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연재> 삼국비사 (22) 대야성

  • 황천우 작가 shs@ilyosisa.co.kr
  • 등록 2017.02.27 11:01:28
  • 호수 11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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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복만이 살길이다

소설가 황천우는 우리의 현실이 삼국시대 당시와 조금도 다르지 않음을 간파하고 북한과 중국에 의해 우리 영토가 이전 상태로 돌아갈 수 있음을 경계했다. 이런 차원에서 역사소설 <삼국비사>를 집필했다. <삼국비사>를 통해 고구려의 기개, 백제의 흥기와 타락, 신라의 비정상적인 행태를 파헤치며 진정 우리 민족이 나아갈 바, 즉 통합의 본질을 찾고자 시도했다. <삼국비사> 속 인물의 담대함과 잔임함, 기교는 중국의 <삼국지>를 능가할 정도다. 필자는 이 글을 통해 우리 뿌리에 대해 심도 있는 성찰과 아울러 진실을 추구하는 계기가 될 것임을 강조했다.

“나, 신라의 사지였던 모척이다. 쥐새끼만도 못한 성주 놈의 패악으로 인해 사지인 검일과 여러 병사들이 행동을 같이하기로 했다. 지금 너희들이 보고 있는 두상은 성주 놈이 빼앗아간 검일의 처다. 계집에 환장해서, 부하의 처를 빼앗기 위해 부하를 죽이려했던 놈에게 빌붙어 있느니 차라리 백제 백성으로 새로이 살기로 작정했다.”

잠시 말을 멈춘 모척이 다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애꿎은 병사들에게 이야기하겠다. 보급품이 가득 찼던 창고는 지금쯤 잿더미로 변했을 것이다. 오래지 않아 식량이 떨어지면 굶주림에 직면하게 된다. 구원병이 오리라 생각하면 커다란 오산이다. 백제의 의자왕이 신라 국경 곳곳을 공격하여 여러 성이 이미 백제의 수중으로 들어갔다. 그러한 사실을 너희들도 훤히 알고 있을 터, 속히 성문을 열고 투항하기 바란다. 투항하는 자들에 대해서는 일체의 책임을 묻지 않고 원하는 자에 대해서는 백제인으로 살 수 있도록 배려해 주겠다. 그러니 빨리 성문을 열고 투항하기 바란다.”

잠시 대야성을 주시하던 검일과 모척이 천천히 일행을 거느리고 백제군의 본진으로 이동했다.

화염에 휩싸인 대야성을 바라보며 모든 정황을 가늠한 윤충과 흥수가 모척 일행을 지극하게 맞이했다.

“고생하셨소.”

간단한 상견례가 끝나자 윤충과 흥수가 검일과 모척 그리고 동행한 수하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었다.

아울러 함께한 가족들을 배불리 먹이고 사비성으로 가서 살 수 있도록 조처 취했다.

“그저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검일의 치사에 흥수가 손을 저었다.

“검일 장군과 모척 장군은 어찌하시겠습니까?”

“어찌하다니요?”

“사비성으로 가겠습니까, 이곳에 남아있겠습니까?”

“소장이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성주 놈의 씨를 깨끗이 말려버리겠다고!”

순간적으로 검일의 눈동자에 핏발이 섰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모척 역시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뜻이 정히 그러시다면 다른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돌아가는 상황을 주시하던 김품석이 그야말로 좌불안석이었다.

이미 전령을 통해 신라의 여러 성이 의자왕의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고 그로 인해 여하한 경우라도 지원군이 올 수 없음을 익히 알고 있었다.

게다가 창고는 깨끗이 불타 남은 거라고는 재밖에 없으니 시간을 끌어도 방도는 없어보였다.

그날 밤 즉각 참모회의를 열었다.

그러나 이미 모척과 검일이 백제군에 투항한지라 죽죽과 용석 두 사지와 서천뿐이었다.

“자네들 볼 낯이 없네.”

회의에 앞서 품석이 길게 한숨을 내쉬자 죽죽과 용석이 고개를 돌렸다.

“이보게, 서천. 지금 상황은 어떠한가?”

무안한지 시선을 서천에게 주었다.

“성의 상황을 떠나 병사들의 사기가 말이 아닙니다. 그 용맹한 검일과 모척이 병사들과 식솔들을 데리고 백제군에 투항했으니.”

서천이 말하다 말고 품석의 눈치를 살폈다.

“말해보게.”

“문제가 결국 한 여자 때문에 일어났다 하여.”

