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나눔 경영’ 실태 [집중분석]

‘단물만 쏙’ 번대로 다 가져간다!

기업과 나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기업의 ‘나눔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핵심 경영키워드일 뿐만 아니라 글로벌 경영에 있어서도 우선 과제가 되고 있다. 그러나 나눔에 인색한 기업도 여전하다. 그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엔 ‘나 몰라라’하는 경우다.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한 ‘기부 꽝’ 외국계 기업들의 한계를 조명해봤다.


해외 명품브랜드 돈벌이만 혈안 ‘기부 나 몰라라’
국내서 번 돈 대부분 외국 본사·주주로 넘어가

‘쥐꼬리…구두쇠…왕소금…자린고비…짠돌이…’ 

각 기업들은 단순히 돈벌이 수단에서 벗어나 사회적 책임까지 생각하고 ‘나눔 경영’에 팔을 걷어붙이고 있다. 과거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은 연말에 몰린 단발성 행사의 단순 기부 성격이 짙었다. 하지만 이젠 1년 365일 경영전략의 핵심으로 부각되고 있다. 사회공헌을 업무 차원에서 장기적인 전략을 수립, 사회의 행복 온도를 높이고 있다. 글로벌 경영에 있어서도 우선 과제로 꼽힌다.

그 형태도 진화하는 과정이다. 기부형에서 참여형으로 바뀌고 있는 것. 기업들이 직접 운영하거나 임직원이 동참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각 그룹마다 사회공헌 전담 조직을 갖추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주요 기업 80% 이상이 사회공헌팀을 운영 중이다. 총수들과 CEO들은 이들 사회공헌팀을 직접 꾸릴 정도로 참여도가 높다.

520억 배당하면서 8000만원만 기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경기 침체에도 국내 기업들이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사회공헌 지출 비용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며 “임직원들의 참여가 증가하고 직접 사회공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국내 기업들의 사회공헌사업 형태가 선진국 기업의 형태로 진화해 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기업의 사회공헌활동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여전히 냉랭하다. 전경련이 ‘기업 사회공헌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현재 기업들이 사회공헌활동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활발하게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지만 기업 문화로 자리 잡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다. 기업의 사회적인 역할과 책임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그만큼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국민들의 부정적인 인식은 물을 흐리는 일부 ‘미꾸라지’들의 인색한 기부가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외국계 기업이나 외국자본이 유입된 기업의 경우 그저 돈벌이에만 눈이 멀어 사회적 책임엔 ‘나 몰라라’하는 실정이다. 특히 글로벌 명품 브랜드 업체들은 기부에 인색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명품 브랜드인 루이비통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273억원, 영업이익 523억원, 순이익 400억원을 올렸다. 이중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는 프랑스 루이비통말레티에 본사에 순이익보다 훨씬 많은 440억원을 배당으로 지급했다. 루이비통코리아의 지난해 기부금은 국내에서 거둔 매출의 0.01%인 5855만원뿐이었다.

역시 명품 브랜드인 버버리코리아는 2009 회기(2009년 4월∼2010년 3월)에 매출 1849억원, 영업이익 331억원, 순이익 252억원을 냈다. 220억원의 중간배당과 300억원의 결산배당 등 총 520억원을 영국 본사로 송금했다. 당시 버버리코리아가 국내에 낸 기부금은 8312만원에 불과했다. 매출의 0.05%밖에 안 되는 금액이다.

매출 늘었는데 기부액 줄어
적자 불구 ‘통큰 기부’도


구찌코리아와 페라가모코리아도 지난해 매출의 0.01%, 0.03% 수준인 3728만원과 2746만원을 각각 기부했다. 구찌코리아는 매출 2731억원, 영업이익 431억원, 순이익 115억원을, 페라가모코리아는 매출  821억원, 영업이익 156억원, 순이익 114억원을 기록했다. 페라가모코리아는 160억원 정도가 이탈리아 주주에게 돌아갔다. 아직 배당을 하지 않은 구찌코리아는 조만간 이익회수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구찌코리아는 배당 외에 이탈리아 본사에 매년 50억원가량의 경영 자문료를 내고 있다.

