에 자리 잡았다. 리광호와 친분을 쌓은 인물 대부분은 조선족인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리광호는 조직에서 간부급은 아니었다. 납치 담당, 고문·협박 담당 등 맡는 일이 다 다른데 리광호는 가리지 않았다. 머리가 좋지 않아서 몸으로 하는 일을 주로 했다”고 설명했다. 라오스 북부 통해 미얀마 밀입국 준비 다른 주범 김, 강남 마약 음료 총책 이어 “조직 간부인 중국인들에게 무시당할 때마다 구금된 여자를 강간하거나 남자들에게 강제로 마약을 먹이고 폭행한다. 이건 리광호만 그런 게 아니다. 그러다가 구금된 이들이 죽으면 시신을 태운다”고 주장했다. 리광호는 현재 영등포경찰서와 인천지검의 수배 대상자다. 인터폴에서도 적색수배 상태로 확인됐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중국에서도 마약 밀수 혐의로 수배에 오른 인물이다. 중국에 다시는 못 들어간다. 들어갔다가 걸리면 사형”이라고 말했다. 국내 정보·수사기관은 리광호 외에 김모씨도 추적 중이다. 김씨는 리광호와 함께 박씨 사건 주범으로 의심되는 인물이다. 특히 리광호와 김씨는 2년 전 강남 대치동에서 발생했던 마약 음료 사건의 유통책으로 확인됐다. 마약 음료 사건은 지난 2023년 이모씨 등이 필로폰과 우유를 섞어 만든 음료를 강남 대치동 학원가에서 미성년자에게 제공하고 마시게 했던 사건이다. 당시 이씨 일당은 마약 음료 수백병을 만든 뒤 2023년 4월 대치동 학원가에서 ‘집중력 강화 음료’ 시음 행사라며 미성년자 13명에게 제공하고 실제 9명이 마시게 했다. 이후 음료를 마신 학생의 부모에게 연락해 “당신 자녀가 마약 음료를 마셨으니,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해 금품을 뜯으려고 시도했다. 불특정 다수의 미성년자를 속여 급성 중독성 마약을 투약하고 부모까지 노린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라는 점에서 사회적 파장을 불렀다. 중국에 있던 주범 이씨는 사건 발생 50여일 만인 2023년 5월 중국 지린성 내 은신처에서 중국 공안에 검거돼 강제로 송환됐다. 대법원은 지난 4월 이씨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마약 음료 제조자 길모씨는 징역 18년, 마약 공급책 박모씨는 징역 7년이 확정됐다. 진짜 두목 따로 있다 당시 필로폰을 공급한 중국 국적 총책은 검거돼 캄보디아 법원에서 26년형을 선고받았다. 정보기관 관계자는 “리광호와 김씨는 수사를 통해 추적해 왔던 인물이다. 필로폰 4kg 이상을 밀반입하는 걸 주도했고 그걸 이씨와 박씨가 국내에 뿌렸던 사건으로 파악됐다”고 전했다. 리광호가 속한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웹사이트 중 일부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구축한다는 게 <일요시사>와 접촉한 이들의 설명이다. 또 다른 조직원 B씨는 “전부 다 북한 애들이 하진 않는다. 허술한 웹사이트는 북한 전문가들의 작품이 아니다. 한국인 범죄자들은 피싱으로 중국 조직에 1억원의 수익을 안겨주면 수수료로 7~10%의 수고비를 받는다. 북한과 조선족은 더욱 싸다. 3~5% 정도면 굉장히 열심히 한다”며 “중국 조직 입장에서는 한국인들보단 북한이나 조선족을 동원하는 경우를 선호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는 김진아 외교부 2차관을 단장으로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는데 여기에는 경찰청, 국정원 등이 참여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캄보디아 스캠 범죄를 매우 심각하게 여기고 국정원에 “발본색원해 완전히 해결될 때까지 조직의 사활을 걸고 확실하게 해결해 국민 걱정을 덜어드려라”는 특별지시를 내렸을 정도로 정보기관 내부에서는 리광호와 김씨와 같은 조직원들 추적에 사활을 건 분위기다. 국정원은 캄보디아 스캠 범죄조직은 중국 등 다국적 범죄조직이 캄보디아로 침투해 만들어진 것으로서 프놈펜, 시아누크빌을 비롯해 총 50여곳에 약 20만명의 조직원이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 이들 조직들의 범죄수익은 2023년 기준 125억 달러(약 18조원)로 캄보디아의 국내 총 GDP의 절반 수준에 달했다. 다국적 범죄조직 이들 조직은 과거 카지노 자금 세탁 등을 했던 조직으로 코로나 팬데믹 이후 국경이 폐쇄되면서 캄보디아로 침투해 스캠 범죄로 범죄를 변경했다. 이들 조직은 자체적으로 무장경비원까지 배치하고 있다. 