“원망들이 많겠지.”

힘없이 말을 이은 품석이 두 사지를 바라보았으나 여전히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러지 말고 자네들 의견도 들어보세.”

“무슨 의견이 필요합니까. 최후의 일인까지 싸워야지요.”

죽죽이 시선도 돌리지 않고 말을 잇자 용석 역시 침통한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용석, 자네는 어떤가?”

“비록 상황이 이리 되었지만 신중하게 처신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신중하게라면?”

“전혀 승산 없는 싸움으로 피만 흘리느니 일단 항복하고 후일을 기약함이 옳다는 생각입니다.”

“자네 무슨 말을 그리하는가? 지금 항복하자고 했는가?”

복수의 칼 간 검일과 모척
백기 투항 위해 길 나서다

죽죽이 고개 돌려 용석을 주시했다.

“꼭 항복이라기보다도 사태의 추이를 보아가며 대처하자는 의미일세.”

“사태의 추이라니!”

“저들의 의도를 알아야 할 일 아닌가?”

“무슨 의도란 말인가. 항복하면 저들 말대로 우리를 살려줄 것 같은가. 그리고 설령 살아남는다 치세. 살아서 그 수치를 어찌 감당하려는 겐가. 내 이름이 왜 죽죽인지 아는가? 내 아버지께서 나를 죽죽이라 이름 지은 사유는 추울 때도 시들지 않고 꺾일지언정 굽히지는 말라 함이었네. 그런 내가 어찌 죽음을 겁내 항복하겠는가!”

“이보게, 차근히 생각해보게. 버티는 일만 능사는 아니지 않는가.”

잠자코 둘의 대화를 듣고 있던 품석이 끼어들었다.

“지금 백제 진영에서 검일과 모척이 칼을 갈며 성주님을 베려고 안달할 터인데 어떻게 목숨건지기를 바라십니까!”

죽죽이 목소리를 높이며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휑하니 밖으로 나가버렸다.

이미 권위를 잃어버린 품석은 그를 말릴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

“이보게, 서천.”

“말씀하시지요.”

“내일 날이 밝으면 자네가 백제 진영에 다녀오게.”

“무슨 일로?”

“방금 용석 사지가 말한 것처럼 일단 위기를 넘길 수 있는지, 즉 항복하면 목숨을 보전할 수 있는지 타진하게.”

순간 서천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그러는가?”

“혹여 무슨 일이라도.”

“사자는 어떠한 경우라도 죽이지 못한다는 사실을 모르는가? 그리고 자네는 전쟁을 하겠다는 사자가 아니라 항복을 타진하러 가는 자인데 무얼 그리 걱정하는가.”

“단지 그 사실만 확인하면 됩니까?”

죽어가던 표정이 다시 살아났다.

“그리고 검일과 모척 특히 검일이 그곳에 남아 있는지도 살펴보게.” 

다음날 날이 밝기 무섭게 서천이 백기를 든 병사를 앞세우고 백제 진영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백제 진영에서 백기를 들고 신라의 사자가 오고 있다는 전갈을 받은 흥수가 급히 검일과 모척을 찾았다.

“신라에서 항복을 타진하기 위해 사자가 오고 있소.”

“벌써요?”

모척이 의외라는 듯 검일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러게 말이오.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소.”

“결국 계집 밝히는 일 외에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쥐새끼로군!”

검일이 흥분한 듯 목소리를 높이다 침까지 뱉었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두 분 장군과 수하 장병들은 이 자리에 꼼짝 말고 계시오.”

“그건 무슨 말씀입니까?”

“저들이 고분고분히 항복하게 만들자, 이 말입니다.”

“그런데 저희는 왜?”

검일이 의아스런 표정으로 앞으로 나섰다.

“당연한 일 아닙니까. 저들이 행여나 두 장군이 이곳에 머물러 있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앙갚음을 하고자 남았다고 판단할 거 아닙니까. 그렇게 되면 저들은 항복하지 않을 테고 수고롭게도 전쟁을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면?”

“일단 저들이 마음 놓고 항복할 수 있도록 유도한 연후에 그때 가서 일처리해도 늦지 않을 것이오.”

“그리합시다. 우리는 이곳에서 숨도 쉬지 않고 있을 터이니 잘 처리해 주십시오.”

모척이 검일에게 눈짓하고 말을 잇자 흥수가 다시 주의 주고 자리를 떴다.

밖으로 나온 흥수가 병사에게 검일 일행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막사로 서천을 안내하라 일렀다.
 

<다음 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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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