이밖에 지난해 해외 명품업체들이 낸 기부금은 ▲한국로렉스 3500만원(매출 560억원-매출 대비 0.06%) ▲에르메네질도제냐코리아 2260만원(330억원-0.07%) ▲시슬리코리아 1679만원(833억원-0.02%) ▲스와로브스키 620만원(753억원-0.008%) 등으로 나타났다.
반면 프라다코리아, 리치몬트코리아, 불가리코리아, 크리스챤디올꾸뛰르코리아, 스와치그룹코리아 등은 기부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수입차업체들도 ‘나눔 경영’에 인색한 것으로 드러났다. 온정은커녕 싸늘한 냉기만 가득하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1조1265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09년(6751억원)에 비해 무려 67%나 늘었다. 영업이익은 312억원, 순이익은 235억원을 냈다. 그러나 기부금은 매출의 0.003%에 해당하는 3056만원밖에 되지 않는다. 2009년 기부금은 3020만원이었다. 매출이 급증했지만 기부금은 그대로인 것이다.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는 지난해 212억원을 배당금으로 독일 본사에 지급했다.

‘실적↑…기부↓’ 싸늘한 냉기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도 실적이 나아졌지만 기부금은 줄었다. 지난해 매출 7932억원, 영업이익 390억원, 순이익 250억원을 기록한 이 업체의 기부금은 4200만원(0.005%)이다. 매출 5705억원, 영업이익 243억원, 순이익 6억원을 거둔 2009년엔 6313만원(0.01%)을 기부했었다.

BMW코리아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지난해 매출 1조945억원, 영업이익 1419억원, 순이익 480억원을 냈지만 기부금은 8억8614만원(0.08%)이다. BMW코리아는 지난해 300억원을 본사에 배당금으로 보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계 전자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소니코리아는 2009 회기(2009년 4월∼2010년 3월)에 매출 9684억원, 영업이익 140억원, 순이익 130억원을 거뒀다. 이중 기부금으로 684만원(0.001%)만 썼다. 전년(1516만원)보다 절반으로 줄었다.

도시바는 더 심하다. 2조1204억원의 매출(영업이익 963억원, 순이익 846억원)에도 불구하고 273만원(0.0001%)만 기부했다.

이외에 외국계 전자업체들이 낸 기부금은 ▲파나소닉코리아 1869만원(매출 722억원-매출 대비 0.03%) ▲필립스전자 1억1925만원(3900억원-0.03%) ▲한국후지제록스 1627만원(4269억원-0.004%) ▲일렉트로룩스코리아 229만원(354억원-0.007%) 등으로 나타났다.

매출 342억원, 영업이익 62억원, 순이익 43억원을 올린 인텔코리아의 지난해 기부액은 ‘0원’이다.마이너스 실적에도 적지 않은 기부금을 낸 외국계 제약업계도 있다. 한국화이자는 영업손실 181억원에 순손실 65억원을 기록했지만 8억4061만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한국와이어스는 영업손실 193억원, 순손실 91억원에도 7억1268만원을 나눴다.

‘양담배’ 업체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 밥그릇 챙기기에만 급급하다. 한마디로 ‘기부 꽝’이다.

PM코리아는 지난해 매출 4895억원, 영업이익 1333억원, 순이익 940억원을 냈지만 기부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BAT코리아와 JTI코리아는 지난해 매출(5870억원, 2212억원)의 0.05%, 0.06% 수준인 3억727만원과 1억4028만원을 각각 기부했다.

외국계 담배회사들은 담뱃값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BAT코리아는 소매점에서 파는 담뱃값을 8% 올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4월28일부터 던힐, 켄트, 보그 등은 2500원에서 2700원으로 오른다. BAT코리아는 “경영이 어려워서”라고 인상 배경을 설명했다. PM코리아와 JTI코리아도 내부적으로 가격 인상을 논의 중이다.

대부·제약업계 “그나마 나은 편”

외국자본이 대거 유입된 대부업계는 그나마 났다. ‘말 많고 탈 많은’국내 사채시장은 이미 일본계 자본이 장악한 지 오래다. 우리나라에 들어와 있는 일본계 대부업체는 20여곳. 이중 러시앤캐시, 산와머니 등 2개 업체가 대표적이다. 무려 사채시장의 50% 정도를 장악하고 있다.