비정부 무장단체가 장악한 지역이나 경제특구 등 캄보디아의 다양한 지역에 분포돼있어서 캄보디아 정부도 단속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국정원은 한국인들의 현지 방문 인원과 스캠 단지(웬치) 인근 한식당 이용 현황 등을 통해 스캠 단지에 있는 한국인 범죄 가담자를 1000~2000명가량으로 추산했다. 국정원은 이들에 대해 “100%는 아니지만, 피해자라기보다는 범죄에 가담한 사람들이라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캄보디아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의 자금을 관리하는 배후로는 프린스그룹과 후이원이라는 현지 기업이 언급된다. 이 두 기업은 웬치에서 감금, 사기 행각을 벌이거나 북한 해킹 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는 등 전방위 범죄를 저지르며 천문학적 수익을 벌어들였다. 프린스그룹은 캄보디아 최대 범죄 거점으로 지목된 ‘태자 단지’를 운영하는 등 조직적 인신매매와 불법 감금, 사기 등의 배후로 알려졌다. 중국에서도 불법 도박이나 성매매 등으로 범죄 자금을 벌어들였다. 베트남 국경 지역에 있는 진베이 단지는 중국 9개 성의 법원에서 심리된 83건의 형사사건에 연루된 상황이다. 천즈 프린스그룹 회장이 기업을 성장시킬 수 있었던 배경에는 훈 센 전 총리 등 캄보디아 고위층과 긴밀한 유착 관계를 형성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천즈는 수많은 논란에도 훈 센 전 총리 정권에 막대한 자금을 바치며 캄보디아의 최고위층 귀족 칭호인 ‘옥냐’를 캄보디아 국왕으로부터 수여받았다. 국내 은행사가 이들의 범죄 자금을 유통·세탁하는 데 이용됐을 우려도 나온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국민은행·전북은행·우리은행·신한은행·IM뱅크 등 국내 금융사의 캄보디아 현지 법인 5곳은 프린스그룹과 총 52건의 거래를 진행했다. 거래액은 1970억4500만원에 달한다. 아직 900억원이 넘는 자금이 여전히 현지에 남아 있다. 보이스피싱·스캠 조직 웹사이트 서버 북한이? 국정원·정보사 해외 파트·대북팀 동원해 추적 후이원은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하며 회사의 규모를 키웠다. 후이원은 ‘캄보디아의 알리페이’라고 불리는 후이원페이를 가지고 있는 금융, 결제, 정보기술(IT) 서비스 복합 기업이다. 이들은 자사의 기술력을 활용해 국제 해킹 조직이 사이버 사기, 랜섬웨어 등으로 얻은 범죄수익을 세탁해 왔다. 후이원페이는 훈 센 전 총리의 조카인 훈 토가 주요 주주로 등록된 회사이기도 하다. 정보기관에 따르면 이 기업은 북한 정찰총국 산하 해킹 그룹 ‘라자루스’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후이원은 공개·비공개 텔레그램 등 채팅방을 이용해 사기 조직과 자금 세탁범을 연결하고 범죄수익을 해외로 유출하는 역할을 담당했다. 2021년 이후 700억~890억 달러 규모의 가상화폐 거래를 중개했고 일부는 라자루스로 흘러 들어갔다. A씨는 “북한 IT 전문가들이 피싱·스캠 관련 웹사이트를 제작하기 시작한 건 4~5년 전부터”라며 “북한이 제작한 사이트의 경우 퀄리티가 상당하다. 그 대가로 후이원이 스테이블코인을 만들어 북한 쪽에 수익을 전달하기도 한다”고 주장했다. 국정원 해외 파트인 해외정보국과 대북 업무 담당자 상당수는 이미 캄보디아를 포함한 동남아 곳곳에서 관련 첩보를 입수 중이다. 국정원은 1차장이 해외 파트, 2차장이 대북·대공 업무를 담당한다. 2차장은 특히 북한 정보수집·분석 등 국정원의 대북 분야 실무를 총괄하는 자리다. 이외에도 국군정보사령부 동남아팀 휴민트(HUMINT·인간정보)들도 현지서 국정원과 정보를 공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정보사 출신 한 군 고위 관계자는 “캄보디아 수도권에 대남공작원들이 많긴 하지만 웬치에 북한 대사관 관계자나 공작원들이 있진 않다. 그건 말도 안 되는 소리고, 단지 대가를 받고 캄보디아 범죄조직 사이트를 만들어주거나 불법적으로 벌어들인 자금으로 세탁해 주는 게 북한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김정은 배후? 북한 연루설 다른 정보기관 관계자도 “국정원을 비롯한 정보사가 이번 캄보디아 사건에서 할 수 있는 건 보이스피싱·스캠 조직으로 인해 우리 국민이 피해를 본 금액이 얼마나 많은지와 북한에도 그 금액이 흘러 들어갔는지, 북한과 관련된 인물들이 얼마나 있는지 등이다. 캄보디아에서의 대남 관련자들은 절대로 개인적으로 특정 행위를 하지 않는다. 예시로 캄보디아 무역 또는 사업가, 식당을 운영하는 인물 등이 대남공작원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