러시앤캐시와 산와머니는 지난해 각각 10억381만원, 9억5929만원을 기부했다. 다른 외국계 기업에 비해 괜찮은 편이다. 러시앤캐시는 지난해 매출 5440억원, 영업이익 1799억원, 순이익 1451억원을 올렸다. 매출의 0.19%를 쾌척한 셈이다. 산와머니는 매출 4434억원, 영업이익 1892억원, 순이익 1421억원을 거뒀다. 매출 대비 기부율은 0.22%다.

외국계 대부업체 가운데 매출 대비 기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웰컴크레디라인이다. 매출 1667억원, 영업이익 412억원, 순이익 302억원을 올린 이 업체는 지난해 6억5877만원을 기부했다. 매출의 0.4%에 이르는 돈을 ‘좋은 일’에 쓴 것이다. 웰컴크레디라인은 2009년의 경우 매출(691억원)의 0.9%에 해당하는 5억9995만원을 기부했었다.

원캐싱은 매출의 0.04%인 1783만원을 기부했다. 원캐싱은 지난해 매출 427억원, 영업이익 109억원, 순이익 82억원을 냈다. 리드코프는 매출액 1736억원, 영업이익 345억원, 순이익 187억원을 벌었지만 기부금을 단 한 푼도 내지 않았다.

외국계 제약업계도 대체적으로 훈훈하다. 한국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해 매출 2473억원, 영업이익 348억원, 순이익 220억원의 실적을 올렸는데 매출의 1.9%인 48억원980만원을 기부했다.

한국MSD와 한국로슈도 기부율이 높다. 각각 29억원12만원(0.8%), 7억4450만원((0.3%)을 기부했다. 한국MSD는 매출 3535억원, 영업이익 150억원, 순이익 65억원을, 한국로슈는 매출 2520만원, 영업이익 14억원, 순이익 91억원을 거뒀다.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철창행 김건희’ 아직 남은 의혹들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논란과 문제가 끊이지 않던 퍼스트레이디가 결국 구속됐다. 김건희 여사는 윤석열 전 대통령의 검찰총장 인사청문회부터 사사건건 발목을 잡던 의혹으로 최초로 구속된 영부인이 됐다. 김 여사의 구속 기간인 20일 동안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수사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법원이 지난 13일, 김건희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을 전격 발부하면서 최초로 전직 대통령 부부가 모두 구속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일이 발생했다. 대통령보다 힘이 세던 V0이 몰락한 셈이다. 주요 의혹인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등으로 김 여사 구속에 성공한 김건희 특검팀은 남은 의혹에 대한 수사에도 박차를 가할 예정이다. “증거인멸 도주 우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김 여사는 구속영장이 발부되면서 정식 구치소 입소 절차를 거쳤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주소 등 인적 사항을 확인한 후 일반 수용자와 마찬가지로 정밀 신체검사를 진행한다. 이는 마약 등 반입 금지 물품을 지니고 들어왔는지 등을 확인하는 절차다. 왼쪽 가슴 부분에 수용자 번호가 있는 미결수용 수용복으로 갈아 입고, 얼굴 사진인 ‘머그샷’을 촬영한다. 또 지문 채취와 구치소 내 규율 등 생활 안내, 건강 검진도 받게 된다. 이후 세면 도구와 모포, 식기 세트 등을 받아 본인 ‘감방’으로 향한다. “(윤석열 전 대통령 탄핵으로) 영부인 신분이 아닌 만큼 일반 수용자와 똑같은 대우를 받는다”는 게 법무부 측 설명이다. 김 여사는 앞서 수감된 윤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독거실에 수용될 전망이다. 크기는 구인 피의자 대기실과 비슷하며 매트리스와 책상 겸 밥상, 관물대, TV 등이 비치돼있다. 끼니도 구치소에서 제공하는 1700원짜리 음식으로 해결해야 한다. 식사와 목욕도 일반 수용자와 같은 절차에 따르지만, 보안상 다른 수용자와의 동선이 겹치지 않도록 조정될 것으로 보인다.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은 지난 7일, 김 여사에 대한 사전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특검은 법원에 22쪽 분량의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848쪽 분량의 의견서를 제출했다. 구속 의견서에는 ▲지난 4월4일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김 여사가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 ▲탄핵 인용 전 코바나컨텐츠 사무실에 있는 노트북을 포맷한 사실 ▲김 여사의 ‘문고리’로 불리던 유경옥·정지원 전 대통령실 행정관이 휴대전화를 초기화한 사실 등이 적시됐다. 특검은 ▲김 여사가 지난 6일 조사 과정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한 점 ▲김 여사의 진술이 계속 바뀌는 점 ▲압수된 휴대전화의 비밀번호를 알려주지 않는 등 수사에 비협조적인 점 ▲전 대통령실 행정관 등 최측근과 말 맞추기를 시도할 우려가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증거인멸의 염려가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여사가 건강상 이유로 입원할 경우 수사에 불응할 가능성이 있다며 구속 사유에 ‘도주 우려’를 포함했다. 영장실질심사에는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수사를 주도했던 한문혁 부장검사 등 8명이, 김 여사 측에선 유정화·채명성·최지우 변호사가 참여했다. 김 여사 측은 이날 약 80페이지 분량의 자료를 준비했으며 특검도 구속 수사의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약 3시간 분량의 프리젠테이션(PT)을 진행했으나 법원은 특검의 손을 들어줬다. 특검팀이 처음 주목한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이른바 명태균 게이트로 불리는 ‘명태균 공천 개입’ 건진 게이트로 불리는 ‘건진법사·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이다. 특검팀은 이를 848쪽의 구속 의견서에 담았다. 최초 전직 대통령 부부 구속 의견서엔 구체적 사실 적시 구체적으로 김 여사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범행에 가담한 공범이라고 판단하며 불법 거래 횟수가 총 3822회에 달한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으로 수익 8억1144만3596원을 얻어내기 위해 70만2512주를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공모해 통정매매 188회, 가장매매 12회를 했다고 판단했다. 또 같은 기간 주가를 올리려는 목적으로 높은 값에 사는 척하는 고가 매수 주문 1661회, 주가를 내리려는 목적으로 많은 양의 주식을 파는 척하는 물량 소진 주문 1432회, 허수 매수 주문 367회, 시가·종가 관여 주문 242회 등의 이상매매 주문을 김 여사가 권 전 회장 등과 공모해 제출했다고 봤다. 4년 넘게 김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의혹을 수사했던 서울중앙지검은 지난해 10월 “김 여사가 주가조작을 인식했다고 볼 증거가 없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 여사의 계좌가 주가조작에는 이용됐지만 범행을 알았다는 증거가 없었다는 취지라며 주가조작 공모와 방조 모두 무혐의로 판단했다. 하지만 특검은 보강 수사를 거쳐 방조 혐의를 넘어 공범 혐의를 적용했다. 특검은 2011년 1월경 김 여사가 미래에셋증권 직원과 통화하면서 “6대 4로 나누면 저쪽에 얼마를 줘야 하는 것이냐”며 “2억7000만원을 줘야 하는 것 같다”고 말한 통화 녹취록을 확보해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여사가 통화 당일 은행 계좌에서 2억7000만원을 수표로 인출한 사실도 확인했다. 이에 특검은 김 여사가 주가조작 주도 세력인 ‘저쪽’에 수익 40%를 떼어줬다고 판단하고 “시세조종이라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해 재산상 이득을 취했다”고 적시했다. 특검은 정치 브로커 명태균씨 관련 공천 개입 의혹과 건진법사 전성배씨 관련 통일교 현안 청탁 의혹 등에 대해선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공적 지위를 사적으로 활용한 사건”이라고 판단했다. 특검은 “헌법적 가치가 훼손됐다”고 여러 차례 강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명씨로부터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공천에 개입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에 정치권력과 금권이 개입한 사건’으로 규정하며 “선거제도의 출발점인 공천의 공정성을 훼손하면서 정당의 후보자 추천 제도를 포함한 대한민국의 헌법적 가치를 침해했다”고 영장에 적시했다. 또 윤모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으로부터 샤넬 백 2개와 영국 그라프사의 다이아몬드 목걸이 등 총 8000여만원의 금품을 전씨를 통해 전달받은 뒤 통일교 현안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 대해선 김 여사 구속영장을 통해 “종교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헌법 정신에 어긋나는 일을 하면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규정했다. 848쪽 의견서 특검은 통일교의 캄보디아 메콩강 부지 개발 등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지원 청탁에 대해선 “김 여사가 대한민국 정부의 조직과 예산에 대한 사적 개입으로 국정 질서에 혼란을 초래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밝혀낸 3가지 의혹의 주요한 사실과 더불어 제시한 ‘증거인멸 정황’이 김 여사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에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검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매해 김 여사에게 교부한 혐의를 받는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으로부터 전날 제출받은 자수서와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진품, 김 여사의 친오빠 진우씨의 장모 자택에서 압수한 목걸이 가품을 영장실질심사에서 제시했다. 이 회장은 자수서에서 “대선이 치러진 2022년 3월 직후 비서실장을 통해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를 구입해 김 여사에게 전달했고 다시 돌려받았다”고 밝혔다. 특검에 따르면 김 여사가 이 회장 측에 진품을 돌려준 시기는 2022년 6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순방 이후 재산 미등록 의혹 관련 고발장이 제출된 2022년 9월 이후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건희 특검팀이 수사하고 있는 의혹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삼부토건 주가조작 사건 ▲코바나컨텐츠 뇌물성 협찬 사건 ▲명품 가방 수수 사건 ▲명태균·건진법사 등 민간인이 국정에 관여한 국정 농단 사건 ▲인사 개입 사건 ▲채해병 사건 및 세관 마약 사건 구명 로비 ▲제21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제8회 전국동시지방 선거 개입 ▲제22대 국회의원 선거 개입 ▲명태균 등을 통해 제20대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불법 여론조사 등 총 16가지다. 이 외에도 ▲무상 여론조사 제공 대가로 2022년 재보궐선거 공천 거래 등 선거 개입 ▲서울-양평고속도로 노선 변경 및 양평 공흥지구 인허가 과정 개입 ▲대통령 집무실 이전 및 국가 계약에 개입 ▲국가기밀정보 유출 ▲제1호부터 제15호까지의 사건과 이 사건의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 및 특별검사의 수사에 대한 방해 행위 등이다. 특검팀은 의혹의 정점인 김 여사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최장 20일간의 구속 기간 동안 아직 풀리지 않은 사건들에 대한 수사에 속도를 낼 예정이다. 대부분의 의혹이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명태균·건진법사 게이트와 관련된 사건으로, 특검팀은 관련된 사실을 대부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들통난 거짓말 이에 특검팀은 출범 이후 인지한 사건인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베트남에서 귀국한 ‘김 여사 일가의 집사’ 김예성씨의 신병을 확보함에 따라 향후 수사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김씨를 중심으로 IMS모빌리티(구 비마이카)에 대가·보험성 투자 혐의가 의심되는 기업들과 김 여사 일가의 사금고 의혹을 받는 신안저축은행, 그리고 김 여사가 운영해 온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전시회 뇌물 협찬 기업들로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우선 특검팀은 이번 김 여사의 구속영장 청구에서 배제됐던 ‘반클리프 앤 아펠 목걸이’ 의혹에 대한 수사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6000만원대로 알려진 해당 목걸이는 2022년 6월 윤 전 대통령 부부가 나토 정상회의 참석 차 유럽 순방 당시 착용했다가 재산 신고 누락 논란의 중심에 섰던 바 있다. 목걸이의 행방을 추적해 왔던 특검팀은 최근 김 여사의 오빠인 김진우씨의 장모집에서 해당 목걸이를 확보했지만 감정 결과 모조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김 여사 역시 해당 목걸이에 대해 모친인 최은순씨에게 선물하기 위해 2010년쯤 홍콩에서 구매한 200만원대 모조품이라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특검팀이 최근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김 여사에게 반클리프 스노 플레이크 목걸이의 진품을 직접 건넸다’는 취지의 자수서를 확보하면서 수사는 전환점을 맞이했다. 윤 전 대통령 당선 직후 해당 목걸이를 선물했으며, 몇 년 뒤 김 여사 측으로부터 돌려받아 보관해 왔다는 게 서희건설 측의 설명이다. 서희건설 측은 해당 목걸이 실물도 특검팀에 제출했다. 특검팀 관계자는 “김 여사는 서희건설 측으로부터 목걸이 진품을 교부받아 나토 순방 당시 착용한 게 분명함에도 특검 수사 과정에서 자신이 착용한 제품이 20년 전 홍콩에서 구매한 가품이라고 진술하고 김 여사 오빠 인척집 압수수색 과정에서 이와 동일한 모델인 가품이 발견된 경위에 대해 철저히 수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김 여사를 비롯한 모든 관련자를 수사 방해 및 증거인멸 혐의에 대해 명확히 규명하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받은 귀중품 수사 확대 집사 게이트·관저 이전 의혹도 특검팀은 조만간 이봉관 서희건설 회장과 비서실장 최모씨 등을 소환 조사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 인척집에서 최소 3000만원 이상의 바셰론 콘스탄틴 여성용 시계 보증서가 발견된 것과 관련해서도 김 여사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수사 중이다. 해당 시계를 구매한 사업가 서모씨는 최근 특검팀 조사에서 지난 2022년, 윤 전 대통령 취임 뒤 김 여사의 부탁을 받아 같은 해 9월7일쯤 자신이 구매한 뒤 직접 전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시계 구매 자금 중 일부는 김 여사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입장이다. 같은 해 9월 대통령경호처와 1870만원 상당의 로봇개 경호 시범 사업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집사 게이트’와 관련해서는 핵심 키맨인 김씨가 베트남 호찌민에서 귀국하자마자 특검팀은 인천공항에서 체포해 특검 사무실로 압송해 즉시 조사에 착수했다. 김씨의 체포 기한이 영장 집행 기준 48시간 이내이기 때문에 특검팀은 그 안에 수사를 마치고 구속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김씨 역시 특검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상태다. 특검팀은 김씨를 상대로 집사 게이트에 연루된 기업들의 184억원 투자 경위와 46억원의 행방 그리고 코바나콘텐츠 뇌물 협찬 의혹을 집중 추궁할 것으로 예상된다. 김씨가 운영한 렌터카 플랫폼 사이드스탭 ‘뿅카’는 비마이카와 함께 2015~2019년 코바나콘텐츠가 개최한 4개 전시회 협찬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은 물론 신안저축은행을 대상으로 특검팀의 수사가 확대될지도 주목된다. 특검팀은 카카오모빌리티와 HS효성 등이 IMS모빌리티에 거액을 투자하기 전후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조사받은 것에 주목하고 있다. 이에 지난 11일, 관련 자료 제출 요구를 위한 정부세종청사 공정위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하기도 했다. 김 여사 일가가 운영하는 이에스아이엔디(ESI&D) 등에 130억원이 넘는 대출을 해준 것으로 알려져 사금고 논란이 제기된 바 있는 신안저축은행은 코바나콘텐츠 전시회에도 협찬했다. 신안그룹 회장 차남인 박지호(개명 전 박상훈) 전 신안저축은행 대표는 2010년 서울대 최고경영자과정(EMBA)에서 김 여사와 김씨를 처음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인연이 이어져 2013년 3월 신안저축은행의 각종 불법 대출 혐의가 불기소 처분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시 수사를 지휘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 부장검사가 바로 윤 전 대통령이었기 때문이다. 이 밖에도 김씨는 박 전 대표의 집사 역할을 했다는 의혹도 있다. 박 전 대표는 신안저축은행이 2017년 김씨와 모친 최은순씨의 329억원대 허위 잔고 증명서 사건의 피해자였음에도 이듬해 김씨를 계열사인 바로투자증권(현 카카오페이증권) 임원으로 선임했다. 특검팀 과제는? 특검팀은 관저 이전 특혜 의혹에 관한 수사도 본격화했다. 이들은 지난 13일 “관저 이전과 관련해 21그램 등 관련 회사 및 관련자 주거지 등에 대해 건설산업기본법 위반 등 혐의로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이 관저 이전 문제에 대한 강제수사에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관저 이전 특혜 의혹은 윤 전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실과 관저 이전·증축 과정에서 21그램 등 무자격 업체가 공사에 참여하는 등 실정법 위반이 있었다는 게 핵심이다. <kcj5121@ilyosisa.co.kr>